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와 앨리스 - 같은 시간을 두 번 산 소녀의 이야기
페넬로페 부시 지음, 정윤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과거의 어느 시간으로 되돌아가 내가 가지 않았던 길을 다시 선택한다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 한번 쯤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열네 살 소녀 앨리스는 이혼한 엄마와 일곱 살 말썽꾸러기 남동생 로리와 함께 살고 있다.

남동생을 낳기 전에는 좋은 집에서 아빠와 화목하게 살았건만 엄마가 아빠를 내쫓은 후

이사온 집은 낡고 지저분했으며 일하는 엄마를 도와 남동생을 돌봐야하는 슬픈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

학교 생활도 썩 나은 편이 아니다. 어려서는 단짝 친구였던 사샤는 핸드백군단-배낭대신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사샤의 추종자들-을 이끌고 다니며 앨리스와 그녀의 단짝 친구인 이모젠을 왕따시킨다.

미술에 소질이 있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이모젠은 사실 자신을 배척하기 위해 앨리스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버지의 결혼식날 앨리스는 핸드폰을 선물 받고 얼마전 전학온 고등학생 세스의 전화번호를

1번으로 저장한다. 첫사랑을 시작한 앨리스는 첫데이트를 하기 위해 이모젠과 함께 치장을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나 첫데이트는 엉망이되고 엄마와 이모젠을 속였다는 것이 들통난 앨리스는

집을 뛰쳐나가 공원에 있는 회전목마를 타게 된다. 바로 그 순간 앨리스는 과거 자신이 일곱살이었던

시간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바비인형을 좋아하고 온통 핑크빛으로 둘러진 자신의 방을 보며 한숨짓던 앨리스는 어두운 미래를

바꾸기위해 프로젝트를 감행한다.

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 수피를 구하고 동생 로리를 낳은 후 산후우울증에 빠져 결국 이혼하게된

부모님의 불행을 막아보려 노력한다.

자신이 불행한 사춘기를 보내는 것이 모두 엄마와 로리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불평 불만에 빠져있던

앨리스는 감춰져 있던 진실을 알게된다.

 

'만날 엄마에 대한 불만만 늘어놓지 말고, 엄마를 더 힘들게 만드는 대신 도와주려고 노력한다면,

네 인생에 진짜 문제는 바로 너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145p 

 

절친인 이모젠의 말처럼 앨리스는 자기 자신의 문제점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우울증에 빠진 엄마를 안아주고 매일 으르렁대며 싸우던 동생 로리도 사랑으로 감싸안아준다.

과연 앨리스의 미래는 달라졌을까?

철없는 친구들의 기 싸움을 현명하게 조정함으로써 앨리스는 더 많은 친구들의 우정을 얻었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물론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친구도 얻었고.

같은 시간을 두 번 산 소녀 앨리스는 행운아였다.

우리는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을테니까. 이렇게 앨리스를 통해 백일몽이라도 꾸어볼 수밖에.

지금 이 시간도 미래의 어느 순간에는 다시 되돌아오고 싶은 순간이 아닐까.

내가 선택하지 못한 다른 길에는 다른 미래가 숨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 불행을 남의 탓만 하면서 어둠에 갇힌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앨리스와 함께 한 과거로의

여행에서는 조금 더 어른스러운 판단으로 선택한 다른 길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깨닫게 된다.

앨리스가 살고 있는 영국의 어느 마을에 있는 회전목마에 갈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의 선택들이

미래의 내 인생에게 최선이었기를 바라며 지혜를 짜 볼일이다.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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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삶 디 아더스 The Others 10
사이먼 밴 부이 지음, 공보경 옮김 / 푸른숲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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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바람도 없이 나뭇잎이 흔들리면 지구 건너편 어디에서 누군가가 울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이 공기중에 흩어져 작은 파장을 만들고 가슴아픈 떨림들이 전해져 오는 것이죠.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도 누군가 울고 있을 겁니다.

지구 곳곳 어디에선가 사랑이 시작되기도 하고 영원히 뜨거울 것만 같았던 사랑이 식어 이별을

하기도 하겠죠. 더러는 사랑했던 사람을 저세상으로 떠나 보낸 이들도 있을겁니다.

이렇게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가슴아픈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 열 아홉가지가 실려있습니다.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한 소년이 열다섯 살이 되는 아침을 맞기도 하고 병상위에서 고통받던

환자가 막 하늘나라로 떠나기도 하는 그런 어느 날!

