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 집에 갔는데 친구는 없고
신해영 지음 / 로코코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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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의 표지가 눈에 띄는 책이다. 제목 또한 눈에 띈다. 친구네 집에 갔는데 친구는 없고 누가 있었던 걸까? 무한 기대를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40대인 지금도 이런 달달한 로맨스에 가슴이 설레인다니. 여전히 마음만은 스무살의 꽃다운 나이인가보다. 하이틴 로맨스를 읽던 어린 시절의 모습처럼 말이다.

 

번역과 통역일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 정윤정은 화려하진 않지만 순탄한 삶을 살아가는, 스스로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이다. 그런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왔다. 인생에 길이 남을 그 흑 역사의 날은 몇 년 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물두 살의 정윤정은 평범한 대학생이었고, 룸메이트인 메이가 중국에서 친구가 와 묵는 날, 최악의 날을 맞는다. 윤정은 절대 멈추지 않을 듯했던 그들의 수다를 포기하고 집을 나섰다. 막막했던 윤정은 발레 스쿨에서 만난 어렸을 때의 소꿉친구였던 승희가 러시아로 가면서 한국 집을 그대로 두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고 없는 동안 비어 있는 집을 쓰라고 권했던 사실이 떠올라 승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얼어 죽을 듯한 윤정은 답변이 오기전에 텅 비어 있는 집안으로 들어가 옷을 훌훌 벗고 욕실에서 얼어 있던 몸을 녹였다. 따뜻한 물, 얼었다가 녹기 시작한 녹진한 몸으로 너무 좋았던 윤정은 남성용의 전기면도기를 발견하게 되고, 놀라움에 욕실의 흔적을 지우고 서둘러 거실로 나왔으나 오토 로크가 열리자 옷을 싹 다 끌어안고 베란다로 피신하고 만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옷을 훌훌 벗고 있는 남자를 보게 되고, 억만년이 지난 것 같은 시간이 자난 후에야 남자가 욕실 문을 닫고 사라지자 서둘러 옷을 입고 도망치려 했으나 핸드폰이 까톡까톡...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하면서 결국 남자에게 들키고 만다.

 

남자의 이름은 유승우로 승희의 쌍둥이 오빠였는데, 승희가 보낸 메시지로 신분을 증명하고, 통화까지 했음에도 남자는 화가 풀리지 않았다. 열여덟 살의 나이로 국가 대표에 선발된 유승우를 알아본 승희에게 승우는 승희가 자신을 만난 사실, 자신의 알몸을 본 사실을 소문내지지 못하도록 반짝반짝 빛이 날 것 같은 아름다운 얼굴로 '너, 나랑 자자'라고 말한다. 메이의 친구들이 집을 점거해 버린 후 윤정은 고민 끝에 학교 근처의 원룸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 뒤로도 승우는 자자며 사전 연락도 없이 수시로 찾아온다. 윤정은 그런 승우에게 밥을 해주고, 승우는 식사가 끝나면 윤정의 침대에서 잠들었다가 윤정이 잠든 사이에 사라지곤 했다.

 

통역, 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인력을 모으는 회사에 취직해 일을 하는 동안에도 승우의 느닷없는 방문은 계속 되었고, 승희가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도 승우는 갑자기 나타나곤 했다. 윤정은 승우의 경기를 빠짐없이 시청하곤 했으며 연락없이 찾아오는 승우를 자신도 모르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힘든 경기를 마치고 찾아온 승우의 몸을 씻겨주고 몸을 감겨 주면서 두 사람은 하나가 된다. 윤정은 승우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하지만, 승우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승우와 여배우 서해민과의 스캔들이 터지고, 승우는 월드컵 경기로 연락이 되지 않는다. 힘겨운 경기가 계속 되자 승우가 걱정된 윤정은 무작정 브라질로 가게 된다. 자신을 향한 승우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윤정, 그런 윤정의 투덜거림이 좋은 승우 그리고 그들의 달달한 로맨스에 흐뭇한 나.

