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
마이클 샌델 지음, 이경식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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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국가인 대한민국만큼 '민주주의'란 단어에 의미를 두는 국가는 많지 않을 것 같다.

'공산국가'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민주주의가 뭔가라고 묻는다면 얼른 답하기가 어렵다.

 


 

민주주의라 함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거나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 모두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뭔가 상당히 긍정적이면서 인류애가 느껴지는 정의가 아닌가.

지구촌 많은 국가들은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발전해왔다. 말하자면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합리적이면서 인간적인 사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민주주의는 인류를 위해 순항을 해왔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발전해왔을까.

우리의 정의의 사도 마이클 센델은 1996년 이 책의 초판을 썼을 당시 이 점을 훑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중간 결산같은 느낌으로.

그 어떤 사상이나 리더도 100% 완벽했던 적은 없었다. 분명 민주주의에도 이런 헛점이 있지 않았을까.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여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와 공존하면서 발전해온 민주주의의 발자욱을 보면 당시의 시대성이나 리더에 의해 각기 각색의 빛으로 대입되었든 것을 알 수있다. 마치 거친 모래를 채로 걸러내듯 불편한 덩어리를 덜어내 곱게 쌓아온 흔적도 있고 다시 거친 모래를 넣어 탄탄하게 다지는 장면도 등장한다.

인류의 역사가 그랬듯이 민주주의도 시대를 거치면서 진화하거나 퇴화하는 과정을 거친 셈이다.  하지만 그렇데 다져온 이 민주주의는 지금 완벽한가.

 

 

한 세기 이상을 지나면서 민주주의가 기여한 점은 분명 많았지만 그 이면의 그림자도

존재했다는 것을 센델은 찾아냈다. 합리적이고 평등한 이념이라고 부르는 이 사상이

경제적인 면에서는 불평등과 부의 격차를 부추기고 이 상황을 역전시킬 묘수는 없어보인다.

센델이 이 책을 쓴 이유는 멋진 차의 고속운행을 넘어선 폭주를 멈추게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우리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지에 대한 보고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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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어웨이
장세아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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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반전으로 내닫는 결말이 압도적이다. 일단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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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어웨이
장세아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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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던 남자는 여자에게 고통만 주는 사람이 되었다.

동거중이긴 했지만 보육원에서 자란 여자에게는 유일한 사랑이었다.

잘 생기고 섬세했던 남자는 의처증이 심했고 폭력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 날도 남자에게 맞던 여자는 프라이팬으로 남자의 머리를 내리쳤고 남자는

죽었다.

 

 

여자는 도망쳤다. 역에 숨어있다가 제일 먼저 떠나는 첫기차에 올랐고 거기에서

아기를 안고 기차에 오른 여자를 만난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여자는 아기만

남기고 사라진 여자를 대신해서 아기의 조부모집으로 향한다.

아기 엄마가 그랬었다. 사랑했던 남자와 마음이 맞지 않은 부모곁을 떠나 자신과

살았는데 남자가 다른 여자와 떠나버려 어쩔 수 없이 아기를 맡기러 남자의 부모집으로 가는 중이라고. 아기엄마는 쪽지를 남겼다. 대신 아기를 그 부모집에 데려다달라고.

 

 

아기의 조부모집은 성처럼 거대했고 몸이 성치 않은 할아버지는 거부였다.

아기 아빠의 동생이라는 남자는 여자에게 형수라고 부르면서 살갑게 굴었다.

여자는 어차피 갈 곳도 없었다. 요새같은 이 대저택에 숨어있으면 시간을 벌 수

있을터였다. 그래서 여자는 아기엄마가 되기로 하고 부잣집 며느리로 남기로 한다.

 

 

시동생이 된 남자는 친절했다. 다시 사랑의 마음이 솟아오를 정도로.

부잣집 며느리 노릇도 점점 재미가 붙었다. 하지만 자신이 죽인 남자가 발견되면

모든게 끝이다. 여자는 살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죽은 남자가 사라졌다.

집은 깨끗했다. 누가 치웠을까.

