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더씨의 위대한 결정 - 내 인생과 세상을 구하는 단 하나의 길 폰더씨 시리즈 4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정말 가능하다면 내 생이 다하기 전에 우주여행을 해보는 것이 꿈이다.

김소현처럼 우주선을 타고 우주의 어느곳에서 파랗게 보인다는 지구를 내려다 보는 꿈을

가진 사람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얼마전 비행기를 타고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다 본다면 위대한 생명체라고 자부한

인류의 존재라는 것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지지 않을까.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지구 어디에선가는 전쟁과 기아가 끊이지 않았고

악한자들이 선한자를 멸하고 물질과 풍요가 넘칠수록 양심과 나눔은 사라져가는 메마른 세상이

되어가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가진자들은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가난하고 선한 자들을

밟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자원은 고갈되어 가는데 환경은 회복 불가능의 상태로 치달아 곳곳에

자연재해가 끊이질 않고 있는 지구를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6일동안 세상 모든 것을 만들고 당신과 비슷한 형상으로 인간을 만들었다는 신은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가끔은 비합리적이고 불공평한 이세상 세탁기에 넣고 확 돌려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막상 몇 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는 인간들에게 최후의 통첩을

보내온다면...영화에서나 보았던 지구 최후의 날이 온다면...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로 순식간에 전세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앤디 앤드루스가 속편을 쓰지

않겠다는 결심을 깨고 다시 ’폰더’씨를 세상에 보낸 이유는 그가 이 세상을 대표하는 보통인물로

-결국 나 일수도 있는-인류를 구할 단 하나의 인물인데다가 더 이상 신이 개입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최악의 상황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류의 마지막 ’시간여행자’ 폰더씨는 일곱 군데의 장소에 가서 일곱 군데의 주제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완벽한 삶을 살았지만 어느 순간 무리한 욕심으로 인해 파산을 하고 사랑하는 아내마저

하늘나라로 보낸 후 절망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이제는 아내가 있는 하늘 나라로 가기만을

소망하던 어느 날 예전에 그를 성공의 길로 인도했던 대천사 가브리엘이 그를 다시 찾아온다.

 



 

’노아의 방주’처럼 이제 신은 악으로 가득 찬 인류를 멸하기전 마지막으로 ’폰더’씨를 통해 세상을

구원할 기회를 주려는 것이었다.

"인류는 성공적인 문명으로 가는 길을 회복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또 집단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신이 내어 놓은 이 질문에 정답을 찾지 못하면 인류는 멸망의 길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

그동안 이 세상을 다녀간 수많은 ’시간 여행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정답을 찾아 나가는 것이 이 이야기의

주제이다. 링컨, 잔 다르크, 아이젠하워에 2차대전을 적으로 부터 구한 에릭 에릭슨이라는 놀라운 인물까지..

정말 그 사람들이 인류가 위급한 상황에 처할때 마다 멸망의 시간을 늦추어준 인물들이라니..우선 그 설정이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여전히 몸에 해롭다는 시가를 피워대는 윈스턴 처칠까지도?

 



 

그들이 인류를 구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정답을 찾아가는 시간은 초조하기만 하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하면 이제 인류를 구할 기회는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실패를 딛고 재기를 한 ’폰더’씨가 모든 것을 이루고 이제 아무 할 일이 없을 것만 같았던 삶을 놓아 버리고

싶은 순간에 던져진 엄청난 숙제에 과연 정답인 ’위대한 결정’은 무엇일까.

수많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기억되고 있는 위대한 인물들이 내놓은 답은 무엇일까.

시험을 치루고 합격을 기다리는 수험생처럼 초조하게 결말을 찾아가는 길이 두렵기만 하다.

내가 생각했던 답들이 정답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 필요한 요소일뿐이라는 가브리엘의 대답과 점점 사라져가는

모래시계를 보면서 마치 내가 그 현장에서 인류를 구할 정답을 찾아야 하는 인물이 된 것 같은 생생함 때문에

손에서 땀이 흐르기도 했다. 대천사 가브리엘의 불친절은 정말 예상 밖이었다. 혹시 신의 진심도 이러하지

않을까. 죄많은 나는 이 소설은 단지 앤드 앤드루스의 생각일 뿐이라고 애써 위안할 수 밖에 없었다.

신이 선택한 인간 ’폰더’씨도 찾지 못한 정답을 같이 찾아볼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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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이, 생각고수가 되다
김문태 지음, 원혜진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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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을 타고 내가 가보고 싶은 시대로 가서 위대한 인물이나 사건의 현장을 보는 것이

내 오랜 소망이었다. 사는 동안 가능하지 않다면 꿈에서라도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었는데

공부 꼴찌 달봉이가 그 소망을 이루다니..부럽기만 하다.

