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 신부님의 속풀이 처방전 2
홍성남 지음 / 아니무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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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한 글을 쓴 작가가 신부님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카톨릭교의 신부라면 근엄하고 점잖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신부님의 글들이

어찌나 속이 시원한지 읽는 내내 더위를 잊을 수 있는데다 실실 웃느라 곁사람 눈치를 보고야 말았다.

혹시 미친사람 취급을 받으면 어쩌나 하면서도 나오는 웃음이야 방귀만큼이나 참기 힘들걸.

'신부님의 속풀이 처방전 2'라는 부제답게 시원한 속풀이가 한 여름 얼음동동 냉면맛이다.

가족걱정에 근심이 떠날 날 없는 자매에게 '쓸데없는 걱정말고 너나 잘하세요'라든가,

불안으로 득보는 사람은 점쟁이와 보험회사라며 걱정과 불안에 시름이 가실 날 없는 사람들에게

유쾌한 처방을 내린다.

천당에도 불황이 닥쳐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는 바람에 할 수없이 교도소를 짓게 되고

빚보증을 잘 못 서서 수감생활을 한다는 천주교인에게 하느님이 일갈하신다.

"애들아 다 미친 것 같으니 정신병원에 입원시켜라. 그리고 남의 청을 거절하는 것은 신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강론했던 본당신부 놈을 여기 가두도록 하여라."

하하 정말 멋진 하느님이 아니신가.

착하게 살아라,죄짓지 말아라, 고리타분한 강론으로 신자들을 졸게 만든 신부들은 못마땅하시고

고스톱으로 재미있게 해주는 신부는 곁에 놓고 즐거워하신다는 하느님이 어찌 귀엽지 아니한가.

심지어 불황에 시달리는 천당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도리 삼인방을 불러 자문하시고 가끔

어울려 고스톱도 치신다니 나도 슬쩍 끼어 광이나 팔아볼까 싶어진다.

'무조건 참다보면 화병에, 골병이 들어 죽습니다. 화나면 화내고, 싸울 일이 있으면 싸워야 합니다.'

아, 이 얼마나 명쾌한 해답이란 말인가.

'참으세요.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같은 고리타분한 명언에만 익숙했던 우리 쬐그마한 인간들에게

팔 걷어부치고 싸울일이 있으면 싸우라고 거들어주시는 신부님이 계시니 막상 싸우려고 들었던

팔을 슬며시 내려놓게 된다.

'삶은 원래 울퉁불퉁해, 힘들 땐 쉬어.'

정말 여기 저기 둘러보아도 모두 힘들다는 얘기 뿐이다.

돈도 없고 빚은 늘어만 가고 아직 키워야 할 아이들은 빠끔한데 언제 교회에 가서 기도할 시간이 있겠나.

교회에 나가 기도하는 신자보다 오지 못하는 신자들중에 참 신자가 더 많다는 말씀에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주일마다 교회에 나가 경건하게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말짱 도루묵 신자들에게는 가슴

뜨끔할 일이겠지만.

늘 느끼는 일이지만 카톨릭은 모든 종교에 문을 열어 소통하고 있는 것 같다.

천당에 온 개신교 사람들에게 '아줌마 여기 밥좀 더 주세요'했다고 슬쩍 삐쳐서 배식도 조금만 해주셨다는

성모님의 모습도 따사롭게 다가오지 않는가.

갑자기 마음 보따리를 열고 퍼질러 앉아 신부님에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신부님, 세상이 자꾸 나를 때리는데 맴매 좀 해주세요."하면,

"누가 때립니까 앞장서 보세요. 제가 혼좀 내주겠습니다."

하면서 내 손을 끌고 앞장 서 주실 것만 같아 든든해 진다.

"신부님 http://cafe.daum.net/withcoban으로 들어가면 만나뵐 수 있는거죠?

잘 못 살았다고 야단치시면 안됩니다.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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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의 월요일 -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기적의 날
로라 슈로프.알렉스 트레스니오프스키 지음, 허형은 옮김 / 샘터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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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뒷골목의 부랑자로 살아가게 될 소년의 운명을 뒤바꾼 첫 만남은 뉴욕의 거리에서였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날이었고 예감도 없는 그저 그런 어느 날, 열 한살의 소년 모리스에게는

특별한 날이 되었던 그 날 성공한 커리어우먼 로라는 산책을 나온 길이었다.

