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집사 상담소 - 프로 집사 노블캣의 유쾌한 조언
강나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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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 누나와는 10년이나 터울이 지는 늦둥이 아들녀석이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하얀 고양이 새끼

한 마리를 몰래 제방에 들였던 적이 있었다. 이웃의 어떤 분이 분양을 해 준 모양인데 뻔히

반대할 것을 알고는 저 혼자 덜컥 일을 저지르고 감당할 일이 걱정스러워 이틀 째 숨겨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었던가 보다. 살아 있는 것에 대해 겁이 많았던 나는 기겁을 하고 다시 되돌려

보냈지만 하얀 새끼 고양이를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며 집을 나서는 녀석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어려서 개에 물린 기억이 무섭게 남아서 였는지 흔히 말하는 반려동물들에

대해 거부감이 심했던 나는 외동이처럼 크는 아들녀석의 강아지타령에도 들은 척을 한했는데

그 때 잠깐 마음이 흔들리긴 했었다. 만약 내가 이 책을 그 때 읽었더라면 용기를 내어 키워볼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읽는 내내 떨칠 수 가 없었다.

 



 

하얀 고양이를 품에 안고 눈물대신 환한 웃음을 웃었을 아들녀석을 생각하니 지금도

가슴이 아파온다. 고양이는 강아지와는 다르게 더 깔끔하고 키우기도 쉽다는데

집사님의 도움이 있었더라면 지금쯤 우리집에 예쁜 하얀 고양이가 막내역할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정성과 사랑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영물이라고 불리는 고양이답게 얼마나 예민한지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감기에 설사에 피부병까지 걸린다니 만만히 볼 일은 아닌 것이다.

 



 

고양이 집사인 강나래씨는 분명 사랑이 넘치는 사람일 것이다. 유기된 고양이들을 돌보고 가족을 찾아주는

일은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생명을 구하고 마음을 다독여주는 그녀가 무척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보다 고양이를 기르는 가정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강아지야 흔하게 기르기도 하지만

고양이는 많이 보지 못했는데 반려동물로 사랑을 많이 받는다니 쓰레기 봉투를 찢어 흐뜨러 놓아 미움받는

도둑고양이들도 한 때는 사랑 받는 고양이가 아니었을까 싶어 미움을 거두기로 했다.

저렇게 꼬리만 내어 놓고 숨어 있는 고양이의 사진을 보니 정말 한 마리 입양하고 싶어진다.

아들 녀석과 의논해서 노블캣 홈페이지를 한번 두드려볼까? 자꾸 맘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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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웃기기 - 3분마다 한 번씩
조관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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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소일소(一笑一少) 일노일노(一怒一老)라는 말이 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도 있고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황수관 박사는 웃어야 엔돌핀이 팍팍 솟아난다고 많이 웃으라고 말했다. 암도 이기고 노화도

이기는 온갖 좋은 물질들이 팍팍 솟아나오게 하는 '웃음'에 대한 연구서가 나왔다.

 

아무리 잘 생기고 멋진 사람이라도 유머가 없으면 인기가 없단다. 무뚝뚝한 다비드상 같은 남자보다는

키가 작고 못생긴 사람이라도 늘 즐거운 기운을 주는사람에게 마음이 더 가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요즘 세상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도무지 웃을 일이 없다.

대지진으로 수만명이 숨지는 이웃나라의 형편도 그렇거니와 원전사고에 따른 방사능 유출로 전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는 현실을 보면 오히려 맘놓고 웃는 것이 미안할 지경이다.

 

전쟁과 기아는 인류의 등장이래로 그친 적이 없고 물가는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아 한숨이 절로 나오는 가 하면

어렵게 들어간 대학을 졸업해도 들어갈 직장이 없어 늘어만 가는 백수청년들..도대체 어디가야 맘놓고 웃어볼 수 있을까.

웃을 일이 많은 시대라면 굳이 이런 책이 필요없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해서라도 기필코 웃어야만

이 힘든 시간들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울기보다 웃기가 더 힘든 법!