 

하여튼 재주가 있어............은근 내가 매달리게 만든단 말이지. 내가 그러고 있다는 걸 눈치 못 챈다는 게 귀여워 죽겠지만.

이 여자는 알까?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표정을 하고 홀딱 벗은 채 내 침대 위에서 덜덜 떠는 그 모습을 보았을 때부터 내가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을.

모르겠지.

계속 아무도 모를 이야기니까.

 

동생네 집에 갔는데, 동생은 없고, 내 사랑이 있었다. (본문 399p)

 

심상치 않았던 두 사람의 만남, 윤정은 전혀 모르는 윤정을 위해 축구인생까지 거는 승우의 사랑, 승우의 마음도 제대로 모르는 채 승우를 사랑하는 윤정, 두 사람의 달달한 로맨스에 오랜만에 마음이 설레인다. 연작은 아니지만 저자 혼자 시리즈라고 우기고 있다는 <이모네 집에 갔는데 이모는 없고>가 먼저 출간이 되었었나보다. 앞으로 고모, 삼촌, 사돈 등등 힘닿는 데까지 쓰겠다는 저자의 이야기에도 웃음이 빵~ 터졌다. 끝까지 기분좋게 마무리해주는 저자의 센스가 마음에 든다. 그렇다면 전작 이모도 얼른 읽어봐야겠다.

 

나는 하루하루 차근차근 내 삶을 쌓았던 것처럼, 하루하루 차근차근 유승우와의 시간을 쌓았다. 어떻게 보면 지독하게 평범한 방식으로, 어떻게 보면 약간은 특별한 방식으로.

 

친구네 집에 갔는데 친구는 없고, 내 운명이 있었다. (본문 3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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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게 뭐야 2 알 게 뭐야 2
김재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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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건 뭐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하율이. 그리고 음악. 하율이와 함께 음악을 하는 것.

태어나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표지 中) 

 

 

네이버에서 연재되고 있는 인기 웹툰이자 회당 평균 조회 수 2만 건을 넘기고 있는 <<알 게 뭐야>>가 올해 2월 1권이 단행본으로 출간되는데 이어, 드뎌 4월 2권이 출간되었다. 1권에서 보여준 코믹스러운 스토리나 주인공들의 설정 등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기에 2권의 출간을 너무 기다렸었다. 책을 읽으면서 키득키득 웃는 내 모습에 고등학생인 큰 아이는 그런 나의 모습이 당연하다는 듯, 이 책을 읽다보면 웃을 수 밖에 없다는 듯 그렇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코믹스러운 요소가 이 책의 전부가 아니다. 꿈이 없는 청춘이 꿈을 꾸기 시작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성장 이야기가 바로 <<알 게 뭐야>>다.  이 웹툰은 친구를 따라 갔다가 작가 자신이 모델이 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이 웹툰이 빈지노 가수의 실화라는 이야기가 웹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정 인물을 닮은 등장인물과 성격, 개그프로에서 봄직한 유머 코드 등 볼거리가 가득한 작품이다.

 

 

1권에서 주인공 원준은 <여자애들 보는 잡지>의 모델이 된다. 화려했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온 원준은 모델이 된 자신을 알아봐주는 아이들로 인해 인기를 얻지만 원준의 매니저를 자처한 정필은 일진 박기훈에게 구타를 당하고 3주 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된다. 피해자는 병원 신세이지만 가해자인 이사장 아들인 기훈이 웃고 있는 모습에 참을 수 없었던 원준은 기훈에게 덤비게 되고, 얼굴에 상처를 입은 원준은 모델에서 짤리게 된다. 막막하기만 했던 원준에게 하율은 자신이 속한 팀DeF과 함께 음악을 하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는다. 뜬금없는 제안이었지만 하율이 때문에 승낙을 한 원준은 팀의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정윤찬에게 테스트를 받게 되고, 함께 하게 된다. 이후 원준은 정윤찬이 준 힙합 앨범을 들으며 신세계를 경험한다. 원준의 환영식으로 원준은 여친 미숙이 누나를 데리고 팀과 함께 바다로 놀러가게 된 원준은 진실게임에서 하율이 이들 중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흔들리고, 미숙은 그런 원준의 마음을 알고 헤어지자고 한다. 이후 수시에서 떨어진 원준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뭐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잘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지식을 강요받는다. 마치 똑같이 찍어낸 그림처럼.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게 없고, 배우고 싶은 게 없는데 왜 나의 스무 살의 모습은 꼭 대학생이어야만 하지?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하율이. 그리고 음악. 하율이와 함께 있는 시간과 음악을 듣고 배우는 시간만큼은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율이와 함께 음악을 하고 싶어. (본문 308~318p)

