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우체통 - 아직도 아빠는 편지를 보내고 있나요? 처음어린이 6
봉현주 글,국설희 그림 / 처음주니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을 보자마자 6살 아들녀석은 우체통은 빨간색인데 왜 노란색이라고 적었는지 모르겠다며 마구 웃어댄다. 
우리는 우체통을 생각하면 빨간색을 연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란 우체통이라 한 것은 먼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란 우체통...그리고 아직도 아빠는 편지를 보내고 있나요? 라는 문구의 표지글...슬픔을 연상하게 하는 책이다.

가족간의 따스함을 그린 동화는 너무도 많다. 그만큼 가족의 소중함은 늘 말하고, 늘 느끼고 깨달아도 부족하다는 의미일게다.
그 많은 따스함을 그린 동화 중에서 <<노란우체통>>이 가지는 의미는 좀더 특별하다.
이메일과 휴대폰의 문자가 급증하는 요즘은 ’편지’는 예전보다 더 소중한 의미로 부각이 된다. 정성들여 한 자씩 써 내려간 편지속에는 보내는 사람의 마음이 잘 보여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 소중한 ’편지’가 ’노란 우체통’을 통해서 전달 되어진다면 그 행복함과 기쁨 그리고 따스함은 배가 되리라.

7년 만에 낳은 귀하고 귀한 외동딸 솜이는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자랐다. 그래서인지 초등 5학년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엄마 아빠의 도움을 많이 필요로 한다.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음악 경연대회에서 플루트로 학교 대표로 뽑힌 솜이를 응원하러 가는 도중, 아빠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한다. 종합검진 판정 결과에 적힌 ’대장암’.
수술과 항암치료를 하였으나, 아빠는 두달이라는 기간 밖에 남지 않았다. 
도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어 솜이가 독일에 간 사이, 아빠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솜이에게 전해진 편지.

한 달에 한 통씩, 그리고 특별한 날마다 오는 아빠의 편지를 통해서 솜이는 슬픔에서 이겨내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노란우체통’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택배 회사 상자를 통해서 아빠의 편지를 전해주는 근원지를 찾아 보게 된다.

노란우체통이란 택배 회사가 아니라 편지를 보관했다 원하는 날짜에 배달해 주는 편지 타임캡슐로 솜이와 엄마가 받은 편지들은 아빠가 살아 있을 때 맡겨 놓은 편지였다.
노란우체통을 찾아 간, 솜이는 10년 후 오늘 이 날짜에 받을 수 있도록 하늘나라에 있는 아빠에게 쓰는 편지를 자신에게 보냈다.

<노란우체통>은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1~20년 뒤 원하는 때 상대방이 편지를 받을 수 있다는 편지타임캡슐 형식을 가진 이 곳은 미래의 나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친구에게도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지금의 내 마음을 몇 년후의 내 가족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 솜이는 10년후 23살의 나이가 될 때, 아빠에게 보내는 자신의 편지를 받는 기분이 어떨까?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솜이 곁에 없는 아빠지만, 아빠의 체온이 남아있는 편지는 늘 솜이 곁에서 솜이에게 힘과 용기를 줄 것이다. 

딸에게, 아들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그들을 사랑하는 내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10년후 즈음에 내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받은 그들은 행복함을 느낄 수 있겠지.
가만히 웹사이트 주소를 쳐 보았다. 노란우체통...그 곳에 가면 사랑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을 듯 싶다.

  

 

 
노란우체통 www.yellowpost.co.kr

(사진출처: ’노란우체통’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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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제 해법수학 5-나 - 실력, 2009
해법수학연구회.최용준 지음 / 천재교육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수학은 원리의 이해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문제를 풀어봄으로써 문제를 풀어내는 기술을 익히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얼마나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았느냐에 따라 수학 과목에 대한 자신감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학기가 시작되면서 문제집을 아이에게 사줄 문제집을 고르면서 이것저것 꼼꼼이 따져보고 구입한 책은 바로 <<3000 해법 수학>>이다.

기본문제부터 시작하여 응용,심화, 서술형 논술형문제까지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는 점과 단계별로 문제를 체계적으로 담아낸 점이 마음에 들어 구입한 책이다.

