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개는 내가 천재인 줄 알아요 상상 그림책 학교 6
해리엇 지퍼트 글, 바루 그림, 이상희 옮김 / 상상스쿨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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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해리엇 지퍼트와 바루, 천재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2인 조가 만들어낸 최고의 멋진 작품입니다. 해리엇 지퍼트는 일요일 오후마다 화랑에 그림을 보러 가던 어느 날, <우리 집 개는 내가 천재인 줄 알아요>라는 제목이 붙은 그림을 보게 되었고, 그 그림을 갖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고, 바루는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여러 번 본 명화인 폴 세잔의 <과일 바구니가 있는 정물>에서 영감을 받아 이 그림책의 그림을 완성했다고 하는데, 그러고보면 두 사람 모두 누군가의 작품을 통해서 이 멋진 그림책을 완성할 수 있었네요. 이 그림책 <<우리 집 개는 내가 천재인 줄 알아요>>을 읽은 어린이 중 누군가가 훗날 이 책에 영감을 얻어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킬지도 모른다는 어떤 막연한 기대감이 생기는 거 같아요.



귀여운 책 제목과 삽화가 모두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에요. 책 제목과 삽화에 이끌려 읽다가 나중에는 스토리가 주는 재미와 감동에 두 번 반하게 되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 소년은 다섯 살 때, 화가를 꿈꾸고 날마다 색칠하고 그림을 그렸어요. 그리고 여덟 살인 지금도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지요. 소년의 집 개 뭉치는 소년이 그림 그리는 걸 지켜보기도 하고, 가끔은 소년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화가를 꿈꾸는 소년이라 그런지 집 벽에는 다양한 그림이 가득 그려져 있군요. 귀에 붓을 꽂은 모양새가 제법 화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 소년은 높은 건물을 그리느라 바쁩니다. 먼저 커다란 종이에 널따랗게 회색 칠을 하고, 창문을 그리고 문과 손잡이도 그리지요. 건물 양쪽에는 수풀을 그리고, 아래쪽은 그냥 비워 두었지요. 소년이 뭉치에게 그림이 다 된 것 같은지 묻자, 뭉치는 아니라고 짖습니다. 소년은 뭉치가 짖는 이유를 잘 알고 있어요. 소년이 그린 멋진 그림 속에 뭉치의 그림도 넣고 싶은 탓입니다. 뭉치를 그려 놓고 나서야, 뭉치는 다 되었다고 멍멍 짖어주지요. 신이 난 뭉치는 화실을 뛰어나니고 꼬리를 흔들며 소년을 핥지요. 정말 너무너무 기쁜가 봅니다. 이제 소년은 그림에 제목을 써 넣습니다.



우리 집 개는 내가 천재인 줄 알아요


와....정말 너무 멋진 제목인 거 같아요. 소년이 학교 갈 시간이 되면 뭉치는 슬퍼합니다. 하지만 소년이 집에 돌아올 때면 뭉치는 창가에서 기다려주지요. 그런데 오늘은 뭉치가 보이지 않습니다. 소년은 뭉치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걱정이 되어 뭉치를 찾아다니지요. 소년이 뭉치를 부르자 뭉치는 화실 쪽에서 대답을 합니다.


"뭉치, 만일 내 그림을 망쳐 놓았으면 쫓겨날 줄 알아!"


기죽은 뭉치의 모습이 너무나 귀엽습니다. 알록달록 귀여운 개로 변신한 모습도 말이죠. 화실로 간 소년은 깜짝 놀랐어요. 정말 굉장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거든요. 소년은 뭉치가 그린 그림에 제목을 써 넣습니다.



우리 집 개는 천재예요.


소년은 그림 실력도 좋지만, 작문 실력도 끝내주네요. 그림의 제목을 너무도 잘 짓는군요. 소년와 뭉치가 서로를 꼭 안고 있는 모습이 참 훈훈합니다. 너무 귀여운 스토리와 삽화가 정말 마음에 쏙 드네요~. 부록으로 폴 세잔의 <과일 바구니가 있는 정물>을 수록해주었어요. 뭉치의 그림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폴 세잔을 기억하고, 이 명화도 함께 기억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재미있는 이야기와 명화가 함께 수록된 예쁜 그림책이네요.