"아주머니, 혹시 잔돈 있으세요?"

그렇게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대였다.

그런 부탁을 하는 사람들을 마주친 적이 처음도 아니었다.

그러나 무심코 지나치려던 로라는 중국속담에 나오는 서로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의 이끌림처럼

뒤로 돌아가 배가고픈 소년에게 맥도날드의 햄버거를 사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날 이후로 자그만치 150번의 월요일을 함께했고 소년의 운명은 달라졌다.

아니 로라의 운명도 달라진 셈이다.

롱아일랜드의 평범해 보이는 가정에서 자란 로라는 술만 먹으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에게

깊은 상처를 받고 지긋지긋한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도시로 취직해 나오게 된다.

고집세고 친화력 좋은 성격은 그녀가 싫어하는 아버지에게서 온 유전인자 때문이었다.

대학도 가지 못하고 경력도 없던 그녀는 순전히 자신의 미래와 가능성을 부각시켜 불가능해 보이는

일자리를 얻게 되고 그런 그녀의 자신감은 미국 유수의 언론매체에 광고 판매업자로 성공하게 된다.

많은 연봉과 호화스런 아파트를 지니게 된 그녀가 빈민가의 소년 모리스를 만나게 된건 결코 우연이라고

할 수가 없다.

마약소굴에서 자라고 있는 더러운 소년에게 눈길을 주고 선뜻 먹을 것을 나누어진 그녀의 선의는

결국 자신의 부모와 비슷한 불행을 겪으며 살아가게 될 소년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되었다.

스테이크를 써는 법도 모르고 제대로 된 선물조차 받아본 적이 없는 소년에게 로라는 어떠한 삶을

살아야 제대로 된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게 된다.

어린 시절 술 주정뱅이 아버지의 폭력이 어떤 것인지는 나도 알고 있다.

로라의 아버지처럼 나역시 같은 상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들어오는 시간이 되면 온 가족은 서서히 몰려오는 두려움에 떨곤했었다.

좋은 가장이 되지 못한 로라의 아버지나 모리스의 아버지처럼 우리 아버지도 그랬었을까.

'좋은 아버지가 되는 법을 알지 못했었다...'

다행스럽게 로라와 그녀의 형제들은 불행한 시절을 딛고 성공스런 삶을 살게 되지만 그녀의 동생

프랭크는 결국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살다가 죽고 만다.

한 남자의 폭력으로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는지..그리고 얼마나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지

알게된다. 그 불행함에서 탈출했기때문에 로라는 모리스에게 보내는 사랑이 그 소년의 운명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리고 소설이 아닌 이 실화를 보면서 한 사람의 관심과 사랑이 인간을 얼마큼 변화시킬 수 있는지

알게된다.

쓰레기더미같은 삶에서 벗어난 모리스에게 로라는 천사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3년간의 공백이 자칫 다시 어둠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었지만 모리스는 현명하게 그 어려움을 헤치고

멋진 가장으로 거듭나게 된다.

얼마나 아름다운 동행이었나. 절망이 기적으로 바뀌는 기적의 그 월요일에 하나님도 함께 하셨을 것이다.

아이를 낳고 싶었던 간절한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 현재는 한 성격하는 푸들 코코와 살고 있다는 로라는

이미 사랑하는 아들을 얻은 셈이다. 가슴으로 낳고 사랑으로 키운 모리스가 바로 로라의 아들이니까.

과연 나는 어둠속에 있는 인간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낸적이 있는가 몹시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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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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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고 포근한 어느 날 저녁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친 아름다운 여인

알렉스는 한 남자에 의해 납치를 당한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더러운 창고에 갇힌 채

무자비한 폭력을 당한 후 허공에 떠있는 자그마한 새장속에 갇힌 그녀는 옴싹할수도 없는

공간에 갇혀 입맛을 다시는 쥐에게 뜯겨먹을 처지에서도 기지를 발휘하여 탈출을 감행한다.

도대체 자신을 납치하고 감금한 남자는 누구인가.

처음부터 무자비하게 몰아부치는 사건의 소용돌이속에서 나는 잠시 혼란에 빠진다.

 

 

간호사출신의 이 여인이 당한 불행에 분노할 겨를도 없이 연이어 벌어지는 참혹한 살인들.

