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니다, 우주일지
신동욱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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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엘리베이터를 건설하기 위해 소행성을 납치하라!

우주 덕후를 자처하는 배우 신동욱의 유쾌한 우주과학소설!

 

 

  우주과학이라는 분야를 하나의 완성도 높은 창작물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유수의 자문위원과 오랜 탐구, 작가 스스로 이야기로 구현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와 철학 및 지식들이 모두 갖추어져야만 가능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래서 <인터스텔라>, <그래비티>와 같은 작품이란 인간이 우주로 나아가는 것만큼이나 위대한 도전 끝에 탄생한, 우주의 그 광활한 크기만큼이나 가늠할 수 없는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뜻밖에도 한 배우에게서 우주과학소설이 탄생했다. 천문학자도 아니고, 공학자도 아닌, 희귀난치병 판정을 받고 오랜 기간 투병의 시간을 보냈던 배우 신동욱에게서 말이다. 그는 “나는 조금 아프지만, 자랑스러운 30대 ‘우주 덕후’다” 라며 스스로를 그저 마니아 이상의 열정을 가진 덕후라 자처했을 뿐이다. 그간 남녀의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에서 활약했던 배우의 활동내력을 생각하면 의아할 따름이었다. 더군다나 그저 우주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작품의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천재 이론물리학자인 아내를 위해 소행성을 납치하러간 대담한 남자, 맥 매커천!

  주인공인 맥 매커천은 41살에 T그룹의 CEO,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업가, 전기 자동차의 아버지, 태양광 발전의 아이언맨, 화성이주를 꿈꾸는 개척자, 바람둥이, 현실계의 토니 스타크라 불리는 초긍정주의자이다. 이 화려한 수식어를 뒷받침해주듯 그는 지구 최초로 그야말로 별도 따다 주는 남편이다. 한국인에 천재 이론물리학자인 아내 김안나는 우주 엘리베이터를 건설할 때 필요한 균형추로 소행성 AC5680을 지목했고, 이를 사로잡기 위한 범국가적 프로젝트에 남편인 그가 직접 나선 것이다. 말 잘 듣는 애처가이자 우주를 사랑하는 그는 안전하게 지구로 소행성을 ‘배송’하기 위해 일명 페덱스 1,2,3호를 탄 대원들과 함께 약 2억 3천만k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간다. 이렇듯 소설 <씁니다, 우주일지>는 주인공 맥 매커천의 우주 생활 적응기로, 기발한 상상력과 대담하고 능구렁이 같은 기질의 유쾌함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 칼 세이건…… 난 우주를 사랑했던 그들의 글을 읽으며 자랐어. 그들이 원했던 대로 우주에 대한 사랑의 씨앗이 내게도 전해졌던 거지. 나는 단지 씨앗만 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씨앗을 재배해서 내 손으로 열매를 따고 싶었어. 그 뿐이야. 우주에 대한 꿈을 좇다 보니까 우주만큼 일이 커져 버렸긴 했지만.” / 107p

 

 

왜 하필 소행성 AC5680을? 저자 신동욱이 지향하는 우주소설이란?

  화성에 집을 짓고 살고 싶었던 남자, 맥은 이주 계획에 필요한 우주 엘리베이터를 건설하기로 마음먹는다. 이를 실현시켜줄 자신의 아름다운 아내 김안나는 6만km에 달하는 탄소나노튜브 케이블을 만들고 우주에서 무게 중심축을 잡아줄 균형추가 필요했다. 제작하는 방안도 있고 우주 발사체들을 여러 대 결합해서 균형추를 만드는 방안도 있지만 그녀는 소행성 포획이 가장 저렴하고, 그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과학적 이득이 더 많다고 설명한다. 많은 소행성들 중에서 궤도상으로나 크기와 질량을 봤을 때 균형추로 적합한 것이 바로 소행성 AC5680였다.

 

 

“모습이 고구마 같지요? 이 고구마가 유리한 점은 지구의 입장에서 볼 때 보이는 면적이 넓다는 겁니다. 세워져 있는 모양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우리가 꼬셔오기에도 수월합니다. 질량, 크기 같은 것들은 덤이라고 할 수 있지요.” / 139p

 

 

  소행성을 포획하기 위해 우주로 나아가는 이 소설의 접근법은 상당히 가볍고, 때로는 유머에 가깝기까지 하다. 이거 정말 가능한 일 맞아? 하는 의구심이 몇 번이나 고개를 든다. 게다가 아무리 아내와 우주를 사랑한다지만 엄청난 자본이 드는 우주 사업에 뛰어들고 심지어 우주로 직접 날아가는 무모함이라니. 문득 특유의 사업가 기질을 앞세운 이 호탕한 남자의 매력과 기발한 상상력에 사로잡힌 나머지 설득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이것이 저자가 이 소설을 통해 지향하고자 하는 점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확실히 군인들처럼 충돌시키고 때려부수지 않아서 좋습니다. 뭐든지 꼬여 올 때는 서서히, 그리고 부드럽게 꽤야 완전히 내 것이 되는 법이니까요.” 라는 대사가 그러하듯이 이 소설에는 우주과학소설에 지녀야 할 당연한 과학적 근거나 치밀한 잣대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또 그럴 필요도 있겠나 싶다. 근거를 너무 집요하게 파고든다면 창작이라는 고유의 가치가 훼손될 수도 있다. 그저 재미있게 즐기기, 우주 과학을 소재로 하여도 따분하지 않고 상상력을 즐기기만 하여도 충분하지 않느냐고 저자는 말하는 듯하다.