화가를 꿈꾸는 소년,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천재 개 뭉치의 유쾌하면서 감동있는 이야기가 마음에 쏙 듭니다. 바루의 삽화가 마음에 들어서 바루가 그린 그림책을 찾아보게 되었네요. 제가 읽어 본 적 있는, 영웅과 같은 아빠의 모습을 익살스럽고 재미있게 그렸던 <초강력 아빠 팬티>가 바로 바루의 작품이었더군요. 앞으로 바루의 그림을 눈여겨 보게 될 거 같습니다. 해리엇 지퍼트가 봤다는 <우리 집 개는 내가 천재인 줄 알아요>라는 그림은 어떤 그림이었을까요? 아이와 함께 상상해 보게 되네요. 삽화도 스토리도 정말 마음에 드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사진출처: '우리 집 개는 내가 천재인 줄 알아요'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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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저편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34
알렉스 쉬어러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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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체인지><두근두근 백화점>으로 알렉스 쉬어러의 작품을 접한 바 있어서인지 <<푸른 하늘 저편>>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특히 요즘 아이들에게는 약간 촌스러울 수 있는 책 제목이 내 감성에는 딱! 좋은 느낌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던 거 같다. 10년 전에 친정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마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많아서 참 많이 울었고, 많이 아파했다. 내 진심과는 다르게 뱉게 되는 말들, 그 말들로 상처받았을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져갔다. 이후 엄마가 계신 납골당에 찾아가면, 살아계실 때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을 건네고 온다. 혹시 아주아주 혹시, 엄마가 듣지 않을까? 라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서. 친정 엄마의 죽음으로 하여금 한동안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적이 있다. 그 중의 한 가지 의문은 혹시 내가 죽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라는 것이었다. 내가 죽은 후 우리 가족들 옆에서 수호천사처럼 지켜줄 수 있을까? 아니....그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죽음, 그 푸른 하늘 저편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곳이 있을까? 가족을 그리워하며, 가족들에게 못다한 말을 건네고 싶어하며, 이승에서 못다 한 일을 아쉬워하며, 그렇게 보내는 그 곳이 있을까? 그 상상의 저편에 주인공 해리가 서 있었다.

 

 

무슨 새치기라도 한 것처럼 자전거를 타다가 해리는 저승에 오게 된다. 나무가 참 많은데다 오솔길과 시골길과 길모퉁이로 가득하고 멀리에 들판이 보이며, '그레이트 블루 욘더(푸른 하늘 저편) 방향'이라고 쓰여있는 손가락 모양의 이정표가 가끔씩 서 있는, 해가 항상 저물고 있을 뿐 결코 사라지는 법이 없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해가 그냥 지평선에 걸려 있는 이 곳이 바로 저승이다. 살아 있었을 때, '삶이란 어떤 의미일까?'를 궁금해하면 아빠는 '죽으면 다 알게 돼'라고 말했지만, 사실 죽는다고 알게 되는 건 아니었음을 해리는 죽고난 뒤 알게 되었다. 해리는 접수대 앞에서 등록을 한 후 얼마나 죽어 있어야 하는지, 이렇게 영원히 빈둥대며 지내야 하는건지, 뭘 하면서 지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했지만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해리에게 150년 전에 죽었을 법한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 같은 소설책에서 튀어나온 애 같은 동갑내기 아서가 다가온다. 자신을 낳다가 죽은 엄마를 찾기 위해 갓난아기 때부터 갖고 있던 엄마의 블라우스에 달려 있던 단추를 들고 헤매는 아서를 통해 해리는 저승에 관해 알아가게 된다. 이곳을 지나면 다음 단계인 그레이트 블루 욘더에 가게 되는데, 그곳은 마음의 준비가 되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가만 보면 이곳은 뭔가를 찾아다니거나, 못다 한 일이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헤매고 또 헤매는 사람들이었다. 해리 자신처럼 말이다.

해리에게도 못다 한 일이 있었다. 해리가 집을 나와 자전거에 올라타고 문방구로 출발하기 몇 분 전, 누나 에기와 대판 싸운 일이다.