더구나 황산을 목구멍에 들이부어 녹아내린 시신의 모습을 차마 떠올리기조차 힘들다.

때로는 나탈리로 때로는 로라라는 이름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이 여인에게 무슨 과거가 있었던 걸까.

사랑하는 여인 역시 납치되어 살해당한 상처를 지닌 140cm의 단신 형사 반장 카미유는 예전의 기억을

떠올릴 이 사건을 맡지 않기 노력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몰입하게 된다.

연쇄살인속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칠수록 자신의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되고 유명한 화가였지만

자신의 삶에만 열중하다가 가버린 어머니와의 애증문제와도 마주하게 된다.

행방불명된 아들의 행방을 쫓던 아버지의 엇나간 부성애로 비롯된 납치사건은 연쇄살인사건의

정체를 밝히는 기폭제가 되고 단신의 형사반장팀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알렉스는 사라지고 만다.

작가는 깊은 상처를 지닌 반장을 통해 이 사건이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님을 암시하고 있다.

어린시절의 아픈 기억을 지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만이 감지할 수 있는 진실의 냄새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족간에 사랑이란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무자비한 폭력과 그로 인해 운명이 바뀐 슬픈 소녀의 이야기.

침을 뱉어주고 싶을만큼 비열한 범인과의 고도의 심리수사장면이 압권이다.

능글거리면서 단신의 수사반장을 비웃는 그를 향해 그는 마지막에 일격을 날린다. 통쾌하게.

 

 

'그런데 지금 우리한테 가장 절실한 미덕은 진실이 아니라 바로 정의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지 않은가요?' -528p

 

수사하는 내내 으르렁 거리던 예심판사의 마지막 대사는 바로 작가의 말이 아닐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판단을 맡김으로써 조바심치는 독자를 깊이 끌어들이는

작가의 수법이 멋지다.

우리는 진실을 알지만 진실보다는 정의를 택하면서 내심 작가와 공범이 된듯한

기분이 나쁘지 않다. 하늘나라에 간 알렉스에게 이 마지막 장면은 크게 위로가

될 수 있을테니까. 알렉스도 카미유도 깊은 상처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만큼

멋진 반전의 결말이 작가가 상처투성이의 그들에게 보낸 위안의 처방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살인적인 더위를 잊을만큼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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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문학기행 - 현직 국어교사 짱아쌤과 함께 떠나는 중고생 필수 여행 코스
장은숙 지음 / 소란(케이앤피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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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소개된 문학들은 하나같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대표작들이다.

주로 근대이후의 작품들로 한국인의 정서가 듬뿍 담긴 토속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들이다.

교과서에 실려 있을 때의 문학작품은 시험에 대비하여 외우고 기억해야 하는 공부로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교과서를 빠져나와 이렇게 세상에 걸어 나왔을 때는 포동 포동 살아있는 날 것이 된다.

마치 딱딱하게 마른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여 말랑말랑한 제모습으로 돌아오는 것같은 느낌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겼던 작가는 현직의 고등학교 국어교사이다.

공부로서의 문학이 아닌 작품으로서의 문학을 들여다보는 것이 역시 남다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작품이 잉태된 고향을 찾아 떠난 문학기행이라니 날 것의 작품이 날개를 단 셈이다.

글을 써본 사람들은 자신의 글이 다분히 자신이나 주변인들의 경험담, 혹은 살던 곳의 이야기가

녹아있을 수 밖에 없음을 알게된다.

때로는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속에 자신의 모습이 슬쩍 녹아 있기도 한다.

그러니 소설속에 배경이 되는 곳을 찾아 본다는 것은 작가가 그 글을 썼을 때의 그 느낌을 가장

많이 울궈낼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할 것이다.

단순히 볼거리 먹을거리만 찾아 나섰던 여행길이었다면 이제 치열하게 그 시간, 그 곳을 살다간

인물들을 만나고 느껴보는 이런 여행도 괜찮치 않을까.

물론 그 느낌을 극대화시키려면 작품을 먼저 읽어봐야 하겠지만.

교사다운 기지로 이렇게 요점을 딱딱 짚어내어 안내해주는 책이 있다면 동반자로서의 역할은 충분할 것이다.

 



 

보성의 차밭에서 만나는 '서편제'나 안개 가득 도시를 채웠던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아주 오래전

읽었던 작품이라 아련했던 기억을 끄집어 내주기에 충분했다.

