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이름으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
양호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꼴찌들이 떴다!>의 양호문 작가의 책이라 주저없이 선택했다. '성적에만 관심있던 엄친아 고등학교 모은표, 역사적 심판에 발벗고 나섰다'는 표지문구도 흥미를 자극하는데 단단히 한 몫했다. 표지삽화에서 비롯되었던 걸까? 다소 가볍고 재미있는 소재라 생각했는데, 읽어내려 갈수록 예상밖의 진행이 의외였다. 어두운 주제인 역사적 심판을 위한 그들의 모험은 긴장감이 넘쳤고, 결말은 다소 슬프지만 왜곡된 역사에 대한 관심을 이끌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심판에 대한 그들의 행동이 '정의'였는지는 독자들 스스로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였으며 이 외에도 많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작품이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 중 해방 직후 정치 혼란기를 다룬 담임 된장의 설명에 "그게 말이 됩니까?" 라는 말로 교실을 박차고 나간 지항구는 끝내 교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얼굴도 폭삭 늙어 교장 선생님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이고, 작달막한 키에 뚱뚱한 체격, 불룩 나온 배가 마치 된장항아리를 연상케하는 담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은표는 사사건건 담임 역성을 드는 문지와 티격태격한다. 이 사건으로 문지는 담임 된장이 자신의 아빠이며, 어릴 때 교통사고로 친부모를 잃고 큰외삼촌인 된장을 아빠로 알고 자랐음을 알려준다. 이 날, 은표와 문지는 교실을 박차고 나간 후 자퇴를 한 지항구를 만나게 되고 담임의 역사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항구와의 다툼으로 얼떨결에 항구를 따라 종로3가에 위치한 허름한 건물 지하의 '민족정기수호회'에 가게 된다. '민정수'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 민족정기를 되살리자는 모임으로 한때는 200명이 넘는 단원이 있었으나 현재는 반대세력의 여러 교묘하고 음흉한 방법-경제 활동을 못하게 앞길을 막아 놓은 뒤 거금으로 회유를 해 탈퇴시키거나, 돈을 주고 포섭해서 첩자를 만들고 심지어 핵심 단원들을 살해하고 사고로 위장하는 등의 압력-으로 인해 조직은 붕괴 직전이 되었다고 한다.

 

"저 벽에 붙어 있는 맨 위쪽 사진이 바로 을사오적이란다. 그 밑으로 죽 붙은 건 일제에 적극 협조를 했거나 동조를 했던 자들이고. 일제 때는 물론 해방 후에도 대대로 떵떵거리며 살았던 자들이지. 아직도 저자들의 자손들은 사회 가계각층에서 지도자로 행세하며 호위호식을 하고 있단다. 나를 팔고 민족을 팔아 챙긴 자기 선조들의 막대한 부로 말이다." (본문 110p)

 

은표는 그 사진 속에서 집안의 가장 큰 자랑거리였고 아버지가 제일 먼저 내세워 말하던 분이며, 정부로부터 금관문화훈장과 국민훈장모란장까지 받았던 고모할머니를 보게 된다. 이후 항구의 아버지가 그들에 의해 힘들게 살았던 이야기와 주요 친일파들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을 들은 문지와 은표는 강력한 흡입력에 빨려 들어가는 기분으로 매일 종로3가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다.

그 중 민정수에 대항하기 위하여 홍일회라는 비밀단체를 만든 반대세력의 초대회장이며 만주에서 독립군 토벌대를 이끌었던 이조일의 손자 이무형은 민정수의 간부들과 핵심 단원들의 살해를 직접 지시한 놈으로 민족의 정기를 끊어 놓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어 각별히 경계를 해야 했지만, 놈에게 대항할 힘이 없어 민정수는 매우 안타까워한다.

 

기말고사를 불과 사흘 남겨 놓은 어느 날, 은표는 이무형의 행방을 찾았다는 항구의 연락을 받게 되고 문지와 함께 찾아나서는데, 뜻밖에 담임 된장도 합류하게 된다. 이들은 어렵게 이무형이 살고 있는 풍도를 찾아가게 되고 정의의 심판을 내리기 위한 위험을 감행한다. 이 과정에서 넘치는 긴장감으로 가슴을 졸이게 되는데, 우여곡절 끝에 그들이 내린 정의의 심판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간이 흘러 은표는 세상을 바로잡고 싶다는 마음에 법대에 입학하게 된다.