그토록 먹고 싶던 딸기조차 제 손으로 집어 먹지 못한 남자는 오래전 자신의 품안에서 죽어가던

연인을 떠올립니다.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던 딸기의 향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 눈시울이

얼큰해졌습니다.

 

 

아이를 낳다 죽은 아내와 겨우 6개월을 살다 떠난 아이를 가슴속에 묻은 러시아 출신의 한 사내는

딸아이의 묘지위에 떨어진 인간의심장과 크기와 무게가 같다는 사과를 뉴욕의 땅에 묻습니다.

이제 뉴욕의 한 가운데에는 백 그루 이상의 러시아 사과나무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한 사내의

아픔과 추억을 간직한 채, 딸아이의 심장과도 같은 사과들이 울창하게 열릴 것입니다.

 

'더 이상 신을 믿지도 않는다면서 기도는 해서 뭐하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건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도 그를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161p

 

나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를 한 적이 있었던가.

 

'인생을 하루로 비교했을 때, 아직 아침을 살고 있는 아이들은 이미 헤엄치는 방법을 잊어버린

어른들이 질투심에 불타올라 그들을 끌어올리기 전까지, 상상의 바다에서 늘 헤엄치고 있기 때문이다.'-293p

 

나는 지금 하루의 어디쯤에 서있는 것일까요.

 

무심코 내 곁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다들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어머니이고 아들이며 딸들일 것입니다.

나름의 환경속에서 서로를 사랑하며 살고 있다는 것.

인생은 소소한 사건들이 모인 박물관과 같다는 작가의 말에 동감합니다.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바로 이순간 어디에선가 또 사랑이 시작되고 이별도 할 것입니다.

박물관 같은 세상속에서 내가 아는 혹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삶들은 계속되고 있을겁니다.

작가가 추천한 스톡홀름의 디플로맷 호텔방에 틀어박혀 책을 읽고 싶습니다.

아니 재주만 있다면 글쓰기도 하고 싶습니다.

아마 작가는 이 책을 쓰면서 대한민국의 어느 섬에 있는 내가 이 책을 읽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겁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서로가 알지 못한 채로 비밀스럽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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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단상 - 잉여라 쓰고 '나'라고 읽는 인생들에게
문단열 지음 / 살림Biz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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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 만나 잘 자라서 좋은 대학을 나와 어쩌면 유학까지 다녀온 남자 일거라 생각했었다.

그냥 막연히 그런 느낌이었다. 잘생기고 깔끔한 외모에 맑은 눈동자, 잘은 모르겠지만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를 구사하며 TV에 나온 그의 첫인상이었다.

지금도 가끔 EBS에 나와 어린 아이들과 즐겁게 토밍 어바웃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면서 머리 좋고

언변 좋은 그가 즐겁게 지내고 있겠거니 싶었다.

근데 난데없이 책을 냈단다. 물론 '영어 기똥차게 잘하는 법',이나 '나는 영어가 제일 쉬웠어요'같은

책이려거니 했다.

자신의 이름을 붙인 '단열단상'이라면 '단열이의 짧은 생각'..뭐 그런 뜻일텐데.

책을 덮은 지금 나는 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외모만으로 판단할 수 없구나.

나이를 먹다보면 외모에서, 혹은 말투에서도 상대가 지나온 세월의 흔적같은 것이 절로 느껴진다.

세상 풍파들이 모두 비껴갔을 것 같이 보이는 그에게도 아픈 시간들이 있었단다.

최고의 자리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한 때는 극단의 생각도 해보았다는 남자의 글에서는 짧지만

긴 묘한 울림이 전해져온다.

 

 

140자의 소통문화가 물결을 이루는 요즘 '긴 것'들은 지루하고 버겁다.

그 짧은 글 속에 자신을 담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그 짧은 글에서

상대의 진심을 짚어내는 일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사람들은 짧고 빠른 것들에 능하겠지만 쉰세대인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는

숨이 턱에 차오르는 것 같이 따라잡기 어려운 일임에도 단열이의 단상은 어려운

시험에 몰래 적어온 커닝페이퍼처럼 알차다.

 

 

'항구에 있는 안전하지만 그 것이 존재의 이유는 아닙니다....여러분의 배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과연 나는 어디에 떠있는 것일까. 외로운 바닷가 모래사장에 쳐박혀 물위에 떠있지도

못한 것은 아닐까.