 

 

우주적응기에서 우주표류기로!

  맥은 아내에게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꼬리 부분의 궤도 수정용 엔진이 순간적으로 엄청난 추력을 제공하면서 왕복선의 선체가 기울어졌다가 구멍이 나는 충격을 받고, 동시에 동료를 잃고 그도 함께 표류되는 사고를 겪게 된다. 그는 극적으로 생존하게 되지만 지구에서는 그를 죽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을 만큼 통신은 두절되고 식량도 떨어져간다. 이는 마치 영화 <마션>과 흡사하다. 맷 데이먼이 그러했듯 우주 미아가 된 맥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 돌아가리라 결심하며 일지 쓰기를 멈추지 않고 생존을 향한 분투를 계속 해나간다. 그 와중에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이 느끼는 극도의 불안감과 공허함에 대해서 저자는 꽤 실감나게 표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써 진지하게 쓰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몰랐다. 벙어리가 되는 것이 이렇게 어둡다는 사실 말이다. 말을 하지 않으니까 내 자신이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죽음의 뱃사공, 스틱스 강을 노 젓는 카론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1달만 버티고 나면 지구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그때까지는 나의 어여쁜 안나와 실컷 대화를 나눌 생각이다. 외롭다보니 그렇게 됐다.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마시길. 그리고 지금 든 생각인데 지구에 돌아가면 동물 애호가가 될 생각이다. 강아지가 오죽하면 짖어 대겠는가. 나는 강아지들도 외로워서 짖는 것이라고 믿는다. 외로우면 짖는 거다. 요즘의 내가 그렇다. / 337p

 

 

  맥이 느끼는 공포의 크기는 반드시 유머에 비례한다. 아마도 저자는 고립된 한 인간의 철저한 외로움을 어둡게 그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윌슨처럼 맥은 끔찍한 외로움을 기저귀 패드에 아내를 그리는 것으로 달래는 장면이나, 식량을 대체해 먹는 응가응가 육포를 설명하는 것이나 미리 다운로드해 받아간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심란한 마음을 눙치는 모습들이 그러하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시종일관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광활한 우주를 유영하듯 흥미로운 상상력과 우주과학에 대한 지적 즐거움으로 나아가다보면 한낱 작은 존재일 뿐인 인류의 오만함을 마주하게 되고 어느새 숙연해지기도 한다. 끝도 없는 심연, 우주와 같은 막막함에 사로잡힌다 하여도 맥처럼 절대 긍정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 또한 충분히 와 닿는다. 이는 투병생활을 겪은 산 증인으로써 모두에게 전하는 저자의 울림 있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그저 잘생긴 배우가 아니라 이렇게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되어서 돌아온 신동욱을 앞으로 주목하고 응원해야겠다.

 

 

자, 그럼 소행성 포획 미션에 모두들 동참할 준비가 되었는가! 3,2,1,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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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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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아무라도 알아주기를 바래!

진정한 ‘자아’를 찾아 떠나는 브릿마리의 놀라운 여행! 

 

 

까칠한 브릿마리 여사의 외출은 그렇게 시작된다!

 

  남을 평가하지 않는다지만 알고 보면 편견으로 가득하고, 인생은 늘 변함없이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리스트에 적힌 일정대로 행동해야 하며 어디든 과탄산소다를 반드시 챙기고 다녀야 할 정도의 결벽증세를 지닌 여사, 브릿마리. 그녀는 40년 동안 살던 동네를 벗어난 적이 없었고, 이케아 가구도 조립할 줄 모르는, 그저 바람 부는 발코니와 자신의 수고를 알아주는 남편이 세상의 전부였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간 사업에 몰두하느라 바빴던 남편이 알고 보니 바람을 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 이상 한 집에서 살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소설 <브릿마리 여기 있다>는 바로 남편의 그늘에만 머물렀던 그녀가 집을 나서기로 결심하여 고용센터를 찾는 데에서 시작한다. 문제는 일을 구하기 위해 고용 센터 직원을 구워삶아도 모자랄 판에 직원의 교양 없어 보이는 헤어스타일과 행동들이 탐탁지 않아 지적하는 그녀의 말투가 상당히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다. 연락을 할 것 같지 않지만 조만간 연락을 주겠다는 의례적인 말을 하는 직원에게 우리의 까칠한 브릿마리 여사는 무턱대고 약속 시간을 잡고 찾아가 괴롭히기까지 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딱하게 느껴질 정도로 브릿마리에게 쩔쩔매던 직원은 40년 동안 일을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목숨을 거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브릿마리는 어떤 여자가 아파트에서 죽은 지 몇 주 만에 발견되었다는 신문 기사를 이야기하며 말한다. 아이도 없고, 남편도 없고, 직업도 없었던 그녀의 존재를 아는 이가 없었다고. 일을 하면 출근하지 않았을 때 적어도 사람들이 알아차리기는 할 것이 아니겠냐고. 오늘날 ‘관종’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던 것은 인정받고 싶고, 관심 받고 싶은 당연한 인간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브릿마리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의 그늘에서만 지냈던 그녀도 이제 여기 내가 있음을, 누군가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차츰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일을 하려는 이유는 악취로 이웃 주민들을 괴롭히는 건 본받을 만한 일이 못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아무라도 알아주었으면 하거든요.” / 39p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는 보르그 마을   

