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내가 죽었다 - 끌로드씨의 시간여행
이즈미 우타마로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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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해도 되는 일이 없는 끌로드는 나무위에 올라간 고양이를 끌어 내리기 위해 나무위에

올라갔다가 추락해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한다. 겨우 64세에.

수호천사 3명에 의해 사후세계로 인도된 끌로드는 이번 삶이 자신의 584번째 생임을

알게된다. 584번째 삶의 시작은 잘 계획되었었다. 하지만 지독한 기억상실에 의해

계획대로 살지 못하고 그저 그런 삶을 살았던 것을 알게된다.

윤회의 삶을 믿는 나는 이부분에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역시 삶은 수레바퀴처럼

돌고 돌았던거야. 그리고 전생을 다 기억한다면 누구나 실패할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지독한 기억상실증때문에 우리는 실패투성이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란걸..

나는 믿는다.

신을 막연하게나마 남성이라고 생각했던것도 맞다. 하지만 여장남자라니..

아니 신은 남성과 여성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암스테르담의 클럽에서 권총춤을 추는 신은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난다.

정말 신이 이런 모습으로 가끔 지상에 나타나 우리 주변을 맴돈다면 멋지지 않을까.

다만 우리 인간의 눈으로는 구별해내지 못할 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의

삶이 좀더 겸허해질지도 모를일이다.

끌로드는 사랑하는 아내가 뒤늦게 모델일을 하겠다면 자신을 떠난것에 큰 상처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남편에게 부양의 의무에서

벗어나 진실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우리는 진실로 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무슨일을 하고 싶었는지 잊고 살때가 많다.

끌로드 역시 그림에 재능이 있었지만 자신의 그림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때문에 자신의 꿈을 접었었다. 끌로드가 그 순간 그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었더라면 수퍼마켓에서 재고정리나 하는 그저 그런 삶을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치 '크리스마스캐럴'의 스쿠루지 영감처럼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완벽하게 설계되었을 삶을 지독한 건망증으로 잊고 그저 그런 삶으로 막을 내린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삶이 아닌가.

이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지금을 살고 있는 인간들에게 '최선을 다해..설계대로 살고있는지'

를 묻는 것 같다.

언제가 신의 한조각이었던 '내'가 다시 신의 세계로 돌아가 이 삶을 되돌아 본다면

잘 살았다고...자신할 수 있을까.

2011년 마지막 날. 어느 날, 내가 죽었다...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이런 의문을 내 자신에게

던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어이없는 죽음처럼 우리는 예고없이 죽음을 맞이 할지도

모른다. 그 어느 순간 숨이 지더라도 지나온 삶이 아름다웠노라고..최선이었노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삶이기를 소망해왔다.

이제 2011년도 5시간이 남았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항상 이런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살아간다면 바로 이순간도 소중한 한 때임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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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부름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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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우리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 -247p

며칠전에도 친구들에게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던 소년이 자살을 했단다.

살다보면 어느 순간 삶이 버거울 때가 있다. 주인공 조나단도 그랬었다.

세계적으로 네 병밖에 없는 별 여섯 개짜리 요리사 그룹에 속했었던 쉐프였으며

재벌가의 딸이며 모델인 프란체스카와 결혼하여 장미빛 인생을 달리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급격한 몰락을 겪고 마지막으로 자살을 결심하고 마지막 길을 떠난 길에서

우연히 만난 열 여섯살 소녀 앨리스를 만나 인생의 반전을 맞게된다.

아니 앨리스 뿐만이 아니었다. 뉴욕의 JFK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 매들린과

휴대폰이 바뀌는 사고가 생기지 않았다면 오랫동안 숨어있던 어둠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절체절명의 어느 순간! 이른바 '천사의 부름'이라 부르는 '운명'같은 일들이 그에게

일어났다. 바뀐 휴대폰에 대한 호기심으로 서로에 대한 정보를 탐색해 나가면서

이들은 과거의 어느 시간과 서로가 연결되어있음을 알게된다.

상처 받은 두 사람이 과거의 사건들을 추적하고 결국은 한 점에서 조우하게 된다.

그렇게 운명처럼 그들은 만났고 사랑하게 된다.

