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아이 13호 라임 청소년 문학 43
알바로 야리투 지음, 김정하 옮김 / 라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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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네이터》는 인류를 말살하려는 기계들과 그에 맞서는 인간들의 전투를 배경으로 현재와 미래를 오가는 SF영화로 영화사에 새 장을 연 시리즈로도 손꼽히는 작품이다. 나 역시도 흥미있게 봤던 영화로 그 당시 기계와 인간의 전투라는 설정이 꽤나 신선했었다. 하지만 이후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이는 단지 영화 소재가 아닌 현실화 될 수 있는 부분으로 다가오면서 왠지 섬뜩한 느낌을 준다. 라임 《남극의 아이 13호》는 알바로 야리투 작가의 첫 번재 청소년 소설로 영화《터미네이터》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으로 인공 지능의 양면성을 예리하게 짚어준다.

 

과학 기술의 발달은 인간과 기계의 전쟁으로 이어졌고 결국은 지구 전체가 파괴될 위기에 닥친다. 이에 인공 지능 네트워크와 국제 연맹 양측은 코스타리카 협정에 따라 이 전쟁을 그만두게 된다. 전쟁으로 문명은 몇 세기 뒤로 후퇴했고, 제대로 발전하려면 인간과 기계가 힘을 모아 함께 일해야 했지만, 이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열 다섯 살의 엑토르는 이 전쟁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었다. 사람들은 엑토르가 국제 연맹군에서 가장 뛰어난 전쟁 영웅이었던 아버지 에드워크 네드 카펙의 뒤를 따르길 원하지만 엑토르는 아직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했다. 부모를 잃은 엑토르는 인간 공학에 미친 이모와 살고 있는데, 과학 기술을 증오하는 사람들이 통치하는 국제 연맹 사회에서 두 사람이 살아가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지구상에서 유일한 중립 지역인 남극에서 국제 연맹 측과 인공 지능 네트워크 측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이모와 엑토르는 남극으로 이주하게 된다. 자신의 이름을 새긴 인간 공학 연구소를 차리는 것이 꿈이었던 이모는 '톨레도 인간 공학 연구소'를 차렸고, 엑토르는 이전 학교와는 달리 기계가 수업을 하는 중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인간 살상 기계인 13호가 연구소에 침입하게 된다. RN-13 FRAM C2는 평화 협상과 함께 파괴되어야 했지만, 새로운 목표를 찾기로 하고 네트워크에서 도망치다가 에너지 세포를 충전하기 위해 이모네 연구소로 들어온 것이다. 이모는 13호에게 프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13호를 고쳐주기로 한다. 위험한 일이었기에 엑토르는 반대했고, 프람과 엑토르는 티격태격한다.

 

남극은 중립지역이지만 국제 연맹 내의 급진적인 사람들은 너무 늦기 전에 기계들을 죄다 파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들은 러다이트, 즉 인간 해방군으로 활동했다. 공식적으로 얼굴을 결코 드러내지 않고 있는 그들의 지도자인 러다이트 장군은 전 세계에서 공공의 적이 되었지만 그들을 지지하는 시민들도 꽤 많이 있었다. 엑토르와 프람이 쇼핑센터에 방문하던 날, 러다이트는 보안 로봇을 공격하고 전 세계를 해방시킬 자신의 목적을 이야기한다. 프람이 위기에서 엑토르를 구해주면서 둘의 관계는 새로운 진척을 보인다. 허나 러다이트가 연구소를 공격하면서 엑토르와 프람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고, 엑토르가 러다이트에 의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내 사전에 의하면 '공존하다'라는 말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어울려 산다'는 의미야. 내가 관찰한 바로는, 02 도시에서 인간들과 기계들이 함께 어우러지지 않고 분리된 채로 살아가고 있어." (본문 102p)

 

