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맞짱 뜨기 - 노경실의 청소년 에세이
노경실 지음, 조성흠 그림 / 바다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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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의 탈선과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사회적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어른들은 ’요즘 애들이란.......’이라는 말로 청소년들을 질책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청소년들의 문제점이 비단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예능프로그램이 줄줄이 폐지되는 것처럼, 숫자와 성적만으로 청소년을 판단하고 모범생과 문제아로 구분하는 어른들은 정녕 아무 잘못이 없는걸까?
아이가 자람에 따라, 엄마인 나의 잔소리도 같이 많아졌고 그만큼 투닥거림도 잦아졌다. 
사춘기의 특성임을 감안하고 이해해보려 하지만, 내 청소년시기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 하다. 이에 딸아이 또래의 성향과 마음을 이해해보고자 성장 소설을 찾아읽곤 하는데, 얼마 전 노경실 작가의 <열 네살이 어때서?> 작품을 읽어보게 되었고 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사춘기 맞짱 뜨기>>라는 제목으로 청소년 에세이를 출간했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에 책을 찾아 읽어보게 되었는데, 그들을 이해하기에 앞서, 어른으로서의 잘못된 태도와 속물적인 말과 행동으로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스트레스를 주게 되었는가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들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든 것은 바로 어른인 나였다는 사실에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기에, 이 작품을 청소년들과 어른 세대가 모두가 함께 읽어보기를 권해본다.



-몇 점이야?
-몇 등이야?
-그럼 그렇지. 네가 뭘 잘하겠니? (본문 15p)

성적 공포와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들의 심장이 말라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늘 숫자만으로 아이들을 평가한다. 부모 말에 무조건 ’예스’하고, 공부 잘하고 대들지 않는 자식이 효자의 잣대가 되었다. 뿐만 아니다. 수많은 책을 통해서 함께 사는 사회의 아름다움, 이웃에 대한 배려 등을 강조하면서도 내 아이에게만은 "너 하나 그거 안 한다고 학교 문 닫지 않거든. 너는 어서 학원이나 가! 내일 모레가 시험이잖아!" (본문 110p) 라며 이중적이며 속물적인 행동을 꺼리낌없이 드러낸다. 관계 지향성 역시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가면 자연스레  주변의 모든 관계는 지향되고, 사회적 신분이 상위급이면 사회적 협력관계도 그 수준에서 이루어지므로 결국 ’공부해!’라는 결론이 난다.
청소년들 대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욕설에 손가락질 하는 어른들 역시 인신공격형이나 성적수치심 자극형 발언 등을 서슴치 않게 하고 있다. 막말은 기본이다. 누가 누구에게 손가락질하고, 누구를 탓하며, 누구를 질책할 것인가.



요즈음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각종 범죄 유형을 보면 어른들의 그것과 닮아 있다. 아주 똑같다. 어른들이 거짓말하고, 사기를 치고, 사람의 존엄성과 생명을 빼앗는 온갖 범죄를 청소년들도 똑같이 저지르고 있다.
어른들이 비틀거리며 지나간 어둠의 골목, 그 뒤를 아이들이 따라가고 있다. (중략)
어른들이 어지럽혀 놓은 질서, 규칙, 도덕 그리고 상식...이 모든 것을 아이들은 그대로, 곧바로 답습하고 있다.
(본문 260p)

이 책은 이렇게 잘못된 어른들의 언행과 행동으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지 못하게 된 청소년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하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부와 이성문제, 영어, 친구 그리고 선생님과의 관계 등에 관한 고민들이 거침없이 수록했는데, 너무도 노골적으로 표현된 그들의 마음을 엿보면서 놀랍기도 했고,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능력없는 부모에 대한 원망의 소리가 부모 입장에서는 무섭기까지 했지만, 자신의 환경에 끝없는 불만을 뿜어내는 그들에게 연민이 느껴진다. 내 아이는 나보다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고, 최고로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그들은 알고 있으려나?

