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조절기 하트 햇살어린이 19
김보름 지음, 김중석 그림 / 현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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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다스리려면 먼저 자신을 다스려라. 자신을 다스리려면 먼저 감정을 다스려라. (본문 16p) 태어나면서부터 경쟁 속에 살아가야하는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내면의 소리보다는 어른들이 이끄는대로 살아가고 있다. 좋은 성적, 좋은 대학만이 인생이 목표가 되면서부터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학교, 학원을 오가며 오로지 공부만 강요받는 현 교육현실로 인해 결국 이 동화책 속의 가상현실처럼 쿵쿵대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억누르며 사는 세상이 오는 것은 아닐까?

 

 

2029년 초등학생들은 제2의 심장과도 같은 감정조절기 하트를 가슴에 달고 다녀야한다.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 스스로 감정 통제하는 법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기분이 들쭉날쭉 제멋대로 날뛰면 성적도 떨어지고 태도도 불량해져 경쟁에서 뒤지고 만다. 학교에서는 한 달 동안 하트에 기록된 색깔로 점수를 내서 성적이 가장 좋은 사람한테 상을 주는데, 좋은 점수를 내려면 초록색이 오래 유지돼야 한다. 빨강은 가장 흥분된 감정, 보라색은 가장 침체된 감정, 초록은 기준이 되는 색으로 편안하고 쾌적한 기분을 나타내며, 화가 나거나 마음이 들뜨면 그 정도에 따라 노랑, 주황, 빨강 순으로 색깔이 올라간다. 반대로 기분이 가라앉으면 파랑, 남색, 보라색 순으로 내려가는데, 가장 위험한 상태는 빨강 단계이다.

 

세린은 작년부터 한 번도 빠짐없이 '이달의 감정조절 어린이'로 뽑힌다. 엄마는 과외도 없이 늘 상을 받는 세린이 얘기를 하며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은찬은 보았다. 반면 휘성은 늘 노랑이나 주황색이다. 빨간불이 켜질 때도 적지 않다. 우리 반 감정 평균을 깍아 먹는다고 선생님한테 늘 꾸지람을 듣지만 휘성은 별로 귀담아 듣지 않는다. 은찬은 굳어진 엄마의 얼굴을 떠올리며 세린이에게 특별한 방법이 있는지 물어보지만 뾰족한 방법을 듣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은찬한 한 할아버지를 둘러싸고 아이들이 모여있는 무리 속에서 하하하, 웃음소리가 터지는 것을 보았다. 할아버지는 사라진 놀이 기구인 퐁퐁(트램펄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트램펄린은 위험하고 해로운 놀이기구로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이 흥분시키기 때문에 사라졌는데, 할아버지의 말을 듣게 된 은찬은 왠지 마음이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은찬은 그날 그 할아버지가 소주를 마시고 하트를 부수라고 고함을 질러 경찰에 연행되었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은찬은 하트가 불안하게 깜빡이다가 순하게 가라앉은 자신의 마음처럼 다시 멀쩡해진 것을 보게 된다. 그러다 문득, 초록색으로 물든 하트가 냉혈동물의 심장처럼 창백해 보였다. 엄마의 노력으로 은찬은 '이달의 감정조절어린이'로 뽑히게 되고, 환호할 엄마 얼굴을 생각하니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지만,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얼른 정신을 차렸다. 이제 은찬은 저절로 감정 조절이 되어 하트에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엄마는 전국에 있는 초등학교들을 생각해서 평상시 컨트롤에 도움이 되도록 잘 때도 하트를 달고 자라고 한다. 은찬은 결국 하트 괴물이 나오는 악몽을 꾸게 되지마, 엄마는 보랏빛으로 물든 하트를 보며 그깟 꿈 때문에 감정 점수를 깍아 먹는 은찬을 나무란다.

은찬의 하트는 여전히 초록색이고 변함없이 차분하며 항상 안정되어 있지만, 자신의 기분이 어떤지 잘 느껴지지 않았으며 자신의 속에 있던 감정들이 모두 날아가버린 듯 했다. 그러던 중 1등을 다시 차지하기 위해 진정제를 먹던 세린이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은찬은 혼란에 빠진다.