《남극의 아이 13호》는 이렇듯 인공 지능의 능력이 인간을 능가하는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공 지능 발달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를 안고 있다. 이 소설에서 보여주듯 인간생활의 편의를 도모하려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생활을 위기로 내몰 수 있음에 대해 많은 이들은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두려움은 존재하고 있다. 인공 지능의 발달로 인한 우려는 현재 수많은 매체를 통해 제기되고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통해 그 문제점을 인식시킨다. 이에 작가는 이 소설에서 공존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고자 하는 듯 보인다. 평화협정을 통해 보여지는 공존의 모습이 그려냄으로써 앞으로 우리가 인공 지능과 함께 공존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것인지를 제시한다. 우리가 갖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엑토르와 프람의 우정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이 보여주는 참된 공존의 모습이 바로 우리 미래의 모습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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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I 마음이 자라는 나무 20
스티브 타세인 지음, 윤경선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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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500명이 넘는 예멘인들이 제주도에 무사증 입국해 난민신청을 하면서 우리 사회에 큰 논란이 일었다. 범죄적인 측면이나 경제적인 측면 등으로 인해 찬반이 나뉘었고, 난민 신청 허가 폐지에 대한 청원이 올라오자 70만 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인 상황을 봤을 때 난민신청에 대한 허가는 그리 달갑지 않은 문제이다. 그들의 삶보다는 내 삶을 우선시 생각하는 게 인지상정이라, 나 역시도 다를 바 없다. 헌데 간혹 난민 어린이를 주제로 한 책을 읽다보면 내 자신이 한 없이 부끄러워진다.

 

나는 난민의 자식이지만, 그것이 이 책을 쓰는 이유는 아닙니다. 내 지친 어린 시절에 지금도 세계 위험 지대에서 자라나고 있는 난민 아이들의 이야기를 포개 놓았지요. 우리는 다만 함께 지내길 바랍니다. 더불어 살길 바랍니다. 배고프지 않길 바랍니다. 그저 웃고 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내가 《난민 I》를 쓴 이유입니다. (_작가의 말에서. 표지中)

 

이 책의 화자의 이름은 I이다. 그의 이야기는 7월 3일 열한 번째 생일, 난민 캠프에서 시작되고 있다. 난민 캠프에서는 진짜 이름 대신 L,E,V 등으로 불린다. 진짜 이름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들이 가득 탄 배에서 I는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과 휴대폰과 증명 서류가 담긴 가방이 사라졌다. 그렇게 난민캠프에서 생일을 맞게 된 I는 친구 L과 E와 함께 판자집에서 살고 있다. 부모를 잃은 L은 흙탕물을 빨아들인 빵 조각을 주워 뭉친 빵 덩이를 만들어가며 동생 E를 보살피고 있다.

 

여기 캠프에서는 여권을 '생명 증서'라고 부른다. 그게 없으면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도 없는 것처럼 취급받는다. 여기 처음 온 사람들은 자기가 누구라고 증명할 길이 없다. 그래서 본명과는 상관없이 아무렇게나 불린다. (본문 34p)

 

V는 큰 집에서 살고 돈도 많은 고모가 있지만, 생명 증서가 없는 탓에 V와 고모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기에 난민 캠프에서 지내야만 한다. 그렇게 그들은 사방 천지가 진흙탕에 잠긴 난민 캠프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I는 며칠동안 통 식사를 하지 못한 E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이기 위해 시궁창으로 향했다. 황새 고기가 닭고기나 칠면조 고기와 맛이 비슷할지를 궁금해하면서. 물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진흙을 뒤집어 쓴 채 시궁창 속에 빠진 꼴이 됐지만 말이다. 그러던 중 I는 철조망 사이 틈을 발견하게 된다. I는 캠프로부터 멀어지면 새 삶을 찾을 수 있을거라 기대하지만 그러면 다시 가족을 잃게 된다. 결국 캠프로 돌아가는 것 외에는 다른 수가 없다.

 

사실, 우리가 정말로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 철조망 안에서 어디든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다.

또, 예전 장소로 '돌아가는' 길도 있다.

그러니까 갇혀 있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는 셈이다. (중략)

돌아갈 자유는 있다. 시궁창을 지나, 캠프를 벗어나 시골길을 따라 걸으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하지만 돌아갈 집이 없다. 우리 집은 폭탄에 사라졌으니까. 가족은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쓰러지고, 학교는 불에 타 버렸다.