’행운’이란 꽃말의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눈앞에 촘촘히 펼쳐진 ’행복’을 의미하는 세잎클로버를 발로 짓이기는 꼴이다. 현설이라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두 무릎이 짓무르고 옷이 해지도록 헤매며 찾아다니는 수고를 하고 있는 꼴이다. (본문 190p)



<<사춘기 맞짱 뜨기>>는 현 사회 속 청소년들의 모습을 통해서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부모에게는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잘못된 언행과 행동으로 그들에게 주었던 상처와 스트레스가 결국 사회적 문제로 드러나고 있음을 인지하도록 이끈다. 비록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어지러운 사회이지만, 삶의 의미마저 그들과 단단히 묶여 있는 부모님과 선생님이 있으며, 세상이 등을 돌릴지라도 항상 편이 되어주는 가족이 있고, 하고 싶은 꿈이 있다는 것을 청소년들에게 일개운다.

성적 때문에, 그깟 거울에 비친 얼굴 때문에, 당장 집 안이 어렵다 하여 90억 년 시간 속의 단 하나의 존재인 ’나’를 스스로 천대하며 비루하게 버려둘 것인가?
어제 시험이 끝났는데, 성적이 나쁘다 하여 고개 숙이지 말자. 바닥에 떨어뜨려 버린 그대 마음, 그대 심장, 그대 희망, 그대 미래! 힘껏 들어 올려라!
그대, 90억 년 시간 속의 유일무이한 존재여!
(본문 237p)

지금 당장 힘들다하여 앞으로의 인생을 망치기에는 너무도 억울하다. 어른들의 잘못을 탓하며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자신 스스로는 모두 특별한 존재이다. 고민과 절망만 하기에는 스스로에게 잠재되어 있는 능력이 너무도 많다. 
4년 동안 물과 거름을 주지만 겉으로는 전혀 성장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땅속에서는 뿌리를 수백제곱미터에 이르도록 부지런히 퍼뜨리고 5년째 되는 해에는 놀랍게도 하루에 한 자 이상 자라기 사작해 6주 만에 15미터나 커지는 모소라는 대나무가 있다고 한다. 모소는 6주일 동안 갑자기 자란 것이 아니라 5년 동안 천천히 자라왔던 것임을 기억하자.  모소처럼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준비하다보면 결국 인생의 보물을 캐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손가락질하고 폄하하고 있었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이 자신안에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컴컴한 미로를 헤매고 있을때, 환한 등대가 되어줄 어른이고 싶다. 생각해보면 무조건 ’네’하지 않아서, 좋은 성적표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아이와 사사건건 투닥거렸었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보물을 보지 못한 채 나만의 잣대로 평가했던 못난 어른이었음을 인정하며, 내 아이가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세잎클로버를 짓밟지 않도록 이끌어주고 싶다.
90억 년 시간 속의 유일무이한 존재인 우리 아이들이 고개 숙이지 않고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이 분명 그 길로 안내해 줄 것이며, 방황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선사할 것이다.

(사진출처: ’사춘기 맞짱 뜨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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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와 마법의 신화책 레인보우 북클럽 15
세라 데밍 지음, 최세민 옮김, 김민하 그림 / 을파소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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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책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리즈는 바로 <을파소 레인보우 북클럽>이다. 키다리 아저씨의 진 웹스터의 또다른 작품 <말괄량이 패티>를 통해서 이 시리즈를 알게 되었는데, <제니시스 알파><프레드의 여름><60명의 아버지가 있는 집><릴라가 꿈꾸는 세상> 등등 시리즈 작품 모두가 감동과 교훈으로 어린이들의 마음을 한뼘 성장시키는 유익함이 돋보인다.
이 시리즈의 표지는 색상으로 구별되어 있는데, 색상마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Violet Book <<아이리스와 마법의 신화책>>은 SF와 판타지 장르로서, 이 책에서는 그리스 신화를 토대로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리스 신화는 역사를 이해하고, 서양문화의 뿌리를 이해하는데 밑바탕이 되기 때문에, 초등학생들의 필독서로 자리잡고 있는데, 신화 속 신들의 모습은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기 때문에, 신들의 욕망과 질투, 의심과 사랑 등은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본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은  불멸의 존재이며, 무엇이든 창조해내고, 어떤 모습으로든 변신할 수 있는 신의 존재를 통해서 인간의 잘못된 본성을 바로잡고 싶었는지 모른다. 



