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식탁 기행
리카이저우 지음, 한성구 옮김 / 생각과종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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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흥미롭다.

전통 중국 음식 이야기도 아니고 콕 집어서 송나라 시대의 식생활이라니.

요즘은 정말 미시사가 대세인가 보다.

역사책이라고 하면 정치사와 전쟁사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평범한 이들의 삶에 대한 연구가 많이 나와 역사학이 훨씬 더 풍부해지는 기분이다.

저자가 역사학자는 아니라서 일화 중심이라 아쉽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송나라 식생활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제일 신기했던 점이 바로 바지이다.

고대에 무릎을 꿇고 앉았던 이유가 바지를 입지 않아 생식기가 노출될 위험이 있어서라고 듣기는 했지만 정말로 그럴 줄은 몰랐다.

구글을 찾아보니 한나라 이전에는 오늘날의 바지가 아니라 스타킹을 치마 밑에 신었다고 한다.

무릎에 입는 옷이라고 하여 경의라고 불렸다.

그림을 보니 이해가 된다.

한 벌의 바지가 아니라 다리 양쪽에 끼워서 허리춤에 묶었던 것이다.

가끔 중국 어린이들이 엉덩이를 드러내는 바지 입은 사진이 나오던데 오랜 역사가 있었던 셈이다.

용변을 편하게 해결하기 위해 생식기를 노출하는 것일까?

어린이는 그렇다 쳐도 어른까지 이런 하의를 입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말을 타야 하는 유목민들은 피부가 쓸려서 이런 차림이 당연히 안 되고, 밑이 있는 바지를 입었다.

조나라 무령왕이 호복을 했다는 게 바로 이런 의미였나 보다.

송나라 때만 해도 식물에서 기름을 압착해 내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돼지 비계 등의 동물성 기름을 썼다.

그래서 고온에서 기름에 볶는 요리가 없었고 대부분 물에 삶아 먹거나 쪄 먹었다고 한다.

중국 요리의 특징이 바로 높은 온도에서 조리하는 것인데 이것도 기술의 발달이 있어 가능했던 모양이다.

다양한 중국 요리들이 소개되는데 아쉽게도 전부 모르는 것들이라 확 와 닿지가 않았다.

중국 북방에서는 밀농사를 지어 찐빵 같은 게 주식이고 북송 멸망 후 남방으로 한족들이 내려 오면서 비로소 강남에서도 밀가루를 이용한 식생활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밥이 주식인 한국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사과의 순 우리말이 능금인 줄 알았는데 둘은 다른 과종이란 걸 처음 알았다.

능금도 한자어로 원래는 林檎, 수풀의 임금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가 먹는 사과는 청나라 때 서양에서 수입해 왔다고 한다.

이런 소소한 재미들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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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절대왕정시대 서양근대사총서 1
김장수 지음 / 푸른사상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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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도서관에서 없어서 책바다에 신청해서 읽었다.

어려울까 봐 걱정했는데 240 페이지의 부담없는 분량이고 내용도 비교적 평이하다.

유럽의 절대왕정 시대라는 제목에 맞게, 에스파냐,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폴란드, 러시아, 네덜란드 이 일곱 나라들이 어떻게 절대 왕정 체제를 구축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개별 국가의 사례들을 간략하게 나열하려다 보니 절대왕정 체제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은 아무래도 소략된 것 같아 아쉽다.

그렇지만 절대왕정이란 어떤 정치체제인가, 어떻게 도입이 되었는가, 각국의 상황은 어떤가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현학적인 표현이 없는 평이한 서술이라 이해하기 쉬웠고 꼼꼼하게 각주를 달아줘서 읽기 편했다.

절대왕정이 동양의 전제군주정과 다른 결정적인 이유는, 국왕의 상비군과 관료제를 떠받드는 정치 세력이 바로 귀족이 아닌 시민계층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르네상스 이후 시민 계층의 등장과 그들이 권력을 잡게 되는 과정을 보면서 항상 의문이 들긴 했었다.

