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의 버릇
신모래 지음 / 든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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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출간


현대판 '어린왕자'를 읽는 느낌이랄까. 이어지는 스토리도 없지만 그 때 그 때 상황을 그려가면서 알려주는 방식이 조금 낯설기도 한 산문집이라고나 할까.

'우' 저자 자신인가, 아님 자아의 표현일까. 아님 자신 이외의 다른 누구일까. 정확히 모르겠다.



태어나지 않았다면 더 좋았다고 생각하는 '나'

작지만 가엽지는 않다고 주장하는 '나'와 그의 곁을 지키는 '우'와의

대화는 조금 쓸쓸하기도 하고 동화같기도 해서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누구나 두려움을 느낀다. 낮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아무도 보이지 않을 때, 집이 어두워졌을 때, 나도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모두 나를 버리고 떠나버린 것 같아서 무서웠다.

'우'도 그랬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것.

아마 '나'에게 우는 수호신같은 존재가 아닐까.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지만 그리지 않는 걸 보면 두려워진다고 했다. 그런 '우'를 보면서 억지로라도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겠지.


몰가베이커리의 영수증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외에 지혜의 말이 담긴 영수증이라니..

요건 굉장한 팁이다.

'안전한 곳에 닿으려는 자신을 나약하다 생각하지 말라'

'눈물은 전부 흐르도록 두어라'

'만족할 때까지 충분히 스스로를 돌보라'

어떤 철학자가 빵을 굽고 조언까지 곁들어 파는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야 거기가 어디니?


'우'가 떠난다해도 잊지 않겠노라고 네가 왜 가야 했는지도 이해한다고 토닥이는 마지막 장면은 마음이 슬퍼지는데.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다.

받침이 없어 영원히 뻗어나갈 것 같은 이름 '우'

어김없이 돌아올 '우'를 떠올리며 안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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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 다시 날아오르기
빌헬름 슈미트 지음, 강민경 옮김 / FIKA(피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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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다. 건물과 건물사이에는 불빛이 넘실거렸고 가끔 버스킹을 하는 연주자들이 보이기도 했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한 장면들.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동안의 삶이 너무 속박되었던가. 그래서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상상을 했던걸까. 꿈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 자유로움속에서도 계속 집을 찾고 있었다.


시계를 보면서 일어나고 씻고 밥을 먹고 집안을 치우고 은행이나 시장을 가기위해 외출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식사준비를 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아주 가끔 오래된 골목을 산책하거나 그림 감상을 하기 위해 미술관을 찾기도 한다. 가끔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저자는 삶은 그네를 타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네 재미있는 놀이이다.

잘만 구르면 높이 날아올라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보이고 상쾌한 바람까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오름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것이 또한 그네타기이다.

내리막이 예정된 오름은 마냥 행복만 느낄 수는 없다. 내리막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길을 걷는 것과 같다. 수많은 길을 만나게 되고 내 선택에 따라 삶이 달라지기도 한다.

곧게 뻗은 길을 만나기도 하고 빙 둘러서 가야하는 길도 만날 수 있다.

에움길을 만나면 몇 걸음 뒤로 물러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후퇴는 싫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잠시 뒤로 물러나면 어느새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경험이 위로가 된다.



'인생은 기쁨과 슬픔, 열정과 고요가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는 그네와 같다.' 그래서 한 때 빛났던 사랑도, 최고점의 성공도 반드시 하강이라는 굴곡을 만난다. 정점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것은 실패나 추락이 아니다.

그저 자연스런 삶의 리듬이라고 여기면 견디기가 훨씬 쉬운일이 될 것이다.

누구나 겪는 정점과 내리막의 길. 그래서 나에게만 특별한 추락이나 실패가 아니라는 점이 큰 위로가 된다.


그네가 흔들리면 그저 그네에 몸을 맡겨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구르려고 애쓰지 말고 바람이 흔드는대로 놓아두는 것이다. 세차게 불던 바람이 잦아지고 그네의 움직임도 멈춰질 것이다. 그렇게 긴장이 풀린 몸은 다시 힘을 내서

발구르기를 시작하면 된다. 그래서 결국 다시 날아오르면 된다.

정점의 순간에 얼마나 머무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아래도 떨어지는 힘이 크면 다시 날아오를 힘도 커진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니 겁먹을 필요가 없다.

'정점을 오르는 법을 배우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오르내리는 삶 속에서 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나는 이미 추락을 두려워하지 않고 하늘을 날았다.

큰 상자안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육실에 갇힌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그 공간은 컸고 화려했지만 그와 나는 다를 바 없는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는 날아오르지 못했다. 그게 엄청난 희열을 주었다. 꿈인듯 현실인듯 세상을 날아다니는 내가 너무 특별한 존재여서 행복했다.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지만 꿈에서라도 상상에서라도 꼭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기를...존재감 뿜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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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천성호 지음 / 잔상페이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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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싯귀가 떠오르는 제목의 에세이집이다.

소개글에는 낮에는 불려야 할 이름으로 하루를 보내고 밤에는 나를 부르는 이름으로 문장을 쓴다는 작가! 멋진 비유에서 재능이 느껴진다.