감옥은 착하게 굴면 형기보다 일찍 내보내주지만, 학교는 아무리 고분고분하게 행동해도 꼼짝없이 12년을 다녀야하기 때문에, 아이리스는 에레버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능한 한 눈에 띄지 말자’라는 전략을 채택했지만, ’공상가’인 아이리스는 번번히 교사들에게 미움을 받았고, 열 번을 채우면 괴기스러운 소문이 많은 교장 선생님과 면담을 해야하는데 아이리스는 벌써 여덞 번째이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리스는 열두 번째 생일날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토마스 불핀치가 쓴 두툼한 양장본의 [그리스 신화] 책을 선물로 받게 된다. 그런데 이 책 여백에는 작고 또박똑한 글씨로,

아이리스, 궁금하지 않아? 사람들이 더 이상 숭배하지 않는 신들은 어떻게 될까? 그런 신들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까? (본문 22,23p)

라고 쓰여진 글귀를 발견하는데, 책 곳곳에는 이렇게 아이리스를 흥분시키는 글귀들이 적혀있었다. 아이리스는 책 속에 ’포세이돈’이라는 단어에 흐릿하게 동그라미가 쳐져 있는 것들 보고 신들을 찾을 실마리를 찾아낸다. 아이리스는 암피트리테를 그리워하며 멍한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슬픈 포세이돈을 만나게 된다. 또한 무지개 숄을 선물 받아 모험을 하던 아이리스는 우연히 엄마 헬렌 그린월드가 다니던 직장 ’두부나라’에서 해고 된 것을 알게 되는데, 변호사가 된 아레스는 기꺼이 아이리스를 도와 두부나라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해준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아폴론은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한 파에톤의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주었고, 바텐더 디오니소스는 사랑과 배신을 담고 있는 테세우스와 아리아드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등 현대적인 삶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신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아이리스는 신들의 사랑, 오해, 후회, 오만 등의 이야기들 듣게 된다.
이 모험을 하게 된 이유를 잘 알지 못했던 아이리스는 신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이 깨닫지 못했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깨닫게 된다. 



"아프로디테님, 저는 그냥 여신님을 뵈러 온 것뿐이에요."
"나도 네가 왜 여기 왔는지 안단다. 사실 난 너보다 너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어. 너는 모험을 하는 중이고, 그러면서도 아직 그 모험의 목적을 모르지. 하지만 곧 알게 될 거야. 그러려면 문을 열 열쇠가 필요할 테지 그게 바로 아름다움이야, 아이리스. 아름다움은 문을 여는 열쇠야." (본문 145p)

학교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상상 속에 살았던 아이리스는 어린시절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엄마와 단둘이 살게 되었고, 아빠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이런 아이리스에게 온 그리스 신화 책은 아이리스에게 멋진 모험의 세계로 안내했으며,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값어치 있는 사람이며, 신과의 만남, 신들에게 듣는 이야기는 일상에 대한 긍정과 삶에 대한 열정을 일깨워주었다. 이 동화는 눈앞의 현실이 지루하고 불만스럽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가 없음을 어린이들에게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 좋은 꿈꾸세요."
"다 잘될 거예요. 신들이 우리 편이니까요."
(본문 138p)

무지개 숄이 없는 아이리스는 평범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자신이 스스로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용기와 힘을 얻었으며, 절망 속에서 희망과 긍정의 힘을 깨닫고 멋진 삶을 설계하게 된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신들은 인간이 가진 그릇된 본성을 꼬집어주고 있는데, 이제 더이상 불멸의 존재가 아닌 신들이 현 사회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과 신이었을 때의 후회스러웠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서 어린이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던져준다.

"후회하게 될 거다."
"그렇겠지요. 하지만 전 이겨 낼 거예요." (본문 281p)

(사진출처: ’아이리스와 마법의 신화책’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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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멍 강옵서 감동이 있는 그림책 1
박지훈 글.그림 / 걸음동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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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을 몇 번 다녀왔지만, 그곳의 환경과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왠지 낯설기만 합니다.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제주도 방언과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환경 때문이겠지요. 제주도 여행을 통해서 제주도 방언을 좀 배우게 되었는데 표준말과는 너무도 다른 언어가 왠지 외국말처럼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낯선 느낌이 나는 곳이지만, 제주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가진 곳으로 자랑스러운 느낌이 드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번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에서 제주도가 꼭 선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나 봅니다.

