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각하
배명훈 지음, 이강훈 그림 / 북하우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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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이든 '총통'은 있다.

로마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름은 다양하게 불리었지만 간단하게 권력의 중심인 권력자를

'총통'이라고 통칭한다.

저자가 연작으로 그려낸 총통의 이미지는 대부분 독재적이며 폭력적이고 그리고 꼴통들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인물이 총통이 되자 임기가 끝나는 5년동안 동면에 들어갔던 남자는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총통이 연임을 하고 있자 다시 동면에 빠져든다.

그렇게 시작된 동면은 계속된 총통의 연임으로 2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총통의 세상'이다.

영원히 계속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괴물같은 총통이 죽지 않는 한 이들의 동면은 계속될 모양이다.

 

 

도시를 정복하기 위해 무장을 하고 침투하는 특수부대원들..이들은 또 다른 총통이

지배하는 어느 나라의 대신들이다. 그래도 이 특수부대원들은 비리비리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회의 한번 참석하려면 특수훈련에 버금가는 여정을 겪어야 하는데 이정도면 체력면에서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도대체 흔적은 없는데 상처는 있는 피해자들.

얼핏 평화로워 보이는 시위현장에 인간의 눈으로는 감지해낼수 없는 묘한 폭력들.

연이은 피해자들의 증언에 투명인간을 범인으로 만들어 시선을 돌리려는 정부.

영웅의 탄생을 꿈꾸며 강제로 수로공사를 하는 멍청이 거인총통.

특이하고 신선한 소재로 써진 이 소설을 보노라면 SF영화를 보는 것 같은 몽롱한 환상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 일어났던 혹은 현재 진행되는 우리 시대의 인물들과 겹쳐지고

아련한 기시감을 느끼게 된다.

 

 

세상이 많이 좋아지긴 했다.

현직 대통령의 이름이 슬쩍 지나가기도 하니 말이다.

불과 몇 십년전 과거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반역이었을텐데 그나마 이렇게라도

짖을 수 있다는게 다행인가? 아님 반복되는 꼴통 총통의 등장에 가슴을 쳐야하는가 말이다.

정말 독창적이고 기발한 소재로 독자를 이리 저리 끌고 다니는 저자의 블랙코미디같은

스토리에 웃음보다 한숨이 나오는건 어쩔수가 없다.

우리는 언제 제대로 된 '총통각하'를 모실 것인가.

저자의 다음 작품이 미래의 총통에게 바치는 감사의 헌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대선을 앞둔 우리 모두의 바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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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바리 -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정윤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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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공주는 오귀대왕과 길대부인의 일곱번째 딸로 태어났지만 아들을 바랬던 왕의 명령으로

버려지게 된다. 바리공주가 열 다섯살이 되었을 때 오귀대왕이 병에 걸리고 바리는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서천 서역국으로 달려가 약물을 구해와 아비를 살리게 된다.

버려진 아이 '바리'

동해의 어느 마을에서 연탄공장 사장네에 일곱번째 딸로 태어난 바리는 제몸으로 생명을 잉태시키지

못했던 산파에게 넘겨져 인천의 수인곡물시장곁에서 키워지게 된다.

고향 친구사이인 산파와 토끼는 평생 자신의 아이를 가지지 못한 몸으로 '바리'를 자신의 아이인양

정성껏 키운다. 섬세하고 차분한 토끼와 저만의 방식으로 거칠게 키우는 산파는 때로를 으르렁

거리지만 두 사람의 사랑으로 바리는 열 다섯 살이 된다.

몸을 팔고 사는 옐로 하우스의 유리들의 뒷수발을 들어주며 약초를 팔아 살아가던 산파는 암에 걸려

바리에게 편안한 죽음의 길로 인도해 달라고 하고 결국 바리는 독초로 산파를 인도하게 된다.

열 여섯살이 되어 토끼에게 자신의 친부모에 대해 알게된 바리는 고향으로 향하지만 상처만 안고

되돌아오게 된다. 학교를 다니지 못한 바리는 사회성이 떨어지고 어눌하지만 영혼은 맑고 순수하다.

'바리공주'의 설화처럼 무속의 피가 흐르는 것 같은 바리는 죽음이 닥친 인간들을 편안한 저승길로

인도하는 일을 하게되고 비슷한 아픔을 가진 청하와 결혼하게 된다.

 

 

'바리'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아픔을 지니고 사는 인물들이다.

지은 죄도 없이 평생 감방에서 썩고 있는 아버지와 자신을 할머니에게 던져두고 떠난 어미를 둔 '청하'

멀리 서해바다 건너 어미를 그리다 참깨자루에 숨어들어 인천에 들어온 '나나진'

사랑을 믿었다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나나진의 어미 '화얌'

제 동생들을 먹이고 살리기 위해 제 몸하나 희생하여 유리가 되었지만 결국 바리에게 저승길로 인도된

'연슬언니', 그리고 스스로 연탄가스를 마시고 자살한 '청하사할머니'

이제 더 이상 철로위를 달리지 못하는 수인선의 궤도에는 아픔을 간직한 인물들의 과거가 새겨져있다.