'무진기행'을 읽으면서 과연 '무진'은 어느 곳일까. '霧津'이란 곳은 말 그대로 안개가 가득한 곳일텐데.

바닷가에는 늘 해무가 오락가락한다. 김승옥이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귀국한 후 머물렀던 순천의 순천만이

바로 '무진기행'의 무대가 되었다니 이제서야 어려서의 그 궁금증이 해소된 셈이다.

몇달 전 케이블 TV'에서 방영된 '갯마을'을 보면서 그 곳이 어딜지도 궁금했었다.

기차가 지나가고 멀리 대마도가 보이기도 한다는 마을이라면 작가의 말처럼 부산 기장의 일광해수욕장이

그 배경이 되겠다. 부산태생인 작가는 아마 '갯마을'을 읽으면서 바로 기장을 연상했을 것이다.

김유정의 '봄봄'의 무대인 춘천이며, '토지'와 '역마'의 배경이 되었던 화개장터와 하동의 모습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며 요즘 각광받는 '통영'을 가고 싶었다. 

드라마 촬영으로 유명해진 '동피랑'의 골목길을 걸으면 '토지'와 '김약국의 딸들'의 작가 박경리를

추억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작가만큼 문학을 사랑한다.

그리고 아주 어려서 읽었던 수많은 주옥같은 작품들이 차츰 잊혀지는 나이에 와 있다.

작가와 함께 타박 타박 걷는-작가는 기차나 버스같은 대중교통편을 더 추천하는 편이다.-

문학기행은 어린 문학소녀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과거의 나와 만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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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꿈
정보라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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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볼 수 있다면  이 더운 여름날씨에도 더위는 조금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산자는 산자들의 세상에만 존재하면 좋으련만 태경이와 그의 연인 성연은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선에 선 사람들이다.

태어날 때 이미 죽은 몸이었다가 다시 살아난 성연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살아있는 어떤 것들과

함께 땅에 묻혀 그 살아있는 것의 수명을 빨아들인 후 다시 부활하여 살아가는 '죽은 자'이다.

다섯 살때부터 무슨이유에서 인지 죽은 자들을 보게된 태경은 고등학교 동창인 강문석의 장례식장에서

문석의 영혼을 만나게 되고 자신은 교통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문석의 주장에 의문을

품고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재벌의 내연녀였던 어머니의 사생아로 자란 문석은 명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시에 합격하여 잘 나가는

로펌의 변호가가 된다. 하지만 그의 과거에는 숱한 여성 편력과 폭력이 숨어있었고 비열한 인간임을

알게된다. 수시로 나타나 태경이를 괴롭히는 문석의 영혼은 여전히 살아있을 때와 다름없이 비겁하고

오만하기만 하다. 과연 이런 녀석의 사건을 파헤쳐야 하는지 번민하면서도 태경은 조사를 멈출 수가 없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성연은 태경이 더 이상 귀신들의 장난에 놀아나지 않도록 조언하고 도와주지만

강력한 귀신들의 힘에 점점 수명이 다해감을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죽은 자를 보는 사람'들이 현실세계에도 있다고 믿는다.

퇴마사일 수도 있고 무당일 수도 있는 사람들이 실제한다고 믿은 나로서는 이런 운명을 가진 사람들의

삶이 때로는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죽은 자'들은 때로 자신이 죽었음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죽기 직전의 상태로 인간의 세계를 떠돈다고 한다.

고교시절부터 문석에게 조정당하고 상처를 받았던 태경이 문석의 영혼에게 그만 떠나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원치 않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의 비감함이 아프게 다가온다.

 

 

'항상 밝은 곳으로 다니고 덥더라도 찬바람을 쐬지 말 것.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자주 씻고 절대로 비맞지 말 것.'

 

아마도 귀신들은 어둠을 좋아하고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비맞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오싹한 일이긴 하지만.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접했던 어떤 사건과 할머니의 죽음, 친구의 불행한 일들이 모티브가 되어 이 작품을

썼다는 작가는 전에도 다소 환상적이고 SF적인 작품들을 써왔던 것 같다.

누구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일상에서 작품의 소재를 골라낸 작가의 역량이 기특하고 독특한 미스터리물의

작가로 기억할 수있을 것 같다.

사건자체의 스릴감보다는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선에 선 사람들의 심리에 더 중점을 둔 독특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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