 

  브릿마리는 폐쇄된 것이나 다름없는 보르그라는 지역의 레크리에이션 센터 관리직을 얻게 된다. 이 일자리는 보수도 형편없을 뿐 아니라 임시직인 데다 3주 뒤면 폐쇄 여부가 결정이 난다. 마을은 대부분이 매물로 내어놓은 집들이 대부분이라 삭막하기 그지없다. 고작 피자 가게인데 우체국과 자동차 수리까지 겸하고 있는 피즈레이라는 식당이 눈에 띌 뿐이다. 그곳에서 그녀는 주인인 미지의 인물(이름이 끝끝내 밝혀지지 않는다)과 축구를 하는 아이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 축구공에 차 문 한 짝과 머리를 세게 얻어맞는 것으로 첫 대면식을 치른다. 보르그는 브릿마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동네임에는 분명하다. 그녀가 일할 센터나 머무를 집, 자주 드나들어야 할 피자 가게는 위생과 전혀 거리가 멀고, 마찬가지로 그녀가 싫어하는 축구를 하는 아이들과 수시로 맞닥뜨려야함은 물론, 몇 안 되는 사람들도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녀는 연고도 없는 이 낯선 곳에서 타인을 만나고 스스로를 돌이켜볼 시간들을 갖게 되면서 서서히 자신의 처지와 앞으로의 삶에 대한 수많은 생각들과 마주하게 된다.

 

 

화분에는 흙만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밑에서 꽃들이 봄을 기다리고 있다. 겨울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것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믿으며 물을 주어야 한다. 브릿마리는 자신의 마음속에도 그런 믿음이 있는지 아니면 그저 그러길 바라는 마음뿐인지 더 이상 알 수가 없다. 어쩌면 둘 다 없는지도 모른다. / 68p

 

 

  어느 모로 보나 자기보다 나았던 언니를 앞세운 부모를 만족시키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브릿마리는 노력했다. 하지만 점점 더 퇴근을 늦게 하다 결국엔 아예 집에 들어오지 않는 아버지 밑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브릿마리는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 법, 자신의 앞날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을 참고 견디는 법을 터득했다. / 280p

 

 

  지난 날, 언니의 사고로 인해 그 어떠한 기대들을 모두 묻어둬야 했던 그녀의 이야기들이 하나둘씩 드러남으로써 결벽증과 남들에게 까칠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태도들이 점차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사람 사는 동네가 다 그렇듯 이 낯설기만 했던 마을에도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또 그녀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내 줄 사연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녀의 까칠함 뒤에 숨겨진 따뜻한 마음을 사람들도 점차 이해하기 시작한다. 거기에는 뜻밖에도 축구가 존재한다. 그녀가 그토록 싫어하던 축구가 말이다.

 

 

인생을 끌고 갈 수 있는 힘, 그것은 축구

 

  굳이 브릿마리를 예로 들지 않아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축구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심지어 싫어하기도 한다. 연인이나 남편이 축구 경기에 빠져서 함께 할 시간이나 드라마 채널을 빼앗기곤 한다는 등의 이유로 말이다. 브릿마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르그 사람들은 대부분 축구를 좋아했다. 적어도 그녀 주변에는 아이든 어른이든 축구와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보르그의 아이들은 감독이나 코치가 없이 자기네들끼리 팀을 이루어 축구 연습을 하곤 했다. 표적을 맞힐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할 만한 아이들도 없었지만, 그들의 축구를 향한 열정만큼은 커다랬다. 그런 아이들이 곧 있으면 열릴 대회를 위해 뜻밖에도 브릿마리에게 코치가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 축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는 그녀에게 말이다. 하지만 점차 아이들과 교감하고 축구가 지닌 매력에 동화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앞으로 굴러 온 축구공을 있는 힘껏 차보기까지 한다. 공을 차지 않을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 안에서 변화의 힘을 감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축구는 인생을 끌고 가는 힘이 있죠. 늘 새로운 경기가 있으니까요.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니까요. 모든 게 더 좋아질 거라는 꿈도 있고요. 경이로운 스포츠예요." / 431p

 