 

 

"난 이제부터 가슴을 생각하기로 했어."

"가슴이라니? 하트 말이야?"

"아니, 하트 말고 진짜 가슴, 속마음 말이야. 나는 내 가슴이 원하는 일을 하니씩 해 볼 거야." (본문 85p)

 

은찬은 하트에 눌린 가슴이 답답하고 거북했고, 하트 없는 가슴으로 마음껏 뛰어놀고 싶었다. 은찬의 가슴은 플라스틱 하트처럼 단단하게 굳어 가는 것 같았지만, 퐁퐁 할아버지를 만난 은찬은 할아버지를 졸라 퐁퐁을 타보게 되고, 신이 나서 맘껏 소리칠 수 있었다. 빨갛게 흥분한 하트에서 경보음이 울리자 은찬은 하트를 움켜쥐고 잡아떼고는 가슴 깊은 곳에서 기쁨의 함성을 터트렸다.

 

 

<<감정조절기 하트>>는 이렇게 감정에 억눌린 은찬이 자신의 진짜 가슴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 현 교육현실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부모가 시키는대로 앞만보고 달린다. 감정조절기 하트를 매달고 있지 않을 뿐, 우리 아이들도 어느 새 감정이 억제된 생활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감정을 억누른 채 1등을 한다고 해서 행복할 수 있을까? 1등을 한 은찬이가 하트 괴물의 악몽을 꾸듯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쿵쿵대는 내 심장소리가 아닌 것을 위해 달리는 것은 그리 행복한 일이 아닐게다. 이 책은 은찬을 통해 그렇게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이고 내가 원하는 일에 자신감을 갖고 행동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은찬 엄마를 통해 부모에게 말한다. 우리가 부모로서 아이에게 해 주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라고. 부모인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아이의 행복이었다. 좋은 성적, 좋은 대학이 우리 아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잘못된 판단이 우리 아이들에게 감정조절기 하트를 매달아주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생각만해도 끔찍하기만 한 이 미래의 모습은 어쩌면 현 사회의 단면일지 모른다. 은찬 엄마와 다를 바 없는 내 모습을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제 내 아이의 가슴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쿵쿵대는 아이들의 심장 소리에 귀 기울여봐야겠다.

 

(이미지출처: '감정조절기 하트'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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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어드벤처 1 - 집에서 어드벤처 마이크로 어드벤처 1
김정욱 글, 네모 그림, 손영운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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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베스트셀러 <살아남기> 시리즈의 네모 만화가가 새로운 학습만화 <마이크로 어드벤처> 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크기가 작아진 주인공들이 집 안에서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이지요. 과학은 우리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들 말하지만, 사실 우리 어린이들에게는 피부로 와닿지 않는 말입니다. 과학의 복잡하고 어려운 원리가 어떻게 우리 생활에서 접목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을 뿐이지요. <마이크로 어드벤처> 시리즈 그 첫번째 이야기 <<집에서 어드벤처>>는 우리 일상의 공간에서 펼치는 모험을 통해 우리 생활 속의 과학 원리들을 흥미진진한 모험을 통해 전달해주고 있답니다. 과학에 흥미를 갖고 과학 지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도록 기획된 이 시리즈는 과학 상식을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네요.

 

과학의 원리는 우리의 생활과 동떨어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우리의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들입니다. 과학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입니다. <마이크로 어드벤처>가 독자 여러분의 '발상의 전환'과 신 나는 과학 체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작가의 말 中)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칭 정의를 수호하는 레인보우 시티 최고의 소년 탐정이자 괴도 핀치를 쫓는 일에 무모할 만큼 힘을 쏟고 있는 넘치는 체력과 빈약한 두뇌를 가진 우빈과 약속한 날짜에 맞춰 물건을 훔치는 것으로 유명하며 뛰어난 두뇌를 가졌으나 다른 이의 감정에는 백치 수준인 핀치, 세계적인 과학자인 수타인 박사의 손녀로 빼어나 미모와 지성을 자랑하지만 겁이 많고 둔한 아름, 그리고 수타인 박사를 이용하기 위해 아름을 납치하려는 의문의 악당으로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하는 직관력을 가졌으나 화가 나면 판단력이 흐려지는 발키리가 그 주인공이지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벌써부터 흥미진진해지는 듯 합니다.

