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한다는 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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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과 표지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에 달달한 느낌을 주는 로맨스를 기대하며 책을 읽기 시작한 후의 그 당황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욱이 굉장한 오묘함과 난해함을 가진 내용을 가진 책이라 솔직히 중간에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는데, 그 난관을 극복(?)하고 읽기시작하자, 이 책만이 가지고 있는 난해함이 오히려 독특함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기가 어려웠던 것보다,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은 굉장히 오묘하고 난해한 일이다. 온전한 사랑이 쉽지 않은만큼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 역시 쉽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사랑이 주는 달콤한 속삭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알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서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기록하면서 연애 과정 속의 미묘한 심미를 다분히 철학적으로 담아냈다. 소설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전기문이라 칭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울릴 법한 책이다. 

"너를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
"나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이기주의자, 자기 귓불보다 멀리 있는 어떤 것에도 공감을 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나는 너무 긴 시간을 낭비했어........" (본문 11,12p)

주인공인 ’나’는 공감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는 여자친구의 비난이 담긴 편지를 받은 후 우연히 서점에서 보게  된 "공감하다"라는 말에 이끌리게 된다. 자신에게 매우 부족하다고 하는 ’공감’이 전기 작가라는 맥락으로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때 드러내는 무관심,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그 해로운 무관심에서 자신이 해야하는 역할’(본문 14p)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이사벨이라는 여자에 대한 전기를 쓰기 시작한다. 진지한 전기의 경우에는 저자가 없고, 그냥 주인공이 되는 인물만 있을 뿐이며, 전기 작가가 스스로 개입하여 판단을 하는 경우도 드물고, 판단을 한다 해도 편견에 사로잡힌 감정적인 외침이라기보다는 자로 잰 듯한 성숙한 의견만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전기의 주인공인 이사벨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전기 작가 ’나’는 그렇게 전기의 주인공 이사벨의 삶에 개입하게 된다.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나’는 이사벨의 어린시절부터 그녀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에 관한 전기를 쓰기 시작했고,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관심이 시작되고 사랑을 하게 되었다. 그녀에 관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갈등을 겪는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삶과 습관을 모두 알고 있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님을 여기서 알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처음으로 돌아가 여자친구가 ’나’에게 했던 비난과 ’나’를 이끌리게 했던 "공감하다"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알랭 드 보통은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 "너를 사랑한다는 건" 바로 ’소통’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정의를 내려주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본문 13p)

사랑은 다분히 이기적인 성향을 포함하고 있다.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우선 순위에 놓고 시작하기 때문에, 전기 작가처럼 객관적인 입장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포함한 주관적인 생각으로 상대방을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나’는 전기 작가의 입장에서 이사벨을 알아가고 이해하려고 했으나, 사랑을 하게 되면서 전기 작가로서 갖추어야 할 객관적인 입장보다는 감정을 내포하게 되었기에 갈등을 겪게 되었던 게다. 결국 사랑이라는 것은 ’감정생활’이니만큼 논리적일 수 없기에 사랑은 갈등과 함께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너를 사랑한다는 건>>에서 알랭 드 보통은 연애 과정 속에서 우리가 느끼곤 하는 미묘한 심리를 철학적인 느낌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다른 사람을 완벽히 알고 싶은 충동’이 ’다른 사람을 완벽히 이해하고 싶은 충동’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사벨을 통해서 남녀간의 차이와 타인에 대해 알고자 하였으나, 다른 사람을 완벽히 안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나’가 타인에 대해 완벽히 알고자 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연애는 끝이 나고 만다. 
"공감하다"에서 시작된 ’나’의 사랑은 상대방을 ’앎’과는 다르다는 것,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신뢰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짐작케한다. 