 

하지만 웃기보다 더 힘든 건 남을 웃기는 것! 타고난 재간꾼이라면 모를까 자연스럽게 상대를 웃길 수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열심히 노력은 하는데 그야말로 어설프거나 썰렁한 유머가 되는 경우도 흔히 있다.

그나마 외향적인 성격이라면 씩씩하게 다시 도전이라도 해볼텐데 소심한 사람들이라면 얼른 꼬리를 내리고

다시는 시도해볼 생각조차 못할 것이다.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한 교본이랄까.

 

자 당신은 꾸벅꾸벅 졸게 만드는 목사나 하염없이 지루한 연설을 하는 교장선생님보다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만드는 개그맨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가. 걱정하지 말고 스텝 바이 스텝..저자의 발자욱을 따라가보자.

자신이 활용할 유머들이 한 번에 몽땅 손에 쥐어주기를 바란다면 꿈 깨시라. 그런 것 절대 없다. 왜 없을까.

유머는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분위기에서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에게 딱 맞는유머는 다름아닌 나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따라서 이 책은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유머감각을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의 스피치 유머를 많이 보고 듣는 것이다. 그런 과정과 노력없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스피치유머를 정복할 수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TV도 보고 책, 신문, 영화등도 많이 봐야한다. 목적의식을 두고 보고 듣다보면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나이에 내가 하리~', '그건 나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당연하지' 와 같은 유행어도 외우고 필요하다면 마술이나

춤을 익혀도 좋다. 과도한 동작이나 억지스런 말로 촐삭거리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점잖은 척 하면서 촌철살인과

같은 유머를 구사한다면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더 많이 웃을 것이다. 흉내도 내보고 유명한 명사들의 유머도

부지런히 외워본다. 분명 적절한 상황에서 써먹을 날이 올 것이다. 주저리 주저리 말을 늘이지 말고 요점만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미리 웃기로 작정하고 나온 사람들이라면 너무 늘어지는 화법은 김만 빠질 뿐이다.

이렇듯 설사 타고난 재능이 없다해도 열심히 포인트를 잡아 노력한다면 분명 인기를 몰고 다니는 명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웃기기에 달인 '뽀빠이 이상용'도 자신의 수첩에 수 천가지의 유머를 메모해 놓았다고 한다. 이렇게 할 자신이 없다면

노래처럼 자신의 18번을 만드는 것이다. 적어도 유머 18개를 무조건 외워서 활용해 보는 것도 초보자에게는 좋은 방법인 듯하다.

SBS 인기 아나운서였던 정지영씨의 일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채 면접 시험장에서 정지영씨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자신들을 웃겨보라'는 미션을 받았다. 당황스런 순간,

정지영씨는 순발력을 발휘하여 이렇게 되물었다.

"정치인과 정자의 공통점을 아세요?" 뜬금없는 반문에 심사위원들이 의아해 할 때 정지영씨는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이 될 확률이 1만분의 1이랍니다."

 

그녀의 이런 유머가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친 힘이 되었을 것이다. 수 십번의 면접에도 빛을 발하지 못했던 젊은이들에게도

이런 유머를 구사할 수 있는 순발력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많은 훈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웃고 싶지만 웃을 일이 없는 세상. 남이 웃겨주기를 바라지만 말고 내가 남을 먼저 웃겨주면 어떨까.

이 책으로 열심히 연습을 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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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의 분석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22
칼 구스타프 융 외 지음, 권오석 옮김 / 홍신문화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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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사물을 보고 듣고 인식하고 느끼고 생각한다. '의식'이란 정의를 굳이 말한다면 바로 이런 부분일 것이다.

정확하게 자기 자신이 느끼는 모든 것들. 의심많은 인간들은 '의식'을 통해 믿고 판단하고 대처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의식 되지 않는 어떤 유의 사상도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그 것들은 의식의 영역아래 머무른다고

하겠다.  우리가 이 '무의식'을 인지 하는 것은 직관에 의한 경우나 깊은 사색의 과정에서 '그 것'이 있었음을 알아차리게

되는 경우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무의식'의 세계에 대해 인정하지 않거나 존재 자체를 믿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분명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의식'에 의한 것보다 '무의식'에 의해 더 많이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인간의 진화과정을 통해 유전적으로 전이되었던 수많은 기억들과 습성들, 그리고 살면서 자신을 지나쳤던 사람들과 사건에

의해 우리는 '무의식'의 창고속에 차곡차곡 무엇인가를 쌓아 놓고 있었다. 의식할 수 있는 것들은 미리 준비를 하거나

예측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속에 내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살고 있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이겠는가.