 



 

흔한 위인전과는 너무도 다른 위인만나기 책이다. 짧은 단락으로 소개된 인물들의 발자취를

쫓다보면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특징과 남기고간 업적들이 머리에 쏙쏙 들어와 박힌다.

역사속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은 하나 같이 천재적인 머리와 남과 다른 방식의 사고를 했음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남들로 부터 시기와 핍박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출신성분의 한계로 더 큰 세계로 나가고자 했던 최치원은 넓은 세상에서 만난 사상을 조화롭게

화합시켜 종교와 사상을 넘어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기를 갈구했던 문장가였다.

그가 구상했던 '풍류도'는 결국 세상을 평정하지 못했지만 지금도 그의 정신만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공자의 꿈을 꾸고 태어난 김시습의 위대한 천재성도 혼란스런 정치상황에 의해 산속에 묻혀져야

했으며 자신이 살고 싶었던 상상의 세계를 꿈꾸며 쓴 책이 바로 '금오신화'였다고 한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 하며 사랑을 갈망하고 자신의 천재성을 용왕이나 염라대왕과

겨루어보고 싶었던 불운의 소설가! 그가 달봉이에게 전해준 자신만의 목소리로 새롭게 표현하는

방법을 전해주는 장면은 내게도 큰 감동을 주었다.

'곱게 물든 단풍이 아름답다' 보다는 '단풍이 하늘마저 물들인다. 내 눈에도 단풍이 들었다'라는

표현은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뿐만아니라 내게도 큰 도움이 될만한 조언이었다.

 

이렇듯 달봉과 역사속의 인물들이 만나는 이 책은 단순히 위인의 삶이나 업적을 소개하는 것

뿐만아니라 그들이 갖고 있는 남다른 천재성은 어떤 노력으로 이루어 졌는지, 공부 꼴찌

달봉에게 어떻게 공부를 하고 자신을 찾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소중한 팁이 있다는 것이다.

'창조적인 생각법' 그들이 지금의 우리에게 여전히 기억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남들과 다른 공식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길을 알려주는 달봉이의 여행이

난 너무나 부럽다.

 



 

북촌 한옥마을에 살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회중시계가 있었기 때문일까.

그것도 내가 꼭 찝어서 만나고 싶었던 인물들만 알토란 같이 만나고 오다니..달봉아

그 회중시계좀 빌려주면 안되겠니? 나도 이렇게 너를 꼭 안아줄게.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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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3반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전경빈 옮김 / 창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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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불만족'의 작가 오토다케는 삶 그 자체가 기적인 사람이다.

태어날 때 부터 팔 다리가 없는 기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긍정적인 사고로

천형을 극복하고 정상인 못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귀감을 주는 멋진 남자이다. 더구나 얼마전에 둘째 아들까지 낳았다니 육체의 힘을

뛰어넘어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를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런 그가 스포츠라이터로 활동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의 주인공처럼

실제로 초등학교 교사로 교단에 섰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었다.

이 책 출간후 인터뷰에서 밝힌 것 처럼 5-3반 아카오 선생님은 오토다케의 분신이며

아이들 앞에서 무방비로 자신을 내보이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승부했던 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아직은 어린아이일 뿐인 5학년이지만 개성이 다른 아이들이 모인 그

세상에서는 제법 심각한 일들이 아이들을 슬프게 하기도 하고 고통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꿈이기도 했던 초등학교 교사가 되긴 했지만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 같았던 아카이 선생은 아이들의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서 진정한 '선생님'이 되어간다.

순수한 열정이나 충만한 자신감만으로도 해결할 수 없었던 난관들을 노련한 선배 선생님들의

조언과 보조교사로 곁을 지켜주는 시라이시의 도움으로 헤쳐 나가는 모습에서는 역시 사람은

혼자 살 수는 없는 존재라는 것을 또 한번 깨닫게 된다.

 

5-3반 아이들은 자신들과 축구도 하고 수영도 하는 일반적인 선생을 원했을 것이다.

스스로는 우유병의 뚜껑도 따지 못하고 등산도 할 수 없는 선생님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자신이 부족한 것을 도와달라는 솔직한 선생님의 태도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된다.

환경이 다른 가정에서 자라고 장점과 단점이 다른 아이들에게 닥친 문제들을 서로가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가는 장면에서는 가끔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교실이 아닌 벚꽃나무 아래에서 정한 학급목표 '모두모두 웃는 얼굴'은 때로 속상하고 우는

얼굴이 되기도 했지만 몸이 불편한 선생님과 함께 소풍을 가고 싶어했던 3반 아이들이 선생님의

휠체어를 서로가 밀어주고 이끌면서 결국 산의 정상에 올랐듯이 그렇게 모두가 웃는 얼굴의 목표를

이루고야 말았다.