 

"자넨 정의가 대체 뭐라고 생각하나?"

"제가 어느 책에서 봤는데, 힘이 곧 정의라 하던데요." (본문 260p)

 

친일파 문제는 우리에게 손에 박힌 가시와 같다. 그동안 친일파를 소재로 다룬 아동, 청소년 작품을 접해본 적이 없었는데, 기성세대가 바로잡지 못한 역사 왜곡에 대해 청소년들에게 문제를 제기한 것은 다분히 필요했던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참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렇듯 <<정의의 이름으로>>는 고등학교 1학년인 은표, 민지, 항구를 통해 민감한 사안인 친일파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선보이는 주제는 비단 이것 뿐이 아니었다.

좋은 대학, 좋은 성적이 전부가 되어버린 교육 현실 속에 은표의 관심과는 달리 오로지 아버지의 뜻대로 움직여야하는 학생들의 현실이 드러나 있으며, 이무형을 처단한 방식을 통해서 과연 정의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는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범 안두희의 죄를 물어 죽인 박기서는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의 심정으로 거사를 했다."라고 표현하며 그의 정의감을 선보였고, 그는 살인죄로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출소했다고 한다.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서 정의를 위해 누군가를 살해한다면 그것은 정의가 될 수 있을까?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정의의 이름으로>>는 바로 그 정의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힘이 곧 정의가 되어 버린 이 세상에서 과연 우리가 바라는 정의로운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저자는 바로 이 문제에 대해 독자 스스로가 자문할 수 있도록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다소 무겁고 의미있는 작품이지만, 유쾌한 진행과 긴장감 넘치는 소재를 통해서 조금은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서 기성세대인 우리에게 던지는 수많은 질문들(역사,정의,교육)에 대해 우리는 무슨 답변을 할 수 있을까?

다만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청소년들이 역사의식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을 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썹 푸른도서관 56
천주하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 <<눈썹>>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참을 생각해 보았지만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궁금한 마음에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서현이와 선주 이야기에 푹 빠졌다. 암에 걸린 엄마를 병간호 하는 선주의 모습에서 어린시절 나의 모습을 엿보았던 탓에 안쓰럽고 대견한 마음에 애정이 갔다. 힘겨운 병마와의 싸움에서 이겨내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서현이의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다.

뉴스를 보다보면 성적, 집단따돌림, 가정문제 등으로 자살을 택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생활고에 대한 어려움으로 죽음을 택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삶과 죽음, 누구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지만 삶과 죽음은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희망과 새로운 미래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삶은 때로는 견디기 힘들 정도의 큰 절망과 고통을 주곤 하지만, 삶을 놓치지 않는다면 그에 버금하는 희망과 새로운 가능성을 선물해주기도 한다. 너무도 쉽게 죽음을 택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눈썹>>은 삶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

 

중학교 3학년 새 학기 첫날, 엄마의 눈을 벗어나자 교복 치마 주머니에게 손거울을 꺼내고, 필통에서 눈썹 그리는 펜을 꺼내 눈썹을 그리는 서현은 물티슈로 몇 번을 지우고 그린 뒤에야 선명하고 마음에 드는 눈썹을 그려냈다. 있는 듯 없는 듯 흐리멍덩한 눈썹을 하고 학교에 간다는 걸 서현은 용납할 수 없었다. 주머니에서 거울을 꺼내 머리를 비춰 가발이 제자리에 있는 걸 확인한 뒤에야 서현은 마음이 놓인다.

서현은 연예인처럼 매끈하게 다듬어진 눈썹에 흐트러진 옷매무새하며 귀결이 자국까지 있는 한눈에도 노는 애처럼 보이는 선주와 짝이 되었다.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에 선주 역시 복학한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후 친구들로부터 선주가 집단 패싸움으로 인해 필리핀으로 유학 갔다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정확히 1년 4개월 만에 돌아온 학교에 아는 친구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서현은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바다에 혼자 떨어진 종이배가 돼서 교실 위를 떠다니고 있는 기분, 아니 교실 밑으로 가라앉는 종이배 같은 기분에 그동안 왜 학교를 그리워했는지 의문이 든다.

