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렁이는 비가 오면 나타날까? 네버랜드 지식 그림책 7
비비안 프렌치 지음, 제시카 앨버그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1년 9월
구판절판


학교가는 비 오는 날, 아이들이 담벼락 아래 모여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궁금한 마음에 넌즈시 들여다보니 지렁이 한마리가 기어가고 있었지요. 아스팔트 도로로 비가 오는 날에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지렁이지만, 아차산 아래 자리잡은 학교 덕분에 이렇게 자연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지렁이를 본 아이들의 반응은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징그러워서 도망가는 여학생들, 손끝으로 살짝살짝 건드려보는 겁없는 남학생들 그 중에는 지렁이에게 돌멩이를 던지는 짖궂은 남학생들도 있습니다. 지렁이가 얼마나 소중한 친구인지를 안다면 돌멩이를 던지지 않았겠지요.

"엄마, 지렁이는 어디가 머리고 어디가 꼬리야?"
"엄마, 지렁이는 눈이 어디있어?"
"엄마, 지렁이는 왜 비가 오면 올라와?"

자주 볼 수 없는 지렁이의 모습을 보게 된 탓인지, 아이는 궁금한 부분을 쉴새없이 토해냅니다.

아이의 궁금증과 너무도 똑같은 질문을 담은 <<왜 지렁이는 비가 오면 나타날까?>> 책 제목이 너무도 마음에 듭니다. 그동안 지렁이에 대해 궁금했던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아요.

할머니 집 정원에서 놀던 아이는 할머니가 내민 끈적끈적하고 미끌미끌하고 꿈틀꿈틀 하는 벌레를 보고 징그러워 소리질렀습니다.

"던져버리라고? 너는 친구를 던져 버리니?"

할머니는 지렁이를 친구라고 소개합니다.
하지만 어디가 머리인지 꼬리인지도 알 수 없는 벌레가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할머니는 지렁이 머리와 꼬리가 어디인지 알려주셨습니다. 쪼그리고 앉아 살펴보니 벌레가 사라진 자리에 작은 굴이 생겨났어요. 이제 아이는 지렁이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할머니는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흙 속에 살고 있는 지렁이에 대해 알려주셨어요.

지렁이가 먹은 썩은 나뭇잎, 꽃, 과일이랑 죽은 벌레, 돌가루와 모래 등은 좋은 양분을 가진 채 똥이 되어 화초들을 크고 튼튼하게 자라게 도와주고, 땅 위아래로 돌아다니면서 파 놓은 굴은 흙 사이에 틈을 만들어서 꽃이나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공기와 빗물이 스며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친구랍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친구인 지렁이는 두더지와 오소리, 개구리와 고슴도치랑 여우, 민달팽이 등으로 위험에 처해있지요. 눈이 없는 지렁이는 진동을 느껴 적으로부터 달아난답니다.

날이 더무 더워 흙 사이로 다니지 못할 정도로 흙이 건조해지면 지렁이는 덜 건조한 땅속으로 깊이 내려가 비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비가 오면 땅 위로 올라오지요.
이제 아이는 할머니가 지렁이를 친구라고 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왜 지렁이는 비가 오면 나타날까?>>는 지렁이의 생김새, 먹이와 천적 그리고 살아가는 방법 등을 귀여운 그림과 말풍선을 이용한 재미있는 그림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알기 쉽게 알려줍니다. 또한 지렁이가 땅과 화초에 끼치는 좋은 영향으로 인해 사람에게도 큰 이로운 동물임을 일깨워주지요.
이 과정 속에서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신비로움을 배울 수 있게 됩니다.
지렁이는 아주 작고 하찮아 보이는 동물이지만, 우리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연을 구성하는 아주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 그림책에서는 지렁이 전문가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데, 책 속에서 알게된 지렁이를 직접 살펴보고 관찰하면서 지렁이와 친구가 되어보면 어떨까 싶네요.