아무리 상공업으로 돈을 벌었다고 해도 봉건 영주들이 단순히 돈을 좀더 받으려고 그들을 자유 신분으로 풀어 줬을까, 정치적 권리가 그렇게 쉽게 획득될 수 있을까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봉건 영주들을 누르고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군주가 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즉 상비군과 자금 조달을 위해 시민계층이 협조했다고 한다.

이들이 봉건 영주로부터 자유의 권한을 사들이기도 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제후들을 장악하려는 군주와 결탁해 또다른 힘있는 계층으로 등장한 것이다.

국왕은 봉건 영주들을 누르고 절대왕정을 구축했고 자연스레 봉건제는 해체되어 근대적 국민국가가 형성되었다.

가장 중요한 무력을 확보하기 위한 상비군의 돈을 댄 것이 바로 시민계층이었고, 이들은 국가의 행정에 참여해 전문 관료가 된다.

다른 책에서 봤던 프랑스의 법복귀족이 바로 이들인 셈이다.

동양의 전제정은 황제가 전권을 장악했으나 근본적으로 귀족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정치체제였던 반면, 유럽의 절대왕정은 저자의 설명대로 시민 민주정의 이행 단계에서 생겨났고 그 배경이 농토가 아닌 산업과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시민계층이었다는 차이가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정치 구조가 전혀 달랐던 셈이다.

이들은 의회를 통해 국왕의 권리를 제한했고 계몽사상의 영향을 받으면서 결국 군주제는 폐지되고 만다.

조선의 경우도 사대부가 아닌 중인들이 왕을 지원해 줘야 시민층이 성장할 수 있었을텐데 전적으로 농업 국가였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불가능했던 셈이다.

그러고 보면 자본주의 맹아론은 확실히 허구 같다.


<오류>

33p

엘리자베스 1세의 사촌이자 프랑스 왕비였던,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 스튜어트를 영국 왕위에 앉히려는 공작도 펼쳤다.

->메리 스튜어트는 엘리자베스 1세의 5촌 조카이다.

36p

펠리페 3세는 1579년 자신의 사촌자매였던 마가레트와 결혼했고

-> 사촌이 아니라 6촌이다.

42p

카를로스 2세는 합스부르크가의 황제 레오폴도의 아들 호세 페르난도를 왕위계승자로 지명했으나

-> 레오폴도의 아들이 아니라 외손자이다.

131p

스웨덴의 크리스티나는 1654년 자신의 조카인 팔츠-츠바이뷔르켄의 카를 구스타브에게 왕위를 이양했다.

-> 조카라 아니라 고종 사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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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밥상문화 - 대표음식으로 본 3국 문화비교
김경은 지음 / 이가서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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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책을 읽을 때가 있고 한동안 시들해져 놔 버릴 때가 있고, 독서생활도 일종의 주기성이 있는 것 같다.

독서의 가장 큰 적은 역시 직장 생활의 피곤함인 것 같다.

회사 일이 잘 되고 몸이 안 힘들면 퇴근 후에도 에너지가 남아 쉽게 책상 앞에 앉는데 일이 너무 많거나, 혹은 요즘처럼 매출이 형편없으면 심적으로 스트레스가 커서 저녁 먹고 퍼질러 누워 유튜브만 보게 된다.

그런데 재밌는 게 유튜브를 두어 시간 보면 기분이 더 가라앉고 잉여인간이 된 느낌이고 눈도 너무 피곤한 반면, 힘들어도 책 한 권을 열심히 읽고 나면 마음 속의 에너지가 솟아나고 감정이 고양되고 뭔가 쓸모있는 인간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단순히 내가 책을 좋아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원래 영상매체 보다는 완결성을 가진 한 권의 책이 더 많은 긍정성을 줄 수 있는 것일까?

하여튼 지난주부터 책상 앞에 앉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잘 안 되고 있고, 도서관 반납일 때문에 강제 독서를 하고 있어 쉬운 책을 골랐다.

300 페이지 정도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데 언뜻 보고 최불암 나온 미식기행 프로그램의 활자판인 줄만 알았는데 전혀 관련이 없다.