 

치료가 끝났을 때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가면 희망찬 미래만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갈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제자리를 찾으려 하면 할수록 모든 것이 조금씩 어긋났다.....오직 병을 이기는 것에만 매달렸더니 평범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본문 88,89p)

 

서현은 오랜만에 친구 소영이와 지연이를 만나 들뜬 마음이었으나, 고등학교 이야기를 하는 두 사이에서 이방인이 되어 이내 속상해진다. 그렇게 학교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서현은 이방인이 된 기분이다.

소영이와 지연이는 선주와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하지만, 서현은 반 아이들의 시비를 막아서주고 병원에 가느라 듣지 못한 중요한 수업 내용을 정리해주기도 하고, 언니와의 다툼에 집을 나온 자신이 겪는 돌발상황에서 자신을 지켜준 선주에게 마음이 끌린다.

과거에 머물고 있었던 서현은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친구들과의 갈등으로 힘겨워하게 되는데, 우연히 병원에서 만난 선주가 암에 걸린 엄마를 병간호 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자신으로 인해 힘들었을 가족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이후 함께 병실에 있던 선아 언니의 죽음으로 '살고 싶다'는 자신의 진심을 들여다 보게 된다.

 

울기를 두려워 말라. 눈물은 마음의 아픔을 씻어 내는 약이다.

가장 어두운 시간은 해 뜨기 바로 직전이래.

우리가 바로 그 어두운 시간에 있다고 생각해.

앞으로는 해만 뜨겠지? (본문 120p)

 

서현은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고, 선주 역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두 사람에게 새로운 삶이 펼쳐지고 있음이 독자는 충분히 그려낼 수 있었다. 흐리멍덩했던 눈썹이 어느 새 자라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고통도 끝은 있게 마련이었다.

 

지난 1년의 시간이 떠올랐다. 기억이라는 게 지워지는 것 같다가도 문득문득 되살아난다. 그게 괴로웠건 행복했던 상관없이 말이다. 신기한 건 슬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은 떠올라도 조금씩 그 아픔이 무뎌지고, 행복했던 기억은 생각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것이다. (본문 160p)

 

텔레비전에서 암 소아병동의 어린이들을 본 적이 있다. 삶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든 암과 싸우는 아이들과 달리 너무도 쉽게 삶의 끈을 놓아버리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힘들지만 나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고통을 이겨내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지만, 이미 삶을 놓아버린 그들에게는 고통은 잊혀졌을지 모르지만 새로운 삶은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자살강대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 살아있다는 것은 곧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뜻임을 너무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절망과 고통에 자신의 삶을 통째로 맡겨버린다는 것은 너무 무의미하다.

 

<<눈썹>>은 자신에게 찾아온 암이라는 절망과 고통을 이겨내고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서현의 성장통이 그려져 있다. 서현과는 다른 입장에 놓여있지만 암에 걸린 엄마와 가족의 해체로 힘겨운 선주 역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아가고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두 주인공을 통해서 우리는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그 절망과 고통을 이겨낼 수 있게 해준 것은 다름아닌 친구와 가족이었음을, 우리의 삶에서 가족과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절망과 고통 속에 나를 온전히 맡겨버리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말자. 앞으로 내 삶에 펼쳐진 수많은 가능성들 속에 절망과 고통은 어쩌면 너무 작은 것일지도 모른다.

 

허황한 바람도 살다 보면 이루어지지 말라는 법 없지만, 한 가지 조건은 있다. 죽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것, 살아서 그 가능성을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문 16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팽이 따라잡기 - 제10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32
강은령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하루를 돌아보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빨리빨리'가 아닐까 싶다. 출근 준비와 아이들 등교 준비를 하면서, 점심시간 식당에서, 업무를 하는 동안에도 그리고 퇴근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도 '빨리빨리'라는 말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여유'라는 말은 사치처럼 들릴 뿐,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을 쫓아가다보니 하루하루 정신없이 흘러간다.

어른들은 자신의 욕망과 선택에 따라 그럭저럭 세상의 속도에 맞추며 살아가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른들에게 이리저리 내몰리고 쫓겨 다니는 아이들에게 (본문 4p)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누구보다 빨리 말을 하고, 누구보다 빨리 글을 깨우치고, 누구보다 빨리 영어를 배우고, 누구보다 빨리 달려야하는 경쟁 사회 속에서 아이들에게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는 놀이터의 회전그네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런 실정이니 그들에게 "더 잘 할 수 있다"라는 격려보다는 "조금 느려도 괜찮다"라는 말이 더 절실하리라.

