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메리 셸리 지음, 여지희 옮김 / 새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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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시리즈 중 한 권이다. 현재 4권까지 나왔다.

1818년 초판본을 원전으로 삼았다.

많은 번역본들이 1831년 개정판을 번역본으로 삼았는데 1818년 판본에서 두드러졌던 작가의 철학적 견해가 개정판에서는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이 부분은 나의 영역이 아니라 그냥 넘어간다.

집에 이전에 사놓은 책이 있어 몇몇 비교하니 주인공 친구의 이름이 다르다.

영국식으로 하면 헨리지만 불어로 하면 앙리인 것처럼 말이다.

소설의 내용도 세부적인 부분에서 낯선 곳이 많다.

가장 큰 착각 중 하나는 주인공이 창조한 괴물이 프랑켄슈타인인 줄 안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영화 등의 원전에 대한 갈망이 다시 생겼다.

실제 그 괴물을 창조한 인물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다. 괴물에겐 이름이 없다.

이 소설 속 괴물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현재 과학적 기준으로 말도 되지 않는다.

괴물이 집을 떠나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면 모두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고 달아난다.

때문에 괴물은 숨은 채 살아간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말과 글을 배운다.

그가 한 눈먼 노인 가족 곁에서 말과 글을 배우는 장면은 완벽한 자기주도 학습이다.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데 그치지 않고 감정마저 배운다.

그가 바란 것은 자신의 외모와 상관없이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들의 편협한 시각은 그의 외모에 집착한다. 무섭고 두렵다.

이 감정이 그에게 전달되면서 그의 백지 같은 마음에 악이 스며든다.

이 소설의 백미는 바로 이 부분에 있다. 처음부터 그는 괴물이 아니었다.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좇아 북극까지 가는 과정에 만난 선장의 편지 속에 이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괴물이 말하는 부분을 읽다 보면 얼마나 많은 착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영화의 이미지에 압도되어 실제 내용은 어느 순간 왜곡되고 변했다.


다시 과학을 한 번 돌아보자.

그 당시 과학은 급속하게 발전하는 중이었다. 과학에 대한 맹신은 그 시절 인류의 한계를 드러낸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기를 통해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킨다는 설정은 마법이 곁들여진 판타지에서나 가능하다.

하지만 자신의 창조물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아주 독창적이다.

기존의 자연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과학을 덧붙여 만들어낸 괴물을 두려워하는 마음과 그 괴물이 지닌 놀라운 능력 등은 그 시절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이런 설정과 모습들이 아마도 후대에 많은 SF 작가와 작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소설들을 다시 읽는 것은 그 작품에 대한 왜곡을 바로잡는 것이다.

물론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볼 때 다시 영화의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아주 많다.

예상한 것보다 잘 읽혔고, 재밌었지만 현대 과학 지식을 조금 가진 나에게 솔직히 거슬리는 대목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 소설은 읽을 이유가 충분히 많다.

번역에 따라 호칭이나 이름 등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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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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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만나는 작가다. 인터넷 서점 검색에도 딱 한 권 번역되어 있다. 일본에서 상당히 많은 책을 낸 작가인 듯한데 아직 한국 출판사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한 모양이다. 읽으면서 내가 예상한 것과 상당히 다른 전개와 구성이라 조금 혼란스러웠다. 억지로 감동을 자아내는 부분이 없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어떤 대목에서는 이야기를 풀어내다 만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르골이란 소재를 생각하면 좀더 음악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도 있을 텐데 약한 느낌이다. 물론 나의 상상력이 부족한 부분도 있다. 일곱 개의 이야기를 좀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꼼꼼하게 읽고 더 많은 상상을 해야 한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가진 북쪽 마을의 운하 골목에 작은 오르골 가게가 있다. 이야기의 문을 여는 것은 엄마와 한 아이가 이 가게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아이는 오르골을 이것저것 만진다. 엄마는 불안하다. 혹시 망가질까 봐. 주인인 듯한 남자가 나와 만져보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이는 귀가 좋지 않다. 기성품을 살 수도 있지만 음악을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손님의 마음속에 흐르는 음악을 담아준다고 한다. 제작하면 엄청 비쌀 것 같지만 그렇게 비싸지 않다고 말한다. 이 오르골 가게의 마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르골 음악을 제작 의뢰한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음악을 듣고 그것을 구현하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음악이 가진 의미를 알게 된다.