1단계- [교과서 핵심 유형]
2단계- [실력에 날개달기 - 교과서유형,익힘책유형]
3단계- [단원 마무리하기]
4단계- [우리학교 기출문제]
5단계- [단원 뛰어넘기]
6단계- [서술형 뛰어넘기]

교과서와 익힘책의 핵심 유형을 통해서 기초를 탄탄히 할 수 있으며, 시험에 나온 문제 중에서 출제율이 높은 문제들을 뽑아 시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응용 문제에 대비한 서술형 문제가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
부록으로 첨부 된 <<학교시험 기출문제집>>에는 서술형, 논술형 문제와 경시대회 대비문제 그리고 중간,학기말 학력평가 대비문제가 수록되어 있어서, 시험을 대비하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문제과 기출문제의 구성은 문제를 풀어내는 자신감과 테크닉을 한층 높여주어, 문제를 풀 때 일어나는 다양한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을 듯 싶다.
또한, 문제풀이가 자세하여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어 지도할 때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다.

공부에는 예습도 중요하지만, 복습이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가 있다.
알찬 문제집 한권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복습을 하는 습관을 기르고, 공부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는 문제집이야말로, 아이들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책으로서의 구실을 다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3000 해법수학]은 아이들에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사진출처: ’3000 해법수학 5-나’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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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왓? 맛있게 먹은 음식은 어떻게 똥이 될까?
이상배 지음, 백명식 그림 / 왓스쿨(What School)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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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WHAT? [왓]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해?

아이들은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어른들의 눈에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궁금하고, 신비하고, 즐거움 투성이다. ’무엇’ 에 대한 수많은 호기심은 아이들을 키워내는 대상이 된다. ’무엇’이 주는 호기심이 하나씩 해결되면서 아이들은 더 넓은 세상으로의 호기심을 키우게 되고 그것은 자신의 소질과 꿈을 개발하는 근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WHAT? [왓]은 아이들의 꿈을 향한 첫번째 질문일 것이며,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준다. 그 ’무엇’에 대한 호기심을 과학도서 WHAT? [왓]은 흥미로움과 재미로 이끌어 줄거라 생각된다.

아이들이 가지는 호기심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우리 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똥’은 더럽다며 코부터 쥐어대는 아이들이지만, 머릿속에서는 자신의 몸 속에서 생기는 ’똥’이 신기하기만 하다. 신비로운 우리 몸의 이야기를 지식이 아닌, 창의적인 물음으로 깨달아 갈 수 있는 WHAT왓? 속에는 그 호기심에 대한 질문이 담겨져 있다.

교과서과학편은  <눈,코,귀,혀 그리고 손과 발은 무슨 일을 할까?><맛있게 먹은 음식은 어떻게 똥이 될까?> 편이 수록되어 있어, 우리 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나간다.
교과서 과학편은 교과과정에 수록된 과학적인 부분을 ’창의’롭게, 재미있게 그리고 유익하게 전달함으로서 생각을 키워주는 견인차 역할을 시도하고 있다.

약 200만 년 전에 태어난 우리 몸 중에 소중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왕은 병이 들었고, 병을 낫게 할 명약은 딱 하나 어미 사자의 젖 뿐이였다. 신하는 오감이 뛰어난 젊은이를 찾아 약을 구해오도록 하였다.
눈(시각)을 통해서 숲 속을 살피고, 코(후각)을 통해서 짐승의 냄새를 찾고, 귀(청각)을 기울여 사자의 울음소리를 들었으며, 혀(미각)으로 사자의 젖을 맛 보았다. 젊은이가 부지런히 걷는 동안, 몸의 기관들은 사자 젖을 구한 공이 자신이라며 싸운다.

감을 먹은 아이의 몸 속에 감씨가 들어가게 되었다. 몸 속에 들어간 감씨는 각 기관을 거쳐서 똥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야기를 통해서 몸의 각 기관이 하는 일을 알게 되고, 우리 몸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아 간다.
우리 몸의 기관들이 하는 일을 간략하게 핵심을 모아 재미있는 동시로 엮은 내용은 과학을 즐겁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익한 시도였음을 보여준다.