그 무엇인가가 때로는 내 몸과 정신을 나도 모르게 지배하고 있었다거나 나의 성공과 실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였다면

과연 그 존재가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꿈의 일반적인 기능은 미묘한 방법으로 마음 전체의 평형성을 이루게 하는 재료를 산출함으로써 심리적인 평형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꿈은 때때로 어떤 사태가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 그 장면을 보여주거나 닥쳐올 위험에 대해 경고를 보내주기도 한다.

하지만 전혀 엉뚱한 사건이나 인물들이 등장하거나 도무지 무슨 뜻인지도 모를 꿈을 꾸기도 한다. 하지만 흔히 '개꿈'이라고

해석되는 이런 꿈들조차 자신의 내면의 '무의식'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내 자신의 내면세계에 존재하는

'무의식'에 대한 자각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꿈을 해석함에 있어서 일반적인 규칙을 설정할 수

없다는 점이 명백해진다.

꿈은 프로이트가 말하듯이 '인정할 수 없는 소망'으로부터 수면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 아니고 프로이트가 꿈의 '변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은 모든 충동이 무의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취하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꿈이란 의식에 가깝기 보다는 무의식에 가까운 영역이다.

 

'정신적인 안정을 위해, 그리고 신체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무의식과 의식은 하나로 결합되어야 하고 따라서 서로 평행적으로

작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그것들이 서로 떨어지거나 분리되기에 이르면 심리적인 장애가 따르게 된다. 이런 점에서 꿈의

상징은 인간 마음의 본능적인 부분으로부터 합리적인 부분으로 보내지는 중요한 메시지의 전달자이다. -78p

 

희로애락과 오욕칠정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들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엄청난 문명과 문화를 꽃피우고

번영을 거듭해오는 과정에서 오히려 '의식'의 세계보다는 '무의식'의 세계가 더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믿게된다.

뭔가 더 많은 발전을 향해 인간들에게 유전되어왔던 '무의식'의 자산들이 아무래도 긍정쪽에 가까운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인류는 멸망했을 것이므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힘을

더 많이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무심코 했던 한마디의 말이나 사소한 행동조차 '무의식'의 표현일 수 있으니 눈여겨 볼 일이다.

그동안 본능에만 충실했던 사람들이라면 합리적인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무의식'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C. G. 융의 무의식의 해석은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들어가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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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다 죽으리
이수광 지음 / 창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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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생 사랑하다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안겨 죽을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지만 막상 같이 한 시간보다 헤어져 있던 시간이 더 길었던 정인끼리

평생을 그리워하다 죽음에 이르러서야 만났다면 그건 행복이었을까 불행이었을까.

누군가는 행복과 불행은 자신이 느끼는 것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하지만 억압된 시대에

태어나 신분의 굴레까지 덧 씌워진 두 남녀의 사랑을 보노라면 통렬한 아픔이 더 많이 느껴진다.

 



 

김려는 당쟁이 극심하던 조선 정조때의 인물로 학문과 사상이 청초하였으나 억울한 모함으로 함경도

부령땅에 배되어 고초를 겪고 다시 진해에 유배되어 오랜 세월 묶인 몸으로 살았으나 부령에서 만난

부기(府妓) 화를 만나 평생의 연인이 되고 그 사랑의 힘으로 평생을 견딘 불행한 선비이다.