사람들은 살면서 어느 시점에 늘 걱정이나 고민이나 갈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 소설 속 등장인물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귀가 들리지 않거나 동거하는 여자 친구와 알 수 없는 갈등을 겪거나 소녀 밴드의 꿈을 포기하거나 사이가 나빴던 아버지의 기일을 귀향하거나 처음으로 자신의 피아노 연주에 열정을 가지거나 40년 동안 함께한 아내가 쓰러졌거나 하는 일 등이다. 이런 일상의 순간들을 작가는 간결하게 녹여내고, 오르골 가게와 연결한다. 구구절절하게 감정을 풀어내고 이해를 하기 보다 마음속에 흐르는 음악이란 설정으로 여운과 감동을 전달한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강한 인상을 받은 이야기들은 소녀 밴드의 해체 문제로 갈등을 겪는 ‘모이다’와 열 살 소녀의 피아노 연주에 대한 열정 등을 다룬 ‘바이엘’과 나이 들면서 왠지 더 입감하는 늙은 부부의 애잔한 이야기를 다룬 ‘먼저 가세요’ 등이다. ‘모이다’를 읽으면서 ‘콧노래’ 속 음악 페스티벌의 음악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소녀들의 마음이 네 개의 오르골로 합쳐지는 순간이 아주 강한 인상을 주었다. ‘바이엘’ 속 소녀의 귀와 뛰어난 연주 실력이 더 큰 무대에서 실패를 경험하는데 짧은 방황을 한다. 더 큰 무대에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 알게 되면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 듯해 그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먼저 가세요’는 이 소설의 마무리로 적당하다. 달력에 적힌 날짜의 의미를 미스터리처럼 해결하고, 오르골 가게에서 만든 음악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줄 때 그 소중한 만남의 순간이 가슴에 깊게 와 닿았다. 누군가는 잊고 있었지만 누구는 듣자마자 그 순간을 떠올리게 되면서 서로가 아끼는 마음이 합쳐진다. 3년 전 다시 가야지 했던 커피숍을 찾지 못하다 우연히 발견하고 함께 가는 모습은 내가 수없이 남발했던 다음에 또 오면 되지! 가 떠올랐다. 비록 작은 약속이지만 병마를 떨치고 함께 그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 그들을 보면서 진한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나오고, 바로 앞 이야기와 이어서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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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미스터리 - 어른들을 위한 엽기적이고 잔혹한 전래 미스터리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홍정기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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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동화에 다양한 장르의 미스터리를 더해 잔혹하고 엽기적인 이야기로 만들었다. 읽다 보면 잔혹한 표현에 놀란다. 어느 순간 순화된 전래 동화에 익숙해진 탓이다. 작가의 말을 읽다 보면 단편들을 읽으면서 느낀 어색함이나 비과학적인 부분들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전래 동화에 외국어를 쓴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작가가 의도적으로 비튼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전래 동화의 또 다른 변주를 그려낸 작가의 작품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이런 작업은 반갑고 재밌다. 물론 아이들에게 이 단편들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미 아이들의 머릿속에서는 덜 잔혹한 변주가 일어나고 있다.


<콩쥐 살인사건>은 ‘콩쥐팥쥐’ 이야기를 잔혹하게 비틀었다. 작가는 단순히 콩쥐팥쥐에 그치지 않고 다른 장르의 도구를 이 소설 속에 빌려 온다. 이 단편에서 스토커란 단어가 나와 어색했는데 작가의 말을 읽고 조금 풀렸다. 이 단어를 보면서 일본 라이트노벨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전래 동화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잔혹함을 더했다. 콩쥐를 돕는 동물들이 나오지만 살인 의지가 더 강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마주한다. 개인적으로 반전을 위한 반전 같은 느낌이라 아쉽다. 이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역할도 조금 뜬금없는 느낌이다. 이런 점들을 제외하면 생각하지 못한 장면들이 재미를 준다.


<나무꾼의 대위기>는 ‘선녀와 나무꾼’의 변주다. 노총각 나무꾼이 위험에 빠진 사슴을 숨겨 준 후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곳을 알게 된다는 설정은 동일하다. 하늘에서 내려와 온천에서 목욕하는 선녀의 옷을 훔친 것까지는 좋은데 한 선녀가 시체로 발견된다. 뭐지? 하는 순간 산신령이 나타난다. 세 자루의 도끼를 들고. 선녀의 시체를 보고 살인자로 나무꾼을 의심한다. 나무꾼이 변론한다. 사슴과 사냥꾼이 불려온다. 이때 토끼 한 마리가 나타나 탐정 역할을 한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숨겨진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반전으로 이어지는데 진짜 반전과 예상하지 못한 마무리로 깜짝 놀라게 한다.