이사벨의 사진이 수록된 것을 미루어 짐작해볼 때,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자전적인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궁금한 마음에 알아보니 작가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글이라고 한다.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과 누군가를 사랑하다는 것을 전기 작가라는 시점에서 풀어낸 정말 독특한 사랑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초반부 읽기 힘들었던 책이었던 만큼 이 책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것은 내 독서편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사랑과 철학을 오묘하게 (사실 좀 난해하게...) 접목시켜 풀어낸 독특한 구성은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였기에 매혹적이었다고 감히 말해본다. 그동안은 사랑의 기쁨과 아픔이라는 부분에 감정을 실었기에 그동안 사랑에 대한 나의 내면과 타인에 대한 마음을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너를 사랑한다는 건>>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랑의 일면을 보여주었다 할 수 있겠다. 이 소설은 한 번 읽은 것으로 다 이해했다고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나’가 이사벨을 만나는 과정에서 애정을 느끼게 된 것처럼, 나 역시도 이 소설은 더 읽어봤을 때 온전히 이 책에 대한 느낌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 느낌을 서술하자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사진출처: ’너를 사랑한다는 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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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08
미야니시 타츠야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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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가족, 이웃 그리고 점점 자라면서 좀더 넓은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게 되죠. 타인과 함께 살아면서 필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소수를 억압하지 않고 들어줄 줄 아는 미덕은 아닌가 싶습니다. 다수가 소수를 혹은 권력자가 피권력자를 억압하는 것은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와는 상반되는 듯 해요.
늑대는 어쩐지 무력, 권력의 의미가 느껴지는 동물입니다. 그래서인지 늑대를 통해서 전달하고 있는 찬성의 의미는 더욱 부각되는 듯 합니다. 



사이좋은 늑대 형제 다섯 마리가 점심 메뉴에 대해 의논하고 있습니다.
바루는 노란 달걀로 도르르 감싼 보들보들한 오믈렛을,
비루는 새빨간 사과를 껍질째 와삭 베어 먹고 싶고,
부루는 따끈따끈한 밥에 큼지막한 새우를 얹어 먹고 싶습니다.
베루는 살살 녹는 크로켓을
보루는 기름이 자글자글한 꽁치가 먹고 싶네요.



모두 다른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자, 바루는
"모두 다르네. 어쩌면 좋지.....그래! 돼지는 어떨까? 우리, 돼지로 하자!" 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모두 찬--------성! 하고 외칩니다.

 

새끼 돼지 다섯 마리가 나타나자 늑대들은 돼지를 한 마리씩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신이났어요.
모두 침이 꼴깍 넘어가는 먹음직스러운 새끼 돼지를 잡았는데, 이런 비루는 돼지를 놓치고 말았네요.
부루는 새끼 돼지를 양보했지만, 비루는 부루가 얼마나 새끼 돼지를 먹고 싶어하는지 알고 있어 차마 받지 못합니다.
베루, 보루, 비루가 모두 양보하려 했지만, 비루는 늑대들이 모두 돼지를 먹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는 사양합니다.
그러자 모두 비루를 위해서 새로운 메뉴를 정합니다.
모두 찬-----성!  소리치며 신이 났습니다. 



무서운 동물 중의 하나인 늑대가 조금은 바보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착하고 예쁜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늑대들은 모두 먹음직스러운 새끼 돼지를 먹고 싶었지만, 사냥에 실패한 비루의 마음을 헤어려 기꺼이 돼지를 포기합니다. 늑대들은 자신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고집하지 않았으며, 비루를 둔 채 돼지를 먹으려 하지도 않았어요. 이것이 바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우리들이 배워야 할 부분은 아닌가 싶습니다. 
찬성은 ’한마음이 되는 것’의 다른 표현이라고 합니다. 어느 한 사람의 의견을 고집하지도 않고,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으며 서로를 보듬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바로 ’찬성’이라는 외침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싶네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내 의견을 고집하지 않으며 서로를 보듬어 주는 마음이 있다면, 서로 싸우거나 미워하는 일은 없을 거 같아요. 가족,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부모라는 권위를 이용하기보다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마음을 갖고, 어린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친구들과 놀이에서도 마찬가지겠죠? 이 세상에 ’찬성’을 소리높여 외치는 일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찬성’은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큰 힘이 되어줄 테니 말입니다.