 

에기 누나, 그런 말한 걸 후회하게 될걸? 내가 죽어봐, 그땐 후회하게 될 거라고 했다. 그러자 누나는 웃기지 마, 오히려 기쁠걸? 그러니꺼 꺼져...그리고 해리는 죽었고 지금 여기 와 있는 것이다. 누나한테 마지막으로 한 끔찍하고 고약한 말이 진심이 아니었다고 말해주고 싶었고, 그리고 누나가 나한테 마지막으로 한 끔찍하고 고약한 말 때문에 지금쯤 엄청 속상해하고 있을 거라는 걸 알기에 해리는 돌아가고 싶었다. 돌아가서 누나한테 말하고 싶었다.

 

실은 누나를 무지하게 사랑한다고, 슬퍼하거나 자책할 필요 없다고, 그렇게 울 필요 없다고 말하러 가고 싶다. 그리고 4년 묵은 마로니에 열매를 비롯해서 내 물건 전부를 누나가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본문 36p)

 

돌아갈 수 없음에 속상해하던 해리는 출몰하러 가자는 아서를 따라 산 자들의 땅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자신의 죽음에 슬퍼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했던 친구들이 평소와 다름없이 축구를 하고 웃으며, 자신의 자리에 다른 친구가 있음에 화나고 슬퍼하던 해리는 그들이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고 기억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해리는 자신이 묘지를 매일 찾는 아빠를 보았고, 잔뜩 풀죽은 얼굴들, 침울하기 짝이 없는 표정들, 너무 비참해 보이는 엄마와 에기 누나를 보았다. 해리는 에기 누나와 화해하기 위해 누나의 방으로 들어갔다가 자신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어루만지는 누나를 보았다. 해리는 아서가 게임기에서 원통들을 움직인 것처럼 책상의 연필에 집중하게 된다. 슬픔이 복받쳐 결국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던 장면이었다. 아마 책을 읽는 모든 독자가 그러하리라.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라는 느낌이 왔다.

가야 할 때.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야 할 때.

비로소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슬프고 미안하긴 했지만 평화로웠다. 난 에기 누나와 화했다. 엄청난 짐을 벗어버린 기분이었다. (본문 212p)

 

 

 

살아있다는 것, 그래서 내 가족과 내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생각해본다. 문득문득 그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마음에 없는 말들을 내뱉었던, 그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시간들이 너무도 안타깝다. 새삼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이들에 대한 감사함으로 가슴이 복받쳐오른다. 해리는 이렇게 나의 소중한 인연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 단 한 번뿐인 삶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었다. 처한 현실에 대한 절망으로 죽음을 택하는 이들, 그들에게 희망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 선택이 얼마나 잘못 된 것인지를 해리는 몸소 보여주었다. 희망은 우리가 살아 있을때 존재하는 것이므로. 푸른 하늘 저편 어디에선가는 살아있는 자의 불행까지도 부러워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살아있다는 건 아주 큰 축복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죽음에 대한 상상으로 풀어낸 삶의 대한 소중함이 때로는 재미있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풀어낸 작품 <<푸른 하늘 저편>>으로 나중에 내가 못다 한 일 없이 푸른 하늘 저편으로 떠날 수 있도록 내 삶을 후회없이 살아보자는 다짐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모든 이들과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는 생각도.

 

살아 있는 게 못 견디게 부러웠다. 물론 살아 있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다. 그건 나도 안다. 개 중에는 비참한 애들도 있고, 슬픈 애들도 있고,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는 애들도 있고, 시험에 찌든 애들도 있고, 집에 문제 있는 애들도 있고, 그냥 불행한 애들도 있다. 그래도 부러웠다. 불행한 애들까지 부러웠다. 정말이다. 정말 그랬다. 걔들의 불행까지 부러웠다. 걔들은 적어도 살아 있으니까. 그런데 난 그렇지 못했다. (본문 173p)

 

