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비처네 (양장) - 목성균 수필전집
목성균 지음 / 연암서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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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키웠음에도 '처네'의 뜻을 잘 모르고 있었다. 언뜻 들었던 기억은 있는데 책 제목을 보고서도 '누비처네'가 무슨 뜻일까? 연신 궁금했다.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그 뜻을 알게 되었고 처네로 아이를 업고 키웠던 10여전을 문득 떠올려보았다. 왠지 모를 그리움, 아득함이 밀려온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설보다는 수필이 마음에 더 와닿는다. 이제야 비로소 과거에 대한 그리움, 추억, 공감이라는 감정에 익숙해졌나보다. 저자의 글 속에는 노스탤지어가 담뿍 담겨져 있는데, 과거를 돌아보며 담담하게 쓰여진 글 속에는 아늑함이 느껴진다.

 

부끄럽게도 저자 목성균의 작품을 읽어본 건 처음이었기에, 저자에 대한 소개를 공들여 읽어보게 되었다. 목성균은 십대에 문학에 대한 꿈을 꾸었지만, 학업 중단과 사업 실패로 낙향하여 산림공무원이 되었다. 25년이 지나 정년퇴직 후 황혼길에 들어서야 접었던 유년의 꿈을 다시 떠올렸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병상에서 눈을 감기 직전까지 글을 썼고 펜을 잡은 채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글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읽히게 되었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수필계에선 가장 탁월한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 과거의 모습을 통해서 현재의 모습을 꼬집어내는 울림을 주고 있어, 미래는 과거 속에 있다, (본문 624p)라는 해설 김종완의 글귀가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기러기들은 맨 앞자리의 필요성을 잘 안다. 그랫 존중한다. 기러기 떼의 앞자리는 선거법에 의해서 선출하지 않는다.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서슴없이 앞으로 나서고, 죽지의 힘이 떨어지면 서슴없이 물러난다. 임기 5년이 단임제의 자리가 아니다. (본문 90p)

 

저자가 '누비처네'에 갖는 감정은 좀 특별하다. 내가 두 아이들의 배냇저고리를 보관하고 있는 것과도 다른 듯 보인다. 그에게 누비처네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갖고 있는 연민이 있고, 동반자의 의미를 일깨워 준 소도구이기도 하다.

 

구닥다리 세간에 대한 아내의 애착심은 그것들이 우리의 인생을 연출한 소도구이기 때문이다. 이제 아내의 애착심을 존중해야지, 누비처네를 보면서 생각했다. (본문 28p)

 

그러고보면 내가 아이들의 배냇저고리나 결혼하면서 구입한 실용성없는 원앙금침을 버리지 못하고 장농 깊숙이 넣어둔 것도 인생을 연출한 소도구이기 때문이었나보다. 그저 버리기 아까워서, 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내 마음은 그런 의미를 이미 이해하고 있었나보다. 지나간 과거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나의 인생을 연출한 수많은 소도구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목성균의 옹기와사기, 목도리, 누비처네, 부엌 궁둥이, 선풍기, 기둥시계처럼 그는 인생을 연출한 소도구들을 통해서 과거를 돌이켜보며 독자들에게 삶의 돈독함을 일깨운다. 또한 저자는 자연의 모습을 통해서 삶의 이치를 깨닫는데, '혼효림'에서는 소나무와 참나무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사회와 대비시킨다.

 

가난하면서 가난을 가난으로 여길 줄 모르고 성의껏 살던 삶이 사라져 버린 우리 땅의 여분을 차지하고 억새만 홀로 피어서 어쩌자고 저리도 고결스러운지 -. (본문 52p)

참나무에 의해서 소나무의 기품이 뛰어나 보이고, 소나무의 뛰어난 기품에 의해서 참나무의 필요성이 인식된다. 백두대간의 아름다운 숲들은 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그렇게 이룬 혼효림이다. 그 돈독한 숲의 사회상이 인간사회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본문 127p)

 

서정적인 표현들이 그가 갖고있는 노스탤지어를 내게도 그대로 전달한다. 조부모, 부모 그리고 아내와 친구에 대한 그의 아름다운 기억들이 애잔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참 오랜만에 과거를 추억해 보았다. 그의 글 속에서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며, 내가 누리고 있는 이런 소소한 삶에 대한 감사함을 느껴본다. 잔잔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감동을 주는 이야기에 따뜻한 기운이 마음 깊숙이 자리잡았다.