<<WHAT?>> 은 과학교과서에 담겨진 과학의 표면적인 지식만을 전달하고자하는 책이 결코 아니다. 지적 능력과 더불어 WHAT? 이라는 호기심을 배가 시키면서 창의력을 키우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과학을 배우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일 것이다.
책에 담겨진 WHAT? 질문은 과학의 목적에 한발 다가서는 앎에 대한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이다.


(사진출처: ’WHAT왓? 맛있게 먹은 음식은 어떻게 똥이 될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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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추억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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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드보이]의 반전은 실로 놀라왔다. 주인공 최민식과 딸 강혜정은 최면에 의한 기억의 조작이라는 놀라운 결말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악의 추억>에서 그 놀라운 반전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인간에게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선과 악, 진실과 거짓 그리고 사랑과 증오 등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을 표출할 것인가에 대해 내면에서는 전쟁이 치뤄지고 있다. 
그러나, 내게 상처와 아픔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악과 증오와 위선으로 표출 될 것이다. 선보다는 악은 늘 강하게 존재하고 있기때문에...

’웃는 시체’ 
발견된 시체들은 웃는 모습이였다. 그들에게 죽음이 살아있는 것보다 더 낫다는 의미였을까? 그것은 죽은 자의 의도였을까? 아니면 살인자의 의도였을까?
처음 발견된 시체는 공개된 케이블카에서 발견되었고, 죽은 여인은 웃고 있었다.

22년전 바위섬들을 연결하여 거대한 토목사업이 시작되었고, 안개가 자욱한 뉴아일랜드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안개...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 그리고 웃는 시체.
살인자가 중심축이 되어 거대한 연쇄살인고리가 이어졌고, 그 용의선장에 7년전 크리스 매코이의 총에 맞아 죽은 데니스 코헨이 올라왔다.
크리스 매코이...그는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유능한 형사였으나, 7년 전 데니스 코헨을 총으로 쏜 후, 죽어가는 코헨의 총에 머리를 맞아 3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지냈다. 겨우 의식을 되찾은 후에는 피나는 재활치료를 거쳐 경찰서로 돌아왔지만, 끊어지고 지워진 기억은 그에게 적지않은 상처를 주었다. 기억되는 부분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돌아가고 있었다.

정직중이던 크로스 매코이는 수사팀과의 동행과 심리상담을 받는 조건으로 사건에 투입되었고, 범죄심리와 상담학을 공부한 라일라 스펜서를 만나게 된다.

"이 도시는 두 얼굴을 지녔어요.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어둠 속에서 죄를 짓고 사람을 죽이지만 안개가 사라지면 해협의 물결처럼 아름답게 보이죠. 눈부신 미녀와 흉악한 야수. 어떤 쪽이 이 도시의 진짜 모습일까요?" (본문 114p)

안개, 왼손잡이, 퍼즐, 마약, 그리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양면성이 범인을 쫓아가는 핵심으로 떠오른다. 

"모든 사람들은 상처받은 기억을 지녔으니까. 상처는 악의가 되지. 상처가 클수록 악의도 커져. 학대받은 아이들, 폭행당한 여자들, 버림받은 청소년들. 그들은 희생자지만 더러운 악의 세례를 받은 자들이야. 그들은 자신이 당한 고통과 상처를 통해 악의를 키워나가지. 우리가 쫓는 살인자들이 그런 놈들이야.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악의와 증오 그리고 폭력의 유전자를 심어둔 자들." (본문 167p)

이것이 악에 대한 추억인 것이다. 악을 행하고 있는 그들의 오랜 추억 속에는 상처받은 아픔이 있었고, 그 아픔은 악으로 표출된다. 그들은 ’악’ 이기도 하지만, ’악’에 의한 희생물이기도 하다. 
상처에 의한 분노와 증오를 키우는 것, 바로 자신의 고통을 남을 향해 폭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악 속에는 누구나 상처받은 추억이 존재한다. 살인에 의한 피해자에게도, 범인을 쫓고 있는 매코이에게도, 그리고 심리 상담을 하고 있는 라일라에게 조차도 상처가 있다. 그 표출이 무엇으로 나타나느냐가 사건의 실마리가 된다. 

