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괴괴 : 저주받은 갤러리 기기괴괴
오성대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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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으레 공포물이 인기를 끌게 마련이지요. 학창시절엔 오늘처럼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이면 선생님께서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곤 했지요. 별 것도 아닌 스토리지만 꺄아악~ 괴성을 지르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TV드라마《전설의 고향》은 늦은 밤에도 이불을 뒤집어 써가면서 보곤했고, 《링》영화를 보고 며칠을 무서워하면서도 그 다음에 또다시 공포물을 찾아보곤 합니다. 무섭지만 짜릿한 느낌이 여름의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기 때문인가 봅니다. 헌데 요즘은 귀신과 같은 영적인 존재에 대한 공포심보다는 살인마로 인한 공포심을 유발하는 작품들이 더 많아서 오래전에 느꼈던 오싹한 공포를 느끼긴 어려워진거 같아 아쉬움이 있습니다. 헌데 오늘 비가 더해져서 그런지 오랜만에 짜릿한 공포를 느낀 책을 만나게 되었네요. 바로 네이버에서 연재되는 오성대 작가의 옴니버스 미스테러 스릴러 웹툰이 종이책으로 출간된 《기기괴괴》입니다. 오성대 작가는 기이하고 괴상한 이야기를 매주 연재해 나가고 있는데 연재했던 에피소드 중 [성형수]는 중국에서 영화화될 예정이고, [아내의 기억]은  TV 프로그램 <기묘한 이야기>에 각색되었다고 하네요. 총 126화의 에피소드를 담은 《기기괴괴》는 총 5권으로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그 중 저는 [저주받는 갤러리]를 읽어보게 되었는데 상상력이 더해져서 그런지 오싹한 기분이 듭니다.

 

 

 

예전에는 참 많은 괴담들이 있었습니다. 학교에는 늘 전교2등만 하는 친구의 죽음, 움직이는 동상, 늘 공포를 자극하는 과학실 등의 이야기가 있고 분신사바와 같은 귀신을 불러내는 주문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곤 했습니다. 이 책에는 총 5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첫 번째 이야기 [저주받은 갤러리]는 학교 괴담에 관한 이야기에요. 죽이고 싶은 상대의 사진을 머리 밑에 베고 자면 그 사진이 꿈 속에서 사진 액자로 나타나고 그걸 저주받은 갤러리에 걸어 놓고 나오면 되는거죠. 갤러리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분노와 증오, 그 이상의 살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일진의 괴롭힘을 당하던 재윤이와 중원이. 재윤이는 중원이에게 괴담을 듣게 됩니다. 괴롭힘이 심해지자 재윤이는 실패해도 밑질 것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괴담처럼 사진을 베고 잠이 듭니다. 그리고 괴담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지요. 하지만 단순히 괴담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으로 무서운 건 아닙니다. 결말로 치닫을수록 오싹해지는 이야기지요.

 

 

 

[괴모수]는 아주 짧은 이야기로 스토리는 그닥 공포스럽지 않았지만 삽화가 무섭네요.

[당첨번호]는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공무원 시험도 실패, 로또 당첨도 번번히 실패하던 한 남자가 여자친구의 몸에 하루에 하나씩 로또번호를 새기겠다는 꿈을 꿉니다. 별 해괴한 꿈이라 생각했지만 여자친구의 몸에서 번호를 발견하게 되지요. 그런데 여자친구가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네요. 번호를 다 알아내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살의]는 실종된 김동현을 찾기 위해 형사가 반친구들에게 인상착의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김동현은 시체로 발견되고 반 아이들이 죽어나가게 됩니다.

[불면증]은 잠들지 못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비 때문이었을까? 읽으면서 굉장히 오싹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닌 사람인 듯 싶네요. 작가는 인간의 본성이 가진 무서움을 공포라는 장르로 잘 표현하고 있는 듯 싶어요. 그래서 더 무서웠던 거겠죠?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오는 무서운 사건들, 이 공포물과 다를 바 없으니 말입니다. 다 읽은 후에도 꼽씹어지는 이야기였어요. 그 점이 더 무섭게 하네요. 오랜만에 오싹해지는 공포를 만나게 되었네요. 다른 편에서는 어떤 오싹한 공포를 보여줄지 궁금해집니다. 이 여름에 읽어보면 정말 좋을 듯 합니다. 강추!