 

<<달팽이 따라잡기>>는 아동청소년 문학의 미래를 열어 갈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한 '제10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5편은 모은 동화책으로 느리지만 조금 천천히 걷는 법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표제작인 [달팽이 따라잡기]는 늘 '빨리빨리'를 외치는 엄마에 의해 허겁지겁 간식을 먹고 학원으로 향하던 형진이가 놀이터입구에서 달팽이 승우를 만나 함께 숲 속에 가게 되면서 느끼는 갖가지 이야기를 담아냈다.

승우와 함께 숲 속에서 하늘을 보면서 시간이 아주 느릿느릿 흘러가 마음이 편안해지고 느긋해짐을 느끼게 되는 한편, 늘 달팽이 느림보라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 승우의 새로운 부분을 알게 되고, 승우보다 부족한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개울 아래쪽에 있는 소나무숲 사이로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 종종걸음을 치는 엄마가 바쁘게 뛰어다니지 않아도 되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작품에서는 '빨리빨리'를 외치는 엄마와 이리저리 내몰리는 아들 형진이를 통해 현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조금은 느긋한 마음을 가져봐야겠다.

 

저렇게 새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또 얼마 만인가. 이곳에서는 시간이 아주 느릿느릿 흘러가는 것 같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느긋해졌다. (본문 15p)

 

[보름이의 이사]는 어린이의 동심을 엿볼 수 있는 귀여운 작품이다. 부산, 중국으로 친척을 찾아간 친구들의 자랑에 보름이는 할 말이 없다.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큰아버지와 작은 아버지, 외삼촌과 이모까지 모두 같은 동네에 사는 탓이다. 보름이는 엄마에게 이사를 하자고 조르다가 급기야 홀로 이사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학교가 끝나고 홀로 이사를 하던 보름이는 가는 곳마다 친척들을 만나게 되는 탓에 결국 이사 계획은 무산되고 만다. 가족이 함께 모여사는 보름이네 가족이 부럽기만한 내 마음처럼 보름이도 가족이 함께 모여사는 행복을 느꼈을 듯 싶다.

[이야기 장롱]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라는 옛 이야기를 모티브로 창작된 이야기인 듯 싶다. 친구들에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재담이가 장롱 속에서 이야기 연습을 하던 중에 떠돌이 귀신을 만나게 되고, 결국 귀신의 도움으로 친구들에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게 되었다는 유쾌한 이야기다. 있는 그대로, 진솔한 이야기를 할 때 상대방은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음을 알게 된 듯 싶다.

 

[여보세요! 아빠?]는 5편의 단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며, 가장 슬프고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아빠에게 전화를 건 미지는 웃을 때 아빠처럼 눈이 안 보여 좋아했던 담임 선생님이 싫어지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그 전화 통화내용을 통해 민지의 아빠가 돌아가셨으며,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본 날 '아빠는 잠시 여행을 떠나는 것이며 아빠 생각이 나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했다는 아빠의 말에 따라 아빠에게 전화를 걸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 애틋함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마지막 편인 [고등어와 해결사]는 엄마가 집을 나간 뒤 할머니 집에서 살게 된 기표가 냄새로 별명을 지어 주는 발달 장애 지훈이와의 우정을 그린 예쁜 동화로 이 작품 역시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이 작품은 후각이 발달한 지훈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끄는데, [달팽이 따라잡기]처럼 조금 느리다는 것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각각의 작품에는 어린이들의 내면이 잘 그려져 있어 그들의 동심을 엿볼 수 있었다. 늘 빨리빨리를 외치는 엄마로 인해 허덕이던 아이들의 모습과 조금의 여유도 없이 빠르게 달리기만 했던 나의 모습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어쩌면 이 말은 아이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늘 다독여주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가끔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도, 변화하는 날씨를 느껴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무조건 바삐 달리다보면 행복이 오는 소리마저 듣지 못할테니...

오늘 아침 출근길, 느리게 걷는 아이의 손을 잡아당기며 걸었다. 엄마의 빠른 보폭에 맞추어 뛸 수 밖에 없었던 아이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자꾸만 되뇌어 보련다.