어둡고 칙칙한 침니랜드와 화려한 뉴아일랜드 두 도시의 대조는 마치 인간의 양면성을 표현한 배경처럼 여겨진다. 과거의 기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만들어 내는 <악의 추억>은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스릴러 물이다.
선보다 악이 앞서는, 진실보다는 거짓을 만들어내는, 사랑보다는 증오를 더 키워내는 인간의 심리는 ’나’를 위주로 움직여진다.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해요.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모르지요." (본문 243p)

자신도 모르는 자신을 위한 위로가 악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범인의 죽음 그러나, 다시 표출되는 범인의 모습.
표면적인 범인이 과연 범인인가? 그가 범인일 수 밖에 없었던 것 역시 바로’ 나’를 위해 만들어진 추억에 의한 ’악’이였던 것이라 생각해 본다. 
좀 모호하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다루어지는 작품을 이해하기에는 좀 난해하고, 힘들었다. 그러나, 사건을 이끌어가는 내용은 강한 흡입력을 통해서 나를 빨아들였고, 등장 인물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강한 캐릭터는 충분한 재미를 느끼기에 손색이 없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이 사실일까? 라는 물음을 꺼내게 한다. 내가 기억하고 싶었던 것들만이 진실을 감춘 채 자리잡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나 조차도 모르는 내가 문득 두렵다고 생각드는 것은 정녕 나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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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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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신경숙은 ’어머니’를 ’엄마’라고 고쳐쓴 후에야 글을 쓸 수 있었다고 했다. 머리에 하얀 수건이 벗겨질 날이 없고, 아이들에게 한 수저라도 더 먹이려고 애쓰며, 집안 살림 하나하나 손 때를 묻혀가며 자신의 삶은 버린 채, 가족의 삶을 우선시 하는 그녀들에게 ’어머니’라는 단어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단어속에 함축되어 진다. 그것은 ’엄마’ 두글자 뿐이다.
’엄마’라는 직함을 가진 나의 이름과 내 엄마였던 ’엄마’의 이름은 왜 이렇게도 다른건지...

’엄마..........’ 가만히 이름을 불러본다. 
엄마를 불러본 지가 언제였던가......? 6년전 중환자실에 누워 그대로 잠이 든 엄마를 미친듯이 부르며, 뻣뻣해져가는 엄마를 일으켜세웠다. 내가 그렇게 부르면 엄마가 다시 눈을 뜰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에 나는 수십번 엄마를 불렀다. 미동도 없는 엄마를...
그리고 6년의 세월동안 나는 엄마의 이름을 ’온전’하게 불러본 기억이 없는 듯 하다.
엄마의 기일, 엄마의 생일 그리고 명절이 되어서야 간혹 불러보는 엄마의 이름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온전하게 불러보지 못한 엄마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로 시작되는 글은 ’나’가 아닌 ’너’로 이야기가 이끌어진다. 말하는 주제가 누구인가? 처음엔 그 궁금함으로 이야기를 읽어내려갔다. 아버지와 함께 아이들이 있는 서울에 온 엄마는 서울역에서 아버지를 놓친 후 사라졌다. 엄마를 찾는 광고문을 제작하면서 아이들은 엄마와의 기억을 하나둘 끄집어 내었다. 어린시절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1장은 작가의 직업을 가진 셋째 큰딸의 이야기다. 큰 딸인 ’나’가 아닌 큰 딸인 ’너’가 화자가 되어, 너가 보는 딸과 엄마의 이야기가 전개 되어진다. 

가족이란 밥을 다 먹은 밥상을 치우지 않고 앞에 둔 채로도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관계다. 어질러진 일상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엄마 앞에서 네가 엄마에게 손님이 되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본문 26p)

글을 전혀 모르는 엄마는 큰 딸에게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했고, 딸은 글 쓰는 사람이 되었다. 엄마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음을, 엄마에게도 자신의 인생을 꿈꾸던 소녀시절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으므로...
아파도 괜찮다고 말하는 엄마를 내버려 둔 것이 후회로 밀려왔을 것이다.
큰 딸은 나를 보는 듯 하여 마음이 아프다. 10여년을 병과 싸운 엄마를 나는 온전히 바라보지 않았다. 긴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나를 위로해주는 말처럼 나는 그말을 철썩같이 믿고, 엄마에게 퉁명스러운 나를 포장하기 급급했으니까.
엄마가 사라진 뒤에 비로서 엄마의 존재를 느끼는 이 ’늦음’이 왜이렇게 가슴을 쓰리게 하는 걸까?