 

 

괴도 핀치는 오늘도 다이아를 훔쳤고, 우빈은 그런 괴도 핀치를 쫓고 있습니다. 핀치는 빛의 세 가지 대표적인 성질 중 반사를 이용한 거울 트릭을 통해 우빈을 간단하게 따돌렸지요. 그러던 중 핀치는 여자아이를 잡아가려는 남자를 발견하고 원심력을 통해 여자아이를 돕습니다. 여자아이는 바로 아름, 할아버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모든 물질을 작게 만들어준다는 기적의 장치인  '나노머신' 때문에 위험을 빠졌던 것이지요. 위험에서 벗어난 줄 알았으나 녀석의 일행이 몰려오자 핀치는 아름을 도와 도망치려 하지만, 설상가상 우빈이 핀치를 잡으러 쫓아왔네요. 앞뒤로 포위당해버린 상황에서 핀치는 나노머신을 이용해 악당 일행의 눈에 띄지 않게 작아집니다. 하지만 발키리는 자신의 뛰어난 직관력으로 그들이 개미만큼 작아진 상태임을 알게 되고, 핀치 일행은 나노머신의 지속 시간인 3시간 안에 위기 상황에서 모면하기 위해 애씁니다.

 

 

 

핀치 일행은 책장 밑으로 숨었지만 진공 청소기에 빨려들어가는 공포를 맛봐야했지요. 핀치 일행은 고무줄의 탄성을 이용해 석궁을 만들어서 문까지 가는 로프를 쏘려고 합니다. 하지만 작아진 일행이 집 안에서 도대체 어떤 재료로 석궁을 만들 수 있을까요? God Brain 즉, 신의 두뇌라 불리는 핀치는 볼펜을 분리해 빈 볼펜 껍데기에 고무줄을 고정한 후 문으로 향하는 발사대를 만들고, 클립을 이용해 이동하는 기발한 생각을 해냅니다. 하지만 위험은 끝나지 않았네요. 욕실로 도망친 이들은 환풍기로 도망치기위해 미끄러운 타일을 올라갈 수 있도록 펄프로 만들어진 휴지와 물이 만나면 접착력이 강해지는 원리를 통해 암벽 등반을 시도하려 하지만, 발키리에 의해 저지당합니다. 이런 긴박한 상황 속에서 핀치와 우빈이 갈등을 빚게 되고 일행은 흩어지게 되지요. 하지만 아름을 위해 탈출을 시도하던 우빈은 위험에 빠지게 되고 핀치는 그런 일행을 구해주지만 앞으로 더 큰 위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 명의 주인공이 집 안에서 펼치는 상상 초월 모험을 통해 우리는 빛의 반사, 원심력, 길이와 넓이와 부피의 관계, 도르래의 원리, 고무줄의 탄성력, 계면 활성화제와 비누의 원리, 지레의 원리와 태양 에너지에 대해 이해하게 됩니다. 또한 볼펜으로 석궁 만들기, 간이 도드래로 물건 옮기기, 볼록 렌즈로 태양 에너지 모으기 등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실험들이 담겨 있어 과학과 더욱 친숙해질 수 있습니다. 재미있고 신 나는 모험 거기에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과학의 원리까지 겸비한 <마이크로 어드벤처>는 저보다 아이가 먼저 알아봅니다. 주인공들이 펼치는 긴박하면서도 신 나는 모험에 아이는 어느 새 푹 빠져버렸네요. 서둘러 2권을 읽어보고 싶어하는 아이를 보니 이 책이 많은 독자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마이크로 어드벤처> 그 첫번째 이야기 <<집에서 어드벤처>>는 과학이 우리 일상 생활과 아주 가까이 있으며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일깨우며 과학에 대한 즐거움, 흥미로움을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 신 나는 모험을 통해 과학상식과 과학의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마이크로 어드벤처> 시리즈, 그 다음 이야기가 너무너무 궁금해집니다.