(사진출처: '왜 지렁이는 비가 오면 나타날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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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들 1218 보물창고 5
버나드 엡슬린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어떤 글을 쓰든지 중요한 모티브는 모두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찾았다."
노벨문학상 작가 앙드레 지드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많은 예술가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모티브를 찾고,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등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을 볼 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해하는 것은 서양 문화의 바탕을 이루는 거대한 뿌리를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이 그러하듯 상상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모티브가 될 수 있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초등학생을 비롯한 많은 청소년들에게 필독서로 자리잡은 것은 아닐까 싶다.
덧붙히자면, 그리스 로마 신화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은 이와 같은 문화적인 콘텐츠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상력속에 인간의 본성을 가미함으로써 삶의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한다는 점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많은 출판사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출간되고 있는 작품 중의 하나인데, 그 중 세계 최고의 신화학자이며 작가인 버나드 엡슬린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들>>은 열 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소개되었으며 1000만 부 이상이 팔린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로 복잡한 신화를 명쾌하게 정리해준 느낌이 든다.
제 1부 <신>은 제우스, 헤라, 아테나, 포세이돈, 하데스 등 13신의 출생에 얽힌 이야기와 그들과 관련된 어원에 대해서 수록하고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옛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신들을 통해서 현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는데 그 중 헤파이스토스는 그 사람의 재능이나 인성보다는 외모로 평가되는 요즘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를 문제삼고 있다.
쭈글쭈글 못생겼으며 신경을 거슬리는 목소리를 가진 아기가 태어나자 헤라는 태어난 헤파이스토스를 올림포스 밖으로 던져버렸고, 물의 정령 테티스에 의해 자란 헤파이스토스는 조개와 빛나는 조약돌로 보석 장식품을 만드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알게 된 헤라는 자신의 아들을 올림포스로 불러들였다. 

"어머니, 제가 못생겼다는 사실을 알아요. 하지만 운명은 엄마의 청을 들어주라고 하네요. 어머니의 가는 팔과 하얀 목, 검은 머리에 어울리는 보석을 만들겠어요. 그러면 가끔 제가 못 생겼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바다에서 다시 저를 데리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그는 대장장이의 신, 기능공과 정비공의 신이 되었다. 그는 아주 못생기기는 했지만 언제나 꼭 필요한 존재였다. (본문 77p) 

제 2부 <자연 신화>에서는 프로메테우스, 판도라, 파에톤 등의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는데, 인간의 본성을 꼬집은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인간의 마음에는 이런 것이 있어. 말하자면 허풍을 떠는 교만인데 그건 자양분도 필요 없이 거대한 크기로 자라거든. 상황이 좋아지면 무엇이 자신을 기쁘게 했는지 잊어버린다니까. 경배심이나 겸손 말이야. 인간은 자신감이 점점 켜져서 독이 되고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환상을 가지게 돼." (본문 86p) 

또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판도라 편에서는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판도라 상자에 남은 '예감'을 통해서 희망과 더불어 긍정적 사고의 필요성도 함께 말해주고 있다. 

사실 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었다. 판도라가 상자를 닫아서 나오지 못했던 생물은 그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위험했던 것이었다. 마지막 악의인 '예감'이었다. 만일 그것이 날아가 버렸다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매일매일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예감했을 것이고 어떤 희망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인간은 거기에서 끝나 버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비록 끝없는 고통을 참을 수는 있겠지만 희망 없이는 절대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본문 94,95p) 

제 3부 <반신반인과 전설>에는 페르세우스, 다이알로스, 테세우스 등 6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이야기인 미다스에서 좋은 구절을 만나게 되었다. 이 신화는 인간의 헛된 욕심에 대해서만 꾸짖는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면에는 용서와 삶의 가치가 함께 수록되어 있었다. 

"인간아, 인생만이 유일한 재산이다." (본문 278p) 

