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청소년소설집 푸른도서관 39
김인해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외톨이>>라는 제목만 읽었을 뿐인데, 나는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만연하고 있는 왕따 문화에 대해서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와 왕따를 시키는 아이 그리고 그것을 방조하는 아이들 모두가 ’외톨이’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서로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해자, 피해자가 누구이든 그들 마음속에는 ’혼자’라는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외톨이가 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몸과 마음이 격동하고, 위태로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그 두려움이 더 크리라.

<<외톨이>>는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인 [외톨이][캐모마일 차 마실래?] 두 단편과 역대 수상작품이였던 [한파주의보]를 수록한 단편모음집이다. 그 중 [외톨이]는 가정과 사회를 향한 마음의 문에 빗장을 걸어두는 청소년들의 심리와 폭력에 대한 그들의 심리를 아주 잘 표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단편 모두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모두 ’외톨이’에서 시작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졌다. 외톨이로 남거나, 혹은 함께이거나, 라는 결말이 다를 뿐.

[외톨이]는 중학교에 입학하여 ’샤프’라는 별명을 얻게 된 시욱이와 키가 큰 재민이와 친구가 되면서 변모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재민이 주위에는 친구가 많았고, 샤프 역시 재민이와 함께였다. 재민이에게 진한 우정을 느꼈던 시욱이는 재민이가 자신을 외톨이로 내모는 듯한 생각이 들자 폭력을 행사하게 되었고, 재민이가 그다지 강하지 않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서 자신의 주위에 친구들이 몰리게 되었다는 사실에 흥분한다. 자신을 향한 분노를 담아낸 낙서가 분명 재민이가 아님을 알면서도 시욱은 친구들에게 휩쓸려 재민이와 싸움을 한다.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결국 재민이를 외톨이로 만들고야 말았다.

아이들은 내 주먹을 믿고 나중에는 무얼 요구할까? 갑자기 움켜쥔 내 주먹이 외톨이처럼 느껴졌다. 손톱 밑에 낀 빨간 너의 피가 나를 비웃는 듯했다. (본문 31p)

친구, 가족 사이에서 외톨이가 되고싶지 않은 그들의 심리가 아주 잘 묘사되어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톨이가 되고 싶지않은 욕심에 군중심리에 이끌리는 시욱이의 모습이 안타깝게 그려졌다. ’네 짓이 아니야.’ 라고 말할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렇게 말할 수 없었던 시욱이는 외톨이만 되지 않으면 된다는 마음이 더 컸다. 시욱이의 마음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마음인 게다. ’혼자’이고 싶지 않은, 외톨이가 되고 싶지 않은 그들의 마음이 녹아들어있다.

캐모마일(허브의 일종) - 굴하지 않는 강인함, 고난 속의 강한 희망 (본문 35p)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봉사활동을 하게 된 석이는 왕재수 지연을 만나게 된다. 시간 채우기에 급급했던 석이는 멜로디언 하나에 싸우는 어린이들을 위해서 안쓰는 악기를 모아 가져다 주지만, 지연은 여전히 석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소리나 잘 나는지 몰라. 다들 저런 쓰레기 갖다주고 생색내는 걸 보면 정말 웃겨. 우리가 무슨 거지인 줄 아나? 넌 청소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봉사활동 확인서가 필요해서 하는 거잖아. 그깟 청소 내가 하면 되니까 다음부터 오지 마. 재수 없어." (본문 49p)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게 된 지연은 악기를 고쳐주는 석이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열게 된다.
이질감으로 만나면 다투기 바빴던 두 사람이 악기와 연주를 통해서 교감을 느끼고 화해하는 장면이 참 따뜻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부모를 잃고 다리를 절게 된 고난 속에서 자신의 울타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온 사람에 대한 빗장을 걸어두고 외톨이가 된 지연은 그렇게 마음의 빗장을 열었다. 소통은 그렇게 함께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중요한 매개체인 것이다.

[한파주의보]는 가족과의 소통을 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엄마를 잃고 새엄마를 만나 팔불출이 된 아빠를 보면 진오는 섭섭하다. 설날이 되어 할머니 댁에 내려갔던 진오네 가족은 작은할아버지네 비늘하우스가 폭설로 무너져서 도와드리기 위해 시골에 남게되고, 진오와 새엄마만이 집으로 돌아온다. 한파주의보로 수도가 얼어 물이 나오지 않게 되고, 진오에게는 단 둘만의 시간이 불편하기만 하다. 한파주의보로 추운 날씨만큼 그들 사이에도 한파주의보가 발령되고야 말았다.
설음식을 먹고 배탈이 난 진오가 동네 형들에게 돈을 뺏길 위기에 나타난 새엄마는 진오를 위기에서 구해주고, 새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게 되면서 진오와 새엄마 사이가 따뜻해지면서 한파주의보가 해제됨을 느꼈다.