여기 진흙탕 속에 그대로 머물러도 된다. 하지만 캠프 밖의 사람들은 이마저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본문 71p)

 

아이들은 진흙탕 속에서 주운 인형으로 놀이를 하고, 나중에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영어를 배우고, 나뭇잎에 I,L,E,V 등을 새겨넣은 생명증서를 만들며 새로운 놀이로 시간을 떼운다. 아직 자신의 이름은 O 밖에 말할 줄 모르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가 새로운 가족이기도 한다. 그러던 중, 캠프 전체가 최루 가스로 뒤덮이고 불도저와 살수차가 사람들을 위협했다. 경비병들은 이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무력을 쓴다. 이 난리 속에서 L은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재산인 가족 앨범을 찾기 위해 판자집으로 향했고, O는 사라진다. 그리고 이들은 O를 찾기 위한 새로운 놀이를 시작한다.

 

"우리가 한 것 중에서 가장 대단한 놀이가 될 거야. 숨바꼭질 같은 건데, 우리 모두 O를 찾는 거야. 끝날 때까지 계속할거야."
"O를 찾으면 이기는 거야." (중략)

"어느 쪽이든, O가 간 길은 하나야."

"앞으로, O는 늘 앞으로 갔으니까."
그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앞으로, 앞으로. O를 찾으러.

우리는 앞으로 간다. (본문 138p, 141p)

 

어른들의 욕심에 희생당하는 아이들. 진흙탕 속에서도 서로 아끼며 보살피는 그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특히 '오랫동안 못 본 체하고 내버려 두면, 우리는 진흙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본문 72p)'는 문구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나의 삶을 지키기 위해 외면하던 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절망 속에서 서로를 아끼며 희망을 쌓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에 지금까지 가져왔던 나의 생각을 곱씹어보게 된다. 더불어 살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우리의 빈 옆자리를 내어주는 것에 대해서. 누구라도 한 번쯤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가 외면하는 한 켠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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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밥상
박중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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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도 으스스하지만, 표지 디자인이 더 오싹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수저 위에 자리잡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형상은 현 우리의 밥상이 그만큼 무시무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사실 그동안 우리가 먹는 식재료에 대한 우려는 늘 있어왔던 문제이다. 화학첨가물이 가득한 가공식품, 농약으로 재배된 채소, 유전자 조작으로 재배되는 과일, 인공수정으로 자란 동물 등 우리는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눈감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더 이상은 눈 감아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번쩍 든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기가 두려운 것은 이미 우리가 외면함으로 해서 우리 스스로를 파괴시켜 왔다는 인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리라.

 

인간이 먹거리를 찾아 야생을 파괴하는 바람에 낯선 바이러스들이 불려 나와 세상을 침몰시키고 있다. 혼돈의 밥상이 혁명적으로 개성되지 않고는 인류 미래에 희망이 없다. (표지 中)

 

오늘날 우리의 식탁은 풍요로움과 화려함을 가지고 있지만 이면에는 모순과 허허로움이 자리잡고 있다. 그 모순 속에서 우리는 비전염성질환에 노출되어 있다. 성장촉진제를 쓰거나 양액을 집중 공급해 억지로 늘려 키운 과일, 돼지와 소의 수컷들은 거세를 당하고 연일 사료 먹고 살코기와 비계만 불리는 동물 기계로 전락하였으며, 단기간에 살집 잘 부풀리는 생물체로 형질이 전환된 닭, 환경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상당수가 중성화가 된 물고기, 뿐만 아니라 식품의 맛을 극도로 끌어올리기 위해 오만가지 화학 첨가물을 사용한 가공식품 등 우리의 식품은 혼돈 투성이가 되었다. 그런데다 인간이 숲을 들쑤시는 바람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졸지에 인간 세계로 불려 나오는 상황이 되었으며, 코로나19에 이은 바이러스의 공습은 이제 본격화 될 것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코로나19와 같은 무서운 전염병의 공습은 이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질병 바이러스의 기세가 백신 개발로 꺽인다 해도 다른 변종들이 나와 지구촌에 더 큰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사태가 그 지경이 치닫기 전에 인류는 사고와 행동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식품의 획득 및 소비와 관련한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혼돈의 밥상으로 인한 인류 종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본문 9p)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고 있다. [PART 1 선악과를 따는 사람들]에서는 현대판 선악과를 양상하는 농헙 생산 현장의 실태를 지적하고 있고, [PART 2 생명 안테나 부러지다]에서는 산업동물 생산 현장의 비윤리적이고 무모한 사육 실태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PART 3 '혼돈의 밥상'과 질병]에서는 오늘날 만연하고 있는, 식탁 관련 전염성질환과 비전염성질환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또한 [PART 4 식탁의 불편한 진실들]에서는 밥상 위의 부정적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며, [PART 5 '질서의 밥상' 제안]에서는 '혼돈의 밥상'을 거두고 '질서의 밥상'을 차릴 수 있는 5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애써 외면해왔던 사실들을 접한다는 것은 상당히 두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먹거리들이 끊임없이 밥상에 오르고 있는 지금 이 불편한 진실들과 마주해야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며, 저자는 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우리의 인식을 바꾸고자 애쓰고 있다.