가끔은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과는 좀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의도에 부합되면서 삶의 가치를 더욱 두텁게 해주었고, 옳고 그름에 대한 이해를 돕는 듯 보였다.
색다른 구성과 조금은 다른 전개로 기존에 보아왔던 그리스 로마 신화와는 차별화된 느낌을 주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들>>는 복잡했던 신화 이야기를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갖고, 신화 속에 담겨진 의미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인생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지혜를 겸비할 수 있도록 도와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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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더 볼래 - 텔레비전 바르게 보기 바른 습관 그림책 10
문지후 그림, 김세실 글 / 시공주니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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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주니어 <바른 습관 그림책> 시리즈는 엄마 아빠가 아이들을 키우면 가장 힘들어하는 주제에 대해 수록하고 있습니다. 미운 4살이라는 말이 있을만큼 이때의 아이들은 자아가 형성되면서, 엄마 아빠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있듯이, 4살부터는 좋은 습관을 잡아주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다그쳐도 보고, 달래도 보지만 엄마 아빠의 생각처럼 잘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양육에 있어 가장 힘든 시기이지만 또 가장 중요한 시기이니만큼, 올바른 양육방법으로 아이들을 이끌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9권 <<텔레비전 더 볼래>>는 텔레비전을 보는 바른 방법을 제시합니다. 엄마들은 하루종일 바쁩니다. 아이를 돌봐야하고, 청소, 빨래 그리고 식사 준비까지 너무도 많은 일이 해야합니다. 심심한 아이들은 엄마를 졸졸 쫓아다니며 놀아달라고 하지요. 할 수 없이 엄마는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에게 텔레비전을 틀어주게 됩니다. 아이는 혼자 텔레비전을 보면서 부모의 손길 없이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되지요. 텔레비전을 틀어주고나면 엄마는 좀 여유로워지고, 집안 일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다 보면, 아이들은 이제 텔레비전을 보는 일이 습관화 되어버리지요.
많은 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너무 텔레비전을 많이 봐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라는 고민을 합니다. 그런데 그 시작은 바로 우리 부모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텔레비전 보는 시간을 줄이는 만큼 아이의 행복지수는 높아집니다. (엄마랑 아빠랑 中)

원광아동상담센터 이영애 소장은 가정 내에 텔레비전을 끄면 아이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올바르게 시청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는데, 꼬마 두더지 두찌를 보면서 아이들과 함께 그 해결책을 찾아보면 좋을 듯 합니다.

두찌는 텔레비전 보는 걸 정말 좋아해서, 밥도 텔레비전을 보면서 먹고, 엄마 말도 텔레비전을 보느라 듣는 둥 마는 둥 하는데다, 심지어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이 듭니다.
친구들이 함께 놀자고 두찌를 불러도 텔레비전만 보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퍽!
텔레비전이 꺼지고 말았습니다. 작은 두 눈은 알밤만 해졌고, 가슴은 쿵쾅쿵쾅 뛰었고, 털이란 털은 몽땅 쭈뼛쭈뼛 섰지요.
아빠가 수리를 한다며 테레비전을 들고 나가시자 심심해진 두찌는 밖으로 나가보았습니다.

그동안 텔레비전만 보느라 살이 찐 두찌는 굴이 너무 좁았어요. 간신히 굴을 통과했지만, 어느새 겨울이 되어 밖에서 노는 친구들이 한명도 없었답니다. 두찌는 쓸쓸해졌습니다.
텔레비전을 많이 봐서 눈도 나빠진 두찌는 눈앞이 어른어른 가물가물해져 땅속을 한참 동안 헤맨 뒤에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 보면 어때? 네가 꼭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정해서 하루에 두 가지만 보는 거야."
"땅속 마을 유치원이랑 두더지 레인저스, 헬로우 두더지, 드라마랑 퀴즈왕도 봐야 하는데..."

엄마는 두찌에게 텔레비전을 잘 보는 방법을 일러주었어요. 아빠가 텔레비전을 수리해오자 두찌는 멀리 떨어져서 두더지 레인저스를 보았지요. 그리고 엄마와 약속한 대로 텔레비전을 끄고 친구들과 눈싸움을 했습니다.
두찌는 친구들과 아주 오랜만에 신 나게 놀았답니다.

작은 아이에게 텔레비전을 끄게 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나만 더, 하나만 더'하며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끝까지 보려고 했지요.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본다며 아이를 다그치고, 혼을 내기도 했는데, 사실 저의 잘못된 양육으로 인해 비롯된 일인 듯 싶어서 많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함께 즐거운 놀이를 하면서 텔레비전과 멀리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엄마랑 아빠랑>에서 제시한 네가지 조언을 명심하면서 올바르게 시청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습니다.