<<어멍 강옵서>>는 지은이가 어린시절 제주도에서 보냈던 추억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책으로 제목에서 '어멍'은 '엄마', '강옵서'는 '다녀오세요'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삽화가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인 이 그림책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제주도의 생활 모습과 그곳의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그들과 이어주는 끈과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은정이의 집은 제주도 동쪽 끝으로, 일출봉에 해가 뜨면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는 키 작은 집을 짓는답니다.
은정이의 어멍(엄마)은 해녀로 하루도 빠짐없이 바다에 나가지요.
오늘도 망사리를 손질하느라 바쁜 어멍에게 은정이는 함께 놀자고 투정을 부려봅니다.

"치, 어멍은 나보다 바다가 더 좋지?"


친구 지윤이와 바닷가로 나왔지만 여전히 심통이 난 은정에게 바다로 나가는 어멍은 손을 흔들어 주십니다.
은정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바다에서 물질을 하시는 어멍에게 은정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요.
변덕스러운 제주도 날씨에 은정은 매일 바다에 나가는 어멍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은정은 "우리 은정이 생각하면 하나도 힘들지 않아." 하시며 웃는 어멍의 얼굴이 자꾸 생각이 나서 친구와 노는 일이 신이 나지 않았어요.
그 때 후두둑 후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친구들은 걱정하는 어멍을 생각하며 모두 집으로 도르멍(뛰어)갔습니다.
그런 친구들을 부럽게 지켜보던 은정은 바다 속에 계신 어멍 생각에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 때 후두둑 후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친구들은 걱정하는 어멍을 생각하며 모두 집으로 도르멍(뛰어)갔습니다.
그런 친구들을 부럽게 지켜보던 은정은 바다 속에 계신 어멍 생각에 걱정이 되었습니다.

"바다야, 바다야, 파도가 출렁이지 않게 해 줘. 해야, 해야, 비바람이 그치고 햇살이 내리게 해 줘."

하며 두 손 모아 기도했고, 그렇게 얼마가 지나자 바람이 멎고 소나기도 그치면서 바다도 잔잔해졌지요.


은정은 오늘따라 어멍이 무척 보고 싶고, 어멍을 기쁘게 해 드리고 싶어서 어멍이 물질하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어멍에게 수줍게 꽃을 내밀었습니다.

"어멍, 나 밥 많이 먹고 쑥쑥 클 거다."
"왜?"
"그래야 어멍이 물질할 때 같이 하지."

제주도는 돌, 바람, 여자가 많다하여 삼다도라 합니다. 한라산의 화산 활동으로 돌이 많고, 바람이 많이 불어 키 작은 집을 짓고, 바다에 둘러싸여있는 환경 때문에 남자들은 고기를 잡고, 여자들도 물질을 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여자가 많다 하였지요.

<<어멍 강옵서>>는 이렇게 제주도의 환경적인 모습과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제주도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재미있는 사투리도 이야기 속에 조금씩 담아주어 그들의 언어에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네요.
또 하나, 제주도의 모습과 문화 속에 어멍에 대한 애틋함과 포근함 그리고 사랑을 녹아냄으로써 잔잔한 감동도 함께 선사합니다.

유채꽃과 아름다운 바다가 그려진 삽화 속에서도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내음, 사랑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어울러진 제주도는 '세계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제주도가 선정되는데에는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그들의 모습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제주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사랑할 때 이루어질 수 있을 거예요.
<<어멍 강옵서>>는 제주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이끌어주는데 좋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고싶은 여행지 중에 제주도를 으뜸으로 손꼽습니다. 이 그림책을 읽다보니 저도 아이들과 제주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또 보고 싶어지네요. 여행을 가게 된다면,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관 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통해서 멋진 추억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주도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파이팅~!!!