 

(이미지출처: '기기괴괴_저주받은 갤러리' 본문,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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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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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으로 영화 제작이 확정된 소설 《시간을 멈추는 법》은 성장 속도가 보통 사람보다 15배 느린 희귀한 병(?)을 가진 톰 해저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난 늙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사실을 가장 먼저 털어놓고 싶다. 나를 보고 사십대 즈음이라 생각했다면 당신은 감조차 잡지 못한 것이다. 나는 늙었다. 그냥 늙은 게 아니라 나무나 대합이나 르네상스 그림만큼 늙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나는 5백여 년 전에 태어났다. (본문 10p)

 

삶에 대한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는 듯 하다. 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현생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생을 꿈꾸며 불로초를 찾아 헤매던 진시황처럼 삶의 시간을 붙잡고 싶어한다. 1581년 3월 3일에 태어났다며 자신의 소개하는 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득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도깨비》를 떠올리게 됐다. 늙지도 죽지도 못한 채 오랜 시간을 살아가던 주인공 도깨비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기구한 운명을 벌이라 이야기했다. 고려시대부터 살아오면서 많은 일을 겪어야 했던 도깨비, 신분을 바꿔가면서 한곳에 정착하지 못했던 그의 삶이 이 책의 톰과 닮아 있다.

 

사람들이 우리를 잘 모르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어떤 조직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비밀을 알아내고, 또 믿는 사람들은 가뜩이나 짧은 삶을 더 짧게 살다 가야한다. 위험은 보통 사람들로부터만 오는 게 아니다. 내면으로부터도 오는 것이다. (본문 13p)

 

1581년 태어난 톰은 변하지 않는 외모로 사람들의 의심을 받게 되고, 톰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늙지 않는 마법을 걸었다는 이유로 마녀로 몰려 물속에 던져진다. 톰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딱 한 번 사랑에 빠졌다. 아내 로즈의 죽음으로 그는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구멍으로 떨어졌고, 그 후 몇 세기 동안 그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했었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비밀을 가진 딸 매리언을 찾기 위해 400여년을 살아왔다. 원래 이름은 에스티엔느 토마 앙브루아즈 크리스토프 아자르였던 그는 톰 해저드가 되어 이제 런던에서 역사선생님으로서 새 인생을 살게 된다. 톰과 같은 비밀을 가진 이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앨버트로스'를 조직했고 톰은 리더인 헨드릭에 의해 조직에 가입하면서 8년마다 헨드릭의 지시에 따라 계속 신분을 바꾸며 새로운 삶을 살아야 했던 것이다.

 

조직의 첫 번째 규칙은 절대 인간을 사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만 톰은 불어선생 카미유에 끌리게 된다. 한편 톰은 1767년 친구가 되었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추장 오마이를 조직에 가입시키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이 두 가지에 대한 톰의 고민을 통해 저자는 인간의 본성, 살아가는 방법에 물음에 대해 답을 쫓고 있다. 톰의 기구한 삶과 그의 고민을 통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될 것이다. 드라마와 전체적인 이야기와 느낌은 전혀 다르지만 그들의 고민은 닮아 있는 듯 보인다. 그들의 삶과 고민 속에서 독자 스스로의 삶,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볼 수 있으리라. 독특한 설정이지만 전반적으로 지루한 느낌을 가진다. 그 느낌이 왠지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잘 어울리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톰과 비슷한 나이(살아온 시간 말고..나이로)에 내가 삶, 시간, 사랑 등에 대해 생각해보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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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 - 해외 북한 전문가가 내놓은 심층 보고서
쥘리에트 모리요.도리앙 말로비크 지음, 조동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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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북한이 변하고 있다. 핵실험으로 늘 위협을 가하던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이 현실화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대북제재로 맞서던 미국과도 극적인 반전을 맞게 되었다. 정상회담에 관한 뉴스가 연일 화제가 되고 평양공연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가져왔던 북한의 상투적인 이미지가 아닌 다른 모습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북한은 우리에게도 낯설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던 '한반도의 세계사적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한 지금, 우리도 그동안 가져왔던 지극히 주관적이며 고정적이었던 북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북한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가 아닐까 싶다.