아빠와 새엄마 사이에서 외톨이가 되었던 진오, 어린시절 외톨이였던 새엄마 그들은 그렇게 외톨이가 아닌 가족이 되었다. 재혼가정이 늘어나는 요즘 청소년들은 그 가족에게서 스스로 외톨이를 자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외톨이가 되는 것이 싫은 아이들은 스스로를 외톨이로 내몰아가고 있다. 가족과 함께있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진오의 이야기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세 편의 이야기는 모두 청소년들의 불안한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외톨이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너무도 잘 묘사한 [외톨이]와 서로 다름에 대한 이질감을 극복하고 소통을 통해서 마음을 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캐모마일 차 마실래?] 그리고 가족간의 어색함을 재미있는 사건으로 풀어 낸 [한파주의보] 속에는 청소년들의 마음이 담겨져 있고, 이 이야기를 통해서 그들의 생채기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진정성이 담겨져 있다.
그들이 ’외톨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소통을 하고, 진실을 볼 줄 아는 마음이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들지 않으리라는 것을 시욱, 석이, 진오를 통해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딸래미에게 이들의 고민이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결코 외톨이가 아님을 기억하기를...



(사진출처: ’외톨이’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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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이 어때서? - 노경실 작가의 최초의 성장소설
노경실 지음 / 홍익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한동안 이 책을 눈여겨 보고 있었던 것은 내년이면 큰 아이가 열 네살이 되기 때문이다. 아직은 ’아이’ 취급을 받으면서 실수를 해도 용인이 되었지만, 이제는 ’어른’ 취급을 받게 되는 모호한 나이가 된다. 이 책이 애매한 위치에 서게 될 딸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것은 오래전 열네 살일 때의 내 모습이였다. 
기억에 떠올린 내 모습은 너무도 까마득한 옛날의 일인 듯 열네 살의 내 모습이 굉장히 낯설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까르르 웃던 모습, 성적 때문에 시무룩하던 모습, 외모에 신경쓰기 시작하면서 옷에 투정을 부리던 모습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내 모습들이 딸아이의 얼굴과 겹쳐지면서 지금 내 딸이 느끼고 있을 감정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열네 살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시작되는 출발점이기도 하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시기가 시작된 나이가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생의 첫 걸음마를 시작하는 나이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이제 막 첫 걸음마를 뗀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달리라고 말하고 있으니 어른들의 욕심은 그들에게 좌절과 절망을 먼저 안겨주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모르겠다.

365X14=5,110.

연주는 자신이 살아온 14년이 고작 5천 일 정도 밖에 안 되었다는 것에 놀라웠다. 선생님이 내준 골치아픈 숙제가 연주에게는 인생까지 생각해야하는 어려운 문제인가보다. 중학교 1학년 이제 막 14살이 된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일과 어려운 학교 숙제가 가장 골치아픈 일인 현재 삶의 전부이기 때문이리라.
가수가 꿈인 연주는 평범한 열네 살의 소녀이다. 공부해야 한다는 엄마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고, 부모의 이혼이 힘들다고 외치는 친구 민주의 말에 눈물을 흘리는 열네 살 소녀들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가진 평범한 우리네 열네 살.
그에 비해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사는 민주는 좀 성숙한 느낌을 주는 친구이다. 아직 13살의 순진함을 간직하고 있는 연주를 열네 살의 소녀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면 좋을 듯 싶다.

"우리 부모님의 이혼은 우리 부모님 문제야. 나는 내 문제로만 울 거야. 그리고 난 이제 겨우 열네 살이야. 앞으로 내가 예기치 않은 일들로 죽지 않는다면 80년 이상은 더 살아야 하는데 이미 지나버린 그런 문제로 울면 내 눈은 닮아 없어지거나 눈물 때문에 흐물흐물해져서 다 녹아버릴 걸!" (본문 37p)

사춘기 딸을 둔 엄마가 되고보니, 내가 열네 살때 봤던 엄마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엄마를 이해하는 마음이 커갈수록 사춘기 딸에게는 엄마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게 된다. 연주의 눈에 비추어지는 엄마의 모습이 내 딸이 보는 내 모습과 다르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이 꿈의 전부인 엄마의 모습으로 보이겠지.
열네 살이었을 때의 자신과 지금 아줌마가 되어있는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어영부영 보냈던 청춘에 대한 안타까움때문에 엄마는 그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되는 것일 게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연주의 엄마를 통해서 아이들이 그런 마음이 조금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순전히 엄마라는 입장에만 서서 욕심을 부려본다.