(사진출처: '푸른 하늘 저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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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이 자라는 꼬마 미술관 1 - 신들의 나라에는 이야기가 넘쳐요 오감이 자라는 꼬마 미술관 1
이주헌 지음 / 파랑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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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작가 앙드레지드는 '나는 어떤 글을 쓰든지 중요한 모티브는 모두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찾았다'라고 말했으며 이 외에도 많은 예술가들은 그리스로마 신화를 배경으로한 문학, 미술, 건축, 조각 등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그렇기에 그리스로마 신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서양 문화의 바탕을 이루는 거대한 뿌리를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들 하죠. 그런 탓에 초등학생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그리스로마 신화를 접하고 있는가 봅니다. <<오감이 자라는 꼬마 미술관>> 책을 처음 알았을 때는 우리 아이에게 명화를 접해줄 수 있을거라는 기대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은 명화와 함께 그리스로마 신화 이야기까지도 함께 수록하여 보고 들으면서 감성 능력과 직관력 그리고 통찰력까지 쑥쑥 자라게 하는 아트 스토리텔링 형식을 갖고 있는 기대이상의 책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60여 개의 명화가 수록되어 있는데, 대부분 미술사에서 중요하게 평가되는 화가들의 작품들이라고 합니다. 예술 작품을 즐기는 과정은 우리의 감각 능력의 수준을 높이 끌어올리고,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능력을 얻을 수 있니,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의 미술 작품들을 자꾸 보다 보면 그 그림들이 가진 아름다움에 익숙해지고, 그 아름다움의 가치들을 창조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결국은 미술 작품이 가진 아름다움의 본질을 자기 자신만의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여 바라보는, 주체적인 감상자가 될 것입니다.
그림의 내용 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화가 무엇인지 모르더라도 신화가 가진 원형적인 세계상과 그 이야기 구조가 지닌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즐기고 나면, 아이들은 그 원천으로부터 영양분을 길어 올려 자신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 것입니다. (책머리에 中)



<<오감이 자라는 꼬마 미술관>>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잘 구성되어 아직은 명화, 그리스로마 신화를 접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우리 아이에게는 딱 맞춤형 책이었습니다. 하루에 한 가지씩 명화와 이야기를 함께 하나보면 저자의 말처럼 아이들의 감성과 주체성이 자랄 거라는 기대도 생겼지요. 사실 명화에 대해서 문외한인 저에게도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보는 시간이 참 즐거웠습니다. 어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명화와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명화에 대한 시각은 다른 탓에 하나의 명화로 참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올림포스>를 보면서 머리끝까지 화가 잔뜩 난 아프로디테, 피곤한 표정의 제우스, 멍한 표정의 헤라와 지루하거나 관심없는 다른 신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살펴 보게 되더군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글 내용도 아이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구요.


<제우스 테티스>에서는 명화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아이의 눈에는 엄마인 저도 잘 찾지 못했던 헤라가 눈에 띕니다. 이렇게 이야기와 함께 명화를 보면서 명화 구석구석을 살펴보게 되네요.


성질이 포악한 피톤이 사슴과 짐승을 잡아먹으면 문제를 일으키자 아폴론이 그를 화살로 쏴서 처치하는 장면을 그린 <아폴로와 피톤> 작품은 아이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무서운 괴물을 용감하게 처치하는 아폴로와 괴몰로 변한 피톤의 모습이 남자 아이에게는 재미있게 보여진 모양입니다.


<아폴로와 다프네>의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 아이는 그림을 집중해서 살펴보았어요. 언젠가 들은 적 있는 이야기가 명화로 담겨지면서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 듯 싶습니다. 접한 바 있는 <비너스의 탄생>은 아이를 으쓱하게 만든 작품이죠. 아마 아이들이 많이 알고 있는 명화 중 하나는 아닐까 싶네요.