 

위에서 언급한 원준의 고민은 바로 우리가 청춘들이 고민일 게다. 똑같은 옷, 똑같은 지식을 강요받는 청소년들의 목표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은 얻는 것이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 잘 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사치가 되어버렸다. 스무 살의 모습이 꼭 대학생이어야만 하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나 역시도 고등학생인 딸에게 그 모습을 강요하고 있었다. 스무 살의 내 아이의 모습이 그 어떤 모습일지라도 나는 딸을 응원할 수 있을까? 웃으며 읽었지만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닌 청춘의 성장기를 담은 <<알 게 뭐야>>가 내 딸에게는 원준과 같은 고민을 하게 됨으로써 한 발짝 더 성장하는 계기가, 엄마인 나에게는 그런 딸을 응원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준 듯 싶다. 태어나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것이 생긴 원준, 앞으로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된다.

 

(이미지출처: '알 게 뭐야 2'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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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 피천득 동화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8
피천득 글, 권세혁 그림 / 현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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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수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피천득의 동화 '자전거'로 만든 그림책 <<자전거>>가 현북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자전거'는 피천득의 시문집 <금아신문선>에 처음 실린 작품으로 자신보다 조금 더 큰 아이의 자전거를 부러워하는 어린 아이의 마음을 일화로 풀어낸 동화입니다. 누구나 자전거에 대한 추억 한 가지씩은 있게 마련이지요. 저는 어릴 때 뒷자리에 동생을 태우고 신나게 비탈길을 내려오다가 브레이크를 잡지 못해 그대로 곤두박질 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엄마한테 혼날까봐 가슴을 졸였었지요. 간혹 자전거를 타는 날이면 이런 어린 시절의 그 추억이 떠오르곤 한답니다. 우리 집 두 아이도 모두 자전거에 대한 추억이 하나씩 있을 것입니다. 물론 엄마인 제가 아이들과 자전거를 통해 기억하고 있는 추억과는 또 다른 기억들을 가지고 있겠지요? 그리고 여기에 현북스의 <<자전거>>가 또 다른 추억 하나를 더해줄 듯 싶네요.

 

 

칠성이는 남이네 단골 반찬 가게 심부름하는 소년입니다. 남이는 자전거를 타는 칠성이를 불러 자전거를 태워달라고 조릅니다. 다쳐서 안된다고 해도, 어머니가 아시면 큰일 난다고 해도 남이가 하도 조르는 탓에 칠성이는 마지못해 남이를 안아서 자전거 앞채에다가 두 다리를 한편으로 뻗게 모로 앉혔지요. 칠성이는 조금 끌고 가다가 나는 듯이 올라탔습니다. 자전거 맛이란 엄마가 사다 준 게으름뱅이 세발자전거에다 댈 바가 아니었지요. 남이는 '나는 언제 커서 자전거를 타고 마음대로 돌아다니나.' 라는 생각에 칠성이가 퍽 부러웠지요.

