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꿈
정보라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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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다면 이 더운 여름날씨에도 더위는 조금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산자는 산자들의 세상에만 존재하면 좋으련만 태경이와 그의 연인 성연은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선에 선 사람들이다. 태어날 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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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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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느 추리소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복선이 깔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도 좋지만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심리를 이렇게 섬세하게 그릴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8편의 작품은 단편이 주는 짧은 호흡에도 불구하고 반전의 묘미와 주인공들의 심리가
너무 잘 드러나 있어 한 편이 끝날 때마다 포만감이 느껴질 정도 였다.
'얼굴'에서는 과거의 살인사건에 얽힌 남자배우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할지도 모르는
한 남자를 8년에 걸쳐 추적하는 범인의 초조함과 세상에 얼굴을 알리는 대배우가 되고 싶은
열망과 얼굴이 알려짐으로써 혹시 자신의 죄가 드러날까를 갈등하는 범인의 심리를  잘 그려낸
작품이다. 분명 잊혀진 기억이었지만 어느 순간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는 짧은 그림 한장같은
실루엣의 전개는 도무지 반전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독자의 허를 찌르는 묘미가 있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잠복'에서는 추리소설의 스릴이나 반전의 묘미보다는 죄를 지은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기전에 어떤 심리상태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사랑했던 여인과 마지막을 보낼 것임을 짐작한 형사 유키는 범인의 옛애인의
집앞에서 잠복을 하게 되고 늙은 남편과 애정없는 결혼생활을 하는 범인의 옛애인에게
동정을 느끼게 된다.
결국 옛애인 앞에 존재를 드러난 범인을 잡고 형사 유키는 여자에게 말한다.
"곧장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세요. 지금 가시면 남편의 귀가시간에 맞출 수 있습니다."
삶의 열정이라고는 느낄 수 없었던 여자의 얼굴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랑의 열정과
환희의 느낌을 감지한 형사 유키의 모습에서  따뜻한 인간성을 지녔을 것 같은 작가의 얼굴이 겹쳐진다.
제목부터가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지방 신문을 구독하는 여자'에서도 복잡미묘한
여자의 심리를 잘 그려내고 있다. 비겁한 방법으로 여자의 삶을 망가뜨린 한 남자에 대한
복수극을 그린 이 작품은 살인자를 추적하여 죄를 묻는다기 보다는 억울하게 희생된 여자의
입장을 변호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역시 작가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목소리'에서는 우리가 수없이 주고 받는 전화속의 목소리와 현실의 목소리가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는지 다시한번 생각케 하거니와 추리소설에서 흔히 쓰이는 시간의 트릭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더운 요즘 같은 계절에 딱인 8편의 단편모음집 덕분에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는 멋진 추리소설이었다.
 
"나는 인간성이 드러나는 추리소설을 쓰고 싶었다."
41세의 늦은 나이로 데뷔하여 숨을 거둔 82세까지 천여편의 작품을 남긴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말처럼 그의 작품에서는 인간내면의 복잡한 심리가 잘 드러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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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면 걸어라 - 혼자 떠나는 걷고 싶은 옛길
김영재 글.사진 / 책만드는집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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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너절한 현실로부터의 도피이기도 하지만 내면의 확장이요 푸른 돛을 달고

나의 한 가운데로 걸어가는 영혼의 항해입니다.'라고 어느 작가는 말했다.
어디를 떠나든 결국 만나게 되는 것은 내 자신이라는 것에 동감한다.
넓지 않은 조국, 나의 땅을 오롯이 제 발로 걸으면서 작가는 누구를 만났을까.
월간지 '현대시학'에 연재되었던 옛길답사기를 모아 이 책을 엮었다고 한다.
어느 독자의 말처럼 "그곳을 걷는 것은 등산이지 어디 옛길이냐!"는 항의를 받았을 만큼
우리의 옛길은 산길과 닿아있었다.
하기는 국토의 70%가 산인 나라에서 편평한 길이 몇 곳이나 되겠는가.
 