그래! 할 수만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내 딸, 연주처럼 열네 살을 보내지 않을 거다. 
(중략)
한마디로!
나는 연주처럼 그럭저럭 여학생은 되지 않을 거라는 거다.
내 청춘의 시간을 그냥그냥 살고, 어영부영 보내지는
않겠다는 거다!


대부분의 성장소설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제대로(?) 보내고 있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에 비하면 <<열네 살은 어때서?>>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연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게 본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인데 어찌보면 지금껏 만나왔던 성장소설은 극히 일부 아이들의 모습만을 내세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열네 살이 되면서 시작되는 그들만의 통과의례가 연주를 통해서 너무 잘 표현되고 있다. 과하지 않고 부족함도 없어, 열네 살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고민과 걱정 그리고 설레임이 잔잔하게 보여진다.

"너희가 앞으로 수많은 일과 감정의 변화 속에 있게 될텐데, 내가 읽어준 신문기사들처럼 명분 없는 일로 너희의 인생을 우울하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인생은 셀 수 없이 너희를 째려볼 것이다. 겨우 그 정도밖에 못 사느냐? 넌 겨우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이냐? 등등이 조롱으로 말이다. 또 삶은 너희를 기분 나쁘게 째려볼 것이다. 네가 뭘 하겠어? 네가 뭐 대단하다고? 네가 하는 게 다 그렇지 뭐! 하면서 말이다. (중략) 너희가 울든 웃든, 노력하든 포기하든, 주저앉든 다시 일어나든....시간은 단 한 번도 멈추거나 쉬거나 요령 피우지 않고 계속 앞으로, 앞으로만 가고 있다는 것을." (본문 166p)



지금껏 부모의 도움으로 살아왔다면 열네 살은 이제 스스로 힘으로 살아갈 출발점이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아이들은 모호한 자신의 위치에서 혼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제 시작하려는 그들에게 어른들의 다그침보다는 응원이 필요하다.
이제 성인이 되어가는 딸을 생각하며 백화점에서 비싼 속옷을 사주는 연주의 엄마처럼 관심과 사랑이 이들에게 큰 힘이 되리라.
오늘 문득 연주와 연주 엄마를 통해서 지금의 내 모습을 되돌아 보았다.
열네 살때의 엄마인 내 모습이 아니라, 지금의 내 모습이 내 딸에게 삶의 안내 표지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생각할 아이에게 나는 ’꽤 괜찮은 삶을 살아가는 한 여자’의 모습으로 비추어질 수 있도록 내 삶에도 충실해야 할 듯 싶다.
어쩌면 이런 내 모습이 내 딸에게 큰 용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우게 되었다

(사진출처: ’열네 살이 어때서?’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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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0
김진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오도카니 혼자 계단에 앉아있는 아이의 모습이 참 쓸쓸하고 안타깝게 보인다. 14살이라는 숫자가 눈에 띈다. 내년이면 14살이 되는 딸아이를 생각해서일수도 있고, 어른인 척 흉내를 내면 나만의 비밀을 간직하기 시작했던 14살의 내 모습이 떠올라서 일수도 있다.

책 속에는 "절실한 애정"이라는 뜻을 가진 <범의귀> 꽃이 등장한다. 유독 두 장의 꽃잎이 다른 꽃잎들보다 큰 꽃으로, 두 장의 꽃잎이 큰 게 아니라 세 장의 꽃잎이 더 자란 것 같이 보이는 꽃. 왠지 범의귀가 아직 덜 자란 열네 살 또래의 아이들 모습을 담아낸 듯 보인다.