 

아버지의 손은 육감적이고 내 손은 턱없이 왜소하다. 전혀 닮지 않은 손이 운명의 때에 보이 닮아 있다. 아버지와 아들은 닮아 있다. (본문 3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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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를 드립니다 -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2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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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의 신작 소식은 내게는 늘 반가운 일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감동이 있는 이금이 작가의 작품들을 나는 너무도 사랑한다. 금새 후두둑 눈물을 흘리다가도 행복한 결말을 보며 미소를 띄울 수 있는 작품속에서 나는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느낀다. 또 그 안에서 내 아이의 마음을 엿보고, 그릇된 내 모습을 반성할 수 있기에 이금이 작가의 책을 찾게된다.

이번에 출간된 <<사료를 드립니다>>는 다섯 편의 동화가 수록된 단편동화집니다. 이 다섯 편의 동화 안에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꿈을 꾸는 아이, 관심받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아이, 부모와의 갈등으로 겪고 있는 아이 등 이 작품 속에는 평범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녹아내고 있는데, 그 평범한 아이들의 심리적인 묘사를 통해서 '성장'이라는 커다란 감동을 끄집어내고 있다.

 

첫 번째로 수록된 <조폭 모녀>는 읽으면서 괜히 내 뒤통수가 가려운 느낌이었는데, 내 딸에게 나는 '조폭 엄마'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딸의 의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조폭 엄마와 딸 민지와의 갈등과 화해가 민지가 좋아하는 영민이를 통해서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학습지 선생님인 엄마와 개그맨이 꿈인 민지 사이에서 가장 큰 갈등은 아무래도 '성적'이다. 그 성적때문에 영민이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 하고 싶었던 파마 대신에 짧게 머리를 짤리게 되었으니 민지에게 엄마가 좋게 보일리 만무하다. 공부를 잘하는 영민이는 학습지 선생님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무슨 아이러니인가? 민지 엄마가 바로 영민이의 학습지 선생님이 아닌가.

이제 민지와 조폭 엄마는 영민이에게 결코 들켜서는 안 될 공통의 비밀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민지에게는 영민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생겼다. 엄마에 대한 불만을 가졌던 민지가 영민이를 통해서 엄마의 다른 면을 보게 되고 그로인해 갈등을 해소해가는 과정이 너무도 유쾌하게 그려진 작품이었다.

 

<건조 주의보>는 공부 잘하는 누나 때문에 늘 소외감을 느끼는 건우의 마음이 너무도 안쓰러운 작품이다. 학원이나 과외 대신 공짜거나 값싼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 성적이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누나 덕분에 건우는 걸핏하면 엄마의 분풀이 대상이 된다. 공부를 너무 많이해서 안구 건조증에 걸리 누나, 온몸이 가려운 피부 건조증인 아빠,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구강 건조증인 엄마, 그러나 건우는 아무 건조증에 걸리지 않았다. 건우는 왠지 더 큰 소외감을 느낀다. 그런 건우를 좋아하는 윤서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건우에게 마음이 건조하다고 한다. 그 말에 이제 가족이 된 것 같아 기뻐하는 건우를 보니 짠한 마음이 든다.

 

누나는 안구 건조증, 아빠는 피부 건조증, 엄마는 구강 건조증, 그리고 나는 마음 건조증! 이제 나도 당당히 한 가족이 됐다. 건조 가족. (본문 52p)

 

<몰래카메라>는 요술 주머니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를 담아냈는데, 돈이 필요했던 유나가 할머니를 도와주고 얻게 된 요술 주머니에서는 거짓말처럼 돈이 쏟아진다. 그러나 돈이 생긴 기쁨에 기분을 내고 즐거워했던 것도 잠시 근심을 얻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유나가 요술 주머니를 얻고 그로 인해 갖게 된 기쁨과 걱정 등의 심리 묘사가 잘 드러나있다.

<이상한 숙제>는 아름다운 사람을 찾아보는 숙제 때문에 고민을 하는 혜빈이가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이다. 아름다운 사람의 기준에 대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요즘 우리 아이들은 마음보다는 외모를 상당히 중시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는데, 아름다움의 기준이나 선한 사람의 기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는 좋은 본보기가 될 거 같다.