벚꽃이 만발한 요즘 꽃처럼 와준 작은 책이 큰 위안이 되어준다.

그저 담담하게 쓴 듯 하지만 밥벌이가 안되는 '작가', 아니 글을 쓰면서 살고 싶었다는 강렬한 의지와 생활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사이에 많은 방황이 있었음이 전해진다.

가뜩이나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베스트셀러에 오르지 못하고 사라지는 책이 한 둘이겠는가.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사회이기에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로 얽혀 산다.

휴대폰 속에 담겨있는 전화번호가 많을 수록 왠지 성공한 삶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살아보니 '수'는 그닥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적어야 할, 기억해야 할 전화번호는 더 적어졌다. 그래도 불편한게 없었다. 가끔 잘 살고있나 하는 궁금증은 일어났지만.


서른 무렵 '아 나는 누구 밑에서 일할 위인은 못된다'는 걸 깨닫고는 마흔 무렵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밥벌이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그래서 10년 동안 잘 준비를 했다.

이후 지금까지 그 선택에 후회가 없었고 다시 돌아간다해도 이 선택을 하게 될 것 같다.

다수의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가장이니까, 밥벌이는 해야 하니까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나 답게 살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과감하게 직장을 정리한 저자의 친구는 멋지다.


어려서는 무척 가난했었나보다. 대학을 보내주지 못한 엄마의 미안함이 자신을 더 풍요롭게 성장시켰다는 말에 코끝이 찡해졌고 일찌감치 돈을 벌어야 했던 소년, 청년의 삶이 감동스럽게 다가온다. 맞다. 계획했던

시간과 다른 시간을 살았다고 해서, 그 삶이 덜 값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도 안다. 나도 그랬다. 가끔은 가고 싶었던 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었을지 궁금해지지만 지나온 내 삶이 초라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아니 내가 대견스럽다.

아마 저자도 그랬던 것 같다. 기특하지 않은가.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살기가 쉬운 것이 절대 아님을 알기에, 열심히 살아온 저자의 시간들이 너무 아름답게 다가온다.

나는 그저 아직은 낯선 그의 이름을 불러준다. '작가 천성호'

기억하겠습니다. 지켜보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다음 작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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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의 방 생각학교 클클문고
러스킨 본드 지음, 박산호 옮김 / 생각학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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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과 인도인의 혼혈인 소년 러스킨의 외로운 시간을 함께한 친구들과의 아름다운 성장기를 그린 자전적 소설! 아이들의 천진함과 친절, 그리고 장난스러움이 잘 드러난 성장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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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의 방 생각학교 클클문고
러스킨 본드 지음, 박산호 옮김 / 생각학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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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도의 데라둔이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러스킨은 열 일곱, 질풍노도의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부모의 기억은 거의 없었고 아버지와 사촌인 해리슨씨가 후견인으로 그를 돌보고 있다.

이미 영국은 인도를 포기하고 많은 영국인들이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몇 몇 영국인들은 아직 인도에 머물고 있었다. 해리슨씨처럼.


인도에서 태어나 살고 있지만 사실 러스킨은 인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엄격한 해리슨씨는 집밖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금지하고 있었고 학교를 졸업한 러스킨은 하루가 너무 지루하기만 하다. 그러다가 해리슨씨가 먼 곳에 외출할 일이 생기자 러스킨은 모험을 감행하기로 한다.

시장에 가보기로 한 것이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소와 거지와 병자와 쓰레기가 공존하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러스킨은 엄청난 충격과 함께 최초의 인도인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소미와 수리, 그리고 랜드워.

그닥 부자는 아닌 집의 아이들이었지만 친절했고 순박한 아이들. 러스킨은 얼마후 벌어지는 축제에 함께 하기로 했고 해리슨씨 몰래 울긋 불긋 색소를 뿌리는 축제에 참여해 처음으로 자유와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결국 발각되는 바람에 가출을 하고 만다.

러스킨의 친구들은 그에게 옷도 주고 음식도 주면서 응원한다. 그리고 키션이라는 소년을 가르치는 일자리까지 구해준다. 그렇게 키션의 집에서 살게된 러스킨에게 지붕 위의 방이 생겼다.



그리고 키션의 엄마인 메나에게 매혹되는 러스킨, 그녀는 연상의 유부녀였지만 아름다웠다.

그녀를 볼 때마다 가슴이 설레고 보이지 않을 때에도 그리워지는 시간을 보내던 러스킨에게 메나의 죽음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고모네 집으로 떠난 키션도 가르칠 수 없게 된 러스킨은 새로운 삶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영국으로 떠나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키션을 만나기 위한 여정이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펼쳐진다. 키션은 고모네 집에서 도망쳐 엉뚱한 삶을 살고 있고.

이 책의 서문에는 키션의 예언대로 작가로 성공한 러스킨이 가족을 갖고 싶어했고 늘 외로움에 힘들었던 사춘기를 함께 해주었던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나온다.

거의 70년 전 혼혈 소년과 친구들의 우정들이 참 아름답게 펼쳐져있다.

잠시 영국에서 살기도 했던 저자가 인도에 정착한 후 그 친구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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