꽃을 다 피었다고 말할 수도 없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범의귀.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애매모허한 바로 우리 중학생. (본문 30p)

이 시기의 아이들은 몸은 훌쩍 컸지만, 정신적으로는 이제 막 자라려는 새싹같다. 어른들은 상황에 따라 그들을 ’어른’이라고 했다가, ’아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자리를 아직 찾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더욱 더 큰 혼란을 야기시킨다. 그랬다. 책을 읽는내내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의 모습 때문에 그들에게 한없이 미안해진다. 나 역시 그들과 별반 다를바 없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인공 강하리를 통해서 우정, 가족, 꿈, 그리고 희망을 보게 된다. 보잘 것없는 하리가 좌절과 절망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화이팅을 외쳐본다. 하리는 누구나 자라면서 한번쯤 겪어봤음직한 비밀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리는 ’에픽하이’ 가수를 좋아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성민이를 좋아하게 된다. 마음이 통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는 하리는 성민이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시작으로 비밀을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우연히 교회 화장실에서 포장도 뜯지않은 에픽하이의 새로나온 앨범을 발견한 하리는 생각 할 겨를 없이 앨범을 가지고 나오게 되었고, 비밀을 만들어가기 위한 거짓말이 시작된다.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예주, 도벽을 가진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된 하리, 아빠 앞에 늘 주눅들어있는 엄마와 하리, 그리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를 편갈아 놓은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가 슬프고도 안타깝게 진행된다.

성민이에게 준 앨범에 대해 알아버린 예주는 하리에게 문구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일을 시킨다. 그저 예주에게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하리는 음식점에서 일을 하는 엄마가 식당 물건을 훔쳐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리를 주인공으로 이끌어가지만 예주에 대해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성들여 쓴 글짓기가 읽혀지지도 않은 채 휴지통에 버려져 상처입은 예주의 모습은 성적에 의해 아이를 구별짓는 교육현실과 어른들의 그릇된 잣대의 참담함을 보여준다. 사랑없는 아빠 엄마에게 태어난 예주는 그렇게 물건을 훔쳐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마음을 채워가고 있었다.
하리의 엄마 역시 마찬가지다. 선천성 심기형을 갖고 태어난 하리의 동생이 돈 때문에 수술을 하지 못하고 죽게 되자, 엄마는 남자 아이만 보면 물건을 훔치게 되었고 도벽광이라는 병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질병분류상 충동조절장애의 하나로 분류된다. 도벽이 있는 사람은 훔치고자 하는 충동을 억제하기 어려우며 충동을 억제할수록 오히려 정신적인 긴장을 더 커진다. 훔친 물건이 그 사람에게 중요한 어떤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신치료가 도움이 되기도 하나 절도죄로 체포되거나, 체포될 것을 두려워하여 생기는 불안이나 우울과 관련해서 정신과 의사의 치료를 받기 전에 도움을 구하는 도벽광은 드물다. (본문 100p)

엄마는 하리를 위해서 스스로 자수를 하게 되고, 하리의 마음속 응어리가 봇물처럼 쏟아져나온다. 그렇게 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소통’이 주는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하리네 가족의 단절된 대화는 그들만의 비밀을 만들어갔고, 그 비밀은 거짓말과 상처로 점점 곪아지고 있었던 게다. 

"하리야, 미안해. 너한테 이런 모습까지 보여 주게 되어서.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 혼자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니까 다른 도움이라도 받아야만 했어.......(중략) 너한테 떳떳한 엄마가 되려고 간 건데........" (본문 126,127p)

하리는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예주 앞에서도 당당하게 더 이상의 도둑질은 안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가졌다. 이제 하리의 비밀은 사라지고 없다. 성민이에 대한 마음, 물건을 훔치고 순간의 짜릿함을 느꼈던 비밀은 이제 사라졌다. 하지만 하리는 또다른 비밀을 간직하게 되었다. 자신의 꿈을 위해 준비하려는 비밀~!! 

이전에 난 꽃잎이 두 개인 범의귀가 불안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꽃의 꽃잎 크기가 모두 같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범의귀 자체로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문제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를 불안하게만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처럼. (본문 153p)

하리와 예주,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비밀을  털어놓음으로써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누군가가 말이다. 우리 어른들은 그들을 불안하게 바라본다. 덜 자란 듯한 범의귀의 꽃처럼 말이다. 그러나 정작 그들에게 비밀과 거짓말을 만들게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어른들이다. 범의귀의 꽃잎의 크기가 틀린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다 각각 다른 위치에서 다른 생각으로 다른 꿈을 꾸며 살아간다. 그들은 우리에게 불안한 시선이 아닌, 애정을 가지고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들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원한다. 그것이 ’가족’일때 그들은 용기를 얻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은 아닐까?
’절실한 애정’의 꽃말 범의귀는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모습을 대면한다. 각기 다른 모습의 그들을 인정해 주기를, 절실한 애정을 가지고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그들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게다.
꽃잎의 크기는 달라도 자연이 가진 생명력을 모두 갖추고 있을 범의귀는 바로 우리 아이들이라는 것을....기억하리라. 