 

...아이들에게 "조금 느려도 괜찮아. 잠시 멈춰도 돼. 그래, 쉬었다 가렴!"이라고 말해 주는 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본문 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타 - 만들어진 낙원
레이철 콘 지음, 황소연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저자의 작품인 뉴욕 도서관 선정 도서로 뽑힌 여대생 나오미와 그녀의 게이 남자 친구 일리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다룬 <키스 금지 리스트>를 읽어본 바 있는데, 복제 인간 소녀의 사랑을 다룬 SF 로맨스 <<베타>>는 전작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전작이 현실을 반영했다면, <<베타>>에서는 저자의 상상력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놀라운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파괴되어가는 지구, 심각한 빈부의 격차와 점점 극단적이 되어 쾌락을 쫓는 인류, 더불어 점점 발달해가는 과학문명으로 인해 과연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까를 생각해 본적이 있다. 간혹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A.I와 같은 영화 등을 접하다보면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이 우리는 대신하곤 하는 장면을 목격하곤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죽음을 맞이한 인간을 복제한 후 영혼을 제거한 '클론'이 등장한다. 영혼이 없는 이들은 인간의 '일'을 대신해주는 소유물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들의 삶은 자기 자신이 아닌 인간의 것이었다. 어쩌면 우리의 미래는 <<베타>>에 등장하는 드메인과 다를 바 없을지 모른다.

 

인류 역사상 '물의 전쟁'이라 불리는 불행한 시대가 저문 뒤 가장 부유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인간들은 최적의 섬 드메인을 사들여 엘리트들을 위한 놀이터로 개조했다. 최고의 과학자들과 영적 지도자들이 조성한 세상에서 가장 수려한 바다, 환기 시스템을 구축하여 최상급 산소를 공급한 완벽한 낙원이 건설되었기에, 이곳 드메인에서 인간들은 놀기에 바빠 어떤 일도 할 수가 없다. 이에 생명 복제 분야의 세계 권위자인 루사디 박사는 인간을 대신할 일꾼들을 만들어냈는데 그들이 바로 클론이다.

주인공 엘리지아는 불과 몇 주 전에 출시된 열여섯 살 소녀 클론으로 시험판인 베타이다. 총독의 부인인 브래턴 부인은 공부밖에 모르던 딸 애스트리드를 대신해 줄 엘리지아를 구입하게 되고, 엘리지아는 그렇게 총독의 집에서 부인의 딸이자 말동무로서, 아이반의 운동 파트너이자 친구로, 리젤의 언니로서의 일을 하게 된다.

엘리지아는 시조의 영향으로 다이빙과 수영을 잘 했는데, 수영을 하는 과정에서 시조의 남자였음직한 환상을 보게 되고, 자신에게 기억이 있음을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클론은 절대 느낄 수 없는 맛을 느끼기도 한다.

자신이 불량임을 인지한 엘리지아는 반품이 되지 않기 위해 인간의 10대 반항기와는 달리 고분고분 소유자들의 말을 듣지만, 타일과의 만남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달아가고 자유를 얻기 위해 타일과 함께 탈출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런 와중에 엘리지아는 자유를 찾고자하는 클론 '디펙트'에 대해 알게 되고, 데이터베이스에서 규정한 부티크를 떠나 새 가정에 가서 환영받는 것이 자유라는 의미가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타힐과 나는 우리 스스로 우리를 구하기로 했다.

우리는 자유를 얻어야만 진짜 짝이 될 수 있다. (본문 286p)

 

이후 엘리지아는 파티에서 시조의 남자였던 아퀸을 만나게 되고, 시조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 자유를 갈망하던 엘리지아는 오빠 아이반에게 진실을 털어놓고 탈출을 도와달라고 하지만, 아이반은 자신의 장난감이었던 엘리지아를 도와줄리 만무했다. 엘리지아가 디펙트이며, 자신의 소유물인 그녀가 탈출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반은 엘리지아를 죽이려하고, 결국 엘리지아는 자유와 자신의 삶 그리고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아이반을 죽이고 탈출을 감행한다.

아퀸의 도움으로 죽음으로부터 벗어난 엘리지아는 임신을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죽은 줄 알았던 자신의 시조가 눈 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이었다.