소금끼 머금은 물기에 녹슬고 헐거워져서 언제 떠있어 봤는지 기억도 못하는 폐선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몇 번의 실패와 암투병을 겪으며 등 돌리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회복할 수 있었다는

그의 말에는 진심의 힘과 치유의 마법이 숨어있었다.

회한의 한숨이 절로 나오기도 하고 무거웠던 영혼이 스스르 깨어나는 것 같은 아니,

누군가 죽비로 힘껏 후려치는 것 같이 눈이 번쩍 뜨이는 글귀들이 나를 흔든다.

언제 잠이 들었던가. 언제 이렇게 느슨해 졌든가...아니 느슨하다고 해서 삶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언제든 다시 조여질 준비만 되어 있다면 말이다.

잘 알아 듣지는 못하겠지만 이제 TV에서 만나는 그의 언어가 예사롭지 않을 듯싶다.

우선 그의 맑은 눈이 나를 깊숙히 응시하는 것을 어찌 피하겠는가.

지금도 무시로 그의 단상들은 페이스북의 창에 끊임없이 떠오르고 있다.

무뎌진 내 일상에 알람 시계가 되어버린 그의 말에 꼼짝없이 일어나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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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의 추억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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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길 떠난 나그네처럼 늘 낯선 곳을 걷거나 정신없이 뛰거나 가끔은 지친 삶을

잠시 내려놓고 쉬는 고된 여정과도 같다.

그러다 어느 날은 걷기 좋은 탄탄대로를 만나기도 하고 숨이 턱에 차오르게 걸어야 하는

높은 산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좁디 좁은 어느 막다른 골목을 마주치기도 한다.

다시 돌아나가야 하나 담을 넘어 계속가야하나..잠시 망설이거나 절망하는 순간을

만나면 고단한 삶을 내려놓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하는 그런 시간!

이 세상 누구라도 계속 평탄하고 뻥뚫린 길만을 갈 수는 없다.

예기치 않은 아픔과 절망을 만나는 순간은 누구에게라도 예고없이 오기 마련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순간, 막다른 골목을 만나 머뭇거리는 그 순간의 이야기들이다.

일본의 유명 작가인 요시모토 바나나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이라고 하는 이 소설속에는

작가 자신의 아픈 기억들, 아니 어느 누구라도 겪었을법한 막막한 시간들에 대한

고백서이기도 하다.

 

 

생전 처음 사랑을 느끼고 오로지 그 한 사람만을 바라보던 어느 날,

사랑했던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여 떠나버렸다면 그 막막함을 어찌할까.

조금 맹하게 보일만큼 지고지순한 미미는 약혼자의 변심을 확인하고

절망에 빠진다. 극단적인 선택을 우려한 가족들의 배려로 '막다른 골목'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 2층에 새로운 터전을 잡은 미미는 점장인 니시야마에게서 위로를 얻는다.

 

어린시절, 가정에 무심한 아버지로부터 학대받고 어머니마저 떠나버린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니시야마는 상처받은 미미의 마음을 자존심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어루만져준다. 달콤한 공기처럼.

평탄하고 아픔없이 살아온 사람이었다면 그녀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배신한 남자에게 빌려준 돈조차 받을 용기가 없는 미미를 대신해 니시야마는

그 남자를 찾아가 내가 이제 미미의 남자이므로 빚을 갚아달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미미는 자신의 아픔이 치유되는 것을 느낀다.

나를 대신하여 내 속에 고인 말을 대신 해주는 사람.

우리는 스스로 치유하는 법을 잘 모른다.

누군가 매를 들고 나를 아프게 했던 사람이나 운명에게 대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질 때가 있다.

막다른 골목에다다렀을 때,

멈칫거리는 내 손을 잡고 담을 뛰어 넘어주거나 툭 트인 세상으로 나를 이끌어주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그런 순간들.

 

 

나 하나쯤 세상에 있던 없던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가벼운 존재감이

어느 날 소중해지기도 하는 그런 날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 다섯 편이 실려있다.

우리는 행복한 순간보다 죽음에 이르는 절망의 순간이나 아픔이 극심한 순간에

삶을 돌아다 보게 된다.