 

(이미지출처: '마이크로 어드벤처 1_집에서 어드벤처'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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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이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41
오채환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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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41번째 이야기는 불안감, 수치심, 죄책감 등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노력은 바로 사랑이며, 그런 사랑을 위해서는 '사랑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파한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에리히 프롬이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가족간의 사랑, 친구간의 사랑, 이성간의 사랑 등 우리는 사랑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감성적이기 때문에 사랑을 제대로 알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사회심리학자이자 사상가인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을 통해 사랑에 관한 많은 것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도 '사랑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했는데요, 그 오묘한 의미에 대해 이 책의 주인공 은진이와 은혜 자매를 통해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사랑에 관해 동화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동생 은진이의 첫사랑 지훈이에 대해 쓴 일기를 훔쳐보며 키득키득 웃는 은혜 역시 버스에서 우연히 본 좋아하는 가수를 쏙 빼닮은 남학생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명찰에 '이승한'이라고 적혀 있던 남학생의 이름은 잊으려고 해도 잊혀지지 않았는데, 한참 그 남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그 남학생은 친구와 사랑에 대한 책을 쓴 프롬인가 뭔가 하는 사람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은혜는 혹시 나중에라도 그 남학생과 얘기할 기회가 생기면 프롬에 대해 아는 척하기 위해 그 책을 열심히 읽었어요. 그 책에는 '사랑은 기술이다, 배워야 하는 거다'라는 내용만 있었지요. 그 책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유효 기간은 길어야 2년이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양가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부모님도 다투고 며칠씩 말씀도 나누지 않는 걸 보면 엄마 아빠의 사랑이 식은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은혜의 이런 이야기에 사랑을 왜 배워야하는지 궁금한 은혜는 엄마에게 물어보기로 합니다. 헌데 엄마는 엄마와 멀어지면서 사랑이라는 기술을 터득하게 된다는 아리송한 말씀을 하시네요.

 

"멀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은혜가 어른이 되어 간다는 뜻이란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많아지고, 그러면서 자신이 다른 사람이나 주위 환경과 거리를 두고 있는 걸 느끼는 거지. 그게 바로 외로움이야. 외로움을 느끼면 다시 누군가와 혹은 무엇인가와 합치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 어릴 때 경험한 그런 어머니의 사랑, 한 몸이 되었던 경험을, 사랑의 기술이 대신하는 거야. 어머니 배 속에 있었던 것처럼 하나가 될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을 위하고, 생각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 더 가까워지는 거지." (본문 33,34p)

 

은진이는 다른 일은 하나도 안 하고 오로지 자식을 하루 일과를 체크하는 친구 윤정이의 엄마의 잘못된 사랑과 관심을 통해 사랑할 줄 모르는 어머니의 증상인 이기심을 보게 되고, 은혜는 짝사랑 지훈이를 따라 교회에 갔다가 아버지의 사랑,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이렇게 두 자매는 사랑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게 되고, 프롬이 말하는 사랑의 기술이 무엇인지 조금씩 이해해 가지요. 그리고 이들은 그렇게 사랑하기 프로젝트를 통해 사랑을 실천해갑니다.

 

어린이들을 주인공을 내세워 그들의 일상을 통해 철학에 접근하기 용이하도록 한 이 책은 동화형식을 통해 에리히 프롬의 사상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인간이 성장할수록 사랑의 기술을 애써서 배워야 한다는 사랑의 근본 원리, 존재 양식과 소유 양식으로 구분된 사랑의 두 가지 양식,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네 가지 조건 등 에리히 프롬의 사상이 동화 속에 잘 녹아들어 있지요.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알찬 내용이 철학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노력이 바로 올바른 사랑이며, 그런 사랑을 위해서는 사랑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학문과 예술 또는 자신의 신체 단련 같은 것도 외로움을 이기는 노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렇지만 가장 바람직한 노력은 다른 사람과 나누는 사랑입니다. 그 시작은 따뜻하게 열려 있는 마음으로 나누는 대화입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공통적으로 관심, 지식, 보호, 존경, 책임이 따라야합니다. (본문 128p)