그동안 자주 접하지 못했는 명화를 보는 즐거움과 명화 속 이야기에 아이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제법 관심을 갖습니다. 이 책에 익숙해지면 큰아이가 즐겨읽던 파랑새에서 출간된 <그리스 신화> 시리즈를 접해주어도 좋을 거 같아요. 큰 아이는 미술관을 데리고 다니곤 했는데, 작은 아이는 직장을 핑계로 다양한 분야를 접할 기회를 주지 못해서 참 많이 속상했어요. 그런 탓에 명화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지요.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구성된 <<오감이 자라는 꼬마 미술관>>을 통해서 명화도 접하고, 그리스로마 신화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손에 딱 맞는 판형과 명화를 페이지에 가득 채워 보기 좋게 구성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명화, 그리스로마 신화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도, 명화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아이들에게도, 명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아이들에게도 두루두루 활용하기 좋은 책인 거 같네요. 엄마인 저도 오랜만에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아이에게는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은 시간이 될 거 같아요.

(사진출처: '오감이 자라는 꼬마 미술관 1'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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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주인자리 네오픽션 로맨스클럽 2
신아인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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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신화의 별자리 전설을 닮은 뱀파이어와 인간의 아름답고도 슬픈 운명적 사랑 (표지 중)

 

<렛미인><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접해본 터라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소재는 호기심을 부추키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런 탓에 별 기대없이 작품을 접했는데, 그동안 접해왔던 스토리와는 달리 그리스신화의 별자리 전설이라든가, 인간으로의 회귀, 그리고 인간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 등 조금은 특별한 소스를 첨가하여 차별화된 작품으로 그려내어 기대이상의 재미를 주었다.

 

뱀주인자리는 영원한 삶을 꿈꾸던 의사, 아스클레피오스의 별자리야.

그 별자리의 주인은 죽은 사람까지도 살려내는 뛰어난 의술의 소유자였다고 해. (본문 20p)

 

유럽 전역을 휩쓸고 간 무서운 열병인 스페인 독감은 무오년 독감이라는 이름으로 조선 땅에 찾아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고, 신우는 그로 인해 검은 그림자 뒤에서 준비되지 않은 삶을 살게 된 네 명의 뱀파이어 중 하나였다. 위압적으로 덮쳐오는 병마의 소용돌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달아나지 못한 것과 달리 신우, 쌍둥이 동생 진우(이엘), 동생 승윤과 조카 유민은 단절이 아닌 영원한 삶이 주어지는 운명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뒤로 한 세기가 지나갔다. 신우는 사랑하는 여인이었던 운하가 뱀파이어가 되지 못하고 생명이 위태롭자 그녀의 피를 흡혈함으로써 그녀를 뱀파이어로 살려내려 했으나, 처음 맛본 피의 맛에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결국 운하를 죽이게 되고, 그 죄책감에 다시는 인간의 피를 마시지 않기로 다짐하지만, 천사의 피가 고목에 꽃을 피어낸 기적을 본 그는 죽어버린 그의 영혼을 구제받기 위해 인간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며 천사의 피를 찾아 헤맨다.

쌍둥이 형 신우에게 짝사랑했던 운하를 빼앗기고, 한 번도 형을 이기지 못하는 탓에 형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진우는 악마의 이름을 빌려 복수를 완성하겠다는 다짐의 표현인 이엘이라는 이름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면서, 피에 대한 광기 어린 집착으로 살육을 하던 어느 날 자신이 죽인 엄마의 딸인 다섯 살배기 꼬마였던 수안에게서 그 자신을 보면서 수안과 인연을 맺고 오랜시간 몰래 후원한다. 동생 승윤은 뱀파이어로서의 자신의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이들 형제 중 유일하게 인간인 준수는 세계 3대 향수 회사로 꼽히는 '헤라'를 운영하고 있는데, 딸인 유민을 살리고자 뱀파이어로 만들었으나 불구가 되어 평생 휠체어를 타야하는 신세가 된 딸을 인간으로 되돌리고자 연구를 한다. 유민은 그런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있으며 삼촌 신우를 잘 따른다.

 

처녀자리의 주인은 지옥의 왕, 하데스의 아내인 페르세포네예요.