나이를 먹으면 인간의 정신세계 속에 변화의 여지가 얼마나 남을지 궁금해한다. 앞으로 그녀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야 할까? 그들은 그녀에게서 어떤 면모를 볼 것이며, 그들을 통해 그녀는 자기 자신의 어떤 면모를 느낄 수 있을까? / 412p

 

 

  한 장소가 인간에게 이렇게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니, 브릿마리는 자신에게서 열정이라는 들뜬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저 아무도 모르게 죽음을 맞고 싶지 않았던 그녀의 소박한 기대가 이제는 저 깊은 곳에 숨어 있었던 미래를 향한 꿈으로 나아간다. 이렇듯 <브릿마리 여기 있다>는 한 편의 시처럼 마음을 달뜨게 하고 일렁이게 하는 참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오랫동안 집안일만 하며 살아왔던 나의 엄마가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뭐 하러 힘들게 일을 하려고 하느냐고 타박을 했던 생각이 불쑥 떠오른다. 어쩌면 엄마는 돈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다른 가능성들을 찾아보고 싶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그것을 말렸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불편해진다. 자식들이 모두 장성했으니 엄마도 ‘엄마’가 아니라 ‘나’로 살고 싶었을 텐데.

 

 

  곳곳에 깔깔거리며 웃게 만드는 유머러스한 대사와 삶을 관조하는 다양한 메시지들이 함께 잘 어우러진 작품이었기에 꼭 읽어보시라 단연 추천하고 싶다. 여담이지만 주부들이라면 이 소설을 읽은 뒤 자신의 집에 과탄산소다가 있다면 찾아보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찌든 때와 얼룩을 모두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이 천연세제의 매력에 빠지게 될 테니 말이다. 나 역시 사놓고 방치해두었던 과탄산소다는 물론 베이킹소다와 구연산까지 함께 제대로 된 사용법을 익혀 실천해보았더니 이렇게나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 고마워요, 브릿마리. 당신 덕분에 나의 엄마를 생각했고, 나의 미래를 생각했으며, 깨끗한 집안을 만들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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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66일 공부법 - 어떤 시험도 단박에 성적을 올리는 고효율 공부 습관
강성태 지음 / 다산4.0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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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은 습관에서 나온다!

공신들이 실천하는 32가지의 공부 습관!

 

 

  단번에 성적을 올리는 법, 수능 만점자가 전하는 공부 노하우 등 매년 공부 방법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단은 책에서 소개하는 공부법대로 시도를 해보고, 이런저런 노하우를 때에 따라 적용시켜보면서 학습에 도움을 얻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체득하기가 쉽지 않다. 그간에 습관처럼 다져진 학습 패턴을 책을 읽고 단숨에 바꾸기가 어디 쉽겠는가. 또한 단시간에 공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그들의 방법을 쫓는 데만 급급하다보니 좀처럼 변화를 얻지 못하면 그만큼 단념도 빨라지게 된다. 이는 곧, 아무리 공부법 책을 탐독하고 공부법을 배워도 내 것으로 만드는 습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습관이란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아도 하게 되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의지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을까? 얼마나 오래 지속해야 습관으로 남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저자 강성태는 ‘66일’을 지적한다.

 

 

  영국 런던의 한 대학에서 실험하기를, 사람에게 한 가지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고자 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연구한 결과 평균 66일에 이른다고 하였다. 저자 역시 많은 학생들이 실천해 본 결과 습관을 만들고 변화를 일으켜 자신감을 찾는 데 66일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약 두 달, 9주의 시간이다. 서울시 우수 사회적 기업 공신닷컴의 대표이자 각종 언론과 매체에서 최고의 공부 멘토라 불리는 강성태 저자의 신작 <강성태 66일 공부법>은 바로 이 66일에 주목하여 성적을 올리고 싶다면 66일만 실천해보라고 과감하게 말한다. 그가 알려주는 방법들을 실천하다보면 습관처럼 몸에 베일 것이고 그것이 곧 성적 향상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습관은 작게 시작해 크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일러주는 방법들은 조금, 그리고 가볍게 시작하기 때문에 습관화하기에 매우 유용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 습관을 만들 수 있을까? 첫 번째 장에서는 바로 습관을 만드는 5가지의 법칙을 소개한다. 그 법칙들이란, 기존의 일상에 붙일 것, 작게 시작해 크게 만들 것, 중요한 일은 아침에 할 것, 이상적인 하루를 미리 정해 놓을 것, 실천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하는 것이기에 66일 습관 달력을 이용해 달성 여부를 체크해나갈 것 등이다. 과도한 욕심은 습관으로 만들기 어렵다. ‘죽을 힘을 다하면 하루 18시간 공부할 수 있어’라고 최대치를 실천하려고 하면 안 된다. ‘스톱워치로 재며 순수하게 집중해 2시간 공부하는 것은 내가 최소한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 법칙들을 실천할 때 꼭 해야 할 일은 내 방 가장 잘 보이는 곳이나 되도록이면 가족들이 볼 수 있는 공개적인 곳에 실천 의지와 달성여부를 체크해야한다. 이렇게 하면 모든 식구들이 일종의 응원자이자 감시자가 되기 때문에 지킬 확률이 월등히 올라가기 때문이다.

