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버스괴담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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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남자의 능력은 어디까지 인가.

카시오페아공주, 압구정소년들에 이어 서울대야구부의 영광에 이르기까지 전혀 다른 소재와

스토리로 정신없이 빠지게 하더니 이번에는 심야 스릴러라.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눈앞에 영상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심야버스에 탄 사람들...애인을 집까지 바래다 주고 가는 젊은이에서부터 연하의 정부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중년의 여인, 아르바이트를 끝낸 여대생과 무슨 일 때문인지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긴 머리의 여자까지..늦은 밤 분당과 서울을 오가는 버스에 탄 사람들의

모습이 그 날도 특별히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다부진 체격을 가진 한 사내가 술에 취해 버스기사를 괴롭히는 장면이 펼쳐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기는 이런 일도 부지기수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지그재그로 위태롭게 달리던 버스를 구하기 위해 승객들이 그 남자를 덮치는 일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사내가 말리던 승객들에게 압사당하는 사건은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닐까.

 

 



 

말머리에 작가도 언급했지만 2002번 시외직행버스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실제했던 버스였단다.

1999년 세기말의 종말론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던 그 시절 미제 살인사건중에 이 사건과 비슷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도 있었다니 지난 신문기사라도 들쳐보고 싶은 심정이다.

 

소설가에 대한 결례인 줄은 알지만 기어이 꼭 묻고 싶은 심정이다.

 

"작가님, 이거 어디까지가 실화고 어디까지가 소설이요."

 

한 마디로 깔끔한 소설이다. 일단 손에 쥐면 마지막 장 작가의 말에

'이제 버스에서 내리셔도 됩니다.'라는 문구가 보일때까지 마구 달려야 한다.

심야버스와 마침 그 버스에 올라탄 죄로 비극을 맞게되는 주인공들 처럼 말이다.

 



 

살인마가 누구인지 헤매도록 설치해놓은 몇 가지의 함정도 아주 그럴 듯하다.

스릴러에 미스터리라면 수사관못지 않은 후각을 지닌 나도 살인마를 아주 늦게서야

알아챘으니 제법 성공한 스릴러가 된 셈이다.

그 살인마의 살인에 대한 변명도 꽤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섹스와 살인이 묘하게 교차되어 잔혹함 속에서도 은근히 두 남녀의 침대신이 흥미롭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자는 누구인가. 기어이 마지막까지 누가 죽은 것인지 속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의 트릭이 속시원한 결말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잔혹사가 되지 않을까.

이재익작가 통도 크고 시원시원한 사람이 좀 너무한 거 아니요.

다음 소설은 또 어떤 장르인지..뭐 도시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는데..

도대체 당신의 능력은 어디까지요. 하나도 닮은꼴이 없는 소재는 어디에서 나오는 거요.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는 당신의 능력이 부러울 뿐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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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게임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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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도 그렇지만 야구경기를 인생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체력도 좋아야 하고 머리도 써야하며 선수들간에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 점에서 그럴듯한 비유이다.

공을 던지는 사람은 공을 쳐야하는 사람과 심리전을 벌여야 하고 공을 받아주는 사람과는 어떤 공을

보내고 받을 것인가를 소통해야 한다.

공을 고르고 1루, 2루를 거쳐 홈으로 들어오는 어찌보면 간단한 게임의 룰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모든 심리와 역할이 잘 분업화되어있다.

'콜드게임'이라는 제목으로 보면 분명 야구경기를 연상시킨다. 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인 고시엔

대회는 고사하고 지역예선전에서 미역국을 먹은 미츠야가 이 소설의 주축이어서일까.

사건이 전개되고 초조하게 이어갈 수록 야구대회의 전광판에 나타나는 점수가 번쩍 연상이 된다.

투수와 타자간의 대결이기도 하고 투수와 포수간의 교감이 이어지기도 하는 야구장의 모습과

닮은 무대가 펼쳐진다.

 

과연 누가 우승을 할 것인가. 그것도 콜드게임으로?

 

어느 날,진로를 고민하는 고3 미츠야를 비롯하여 4년전 기타중학교 2학년 3반이었던 아이들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메일이나 편지로 배달되는 공포의 메세지를 받은 아이들이

하나 둘 희생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전히 과격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료타와 비교적 이성적인

사고력을 지닌 미츠야는 이 사건의 뒤에 자신들이 왕따를 시켰던 히로요시가 있음을 알게된다.