사랑했기 때문이에요. 페르세포네에겐 하데스가 운명의 별이었을 테니까요. (본문 448,449p)

 

'헤라'의 브랜드 매니저인 수안은 다섯 살을 갓 넘긴 인적이 드문 바닷가에서 발견된 후 성당에서 자라게 되었고, 오랜시간 자신을 후원해 준 산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안은 신우를 통해 오래전 만난 산타에 깃들였던 추억 속의 체취를 맡게 되는데, 신우 역시 수안이 난간에 베인 손가락에서 솟은 붉은 핏방울을 보며 그녀가 그토록 찾아헤매던 천사임을  알게된다. 이제 천사의 피를 찾아헤매던 신우와 두 번 다시 신우에게서 사랑하는 이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진우, 그리고 딸을 위해 인간이 되는 실험에 몰두하는 준수, 세 뱀파이어의 사투가 시작된다. 수안의 곁을 맴돌다 수안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신우, 뱀파이어임을 알고도 신우에게 도움조차 되지 못하는 사람일까봐 두려운 수안의 슬픈 로맨스는 수안의 피로 인간이 되는 실험을 완성하게 되는 준수의 광기로 인해 위험에 빠지게 된다.

 

"아주 잠깐이라도 사람이 되어봐. 인간 하신우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보라고. 마음이 가는 대로, 심장이 시키는 대로. 단 하루만이라도." (본문 272,273p)

 

 

열세번째 별자리 뱀주인자리를 타고나 영생을 살아가는 뱀파이어 신우와 슬픈 사랑의 전설 처녀자리를 타고나 뱀파이어를 사랑하게 된 여인 수안의 슬픈 운명적 사랑을 담은 <<뱀주인자리>>는 로맨스 자체로는 식상할 수 있으나, 부수적인 소재들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승윤과 가까워지기 시작한 형사 민조의 캐릭터다. 이엘이 피를 얻기 위해 사고를 가장한 현장을 쫓는 민조가 큰 활약을 하지 못한 부분은, 괜찮을법한 캐릭터를 살리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든다. 준수에 의해 생각지 못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승윤과 민조와의 에피소드가 어떤 결말도 없이 끝났다는 점, 갑자기 등장한 블러디 메리라는 닉네임의 캐릭터도 너무 의미없이 사라져버렸다는 점도 아쉽다. 뱀파이어의 정체를 밝혀줄 존재로 등장한 인물들의 활약이 너무 미진했다는 느낌이었다. 캐릭터의 활용이나 로맨스의 설레임은 조금 부족했지만, 여타의 작품과 차별화된 스토리의 구성은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사진출처: '뱀주인자리'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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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
히구치 타쿠지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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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소설 <아버지>를 17여 년만에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두 번째 읽는 탓에 내용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는내내 참 많이 울었는데, 죽음을 앞둔 아버지는 자신이 남아 있음으로해서 가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간병으로 힘들게 밤을 지새며 쓰러지고, 자식 또한 편히 한 번 눕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친구 남박에게 부탁해 죽음을 앞당기게 된다.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남은 가족의 걱정과 안위만을 걱정하는 사람, 바로 '아버지'가 아닌가 싶다. 여기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내 아내와 결혼 해주세요>>는 <아버지>와 같은 코드를 가지고 있다.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남은 가족이 살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점이 닮아있다. 하지만 같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아버지>가 진중하면서도 무거웠다면 <<내 아내와 결혼 해주세요>>은 좀 가벼우면서도 유쾌하게 진행된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가볍게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 진솔함이 담겨져 있어 매우 매력적인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모두가 고통을 참고 웃고 있는데 독자만이 울게 된다는 책 띠지의 글처럼 독자는 유쾌한 스토리 속에서 감동의 눈물을 뚝뚝 흘리게 된다.

 

<<내 아내와 결혼 해주세요>>는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슈지가 1인칭이 되어 앞으로 남은 시간을 순차적으로 기록한다.