(사진출처: '어멍 강옵서'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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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울고 싶어 - 또박또박 말하기 바른 습관 그림책 6
한상언 그림, 정은정 글 / 시공주니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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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습관 그림책> 시리즈는 엄마 아빠가 아이들을 키우면 가장 힘들어하는 주제에 대해 수록하고 있습니다. 미운 4살이라는 말이 있을만큼 이때의 아이들은 자아가 형성되면서, 엄마 아빠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바른 습관을 잡아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다그쳐도 보고, 달래도 보지만 엄마 아빠의 생각처럼 잘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양육에 있어 가장 힘든 시기이지만 또 가장 중요한 시기이니만큼, 올바른 양육방법으로 아이들을 이끌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6권 <<자꾸 울고 싶어>>는 울지 않고 자기 마음을 잘 알고 또박또박 말하면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말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입니다.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함박이처럼 자기 마음을 울음이나 다른 부적절한 행동으로 표현합니다. 대개 엄마 아빠는 처음에는 잘 달래 주지만 아이의 행동이 달라지지 않으면 점점 화를 냅니다. 부모님의 이런 태도에 아이는 위축되어 신경질을 부리면서 더욱더 말을 듣지 않아요. ('엄마랑 아빠랑' 中) 

 

꼬마 하마 함박이는 엄마 아빠가 환하게 잘 웃으라고 '함박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지요. 하지만 함박이는 툭하면 웁니다.
"무슨 일이야? 왜 울어?" 

 

엄마 아빠, 친구들이 물어도 울기만 하는 함박이를 친구들은 울보라고 놀리지요. 툭하면 우는 함박이를 엄마가 꾸중하면 함박이는 또 울 뿐입니다. 그런 함박이에게 할머니는 '또박또박 천천히 목걸이'를 선물해주셨어요. 

"울음이 나올 때마다 목걸이를 꼭 쥐고 네 생각을 '또박또박 천천히' 말해 보렴."  

함박이는 울음이 나려할 때, '또박또박 천천히 목걸이'가 생각났지요. 함박이는 목걸이를 꼭 쥐고 천천히 말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 과자, 더, 먹고 싶어요."
"어머! 우리 함박이 울지 않고 말 잘하네. 그럼, 밥 먹고 나서 과자 더 먹는 건 어때?" 

함박이는 칭찬도 받고 과자도 더 먹을 수 있어서 기뻤지요. 함박이가 울지 않자 엄마는 다정하게 말씀하셨고, 함박이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우리 집에도 함박이 같은 울보가 있습니다. 우느라고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해서 결국 엄마인 저에게 꾸지람을 듣고, 원하는 것을 얻지도 못하는 우리 집 막내 아들이지요.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그쳐보고, 윽박도 질러보지만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이영애 원광아동상담센터 소장은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행동을 하지요. 그러므로 엄마가 아이의 긴장된 마음을 알아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동안 우는 아이를 보며 내 감정을 내세워 아이를 혼내고 윽박질렀는데, 아이의 긴장된 마음을 풀어 주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또박또박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하는 엄마 아빠의 언어 습관이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엄마의 감정을 앞세워 아이를 다그치기보다는 엄마의 마음을 표현해줌으로써 아이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겠습니다.
또한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을 때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아이는 엄마아빠를 보면서 배웁니다. 아이의 잘못된 습관에 대한 문제가 엄마의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네요.  

(사진출처: '자꾸 울고 싶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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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쉬운 인생
케이 기본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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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케이 기본스는 미국의 여성주의 작가로 <<참 쉬운 인생>>은 그녀의 네 번째 소설인데,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제작되며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여성주의 작가라는 명성답게 이 책에서도 1900년대를 배경으로 세 여성을 통해 여성의 삶과 결혼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외할머니 찰리 케이트, 엄마 소피아와 함께 살아가는 마거릿의 시각으로 보는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찰리의 어린시절, 결혼 그리고 엄마 소피아의 탄생과 연애와 결혼 그리고 마거릿 자신의 이야기가 시간적 순서에 따라 배열되는데, 그 중 1900년대 초의 신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찰리의 이야기가 단연 돋보인다.



방년 20세에 이미 수많은 사람이 찾는 탁월한 산파였던 할머니 찰리는 새로 태어나는 아기들을 받고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 또한 죽은 사람들도 거둬주기 위해 강을 자주 건너다녔고, 거룻배를 부리던 뱃사공 할아버지와 결혼을 했다. 1904년 엄마 마거릿이 태어났고, 할머니의 쌍둥이 동생이 자살하는 바람에 할머니는 그동안 살아왔던 패스쿼탱크 카운티를 떠났다. 웨이크 카운티로 이주를 한 후 적극적이며 진취적인 할머니는 곧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한 할아버지는 결국 가족을 떠났다.