(이미지출처: '네이버 http://blog.naver.com/pms4774/60102167267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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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 - 우리가 알아야 할 생물 종 다양성 이야기
박경화 지음, 박순구 그림 / 양철북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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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금 세계는 환경 오염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세계는 많은 오류를 범했으며, 그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인지하고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생물의 멸종이 결국 사람의 멸종으로 끔찍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여는 글은 그렇게 사람들에게 오류를 범하는 자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었다.

"오늘 지구의 역사에서 가장 놀랍고도 위대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드디어 인간이 멸종되었습니다."
"만세! 이제 평화가 찾아들었다. 우리 세상이다."
 (여는 글 中)

1부 땅에서 사라지는 생명들
2부 야생에서 사라지는 생명들
3부 숲에서 사라지는 생명들


’우리가 알아야 할 생물 종 다양성 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내건 이 책에서는 3부에 걸쳐 사라져가는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양했던 생물의 종이 점점 사라지면서 위협되고 있는 우리의 먹거리와 자연의 훼손의 원인은 결국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생물 종’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깊이있게 논하고 있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왜 우리가 실천해야하는가? 왜 우리가 환경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를 이 책은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것은 무섭고 두려운 이야기지만, 이제는 꼭 인지하고 있어야 할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생식 능력을 스스로 제거한 자손, 즉 자살 씨앗을 일컫는 터미네이터 종자는 농촌 뿐만 아니라, 도시 소비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음식을 먹게 될 미래는 유전자 조작된 종자가 자연 생태계에 미칠 영향보다는 한치 앞의 이익만을 추구했던 인간의 무질서한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식탁 위의 생물 종 다양성은 음식 문화의 다양성이고, 우리 문화의 다양성이다. 잘 먹어야 얼굴 빛깔이 좋고 활기가 넘친다. 먹을거리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우리 땅에 나는 것을 골고루 찾아 먹어야 농업도 지키고 생태계도 건강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본문 22p)

지금껏 동물의 멸종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서 다루어지고 있었지만, 토종 씨앗의 멸종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고 있다. 토종 씨앗의 멸종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피부에 와닿지 않기에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1985년과 1993년 7년 사이에 74퍼센트의 토종 종자가 사라졌다고 한다. 토종이 사라지는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이다. 환경 오염과 인간의 욕심은 동물의 멸종만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할 듯 싶다. 이 사실은 빠르게 전파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껏 알지 못했던 내용을 접하면서, 토종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강남 간 제비가 돌아오지 않고, 옷이 일회용으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전국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여우는 이제 사라져 버렸다. 봄이 되면 찾아오던 제비는 이제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제비는 이제 작가와 우리들의 추억, 그리고 전래 동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새가 되었다. 너무도 쉽게 볼 수 있던 제비가 사라지고 있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 했었는데,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제비를 보지 못한지가 꽤 되었다는 것을 비로소 느낀다.
그렇게 자연에 무심했던 것을 깨달아 간다.

3월에 때아닌 폭설로 사람들은 두려워 했다. 그리고 4월 13일 벚꽃이 만개한 오늘 눈이 내렸다. 자연은 시시각각 오염으로 인한 이상 징후군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무심하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씨앗으로 재배한 곡식을 먹을 때 비로소 그 심각성을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닐런지...동물원의 동물들은 자연에서 얻은 자유를 목말라하고, 사람들은 쉽게 보지 못하는 동물들을 구경하는 일에 목말라한다. 서로의 엇갈린 생각은 앞서 말했듯이, 결국 인간의 멸종에 기뻐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현실화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인과응보라 했다. 결국 인간이 저지른 일에 가장 큰 피해자는 인간이 될 것이다. 그저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고만 생각하던 사고를 벗어버려야 한다. 이제는 관심과 실천만이 우리가 살 길이다. [여유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은 생물 종의 멸종을 다루면서 그 심각성을 강하게 전달한다. 지은이의 어린 시절 추억과 현실을 통한 이야기는 멸종이 가져온 비극을 극대화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무심하게 보아 넘겼던 하늘과 땅을 보라. 어린 시절 보았던 수많은 야생화와 하늘을 날던 제비가 사라졌음을 느낄 것이다. 행방불명된 그들이 다시 우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은 우리의 ’지독한 관심’과 ’실천’ 뿐이다.

