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잘 잤으면 하는 너에게 - 고단한 하루 끝, 숙면 기원 에세이
미내플(유민애) 지음 / 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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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가 겪고 있는 가장 힘든 건강문제가 바로 수면이다.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갱년기즈음이 아니었을까 싶은 무렵부터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날밤을 꼬박 새우고 아침이 오면 머리는 몽롱하고 기력이 없어진다.


거의 10년 이상 이런 증세를 겪다보니 꿀잠잔 기억이 가물하다.

지금은 수면제 도움도 받고 노력을 하는데 정말 깊은 수면이 얼마나 소중한지 과거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나처럼 갱년기이후 생겨나는 불면증이 아닌 젊은이들이 이런 증세를 겪고 있다니 정말 놀랍기만 하다. 머리만 대면 잠이 와야 하지 않은가.


수면은 확실히 신체적인, 호르몬적인 문제도 있지만 젊은이들의 불면에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현재가 너무 비참해져서, 어떤 문제든 과도한 걱정과 불안이 불면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

저자 역시 이런 문제를 겪으며 이웃들과 소통을 시작하고 이제는 많이 극복을 했다고 하니 다행이다.


특히 불면의 고통에 시달리는 성격이 있는 것도 같다. 너무 예민하거나, 주변을 의식하거나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들, 그리고 저자처럼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거나 어떤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 특히 불안과 불면의 증세를 가질 확률이 높다고 보인다.

저자의 '호구'가 되지 않는 법을 보면 덮어놓고 상대를 잘해주는 사람,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도 날밤을 지샐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혹시 이런 상처가 있거나 불안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나의 무기력정도가 어느정도인지 판단해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엊그제 '그 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쓰레기집에 사는 젊은이들에 대한 얘기를 다뤘다. 하나같이 문제가 있는 젊은이들이었는데 사랑이나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무기력에 빠진 사람들이 자신을 돌보거나 주변을 정리하는 것조차 하지 못하고 방치되어있는 현장을 보니 문제의 심각성이 느껴졌다.

잘 잘 수 있다는 것은 마음이 그만큼 편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열심히 일하고 자존감 팍팍 세우고 편하게 잠드는 그런 날들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살아갈 미래의 시간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불면의 밤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저자 자신이 수많은 불안과 불면의 날들을 이기고 극복의 루틴을 보여준 이 책으로 꿀잠자는 날들만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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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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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나를 들뜨게 하고 상상속의 세상으로 이끌었던 동화를 썼던 안데르센. 그가 지독한 가난과 외로움을 겪었고 양성애자로서 힘든 삶을 살았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전쟁직후 많은 나라들이 가난과 고난을 겪었다. 하지만 안데르센은 어머니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짝사랑했던 상대에게도 버림받아졌던 지독한 아픔을 지닌 남자였다.

그럼에도 아름답고 교훈적인 동화를 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 소개된 그의 동화들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잔혹함이 들어있다.



허영심에 잡아먹인 공주'를 보면 사랑하는 공주를 위해 자신에게는 소중한 보물을 건네려고 하지만 도도한 공주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왕자는 더러운 돼지치기로 변장하고 공주에게 다가가 노래가 흘러나오는 종을 예쁜 단지안에 넣었다. 그 방울은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나왔고 공주는 그 종을 갖고 싶어 변장한 왕자가 요구한 키스를 하게 된다.

이 모습을 보게된 왕은 화가 나서 공주를 내쫓았고 왕자역시 공주에게서 떠나고 만다.

이 작품에서도 혼혈아였던 안데르센의 시간이 숨어있다고 한다. 따돌림의 기억.

사람자체만 바라바주는 진정한 눈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 숨어있는 것이다.


어쩌면 안데르센의 가장 유명한 동화인 '인어공주'는 어린마음에도 무척 슬픈 동화로 기억되었다. 물거품으로 끝난 인어공주의 삶. 동성애자인 안데르센이 사랑했던 남자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상실감에 쓴 소설이라고 한다. 아 허망한 사랑이라니.

하지만 인간과 인어와의 사랑이라는게 해피앤딩이 될 수 있을까. 안데르센의 이 설정은 결국 자신의 사랑이 새드앤딩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그러하지 않은가.


안데르센의 또다른 역작인 '미운오리새끼'에서 역시 안데르센의 삶이 들어있다고 생각된다.

못생긴 외모로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안데르센이 이 작품에서처럼 못난 오리가 백조가 되어 날아오르는 환상을 그린 작품이 아닐까. 그 역시 백조처럼 자유롭게 날아오르고 싶어 이 작품을 쓴게 아닌가싶다.