 


 

 

아기엄마가 나타났다. 시아버지의 간병인으로. 오래전 그 집에서 간병인으로 일했던

여자는 어떻게 아이를 낳고 자신을 이 집으로 끌어들였을까.

이 집에서는 이해할 수없는 사건 사고가 연이어 벌어졌다고 한다.

자신과 살았던 장남이 집을 떠났고 그의 어머니는 알레르기고 급사하고 일하던

가정부는 도둑질을 하다가 쫓겨나고 이후 자살을 했다.

그 사고는 모두 우연이었을까.

 

여자는 오래전부터 자신들을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다는걸 몰랐다.

그리고 기차에서 만난 여자 역시 우연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이 모든 사고와 사건의 뒤에는 양의 탈을 쓴 악마가 있었다는 사실도.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소설을 중간에 멈출수가 없을만큼 압도적인 흡입력이 있었다.

소시오패스의 악랄함과 사랑에 대한 갈망이 살인에 이르게 되는 스토리에 아마

독자들은 나처럼 멈추지 못하고 빠르게 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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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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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 물론 과거도 원하지 않아도 차곡차곡 쌓이고.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가 축적되는 시간은 빨라지고 미래 역시 그렇다는

것이다. 100년 걸리는 일들이 10년안에 이루어지는 그런 빠름빠름빠름.

 

 

아날로그 시대인 내가 받아들이려면 신발끈 질끈 묶고 따라가도 잡힐까 말까 힘든

시대이지만 아마도 10년 후면, 30년 후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일들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렇게 될 것이고 이미 진행중인 일들도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깝고 사람이 살 수도 있을 행성이 화성이라고 했던가.

이미 인간의 일반적인 우주여행이 시작되었고 머지 않을 미래에 우주호텔을 짓는다고

하니 지구와 우주를 오가는 정기우주선이 생길 날도 반드시 올 것이다.

다만 우주선도 급행과 완행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

지구에서 멀어질 수록 별에 닿는 시간도 오래걸리겠지. 그 완행우주선에서 우연히 만난 두 여자. 과거 학교 동창이었고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던 여자는 종이접기에 달인이

되었다. 그런데 그 종이접기가 예사 종이접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게 지어올린 롯데타워에 불시에 들이닥친 우주선 하나!

화성에 가려다가 지구에 왔다는데 그것도 대한민국 잠실이라니. 좀 더 높은 건물을

들자면 저기 중동 두바이쯤이 더 눈에 띄었을텐데. 암튼 그 우주선을 끌고 온 우주인은

실제 우주인이 아니라 앞서 한 여자가 접었다는 종이처럼 차원을 넘어서 온 복사 우주인이다.

그런데 이 우주인에게 민원을 넣거나 문의할 일이 많은 지구인들이 몰려드는데..

맘먹고 민원을 신청한 대한민국 우주군 은수는 어렵게 만난 우주인에게 민원을 넣는데...

그게 참, 수능일에 우주선을 운항하거나 떠나거나 하는 일이 없게 해달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수능일에 듣기 평가시간엔 모든 비행기가 운행을 중단하니 우주선도 예외는 없다.

 

 

지금도 인간은 소실된 몸의 일부를 로봇처럼 대체한다. 발이나 팔같은 부위에.

하지만 비행사고로 상반실이 소실된 인간에게 로봇 상반신을 붙여 재탄생시킨다?

그 반대라면 모를까. 과연 살아있을 때 그 사람의 기억까지 집어 넣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사랑하는 가족을 잃기보다 그렇게 살려내고 싶은 소망은 기형적인

생명을 탄생시킨다. 어느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법이 제정되겠지.

 

우주선 안 우주인은 다리가 셋, 머리가 하나, 눈이 세 개에 팔이 여섯.

키는 한국 여자 평균 키보다 조금 큰 정도.

