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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화바이룽 지음, 김소희 옮김 / 서사원 / 2026년 5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대만의 권위 있는 3대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해 이 상들에 대해 무지하고, 이 소설로 받은 것도 아니다.
장편 미스터리라고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만나는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다.
읽다 보면 미스터리나 스릴러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탐정도, 경찰도 아닌 살인자의 전처가 사건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전처도 자신이 원해서 이 살인의 이유를 계속 파헤친 것은 아니다.
그녀가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된 데는 전 남편의 교묘한 인도가 있었다.
그 과정 속에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했던 사실들.
그리고 그 과정에 깔아둔 단서들과 감정의 조각들.
화려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은근한 매력으로 계속 호기심을 자극한다.
만화 호빵맨 이야기와 전 남편의 면회 요청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남편이 살인을 저지르기 전 있었던 이 부부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다.
남편 밍런의 이혼 요청, 아내 정팡은 남편의 외도를 의심한다.
탐정사무소에 일했던 언니에게 남편의 외도를 확인해달라고 한다.
남편의 동업자인 안커를 만나 듣게 되는 이야기는 더 황당하다.
이 둘의 대학 시절 관계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둘의 동업이 끝났다는 소식도 이때 듣게 된다.
정팡은 안커를 친구처럼 대하지만 약간의 엇나감이 있다.
이 둘의 관계는 나중에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때 동반자가 된다.
혼자할 수 없는 일도 두 사람이 같이 있으면 불안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이혼 요청, 두 남매에게 이것을 설명한다.
아이들은 이미 다른 친구를 통해 하나의 아이디어를 얻는다.
3일은 엄마와 다른 3일은 아빠와 일요일은 가족 다 함께.
이혼 합의는 생각보다 잘 되었지만 정팡이 바란 것은 아니다.
3일 동안의 자유, 이혼한 여성의 자유로운 삶.
갑작스럽게 주어진 시간을, 자유를 그녀는 주체하지 못한다.
이혼 이후의 불안정한 심리가 묘사되고, 이 부분에 더 몰입한다.
그리고 곳곳에 나오는 일본 문화의 흔적들은 대만의 현재를 보여준다.
특히 <주술회전>를 이용한 광고는 놀랍고 의아한 부분이 있다.
이혼 후에도 남편 외도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못한 정팡.
집 앞 빈집에 들어가 남편이 외도 대상을 찾으려는 그녀.
그러다 자신의 집앞에서 발견한 안커의 자동차.
두 사람이 불륜을 저지르는 것일까? 아니다.
남편의 통증 때문에 안커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자신이 아침 일찍 오게 된 이유로 잊고 있던 타코야키 팬을 말한다.
홀로 자동차 캠핑을 간 정팡, 그녀의 모습은 쓸쓸하고 불안하다.
이 소설의 재밌는 대목은 바로 이런 소소하고 세밀한 심리묘사에 있다.
긴 흐름 속에 간결하게 그려진 심리 묘사는 그녀의 감정을 잘 보여준다.
가족을 산산조각낸 남편의 냉혹한 이혼 선언.
아내의 상실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아이들은 예상 외로 잘 적응한다.
3일동안 조부모와 있으면서 자신들이 바라는 게임 등을 해서일까?
불안정하고 상실감아 빠져 있던 그녀에게 온 경찰의 연락.
처음에는 사기 전화로 생각했지만 실제는 남편의 살인 사건 때문이었다.
이 사건 때문에 그녀도 조사를 받는다. 사실 확인 때문이다.
우연히 발견된 시체, 남편의 자백, 경찰의 조사.
남편의 자백에는 허점이 보이고, 이 허점 속에 숨겨진 남편의 과거 행적이 있다.
살인의 이유와 과거의 기억 하나가 연결되고, 비틀린 욕망을 발견한다.
누군가에게는 역겨운 일이지만 누구에게는 그냥 하나의 욕망일 뿐이다.
잔잔한 듯한 물결 밑에 거대한 감정의 흐름들이 흘러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