기자가 쓴 책들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데 그래도 이 책은 그럭저럭 읽어 볼 만 하다.

한국과 중국, 혹은 일본 이렇게 딱 두 개만 비교하면 집중도가 높았을텐데 세 나라의 식문화를 같이 비교하다 보니 약간 산만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음식 문화는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이미지가 있거나 이미 그 음식에 대해 알고 있어야 이해가 빠를텐데 아쉽게도 중국과 일본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해 확 와 닿지는 않았다.

한국인에게 밥이란 곧 식생활 그 자체이고 밥 먹었냐가 인사가 될 만큼 생활의 가장 중심인 반면 중국과 일본은 여러 요리 중 하나라고 한다.

중국은 먼저 물고기, 육고기 등의 요리를 먹고 마지막에 밥이나 만두가 나온다.

고기 먹고 냉면이나 볶음밥 먹는 것처럼 나중에 탄수화물 섭취를 하는 것 같다.

한국은 비빔밥 문화라고 여러 재료를 섞어서 같이 먹는 반면, 일본이나 중국은 콩나물밥처럼 재료를 쌀과 함께 찐다고 한다.

같은 섞은 밥이라도 방식이 전혀 다른 셈이다.

일본만 기무치 타령을 하는 줄 알았더니 중국 산둥성에서도 김치의 원조를 주장하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생각해 보면 오래 먹기 위해 채소를 소금에 절인 발효 식품은 찾아보면 어느 나라에나 변형된 형태로 있을 것 같다.

음식이 단지 어디서 처음 시작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문화권에서 얼마나 많이 알려지고 다양하게 이용되는지를 봐야 하니 원조 논쟁은 무의미해 보인다.

나는 밥을 거의 안 먹지만 생선과 채소 위주의 한식은 좋다.

탄수화물은 빵으로 섭취하는 것 같다.

밥을 안 먹으니 국도 먹을 일이 거의 없고 그래서 숟가락을 식사 때 안 쓰게 된다.

그렇지만 한국 문화에서 밥은 요즘의 쌀 섭취량 감소와는 별개로 수천 년의 전통이자 특별한 함의를 지녔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오류>

97p

영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한 기로연에서

-> 영조가 아니라 정조이다.

200p

신문왕이 김흥운의 딸을 왕비로 맞을 때

-> 김흥운이 아니라 김흠운이다.

<고려사>에 "헌종 18년(1018)에는 거란의~"

->헌종이 아니라 현종이다.

206p

한나라를 세운 유방의 손자이며 도교 사상의 대가였던 유한이 팔공산에서~

-> 유한이 아니라 유안이다. 

255p

광동대지진 때 먹을 게 없던 일본인들도

-> 관동대지진이다.

299p

중국에서는 미역이 낮선 식품이다.

->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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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과 열하를 가다
최정동 지음 / 푸른역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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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도서관에 없어서 책바다 통해 빌려 읽었다.

저자의 다른 책인 로마 유적지 기행문이 밀도 면에서는 더 나은 것 같다.

유홍준씨의 답사기가 감상 보다는 지식 전달에 중점을 둬서 읽고 나면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어 좋은 반면, 대부분의 기행문은 여행 루트 설명과 간단한 소회 정도라 읽고 나면 약간 허탈하다.

이 책도 아쉽게도 후자 쪽이다.

전공한 학자가 아니고 기자 출신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한계 같다.

그래도 고미숙씨의 열하일기처럼 과장되고 뜬구름 잡는 얘기는 없어서 열하일기라는 저작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이라 사진이 흑백이라 아쉽다.

조선 시대 저작들을 읽으면 너무 당위적이고 관념적인 얘기들만 많아 감동이 크지 않았는데 이렇게 재밌는 기행문이 있었나 싶게 현대적이다.

그래서 정조가 깜짝 놀라 문체반정을 일으켰나 보다.

왜 박지원 등을 실학자라고 하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청나라의 문물을 꼼꼼하게 관찰하여 기술했다.

종이와 연필이 있어도 여행하면서 다 기록하기 어려운데 그 먼 길을 걸어가면서 붓과 벼루를 챙겨 열심히 글을 쓴 옛 사람들의 열정이 놀랍다.