 

세종서적《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은 프랑스의 북한 전문가 두 명이 1990년대 북한의 대기근 시절부터 남북한은 물론 중국·동남아·러시아·일본 등에서 15년간 심층 인터뷰와 취재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해 제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에 답한, 대중들을 위한 ‘북한 입문서’로 북한에 대한 100가지를 던지고 그에 대한 짧지만 정확하고 상세한 답을 내놓은 구성을 지닌다. 이 책의 저자 쥘리에트 모리요는 기자이자 한반도 문제 전문 한국학자로 서울대학교 교수, 파리 전쟁사관학교 남북관계 세미나 지도교수를 역임했으며 350년의 역사를 지닌 국립동양어문화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사를 배운 이후 오랫동안 남북한을 정기적으로 왕래하며 한번도의 문화, 역시, 지정학에 큰 관심을 표명해온 인물이다. 또 한 명의 저자인 도리아 말로비트는 중국 및 중화권 전문 대기자로, 프랑스 3대 일간지의 하나인 「라 쿠루아」의 아시아 담당 부장이다. 30년간 중국을 왕래하며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쥘리에트 모리요와 더불어 수많은 인터뷰와 취재를 행했다. 이 책은 미국, 서방, 한국의 편향된 북한 정보를 탈피하고자 남북한은 물론 중국, 동남아, 러시아, 일본 등에서 15년간 심층 인터뷰와 취재를 거친 노력의 산물이라 하겠다.

 

우리는 이 모든 질문을 남과 북 두 개의 한국에 공통된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 조명하고자 했다. 왜냐하면 북한은 일견 이상해 보이지만 그들의 무수한 반응과 특징은 우리가 모르는 한국성이라는 연원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를 진지하게 분석하려면 강렬한 문명의 토대를 필히 숙지하고 섭취해야 한다. 그 때문에 평양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이해해야 한다.

균형감 있는 파악을 위해 우리는 북한에 대한 모든 교조주의를 배제하고, 서구의 정서적 시각을 탈피하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북한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바라보고자 했다. 오만함이나 가르치려는 의도는 없다. 그것이 이 책 전반에 걸친 우리의 접근 방식이다. 우리는 독자들이 의당 제기했을 모든 질문에 답했으리라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질문이 제기되었기를 바란다. 이 책의 요체는 그것이다. 북한이 더 이상 신비의 나라가 아니기를 희망한다. (본문 17p)

 

이 책은 [제1부 역사]에서 한국의 탄생과 왜 북한을 '은둔의 왕국'이라 부르게 되었는지, 일본 식문주의는 왜 한국인들에게 트라우마인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어떻게 선포되었는지, 한국전쟁의 세 가지 주요 국면 등에 대한 질문을 수록하였으며, [제2부 정치]에서는 김일성, 김정일은 누구인지, 새 지도자와 함께 정치 구조는 어떻게 진화 중인지, 우리는 김정은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담겨져 있다. [제3부 지정학]에서는 북한 핵개발의 기원은 무엇이며, 북한 핵무기에 의혹이 있는지, 북한 탄도미사일 개발의 기원과 현실, 긝 혁위협의 이면에 평양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북한은 외교전을 어떻게 진행할 것이며, 제재는 왜 비효과적이며 유엔의 제재는 누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며, 미국의 외교는 실패인지 등에 대한 질문이 수록되어 있다.