 
'길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걷는 사람이 그 길을 걷고 싶어
걸었을 때 길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숨 쉬며 말을 섞으면 마음을 나누며 이어지는 것이다.' -205P
 
앞서간 누군가에 의해 길이 만들어지고 그 발자욱을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길을 걸었으리라.
그 길에서 우리는 과거의 누군가와 만나고 시간들을 만나고 서로 속삭이게 된다.
제주 올레길을 선두로 전국적인 걷기 열풍이 몰아쳐서 일까 이미 지워진 길을 복원시켜
과거의 이름을 붙여 살려낸 길들도 꽤 많아졌다.
문경새재의 흙길처럼 맨발로 토닥토닥 걸으며 땅의 지기를 받는 길이 많았으면 좋겠지만
이미 덮어버린 아스팔트며 시멘트에 말끔히 단장된 길이라도 어떠랴.
그 길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길위의 보헤미안들이 있으니 숨었다고 잊혀지는 법은 아니다.
귀를 닫고 마음을 열어 느끼고 싶다가도 아는게 병이라 길위에 새겨진 사연까지 들여다 봐야 하니
예사 여행은 아니었겠다.
마의 태자가 망국의 한을 씹으며 넘었다는 하늘재, 어찌 그 높은 곳에 장이 열렸는지 신기하기만 한
지리산의 장터목, 일본군 장교를 살해하고 은거 입산 수도를 했다는 김 구 선생의 이야기는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가 심었다는 향나무는 마곡사의 절터에서 여전히 향을 뿜고 있다고 하니 인간사 백년의
시간이 나무 한그루 만도 못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르르 몰려가 왁짜하게 흥겨운 여행도 좋겠지만 이렇게 홀로 떠나는 여행은
더 많은 것들을 담아올 수 있어 좋겠다. 아니 더 많이 덜어낼 수 있어 좋겠다.
이미 잊혀진 옛길을 더듬어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작가의 역량이 놀랍다.
그 길에 얽힌 과거의 시간들과 사람들, 그리고 사연들을 이렇게 깊히 들여다 보고
살려냈으니 옛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누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길 위에 사람들을 기억해준다는 것은 외롭지 않다는
뜻일테니까. 그래서 일까 '외로우면 걸어라'라는 제목을 단 것은.
아무리 외로운들 잊혀진 사람들만큼이야 외로울까. 그래서 여행은 항상 뭔가를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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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아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3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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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고명달' 이라는 명함만 거창하게 찍은 아버지를 둔 아들 '고기왕'은 고달프기만 하다.
당최 경제관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데다 한창 먹어야 할 나이에 있는 아들의 식생활은
나몰라라 하는 무책임의 고수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탐정소설을 좋아하는 마니아라고는 하지만 뜬금없이 탐정사무소를 차리다니.
물론 요즘 대세인 투잡족 답게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이라는 오서독스한 이름의 카페까지
차리다니 정말 대책없는 아버지이다.
 

 
월세에다 공과금 내기에도 빠듯한 명탐정 생활의 주요 사건은 '고양이 찾아주기'이다.
하얀 고양이보다 검은 고양이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어둠속에서 검은 고양이 찾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 고양이 찾기 역시 명탐정의 아들인 '고기왕'의 활약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멀리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떠난 어머니의 심정이 섭섭하기 보다는 홀가분 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에 충분하다.
이제 겨우 중학생이 된 명탐정의 아들은 고작 라면과 감자로 시들어가는 몸을 채우며 탐정같지
않은 '탐정 고명달'때문에 살기가 고달픈 소년이다.
그런 어느 날 제법 사건다운 사건을 의뢰받게 된다.
전세계 10개뿐인 명품 '행운의 열쇠'를 찾아달라는 의뢰인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행운의 열쇠'를 찾는 사건은 한 소녀의 죽음과 죽음으로 몰고간 소녀들의 진실과 만나게 된다.
 
