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인사 - 제1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76
어윤정 지음, 남서연 그림 / 샘터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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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명은 무한하지 않기에 욕망의 삶속에 겸손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은 소년 누리!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 인사도 할 겨를이 없이 하늘나라에 있는 자신을 보며 슬픔에

빠진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의식을 거치지 못한 영혼들이 백일에 이르면 하루동안

환생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다. 누리는 거미로 환생하겠다고 말한다. 사람으로 환생 하는 것은 불가능해서 눈이 여덟개인 거미가 되어 오랫동안 가족들을 눈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루동안 가족이 살고 있는 집으로 향하는 누리. 오래전 유기견이었던 코리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는데 그 코리가 누리를 보고 반갑게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혹시 자신을 헤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알고보니 코리는 누리의 할머니였다. 할머니도 환생서비스로 가족을 다시 찾아왔지만 다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그냥 코리로 남은 것이었다.  누리는 사랑하는 가족과 공원으로 나가 행복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닥스훈트 군밤이는 기르던 주인이 먼길을 떠나자 할머니댁에 맡겨져 키워진 강아지다.

병을 앓던 군밤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자 저승가이드인 알마는 군밤이의 행복한 시간들을 보여준다. 군밤이는 다시 돌아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다고 간청한다.

알마의 배려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군밤이.

 

 

생명이 소멸되면 그 영혼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영혼은 존재하고 영혼이 닿는 세계는 정말 존재할까. 나는 존재한다고 믿는다.

어떤 죽음은 미처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급박하게 다가오고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떠나온 것을 얼마나 슬퍼할 것인지 짐작하게 된다.

그런 가여운 영혼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보내는 아름다운 동화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심장의 무게가 깃털보다 무거운면 지옥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그 의미는 아마도 사는 동안 욕망과 죄로 무거워진 인간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

누리처럼, 군밤이처럼 아름답게 살다간 영혼들에게, 그리고 남은 가족들에게 위안을 보내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해마다 그렇지만 그렇게 아름답게 살다간 정채봉 작가님의 마음을 헤아린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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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력의 비밀 - 유연한 인생을 위한 36가지 대화의 기술
황시투안 지음, 정영재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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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기능이고 소통의 뿌리이다. 하루에도 엄청난 말들이

쏟아져나오고 어떤 경우에는 소음이 되기도 하고 칼처럼 상대를 베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말을 내뱉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말 잘하는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 나는 말을 잘하는 사람인걸까.

어려서부터 길들여진 내 말투는 제대로 습득이 된 것인지, 혹시 내 말이 상대에게 칼처럼 날카로운 비수는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직설적인 사람이라 말을 돌려 말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난감하거나 화가 끓어오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치지 못하는 내 말이 부끄럽다.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와'처럼 마치 명령하듯 하는 내 말투에 남편은 분명 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당신이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오면 좋은 시간 함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말한다면 약속이 있던 남편이라도 약속을 취소하고 바로 집으로 오지 않을까.

이처럼 말 한마디가 천냥빚을 갚는다 같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진즉 알 수 있었다면 나는 상대를 아프게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내가 얻고자 하는 것들을 얻을 수 있고 좋은 사람으로 살 수도 있었을텐데.

나 역시 상대의 말로 얼마나 상처 받았는지 경험해 봤음에도 인간은 역시 이기적인 동물인 모양이다.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강력한 무기는 바로 '말'이 아닐까 싶다.

어떤 기술로 말을 하느냐에 따라 불필요한 힘을 쓰지 않고 상대를 제압할 수도 있고

얻고자 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나는 언쟁이 많았던 것 같다. 내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심하다싶을만큼

상대에게 폭언을 하거나 칼처럼 휘둘렀던 것 같다.

아 참 하수였구나. 그저 난 옳다고 생각한 것을 증명하고 싶었을 뿐인데 가장 하수로

그걸 얻으려고 했었다. 진작 이 책이 나오고 내가 잘 읽었더라면 내 삶은 훨씬 현명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밀려들었다.

내 후회를 내 아이들은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꼭 읽혀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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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
마민지 지음 / 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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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사에서 부동산을 빼놓고는 경제발전의 흐름을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땅덩어리가 작아서였을까. 아마 전세계적으로 아파트가 가장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일

것이다. 땅은 작고 사람은 많으니 위로 위로 올릴 수밖에 없었을테니.

