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 꿈결 비단결 우리 그림책
이철환 글, 장호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고 창밖에는 잔뜩 몸을 움추린 사람들이 종종 걸음을 치고 있다.

따뜻한 방안에서 바라보는 차가운 거리의 모습은 유리창 두께의 간격보다 멀고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내리기 시작한 눈송이는 아름다운 겨울의 풍경일 뿐이다.

 



 

누구에겐가 겨울은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내는 시련의 시간들이기도 하고

하얗게 내려 앉은 눈위에서 짜릿함과 즐거움을 즐기는 스키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런 어느 겨울 저녁, 한 소녀가 동생 둘을 데리고 자장면 집에 들어섰다.

추위에 빨갛게 얼은 뺨을 가진 큰 아이가 말한다.

"아저씨, 자장면 두 그릇만 주세요."

엄마, 아빠도 없이 아이들끼리만 온 식당에서 자신은 배가 아파 먹지 못한다며

두 그릇만 주문한 소녀는 남동생의 손을 꼭 잡아 준다.

 

엄마, 아빠와 온 또래의 아이들을 부러운 듯 바라보던 아이들에게 주인아줌마가

다가와 묻는다.

"너 인혜 맞지? 나는 엄마친구, 영선이 아줌마야."

 

두 그릇일뻔했던 자장면은 세 그릇이 되고 푸짐한 탕수육까지 아이들의 식탁에 차려진다.

 



 

순간 나의 가슴은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우리가 기억하는 자장면은 축하와 기쁨의 음식이다.

먹을거리가 많지 않았던 시절에도 그러했고 풍족해진 지금도 자장면은 부자와

가난의 경계가 없는 추억을 듬뿍 얹은 맛있는 음식이다.

 



 

유난히 추운 어느 겨울 저녁...세 아이들이 먹었던 자장면은 이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이다.  동생들에게만 먹일 수 밖에 없었던 가난한 소녀의 마음을

채우고 유리창의 두께보다 먼 세상의 일로 지나칠 수 있었던 무심함을 깨우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따뜻한 자장면!

 

창을 열고 세상에 나아가 어두운 거리에서 배고픔에 떨고 있는 아이들에게

엄마 친구가 되어 자장면을 차려주고 싶다.

차가운 아랫목을 덥히는 연탄이 되고 배고픔을 채워주는 자장면도 되는 '사랑'을

늘 불러일으키는 이철환작가의 따뜻한 감동이 있어 이 겨울도 춥지 않을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밀림무정 1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이는 어쩌자고 북풍한설 몰아치는 이계절에 얼음 덮힌 고원으로 나를 이끄는가.

비수처럼 날 세운 눈발이 살을 에이고 무시무시한 포식자가 먹이를 찾아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고 어슬렁거리는 그 곳으로 말이다.

 



봤다는 이도 있고 전설로만 전해지는 영물이라는 말도 있는 숫호랑이 '흰머리'가 살고 있고

그를 쫓는 포수 '산'이 억센 개마고원의 산봉우리를 바람처럼 넘나든다는 그 곳...

호랑이를 사랑하고 '산'을 사랑했던 여자 '주홍'처럼 나도 그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밀림에서는 강한 놈만이 살아남는다. 증오와 원한이 없어도 생존을 위해 상대방의 목줄을

단숨에 끊어버려야 하는 비정한 공간!

 

그곳에서 태어나 그곳의 일부였던 '산'은 흰털을 가진 호랑이 '흰머리'에게 사랑하는 아비의

목숨과 들꽃을 좋아했던 동생 '수'의 팔 하나를 빼앗겼다.

오로지 '흰머리'를 죽이기 위해 7년간을 뒤쫓던 '수'에게 인간을 해롭게 하는 짐승을 잡아

죽이는 일본군 해수격물대의 대장 '히데오'와 호랑이를 연구하는 생물학자 '주홍'이 나타난다.

 

인간을 해롭게 하는 짐승을 과연 누구인가?

자신을 암컷을 잃고 새끼들을 잃고 아비의 본분을 지키려는 '흰머리'가 해수(害獸)인가.

순하다 못해 어리석었던 백성들의 땅과 목숨을 찬탈했던 일제가 해수(害獸)인가.

 

기어이 밀림에서 쫓겨나온 '흰머리'와 '수'는 또다른 밀림인 도시, 경성에 다다른다.

산주(山主)이면서 우리민족의 영(靈)이었던 '흰머리'는 이 땅을 빼앗고 혼을 흔들고 있는

침략자 일제와 욕망의 더러운 인간들에게 쫓겨 막다른 곳에 이른 것이다.

 

이제는 '흰머리'를 살려 밀림으로 되돌려 보내려고 하는 '수'와 '흰머리'와 '수'를 사랑하고

지키려는 '주홍',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 '주홍'을 얻기위해 그들을 죽이려는 '히데오'.