 

 

여기 유일한 방법이 있다. 아침에 공부하는 것이다. 퇴근하고 집에 온 뒤 무리하며 늦게까지 공부하겠다 폼 잡지 말고 일찍 자라. 대신 아침 기상 시각을 한두 시간 앞당겨 보라. 회식에, 업무에 치이지 않고 가장 정신이 맑고 또렷한 시간이다. / 52p

 

단조로운 일상과 창의적인 생각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극과 극처럼 보인다. 하지만 같은 일상이 습관처럼 반복되면 그만큼 생각할 여력이 많아진다. 어떤 여학생은 도서관에서 공부할지 집에서 공부할지를 놓고 30분을 고민한다. 공부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선택과 의사 결정은 피로를 몰고 온다. 정해진 습관대로 고민 없이 움직여야 한다. / 67p

 

 

  앞서 공부 습관을 다지는 마인드에 집중했다면 두 번째 장은 실전편으로, 공부 습관으로 만들어야 하는 공부법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소개한다. 여기에서는 공부법, 복습법, 암기법, 시험 잘 보는 법, 계획 잘 짜는 법, 공부 태도로 나눠 공신들이 실천하는 공부 습관 32가지를 열거한다. 최근에 <민성원의 공부원리 패턴학습법>이나 다른 공부법에 관련된 책을 읽어서인지 몇 가지 유사한 학습법이 여기에도 공통적으로 수록되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5분 복습법으로, 어차피 해야 할 복습이라면 새로운 내용을 배운 뒤 몇 달이 지나고 시험 직전에 책을 펼쳐서 보려고 하지 말고 수업 직후에 하라는 것이었다. 방금 전에 들은 내용이니 순식간에 이해되고 정리되기 때문에 이를 최적의 학습 주기를 통해 간격을 두고 5회 정도 반복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공신들은 수업이 끝난 뒤 보통은 바로 일어나지 않는다. 잠깐이라도 복습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한 공신은, 자신의 공부 비결은 “매 수업이 끝난 뒤 바로 일어나지 않고 쉬는 시간 5분은 복습하고 5분은 휴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 126p

 

 

  이 외에 읽고 말하고 쓰는 3단계 ‘트리플 암기법’도 인상적이다. 중요한 부분에는 밑줄을 쳐가며 교재를 집중해 읽은 후 교재를 보지 않고 남에게 설명하듯 말해 본다. 이어 연습장에 교재를 안 보고 그 내용을 전부 써 본다. 이는 눈, 입, 귀, 손 그리고 그에 해당되는 두뇌를 전부 쓰기 때문에 암기 효율도 3배 이상이 된다고 한다. 만약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1~3단계 과정을 계속 반복해봄으로써 몸에 습관화하다보면 저절로 이 방식이 익숙해질 것이다. 이 외에도 흔히들 ‘아는데 틀렸다’고 말하며 실수를 너무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저자는 이것이 매우 잘못된 습관이며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에 꼭 다시 공부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공부 습관을 만들기에 늦은 때란 없다. 저자는 변화를 시작하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결심을 했을 때, 그 자리에서 뭐 하나라도 해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작은 무언가라도 지금 하다보면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고 성공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저자가 왜 최고의 공부 멘토라 불리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알 것 같다. 거창한 계획은 안한 것만 못하다고, 작지만 그가 알려주는 방법들을 속는 셈치고 66일 동안 차근차근 실천하다보면 공부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을 듯하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우리 아이에게도 작은 습관들이기부터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 훗날 공부가 스트레스가 되어 아이가 힘겨워하지 않도록 이 책을 통해 부모로써 해줄 수 있는 것들에 도움을 얻은 듯 하여 매우 유용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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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권하는 사회에서 부자되는 법 - 경제 멘토 KBS 박종훈 기자의 생존 재테크
박종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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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에 저당 잡힌 마이너스 인생에서 탈출하는 법!

경제 불황을 이겨내는 똑똑한 빚 재테크 활용 노하우!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라고 해봐야 수수료 한번 지불하고 나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초저금리 시대에 집을 구하려면 대출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고, 청년들은 사회에 나와서 몇 년이 지나도록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그저 버는 대로 소소하게, 욕심내지 않고 살면 그만인 줄 알았는데 언제부턴가 갚고, 또 갚아야 하는 상환의 늪에 빠져 아등바등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왜 은행과 빚에 인생을 저당 잡힌 채 살아야 하는가? <빚 권하는 사회에서 부자되는 법>의 저자는 이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빚이 다양한 이름과 형태로 생활 곳곳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생활을 유지하고, 자산을 늘리기 위해 당연히 빚을 질 수밖에 없는 메커니즘이 형성된 사회 속에서 우리는 의지와 상관없이 빚이 빚인 줄도 모르고 이용하고 있거나 나아가 빚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헤어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단순히 재테크가 아니라 빚테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내 돈을 불리는 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빚을 통제하는 법에 대해 배워야 할 때가 온 것이다.