일명 '왕따'라는 대명사를 남기게 된 일본의 이런 문화가 한 인간과 그의 가족을 비롯하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맞아죽는 개구리도 억울하지만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배척하고 따돌림하는 것은

바로 어제 우리나라 해병대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을 보면 그 심각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너한테는 좋은 놈이어도, 다른 사람에게는 터무니없는 악인일지도 모른다는 거야. 너야말로,

알고는 있냐(중략) 너희에게는 아무려나 좋은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것일지도

모르는 거다. 그런 몰랐습니다.로는 끝나지 않는 일도 있어. 그건 기억해둬라." -370p

 

의도적이었든 장난이었든 군중심리에 휩쓸려 한 아이를 왕따시키고 괴롭히고 또 부당한 일임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그 것은 비겁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보다 말리지 않고 침묵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는 것이 더 힘든 일이라는 것을

끝내 죽음으로 향한 히로요시를 보면서 깨닫게 된다.

우리 역시 이런 무심함으로 세상을 본 적이 얼마나 많던가.

폭력만이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다. 무관심과 침묵이 더 큰 비수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열 일곱 살은 말이지...좀 어설프고 건방지더라도, 살아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효도란다." -224p

 

동료에게 총을 겨누고 자살을 시도했던 해병대원도 아파트 옥상에서 스스로 몸을 날렸던 수많은 아이들에게도

미츠야엄마의 이 간절한 한 마디를 전하고 싶다.

 

왕따라는 독특한 소재와 청소년 문화를 잘 접목시킨 '콜드게임'은 결국 사건이 끝난 후 남은 아이들에게

깊은 교훈을 남긴 셈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이 게임에 빠져 지금도 어디선가 누구인가를 괴롭히고 히히덕거리는

아이들이 있다면 반드시 이 책을 보았으면 한다.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비극이 되는 지를 알게된다면

지금이라도 그 비겁한 행동을 부끄러워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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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족여행 바이블 100 - 주말마다 즐거운 사계절 행복충전소 프리미엄 가이드북
유철상 지음 / 상상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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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만 해진 요즘 전국이 '둘레길' 열풍에 휩싸인 것 같다. 자전거타기 역시 많이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고 전국을 도는 여행도 많이 계획하는 것 같다.

이제 우리나라는 볼만큼 봤다. 외국으로 나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친구들과 여행계를 들어놓았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니 가보긴 뭘 가봐. 구석구석 안가본 곳이 천지인데..

 

과연 '바이블'이라고 이름 붙일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가는 교통편에다 맛집에 숙박까지 세세하게 마치 가이드의 깃발을 따라가는 것같이 친절하게 느껴진다.

그 곳만의 독특한 문화와 행사까지 그 곳 사람으로 살아보지 않고는 알아낼 수 없는 소중한 정보들이

수두룩하다.
 


 

사계절 주말마다 돌아볼 곳을 어떻게 다 알아내었는지 눈이 휘둥그레진다.

적어도 신발 수십켤레는 버리고서야 얻을 수 있는 내비게이션형 가이드가 틀림없다.

내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섬 '거문도'가 빠져있어 속이 좀 쓰리기는 하지만 그만큼

소개해야 할 곳이 너무 많다는 뜻일 것이다.

 

한국 여행작가협회가 추천한 도서라니 그 무게감부터가 다르다.

이제는 더 이상 엄마 손을 잡고 따라 나서지 않는 아들녀석의 꼬득여

가족여행을 떠나볼까. 작가의 바람처럼 주말마다 가족들과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소개된 100곳중에 적어도 스무 곳 만이라도 깃발을 꽂아볼 예정이다. 

 



 

아마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아이들과도 서로 교감하고

미운정이 더 든 남편과도 신혼의 달콤한 여행읋 되살려 볼 수 있지 않을까..기대해보면서

떠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여행! 생각만으로 달뜨는 삶의 즐거운 여유를 가족을 사랑하는 작가가 쓴 이 바이블과 함께 한다면

집안 오빠의 안내를 받은 것처럼 넉넉해질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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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노래 - 모진 세월을 딛고 믿음으로 피어난 우리 어머니 이야기
이유진 지음 / 홍성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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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바쁘셔서 대신 보내 주신 분이 어머니란 말이 있다.
요즘은 세상이 각박해서 인지 자식을 버리는 어머니도 있지만 어쨌든 가장 위대한 이름
'어머니'란 이름을 아름답게 각인시켜준 이상운 전도사님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행복했던 며칠이었다.

2차대전의 소용돌이속에 중국 산둥에서 부러울 것 없이 자라 열 남자 몫을 해내겠노라고 
공언 할만큼 비범한 재능을 지녔던 한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쫓아 멀리 타국으로 올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는 그야말로 로맨틱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3~4개월을 예정으로 나섰던 그 여행이 결국 38년 동안 고향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길고 외로운 길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었다.

한국인 남편의 땅으로 온 그녀는 남북의 허리를 가르는 38선이 그어지고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되어 공산국인 중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신세가 되고 만다.