아무도 모르게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아픔과 마주서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그 트라우마와 마주서서 자신을 껴안지 않으면 결코 치유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일본의 유명 작가인 요시모토 바나나는 자신의 아픈 기억들,

아니 어느 누구라도 겪었을법한 막막한 시간들에 대한

추억을 떠 올리면서

누군가 이 책으로 힐링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쏟아 부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사랑하는 소설이라고 자신있게 말했을 것이고.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면 아니 언제든 맞닥뜨릴 수 있는 막다른 골목에서

빠져나오려면 잠시 이 책을 펼쳐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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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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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길기도 하며 가장 짧기도 하고

누구에겐가 귀한 보물처럼 쓰이기도 하고 누구에겐가는 한 푼짜리도 안되게

쓰이기도 한다는 그 것은 바로 시간이다.

얼핏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늘려서도 쓰고 줄여서도 쓰게되는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니...정말 이런 상점이 있다는 것일까.

시간을 훔치는 도둑이 있다는 소설도 있고 타임머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그린 작품들도

많은 걸 보면 우리 인간에게 시간은 무상으로 주어졌지만 누리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변화무쌍한 존재임에 틀림없겠다.

참으로 맹랑하지 않은가. 이제 겨우 열여덟의 소녀가 그것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시간을

파는 상점을 열다니.

하긴 우리는 때때로 지나간 시간들의 어느 순간을 붙들어 두고 싶고 되돌리고 싶기도 한

순간들이 있다.

그 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삶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아쉬움이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이 과거의 시간이 되기전에 최선을 다하라고 하는 모양이다.

암튼 소방사였던 아버지를 중학교 입학무렵 잃게 된 온조는 매사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이다. 가끔 울컥하는 다혈질의 성깔이 나오기도 하지만 요즘 보기드문 오지랖을 가진

아이이기도 하다.

환경단체에서 일하는 엄마와는 친구처럼 다정하게 지내지만 얄팍한 수입때문에 온조는 알바를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못된 사장을 만나거나 체력이 딸리다 보니 알바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개점한 것이 '시간을 파는 상점'!

쉽게 말하자면 누군가의 일을 대행해 주는 상점이다. 기발하다. 의뢰인의 모든 것은 비밀로 보장되니

특히 은밀한 사건을 맡기기에는 제격이겠다. 하지만 열 여덟의 소녀가 과연 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없어진 PMP를 되돌려 놓거나 한 주에 한통씩 편지를 배달해 달라거나 손주를 만나고 싶어하는

할아버지와 맛있는 식사를 한다거나 하는 아주 의외의 일들을 맡은 온조는 제법 잘 해내는 듯 싶다.

그러나 PMP를 훔쳤던 아이는 다시 전자수첩을 훔쳐 사라지고 만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친구를 위해 사건을 의뢰했던 아이의 정체가 밝혀지고

'시간을 파는 상점'은 위기를 맞게 된다.

예기치 못한 이별을 겪은 온조는 자신의 아픔을 승화시켜 상처깊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상점의

주인이 된다. 그리고 엄마의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딸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단절된 삶을 살아야 하는 아이들의 아픔과 소통하지 못하고 외로움에 빠진

아이들의 현실을 잘 살려낸 작품이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않고 세상에 맞서는 캔디같은 아이 온조의 씩씩한 기운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다.

어차피 울퉁불퉁한 삶, 이렇게 유쾌하게 맞서도 좋지 않겠는가.

서로가 서로를 기대 아픔을 극복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못난 어른들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전형화된 삶에 물들지 않고 외롭고 아픈 친구의 손을 잡아 주는 아이들이 기특하기만 하다.

소외된 아이들이 옥상에서 뛰어내릴 때마다 우리는 그 아이들이 내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음을 부끄러워

해야한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 더 살고 싶다 뭐 그렇게 들리더라. 그 아이도 분명 살고 싶다고 말한 걸 거야.

바닥을 친 거지. 참는데까지 숨을 참다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할 때 물 위로 올라와 살고 싶다고

말한 걸 거야.' -197p

여리고 아픈 꽃잎이 지기 전에 우리는 그 아이들의 손을 잡아 주어야만 했었다.

문득 어른임이 부끄러워지는 시간들...온조야  그 시간들을 어쩌니. 미안하구나.

자기 몸에 꼭 맞는 청소년 소설을 쓰는 일이 행복했다는 작가에게 감사의 말이라도 전해야 할 것 같다.

외로운 아이들의 시간들을 들여다 봐줘서 고맙다고. 못난 어른들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세워져서 고마웠노라고.

작가님 다음 작품에는 또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 두렵지만 기다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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