 

 

  KBS 경제부의 대표적인 경제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빚을 권하는 시대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자신만의 빚테크를 찾아가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준다.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앞서 1부와 2부를 통해 우리가 왜 이렇게 쉽게 빚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를 파악하고 빚 정리 기술 5단계를 통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하고 각종 부채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들을 제시한다. 특히 1부에서는 집을 살 때 빌린 돈은 흔히들 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지적하고, 혜택이라는 유혹 아래 숨겨진 카드사의 함정들, 각종 약정 할부 제도의 폐해, 대출 광고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또한 자기도 모르게 지갑을 열게 되는 기업의 치밀한 마케팅과 맞벌이 부부가 지닌 함정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아이를 낳게 되면서 신랑 혼자 외벌이를 하는 것이 마음에 쓰였는데, 오히려 맞벌이 부부들이 소득이 높은 만큼 소비 비용이 높고 금융 부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통계를 읽고 나니 벌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은 돈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고 얼마나 현명하게 쓰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전세 대출 자금이나 학자금대출처럼 정부에서 지원하는 대출이 스스로에게 약인지 독이 될지 현명하게 판단하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겠다.

 

 

대출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 단지 통증을 잊게 하는 진통제와 같아서, 만일 오늘의 빚만으로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다음에는 더 큰 빚을 지게 될 것이다. 정부가 권하는 빚이라고 해서 이런 정책 기조에 휘둘렸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비록 정부의 정책 자금 대출이라도 자신이 그 집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면 순식간에 나쁜 빚으로 돌변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71p

 

 

  빚이 빚을 낳고, 때문에 인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혹 그러한 생각을 하기 전에 이 책을 읽고 빚을 정리하는 법에 대해 배워보는 것이 어떨까 추천해본다. 일단, 빚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부채규모와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리스트를 작성해보고, 자신에게 불리한 빚이 무엇인지 체크하여 상환 순위를 정한다. 다음으로 가계의 핵심 자산을 정리해 부채를 줄여나가도록 하는데 이를 테면 장기금융상품 즉, 장기보험과 같은 상품들을 정리해나가는 방식이다. 또한 주택 매각 혹은 작은 평수로 옮기는 다운사이징, 주택연금가입과 같이 가계 부동산을 조정하는 방법도 하나이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친 끝에도 도무지 해결이 나지 않는다면 신용회복과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저자는 빚 관리의 핵심은 때를 놓치지 않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부채 조정이 늦어지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며, 부채를 늘려 일시적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다가 더 키울 수도 있기 때문에 용기를 잃지 말고 당당하게 대처해나간다면 얼마든지 재기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3부에서는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대출 정책과 금융 환경 속에서 똑똑하게 대출을 받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과 금융회사와의 협상 전략법에 대해서 설명한다. 각종 대출 상품 중에서 나에게 맞는 대출 상품을 찾는 법에서부터 은행이 아닌 정부 지원 대출 상품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들도 일러준다. 아는 지인이 집을 구한다고 여러 차례 은행에 가보았지만 번번이 발길을 돌렸던 기억이 있는데, 주택도시기금이 제공하는 ‘내 집 마련 디딤돌 대출’이나 ‘보금자리론’을 신청해보는 방법도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주택도시기금의 대출 조건이 시중 은행보다 더 좋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우선 이 같은 대출 상품의 신청 자격이 되는지 먼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하다. 이 외에도 복잡한 대출 상품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금융감독원 사이트 활용법도 제시되어 있어 여러모로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다.

 

 

자신에게 적합한 정책성 저금리 대출 상품을 찾아보려면 공기업인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에서 운영하는 ‘서민금융나들목(www.hopenet.co.kr)' 사이트를 활용하자. 정부의 서민금융 지원제도를 쉽게 검색해볼 수 있다.

또 전국 열다섯 개 광역자치단체에 마련된 서민금융 종합지원센터를 직접 찾아가거나 다모아 콜센터(1397)를 통해 전화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이미 대부업체 등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은 경우라도 상담을 통해 저금리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 114p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으로 4장에서는 저절로 돈이 모이는 빚테크 법에 대해서 설명한다. 일단, 모든 지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데에서 시작하는 것인데 이는 예산이 쓸데없는 곳에 지속적으로 낭비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제로베이스 예산을 가계에 도입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가계의 재정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돈 관리의 기본은 한 달에 얼마를 벌고 얼마나 남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즉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는 가계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저자는 가계부를 적다보면 숨어 있는 지출은 휴대전화 요금이나 할부금, 관리비, 각종 회비 등 자신도 모르게 계속 빠져나가는 고정 지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지출을 줄이면 그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사소한 커피 값을 줄이는 것, 보험료 검토하기, 2개의 통장을 활용해 저축과 지출을 용이하게 관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빚테크 시스템을 한마디로 요악하면, 돈을 쓰고 빚을 지는 것은 최대한 불편하게, 그리고 돈을 모으고 관리하는 것은 최대한 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 141p

 

 