 

표제작 <<사료를 드립니다>>는 어른들 결정에 의해 유학을 떠나면서 어쩔 수 없이 강아지 장군이와 헤어졌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장군이를 찾는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자신의 의견과 상관없이 결정된 유학, 그리고 장군이와의 이별로 인한 불만과 외할머니의 암 말기 판정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만, 장군이를 찾고 싶어하는 자신의 마음에 관심없는 부모에 대한 장우의 불만 등이 드러나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는 주시해야할 부분은 장우가 장군이를 애완동물이 아닌 친구 혹은 가족으로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과정이다. 이 작품에서 장우는 돌아가신 외할머니에 대한 아픔이나 슬픔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듯했는데, 장군이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미리의 일기를 통해서 장군이를 놓아주게 되면서 비로소 이별에 대한 아픔을 알게 된다. 특히 가족의 문제나 가족들의 입장보다는 장군이를 찾아야하는 자신의 문제에만 치중해있던 이기적이었던 장우가 '타인'을 생각하게 되는 성장도 눈여겨 볼 만하다.

 

다섯 편의 동화 모두 짠한 마음과 뭉클함을 느끼게 했다. 이금이 작가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는데, 그저 무심코 넘겨버릴 법한 아이들의 마음을 잘 잡아내어 '성장'이라는 주제로 감동과 함께 잘 버무려주었다.

이는 엄마 조차도 무심히 넘겼을 아이들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 주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조폭엄마처럼 강압적인 말이나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어른들 마음대로 이 결정되어버리는 일들로 인해서 아이들은 상처받고 있음을 저자 이금이는 아이들을 대신해 우리들(부모)에게 전해주고 있다.

더불어 저자는 요즘 이기적인 아이들의 마음을 이야기를 통해 지적하고 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삭막해져버린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따뜻하고 풍성해졌으면 좋겠다. 이금이 작가는 항상 기대한 것 이상의 감동을 주곤 하는데 씨앗으로 커다란 나무를 그려낸 <<사료를 드립니다>>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얻고, 깨달을 수 있어 책 읽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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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와 검의 노래 레인보우 북클럽 20
로즈마리 서트클리프 지음, 이병렬 옮김, 표정수 그림 / 을파소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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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의 진 웹스터의 또다른 작품 <말괄량이 패티>를 통해서 <을파소 레인보우 북클럽>을 알게 되었는데, 각 권마다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감동과 교훈을 주고 있어 참 마음에 드는 시리즈이다.

특히 이 시리즈는 '레인보우'라는 시리즈 이름에 걸맞게 표지를 색상으로 구별하여 색상마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하프와 검의 노래>>는 Red Book으로 모험과 열정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영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역사 소설가 로즈마리 셔트클리프가 고대부터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이민족의 침입에 시달렸던 영국의 역사적인 배경을 통해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소중한 것을 지켜낸 용감한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노르만 왕조를 세운 노르망디 공작 윌리엄과 그의 아들 윌리엄 루푸스는 국경을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웨일즈, 스코틀랜드를 연달아 침략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남은 사람들은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어야 했다.

5살이었던 프리다 역시 노르만의 침략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되었는데, 아버지의 농노였던 그림의 도움으로 전쟁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는 바이킹족의 요새인 깊은 계곡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저기 너희 집이 타고 있다. 노르만의 짓이다. 이 일은 평생 가슴에 새겨 둬라!" (본문 12,13p)

 

프리다는 부모를 잃고 해스신의 양아들이 된 '새끼곰' 비요른과 친구가 되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게 되고, 웨일즈 출신인 어머니쪽 핏줄에서 받은 음악적 재능을 가진 해스신은 양아버지의 하프인 스위트 싱어에 매혹을 느끼고, 해스신에게 하프를 배우게 된다.

그러나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던 이 계곡은 노르만 왕의 거듭되는 공격으로 평화가 깨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비요른은 적에게 잡혔을 때 고문을 이겨내지 못하고 요새의 위치를 털어놓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번뇌에 휩싸인다.

 

"만약 그런 일이 나한테 벌어진다면, 나는 적들이 알고 싶은 내용을 털어놓게 되지 않을까?

자백을 하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해." (본문 91,92p)

 

노르만의 공격은 계속되고 비요른은 해스신의 허락으로 군대에 들어가게 되지만, 적군에 대해 아무 정보도 없는 이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비요른은 하프 연주자는 어느 진지든 무사통과라는 것을 이용하여 자신이 직접 노르만 진지로 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프리다와 함께 하프 연주자가 되어 적진에 들어서지만, 정체가 드러나면서 고문을 당하게 된다.

어린시절 고문을 이겨내지 못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던 비요른은 오른쪽을 망가뜨리는 고문을 당하게 되지만, 자신에게 소중한 이들을 지켜내기 위해 두려움을 이겨내고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얻어냄으로써 그들이 알던 유일한 삶은 끝이 난다.

