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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고통 - 거리의 사진작가 한대수의 필름 사진집
한대수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0월
평점 :
'한대수'라는 가수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대략 나이가 중년이후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세대일수도 있고.
그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보헤미한이다. 멀리서 보는 그의 삶이 그러했다.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temp/IMG_20231026_125413.jpg)
어느새 만 75세의 나이에 이르렀다니 나도 그와 더불어 나이가 꽤 들었다는걸 깨닫는다.
원래 예술가들은 좀 괴팍하다고 해야하나.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살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안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그렇지 그는 평생 정착하지 못하고 어딘가를 떠도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타고난 방랑벽이라고 해야할지 역마살이라고 해야할지.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temp/IMG_20231030_103810.jpg)
가수 한대수가 사진에 조예가 깊은건 몰랐었다.
이 책은 그의 사진과 살아온 이야기가 담담히 그려져있다. 첫 장을 여는데 들어온 이 글이 가슴을 때린다.
'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우리가 태어나고 삶이라는 고통을 짊어지게 된 것은 천형이라는 뜻인걸까.
흔히 말하는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현생에 인간으로 태어나 '삶'이라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것일까. 철학적 비유이지만 우리의 삶을 가장 적절하게 비유한 문장이라는 생각이다.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temp/IMG_20231030_104029.jpg)
그의 긴머리는 세상을 향한 외침, 거부, 반항, 조롱같은 것들이 깃든 것 같아 보인다.
사실 그는 노래 잘 부르는 가수라기 보다는 철학자같은 느낌이 더 강한 순례자처럼 보였다.
그의 노래 가사가 그랬다. '물 좀 주소', '행복의 나라로'같은 가사는 노래라기 보다 삶의
시위현장에서 외치는 구호같지 아니한가.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temp/IMG_20231030_104238.jpg)
1969년도 아직은 여물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모습이 가슴 짠하게 다가왔다.
사진속에 담긴 초라한 사람들의 행색도 그러했고 그 모습에 내가 겹쳐서 더 그랬다.
그래도 순한 눈빛이 좋았다. 그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워 더 그랬다.
지금이야 누구라도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세상이지만 과거에 사진은 귀한 기록이었다.
한대수가 담은 뉴욕의 거리, 서울의 거리, 태국의 거리에는 닿지 못한 과거의 기억들이
각인되어있고 한 인간의 여정이 담겨있다.
수많은 뮤지션들의 단명에도 불구하고 팔순을 앞뒀다니 정말 다행이다 싶다.
그가 살아온 시간들이 어떠했든 그가 받는 천형의 무게만큼 그는 벌을 잘 수행했고 잘 수행 할 것 같다. 더불어 그와 같은 시간을 공유한 사람들의 삶도 이제는 좀 더 가볍기를 바란다.
흑백사진속에 담긴 담백함과 번잡스럽지 않은 시간여행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