 

 



 

'흰머리'와 '수'와 '주홍'은 모두 외로운 한마리의 호랑이였다.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먹이외에는 굳이 상대를 헤칠 필요가 없었던 그들에게 더러운 욕망의

총을 들이대지만 않았다면 결코 그들에게 밀림의 무정함을 보여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나라 법을 어기고 제국의 도시를 유린하는 것은 방치할 수 없습니다.' -2권 371p-

 

일본군 해수격물대의 대장이었던 '히데오'의 이 한마디에 분노가 몰려왔다.

과연 그들이 법을 지키고 도시를 지키고 인간을 존엄을 지켰던 족속이란 말인가.

개마고원의 밀림이 무질서와 혼돈이 아니고 자연과 순리의 공간이었다면

그들이 짓밟았던 도시, 경성이라는 또다른 밀림은 침략과 탄압, 거짓과 폭력이 난무하는 진짜 야수들이

살아가고 있던 공간이었다.

 

경성부청 옥상에서 포효하던 '흰머리'의 외침은 바로 그 어떤 것으로도 멸하지 않고 여전히 살아있음을..

그리고 영원히 살아갈것임을 알리는 경고였으리라. 더 이상 '흰머리'는 맹수가 아니고 '수'역시 포수가 아니었다.

영물의 신묘함으로 자신을 죽이려던 혹은 살리려던 '수'를 이끌어 푸른강물에 같이 몸을 던진 '흰머리'는

기어이 '수'와 함께 자신이 살아야 할 땅으로 돌아갔다.

그 어떤 것으로 멸하지 않았음을 개마고원...의 땅에 새기고 무수하게 많은 꽃들이 피어나는 어느 날!

약속대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맞기위해 오늘도 그 산봉우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나는...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대를 잃은 날부터
최인석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명 자신이 선택한 길이었음에도 애초부터 그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이었음을

알게되는 순간이 있다.

누구에게 해꼬지를 한 적도 없고 큰 소리로 자신을 드러낸 적도 없을만큼 순하게 살았건만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에 의해 억압되고 두드려 맞아서 결국 구렁텅이에 쳐박히고 말았던

한 여자의 고통스런 시간들이 그려져있다.

 

가난한 노점상의 딸로 자라나 여고를 졸업하고 어쩌면 괜찮은 직장여성이 될 수도 있었고

어쩌면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할 수도 있었던 여자는 더 이상 길거리에다 좌판을 벌일 수

없었던 아버지의 절망으로 인해 가출을 한다. 얼핏 이 길도 그녀의 선택처럼 보였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괴물들..에 의해 이미 그녀의 삶은 도피의 길로 들어섰음을

알게된다. 아름다운 외모로 모델로 성공할 수도 있었다.

짐승같은 인간들의 탐욕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은 거대한 괴물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변방으로 숨어든 남자도 있다.

차라리 자신이 망가진 삶을 살지언정 괴물에게 먹이를 대주는 순한 백성으로 살기 싫었기 때문이다.

괴물에게 쫓기던 여자와 남자는 기적같은 어느 날 그렇게 만났다.

 

명품을 사기위해 빚을 지고 자신을 어둠의 구렁텅이로 몰고 온 남자들에게 여전히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여자를 보면서 남자는 절망하지만 여자의 눈물을 닦아주며 어둠을 걷어낸다.

 

우리는 술을 사고 집을 사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일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괴물의 먹이를 충실하게 날라주고 있다고는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

그 남자처럼 그 괴물의 존재를 느낀다면 오히려 삶이 불행하다고 느낄지 모른다.

짓밟히면서 살아온 여자처럼 명품 사모으기에 열을 올리며 도피행각을 계속할지도 모른다.

상처투성이의 여자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사랑뿐임을 남자는 보여준다.

창살속에 갇혀 두려움에 떠는 여자의 지나간 시간들은 남자에게 아무 문제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거대한 괴물에게 먹히는 것 처럼 보였던 여자는 가던 길을 멈추고 있는 힘을 다해

그 자의 품으로 뛰어오리라는 것을 안다.  마술에서 깨어난 여자가 앞으로 걸어갈 그 길에는

그 남자가 언제나 함께할 것임을...그래서 더이상 외로운 삶을 살지 않을 것임을 나는 알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의 메멘토모리 - 조선이 버린 자들의 죽음을 기억하라
정구선 지음 / 애플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에 나옴은 선택이 아니었지만 세상을 떠나는 것은 선택이었던 조선사람들의
자살을 다룬 이야기이다.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보면 왕권시대를
흔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거나 위협이 될 수 있는 세력이었을 경우 당연히 왕은
두명이 될 수 없으니 누군가는 없어져야 하는 경우, 조선의 경우는 당파싸움에 의해
억울하게 죽어갔던 인물들이 한둘이 아니다.
왕족이었다면 같은 피를 나눈 부모와 형제에 의해 자진이란 명목으로 세상을 버려야
했으며 양반네들 역시 스스로의 목숨을 끊음으로써 명예를 지키고자 했다.