혹시 우리 집 화분에 몰래 캐 온 야생화가 자라고 있지는 않은가?
휴대전화 장식품에 희귀 야생화가 매달려 있지는 않은가?
압화가 된 야생화 카드로 기념일을 축하하지는 않았는가?
휴가를 즐기러 찾아온 곳이 야생식물 서식지를 통째로 밀어내고 들어선 휴양 시설은 아닌가?
(본문 195p)

(사진출처: ’여우와 토종시의 행방불명’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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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직업백과 - 성격과 기질로 알아보는
글공작소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몇 달전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큰 도시를 그대로 재현하고 다양한 직업을 어린이 스스로가 직접 결정하고 선택해서 체험을 해보는 곳으로 직업 체험을 통해서 돈을 벌어보고, 사용해보는 등 어른 세계를 직접 경험해보는 곳이기도 하다. 직업체험 테마파크를 다녀 온 아이는 생소했던 직업을 몇 가지 체험보해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직업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직업 체험을 통해서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알아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서 단 몇 가지의 체험만을 경험할 수 있어서 다양한 직업을 다 아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다양한 직업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이들이 꿈을 꾸는데 큰 몫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성격과 기질, 적성에 맞는 꿈을 갖는다면,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도 있기 때문인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 직업백과>>는 꿈을 꾸는 아이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범생의 틀 안에 내 아이를 가두려는 부모의 눈에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끼가 제대로 보여지지 않는다. 머리말에 씌여진 글처럼 아이의 기질을 단점으로만 평가하려는 부모의 모범생 잣대를 거두고,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보면서 내 아이의 재능과 기질을 객관적으로 판단해보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가 산만하다면 호기심이 많은 아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논리적이지 못하다면 상상력이 뛰어난 아이일수 있습니다.
말이 많은 아이라면 언어력이 뛰어난 아이일 수 있습니다.
융통성이 없다면 책임감이 강한 아이일수 있습니다.
(머리말 中)

이 책은 어린이들의 성격과 기질에 따라 10가지로 분류하여 수록했다.



이순신형 - 책임감이 강하고 규칙과 질서를 잘 지키는 공직자형
제갈 공명형 -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전력가형
피카소형 - 상상력과 창의력, 미적 감각이 뛰어난 문화 예술가형
에디슨형 - 호기심 넘치는 발명가, 과학자형
빌 게이츠형 - 경제, 경영에 관심이 많은 사업가형
슈바이처형 - 나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봉사형
오프라 윈프리형 - 언어 능력과 사교성이 뛰어난 엔터테이너형
링컨형 - 열정과 리더십이 가득한 지도자형
제인 구달형 - 자연과 지구를 사랑하는 자연 친화형
존 고다드형 -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모험가형

스스로 자신의 성격과 기질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어린이는 드물거라 생각이 된다. <내 성격과 기질 체크하기!>가 수록되어 있어 자신의 성격과 기질을 확인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 무엇보다 좋은 시간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싶은 것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들이지만, 그 모든 것은 다 경험해보고 자신과 궁합을 체크하는 일이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질문을 통해서 자신의 성격과 기질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유익한 듯 하다. 
이 책에서는  총 100여가지의 직업을 소개하고 있는데, 무슨 일을 하나요?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나요? 좋은 점&힘든 점은 무엇일까요?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를 통해서 직업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이런 어린이, 도전해 봐요!>로 자신의 기질에 맞는 직업을 찾아보는 즐거움도 선사하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직업에 대해서는 아이들도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그보다 더 다양한 직업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이들의 꿈의 폭이 훨씬 넓어졌으며, 자신의 기질을 파악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은 꿈을 향한 집념과 이루고자 하는 강한 열의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 책은, 내 아이에 대한 잘 못된 판단으로 아이의 재능을 자칫 꺽을지 모르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내 아이를 잘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아이의 재능이 아주 뛰어나지 않다면 그 재능을 찾아내는 일이 쉽지가 않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면서 깨달았다.
내 아이의 단점이라고 여겼던 부분이 사실은 내 아이의 재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그동안 부모로서 아이의 재능을 조금씩 꺽은 것은 아닌가 싶은 마음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성격과 기질을 같이 체크해보면서, 내 아이를 바로보는 법을 배울 수 있어서 참 유익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보면서 보다 나은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면 좋을 듯 싶다.

(사진출처: ’어린이 직업백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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