(사진출처: ’찬성’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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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은 이야기 - 2011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라가치 상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32
강경수 지음 / 시공주니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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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까운 이웃나라에서는 ’어린이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지구촌’이라는 말처럼 다른 나라의 소식도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다른 나라로의 여행도 아주 쉬워졌습니다. 그러나 세상 곳곳에는 아직 우리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으며, 믿기 힘든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꿈을 꾸고 있을 때, 우리가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그들은 가난과 기아, 전쟁과 지진 등의 참사로 고통을 받고 있답니다. 어린이들에게는 정말 거짓말 같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과 마주하는 것은 그들에게 꿈을 꿀 수 있는 희망을 주는 작은 변화가 될 수 있습니다. 세상은 우리의 작지만 따뜻한 관심 속에서 변화할 수 있으며, 그 변화로 지구촌 곳곳의 어린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2011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논픽션 부문에서 라가치상을 수상한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그림책입니다.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은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 도서전으로, 라가치 상은 작품성과 예술성, 독창성이 뛰어난 그림책에 수여하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그림책 상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작가가 이 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이 이 책의 인세가 어린이 인권 향상을 위해 전액 플랜코리아에 기부된다고 하는 더욱 뜻깊은 책은 아닐까 싶네요.
<유엔 아동 권리 협약>에는 ’세상의 모든 어린이가 평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적혀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는 질병으로부터 보호 받고, 치료 받을 권리가 있으며, 학교에 다닐 권리와 전쟁에 나가지 않고, 전쟁을 겪지 않을 권리 그리고 폭력과 착취로부터 보호 받을 권리가 있지만,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한 채 고통 받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개구쟁이 솔이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여 화가가 되고 싶어합니다.
한편,



키르기스스칸에 사는 하산이는 매일 지하 갱도에서 오십 킬로그램이 넘는 석탄을 실어 올리며, 배고픈 동생을 위해 힘들어도 참습니다.
인도에 사는 파니어는 열심히 일을 해서 가족의 빚을 갚는 것을 꿈꾸며, 하루에 열네 시간씩 카페트 공장에서 카페트를 만듭니다.
해마다 약 11만 명의 어린이가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는 우간다에 사는 키잠부는 말라리아에 걸렸지만, 비싼 약값과 제대로 된 의료 시설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어요.
루마니아에 사는 엘레나는 작은 개 세사와 삼 년째 거리의 맨홀에서 외롭게 살아갑니다.
아이티에 사는 르네는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위에서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하루를 보냅니다.



콩고에 사는 칼라미는 아홉 살 때 전쟁터에 끌려갔고 3년이 지난 지금은 전쟁의 충격으로 심각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요.
이 이야기가 정말 거짓말 같은가요? 아니요, 정말 거짓말 같지만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고통받는 어린이들의 진짜 이야기랍니다.



이 어린이들이 대한민국에 사는 개구쟁이 솔이처럼 평범한 어린이가 되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까요? 세상 곳곳에는 우리의 도움과 관심을 기다리는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가난과 질병, 기아와 전쟁, 자연재해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어린이들입니다. 우리의 작은 관심이 모인다면, 솔이가 화가가 되는 꿈을 꾸듯이, 그 어린이들도 희망을 꿈꿀 수 있게 된답니다.
이는 어른들만의 몫이 아니라, 이 지구촌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갈 어린이들도 함께할 때 행복은 더욱 가까이 다가올 거예요.
우리 어린이들에게 세상의 일부분이 아니라, 세상의 전부를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길러주세요.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함께하기에 행복함을 알려 줄 것입니다. 

(사진출처: ’거짓말 같은 이야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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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최강 문제아 - 푸른문학상 수상작가 동화집 미래의 고전 24
신지영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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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와의 둘만의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길을 나서던 중 앞서걷는 짙은 노란색으로 염색을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는 자못 심각한 목소리로 얼굴도 보지 못한 아이의 뒷 모습만을 보며 타박하기 시작했다. 앞서 걷던 아이가 뒤를 돌아보자, 딸아이와 인사를 나누는 것이 아닌가. 초등학생 밖에 안된 녀석의 머리 모양과 겉모습으로 처음 대면한 아이를 평가하기 시작하자, 딸아이는 화를 내며 선입견을 가지고 판단하는 엄마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순간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기 싫어 괜시리 그 아이의 겉모습을 나무랐고, 그 일로 딸아이와의 데이트는 삐그덕거리며 시작하게 되었다.
나도 어린시절 내가 싫어했던 어른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에 허탈한 마음이 들었고, 시간이 지나자 그마저도 잊고 있었는데 <<우주 최강 문제아>>를 읽으며, 다시금 그 때의 그릇된 내 모습을 돌아보며 나 자신을 꾸짖어 본다.