때로는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정절을 지키기 위해, 침략자들로 부터 모욕당하지 않기위해
목을 메고 강물로 뛰어내렸던 그들의 한스런 이야기가 절절하기만 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삶이 공평한 것 만은 아니어서 남아야 할 사람들은 가고 갈 사람들은
남아 제 값을 못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으니 조선시대에 가장 한심한 왕이었던 인조와
선조는 국토가 치욕을 당하는 그 순간에 잠시 자진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니..그래도
기특하다고 해야할지...그렇게라도 제값 못한 비참함을 포장하려 했던 것인지 궁금하다.

여성의 정절을 '은장도'로 무장시켜 가혹한 삶을 강요한 남자들의 억압이 분노스럽다.
인간답게 살아가야 할 존엄성이란 여자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던 그시절 가슴에 한을 품고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했던 것이 더 나았을까.

폭풍처럼 몰아친 온갖 사화의 칼부림에 죽어갔던 인재들은 또 얼마던가.
단종의 죽음이 자진이었든 독살이었든 결코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린나이에 혈육에 의해 참담하게 죽어갔던 아픔은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희석되지 못하고 있다.

왕의 여자들은 서로가 서로를 물고 뜯는 투기와 음모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았으니
저자의 말대로 당파에 의해 이용당한 결과라 하더라도 과이 아쉬움이 느껴지진 않는다.

가난하고 억압되었던 조선시대나 우주선이 하늘을 날아가는 지금이나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기만 하다.
어느 시대이건 단지 배가고프다는 이유말고도 인간들은 많은 말을 하기 위해 혹은
많은 말을 감추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삶을 놓아 버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왕조의 거대한 권력으로 부터 버림당한 조선사람들의 억압된 죽음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자유시대라는 작금의 현실도 삶이 결코 녹록치 않음은 무슨 이유인지 묻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란
공선옥 지음 / 뿔(웅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어떤 것들은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지고 무뎌지고 편하게도 되더만, 삶은 살아도 살아도

늘 낯선 길에 들어선 것처럼 맘을 내려 놓을 수가 없다.

그 길 끝에 '목포'가 있다면 나도 영란처럼 닻을 내리고 싶다.

지나가는 누구라도 수저 하나만 얹어 따뜻한 밥을 먹이고 지나온 상처는 굳이 묻는 법 없이

아랫목을 내어주는 곳!  짊어진 삶의 무게가 버거운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온기를

나눠주는 곳! 누구든지 어머니가 되고 남편이 되고 자식이 되어주는 그런 곳!

사랑, 혹은 사람이 그리울 때...나도 목포에 가고 싶다.

 



 

그 시간에 산을 오르지만 않았어도 목숨같았던 아들이 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래서 그 어느날 아침 아무 예감도 없던 그날...길을 나섰던 남편도 죽지 않았을 거라고 믿었던,

한여자가 목포에 갔다. 그녀와 피를 나누었던 사람들은 더이상 이세상에 남아있지 않았기때문에,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던 사람들이 더이상 그녀곁에 없었기때문에..그녀는 삶을 놓기로 한다.

 

길의 끝이었던 선착장에서 소녀를 만나 '영란여관'에 들어선 것이 새로운 길의 시작이었음을 정작 그여자는

알지 못했다.

죽고 싶어도 죽어지지 않는 운명은 때로 특별할 것 없어보이는 인연들을 엮어 살고 싶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마치 그녀가 올 것을 알았던 것처럼 목포사람들은 넉넉한 자리하나를 마련해두고 있었다.

사랑하나만을 붙들고 젊음을 놓쳐버린 여인과 사랑을 놓쳐버려 삶이 헐거워진 사람들이 목포에 모여들었다.

삶을 버리기 위해 왔던 여자에게 밥을 먹이고 사랑을 먹이고 따뜻한 온기를 나누어 주었던 사람들에게

여자는 막걸리에 비며 버무린 간재미회 한 접시에 술한잔을 나누어주는 사람이 되었다.

 

'세상을 살다보면 울컥하는 순간들이 있고 바로 그런 순간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끝끝내 미움보다는 사랑을

선택하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236P

 

그래서였을까.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그녀에게 그들이 나누어준 사랑이 바로 그 울컥하는 순간이 되었고

끝끝내 그녀를 살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마음도 울컥...거리고 영란을 사랑할 수 밖에 없었을지도..

 

'사람 마음의 움직임에도 비행기길이나 뱃길처럼 정해진 항로가 있다면 얼마나 간단하겠는가.' -243P

 

그러게...정말 그런 마음의 길이 있다면 번민없이 두려움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도 있으련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여자는 마음이 집히는 그길을 따라 운명처럼 닿은 목포에서 삶을 되찾는다.

허기진 영혼을 채워줄 바다가 있고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있는 그곳!

꼭 목포가 아니고, 부산이거나 인천이거나 강릉이거나 군산이거나...그 어느 곳이라 해도 상관없다..라고 작가는 말했지만,

나는 유달산 산허리께에만 꼭 있을 것 같은 그네들을 만나기 위해 지금 길을 나서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