 

조금은 모자라고 조금은 삐죽하고 조금은 자신없는 아이들에게 아카오 선생이 늘 해주었던 그 말!

'괜찮아 3반!' 참으로 힘이되고 가슴이 따뜻해 지는 말이다.

나에게도 이렇게 힘을 주셨던 선생님이 계셨다. 지금은 하늘나라로 떠나셨지만 사는 동안 내내

힘이 되주셨던 그분처럼...5학년 3반 아이들에게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었을 것이다. '괜찮아 애들아, 힘을 내자!.

세계 68억 인구중에 한 교실에 만났던 5-3반의 특별했던 1년을 보면서 존경과 사랑이 식어가고 있는

우리나라 교실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렇게 훌륭한 최고의 선생님이 많아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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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의 세계 3 - 10대가 알아야 할 전자 기계.건설.생명.수송 기술의 모든 것 테크놀로지의 세계 3
미래를 생각하는 기술교사 모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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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주부들의 가사노동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일 14시간 기준으로 433만원이라는 보도를 본적이 있다.

어찌 보면 많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휴일없이 365일 출동대기조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로 보면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살림이라는게 하루종일 일해도 티도 안나고 하루만 안하면 왕창 티나는..

다람쥐 체바튀 도는 것 같은 일상속에서 가끔 가사일을 대신하는 도우미나 로보트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막연한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이 오고야 말았으니 청소나 빨래는 물론 아이를 봐주거나 책을 읽어주고

무거운 가구 옮기기 같은 일을 도와줄 로봇이 조만간 등장할 모양이다.

이제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될 날이 멀지 않았으니 받은 적도 없는 월급을 아쉬워 할 일은 없겠다.

 



 

'일한다', '노예'라는 의미를 갖는 체코어 'robota'에서 유래한 로봇이 세상과 마주하는 시대가 왔다.

아톰이나 태권브이같이 만화영화에서 보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의 고단한 노동을 대신하거나 감성까지

겸비한 인간의 복제품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터미네이터'같은 무법자가 나오는 미래가 걱정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전세계 주부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을 것은 확실할 것 같다.

 

전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폭우와 폭설이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곡물이 자라지 못하는 현실이 다가온 요즘

좁은 공간에서도 풍성한 수확을 얻을 수 있게 고안된 토감이란 식물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땅위에서는 토마토가

자라고 땅속에서는 감자가 자라는 인공적인 잡종식물이다. 아직 그 크기나 질이 원래의 감자나 토마토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조만간 성공할 것으로 본다. 이런 먹거리들이 나온다면 굶어죽는 아이들이 없어질 것같은 희망이

생긴다. 인간의 장기를 대체할 바이오 장기가 현실화 되고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면 불치의 병도 정복될 날이

올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능력은 무궁하기만 하다.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테크놀로지의 세계는 상상을 현실화시켜주는 마법의 기술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혜택을 누리고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숙제를 우리는 깊이 생각해야만 한다.

환경을 살리고 자연과 상생하는 참된 테크놀로지야 말로 건강한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EM발효액을 만들어 보는 것도 그런 미래에 한걸음 다가가는 실험이 될 것이다.

설탕이나 당밀, 천일염과 쌀뜨물을 이용하여 설거지 할 때 세정액이나  공기중에 있는 악취제거제로

사용할 수 있는 발효액을 만들어 사용한다면 하천의 오염을 줄이고 환경을 보전하는 착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속도로 테크놀로지의 세계가 진화한다면 지금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직업들은 또 얼마나 만들어질지 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너무 궁금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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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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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도처에 '강남'과 '강북'이 있었다.

부와 권력과 명예가 득시글 거리는 신시가지가 번창할 수록 강 이편의 구시가지의 어둠은 더욱 짙어만 갔다.

그렇게 인간들이 살아가는 도시는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고 '양지'와 '음지'로 나뉘었다.

이제 인간들은 기능적으로 뚫린 대로를 불철주야로 달려 꿈과 이상을 쫓아 '강남'을 향해 불나방처럼 몰려들고 있다.

 

이제 전세계의 중심으로 급속하게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 바라다 보일 것만 같은 서해의 'ㅁ'시(市)!