이 책은 단순히 안데르센의 동화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원문을 실어 해석을 달아 영어공부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안데르센의 삶과 대비시켜 동화의 깊이를 더했다.

안데르센의 동화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라기보다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을 위한 철학서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들어 안데르센의 동화를 읽으니 어려서 읽었을 때와 다르게

깊게 다가오는 경험을 했다. 누구든 한 번쯤 안데르센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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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윤여준 지음 / 다그림책(키다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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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까지 사는 세상이 왔다는데 기뻐하기만 하기엔 시간이 두려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조로(早老)한 세상이 오면서 50대 후반이면 명예퇴직을 강요당하고 버틴다해도 60세 초반이면 사회생활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정말 열심히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열심히 살았을 아빠가 어느 날 퇴직을 합니다.

아마도 몇 년 더 일하고 싶었을겁니다. 규정이 그러니까, 그리고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의 압박도 부담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빠는 멋지게 양복을 입고 가방을 들고 아침에 출근하는 모습이 멋있었고 언제까지 그럴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퇴근하는 날, 하필이면 비까지 추적거리는 날, 고작 한 상자로 몇 십년의 흔적을 들고오는 아빠의 모습이 쓸쓸해보입니다. 우산을 씌워주려는 딸에게 우산도 적은데 뭘, 아빠는 괜찮다...

하십니다. 아빠는 늘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 뭐든 자식들이 먼저였고 나는 괜찮다고. 그래서 우리들은 아빠는 다 괜찮은줄 알았습니다.


백수가 된 아빠는 처음에는 편하게 잘 지내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를 대신해서 장도 보고 집안 살림도 하고 TV도 보면서 오랫만에 휴식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아빠의 날들이 지루해지고 남은 가족들은 조금 부담스럽다고 느껴집니다.


안기르던 꽃화분을 기르고 재취업도 알아보고 간간히 등산도 가고 친구들도 만나는 것 같지만 왠지 기가 꺽여보이는 모습은 저만 느끼는 것일까요.

아직 아빠는 너무 젊은데...그동안 쌓아놓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있기만 한다면 아빠는 시든 이파리가 싱싱해지듯 그렇게 살아날 것만 같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인 아빠는 가난을 이기고 오로지 가족을 위해 헌신해오신 분입니다.

아직 부양해야할 부모님도 살아계시고 결혼하지 못하고 독립하지 못하 자식들 건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사회에서는 그만 일하라고 등을 돌립니다.

집에서 살림만 하기에는 남은 시간들이 너무 길어졌는데 그런 아빠의 등을 바라보면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았고 늘 괜찮을 것 같아서 가끔은 잊혀졌던 아빠의 안부를 물어봐준다면 조금쯤 힘이 나지 않을까요? 잘 먹지 않았던 아침밥도 맛있게 먹어주고요.

주말이면 불러내서 같이 영화도 보고 산책도 하면 즐거워하시지 않겠어요?

너무 일찍 젊음을 내려놓으라는 사회에서 떠밀린 아버지에게 보내는 따뜻한 화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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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슛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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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년놈들은 몽땅 교도소에 잘 가두어두었을까. 아마 죄지은 놈들중에 반도 못되는 것들만 거기에 있을 것 같다. 죄를 짓기를 했는데, 잘 숨기고 잘 숨어서 보통 사람들처럼 섞여 잘 살아가는 인간들이 더 많을 것 같다.


죄를 짓고 싶어서 지은 놈도 있지만 서른 아훕 연기지망생 혜수의 경우는 정말 억울한 케이스이다.

수십 차례 연극무대에 섰지만 제대로 된 보수를 받은 적도 없었고 극단을 나온뒤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바로 떼인돈 받으러 다니는 일이었는데 하필 마약운반책으로 벌어들인 돈이었다.

물건만 배송하면 되는 줄 알았던 일들의 뒤에 더러운 범죄가 숨어있다는걸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재판장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교도소까지 가게된 혜수.


교도소에서 만난 왕언니란 여자가 흘린 말 한마디에 혜수는 치매 노인의 수천억 유산 빼돌리기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과거 유명 인사와 화류계 여자 사이에서 낳았다는 홍희란.

미모가 뛰어나고 머리도 좋았지만 출신배경이 문제가 있어 제대로 된 결혼을 하지 못하고 요정 마담으로 사업을 키웠던 그녀가 인천의 향토기업인 신겁그룹 회장의 첩이 된다.

아이를 낳고 잠적했다가 회장이 죽게되자 아이을 내세워 유산을 받겠다고 나타났다.