 

화학첨가물, 트랜스지방, 항생제, 농약, 염산, 환경호르몬으로 가득한 식탁에서 저자는 신자연주의 밥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신자연주의 밥상은 '도시'에 '자연'을 담는 것으로 제철 천연 밥상은 신자연주의 식이철학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녹색, 빨강, 노랑, 백색, 검정색을 지닌 오색오미 밥상을 지향한다. 또한 농산물우수관리제(GAP)나 이력추적제, 해썹(HACCP) 등을 통해 품질이 인증된 농수산물들을 우선적으로 구입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종말의 밥상'을 '생명의 밥상'으로 바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데서 비롯된다. 그 시작은 이 불편한 진실들과 마주할 수 있는 이 책을 읽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달고, 고소하고, 기름진 것을 좋아하는 그 '입'이 문제다. 그리고 영특한 척하는 그들의 생각과 얕은꾀가 문제다. 그 바람에 현대인은 저마다 꿀통 속에 빠진 곤충 신세가 됐다. 인간 곤충은 달콤한 맛에 도취해 아직도 꿀통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는 사이 발은 점점 더 꿀 속으로 질펀하게 빠져 들어간다. 굴이 죽음의 뻘밭으로 돌변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근 밥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분문 2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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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마이 라이프 단비청소년 문학
염연화 지음, 안병현 그림 / 단비청소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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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키우다보면 아이의 성장에 따라 그에 맞는 다양한 장르의 책을 접하게 된다. 어릴 때는 그림책, 동화책을 읽게 되고,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그에 맞는 청소년 문학을 읽게 된다. 그 책 속에는 내가 모르는 아이들의 마음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청소년 문학을 참 많이 읽어왔는데, 요즘 청소년 문학은 예전과 달리 현실적인 문제점에 더 많이 접근해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단비청소년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 청소년들의 고민에 상당히 근접해 있어 요즘 아이들과 한층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든다. 

 

"브라보,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본문 33p)

 

이 책은 각기 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6편의 단편소설집이다. 사실 이들의 고민은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평범한 고민과는 조금은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면할 수 없는 고민이자 우리 주위에 있는 친구의 고민이기도 하다. 표제작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고등학교 1학년이 되도록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은 연수의 이야기이다. 엄마도, 흔한 이모, 고모도 없는 연수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없었고, 가끔 생리대를 빌려 달라는 친구들에게 매번 없다고 말하는 것이, 혹시 생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들키게 될까봐 늘 생리대를 가지고 다녔다. 그렇기에 연수는 볼륨있는 몸매를 지닌 지윤이가 부러울 뿐이다.

 