 

1990년대 초반 평양이 군사 핵의 전 과정을 장악하기 훨씬 이전부터 북한은 북아시아의 안정을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졌고, 이후 핵과 탄도미사일의 확산 위협에 다라 지구 전체를 위협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그렇지만 현실적 위협이 존재하려면 의도와 능력이 결합되어 있어야 한다. 당시 평양은 그럴 능력이 없었고 심지어 북한의 현실적 의도도 파악되지 못했지만, 공포는 계속 유지될 필요가 있었다. (중략) 분명 북한은 도발하고 있지만 이는 공격이 목적이 아닌, 워싱턴의 주의를 끌기 위함이다. 이 정권이 자살을 원할 하등의 이유가 없고, 이는 더없이 합리적이 논리다. 이웃나라와 서방은 그들에게 저항하는 나라 -과거 중소 관계를 갖고 놀듯 중미 관계의 양면성을 훌륭하게 갖고 노는 나라-에 직면해 위협을 느끼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결코 일어날 리 없는 북한의 자살 충동만이 북한을 두려워 하는 일을 정당화할 것이다. (분문 131~133p)

 

 [제4부 현실]에서는 북한의 인권 상황, 강제노동수용소의 현실, 북한에 반대세력이 있는지, 통일은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이 담겨져 있다. [제5부 경제]에서는 북한의 경제 상황은 어떤지와 북한에 시장경제가 탄생했는지, 북한에 민간 은행, 금융 제도가 정착되는 중인지, 북한에 경제특구가 존재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제6부 사회와 문화]에서는 북한 사회는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북한 신승 사업가 계급의 힘, 북한에서 종교의 위치, 북한에서 여성의 지위, 북한의 의료체계 등에 대한 질문과 답이 [제7부 선전]에서는 북한에 대해 말하는 모든 것을 믿어야 하는지, 탈북자들은 어떻게 조종당하고, 탈북자들의 증언을 믿을 수 있는지 여부와 북한인들은 세계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수록되어 있다.

 

100가지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에는 통찰이 담겨져 있으며 객관적 시선으로 북한 사회를 조명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볼 수 있다. 저자는 오늘을 밝히기 위해 과거를 소개하고, 한국신화의 시조인 단군 이래 발현된 경이로운 문화적 지령을 고려하고 자국을 현대화하라는 젊은 지도자 김정은은 물론 수세기 동안 자기 운명의 주인인 적이 거의 없었던 한반도의 과거를 간과하지 않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원하는 북한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보자'는 것을 목적으로 이 책을 쓰고 있기에 상투적 이미지의 북한이 아닌 북한을 알기에 가장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다.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며, 궁금한 부분을 찾아 읽을 수 있어 읽기에 부담없는 책이었다. '은둔국가'에서 '정상국가'로 변하고 있는 북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위해서는 이 북한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시각이 필요할 듯 싶다. 이에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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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서평쓴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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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맨
슈테판 보너.안네 바이스 지음, 함미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2월
14,800원 → 13,320원(10%할인) / 마일리지 74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7월 1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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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송무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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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연습-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가르침 반야심경
나토리 호겐 지음, 전경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4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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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우리 땅일 수밖에 없는 12가지 이유- 역사
윤문영 지음 / 단비어린이 / 2018년 4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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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의 편지 - 사람과 시대를 잇는 또 하나의 역사 사람을 향한 인문학
손문호 지음 / 가치창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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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창조 《사람을 향한 인문학》은 우리 전통의 인문학을 재조명하는 시리즈로 그동안 가치에 비해 멀게만 느껴졌던 인문학을 우리 곁에 두고자 새롭게 시도하는 기획물이다. 이 시리즈는 쉽고 어려움을 떠나 인문학이 사람을 향해 있고 사람을 위해 존재함을 느끼게 하고 다소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조차도 바로 자기 곁에 있음을 깨닫게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특히 이 책 《옛사람의 편지》는 조선조 지식인들의 친필 편지를 역사의 흐름에 맞춰 풀어내고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고민과 연민을 실타래 풀듯 하나하나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한다.