 

이 작품에는 10대의 두 부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반과 그의 친구들을 통한 쾌락과 욕망에 뒤틀린 반항이 보여졌고, 엘리지아를 통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인간의 소유물이 되어 고분고분 말을 듣는 십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이반의 모습은 유흥과 쾌락에 휩싸인 극단적인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졌다. 아이반과 대조적인 엘리지아의 모습은 좋은 대학의 진학, 취직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야만 하는 부모들의 욕심에 의해 클론이 되어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모습과 결코 다를 바 없었다.

자유, 자신의 삶의 주인이 무엇인지 몰랐던 엘리지아는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자유를 위해 반항을 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10대들의 '반항'이란 무엇일까? 반항은 결코 아이반과 그의 친구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한 몸부림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베타>>는 미래 사회를 통해 현 사회의 잘못을 꼬집고 있는데, 권력을 통한 허영과 허세로 시간을 보내는 어른들과 환각제에 취해 쾌락을 쫓는 청소년들을 비판하고 있다. 엘리시아는 바로 그들을 비판하는 인물이었고,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할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인물이었다.

덧붙히자면, 행복한 낙원 드메인에서는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엘리지아만이 행복했다. 권력, 재력, 쾌락 등이 우리의 행복을 결정지어주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에서 여실히 보여지고 있는 셈이다.

 

<<베타>> 시리즈는 1권 만들어진 낙원을 시작으로 2권에서는 엘리지아의 시조 즈하라를 통해 인간의 성숙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3권에서는 스스로 클론이 되기를 자처한 총독의 딸 애스트리드, 4권에서는 엘리지아의 딸 잰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한다.

죽은 줄 알았던 엘리지아의 시조 즈하라가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을 필두로 한 2권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진다. 영혼이 없는 엘리시아가 탄생하고 인간의 소유물이 되어 제 3의 눈으로 인간 세상을 보고, 이어 자유와 본연의 삶을 찾기 위해 반항하는 십대가 된 엘리시아의 이야기를 보여준 1권은 인간의 내면을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흥미진진한 소재, 빠른 진행을 통한 흡입력이 강한 작품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나, 그 속에 담겨진 인간의 삶에 대한 허와 실을 바라봄으로써 우리 사회의 모순을 살펴 볼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인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르투나 - 잔혹한 여신의 속임수
마이클 에니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포르투나-잔혹한 여신의 속임수>>는 1502년 이탈리아에서 토막 살해된 한 여자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공존하며 학문과 예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르네상스 시대 속에 다 빈치와 마키아벨리가 피렌체에서 함께 일했다는 사실이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서 작가의 상상력이 발동되었다. 인류가 낳은 대표적인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 현재까지도 큰 영향력을 과시하는 고전 <군주론>의 저자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모델인 체사레 보르자, 이들이 비슷한 시기에 갑자기 체사레를 떠나고, 이후 피렌체에서 함께 일했다(책 표지 中)는 역사적 기록은 서로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으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상상의 가치를 극대화 시킬 수 있었으리라.

<르네상스의 역사와 철학, 정치학이 정교하게 얽힌 최고의 지적 미스터리>인 이 작품은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나,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방대한 시대상황과 문화를 녹여 낸 작품인지라 오롯이 이해하기에는 역사적 지식이 미흡한 나에게는 조금 난해한 작품이었다. 무엇이 진실이며 무엇이 허구인지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터리가 보여주는 긴장감이나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접근만으로도 내게는 의미있게 다가온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발단이 되는 후안 보르자의 살인사건이 역사 속에서 미제로 남아 있는 실제 사건이라는 점은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다소 난해할수도 있을 작품이 흥미로운 소재 속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작품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16세기 초 이탈리아보다 더 심하게 역설적인 상황은 역사에 다시없을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그리고 마키아벨리가 공존했던 시대다.)의 탁월하고도 혁신적인 면이 극에 달했을 때 이탈리아는, 정치적인 배신과 혼돈의 늪 속으로 허물어져 가고 있었다. 베니스 공화국 같은 아주 뛰어난 나라들에서부터 무수히 많은 작은 도시국가들에 이르기까지 수십 개의 자주 독립체들로 조각나 있는 상태였던 이탈리아 반도는, 여러 군소 왕조들과 '콘도티에로'라고 알려진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용병대장들, 그리고 외국 군대들이 서로 경쟁하는 각축장이었다.