 

그는 아랫입술을 구멍이 나도록 꽉 깨물어서 검은 핏자국이 입술에서 배어 나와 시커먼 짧은 수염 속으로 흘러들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나름대로 이겼다는 표정이 어렴풋이 어렸다.

"입을 열지 않을거야." (본문 270p)

 

비요른은 하프 줄을 왼손으로 더듬더듬 연주하는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프리다가 아는 가락이 아니었다. 아직까지 음이 맞지 않았다.

"연주하는 게 뭐야?"

"새로운 시작의 노래야." (본문 334p)

 

비요른이 가졌던 두려움은 자신의 소중한 이들을 지키겠다는 의지에서 용기가 생겨났고 이겨낼 수 있었다. 우리는 세상과 부딪치면서 많은 두렵고 어려운 일과 대면하게 된다. 두려움은 극복할 수 없는 것일까? 비요른의 용기는 두려움이란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나약한 감정임을 일깨운다. 하프연주에 대한 열정을 가진 비요른이 소중한 오른손을 다치는 고문을 당하면서까지 이겨내는 과정은 어린이들에게 큰 감동과 교훈을 선사한다. 또한 비록 오른손을 다쳤지만 왼손으로 하프 연주를 시작하는 비요른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고 있기에 그 감동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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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미술관 1
랄프 이자우 지음, 안상임 옮김 / 비룡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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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수염을 달고 있는 모나리자를 담아낸 표지 삽화가 제목의 ’거짓’이라는 말과 어울리는 듯 하다. 거짓 그리고 모나리자의 수염...스릴러 장르에 맞게 굉장한 긴장감을 자아낼 듯 싶다. 표지 속 작품은 마르쉘 뒤샹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싸구려 복제품에 콧수염을 그려놓은 작품으로 명화에 대해 도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데, 표지에 이 작품을 그려넣은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에 대해 도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책을 읽다보면 이 삽화가 의도하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모모의 작가 미하엘 엔데를 잇는 독일 환상문학의 대가라 칭하는 작가의 작품을 접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처음이라 그 기대감이 더욱 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화에 관한 과학적 지식과 미술 작품에 대한 지식이 미흡한 나에게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굉장한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흐름을 볼 때, 범인을 추리해가는 과정과 주인공 알렉스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알렉스와 다윈과의 로맨스 등이 다음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했다고 본다.



9얼9일 파리, 9월 17일 런던, 9월 24일 빈의 미술관에서 작품이 파괴되거나 사라지게 되는데,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고대 석상이 파괴될 때 남겨진 범인의 지문에 의해 과학 기자인 알렉스 다니엘스가 용의자로 체포되었다. 
알렉스는 영국 창조주의자들의 날카로운 지적인 투창이나, 자연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로 불리고 있는데, 관찰된 적없는 다윈의 진화론에 끝없는 의심을 품고 있다.
반면 영국 육군에서 고위급 장교가 비열한 범죄에 연류된 사실을 밝혀내자 쫓겨난 뒤 미술품 보험회사인 아트케어에 다니게 된 다윈은 연이인 미술품 도난으로 인해 사건에 개입하게 되고 용의자가 된 알렉스와 만나게 된다.

알렉스는 교도소에서 자신을 도와주겠다는 테오라는 이름을 가진 자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고, 다윈과의 만남을 통해 지문이 가지고 있는 통계상의 오류와 오점을 통해 곧 풀려나지만 사건 속에 더욱 깊숙이 개입하게 된다. 알렉스와 다윈은 르네 마그리트의 <경솔한 수면자>에 그려진 물건들이 도난 현장에 하나씩 남겨진 의미를 파악하며 ’두뇌’라는 가상의 인물과 싸우게 되고, 어린시절 입양된 알렉스는 자신과 같은 지문을 가진 자, 자신과 너무도 닮은 테리 러브크래프트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쫓기 시작하고 뜻하지 않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테오의 경고, 자신의 유일한 친구이자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데 도움을 주는 친구 수잔의 죽음 등이 알렉스의 목숨을 시시각각 조여온다.
1편이 끝났지만 범인의 윤곽은 전혀 잡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초반 알렉스의 트라우마가 공개되고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될 무렵 그녀의 정체가 드러남으로써 알렉스의 행동과 심리상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로인해 실마리가 물꼬를 트게 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1편의 마지막 부분에서 알렉스와 다윈이 알게된 우연한 일치는 2편에서는 더 거대한 사건을 예고하는 듯 보인다.
더욱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고자 하는 테오의 다급한 전화는 1편에서 조금 미비했던 긴장감이 2편에서 증폭되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1편에서는 창조론과 진화론, 미술작품 그리고 유전자를 비롯한 생물학적 내용들을 끊임없이 보여줌으로써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주고있어 긴장감보다는 내용을 읽어내려가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인 스릴러의 형태를 보여줌으로써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일게 했다. 이러한 구성으로 인해 2편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게 되었는데, 이 책이 전달하려는 ’진화와 복제 인간에 대한 문제’가 긴장감 속에서 현재 과학이 가지고 떠안고 있는 복제의 논란에 대해 큰 메시지를 전달하리라 생각된다. 알렉스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본격적인 스릴러 내용을 보여주게 될 2편을 기대해본다.