단순한 휴대폰의 뒤바뀜으로 시작된 사건은 한 소녀의 실종사건과 살인사건과

얽히게 되고 그동안 숨겨져 있던 진실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동안 달콤한 소재로 글을 써왔던 기욤뮈소의 새로운 시도가 너무나 신선하게

와닿는다. 미스터리한 사건을 따라가면서 몇년 전 소설과 영화로 인기를 끌었던

'다빈치코드'가 떠올랐다. 바로 다빈치코드의 무대였던 파리의 몽파르나스 거리며

퍼즐을 맞추는 것 같은 긴박감이 비슷하게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얼핏 불행한 삶을 살아온 것 같이 보였던 소녀 앨리스의 용기와 지혜로움도

돋보인다. 과거의 상처에 빠진 두 남녀를 행복의 길로 인도한 것도 그녀였으니

어쩌면 그녀는 '천사'가 아닐까.

늘 그렇듯이 행복한 해피엔딩이 연말의 쓸쓸한 내 마음을 포근하게 달래주었다.

내가 기욤 뮈소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결말! 그래서 어둡고 삭막한 세상에 한 줄기 빛같은 희망을

가지게 해주기 때문에 나는 늘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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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남자 토스트, 가벼운 여자 토스트 - 입맛대로 만들어 먹는 맛있는 레시피
스튜디오 탁 크리에이티브 지음, 박문희 옮김 / 위즈덤스타일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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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현대인의 생활은 초단위를 쪼개 써야할 만큼 바쁘다.

아침을 먹지 못하고 출근하는 직장인이 50%가 넘고 편의점에서 간편식으로

식사를 때우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어찌보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이렇게 소홀하게 먹고 살아야 한다면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밥 문화의 특성상 국에 찌개에 반찬까지

마련하려면 시장을 보는 일부터 다듬고 요리를 하는 일까지 번거로울 수 밖에 없다.

간편하지만 풍부하고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메뉴가 없을까.

이런 고민에 딱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었다.

'든든한 남자 토스트 가벼운 여자 토스트'

 

 

아니 토스트에도 남녀의 구별이 필요할까?

든든한 한끼 식사와 일품 술안주를 대신하는 토스트=남자 토스트

보기에 예쁘면서 영양을 골고루 갖춘 데다 칼로리는 낮은 토스트=여자 토스트

아하 이런 차별화는 썩 마음에 든다.

 

 

항암에 효과가 있다는 영원한 웰빙음식인 김치를 주제로 한 김치 토스트는

한국인을 위한 토스트이지만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아이템이 아닌가.

 

 

더구나 깔깔한 토스트와 곁들여 먹으면 좋을 스프도 있다.

재료나 만드는 법이 무척 간단하다. 감자와 우유, 소금, 후추,생크림만 있으면

훌륭한 스프가 완성된다.

이렇듯 간단한 재료와 간단한 레시피로 시간도 절약하고 한 끼 식사도 해결하는

멋진 레시피가 가득하다.

입맛 까다로운 아이들에게도 환영받을 레시피가 수두룩하다.

간편식이지만 제대로 된 요리로서의 토스트가 먹고싶다면 들쳐 보자.

2010년을 마무리하면서 맛있는 카나페를 만들어 지인들을 초대해 마지막 파티나

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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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문득 아버지가 된다
이병동 지음 / 예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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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세번만 울어야 한다고 듣고 자랐던 우리나라 아버지들은 무척이나 고독했겠다.

60~70년대의 가난한 시절...9식구의 가장으로서 어깨에 큰 짐을 근엄함으로 덮고

혼자 외로웠을 아버지의 기록이다.

자상함이란 건 찾아 볼수 없고 무뚝뚝하고 짜기만 했던 아버지!

그게 이 저자가 생각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었다.

고향 집 다락방에서 건져낸 일기장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유난히 몸이 약해 경제활동을 제대로 못했던 아버지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평생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기죽을까봐 육성회비 한번 밀린 적이 없고 살아생전 내내

가계부와 일기장을 썼던 아버지가 과연 몇분이나 될까.

저자의 아버지는 무척이나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을 가진 분이었다.

희미한 사진속에 있는 촌스럽고 무표정한 얼굴속에는 무능한 가장으로서의 고뇌와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그리고 홀연히 먼저 떠난 아버지에 대한 사무친 정이 숨겨져있다.

고생하신 할머니와 어머니가 효도한번 못받고 먼저 떠날까 걱정하던 그였지만 안타깝게도

그분들보다 먼저 세상을 떠남으로써 불효막심한 자식이 되어 버렸다.

아버지의 막내아들인 저자는 이제 한 아이를 둔 아버지가 되어서야 진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늘 그렇다.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때에 와서야 지나간 시간들을

붙잡을 수 없음을....먼저 떠난 사람들은 사랑하지 못했음을 후회하게 된다.