  이어 5부와 6부에서는 시시때때로 변화는 경제 상황 속에서 빚테크로 조성한 목돈을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고, 현재 한국과 세계의 침체된 경제 구조 속에서 자신의 자산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아무래도 여기서는 부동산에 관한 내용이 유독 눈에 띈다. 상가 주택을 사려고 고민하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 여러모로 관심이 가는 부분이 많이 기술되어 있었다. 특히, 집을 사야 하나 좀 거 기다렸다 사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 현재 부자들이 부동산을 정리하고 금융 자산을 늘리기 시작한다는 조짐이 보이며 베이비붐 세대의 자영업 확대로 인한 부동산 수요가 앞으로는 점차 인구 감소로 줄어들 것을 예상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 부부도 계획을 새로이 짜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 상가 투자는 분명히 좋은 투자 대안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시적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몰린 상황에서 상가나 빌딩 투자를 새로 하려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가 아니라 안정된 임대 소득을 원한다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마무리되고 상가나 빌딩 가격의 새로운 균형점이 등장하는 2020년대 이후에 투자를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 236p

 

 

  이렇듯 <빚 권하는 사회에서 부자되는 법>을 읽다보면 빚에 휘둘리지 않고, 새어나가는 지출을 막으며 빚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요소들을 정리하는 법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다. 아무래도 경제학자의 관점이 아니라 현장에서 뛰는 기자 출신이라는 점 때문인지 보다 실용적이고 도전해봄직한 사례들이 많다. 또한 경제에 관해 일자무식인 나 같은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빚테크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정교함이나 수도사 같은 자기 절제가 아니라, 가족 모두가 ‘제대로’ 즐기는 것에 있다던 저자의 말처럼 가족 모두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빚테크를 통해 노후를 보다 안정적으로 보장받고, 아이 역시 빚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올바른 경제관념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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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김성한 지음 / 새움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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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를 꿈꾸는 변호사의 멈출 수 없는 욕망의 질주! 

인생의 막다른 길에 섰을 때야 깨달은,

잃어버리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때때로 운명이란 덫은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 쳐도 헤어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끝이 보이는 결말, 더 이상 레일이 없는 운명의 폭주기관차에 몸을 실은 한 남자의 처절한 질주를 그린 <달콤한 인생>은 지독한 욕망의 운명론을 쫓는 스릴러 소설이다. 서른여섯 살, 결혼 오 년 만에 아내가 임신을 하고 누가 봐도 부러워할 만한 집을 소유하였으며 억대 연봉을 받는 잘 나가는 변호사 앞에는 달콤한 청사진만이 오롯이 놓여있을 뿐이다. 하지만 남부럽지 않은 인생에도 권태는 찾아들고, 은밀한 일탈과 스릴감, 더 높은 층수의 인생을 꿈꾸는 집요한 욕망의 질주는 그의 인생에 낯선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한다. 문득 그런 날이 있다. 집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다 앞바퀴에 맥주병이 퍽 하고 깨지는 것과 같은, 흔한 일상에 갑자기 침범한 불길한 징조처럼 사사로운 것들이 마음을 심란하게 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것이 살인 무기가 된다면? 그것이 인생이 뒤틀리는 전조가 될 줄도 모르고, 욕망으로 점철된 외도와 일탈이 자신을 갉아먹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 남자는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고야 만다.

 

 

  사건은 느닷없이 한 남자가 나타나 상우의 차 안을 기웃거리는 바람에 시작되었다. 의도된 듯한 출현, 심기를 건드리는 말투,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불길한 기분을 느꼈을 텐데 상우는 후회할 틈도 없이 낯선 남자와 시비가 붙었다. 하지만 상우는 순식간에 상대에게 제압당했고, 이때 준비된 것처럼 그의 손에 잡힌 물건이 바로 깨진 맥주병이었다. 왜 하필이면 맥주병이 그 자리에 있었던 건지, 죽은 자는 누구인지, 우연의 우연이 겹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른 새벽에 정확히 맞물렸던 것인지. 우발적이었지만 이미 운명의 수레바퀴에 휩쓸리듯 살인마가 되고 만 상우는 온갖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대로 도망갈 것인가, 스스로 목숨을 잃을 것인가, 정당방위라고 주장해볼 것인가, 과연 살인 전과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여러 가지의 가능성을 열거하고, 따져보며 합리적인 방법을 생각해내던 그에게 마치 구세주처럼 누군가가 나타난다. 바로 대권가도를 달리고 있는 5선 의원의 아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병호였다. 자신의 살인을 덧씌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포르투나는 행운을 관장하는 고대 로마의 여신이다. 그녀는 이마에 단 하나의 머리카락만을 가지고 있다. 이 행운의 여신을 만난다면 적절한 때 이마의 머리카락을 손에 쥐어 행운을 붙잡아야 한다. 잠시만 망설여도 포르투나는 지나갈 것이고, 그 후엔 붙잡으려고 아무리 손을 뻗어도 맨들맨들한 뒤통수에 손이 미끄러져 다가온 행운을 놓치고 말 것이다. / 57p