(사진출처: ’거짓의 미술관’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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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미술관 2
랄프 이자우 지음, 안상임 옮김 / 비룡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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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권에서는 창조론과 진화론, 미술작품 그리고 유전자를 비롯한 생물학적 내용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스릴러 장르가 주는 긴장감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했던 듯 싶다. 그러나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스릴러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어 2권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으며,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내용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인간 복제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과학적인 측면과 윤리적인 측면으로 나뉘어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 책은 미술 작품의 도난이라는 범죄 소설 형식을 빌어 진화와 복제 인간에 대한 문제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유명 미술작품의 도난사건으로 알렉스 다니엘스가 용의자가 되고, 미술품 보험회사인 아트케어가 다니는 다윈은 사건을 추적해나가면서 알렉스와 다윈의 만남이 시작되고, 알렉스는 테오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모면하게 된다. 알렉스와 다윈은 도난 현장에서 흔적을 쫓아 문제를 해결해 나가게 되는데, 알렉스는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된다.

"돌리의 경우 임신에 성공하기 위해 약 280번의 세포융합을 실시했대. 소의 경우 성공률이 1퍼센트도 안 된다는 건 제쳐놓고라도 말이야. 인간 체세포에서 유전물질을 뽑아 핵을 제거한 난세포에 이식하는 기술이 이미 한국이나 중국, 미국에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배아가 8세포기 이상까지 발전하지 못했어. 그런데 이십오 년 전에 동시에 여러 명의 복제 인간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말을 믿으라는 거야?" (본문 72p)

"그럼 우리는..........키메라야?"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았고 두 종의 특징이 서로 합해진 생명체를 과학자들은 그렇게 표현해. 생물학자들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접합자, 즉 수정란에서 나온 유전자적으로 서로 구별되는 세포를 지닌 유기체를 그렇게 불러. 아마 기프에 대해 들어 봤을 거야. 이 동물도 키메라야. 양과 염소의 교배종이지." (본문 73p)

<<거짓의 미술관>>은 미술품의 도난이라는 범죄소설과 진화와 창조 그리고 유전자 등에 대한 과학적 견해, 그리고 몰랐던 자신으 정체성을 알게 되고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 그리고 로맨스와 복수, 윤리성 등 철학적 의미까지 다양한 주제를 포괄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또 하나, 여기서 꼭 주목해야할 점이 있는데 바로 작가가 짚어주고 있는 ’사고의 전환’이다.

내 소설의 가장 큰 허구는 아마도 알렉스 다니엘스의 ’거짓의 미술관’을 통해 자극을 받은 사람들의 사고 전환일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모든 다툼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려고 하는 데 기인한다." (중략)
나 또한 내 손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프리드리히 헵벨의 말마따나 이 글을 자유롭게 썼다. "둥글둥글하게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는 모난 무엇인가가 되는 것이 훨씬 낫다." (본문 399,400p)

2권 역시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내 지적 수준이 미치지 못함에 이 책에 많은 아쉬움을 갖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간 유전자 연구의 재개로 인해 과거에 저질렀던 죄를 사면받기 위해 과거를 모두 지우려했던 인간의 끊임은 욕심, 그 욕심에 맞서 싸우려는 복수 그리고 자아를 찾아가는 알렉스와 그 옆을 지키는 파트너 다윈의 심리가 잘 묘사되어 사람이 가지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게 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좋은 시간이 되었던 거 같다.
인간 복제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지만 결국은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아닌가 싶다. 과학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거짓의 미술관>>은 미래에 허구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게 될지 모를 인간 복제에 관한 문제를 드러냄으로써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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