"나도 몰라. 하지만 우리 그렇게 배우지 않았니? 살아 남으려면 약한 것들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고.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잖아. 그렇게 가르쳐 주고 이제 와서 잘못했다는 건 너무 하잖아." -245p
 

 
가슴이 서늘해진다. 내가 따 당하지 않기 위해 서슴없이 한 소녀를 짓밟는 아이들의 집단적 폭력과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는 무감각한 악의들.
이렇게 분노하면서도 또 한명의 가해자가 되어버린 방관자인 나.
결국 너희들의 잘못된 삶은 기성세대인 우리들의 무책임한 의식의 결과였다는 거지.
버림받은 고양이를 주워다 기를만큼 여리고 착한 소녀의 죽음은 결국 우리 모두의 잘못이었다는 거지.
너희들에게 돌을 던질 수가 없구나.
지금도 힘겹게 견디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래도 세상은 역시 살아볼만 하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도 너희들에게 견디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살아볼만한 세상을 너희가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직무유기같은 부끄러운 말이지만 무력한 어른들은 고작 이렇게 너희에게 짐을
넘기게 된다.
'그냥 컬링'처럼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세상의 어둠을 짚어내는 작가의 역량이
늘 부럽다.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아주 조그마한 빛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냐고 말하는 작가는 이렇게 너희들에게 빛을 비추는 구나.
그래서 이 책은 또 하나 살만한 세상으로 향하는 빛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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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의 러브 토크 - 어제는 사랑했지만 오늘은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김태훈 지음 / 링거스그룹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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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번 못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짝사랑이라 할지라도.
세상의 반은 여자요, 그 반은 남자인 이 지구상에서 과연 내 짝은 누구일까.
누구나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고 이상적인 상대를 만나 행복한 결혼을 하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핑크빛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가혹하리만큼 현실적이고 차가운 지침서이다.
'영원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그것이 존재한다고 믿는. 착각에 빠진 두 사람이 있을 뿐이다.'
뜨거운 열망을 소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얼마나 찬물을 끼얹는 일갈인가 말이다.
하지만 수많은 후회와 고통의 날을 지나온 사랑의 실패자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진실인 것을 어찌하랴.
 

 
더구나 이런 독설을 뿜어내고 있는 저자는 정작 이 글을 쓰고 있을 때 마흔을 눈앞에
둔 노총각이었으니 과연 성공하지 못한 그의 연애 경력이 사랑을 그려나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있을까.
TV에서 보는 그는 재치와 위트가 있으며 비록 외모는 그의 입담만큼 따라주진 않지만
뭍 여성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하긴 첫사랑이 성공하여 결혼으로 골인을 했다면 결코 이런 책을 내지는 못했겠지만.
아마도 수많은 여자와 사랑을 교감하고 이별하고 상처뿐인 가슴을 부여잡은 결과물이
아니겠는가.
 

 
본능에 충실하여 소유욕을 지닌 수컷들의 달콤한 유혹에 넘아가지 말지어다.
'괜찮아'하는 여자들의 대답에 맘을 놓지 말지어다.
영원히 너를 잊지 못하겠노라고 잘 살아라는 남자들의 마지막 말은 쓰레기통에 던질지어다.
더 이상 설레지 않는 상대를 탓하지 말고 단골 미용실을 바꾸거나 차라리 향수를 하나 살지어다.
그의 러브토크를 듣다보면 문득 사랑이라는 것이 사막의 신기루처럼 허망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없이 우리는 살 수 없으므로...
실패할 각오를 하고라도 사랑을 향한 열정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 바 사랑을 쟁취하고 만족한 결과를 얻은 사람들의 비결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의 저울 위 한 쪽에 상대의 단점을 올려놓고
그 반대편에 나의 인내심을 놓아 둔 채 무게이 바늘이 어느쪽으로 움직이는지 판단해 보는 것이라고.'
-157p
 
그의 말마따나 사랑, 연애, 참 어렵다.
오랫동안 연애 고수로 군림하던 그가 선택한 사랑은 완벽할까.
TV에 나와 환상이 아닌 결혼의 실체를 폭로하는 그의 모습이 오히려 인간답게 다가온다.
이런 연애 코칭의 고수도 비켜가지 못하는 결혼의 함정에 빠진 그의 모습이 한 없이 행복해 보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랑의 미로에 갇혀 헤매는 이들이여. 고수의 뼈아픈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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