(사진출처: '텔레비전 더 볼래'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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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담은 잔소리 통조림 1218 보물창고 4
마크 젤먼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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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싫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엄마의 잔소리였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내 아이에게 만큼은 절대 잔소리 하지 않겠다, 라는 깜찍한 다짐까지 했었으니 그 잔소리가 얼마나 싫었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어른이 되고 아이를 키우면서 듣기 싫었던 엄마의 잔소리와 똑같은 말로 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흠칫 놀라기도 했지만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불어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느끼면서 감동과 따스함도 함께 깨닫게 되었으니, 엄마의 잔소리를 너무도 듣기 싫어하는 사춘기 딸아이도 나중에는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졌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나의 잔소리도 비례하여 많아졌다. 내 잔소리에 "알았어..알았다고.."하며 싫은 내색을 하는 아이를 보면서 '너도 나중에 딱 너 같은 자식 낳아서 키워 봐라'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고보면 나도 참 소심한 엄마다.
가끔 딸아이는 '왜? 왜 그래야하는데?' 라며 엄마에게 한껏 반항을 해본다.
왜냐고?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니까..
사실 잔소리를 하면서 그래야하니까...라는 관습(?)에 의해 잔소리를 해왔다. 물론 그 잔소리 속에는 내 아이가 올바른 습관을 가지고 잘 자라주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담고는 있지만, 그 잔소리 속에 담겨진 세세한 속뜻을 알지는 못했다.
그저 내 엄마가 나를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잔소리를 그저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보면 나도 참 답답한 엄마다.
잔소리가 늘어나고, 사춘기 아이의 반항도 늘어나면서 나와 딸사이에 작은 벽이 생긴 듯 하다. 어떻게 하면 잔소리하는 내 마음을 내 딸에게 잘 전할 수 있을까? 물론 딸 역시도 잔소리 속에 자신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 담겨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겠지만, 아직 어린 아이가 그 속내를 알기에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철학을 담은 잔소리 통조림>>은 잔소리 속에 담겨진 여러 가지 철학적 의미를 담아낸 작품으로, 잔소리를 하는 나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했던 그 말 속에 담겨진 의미를 이해하게 함과 동시에 잔소리를 듣는 딸에게 엄마의 잔소리 속에 담겨진 사랑과 관심을 알려준다.
책 속에 담겨진 잔소리 목록이 참 재미있다. 엄마에게 들어왔던, 그리고 내가 딸에게 하고 있는 잔소리와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이 말 속에 이런 의미가 담겨져 있었구나~'라는 점을 알게 되었는데, 딸에게는 이 의미를 통해서 좀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부분도 보이는 부분만큼이나 좋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깨끗한 속옷을 입어라.
우리가 하고 싶은 일과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일깨우는 채소를 먹어라.
어떤 일이든 섣불리 뛰어들지 마라는 교훈을 주는 길을 건널 때는 양쪽을 다 살펴라.
한 번에 한 가지씩 일을 하라는 큰 뜻을 담은 입 안에 음식을 잔득 넣은 채로 말하지 마라.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먹고 나서 바로 수영하지 마라.
남의 입장이 되어 보라는 의미를 담은 너도 나중에 너 같은 자식 낳아서 키워 봐라.
등 속에서 잔소리에 담겨진 의미가 참으로 크고 넓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끔은 아이에게 억지스럽게 '내가 그렇다면 그런거야'라는 말로 아이를 다그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내 어머니도 그러셨다. 

"날 믿어. 난 너를 사랑하고 너에게 나쁜 일은 절대 시키지 않을 거야. 널 사랑하고 믿기 때문에 이것을 하라고(또는 하지 말라는) 거고, 모든 게 괜찮을 거야."
그러므로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라는 말 뒤에 숨은 큰 뜻은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고 싶다면 좋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문 114p) 