 

아니 이 판단은 뛰어난 학재에도 불구하고 관료로 성공하지 못한 점이나 굳이 유배를 가야 할 정도의

죄가 아니었음에도 좋은 시절을 변방의 땅에서 혹독한 시련을 견디어낸 그의 삶의 대부분을 보면

불행하다 느낀 내 느낌일 뿐인지도 모른다. 연애라는 것이 드물던 시대에 부모들이 짝지어준 사람과

혼인하고 아이들을 낳고 평생을 같이 하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에 흔히 자유연애를 했다거나 자신의

모든 불행과 맞바꿀만한 불꽃같은 사랑을 이루어 낸 것으로 보면 그들처럼 행복한 이는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자유로운 시대에 태어나 구속없는 사랑을 나누고 사랑을 완성하였더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지만

당쟁의 회오리속에 속해있던 사내와 유배의 땅 함경도에서 태어난 노비의 딸과의 사랑이라면 결코 순탄치

않았으리라는 것을 알고도 남겠다. 만나야 할 사람을 기어코 만난다더니 북쪽의 끄트머리 땅에 속해있던

계집과 한양 사대부간의 만남은 참 쉽지 않은 인연이다. 허나  두 남녀가 넘어야 할 산은 높기만 하여

신분의 고하로 인해 고작 소실이 되거나 흔히 내연의 여인으로 남거나 화류계에서 나누는 그저 그런

풋사랑쯤이었다면 차라리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억울한 모함에 걸려 결코 살아 오지 못한다는 변방으로 유배가는 것도 기가 막히지만 가고 오는 비용은

물론 자신을 돌보아 주는 사람들에게 때때로 뇌물도 써야했다는 귀양살이의 면목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

무슨 꽃놀이가는 것도 아니건만 원한 길도 아니건만 스스로 비용을 대가며 굳이 유배를 가야하다니.

다행히 그 땅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억울함과 외로움을 덜었으니 다행이지만 평생 그 남자의 사랑을

가슴에 담고 죽는 날까지 수절을 하고 주변 관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연화의 삶은 어쩌란 말인가.

과연 내가 연화였다면 사랑의 기억만을 붙들고 매일 죽음과 만나는 삶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물론 이 소설은 김려가 지은 책에 나오는 몇 줄의 시가 단서일 뿐 이 내용처럼 이렇게 절절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조선 500년 역사속에 가장 위대한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시대의 사내들이 그랬던 것 처럼

양반과 기생의 그저 그런 연정이었다해도 허난설헌이나 위강보다 뛰어났다는 연화의 재능과 영민함만은

사실인 듯하다. 그녀의 언행을 적었다는 <연희언행록>이 전해지지 못했음을 실로 안타깝기만 하다.

중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존경받았다는 <허난설헌>처럼 연화의 이름도 드높았을텐데 말이다.

양반가의 딸이면서도 자신의 한많은 삶을 이기지 못해 숨져간 허난설헌도 그러했지만 시대의 불평등에

어이없이 죽어간 조선의 여인이 어디 한 둘 이겠는가.

 



 

그나마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불꽃같이 살다 갔으니 조선의 여인네치고는 다행일 수도 있겠다.

역사서라는 것이 대체로 경직되어 있거나 사실만을 전달하거나 잘못된 해석으로 뒷말이 무성할 수도 있겠으나

부족한 자료만으로도 이렇듯 아름답게 꽃피워 세상에 내놓았으니 설령 진실이야 어찌되었든 난 김려와

연화의 사랑이 이보다 더 지극하였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율곡이 기생 유지와 한방에 자면서도 동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신기했던 시대이고 보니 이렇게 가슴절절한 위대한 사랑 하나쯤 살려 놓는 것이

 당쟁과 탄압과 비리로 서글펐던 시간들을 살았던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지 않겠는가.