 

 

  상우는 병호에게 혐의를 씌움으로써 일단 용의자에서 벗어나기는 하지만 끊임없이 살인의 공포와 맞서 싸워야만 했다. 그러는 가운데 병호의 아버지인 함상진이 나타나 상우에게 뜻밖의 제의를 해왔다. 바로 병호의 변호를 맡아줄 것, 즉 자신의 덮어씌운 살인사건의 변호를 상우가 맡게 된 것이었다. 그는 이제 병호에게 형량을 지우고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폭주하기 시작한다.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고독함과 귀신처럼 들러붙는 양심과 맞서 싸우며 어떻게 해서든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 자신을 건져내기 위해 종횡무진 한다. 하지만 뜻밖의 목격자가 나타난다. 애초에 다른 이에게 누명을 씌우고 혐의를 벗으려했던 것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었지만, 적어도 상우의 눈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운 듯했던 일이 목격자가 자신을 협박하려 들면서 뒤틀리고 만 것이다. 그는 이제 협박범마저 더 이상 살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직감한다. 되돌리기에는 이미 너무나 늦어버렸기에.

 

 

지금은 그때 바라던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행복은 깃털의 무게만큼도 늘지 않았다. 부족한 것들이 채워지기 무섭게 또 다른 바람으로 빈자리를 만들어 넣었다. 행복은 바람과 바람 사이의 아주 짧은 순간에만 존재했을 뿐이었고 곧 다시 허기에 시달렸다. / 268p

 

 

  그는 가진 것이 많기에 잃을 것 또한 많은 사람이었다. 살인을 정당화하면서까지 자신의 것을 지켜내려는 그의 이기심은 살인을 저지른 후 밀려드는 두려움과 죄책감보다 앞섰다. 그러나 살인을 저지르기 전에는 분명 몰랐던 것들이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이 행복의 무게와 비례하지 않았다. 이 모두가 예전에는 간절하게 원하는 것들이었을 텐데 어느 순간 교만이, 나태함이, 저열한 욕망이 그를 사로잡아 더더욱 많은 것을 가지려는 데에만 몰두해왔다. 그는 자신이 쌓아놓은 것들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뒤늦게야 깨닫게 된다. 간절함을 잊고 만족감만 채우려 살았던 그의 모습은 결국 소유에 집착하고 주변을 둘러 볼 여유조차 없는 우리의 자화상과 다름이 없다.

 

 

“우리가 교만했기 때문이야. 간절함을 잊고 만족만을 찾아왔던 거야. 겨울에 몸을 움츠리고 봄을 기다리다가도 막상 봄이 오고 나면 여름옷을 꺼내며 어서 다음 계절이 오기를 바랐던 거야. 생각해봐. 사는 게 사막이고 우리가 서로에게 물 한 컵이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됐을까.” / 306p

 

 

  이렇듯 유명 로펌에서 높은 승률을 거두며 승승장구를 하는 변호사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마치 운명의 장난인지 자신이 덮어씌운 살인사건의 변호를 맡아 완전범죄의 기회를 얻게 된다는 내용은 그간의 많은 스릴러물이 다뤄왔던 것과 닮은 구석이 있다. 형사가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영화 <끝까지 간다>, 아내와 이웃집 남자의 정사에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뒤 완전범죄를 위해 타인의 삶을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빅 픽처>가 이와 유사하다. 대권가도를 달리고 있는 5선 국회의원과 다운증후군을 앓는 그의 아들, 이제 막 임신을 한 주인공의 아내와 돈을 받고 몸을 파는 내연녀,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전직 형사, 이런 등장인물의 관계에서 스릴러가 완성되는 내러티브 또한 여느 작품과 비슷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은 시종일관 섬뜩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꽤 흥미진진하다. 아마도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를 하던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글의 특성상 문단을 맺을 때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려는 작가의 의도적인 끝맺음이 특유의 빛을 발휘한 듯하다. 유사한 다른 작품들에 비추어 독자가 소설의 결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추락과 그것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끝까지 쫓게 하는 힘이 있다. 사건과 자극적인 소재에만 몰두하여 자칫 놓칠 수 있는 주인공의 복잡한 심경도 잘 전달된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것을 지키되 앞으로 나아가려고 발버둥을 쳤던 남자가 인생의 막다른 길을 직면하면서 겪게 되는 절망과 고립, 처절함이 온몸을 옭죄어드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연민과 분개, 뒤틀리는 거북한 심사와 같은 복잡한 감정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다운증후군 환자가 이른 새벽에 사건 현장에 나타나거나 승혜가 전직 형사인 우식과도 연결되어 있는 등의 작위적인 연출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인공이 변호사라는 점에서도 법정물이 주는 긴장감 있는 전개가 재미있게 연출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듯 속도감 있고 가독성 높은 전개로 한 번 손에 쥐면 끝까지 쉼 없이 몰입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 또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킬링타임용 스릴러물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완전범죄를 꿈꾸는 변호사의 멈출 수 없는 욕망의 질주를 통해 잃어버리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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