이 속내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의미를 그대로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그 정도 이유면 충분해요." (본문 115p)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바로 이 책 <<철학을 담은 잔소리 통조림>>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싶다.
아무 의미도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잔소리를 한다면 그건 아이에게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 역시 이 잔소리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엄마의 잔소리가 그렇게 싫지만은 않으리라.
내 부모님이 내게 알려준 삶의 지혜와 사랑을 우리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철학을 담은 잔소리 통조림>>은 잔소리를 통해서 서로의 마음과 신뢰 그리고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일깨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늦었지만 내 부모님의 잔소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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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마을 아기너구리 보림 창작 그림책
이영득 글, 정유정 그림 / 보림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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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모습을 담은 삽화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시선을 사로잡는다. 너구리네 가족을 통해서 느껴지는 가족애가 따스한 이야기가 삽화와 잘 어우려진 느낌이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산비탈에 자리잡은 너구리네 집에는 아빠너구리와 아기너구리 단둘이 살아간다.
아빠너구리는 날마다 강에서 고리를 잡지만, 고기 한 마리 구경 못하고 허탕 치는 날이 많다.
그런 아빠너구리는 고기를 잘 잡는 물총새를 너무도 부러워한다.

오늘은 엄마너구리 제삿날이라 고기를 꼭 잡아야 한다. 아기너구리는 고기를 잡기 위해 배를 띄운 아빠에게 손나발을 하고 소리쳤다.

"아빠, 고기 많이 잡아 와요."

아기너구리는 강가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다가 강물을 튀기며 날아오르는 물총새를 보게 되었다. 아기너구리는 고기 잡는 걸 구경하기 위해 물총새를 따라나선다.
물총새는 강가 모래밭에 내려앉더니 모래를 흩뿌려 바닥을 고르더니 부리를 땅에 대고 뭔가를 그렸다.
이리 왔다, 저리 갔다, 고개를 까닥까닥 그리고 맨 아래엔 발자국도 콕 찍었다. 그림을 다 그린 물총새가 한 발을 들고 그림 둘레를 콩콩 뛰자 잠잠하던 강물에서 고기가 튀어 올랐고, 물총새는 쏜살가팅 날아가서 물 위로 슝, 슝 튀어 오르는 고기를 잡았다.

"와아! 모래밭에 그린 그림이 요술을 부렸나 봐.
맞아. 그래서 물총새가 고기를 잘 잡는 거야."
"옳지, 물총새가 가면 그림을 베껴 두어야지."


하지만 물총새는 그림을 삭삭 지우고 버드나무 숲으로 포르르 날아갔고 아기너구리는 온총일 물총새를 찾아다녔다.
해 질 녘이 다 되어서야 물총새를 찾아낸 아기너구리는 그림을 막 끝낸 물총새에게 달려갔고, 깜짝 놀란 물총새가 달아나자, 아기너구리는 물총새가 그린 요술 그림을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기는 튀어 오르지 않았고 그 모습을 본 물총새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날아가 버렸다.


결국 아쉬움에 아빠를 기다리며 모래밭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아기너구리는 엄마 제사상에 올리고픈 커다란 고기, 작고 예쁜 고기, 그리고 수염이 기다란 고기를 그렸고, 강가 모래밭에는 아기너구리가 그린 고기가 가득 찼다.

그리고 아빠가 돌아오자 아기너구리는 물총새와 있었던 하루 일과를 종알종알 늘아놓었고, 아빠는 물이 고기가 한가득 든 물이 뚝뚝 흐르는 그물을 내밀었다.

"오늘은 우리 아들 덕에 고기를 많이 잡았네."

엄마의 제삿날이라 고기를 꼭 잡아야하는데, 아빠는 고기를 못 잡는 날도 많다. 아기너구리는 아빠너구리가 고기를 많이 잡기를 원했고, 물총새와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다. 비록 말도 안되는 엉뚱한 소동에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아기너구리의 간절한 마음을 느낄수가 있어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 아기너구리의 이런 바람이 있었기에 아빠너구리는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었던 것을 아닐까.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한다는 뜻이 있다. 어떤 일이든 정성을 다하면 아주 어려운 일도 순조롭게 풀려 좋은 결과를 맺게 된다는 말인데, 엄마에 대한 그리움, 사랑 그리고 아빠를 위하는 마음이 하늘을 감동하게 한것은 아닐까 싶다.
<<강마을 아기너구리>>에서는 가족을 위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는데, 그 이면에는 어떤 일이든 정성을 다하면 이루어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도 함께 수록되어있다.
엄마의 제삿상을 차릴 수 있게 된 아기너구리와 아빠너구리의 웃음 가득한 마지막 삽화로 인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사진.글 출처: '강마을 아기너구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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