더구나 촉망받는 의사의 길을 걷고 있던 그녀가 중국의 의사면허를 인정 받지 못하고
가정주부로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차압당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보니 그녀의 절망이
절절히 전해져 온다.

아들없는 집안에 열 아들 역할을 하겠노라던 딸을 갑작스럽게 잃어야 했던 부모님들의
심정은 어떠하였을까.
오죽하면 아승을 떠난 어머니가 그리움에 목말라 하던 딸의 꿈에 나타나 '이제는 더 이상
나릉 위해 기도하지 말라고 했을까. 하늘나라에서도 자신을 그리워하는 딸이 얼마나
안타까왔으면 말이다.

38년만에 고향을 밟은 그녀가 너무나 달라진 고향의 모습을 보며..그리고 이제는 세상을
떠나 만날 수 없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또 얼마나 비감하였을까.

평생 '짱꼴라'의 자식이란 소리를 듣기 싫어 중국말도 하지 않고 번듯하게 자식을 키워낸
위대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내 나라에서 잔소리나 하면서 자식을 키우고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평생 어머니의 조국 중국을 먼 발치에 두고 어머니의 그리움과 한을 이해하지 못했던
아들이 어머니를 그리며 망모곡으로 어머니의 영전에 바친 이 책을 보노라니 나도
내 어머니가 누군가의 딸이고 아내이며 어머니로 살아왔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아직 내 곁에서 여전히 철없는 딸을 위해 오늘도 기도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이 너무도 감사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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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환자 - 허원주 수필집
김호남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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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글을 쓰고 싶었다. 초록의 싱싱함만 보아도 마음이 넉넉해지고
그늘 속에서 행복해지는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나무는 사계절 풍상을

혼자 버텨야 했다. (중략) 미칠 노릇이었다. <아마데우스>의 주인공

살리에르는 하늘을 향해 절규한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남보다 먼저

알아보는 재주는 왜 내려주셨나고.

 

 

 

 

 

 

- 본문 중에서-

 


 

병원의 느낌은 항상 삶과 죽음이 교차하고 의사는 하얀가운을 입은 판결관 같다는 느낌을 가지고

살아왔었다. 신을 대신하여 인간의 생명을 좌지우지 하는 그들의 존재는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다가가기 어렵고 이기적일 것일것이라는 것이 그동안의 내 생각이었다.

 

또 한번 나의 이런 막연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의사를 만났다.

왜 능력은 주지 않고 능력을 가진 사람을 알아보는 재주만 주었냐고 절규하는 의사 허원주를 보면서

나역시 그처럼 간절하게 능력을 원했건만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절망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가 어떤 스승에게 글을 사사받아 이렇게 빛나는 글을 썼던 그는 제법 괜찮은 글쟁이임을

나는 알게 되었다. 이렇게 세상애 자신의 글을 내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것도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가슴 깊숙한 그의 사랑과 감성을 제대로 표현한 멋진 글을 말이다.

 

영화를 사랑하고 어린 아들의 손을 이끌고 극장으로 향했던 아버지의 감성을 이어 받았을까.

말기 암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상황을 연기해야하는 의과대학의 '가상환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환자에게 말려들지 않으면서 이성적으로 '죽음'을 통보하는 의사의 모습은 가슴아프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눈물 한 방울없이 덤덤하게 짜여진 교본대로 삶의 끈을 놓아야 하는 환자를

대하는 말라버린 감성을 가진 자신의 모습을 되 돌아 보았다는 고백에서는 가슴이 시려온다.

단지 죽음과 삶을 진솔한 인간의 눈이 아닌 냉정한 의사의 눈으로 보기 시작한 회한의 고백일 것이다.

 

유방암 수술을 한 아내를 보면서 의사이면서도 알아채지 못했던 지단함과 유학을 보내 놓았더니 여자친구와

시시덕거리다가 온 것 같아 울컥했다는 참으로 인간다운 고백은 표지속에 과묵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 않던가.

 

적당히 눙치고 빠지는 삶이 싫어 불의와 맞서고 여전히 불안한 지진재난현장으로 달려가는 친구를 보면서

자신의 소심함을 탓하며 다 이룬듯 보이면서도 결코 자신의 꿈을 놓지 않고 이렇게 세상에 자신의 글을

선보인 작가 허원주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꿈을 꿈으로만 머물지 않고 세상에 당당히 드러낸 그의 도전도 아름답지만 그가 냉철한 의사로서,

하지만 따뜻한 사랑을 잃지 않고 자신의 가슴에 용설란을 키우면서 살아온 시간들이 존경스럽다.

 

나도 여전히 꿈을 쫓고 있다. 그리고 작가 허원주는 또 다른 나의 멘토가 되었음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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