자신은 겨우 한 아이의 아버지로 일찍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가 짊어졌을 삶의 무게에

비해 턱없이 가벼움에도 이 세상 모든 아버지의 짊은 무겁다고..탄식한다.

가난한 살림에도 귀한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신문으로 세상을 알고자 했던 아버지여서

그런지 세상을 읽는 눈과 인생의 깊이가 남다르다.

남자대 남자로 아버지대 아버지고 마주서서 나누는 대화는 가슴이 먹먹하고 따뜻하다.

조금만 오래 살아서 막내의 행복한 결혼생활을...자신의 아이를 볼 수 있었더라면 하는

회한의 글에서는 내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온다.

우리 아버지도 그랬다. 다정한 말 한마디...나눠준 기억이 없는 내 아버지의 삶도 고독하고

힘들었을까. 마지막까지 과년한 딸을 시집보내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 당부하는 모습에서

왈칵 뜨거운 것이 솟구쳤다. 그래...아버지의 마음은 그런 것이다.

어느 날...예비고사도 없이 누구나 될 수 있는게 아버지다.

하지만 이렇듯 세세하게 자신의 역사를 기록한 아버지는 드물다.

문득 아버지가 되지만 진짜 제대로 된 아버지가 되려면 이 아버지의 기록을 꼭 한번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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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간절히 필요한 순간, 두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지적 유희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정란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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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특히 닮거나 다른 두 개의 쌍을 대치시켜 본다면

그들의 시각은 어떠할까.

때로 나는 평범한 눈을 가진 내가 좋을 때가 있다. 너무 깊이 들어가면 마음이 너무 복잡하고 골치가 아프다.

시대가 번잡할 수록 봐야 할 것들이 많아질 수록 단순하고 평범한 것이 그리워진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보면 참으로 번잡스럽고 집중을 하게 만드는 약간은 골치 아픈 책이 될수도 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미처 생각지 못한 명제들을 끄집어내어 명료하게 대비시키는 패턴은 너무 맘에 든다.

그래서 어떤 현인은 이렇게 말은 했다지. '철학을 공부하라'

모든 사물을 깊이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려면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미셸 투르니에는 철학을 전공했지만 박사학위를 따는 데는 실패를 했단다.

그렇기 때문에 더 사물에 대한 관심을 기울였던게 아니었을까. 채워지지 못한 욕망때문에.

그가 본 사물대치법은 신선하다.

우선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의견을 보자.

우정은 상호성이 있다. 서로간에 우정을 나누는 경우가 아니면 우정은 성립하지 않는다.

사랑은 일방적이다. 상대가 천박하든 비겁하든 어리석든 아무 상관이 없다.

 

'사실 현대 서구 문명은 사랑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걸고 있다. 이 덧없는 열정위에 어떻게 감히 한 생애를

건설할 수 있겠는가?' -20p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랑없이 살 수 없는것이 또 인생인 것을.

세기의 바람둥이라 일컬어지는 돈 후안같은 건달들이 좋아하는 스포츠가 '여자를 바닥에 눕히는 것'이라는

냉소에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웃음이 나온다. 맞는 말이니까.

목욕과 샤워는 어떠할까.

목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허약하고 무방비상태이며 엄마의 몸밖으로 나가는 걸 두려워하는 태아와 같단다.

샤워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줄기를 채찍질로 여기고 쏟아지는 맑은 물에 원죄를 씻고 원초적인 순결을 되돌려

받고 싶은 욕구가 있단다. 오히려 깨끗함을 추구하는 사람은 샤워하는 사람이란다.

샤워와 목욕을 그렇게 많이 하면서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나는 목욕보다 샤워가 좋다.

그러고 보니 태아와 같은 불안은 벗어난 모양이다. 다행이다.

'말은 살아있는 것이고 글은 죽어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때때로 글보다 말에 더 상처를 많이 받는지도 모른다. 시퍼렇게 살아서 마구 비수를 꽂는

말은 그래서 무섭다.

무심했거나 무식했거나 해서 그냥 지나쳐버린 사물을 이렇게 악착스럽게 대비시켜 놓음으로써

굳어 있던 머리를 탁탁 깨우고 잠자고 있던 상상력을 마구 자극시킨다.

단지 하나 걱정인 것은 여성이 주도권을 장악하는 사회가 도래되면 인간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집집마다 여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니 외계인도 아니고 유성의 충돌도 아니고 순수하게 여성들에 의해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가정에 몸이 으스스해진다. 정말 그런 미래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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