 

이 작품은 에리히 프롬의 사상을 동화적 스토리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는 장점외에도 철학적 사고를 향상시킬 수 있는 구성을 담아내고 있는데,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는 사고력과 논리력을 향상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지요. 철학을 이렇게 쉽고도 재미있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끄는 책이 또 있을까요? 우리의 현실과 접목시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접근하기가 더 용이했던 거 같습니다. 고로,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고픈 시리즈랍니다.

 

(사진출처: '에리히 프롬이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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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인데 뭘 그래? 처음 성장그림동화 1
제니스 레비 지음, 신시아 B. 데커 그림, 정회성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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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김영사에서 <처음 성장그림동화> 시리즈가 출간되었네요. 이는 이제 막 학교라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어린이가 따뜻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바른 인성을 배워, 타인에 대한 배려는 물론 스스로 자존감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기획된 시리즈라고 하네요. 그 첫 권은 <<장난인데 뭘 그래?>>로 초등1~2학년을 독자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어른이 읽어도 좋을 내용이었습니다. '현대판 탈무드 동화'라는 타이틀처럼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일깨워주는 스토리가 마음에 드는 책이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의 현실을 대변하고 책 제목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죽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장난으로 던진 말, 행동에 상대방은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된다는 것이지요. 학교폭력, 왕따 등으로 심각한 상처와 고통, 절망에 빠진 아이들이 자살이라는 힘든 선택을 하고 있지만, 가해자는 그저 '장난'이었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어쩌면 정말 장난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장난이 괴롭힘을 당하는 당사자에게는 그저 장난일 수는 없지요. 이제 가해자에게 그 장난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도록 해야합니다.

 

 

게임을 하고 있는 제이슨을 아빠가 부릅니다. 아빠는 굳은 표정으로 대화를 하자고 말하지요. 제이슨이 새로 이사 온 패트릭을 뚱뚱보, 꿀돼지, 꿀꿀이라고 부르는 탓에 페트릭은 학교에도 가고 싶어하지 않고 밤마다 악몽을 꾼다고 패트릭 아빠가 제이슨 아빠를 찾아왔거든요. 제이슨 아빠는 모든 애들이 페트릭처럼 제이슨을 놀리면 기분이 어떻겠냐고 묻지만, 제이슨은 "저는 그저 장난으로 그랬을 뿐이에요." 라고 말하지요. 이제 아빠는 제이슨에게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린시절의 아빠는 늘 개골개골하고 우는 목소리로 말하는데다, 얼굴과 목, 심지어 팔까지 주근깨투성이었던 새로 이사 온  아이에게 '얼룩개구리'라고 불렀습니다. 아빠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고, 그런 것쯤은 괜찮다고 생각했으며 그저 장난으로 그랬었죠. 하지만 결국 아이는 먼 데로 이사를 갔게 되었고 아빠는 다시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던 그 아이를 삼십 년이 지난 지난 달 철물점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악수를 건넸지만 그 친구는 경찰관이 되었으며 아빠로 인해 아주 오랫동안 스스로를 형편없는 인간으로 생각하며 살았다고 했어요. 아빠는 미안하다고 했지만 친구는 너무 늦었다고 했지요.

 

 

"네 할아버지가 가끔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사람은 마음속에 두 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는데, 한 마리는 착한 개고 다른 한 마리는 나쁜 개라고 그러셨어. 그 두 마리는 늘 으르렁거리며 싸운다고 하셨지."

"싸우면 어떤 개가 이겨요?"