이런 대혼란 가운데에 놓인 이탈리아인들은 신과 교회에서 치유책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대신 자신들을 운명의 여신(고대 로마 문화에 존재했던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의 재현)이 지배하는 백성이라고 여겼다.......한편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런 무정부상태적인 상황을 거부하고, 수학과 일반적인 원리들에 의해 질서가 잡힌 자연계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비슷한 목적으로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고대사와 현대사를 분석하고 인간 행동의 근본적인 워니를 추론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그는 이같이 새로운 과학을 통하여 이탈리아의 불운한 지도자들이 위기를 미리 예견하고 운명의 여신이 가할 맹공격에 대비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본문 6,7p)

 

이 작품은 두 가지의 시선으로 다가간다. 전반부는 후안 보르자의 연인이었던 고급 매춘부 다미아타가 사건을 쫓아가는 행적을 아들 지오반니에게 들려주는 편지글 형식으로 이끌어가며, 후반에는 마키아벨리가 화자가 되어 사건을 추적한다.

후안 보르자의 죽음으로 다미아타는 아들과 함께 숨어지내지만, 결국 교황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고, 교황은 아들을 볼모로 후안 보르자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라고 한다. 다미아타의 집으로 가던 중 살해를 당한 후안, 그 후 5년 뒤 토막살해 된 여자의 사체의 손에서 후안의 부적이 교황이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결국 다미아타는 이몰라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서기관 마이카벨리를 만나게 되고, 이후 시신을 발굴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도 만나게 되는데, 여기에 바로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가 함께하고 있었다.

 

"마치 우리 둘의 영혼이 공모해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 같지 않나요?"

나는, 다미아타가 더 높은 천상으로 나를 인도할 단테의 베아트리체인지, 아니면 내 몸과 영혼을 마법으로 홀려 버린 키르케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네. (본문 251p)

 

역사적 사건의 줄기 속에서 레오나르도와 마키아벨리 그리고 고급 매춘부인 다미아타가 살인사건을 쫓아가는 행적은 가히 흥미진진하다. "네가 찾고 있는 진실을 조심하라"라는 경고가 담겨진 스토리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사상이 깔려져 있었으며, 16세기 초 이탈리아의 시대적 배경와 역사와 맞물려진 이야기 속에는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의 모델이 체사레 보르자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납득할 수 있게 된다.

 

내 영혼에 영원히 자리 잡은 그녀의 존재가 없었다면, 나는 그저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로만 남았겠지. 그 안에 필요한 인물은 발레티노밖에 없었느니까.....이쯤에서 나는 <군주론>에 영감을 주고 또 다른 내용 자체가 되어 버린 이 아름답고 무시무시한 속임수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려 하네. 그리고 나는 자네에게 인류의 대소사를 모두 관장하는 이 한 가지 진실을 남겨 두겠다. 발렌티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운명의 영원한 변덕을 이길 수 있는 위대한 계획이라는 건 없다네. 오로지 사랑만이 운명을 이길 수 있을 뿐이야. (본문 592,593p)

 

<<포르투나>>는 역사적 미제 사건에 따라 사건을 해결해가는 흥미로운 소재를 쫓아가다보니 16세기 초 역사적 배경과 사상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레오나르도, 마키아벨리, 다미아타를 쫓는 동안 바라보게 된 르네상스 시대의 역사와 사상 그리고 <군주론>에 대해 좀더 폭넓은 지식에 대한 갈구가 생겨난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내개 큰 의미를 지닌다. 오롯이 이 작품을 이해하기에는 이 시대에 대한 기본 지식이 미흡했으나, 사건을 쫓아가는 동안 어느 새 세 명의 인물에 동화될 수 있는 작품의 흡입력은 실로 대단했다. 덧붙히지마녀, 이 스릴러 속에 잘 스며든 러브스토리도 단단히 한 몫 하고 있다는 점이다.

 

"치밀한 구성으로 엮어낸 미스터리소설이자 정치스릴러이면서 가슴이 찢어질 듯한 러브스토리이기도 하다. 가장 뛰어난 역사소설들이 늘 그렇듯 독자를 다른 시공으로 데려가는 책" - 타임아웃시카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