거짓말하는 아이 혹은 반항하는 아이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어른들은 왜 그러느냐며 아이들을 다그치지만, 사실 그들의 이유에는 부모들이 단단히 한 몫하고 있음에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유를 묻는다. 도대체 왜 그러는거냐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엄마 아빠는 옆방에 살던 여행작가 니콜라스 아저씨를 알게 되었고, 영어도 엄청 잘하고 오카리나 연주도 잘하며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자유롭게 사는 아저씨가 부러웠고, 니콜라스가 진정한 사내이며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생각한 아빠는 결국 넓은 세상을 마음껏 누비는 멋진 니콜라스 아저씨처럼 되라는 뜻에서 아이의 이름을 니콜라스라고 지었다. ’탁니콜라스’가 된 아이는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았고, 결국 새로 전학간 학교에서 니콜라스는 미국의 미시시피 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쭉 외국에서 보냈다는 거짓말을 시작한다. 허나 니콜라스의 이야기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아는 짝꿍 태랑이로 인해 니콜라스는 불안해하는데, 니콜라스의 거짓말을 탓하기에는 그가 받은 상처가 너무도 큰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영어 이름을 지으면 자연스레 영어도 잘할 수 있으리라는 부모의 터무니없는 욕심이 가져온 <탁니콜라스, 소설을 쓰다>는 소년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져 있다.

내 마음을 가장 아프게했던 작품 <우주 최강 문제아>는 우주 최강 문제아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중인 준우의 아픈 마음을 담아냈다. 준우와 둘도 없는 단짝이었던 윤재에게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함께 어울리지 못하게 한 엄마에게 반항하는 준우의 마음이 잘 표현됨으로써 준우의 안타까움이 전해지는 듯 했다. 준우의 마음을 알게 된 엄마가 윤재를 초대함으로써 이제 문제아가 되지 않아도 된다며 안심하는 준우를 보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어른으로써 그릇된 마음을 가졌던 나에 대한 죄책감이 더해진다.

엄마가 시키는 건 다 안 할 거야.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해야지. 얼마쯤 이렇게 해야 엄마가 내 마음을 알아줄까. 지금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엄마가 이해할 수 있을까? 아무리 엄마가 잘못했어도 엄마이기 때문에 대놓고 화내지도 못했었다. (본문 41p)

"나랑 윤재가 뭐가 달라? 하나도 다르지 않아. 윤재도 윤재네 엄마한테는 제일 소중한 자식이야. 엄마 진짜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거야?" (본문 45p)

동생 아영이가 아픈 탓에 학원 다니는 것도 그만둬야했고, 뒷전이 되어야 했던 영찬이는 동네에 슈퍼맨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고 우철이와 바퀴벌레 탐정단을 결성하지만, 그 슈퍼맨이 피자를 배달하는 아빠였다는 사실에 심통을 부린다. <떴다, 슈퍼맨>은 아픈 동생을 위해 밤낮으로 힘들게 일하는 아빠와 아픈 동생 아영이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통해서 가족애를 다시금 느끼게 하는 따뜻한 동화이다. 
고래와의 교감을 보여주는 <그 고래, 번개>와 전래동화 팥죽 할멈과 호랑이를 모티브로 하여 용서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보리밥 잔치>, 낡은 자전거가 싫었던 동우와의 특별한 모험을 통해 물건마다 가지고 있는 가치를 되새겨 보는 <달려라, 나의 고물 자전거> 세 편의 동화에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밖에도 <꺽정불의 비밀>은 진짜와 가짜에 대한 진위 여부를 파헤치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청석골 두령들처럼 보잘것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주로 찾아와 꺽정불에게 불공을 드렸고,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백정부처라는 말을 듣게 된 꺽정불는 사람들 마음속에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진실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나는 단지 나무를 깍아 만든 불상이란다. 그 많은 이야기는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나누어 가지고 있지. 그러니 나는 가짜일지도 모른단다. 암.............진짜는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거란다." (본문 107p)

