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젤롯 - “예수는 정치적 혁명가였다” 20년간의 연구로 복원한 인간 예수를 만나다
레자 아슬란 지음, 민경식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나는 비종교인으로 종교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이들에게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해서 종교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다만 종교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으로 인해 타 종교에 대한 배척으로 전쟁까지 불사하는 이들에 대한 거부감이 나를 종교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그런 내가 선뜻 이 책 <<젤롯>>을 읽어보려고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존 유욕타임스 1위와 20년간의 연구로 복원한 인간 예수를 만날 수 있으며 "예수는 정치적 혁명가였다"는 작품 소개에 호기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20년 이상의 역사적 고증을 통해 완성된 예수의 전기로 교회의 틀에 갇혀 신적인 존재로서만 알려진 "예수 그리스도"를 벗어나 유대의 독립과 민중을 위해 싸운 혁명가 '나사렛 예수'로서의 면모를 제시하고 있는 논픽션(출판사 서평 中)이라는 점이 상당히 매혹적이었다. 아마 종교로서의 예수가 아닌 인간이었으며, 혁명가였던 예수를 만난다는 점에 흥미를 갖지 않을 독자를 없으리라.
저자 레자 아슬란은 작가이자 종교학자로 복음주의 기독교에 심취했다가 이슬람으로 개종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무조건적인 믿음으로 한 복음주의 기독교의 기반이 명백한 잘못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신자가 아닌 학자로서 종교학을 공부하고 성서를 연구하면서 역사적 예수의 삶과 그가 살았던 세계에 대해 공부할수록 예수에 더 끌렸다고 한다. 연구 결과, 그는 훨씬 더 헌신적인 나사렛 예수의 제자가 되었고 예전보다 더 신실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 특히 기독교 독자들에게 이 책이 예수가 살았던 세계의 완전한 감각을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예수가 누구였는지 무엇을 의미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그가 살았던 시대의 이해 하에 두는 것이 열쇠라 했으며 이 책은 그것을 담고 있다고 했다. 종교 부문에서 이례적으로 아마존 전체 베스트셀러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오른 이 작품은 역사상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인 예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저자에 의하면 예수는 '정치적 의식이 투철한 유대 혁명가'였다. 로마 제국을 멸망시키고 하느님의 나라를 회복하기 위해,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웠음을 외치며 민중 운동을 일으키다가 로마 당국에 의해 처형된 '열성파' 인물이다. 이 책은 1세기 팔레스타인, 로마 제국의 통치 하에 수난 당하며 여러 차례 봉기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결국 예루살렘이 함락되며 멸망에 이른 역사적 배경을 소상하게 밝히는 것은 물론, 복음서 저자들의 저술 동기, 그리고 예수 동생 야교보와 바울의 관계를 조명하면서 유대 전통에 뿌리박은 예수의 정치적이고 현실적인 가르침이 어떻게 점차 희석되면서 결국 오늘날의 우리가 아는대로의 예수상으로 변화했는가를 흥미롭게 개진하고 있다. (본문 12,13p 추천사 中)
이 책은 종교를 떠나 실존 인물로서의 예수, 즉 기독교가 생기기 '이전의' 예수 모습을 많이 찾아내기 위해 기획되었다. 그렇다면 예수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는 2,000년 전 갈릴리 시골 지역에 흙먼지를 일으키며 돌아다닌 인물이었으며,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겠다고 추종자들을 끌어모아 매시아 운동을 펼친 정치의식이 투철한 유대 혁명가였다. 비록 그가 성전을 공격했으나 선동죄로 로마에 체포당하고 처형당했지만 말이다. 그는 죽음과 함께 역사적 인물인 진짜 예수가 아닌 신앙의 대상인 예수가 되어야했다.
2,000년이 흐른 오늘날, 바울이 만든 그리스도가 역사적 예수를 완전히 집어삼켜버린 셈이다.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제자들을 이끌고 갈릴리를 배회하던 혁명적 젤못에 대한 기억, 예수살렘 성전 제사장들의 권위에 반발한 매혹적인 설교자에 대한 기억, 로마의 압제에 도전하다 실패한 과격한 민족주의자에 대한 기억은 역사의 뒤편으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본문 308p)
예수가 할동하던 시대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종교적 배경을 소개하고, 예수 운동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 역점을 둔 <<젤롯>>은 예수에 대한 맹목적 믿음으로 거부감을 들게했던 이들을 배제하고 예수의 삶과 사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 작품이었다. 역자는 예수의 진면목이 궁금한 이들, 그러나 예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 또한 예수에 대해 좀 알고 있는 이들이나 예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이들, 여러 가지 이유로 예수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있다. 사실 역사적 인물로서의 예수가 아닌 그리스도 예수에 대해서만 알고 그들을 추종하는 이들에 대한 거부감으로 예수의 진면목을 알고자 하지 못했던 나에게는 이 책은 생각지도 못했던 혁명가였던 역사적 인물을 알게 해 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는 종교 서적으로서가 아닌 역사 인문 서적으로서의 작품으로 더 의미가 있었다는 뜻이다.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이 기독교인들에게는 반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비종교인에게 예수라는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기독교인들에게도 환영까지는 아니더라도 반감을 표할 작품은 아닐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함께 해 본다. 이 책은 예수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작품이었으니 말이다. 결국 저자가 그랬듯이 예수를 알게 됨으로써 상당수의 독자들이 예수에 대한 믿음이 신실해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