구희는 엄마의 노트북을 보다가 우연히 보게된 폴더에서 엄마가 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생물학적 아빠로부터, 엄마의 첫 남편이자 법적인 아빠로부터 두 번이나 버림받은 구희는 이제 세 번째 버람받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생물학적 아빠를 찾아내 구차하게 인생에 대한 책임을 따져야 하는지 고민하는 구희에게 엄마는 한 달동안의 미국행을 떠나고 돌아온다. 그 후에 알게 된 것은 엄마가 암으로 죽게 된다는 사실이 아닌 미국에 정자 기증자로 태어난 자신의 동생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토끼 이빨]은 이렇게 정자 기능자로 태어나게 된 아이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팥쥐의 꽃신]은 전래동화 콩쥐팥쥐의 뒷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콩쥐가 시집간 뒤 생활을 책임지게 된 팥쥐가 아픈 아빠와 동생 깨쥐를 위해 콩쥐를 찾아가다가 꽃신 한 짝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 후 그 꽃신의 주인과 결혼하겠다는 대제학 자녀의 대한 방문이 붙게 되고, 팥쥐는 콩쥐의 삶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접선]은 작고 예쁜 것을 좋아하는 남자아이의 고민을 담아냈고, [지킬의 목소리]는 마음의 상처를 가진 아이의 이야기를, [리셋 클리닉]은 동생을 잃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억을 지워 버린 아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얼핏 보아도 이들의 고민은 평범하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가 평범하지 않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을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는 나와 다른 70억이 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70억이 넘는 사람들 중 똑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모두가 다른 외모와 성격, 취미, 관심사를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들을 편견이나 고정관념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팥쥐가 콩쥐와 같은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로 마음 먹은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이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자신의 고민을 바라보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래본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기준에 맞추기보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살아가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마 이 책의 끝에서 그 길을 찾을 수 있게 되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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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와 치즈고양이 단비어린이 문학
이서영 지음, 노은주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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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아주 싫어하던 어른이었던 작가가 자신에게 먼저 다가온 길고양이 나나를 생각하며 쓴 동화책 《하루와 치즈고양이》는 기발한 상상력을 가진 이야기입니다.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고양이를 무척 무서워해서 어른이 되어서도 고양이를 꺼리곤 했어요. 그런데 몇년 전부터 고양이를 소재로 한 책들을 많이 읽다보니 이제 고양이가 더이상 무섭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게 되었지요. 어쩌면 이 동화책이 고양이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고양이의 사랑스러움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게 됩니다.

 

 

'푸른마을'이라는 작은 동네에 단발머리에 발그스레한 뺨을 가진 귀여운 여자아이 하루와 체다치즈처럼 노란 털을 가진 고양이 나나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하루는 부모님도, 형제도 없이 나나와 둘이서 살아갑니다. 다행이 이런 하루를 도와주는 이웃들이 많아 하루는 외로워보이지 않네요. 지나 아줌마 집에 사는 페르시안 고양이 파치치에 따르면 지나 아줌마는 두통으로 벌써 며칠째 바깥출입을 하지 않을만큼 두통이 있고, 하루에게 줄 음식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고 하네요. 하루는 지나 아줌마를 돕고 싶었어요. 나나가 고양이들이 두통이 있을 때 고양이풀을 먹는다고 하자, 하루는 가까운 공원에서 고양이풀을 뽑아 재활용품수거장에서 챙긴 화분에 심어 아줌마에게 선물을 합니다. 영리한 하루 덕분에 아줌마의 두통이 말끔히 사라지게 되죠.

 

 

나나와 하루네 아래층인 2층에 사는 마음씨 좋은 노아 아저씨가 감기에 걸렸어요. 오늘도 파치치는 지나 아줌마가 두통이 말짱해져서 물건 사는 데 정신이 팔려서 죄다 쌓아 놓은 덕에 하루에게 줄 물건이 산더미라고 전하네요. 하루는 나나에게 감기에게 좋은 풀은 없는지 묻습니다. 그러자 나나는 대대로 마녀 고양이였던 샤샤가 알지도 모른다고 알려주네요. 그렇게 하루는 샤샤 고양이가 알려준대로 라벤더, 로즈마리, 사이프러스를 푹 끓여서 선물합니다. 학교에 가는 것이 부러운 하루는 길잃은 쌍둥이들의 집을 찾아주었다가 학교를 갈 수 있게 됩니다.

 

 

하루는 이렇게 나나와 함께 자신을 도와주는 이웃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웃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이웃 고양이들도 그런 하루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듯 보이네요. 가끔 길고양이들과 눈이 마주치면, 고양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건네고 있는 걸까? 라는 궁금증을 갖게 됩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마치 제 궁금증을 풀어준 듯 하루와 나나의 대화가 재미있게 쓰여져 있네요.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착한 마음을 가진 하루의 캐릭터를 보고있자니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오랜만에 아주 예쁜 동화책을 읽은 듯 합니다. 기분이 좋아지는 독서시간이었습니다.

 

(이미지출처: '하루와 치즈고양이'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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