"주인이 밤을 더 많이 주는 쪽이 이기겠지. 결국 주인이 결정하는 거야. 곰곰히 생각해 보렴. 너는 어떤 개에게 밤을 더 많이 주는지 말이야." (본문 22,23p)

 

 

저녁을 먹고 나서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간 제이슨은 낙엽을 긁어모으고 있던 패트릭을 만나게 되었고, 패트릭은 제이슨을 보자마자 놀라 쥐고 있는 갈퀴를 떨어뜨리고 말지만, 두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시작하자 이야기가 잘 통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패트릭은 '꿀돼지'가 아니라 놀라운 팔 힘을 가진 '망치 손'이 되었습니다. 이제 두 사람은 친한 친구가 된 듯 싶네요.

왕따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그 해결책을 찾으려하지만, 왕따 문제는 여전히 그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동화책에서는 가해자의 행동이 얼마나 나쁜지 스스로 깨닫도록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이 해결책은 우리가 익히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가해자는 피해자의 입장이나 마음을 헤아리는 법을 잘 알지 못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을 정확히 꼬집고 있지요. 제이슨 아빠는 가해자가 된 제이슨의 행동이 얼마나 나쁜지를 스스로 깨닫도록 잘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부모의 올바른 역활로 가해자가 스스로 그 잘못을 깨닫도록 이끌어준다면 왕따문제는 조금씩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장난인데 뭘 그래?>>는 이렇게 부모의 올바른 역할과 가해자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달아가는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웁니다. 가해자인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인지, 자신의 행동으로 상대방이 얼마나 큰 상처를 입을지 잘 알지 못해서 비롯됩니다. 이 동화책은 짧지만 중요한 두 가지 사실에 대해서 아주 강렬하게 전달해주고 있네요. 제이슨 아빠를 통해 우리 어른들의 올바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꼭 같이 읽어보길 권해봅니다.

 

(이미지출처: '장난인데 뭘 그래?'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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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있나요?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2
김혜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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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흔히 '밥은 잘 먹고 다니고?'라는 인사를 건넨다. 오래전 가난했던 우리나라는 밥을 잘 먹는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기에 그런 인삿말이 필요했겠지만, 요즘처럼 밥 잘 먹고 다니냐는 인사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어트 하겠다고 일부러 밥을 안 먹고다는 현실에서 말이다. 그러고보니 참 아이러니하다. <다이어트 학교>의 김혜정 작가가 이번엔 <<잘 먹고 있나요?>>라는 서로 상반된 책 제목을 출간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잘 먹고 있냐는 물음은 그저 밥에 관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밥 잘 먹고 다니냐는 인사가 그저 우습게 느껴졌던 내게, 왠일인지 이 책 제목은 의미있게 들려온다. 그렇다면 어른들이 건네는 그 인사도 아마 그저 밥을 잘 먹고 다니냐는 단순한 물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 인사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책 속에서 나는 그 물음을 찾아보고자 한다.

 

1년 전, 집을 나갈 때 들고 나갔던 가방을 들고 다시 들어온 누나가 한 말은 식당을 다시 열겠다는 말이었다. 작년 겨울에 교통사고로 엄마가 돌아가시자 고아가 된 재연과 재규였다. 대입 삼수를 하고 있던 누나가 무슨 생각으로 공부를 그만두고 식당을 하겠다는 건지 재규는 알 수 없다. 재규가 초등5학년 때, 엄마는 식당을 열었고 1층은 식당, 2층은 미술학원, 3층은 정수기 대리점 그리고 4층은 집으로 사용했고, 예체능반을 지원한 고등2학년인 재규는 여전히 초등학생 아이들이 다니는 그 미술학원에 다니고 있다. 취미로 시작한 미술이 과연 그의 직업이 될 수 있을지, 자신에게 그만한 재능이 또 있을지 재규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끝내 누나는 누나의 고집대로 식당을 열었고, 재규는 같은 반 수지가 입시학원에서 얻은 K대학 미술대회 정보를 알려주었지만, 일주일 째 학원을 나가지 않고 있다. 엄마는 누나가 대학에 가길 바랐고, 재규에게는 미대에 가서 유명한 화가가 되기를 바랐음에도, 누나는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고 식당 일을 하고 있기에 재규는 미술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엄마가 불쌍해진다는 생각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왜 억지로 하고 있어? 어차피 엄마도 없는 이 마당에. 너 미술 그만두고 싶은데 엄마 때문에 못 그만둔 거잖아. 이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솔직히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엄마 때문에 좀 짜증났잖아. 엄마는 현실을 너무 몰랐어. 공부하기 싫어하는 나한테 무조건 대학에 가라고 시키고, 미술대회에서 상 몇 번 받았다고 네가 곧 유명 화가라도 될 것처럼 굴었어. 그게 말이 되냐? 엄마는 우리한테 세상 물정 모른다고 했지만, 엄마가 더 바보 같았어." (본문 54p)