대중국 수출을 위한 제조 공장이 들어서고 공항의 활주로가 만들어지는 그 도시에 '탁월한 비즈니스맨'인

시장이 있다. 한 때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한 혁명을 꿈꾸다가 감옥살이를 한 이력은 좌우 이데올로기의

어느 그물망에도 걸려들지 않는 탁월한 정치 감각의 바탕이 되어주었다.

가장 빠른 시간에 ㅁ시를 거대한 도시로 키운 시장의 앞날은 무척이나 탄탄해 보였다.

퇴락한 도시를 재개발하기 보다는 바다를 막고 땅을 만들어 새로운 시가지를 조성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환영받는 시대에 발 맞추어 꿈의 도시를 건설하고 그 도시에 입성하지 못한 미개국민들은

변방인 구도시에 갇힌 채 이제는 쓰레기 매립장과 비환경주의자들의 은신처가 된 그 곳에서 오염과 공해에

찌들어 병든 가슴을 부여안고 숨죽인 채 살아가고 있다.

 



 

'사랑한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던 남자는 '대파'라는 말로 그 말을 대신했고 여자도 '쪽파'라는 말로

화답했던 아름다운 젊은이가 있었다. 비빌 언덕이 아무것도 없었던 남자는 사법고시로 벽을 넘고 싶었지만

결국 젊음을 다 허비하고 나서야 손을 들고 만다. 여고생이었던 소녀는 사랑을 쫓아 그 남자와 결혼했지만

그의 추락으로 함께 ㅁ시의 구시가지로 낙향하고 말았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패배를 인정하고 결코 뛰어넘을 수 없었던 세상에 대한 희망을 접는 것 뿐이었다.

자식에게 만큼은 빛나는 미래를 물려주고 싶었던 여자는 '비즈니스우먼'이 되어 학원비와 과외비를 번다.

 

한 때 정의를 갈망하고 전도 유망했던 경찰이기도 했던 한 남자는 '탁월한 비즈니스맨'인 시장을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어 결국 시장의 강력한 비즈니스의 희생자가 되어 이제는 경매처분만을 기다리는 '횟집'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는 고독한 '비즈니스 맨'이 되어 버렸다.

 

세상 사는 모든 일이 '비즈니스'라 믿었던 여자와 남자는 몸을 파는 여자와 몸을 사는 남자로 처음 만났다.

변방의 도시에서 허우적거리던 두 사람은 곧 동지가 되었고 공범이 되었다.

그 남자의 자폐아 아들을 위해 밥을 짓고 청소를 해주면서 여자는 행복을 느꼈고 언제부터인지 '쪽파'를

외치고 싶어졌다.  이미 무너져버린 남편과 버릇처럼 학원과 과외를 오가는 아들의 존재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었다.

 

사는 일이 자꾸 험악해진 탓일까. 우리 시대를 이끄는 중견작가들이 일제히 성공지상주의의 세태를 향해

붓을 들었다. '강남몽'과 '허수아비 춤'에 이은 '비즈니스'역시 경제가 최우선이었던 시대의 오류들이

인간들은 어떻게 잠식해 나가는지...실랄하다 못해 날선 비수처럼 날카롭기만 하다.

자본시대의 권력과 부와 명예를 향한 '비즈니스'는 얼핏 타당하고 명분이 있는 것 처럼 보인다.

그 서슬에 튕겨져 나가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오히려 그들을 딛고 이용하고 결국 내팽겨치는 작태에 울분이 치올라오고 가장 마지막까지 몰린 현실에

눈가가 뜨거워졌다. 세상은 풍요로워졌다는데...가난과 절망은 오히려 더 치밀하고 교묘하게 인간들의 삶에

바이러스처럼 침투해오는 것 같았다. 결국 여자가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그 남자의 자폐아들을 껴안는 결말에서는

차라리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속된 '비즈니스'가 아닌 잘 생긴 삶을 살것 같아 그녀의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태풍이 몰아치는 어둔 바다로 떠난 남자가 바닷속이 아닌 그 어딘가에서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하고 있을거라

나도 믿고 싶다. 그래야 이 더러운 놈의 세상을 살아갈 마지막 힘이라도 남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어느 도시에 속한 사람인가. 나의 '비즈니스'는 무엇에 도달하기 위한 것일까.

자식의 미래를 위해 몸을 팔아 과외비를 벌어야 했던 여자처럼 나도 '비즈니스 우먼'의 삶처럼 고독해졌다.

 

'내가 맞닥뜨린 오류는 , 그가 세계의 과오를 되돌리려는 야망 때문에 고독할 때, 나의 고독은 겨우 사랑의

갈망을 쫓아온 숲에서 미아처럼 길을 잃고 말았다는데 있었다. 슬픈 아이러니였다. 믿어야 할 나의 조국은

여전히 그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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