 

 

칠성이가 내리라 하지만 남이는 다신 태워 달라지 않을 테니 더 태워달라고 합니다. 남이는 자신의 자돋차, 마차, 집 짓는 나무 등 자신의 장난감을 구경시켜 준다며 계속 조릅니다. 칠성이도 남이가 하도 타고 싶어 하는 것이 애처로워서 계속 태워줍니다. 그렇게 타고 얼마쯤 달리니 앞바퀴에서 '스르르'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남이가 살펴보니 제 구두가 앞바퀴 가장자리에 스쳐서 그런 소리가 나는 것이었죠. 남이가 재미있어 제 구두 끝에 더 가까이 갖다 댔더니 이번에는 '치이 치이'하는 소리가 나네요. 칠성이가 발이 바퀴에 가 끼면 부러진다며 머라하니 얼른 발을 치우지만, 남이는 그 스치는 소리가 재미나서 자꾸 갖다 대고 싶었지요. 몇 번이나 대려다가는 말고, 대려다가는 말고 하던 남이는 결국은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정신이 들어 눈을 떠 보니 발 하나가 하얀 붕대로 감겨 있네요. 발이 아프다고 우는 남이는 어느 새 칠성이가 걱정되었습니다. 엄마가 어린아이 하자는 대로 한 칠성이를 타박하자 남이는 얼른 자신의 잘못이라며 칠성이 걱정을 합니다. 칠성이는 남이가 걱정되어 해쓱한 얼굴로 서 있습니다. 엄마는 걱정말고 그만 가보라고 하지만, 남이는 칠성이를 부릅니다. 칠성이에게 장난감을 구경시켜줘야 하니까요.

 

 

아이들은 어른들의 세계를 동경하곤 합니다. 자신은 게으름뱅이 세 발 자전거를 타야하지만, 칠성이와 같은 어른들은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으니까요. 이 그림책 <<자전거>>에는 이런 아이들이 마음이 잘 녹아있습니다. 칠성이는 그런 남이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었지요. 그런 칠성이가 고마웠는지 장난감을 보여주겠다는 남이의 마음도 참 예쁘고 순수하네요. 남이의 순수함, 칠성이의 이해심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그림책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남이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엿보고, 칠성이를 통해 부모가 해주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보게 합니다. 마음 따뜻해지는 그림책 <<자전거>>였습니다.

 

(이미지출처: '자전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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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가 들려주는 보이지 않는 손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42
서정욱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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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42번째 이야기는 <<애덤 스미스가 들려주는 보이지 않는 손 이야기>>입니다. 애덤 스미스는 영국의 유명한 철학자로 부자 나라에 관한 내용인 <국부론>을 썼지요. 이 책은 바로 <국부론>에 대한 이야기를 동화형식으로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담아낸 책입니다. 지금까지 읽어봤던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는 현 시대를 배경으로 하였으며,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이번 이야기에서는 어린 시절의 애덤 스미스를 직접 만나보게 됩니다. 18세기, 영국 스코틀랜드에 살고 있는 열다섯 살의 스미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이 당시 영국에서는 봉건 제도가 무너지고 상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자본이 쌓이고 기업이 등장해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은 노동력이 풍부하고 자연과학이 발달했기 때문에 산업혁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고, 그 혁명을 이루기 위한 변화가 시작되는 중이었지요. 어려서부터 책을 매우 좋아하고 영리했지만 대단한 말썽꾸러기였던 스미스는 스미스네 목장에서 양을 관리하는 조엘 아저씨의 딸 제시카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미스 집에서 일하는 시녀 모니카의 아들 피터가 스미스네 방직 일을 돕기 위해 함께 살게 되면서 스미스에게 변화가 찾아옵니다.