음 난 우주에 인간과 비슷하거나 우월하거나 조금 저급할 수도 있는 생명체가

있다고 믿는다. 물론 모습들은 조금씩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니 그 어느 행성에서 온 우주인의 모습은 저자가 생각하는 그런 모습일 수도

있겠다. 내 살아생전 우주인을 만날 가망은 없지만 미래에 살 인간들이 만날

우주인의 모습이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9편의 단편들은 미래 인류가 만날 어떤 모습들이다. 아마 몇 편은 실제 모습일 수도

있겠다. 그 어떤 미래든 지구가 멸망하지 않고 살아남아 이런 현실들이 계속 펼쳐질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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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부 - 소금이 빚어낸 시대의 사랑, 제2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작
박이선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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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사등이라는 곳은 자염을 만드는 염부들의 마을이다.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올려 햇살로 말려 만드는 천일염만 알다가 더 힘든

작업으로 소금을 만드는 염부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류에게 소금은 금보다도 귀하고 쌀보다도 귀한 재료이다.

영어 샐러리(salary)가 솔트(salt)에서 왔다. 과거 군인들의 급료를 소금으로 지급해서

전래가 된 언어라고 한다. 그만큼 환금성이 뛰어난 소금을 만드는 염부는 가장 극한

직업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 염부의 자식으로 태어난 염길은 뛰어난 머리와 능력으로 고창고보를 나와

전주사범으로 진학하여 교사가 된다. 염부의 집에서 선생이 나오다니 경사가 났다.

 

 

당시 조선은 일제의 식민지로 제대로 된 교육이나 능력을 펼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더구나 가난한 염부의 자식이었던 염길은 우수한 성적으로 선생의 추천을 받아

일본사람이 운영하던 고창시내에 있던 국일여관의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된다.

어린 아들 마사토를 돌보며 숙식까지 해결하던 염길은 여관집 큰딸 아케미를

만나게 된다. 방학이라 광주에서 여고를 다니다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열 일곱의 염길과 열 여섯의 아케미의 운명같은 만남과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전쟁 막바지에 이른 일본은 조선을 더 압박하고 징용이나 위안부까지 끌고가는 상황이

되고 아케미의 외삼촌 카이토는 본국에서 유곽집을 전전하던 솜씨로 고창에서 요릿집을

열고 게이샤와 기생을 끌어들여 돈을 번다. 자고로 고창은 신재효의 고향이 아니던가.

그 사이 염길은 사범학교를 나와 남원 운봉국민학교로 아케미는 경성사범을 나와 전주

풍남국민학교에 교사가 된다. 우연히 전주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두 사람.

하지만 둘은 일본제국과 식민지 조선의 국민이라는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럼에도 둘은 여수여행을 하면서 깊은 관계를 갖게된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패색이 짙어진 일본은 결국 항복을 하고 조선에 있던 일본인들은

급하게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아케미 가족들 역시 일본으로 향한다.

아케미는 이미 염길의 아이를 임신하였고 조선에 남아 그의 여자가 되고 싶었지만.

 

 

어쩌면 조선의 광복이 둘의 사랑을 갈라놓고 만 사건이 되고 말았다.

일본이 떠난 조선은 좌우 대립으로 어수선했고 그 와중에 좌익이었던 사범학교

동창으로 인해 염길은 좌익으로 의심받게 되고 결국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대단한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그저 시대를 잘못 만난 선남선녀의 아름다운 사랑이

비극으로 치닫는 장면을 보면서 전쟁과 사상이 과연 무엇인가 생각케된다.

운명은 때로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로 데려가고 둘은 결국 비극적인 이별을 한다.

이후 아케미가 낳은 딸은 어머니의 고향 고창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흔적을 찾는다.

하지만 지척에 둔 인연을 몰라보고 다시 일본으로 향한다.

 

고창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가 그대로 다가온다. 저자의 노력이 아주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마치 고창이 고향인 것처럼 그 시대 고창과 전주의 모습들을 잘 담아냈다.

더구나 내가 살고 있는 여수의 모습까지 제대로 그려낸 것을 보면 인연이 있었던지

자료를 섬세하게 모았던 것 같다.

고창 신재효 문학상 수상작답게 고창과 역사를 잘 담아낸 아름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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