앞으로 181일, 22년 동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방송작가로 일하던 슈지는 췌장암으로 남은 목숨이 약 6개월이라는 선고를 받게 된다. 입원한다 해도 1년 정도로나 연장될 수 있을 뿐이다. 스스로 방송작가의 일에 대해 '세상의 온갖 일을 호기심으로 즐겁게 변환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하던 슈지의 고민은 '아내에게 뭐라고 말하지?' 였다. 결혼한 지 15년이 된 슈지에게는 서른여덟 살 아내 아야코와 열 살짜리 아들 요이치가 있다. 일이 바빠서 가정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돌보지 않은 남편이었던 슈지는 이제 6개월 후에는 아내와 아들을 남기고 떠나야만 한다. 이 상황을 '즐겁다'로 변환해, 가벼운 마음으로 죽어가는 건 어려울 듯 싶다. 아내에게 말하면 멋대로 자책하면서 슈지보다 더 무거운 짐을 떠안을 것이 뻔한 아내이기에, 슈지는 아내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앞선다. 결국 슈지는 아내에게 뭐라고 말하지, 라는 기획을 생각하게 되는데, 남은 목숨에 대한 것도 프로그램 숙제처럼 생각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며, 얼마 남지 않은 목숨도 기획이라고 생각하면 즐겁게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하게 된다.

 

대개는 남은 시간을 가족과 지내며 간병 속에서 죽어간다. 내가 생각하는 건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사라지고 난 후에 아내와 아들이 웃을 수 있는 기획이다. (본문 32,33p)

 

앞으로 173일, 슈지는 우연히 결혼상담소의 간판에서 떨어진 실연당한 남자와의 만남을 통해 '아내의 결혼 상대를 찾자'라는 기획을 떠올린다. 그렇게 아내를 위한 슈지의 결혼활동(취직 활동과 같은 맥락의 일본식 조어)이 시작되는데, 슈지는 결혼 활동 관한 책을 읽고, 베스트셀러 저자를 만나며, 아내를 대신해 인생 최초로 맞선 파티를 참가하는 한편, 최근 결혼에 성공한 프로듀서 야마다 미도리를 통해 결혼상담소를 찾는다. 결혼상담소의 사장인 치타는 슈지도 잘 알고 있는 리서치 조사원이었기에 슈지는 자신의 상황을 솔직히 털어놓고 아내의 맞선 상대를 찾는 일에 도움을 받는다. 그렇게해서 슈지의 마음에 드는 이토를 만나게 되고, 슈지는 아내 아야코와 헤어지기 위한 불륜 연기도 감행한다.

 

"좋은 가족이기 때문에, 내가 없어져도 끝내고 싶지 않아요. 좋은 프로그램은 사회자가 바뀌어도 계속되잖아요. 그래서 확실하게 이토 씨와 만나 바통터치할 거예요." (본문 190p)

 

하지만 책은, 결국 슈지의 병을 알게 된 가족의 모습을 그리게 되는데, 아픔이나 슬픔을 굉장히 절제하면서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이 장면에서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 남편을 위해 맞선을 승락한 아내와 이토에게 아내에 관해 이야기해주는 장면(이건 '엽기적인 그녀'에서 차태현이 맞선남에게 얘기해주던 장면과 흡사하다)이나 이토와 아들의 대화 등이 너무도 따뜻하고 아름답다.

 

"오히려 병에 걸려서 잘됐다고 생각해."

"헉! 왜?"

"병에 걸린 게 엄마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야. 만약 엄마가 먼저 죽으면 아빠는 너무 슬퍼서 견딜 수 없었을 거야. 장례식때도 아무것도 못하고 계속 축 처져 있을 거야. 다른 누구보다 침울해질 자신 있어." (본문 242p)

 

슈지가 죽음 앞에서도 두렵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아내의 결혼 상대를 찾는 일을 통해 어떻게든 즐거움으로 변환시키려 함으로써 방송작가로 인생의 엔딩을 맞이하려 했던 것 때문이었다. 그런 슈지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주었던 바로 아내 아야코였다.

<<내 아내와 결혼 해주세요>>는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슈지가 방송작가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세상의 온갖 일을 호기심으로 즐겁게 변화하는 작업'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 주인공 어느 누구도 오열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작품임에도 독자들을 오열하게 만드는 작품이기에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 듯 하다.

슬픔도 웃음으로 변환시키는 반전의 카타르시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을 소개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은 아닌가 싶다.

오랜만에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을 만난 기분이다. 슬프면서도 유쾌한 소설, 바로 <<내 아내와 결혼 해주세요>>이다.

 

(사진출처: '내 아내와 결혼 해주세요'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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