손님이 끊겨버린 수인곡물시장과 수인선의 낡은 협궤처험 '바리'와 비극의 인물들은 그렇게 잊혀질 것이다.

구정물같은 세상에 불알하나 달지 못해 버려졌던 '바리'는 '청하'의 아이를 뱃속에 품은 채

태워버렸던 독초를 다시 만들 꿈을 꾼다.

숨을 틔울 '샘물'을 찾아 나섰던 '바리'는 이제 숨을 끊을 '독초'를 찾아나설 것이다.

쇠락한 시장풍경과 녹슨 기찻길의 흔적을 기억하는 작가는 분명 그 일대를 잘 아는 인물일텐데..

온갖 약초를 법제하고 간수하는 일들을 어찌 그리 잘 알고 있을까.

지긋 지긋한 현실이 바로 설화속의 서천 서역국이고 제 아비를 살리겠다고 시련을 견뎠던 '바리'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이 서글프다.

산파할멈이 약초를 찾아 온 산을 헤매였던 것처럼 작가도 꽤나 힘들게 캐고 말리고 법제시킨 공이 그대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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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줘서 고마워요 - 사랑PD가 만난 뜨거운 가슴으로 삶을 껴안은 사람들
유해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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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때 잘해!'

우스개 소리로 가볍게 말했던 이 한마디가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무겁게 다가온다.

살짝 내성적인 성격에 한 때는 학생운동에 심취했던 남자가 방송국 PD가 되었다.

그야말로 인간냄새가 물씬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시작한

그의 '사랑찾아 삼만리'는 눈물없이 볼 수없는 '드라마'로 탄생되었고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우리들의 가슴에 아프게 고여있다.

말기 위암으로 사랑하는 두 아이를 두고 하늘 나라로 가버린 '풀빵엄마'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엄마는 약해지면 안되는 거잖아요."

하며 밝은 미소를 보냈던 그녀는 아마도 두 눈을 감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떠났을 것이다.

누가봐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창원과 영란의 가슴절절한 사랑이야기와 아픈 이별도

'엄지공주'선아씨와 '안녕, 아빠'의 준호씨..

 

 

'그 때,배웠다. 편견의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음을, 선입견의 귀를 닫아야

마침내 들리는 것들이 있음을 말이다.'-258p

 

유해진PD가 만났던 사람들은 우리가 눈을 뜨고 있어도 보지 못한 것들을 귀가 열려있어도

듣지 못한 '소중한 그 무엇'을 일깨워준 사람들이다.

혹시 '휴먼다큐'라는 포장지로 위장된 '상업'으로 비쳐질까봐 자괴심에 빠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찍고 말하고 전할수 밖에 없었던 PD의 프로정신은 따뜻한 그의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때로는 관객에서 뛰쳐나와 무대에 뛰어올라가기도 하고 펑펑 울기도 하면서 만났던 특별한

사람들과는 여전히 '공적'인 관계가 아닌 '사적'인 관계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

 

 

공부못하는 아들때문에 속상한 엄마,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투덜거리는 아이들에게도

그저 살아만 있어 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를...뜨거운 가슴으로 삶을 껴안은 사람들을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누군가 간절히 원했던 '내일'을 지금 내가 아무 댓가 없이 살고 있는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느 곳에 뜨거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이 세상 어딘가에

진정한 사랑이 꽃피고 있음을 반드시 알리겠다고 소심한 성격을 고쳐가며 뛰고 있을

PD에게 전하고 싶다.

"잊고 있던 사랑을 기억나게 해줘서 고마워요, 곁에 있는 가족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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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왈츠 밀란 쿤데라 전집 4
밀란 쿤데라 지음, 권은미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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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에 특효가 있다는 유명 온천장에 근무하는 간호사 루제나는 어느 날 임신한 것을 알게된다.

불임녀들이 득실거리는 소도시에서 제대로 된 남자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이 곳에서 임신이라니...

주변의 동료들은 호기심이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드디어 도시를 탈출할 수있는 기회를 잡은 루제나에게

축하를 보낸다. 아기의 아빠는 두달 전 이 도시에 공연을 왔던 유명 트럼펫 연주자이다.

아니 그렇게 추정한다.

외국으로의 여행도 자유롭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의 잔상이 여전한 소도시에 모인 인간들의 모습이

다양하게 표출된다.

하룻밤 뜨거운 열정이 임신이라는 악재가 되어 돌아왔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트럼펫 주자 클리마.

빛나는 아름다움을 지녔지만 끊임없이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는 신경증 환자 카밀라 클리마.

자유로운 국가로의 탈출을 위해 나이차가 나지 않는 미국인의 양자가 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의사 슈크레타.

슈크레타의 친구이며 혹독한 정치 탄압의 피해자였던 야쿠프와 그의 또다른 친구의 딸인 올가.