 

 

나역시 서울 가장 중심에 있는 동네에 아파트에 살고 있다. 저자가 언젠가 필요한 서류때문에 떼어봤다는 초본속에 부모님의 이사 이력이 빼곡했다고 하듯 나역시 그에 못지 않게 어린시절 수없는 이사가 이어졌었다. 태어난 동네 근처에서 가장 많은 이사가 있었고 그러고보니 지금 사는 집도 태어난 동네에서 그닥 멀지 않은 곳이다. 사람에게는 오래 살아온 동네의 편함을 기억하는 것 같다. 이사 횟수가 지겨워서인지 나는 중년에 들어서 붙박이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사람이 살다보면 산을 넘어가는 것같은 사이클과 마주하게 된다. 평지를 걷다가 산등성이에 오르기도 하고 정상이다 싶었지만 까마득한 아래고 추락하기도 하는.

저자의 부모님 역시 그런 길들을 걸었던 것 같다. 울산의 공업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아버지가 동산업을 하던 이모부의 권유로 전혀 새로운 길로 들어서 이후 엄청난 돈을 벌게 된 사연은 영화를 한 편 보는 것 같았다.

 


 

나도 기억이 난다. 내가 태어난 동네는 지금도 서울에서 여전히 개발이 안되고 있는 노른자위 땅이라 그전 모습이 있는 편인데 허허벌판이었던 서울에 아파트가 지어지기전 한창 지어졌던 집들은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이었다. 화곡동 큰집에 가면 똑같은 연립주택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어 집찾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바로 그런 주택들이 '집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지은 주택이었다.

건설기술도 좋지 않았던 시절에 지어지기도 했고 후딱 지어 매매를 하고 다른 곳에 또 집을 지어야 했던 집장사들의 집들은 대체로 허술했던 것 같다.

 

 

지금도 부자동네로 인식되는 올림픽아파트선수촌 40평대 이상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할만큼 돈을 벌었던 아버지가 부동산 개발이 어려운 지역에 땅을 무리하게 구입하면서 추락이 시작 되었던 것 같다. 하필 경제상황동 좋지 않았고 이율도 높아 이자감당이 안되는 상황에서 결국 올림픽선수촌아파트를 급하게 팔면서도 언젠가 다시 아파트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는 말이 가슴아팠다. 거금을 주고 샀던 화려한 가구를 좁은 집으로 이사를 연이어 하면서도 처분하지 못했던 것은 바로 그 '희망'때문이었을 것이다.

 

이후 저자는 학자금대출에 알바몬이라는 별명이 붙을만큼 힘든 학창생활을 하고 지금 청년 임대주택에 이르는 동안의 고단함을 담담히 그려냈다. 글로만이 아니고 부모님의 부동산 역사를 영화를 찍은 것이다.

추락이후 엄마의 수입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이제 더 이상 가장으로서의 위엄은 떨어져 버린 아버지와 불화하면서 마음의 상처가 왜 없었을까.

그럼에도 영화를 찍으면서 부모님이 걸어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가족간에 다시 사랑의 끈이 이어졌다는 것은 참 다행스럽다.

 

내 딸도 저자와 비슷한 나이대이고 직장을 다니지만 역시 가난한 부모때문에 힘든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나마 내가 어렵게 마련한 집에서 여전히 캉가루새끼처럼 도무지 떠날 기미가 없긴 하지만 적어도 임대기간이 끝나면 다시 집을 알아봐야 하는 고생은 면하게 해준것 같아 다행이다.

 

'시작은 창대했고 마무리는 미약했던'부모님의 삶의 여정을 어렵게 그려낸 딸의 정성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독립영화뿐만이 아니라 더 좋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큰 감독이 되기를 응원해본다. 그리고 이제 하늘나라로 가신 저자의 엄마도 편한 보금자리에서 지냈으면 싶었다. 한국 부동산의 역사를 잘 그려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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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더 행복해지는 미니멀 라이프
최의정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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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너저분한 거실과 주방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아침부터 뒷베란다를 정리해서

일단 오가는 길을 만들었다. 그동안 뭘 자꾸 쌓아둬서 짐을 넘어다니는 불편함을

고수했던 나로서는 버릴 것을 추리고 길을 낸 것 만으로도 개운한 마음이 든다.

 

 

어려서부터 가난했던 탓인지 쌀이며 부식같은 것들이 창고에 가득해야 마음이 넉넉했었다.

특히 10여년 전 섬을 오가면서 살다보니 그 증상이 더해서 따로 창고를 마련하고 선반을 달아서 온갖것들을 쟁여두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섬이란 고립된 공간에서는 일단 먹을거리며 필요물품들을 언제든 공급이 안될 수 있다는 것이 잠재의식속에 깃들어서 그런 것 같다.

 


 

살다보니 덜어내는 일이 쌓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끔 TV에 집안을 쓰레기장을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규모만 다를 뿐 나역시 뭘 잘 버리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인 것이다. 심플한 것이 더 행복해지는 것이란 말이 좋기는 하지만 실천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법정스님도 그렇고 박경리 작가도 그렇고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말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지금도 창고에 허전한 부분이 있으면 주문버튼부터 누르니 고치긴 틀린 일이다.