엄마는 할머니를 지켜보면서 배워나갔다. ’남자는 너를 떠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엄마가 배운 것이었다. (본문 22p)

엄마는 행복해했고 영특했었지만, 1922년 이성에게 마음을 빼앗기자 엄마의 모든 이성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앞으로의 일을 꿰뚫어본 할머니는 결혼을 반대했고, "그 남자하고 결혼할 테면 해도 좋아. 하지만 나는 네가 제발 좀 와달라고 애원하기 전에는 네 집에 한 발짝도 들여놓지 않을 거야." (본문 37p) 라고 선언했다. 심지어 1924년 손녀딸인 자신 마거릿이 태어난 날에도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와 마거릿이 할머니 집에 가는 건 얼마든지 허용되었기에 세 사람은 자주 만났으며 마거릿은 진취적인 여성이었던 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어떻게든 집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가서 어떤 여자와 만나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는 삶의 방식을 가졌던 아빠는 뇌출혈로 사망했고, 외할머니는 마거릿의 집에 정착하게 된다.

"어째서 넌 내가 이제 아서 남자를 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다시 남자를 만나느니 차라리 독약을 마시겠다"(본문 104p) 라고 할머니는 말했고,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어요? 실제로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알 수 있을 만큼 나를 자세히 살펴본 적이나 있어요?’(본문 116p) 라는 다양한 말로 외로움의 징후를 보였으며 아름다운 숙녀에서 멋있는 중년 여인으로 하락하는 과정을 못 견뎌했다. 
할머니에게는 엄마가 중년을 향해 꾸준히 나이 들어가면 자신과 똑 닮은 훌륭한 동반자가 생긴다는 뜻이었으나, 엄마의 눈은 또 다른 남자를 향하고 있었고, 젊은 채로 남아 있기를 원했다.

진취적인 신여성의 모습을 보여준 할머니 찰리, 삶의 최대 과제를 결혼으로 생각했던 그 시대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엄마 소피아, 두 여성의 모습을 보면서 자란 마거릿은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려 노력하지만 할머니 찰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이를 걱정한 엄마 소피아는 그런 마거릿을 세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청년을 소개하곤 했다.

"네가 어째서 이토록 데이트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지 난 그 까닭을 알고 있어. 그건 모두 네 할머니 때문이야." (본문 178p) 

엄마는 마거릿이 비정상적으로 늙어갈 거라 말했으며, 마거릿은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참 쉬운 인생>>은 마거릿을 통해서 일과 사랑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던 할머니와 엄마를 통해서 자신만의 주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냈는데, 서로 의지하며 함께 살아가지만 다른 차이를 가진 세 사람을 통해서 현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되짚어보게 한다.
1900년대와 달리 현 사회는 여성들의 사회적인 참여가 높아짐에 따라, 사회적 지위도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남자 못지 않게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 성취감도 높다. 이에 따라 결혼에 대한 가치관도 많이 달라져 독신여성도 많아졌으며 결혼을 하되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 가정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결혼보다는 자신의 삶을 진취적으로 살아가려는 당당한 커리어우먼이 늘어났지만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함께 생겨났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할머니와 엄마를 통해서 일과 결혼에 대해 고민하는 마거릿의 모습은 바로 현 사회를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맞물려진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찰리의 삶이 두드러지게 표현되는데, 인종문제가 대두되었던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흑인 남자를 구하는 등 인종차별에서 완전히 자유로웠으며, 책을 읽으며 시대의 변화를 읽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그녀의 진취적이며 강인함은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찰리의 결혼 생활은 실패하였고, 그런 그녀는 일에 더욱 매진한 듯 보이지만 결코 그녀는 사랑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일을 하고, 결혼을 한 나로서는 이 책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밖에 없다. 일과 결혼을 병행하면서 조화를 이루며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찰리와 소피아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마거릿을 통해 나 역시도 지금의 내가 서 있는 위치를 되짚어본다. <<참 쉬운 인생>>은 그렇게 일과 사랑을 결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출처: ’참 쉬운 인생’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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