 

 

잘 포장된 아니 잘 포장되어져야 하는 사회의 일원이라도 되는 양 잘 무장되어졌던 사람들의

내면에는 폭발되지 못한 억압과 열정이 숨어 있었다.

핍박에 견디지 못하고 숭고한 죽음을 택해야 할 어느 날을 대비하기 위해 받아 두었던

독약 몇 알을 되돌려 주기 위해 친구 슈크레타를 찾아온 야쿠프는 며칠 후 조국을 버리고

자유를 찾아 떠날 예정이었다.

굳이 간직해 두었던 독약을 왜 돌려주어야만 했을까.

그 독약은 국가가 지녔던 폭력의 상징이고 자존을 지키고픈 투사의 갸날픈 저항이 아니었을까.

딸처럼 키웠던 올가가 옆방에 살던 루제나를 '지겨운 여자'라고 투정을 부렸을 때,

아니 자신이 좋아하던 개들을 무지비하게 잡아들이는 루제나의 아버지를 보면서 과거의 상처가

되살아 났을 때 였을까. 아주 우연하게 루제나의 약통에 독약을 섞을 마음이 든것은.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고 해도 스스로 '독약'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세워 자신의 실수를

끝까지 포장하고자 했던 야쿠프는 잠시 멈칫 거리기는 했지만 자신의 죄를 알지 못한 채 떠나고 만다.

하룻밤을 보낸 남자의 아이였는지 스토커처럼 자신을 따라 다니는 연하남의 아이인지도 모른 채

새로운 사랑을 꿈꿨던 루제나는 어이없이 죽고 만다.

그녀의 죽음은 누구의 책임인가. 작가가 남겨진 인간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잘 무장 되었던 억압이 풀어지면서 보여준 인간의 비겁한 모습들과 진정한 사랑에 눈뜨는 장면들이 잘

그려진 작품이다.

결국 어이 없는 죽음에 책임질 사람들은 없고 모두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들인 것이다.

원하지 않는 아이의 아빠가 될 운명이었던 남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의 아내를 사랑했던 것처럼

자신들의 침대로 돌아갔다. 모두 그렇게 자신들의 안전한 공간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이 세상을 이끌어온 수많은 인간들의 보편적인 삶인 것을. 그 삶에서 나도 자유롭지 못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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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학을 읽는 월요일
조용헌 지음, 백종하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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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읽고나니 백 권의 책을 읽은 것 같은 포만감이 느껴진다.

저자가 30년 가까이 강호에서 보고 들은 경험과 만 권의 책을 읽은 내공을 용해시켜 쓴

글들이 담겨있는 책을 읽어서인지 적어도 백 권 분량의 책이 내게 담겨진 듯 뿌듯하다는

뜻이다.

 

 

서재의 구조와 정돈 상태, 그리고 소장하고 있는 서책들의 질과 양을 모두 따져보는 것을

'서상'이라고 한다는데 적어도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조용헌의 책 한권 쯤 턱허니 꽂혀

있어야 초라한 수준을 조금이나마 높힐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슬쩍 자랑스럽기도 하다.

도사(道士)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더니 현 시대에 이만큼이나마 이야기를 풀어서 먹고 사니

현대판 도사가 아니던가 말이다.

도무지 막힘이 없다. 아니 막힘이 있다한들 어떻게든 풀어서 막힘을 뚫을 사람이다.

자고로 이 같은 능력은 바로 방대한 독서와 인맥, 그리고 끝없는 탐구열의 열매가 아닌가 싶다.

사진으로만 본다면 안동의 하회탈을 닮은 듯 넉넉하고 꾸밈도 없어보이건만 도대체 그가

알고자 하는 세상의 일이 한도 끝도 없는 모양이다.

그저 게으르고 한심한 위인들은 적어도 저자의 책 몇권만 탐독해도 무식하다는 말은 면하고도

남을 지경이다.

 

 

그가 말하지 않은 인물이나 지명, 사건들이라면 그리 대단한 것들이 되지 못하다는 뜻일게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은 자유롭다고 하나 저자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은 사물은 먼지처럼 가볍고

기억하지 않아도 좋을 일들이 분명하다.

굳이 삶의 무게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월요일'에 우주만물의 원리가 녹아져 있는 '동양학'이란

제목을 붙인 것부터가 그가 대자연의 무한한 원리와 이치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알려고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게한다.

책을 다 읽고 보니 굳이 '동양학'이라고 국한 지을 만한 일도 없었다.

세상만사 그의 관심을 피해간 것이 없었느니 말이다.

그의 방대한 지식과 인맥에 슬쩍 끼어들어 풍수나 관상의 힘을 빌려보고도 싶고 심상치 않은 맛객이니

어디든 묻어다니면 입호강을 따놓은 당상이 아닌가 싶다.

하나 이렇게 그의 저서를 빌어 지식과 지혜를 훔쳐오니 그와 수인사정도는 나눈것 처럼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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