 

재규는 누나의 친구 서진 누나에게 누나가 고등학교 시절 가수가 되고 싶어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미술대회에 나가 상을 받아오지 못하면 그 주 내내 우울해하던 엄마를 떠올리게 된다. 미술대회에 나가 상을 받을 때는 별로 좋지 않다가도 엄마가 행복해하믄 모습을 보면 그제야 상을 받은 게 기뻤던 재규, 이제 그런 자신이 언제 기쁠지, 언제 행복할 수 있을지 재규는 알지 못했다. 누나는 엄마의 보험금까지 사용해서 방송 브로커를 통해 맛집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다고 고집을 피웠고, 재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행했다가 사기를 당하고 만다. 그러던 중 식당 자리에 주네커피 직영점을 내고 싶다고 남자가 찾아오게 된다. 한편, 재규의 부모님 진학 상담에 누나가 대신 참석하게 되고, 누나와 상담을 끝낸 담임은 그림 그리는 게 좋긴 한데 자신이 없는데다 미대에 간다 하더라고 나중에 먹고살 수 있을지 고민인 재규에게 축구를 그만두게 된 자신의 사연을 전한다.

 

"나는 축구를 아직도 좋아하고, 경기도 즐겨 본다. 그건 내가 충분히 도전해볼 만큼 도전하고 안 됐기 때무에 가능한 거야. 어설프게 하다가 그만둔 내 친구들은 축구를 싫어해. 나도 끝까지 도전하지 않고 그만뒀으면 아마 배 아파서 축구 경기를 보지는 못할 거야. 그러니까 인마, 너도 우선 걱정부터 하지 말고, 뭐든 해보란 말이야. 3.14에서 자를지 3.145에서 자를지는 금방 결정할 수 있는게 아니야." (본문 220p)

 

재규는 미대에 남기로 했고, 누나는 식당을 계속 하기로 했다. 내일도 누나의 식당은 물을 열 것이다. 이 책에는 재규와 재연 남매 외에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재규의 친구 준모가 등장하고, 시키는 것만 해야했던 모범생으로 사는 게 가장 편하지만 모범생으로 사는 게 제일 싫은 서진이도 등장한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진로를 고민하는 청춘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부모에 의해 강요되었던 꿈 대신 엄마를 잃고 고아가 되어서야 자신의 길을 찾게 된 재규와 재연,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레리나의 길을 가기위해 애쓰는 준모, 명문대에 다니고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며 살아가는 서진을 보면서 청소년들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그 갈피를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저자는 묻는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청소년들은 대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거냐고. 그 해답은 담임 선생님의 대사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인생에는 한 가지 길만 있는 게 아니다. 3.14와 3.145..어디에서 자를지에 대한 결정은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 이후에 결정할 수 있으며, 그 결정이 번복된다 하더라도 잘 먹고 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잘 먹고 있나요?'라는 질문은 참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듯 싶다. 잘 먹고 살만큼의 직업을 가지고 있냐는 질문일 수도 있겠고, 힘들더라도 밥은 잘 먹고 열심히 노력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그 질문의 의미에 후자인 응원의 메시지를 담는다면 좋겠지. 우리는 누구나 잘 먹고 잘 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밥 잘 먹고 씩씩하게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향해 한 발짝 내딛고 노력한다면 결국 잘 먹고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현실과 꿈 속에서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에 등장하는 담임 선생님을 만나보게 하고 싶다.

 

다들 잘 먹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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