 

지금은 이메일, SNS, 메신저 등을 대신하고 있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편지는 소통의 도구였다. (이 책의 말을 인용하자면) 편지는 사람이 사람에게 다가가는 가장 솔직한 자기표현이며 쓰는 이와 받는 이의 관계까지 숨김없이 보여주는 사람 사이의 역사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다양한 매체들이 생겨났지만 옛 선조들에게 편지는 유일한 개인적인 소통이었는데 여기에는 당시 지식인들의 고뇌와 일상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실까지 담겨져 있어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다. 이에 《옛사람의 편지》에서는  조선조 지식인들의 편지를 역사의 흐름에 맞춰 풀어내고 풍부한 해설을 담아 조선의 정치사회사를 새로운 분야로 읽어볼 수 있다.

 

이 책은 정도전이 정모주에게 쓰는 '정달가에게 보내는 편지',  남효은이 김시습에게 답하는 '동봉산인 잠공 기시습 선생께 답하는 편지', 김종직이 남효온에게 답하는 '추강 남효온에게 답하는 편지', 숙부 조원기가 조카 홍언필과 조광조에게 쓰는 '의정 홍자미와 대헌 조효직에게 보내는 편지', 이왕이 이전인에게 답하는 '이전인에게 답함', 이황과 조식이 주고받은 편지, 이황이 기대승에게 답하는 '기명언에게 보내는 답장', 율곡 이이가 이발에게 답하는 '이발에게 보내는 답장', 이순신의 난중 편지, 남구만이 )최석정에게 답하는 '최여화에게 보내는 답장', 송시열이 안방준에게 쓰는 '은봉 선생께 올림', 삼환지가 정사년(1797)7월 6일 저녁에 종저에게 받은 편지, 박지원의 편지, 정약용과 이기경이 주고받은 편지, 김정희의 편지로 나누어 옛사람들의 삶을 재생시킴과 동시에 역사의 흐름에 맞춰 정치적 사회적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애초 생각은 웅천이 부산으로 가는 길목인 데다 흉학한 왜적들이 요새를 지키고 나오지 않은지라, 명나라 군사가 남진하는 날 수군으로 거느리고 곧장 부산으로 가자면 필시 후방을 돌봐야 하는 걱정이 없지 않을 것이니, 그때 불로 왜적들을 공격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형세는 명나라 군사가 오래 지체하고 있으니, 만약 적함을 불살라 없앤다 해도 왜구를 잠시 머물러 있게 할 뿐입니다. 이러하니 영감께서 알려주신 계책을 어찌 써볼 수 있겠습니까. (중략) 앞으로 백성과 명나라 군사를 먹일 식량이 크게 걱정인데, 이를 마련할 방책이 딱히 없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각 전선에 배치된 군사들을 경내고 들여보내 파종에 진력하게 하고, 명나라 군사들의 소식을 듣는 즉시 바다로 나가게 하려고 합니다. (본문 229, 230p)

 

편지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인문서임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책이다. 이 편지들을 읽다보면 그 당시의 생각과 정서, 삶 그리고 더 나아가 당시의 사건과 역사에 대해 보다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미 알려진 편지보다 새로운 편지를 발굴하고자 했으며 32통의 편지를 통해 옛 사람들의 삶과 사상을 풍성하게 재생시키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편지로 역사를 담아내고 사람과 시대를 이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구성은 큰 의미를 띄고 있는 듯 보인다.

 

다만 '벼슬하는 것이 가난하기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에 따라서는 가난하기 때문에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으나, 어찌 지금이 가난을 면하기 위해 벼슬할 때이겠느냐. 집이 가난하고 부모가 늙어서 벼슬을 하게 되지만 뒤로 학업에 전념하기 위해 벼슬을 그만두려면 쉽지 않다. 그래서 옛 성인도 벼슬 사양하는 것을 흰 칼날 밟는 것에 비유하여 어려운 일이라 했던 것이다. 무릇 남의 일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설혹 네가 벼슬에서 물러난다 하더라도 위선이라고 비방하지 않을지 어찌 알 수 있겠느냐. 이것이 나의 걱정인바 이번 천거가 기쁜 것만은 아니고 근심스러운 이유다. 오직 허물없고 명예 없이 지내는 것이 참으로 몸을 보전하는 길이라 할 것이다. (본문 91. 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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