압록강을 건너 북경까지, 그리고 다시 피서산장까지 가는 과정이 눈에 그려지고 그 길을 답사한 기행문이라 편안하게 와 닿는다.

항상 드는 생각이 중국에게 이렇게 큰 영향을 받았다면 당나라 때처럼 유학도 가고 문물교류가 활발했다면 조선도 훨씬 발전하지 않았을까?

명이나 청이 기본적으로 폐쇄적인 해금정책을 썼기 때문에 교류가 어려웠던 것인가?

아니면 전통사회가 오늘날 현대인의 생각보다 훨씬 더 폐쇄적인 닫힌 사회였던 탓일까?


<오류>

207p

방년 17세의 공주를 자신이 직접 찔러 죽인 뒤 자신도 생을 마감한 것이다.

-> 숭정제가 죽인 공주는 6세의 막내 공주였고, 17세의 공주는 팔만 잘리고 살아 남았다.

362p

송 원풍제 때 황제가 명을 내려

-> 원풍제는 처음 들어 본 황제라 누군가 했더니 송나라 신종 때 원풍이라는 연호를 썼다. 원풍제는 잘못된 표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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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부름 - 십자군전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피터 프랭코판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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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간 신청해 놓고 2년 만에 읽게 됐다.

십자군 이야기는 항상 어렵고 진도가 잘 안 나간다.

너무 복잡하고 중세 인물들에 대한 개별적인 인상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이번 책도 힘들게 읽었지만 전체적으로 재밌고 이제는 정말 약간의 감이 잡힌다.

전체적인 십자군 전쟁사인 줄 알았는데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1차 전쟁의 경과까지만 서술됐다.

주인공이 프랑크 기사나 교황이 아니라 비잔티움 제국의 황제 알렉시오스 콤네노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십자군 전쟁의 주역을 이 비잔티움 제국의 황제로 보고 있다.

전쟁의 시작이 비잔티움 제국의 요청에 서방 교회가 응답한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황제가 세심하게 일정을 조율하고 보급품을 지원하고 기사들이 황제에게 충성 맹세를 하는 과정은 처음 알게 됐다.

서방 세계의 관점으로만 십자군 전쟁사를 봐 왔던 셈이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에서는 1차 전쟁에 뛰어든 기사들 특히 보에몬드를 최고의 악당이자 상찌질이로 그렸는데 이 책에서는 기사 세계에서 무공으로 이름을 날리고 안티오크를 점령하고 유럽으로 건너와 프랑스 왕 필리프 1세의 사위가 된 화려한 활약상을 보여 준다.

사실 이게 진실이었을 것 같다.

유럽 왕실이 바보가 아닌데 일개 인물의 거짓 선동에 놀아 났을 리가 없을 것이다.

처음에 보에몬드는 알렉시오스 황제에게 충성 맹세를 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나 안티오크를 점령하면서 마음이 바뀌어 황제를 비난하고 유럽으로 건너가 비잔티움 제국의 만행을 고발하면서 2차 지원군을 모집하는 안티로 돌아선다.

니케와 안티오크를 점령할 때까지는 황제가 보급품을 지원하면서 동맹 관계가 잘 유지됐으나, 예루살렘 정복시 왕국의 반란을 염려해 황제가 지원군을 거부하자 관계가 깨지게 된다.

황제 입장에서는 투르크 세력으로부터 왕국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었고 자신도 내부 반란 단속에 애를 먹던 차였으니 군대를 이끌고 멀리 변방으로 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상세한 과정이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한 편의 이야기책을 읽는 것처럼 흥미롭다.

무엇보다 십자군 전쟁을 도덕적인 관점으로 비난하거나 희화화 시키지 않고 역사적 의의를 살펴본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오류>

174p

노르망디의 로베르, 그의 처남 블루아의 스티븐, 툴루즈의 레몽 등의 지휘 아래

-> 블루아의 스티븐은 로베르의 처남이 아니라 매제이다. 즉 로베르의 여동생 아델라의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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