혜수와 함께 교도소에 있던 왕언니는 신건그룹의 외손녀를 살해한 혐의로 수감되었는데 어쩐 일인지 고작 2년만에 출소가 확정되었고 모종의 계획을 혜수에게 말한 뒤 나가자마자 살해되었다. 이제 왕언니가 하려던 일을 혜수가 할 차례였다. 혜수는 출소하자마자 어려서부터 어울려 자란 처지가 비슷한 옥녀와 의기투합하기로 한다.

가장 먼저 신건그룹의 숨겨진 첩, 홍희란이 사는 아파트를 찾아냈고 요양보호사로 위장하여 방문하게 된다.


홍희란은 이제 늙었고 치매가 왔고 눈도 보이지 않는단다. 그 집에 요양보호사로 위장해

들어가 그녀가 받을 유산을 빼내면 될 일이다. 하지만 웬지 홍희란의 상황이 수상하다.

연기를 하는 것도 같고 눈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더구나 숨겨둔 아이폰에서는 놀랄만한 화면이 숨겨져 있는데..

결국 혜수는 해고를 당한다. 이제 혜수는 홍희란의 유산을 빼내오기는 커녕 자신의 목숨마저 위험해진 것을 감지한다.


유산 가로채기는 그만두고 경찰에 신고해야만 하는걸까.

이 사건에서 벌써 죽은 사람이 7명이다. 혜수까지 죽이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혜수는 옥녀에게 경찰에 신고하고 하지만 옥녀는 반대한다.

혜수가 세든 건물주의 딸인 세영 역시 막판에 도우미로 뛰어들었지만 업적을 내지 못한다.

다만 노파가 남긴 현금과 금덩어리를 챙겼다.

노파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이 소설의 반전은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던 결말이다.

결국 치매노인 유산 뺏어먹기 프로젝트의 진정한 승리자는 누구일까.

이 프로젝트는 혜수가 기획한 것이 맞는 것일까.

마지막장을 덮을 때 쯤이면 저자가 독자들을 어떻게 감쪽같이 속였는지 알게 되고 조금쯤은 허망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바로 이런 반전이 이런 소설의 즐거움이 아닐까.

결국 이 미스터리한 소설에서도 나는 또 한번 멋지게 속아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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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너머에도 천 개의 태양이 빛나고 있지
유인경 지음 / 테라코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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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떠올리면 늘 경쾌한 모습과 달변가다운 입담으로 즐거운 사람이라는 이미지다.

기자라기 보다는 유쾌한 방송인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래서 말보다 글이 더 진솔해지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요즘 잘 안보인다 했더니 어느새 기자직에서는 퇴직을 하고 강의를 다니거나 글을 쓰고 즐거운 모임같은걸 많이 갖는 모양이다. 손주까지 본 행복한 할머니도 되었단다.

부럽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느라 외동딸 돌보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지만 잘 자라서 손주까지 안겨준 효녀가 아닌가. 그러니 자식농사 또한 잘 지은 셈이다.


100세 시대라고 하더니 정말 이 책에 등장한 수많은 지인들의 경우를 보니 실감이 난다.

김형석 명예교수부터, 신구, 노라노, 윤여정, 김영옥씨등 정말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잘 살아가는 실버들이 넘치고 넘쳤다. 그렇게 보면 이제 예순 중반인 저자는 이제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한 정도의 삶을 살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어디엔가 소속되는 일들은 대개 다 버거운 세대.

오랜 노하우를 지닌 사진기자출신의 지인정도만 빼고는 정말 제대로 된 직업을 갖기가 쉽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는 것과, 그런 실버들이 지금도 많고 앞으로는 더 많아질 것이란 것이 문제이다.


'나이들어 선택은 더 나은 것이 아니라 내게 불필요한 것을 골라 버리는 일이다'.

아 정말 참 마음에 드는 말이다. 사실 쌓아놓기보다 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알지 않은가. 나이드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도 있다.

살아보니, 나도 예순 중반즈음에 이르고 보니 '어른답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된다. 특히 저자나 나처럼 베이비붐세대들은 위로 아직 부양해야할 부모가 대개 있고

여전히 캥거루 주머니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식들 틈에 낀 경우가 많다.


나이는 들었고 경제적 능력은 떨어졌는데 아직 해야할, 부담져야 할 사람들은 여전하고 그걸 떠나서라도 아직 나의 가치가 빛나보일 '일'같은 것들을 찾기가 너무 힘든게 좌절감을 몰고 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 할 일, 찾아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마음이 놓였다.

아마 많은 실버들이 나처럼 느꼈을 것이다.

더구나 유쾌한 여기자 유인경의 지식수준과 독서량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의 삶은, 우리의 삶은. 주변 친구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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