 

제시카와 피터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피터를 싫어하게 된 스미스는 피터를 내쫓기 위한 작전을 펼쳤지만, 스미스의 의도와 달리 피터는 기계화의 바람으로 일자리를 잃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어요. 비로소 스미스는 피터는 왜 학교를 가지 못하는지, 왜 먹고 사는 걱정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고, 열흘 간의 휴가가 주어진 모니카를 따라 피터네 집에 갔다가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같은 사람, 같은 나이인데 왜 이렇게 다른 집에서 살아야 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지요. 열흘 동안 스미스는 피터와 친구가 되었고, 피터의 일을 돕기 위해 머리핀을 만들어 팔기로 하는 과정에서 분업, 자연 가격 제도를 알게 됩니다. 스미스가 머리핀을 판 것을 알게 된 부모는 스미스를 외삼촌댁인 프랑스로 보내게 되고 피터는 그 곳에서 스스로의 부와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단순한 생각인 개인의 이기심이 곧 사회 전체의 부와 이익으로 확대된다는 것, 즉 보이지 않는 손이 부자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국부론>은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는 방법을 담았는데, 부의 원천은 노동이며, 부를 늘리기 위해서는 노동 생산력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이러한 경제학의 고전 <국부론>을 이 책에서는 스미스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동화로 담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연 가격 제도와 시장 가격 제도, 개인의 이기심, 분업의 중요성, 보이지 않는 손의 개념을 이렇게 이해하기 쉽게 담아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아저씨들은 힘들지 않으세요?"

"일하는데 몸이 고단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니?"

"그런데 왜 이렇게 일을 열심히 하세요?"

"하하! 그게 무슨 엉뚱한 소리니?"

"사실 그렇잖아요. 아저씨들이 일을 열심히 해서 밀을 많이 수확한다고 해도 그건 우리 외삼촌한테 좋은 일이잖아요."

"우리들이 땀흘려 열심히 일하는 건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해서란다."

"자기 자신이오?"

"그래, 모두가 자신을 위해서 일하지. 내가 일해서 돈을 벌어야 나를 포함해서 우리 가족이 먹는 것, 입는 것 걱정 없이 화목하게 지낼 수 있으니 말이야. 모든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어느 정도 이기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아니겠니?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단다. 덕망 있고 척한 사람이라고 해서 이기적인 생각이 없고, 나쁘고 악명 높은 사람만 이기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니야. 우리는 각자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거야." (본문 110~112p)

 

 

 

동화를 통한 이해, [철학 돋보기]를 통해 심도있는 철학 이야기,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를 통한 논술대비까지 그 구성이 정말 마음이 드는 책입니다. 까다롭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이 이 시리즈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철학과 조금더 가까워질 수 있을 듯 싶네요.

 

(이미지출처: '애덤 스미스가 들려주는 보이지 않는 손 이야기'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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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끼를 키우는 자유학기제 -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이야기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교사 모임 지음, 김학수 그림 / 라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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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중학교 교육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의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직,간접 체험 활동을 강화하고 수업방식을 토론, 실험, 실습, 프로젝트 수행 등 학생 참여 중심으로 개선하는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범 운영계획>이 발표되었다. 자유학기제는 공교육 정상화를 이끌어 갈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행복한 학교생활 속에서 스스로 꿈과 끼를 찾고 창의성, 인성, 자기주도 학습능력 등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배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향휴 연구학교 및 희망학교의 운영 성과 등을 바탕으로 15년 6월 <자유학기제 실시 계획>을 확정,발표하고 15년 하반기에 학교별 준비를 거쳐 16년 3월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전면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출처: 'http://if-blog.tistory.com/2799') 

 

 

시험이 중심이 되고 있는 현재의 중학교 생활에서 자유학기제가 실시가 된다면 학교생활의 가장 큰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는 뜻이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주기 위한 자유학기제는 사실 그동안 학생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바라던 이상적인 수업방식이기는 하지만, 이 변화된 방식을 제대로 활용하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또 다른 큰 과제가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시험이 사라지는 한 학기가 아이들에게 어떤 변수로 작용하게 될지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에 현실로 다가온 자유학기제를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이에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푸른숲 브랜드 '라임'에서는 <<꿈과 끼를 키우는 자유학기제>>를 출간하여 10개 학교 11명의 선생님이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를 거치면서 실제로 체험하고 고민했던 학교 현장 그대로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냄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자유학기제를 준비하고, 그에 따른 시행착오를 줄임으로써 자유학기제를 의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자 했다.