-헛돈 좀 썼단다. 새 뚜껑을 사러 갈 적에는 돈이 아까워 쩔쩔 맸는디도 멈출 수는 없더구나. 독 두껑 깨지는 소리가 내겐 약이었어. 속이 후련허구 답답증도 가시고.

-너도 밥하기 싫음 접시라도 하나 던져서 깨보련? 아구, 저 아까운 거 싶은디도 속이 뻥 뚫리기도 헐 것이다. 하긴 결혼도 안했으면서 밥하기 싫고 말고가 있겠냐마는.
(본문 74~75p)

2장은 ’너가’ 아닌’ 그’로 큰 아들을 통한 엄마의 이야기다. 집안의 장남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엄마의 희망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였다. 늘 자랑스러운 큰 아들을 위해 장독대에 몰래 숨겨 둔 라면을 몰래 끓여주는 엄마는 ’미안하다, 형철아’라는 말을 그에게 자주 했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던 아들에게 엄마는 무엇이 그토록 미안했던 것일까?
엄마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곳은 뜻밖에도 자신이 서울에 올라와 머물렀던 곳이였다. 극심한 두통과 아무도 몰래 견디었던 뇌졸증 증상으로 기억이 사라져버리는 엄마는 오래 전 가끔 들렀던 그 곳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일까?
너무 오래 걸어 엄지 쪽 발등이 깊이 패어 뼈가 들여다 보이고 상처가 곪아터지고 또 터져서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인 발에 겨우 파란 슬리퍼에 의지한 엄마는 어떻게 그곳에 갔을까?
슬픔에 목이 메인다. 

3장은 ’당신’이라는화자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어 간다.
늘 남편을 기다리던 엄마는 ’나 왔네.’ 라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보다. ’인제 오요!’ 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없는 줄 알면서도 이방 저방의 문을 열어보는 남편은 젊은 시절 따뜻하게 감싸주지 못했던 자신을 책망한다. 아픈 그녀에게 약 한번 사주지 못하고, 생일날 미역국 한번 끓여주지 못했던 자신이 미워 참았던 눈물을 흘린다.

4장은 ’너’의 화자인 둘째딸의 이야기, ’당신’ 이라 부르는 곰소의 당신의 이야기 그리고 시어머니처럼 무서웠던 ’고모’ 이야기다.

잘 있어요....난 이제 이 집에서 나갈라요.

’너’’그’’당신’ 모두 엄마의 이야기였다. 슬픔이 복받쳐 오른다. 어딘가에서 자식과 남편의 손이 닿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으면서 읽어내려갔다. 
엄마의 얼굴이 겹쳐지는 듯해서, 내게 잘못을 용서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은 나의 엄마와 겹쳐지는 듯해서, 끝내 내 가슴에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남겨둔 엄마와 겹쳐지는 듯해서....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이 떨어졌다.

하루가 아니라 단 몇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엄마에게 말할 테야. 엄마가 한 모든 일들을, 그걸 해낼 수 있었던 엄마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본문 262p)

엄마가 그랬다. 어려운 살림에 억척같이 살아온 엄마였다. 이제 조금 엄마의 얼굴에서 웃음을 발견할 수 있을 때 허무하게 내 곁을 떠난 엄마는 그동안의 희생에 대한 위로도, 고맙다는 인사도, 사랑한다는 고백도 받지 못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린다.

나는 ’엄마’가 되었다. 그러나 ’엄마’와 같은 ’엄마’가 되지 못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 6년동안 온전하게 부르지 못했던 엄마의 이름을 오늘은 수도 없이 불렀다. 책 속의 엄마가 내 엄마 같아서, 이렇게 나를 지켜보고 있을 엄마가 그리워서,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었을 엄마가 가여워서 부르고 또 불렀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비처럼 내 눈에서 비가 쏟아진다.
그녀처럼 나도 누구를 향한지 모를 소망을 빌어본다.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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