 


 

물건만 사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생각하지 말라는데 이런 얘기를 듣다보면 주문버튼을 누르는 순간 만족감이 밀려오는 것이 아니라 죄책감이 밀려온다. 아 나는 맥시멈 라이프로 행복했던 것인지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움츠러 들었다.

어제, 오늘 여름옷을 정리하면서 아직도 뜯지 않은 옷들이 수북한 것을 보고 한숨이 절로난다.

난 왜 입지도 않을 옷들을 샀을까. 아님 아끼느라 포장을 뜯지 않았던 것일까.

 

 

이번에야 말로 기필코 정리를 해보리라 마음먹었다가도 이게 또 언제 쓰일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시 집어넣기를 반복하게 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같지 않을까.

그렇다면 미니멀 라이프를 즐기긴 애초에 글렀다. 그냥 너저분하게 살아갈 수 밖에.

 

저자를 우리집에 초대해서 정리를 부탁한다면 한 트럭분의 물품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던 화분까지 없앤 분이라면 그러고도 남겠다.

계절이 바뀌는 순간에 만난 이 책 덕분에 그나마 조금 덜어낸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쌓인 책들도 선물로 주거나 버리거나 해야하는데 그것도 걱정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쌓인 짐과 걱정부터 덜어내고 싶다. 우선 그것부터 해볼 요량이다.

나는 많이 덜어내지 못했지만 저자의 덜어내기 비법들을 보면서 잠시 해방감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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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골드러시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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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평양이 등장하는 소설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가본적은 없지만 분명 내 뿌리가 시작된 곳! 물론 더 윗대에 조상들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 아버지의 고향은 평양이기 때문이다.

 

 

평안남도가 고향인 김사끝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내내 고향이야기를 했다.

평안도 만석꾼 집안의 막내딸이었던 할머니는 마름의 아들이었던 리삼태가 김일성의

항일 독립군에 들어가 완장을 차고 지주였던 할아버지를 나무에 매달이 죽이고 두 오빠까지 죽임을 당했다. 세째 오빠인 삼억은 원수를 갚겠다고 집을 나갔고 그렇게 헤어져 지금에 이르렀다.

 


 

이남으로 넘어와 가난한 남자를 만나 육남매를 낳았고 손주인 인찬에게 할머니는

아버지가 평양 고향 마당에 금괴를 묻는 현장을 봤다면 꼭 돌아가서 금괴를 찾으라고

말한다. 평안남도 평양부 신양리 4통 7반!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평양행은 여동생인 인주의 합류로 급하게 이루어졌고 단동까지

가서 브로커 원씨를 만나 평양행 기차에 오른다.

 


 

위조된 신분증부터 여행허가증까지 받아들고 나선 평양행, 중간 중간 위기가 닥쳐왔다.

브로커 원씨가 섭외한 꽃제비 소년 애꾸의 도움으로 할머니의 고향집에 이르는데...

그동안 방치되었던 공터였던 집터가 막 개발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평양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3일 과연 인찬과 인주 남매는 금괴를 찾을 수 있을까.

 


 

청봉악단의 꽃이었던 손향은 남한에 공연까지 다녀온 잘나가는 예술단원이다.

하지만 영웅대접을 받았던 할아버지의 과거가 오해에 휘말리면서 집안은 풍비박산이

된다. 이제 집에서도 쫓겨나 교화서로 향하던 중 엄마의 결단으로 손향이만 탈출을 한다.

그렇게 시작된 도망자신세. 꽃제비처럼 걸인 행색으로 삶을 이어가던 중 남한으로 탈출을 결심한다. 과연 손향은 자신을 배신한 북한을 탈출하여 자신이 보았던 화려한 남한의 자유를 맛볼 수 있을까.

 

 

다소 허무맹랑한 소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토 웸비어사건이나 최근 북한으로 넘어간 미군 이야기까지 들어가 실감나는 스토리가 되었다.

어쩌면 정말 북한을 몰래 가본 남한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양에 있는 금괴를 찾아오겠다는 스토리도 획기적이고 중국과 북한 경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도 실감나게 잘 그렸다. 가장 놀랐던 건 마치 평양에 살아본 사람처럼 평양거리며 사람들의 표정까지 이렇게 생생하게 그려냈는지였다.

내 아버지의 고향주소를 검색하면 지금은 평양시 중구역 경상동의 옛이름이라고 나온다.

옥류관이 가까운 곳이란다. 평양냉면을 좋아했던 아버지가 살았던 고향은 지금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면서 본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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