연화와 김려가 대에 다시 태어나 사람과 오손도손 아이 잘 낳고 살았으리라 믿고 싶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 어디선가 알콩달콩 그렇게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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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향연 - 끝나면 수평선을 향해 새로운 비행이 시작될 것이다
한창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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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떠올리면 돌고래 냄새가 난다고도 하고 흰머리 흩날리는 봉두난발의 형용을 하고 글만 쓰는

사람으로는 아깝다는 동갑내기 공선옥작가의 글이 덧붙여진 '향연'은 최근 내가 본 그의 작품중에서

비교적 밝은 축에 속했다. 그의 고향 거문도에서 생계형낚시를 하며 살아간다는 최근의 작품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처럼 입맛다시게 하는 '물고기의 향연'이 있는 가 하면 그전에 쓰여진 이 '향연'은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향연'이다. 바다내음보다는 술내음이 더 짙게 풍기는 이 책에는 그와 무척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문학가중 80%가 시인이라더니 소설가보다 시인 친구가 더 많아보이는데

한결같이 그와 닮은 꼴의 사람들이다. 두주불사 술독을 껴안고 지내는 예술가들의 헛증은 과연 무엇일까.

 


 

그 헛증으로 인해 시도 쓰고 소설도 쓰련만 제 살 갉아먹고 영혼을 휘집어 놓는 그들의 아픔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가난한 부모를 두고 혹은 그런 부모조차 없기도 하고 방랑벽과 역마살이 섞여 어디론가 떠돌고

어디엔가 적을 두고 돈을 벌어온 기억은 거의 없거나 잠깐 있거나 했고 불같은 사랑이 있거나 아예 없거나

한 결코 평범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거나 혹은 보지 말아야 할 것들까지

너무 많이 봐버려서 제 혼마저 들끓게 만드는 사람들이 그를 미치게 할만큼 매혹시키거나 술 뒷바라지에

진짜 미치게 만드는 존재들!

 

정작 그들은 살과 혼을 파먹어가며 미쳐가는데 멀찍이 선 우리들은 그들이 그렇게 지어낸 피같은 작품들을

보면서 공감하고 위안하고 행복감까지 느끼면서 살아가니 조금쯤 미안한 맘이 드는 것도 어쩔수 없다.

 


 

바다는 뭍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고향이요 안식이고 피난처이다. 하지만 정작 섬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에게는

고행하는 유배지이고 천형을 치르는 감옥같은 곳이기도 한 모양이다.

언젠가 간 적이 있는 섬에서도 늙은이와 홀아비가 지천인 것을 보면 특히 젊은 사람들과 여자들에게

더 극심하게 느껴지는 곳인 모양이다. 몸과 마음이 병들어 찾아든 이들 조차 바다의 치유로 회복되면

다시 병이 들어 돌아올 망정 뭍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곳!

얼핏 낭만적이고 서정적일 것 같은'서이'란 이름은 사실 하나 둘 서이 너이의 보통명사중에 하나일 뿐이어서

딸 많은 가난한 아버지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그이름을  가진  수많은 섬 여자들이 숱하게 떠나왔던 섬!

 

그럼에도 전국 팔도를 떠돌며 품을 팔아 살아가던 작가가 결국은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그 섬에는

가난과 추억과 그리운 사람들 말고도 분명 대단한 마력이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읽은 '지리산 행복학교'에서 만난 버들치 시인 '박남준'을 이곳에서 보니 더 반갑게 느껴진다.

나야 지리산 산골짜기로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찾아드는 여인족에 합류할 생각은 없지만 그의 전화에

녹음되어 있다는 한 마디는 꼭 듣고 싶다.

 

"더운날 집에 있는 꼬추들은 잘 간직하고 있겠지요. 이 더위에 꼬추가 축축 늘어져 떨어지지 않도록

잘 붙들어 매주시기 바랍니다."

 

눈물많고 평생 '네번 반'라는 희한한 별명이 붙어있는 그가 봄이 오는 이 길목에서 어떤 말을 들려줄라나.

 

"벗꽃 본다고 어찌나 사람들이 밀려드는지 내가 여직 집에 도착 못한 것은 길바닥에 갇혀 있다는 뜻이지요.

사람들 다 빠져 나가는 늦봄에나 도착할지 모르겠으니 너무 기다리지 마씨오. 근데 꽃은 정말 이쁩디다."

눈송이 처럼 휘날리는 벗꽃잎을 맞으러 지리산으로 갈꺼나 아님 동백꽃이 뚝뚝 떨어져 피같이 고였다는

섬을로 갈꺼나. 이 봄에 자꾸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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