 

시범 운영 삼 년 중 중반부로 접어든 지금도 일부에서는 자유학기를 '노는 학기'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시험이 없으니 학생들이 놀게 될 것이라는 추측은 자유학기제를 겉에서만 바라본 오해에 불과하다. 시험을 앞두고 받는 스트레스, 며칠간 달달 외우는 공부, 시험 후 느끼는 해방감. 이 익숙한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저 '노는' 것일까? 시험 대신에 수업 시간에 손끝을 움직여 활동하고, 머릿속에서 충분히 사고한 다음에 토론과 발표를 하고, 오후 진로 탐색 활동에서 '앞날'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 보고, 급우들과의 협력 활동에서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이야말로 하나의 공부다.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자유학기제가 아니면 경험하기 어려운 '살아 있는 공부'다. (들어가는 글 中)

 

 

이 책에는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들이 자유학기제를 운영한 실례들이 실려있다. 총 20학급 600여 명의 학생들과 40여 명의 교사들로 이루어진 44년 역사의 축구 명문 학교 부평동중학교는 월요일에는 각자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으로 SCEP 모형을 기분으로 <내 꿈에 CHAMP>워크북을 활용한 진로 탐색 활동을 운영하였으며, 화요일에는 진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월요일에 진행했던 진로 탐색에 이어지는 진로 체험의 시간을 가졌다. 수요일에는 자신의 진로 탐색 이전에 나를 알고, 너를 이해하고, 더불어 행복하자는 프로그램 즉, 마음 성찰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으며, 목요일에는 스포츠 활동 운영, 금요일에는 문화 예술 선택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모든 선생님들이 학교 안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고 공허한 성장을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주기 위해 힘썼다. 울산광역시 북구 연암동의 공단 지역 근처에 있으며 총 24학급으로 구성된 연암중학교는 융합 수업으로 문제 해결력을 키우며 새로운 전설을 만들고 있으며, 소백산 자락의 주흘산 아래 자리 잡은 학교로 전교생이 164명, 한 학년에 2학그씩 총 6학급으로 이루어져 있는 문경서중학교는 동네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다양한 진로 체험 활동을 진행했다. 이렇게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경험이 담긴 각 학교들의 다양한 운영 방법은 자유학기제가 나아갈 방향, 보완할 점 등을 잘 전달해주고 있다.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의 강의보다 우리 주변에서 관련을 맺고 지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더 마음에 와 닿고 가슴 떨리게 하는 자극제가 된 것 같다.

'세상은 내 생각보다 훨씬 넓으며, 사람들은 내 상상보다 훨씬 더 다양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이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본문 130p)

 

자유학기제에 대해서 나는 그저 노는 학기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들이 보여준 생생한 경험을 통해서 나는 이것이야말로 내가 부모로써 원했던 이상적인 학교 생활임을 이해할 수 있었고, 아이들이 살아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에 기뻐할 수 있었다. 이들의 경험을 통해 바라본 자유학기제가 학생들, 선생님들에게 의미있는 시간이 되기 위해서는 자유학기제에 대한 학생, 선생님, 학부모 심지어 지역 사회에서의 올바른 이해와 부모, 심지어 지역 사회의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했다. 그들이 경험을 통해 보여준 준비과정과 수업방식은 우리 스스로가 앞으로 다가올 자유학기제에 철저히 준비하고, 노는 학기가 아닌 자신을 알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듯 싶다. 

 

아이들의 꿈과 끼를 이야기하며 각자의 희망대로 진로 체험 활동을 하게 되니, 그 반응 역시 엄청났다. 이번에는 어디에 가서 무슨 체험 활동을 하고 싶다고 떳떳하게 얘기하고, 체험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이런 교육 활동이야말로 진정으로 아이들이 원하고, 또 아이들을 위한 것이구나.'하고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본문 143p)

 

(이미지출처: '꿈과 끼를 키우는 자유학기제'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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