수록된 단편 동화들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함으로써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삶의 소중한 가치를 전달하여 성장의 테이크오프 보드가 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어른이 되면서 불필요한 선입견을 갖게 되었다. 이 동화책은 불완전한 성장으로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된 나에게도 큰 지침이 되어주었으며, 그렇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7편의 동화는 어른,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자양분이 되어주고 있음을 나는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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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만 국민요리 - 요안나의 제철 재료 밥상
이혜영 지음 / 경향미디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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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결혼 13년...이제 요리에도 자신이 있어야 할 때가 된 듯 싶은데도, 나는 여전히 요리에는 자신이 없다. 13년동안 여러차례 손님상을 치뤄보았지만, 그때마다 며칠동안 메뉴 고민하고, 음식 맛 걱정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다. 특히 할 줄 아는 메뉴가 한정되다보니, 손님을 치룰때마다 같은 음식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이 가장 부끄러웠는데, 그동안 요리책도 몇 권  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와 비싼 재료들 때문에 따라하기도 버거웠다.
직장 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 이런 스트레스에서 조금은 해소되었다 싶었는데, 이번 시어머님 생신상을 차리게 되었다.
어머님 생신날이며 어머님이 직접 차리신 음식을 먹고 오곤 했는데, 왠지 죄송스러운 마음에 음식 솜씨도 없으면서 제가 생신상 차려드립네..하고 떡하니 말씀을 드려버리고만 것이다.
그리고나니 스물스물 음식 걱정이 시작되었고, 어떤 메뉴를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직장생활로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애용하면서 그나마 조금 흉내냈던 솜씨마저 없어져 맛에 대한 고민까지 날짜가 다가올수록 겁이 났다.
메인 메뉴 외에 밑반찬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 넓은 상을 무엇으로 채워야하는지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5천만 국민요리>>를 알게 되면서, 작은 희망을 품게 되었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별 밥과 죽, 국과찌개, 반찬, 일품요리로 구성된 제철 요리 Best 200은 제철 식재료를 가지고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비싼 재료와 어려운 용어를 자제하였으며, 요리책을 볼 때 가장 난감했던 요리 계량법을 그림으로 쉽게 나타내주어 손쉬운 계량으로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제철 대표 식품에 대한 좋은 점과 고르는 방법도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 나른하기 쉬운 봄과 더위로 허약해지기 쉬운 여름, 일교차가 심한 가을과 원기 보충이 필요한 겨울에 신선한 제철 식품으로 가족들의 입맛과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밥상으로 요리가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듯 싶다.
늘 밑반찬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곤 했는데, 계절별 반찬을 담은 구성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책을 받고 난 뒤에는 어머님 생신상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이 감소되었고, 책을 보면서 음식을 결정하고 재료를 구입하는 등 일사천리로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었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반찬과 시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재료를 위주로 선정하였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고 부모님 역시 아주 흡족해하셨기에 <<5천만 국민요리>>에 대한 나의 애정은 더해만 갔다.
특히 마늘을 좋아하시는 아버님을 위해 준비했던 <마늘 강정>은 어머님의 요청으로 직접 레시피를 적어드려야 했을만큼 반응이 좋았다. 매일같이 ’오늘 저녁은 머 해먹지?’하는 고민을 했었는데, 하루에 한가지씩 계절에 맞는 음식만 해 먹어도 메뉴 걱정, 맛 걱정없이 즐거운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요리의 열정이 남다른 저자 요안나 이혜영의 레시피를 통해서 우리 가족과 사랑하는 지인들을 위한 건강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무엇보다 그동안 접해왔던 요리책을 통해서 느껴왔던 난감함이 <<5천만 국민요리>>를 통해서 해소되었다는 점은 나에게는 정말 큰 수확이다. 좋은 요리책을 통해서 나도 이제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우리 가족의 밥상을 책임져보고자 한다.

<<요안나의 제철 재료 밥상 5천만 국민요리>>따라하기

마늘을 좋아하시는 아버님을 위해 준비했던 ’피로 회복에 좋은 마늘강정’

 

설 선물로 받은 참치를 이용한 ’향긋하고 고소해 참치깻잎전’



 



여름에 제격이겠지만, 지인이 고향에서 가져온 향긋한 오이로 만든 ’아사아삭 씹히는 여름 깍두기 오이깍두기’



 

봄이 오길 바라는 마음에 ’나른한 봄철 입맛 살려주는 봄동 겉절이’



 

솜씨없었던 나의 음식 맛이 이번에 <<5천만 국민요리>>를 통해서 처음으로 ’맛있다’’어떻게 한거니?’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음식 스트레스에서 드디어 벗어난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동안 음식에 대해 자신없었던 나는 이제 정말 주부 9단의 대열에 합류한 기분이 들어 뿌듯했다. 이 요리책이 너덜너덜해질 때쯤이면 나도 저자처럼 요리에 대한 열정이 샘솟지 않을까? 

(사진출처: ’5천만 국민요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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