<살인귀 VS 식인귀>는 엽기적이다. 떡장수 엄마가 나올 때 ‘해와 달’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야기의 시작은 목을 매고 죽으려는 소녀 이야기다. 떡은 모두 팔리지 않고, 늦은 밤 산을 넘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엄마의 시선을 따라간다. 깜깜한 밤 산에서 만난 약장수는 호랑이를 두려워하던 그녀에게 작은 안심을 준다. 그런데 진짜 무서운 것은 역시 인간이다. 예상한 식인귀는 약장수다. 그럼 살인귀는 누굴까? 식인귀가 떡장수의 딸을 잡아먹기 위해 간 곳에 살고 있다. 작가는 여기서 단순하게 풀어내지 않고, 한 번 더 꼰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설정을 하나 더 넣었다. 다른 작품에 등장한 언년이가 나와 살짝 반가웠다.


<연쇄 도살마>는 보름달이 뜨면 집안에 있는 동물들이 한 마리씩 죽는다. ‘여우 누이’의 변주다. 먼저 닭들이 죽고, 집에 있는 세 마리 소까지 한 마리씩 죽는다.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누가 이 동물들을 죽이는지 감시하게 한다. 첫째 일남의 주장은 막내 미호란 것이다. 전래 동화를 따라가면 맞는 설정이다. 하지만 그대로 따라가면 재미없다. 앞에 작은 암시를 하나 깔아둔다.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사실들은 예상한 것과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예상하지 못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남의 행동이다.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서 간을 그렇게 빼내 먹어야 하는 의문이 생긴다.


<스위치>는 ‘혹부리 영감’을 다른 식으로 엮었다.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자주 나왔던 등가교환을 소재로 했다. 화자는 푸른 눈을 가진 백정의 아이로 태어나 다른 아이들의 놀림이 되었다. 어느 날 도깨비를 만나 푸른 눈을 그에게 준 후 하나의 선물을 받는다. 이것이 등가교환을 일으키는 보물이다. 자신이 필요한 것을 조건에 맞춰 말하면 바로 교환된다. 작가는 백정 자식의 현실적 어려움과 신분 상승의 욕망을 잘 풀어내었다. 등가 교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꾸어 나가는 모습은 이 아이디어를 장편으로 바꾸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 특별한 도구가 만들어낼 수많은 이야기의 가능성에 눈길이 간다. 아니면 이 아이템을 연작 소설로 만들면 어떨까? 여러 가지를 상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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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신호가 닿지 않는 곳으로 - 로켓 발사 앤솔러지
곽재식 외 지음 / 요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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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발사 앤솔로지다. 얼마 전 발사에 성공한 국산 로켓 누리호 발사 기념 SF 단편집이다. 실제 이 프로젝트 기획은 2021년 10월 누리호 1차 발사가 계기였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헸던 장르인 SF이기에 이런 프로젝트는 언제나 환영이다. 그리고 이 앤솔로지에 참여한 작가들도 쟁쟁하다. 수많은 장편과 단편을 내놓은 작가들이다. 물론 내가 이들의 작품을 모두 읽었거나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거나 다른 앤솔로지 등에서 만난 적이 있다. 아! 한 사람은 예외다. 가장 발표한 소설이 적은 최의택 작가다. 그 외의 작가들은 불과 한두 달 전에 만났다. 어떻게 보면 다작이다, 라고 느낄 때도 있지만 이런 다작이 결국 걸작을 만들기도 한다.


여섯 작가 중 첫 번째 작가는 곽재식이다. 얼마 전 그의 단편집을 읽었다. 그때 안 사실이지만 그의 작품 수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최근에 또 SF 장르 관련된 책을 내 놓은 모양이다. <돌덩이일까, 외계인의 로켓일까>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유머로 가득하다. 2017년에 발견된 오우무아무아의 정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시사와 엮었다. 정권에 따라 하나의 프로젝트가 어떻게 평가받는지 잘 보여준다. 오롯이 로켓 개발에만 거대한 예산을 쏟아 붓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예산이 문제다. 정권에 따라 갈리고, 이것을 이용한 언론전과 국민의 쉽게 변하는 마음이 재밌게 펼쳐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예상하지 못한 한방을 보여준다.


최의택의 <나의 탈출을 우리의 순간들로 미분하면>은 가장 어렵게 읽었다. 가상 지구 밸리와 진짜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폐허가 된 진짜 지구에 내려온 소녀가 밸리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다. 실제 인간을 가상 지구에 업로드하는 과정에 기억의 손실이 있지만 다운로드할 때는 손실이 없다. 진짜 지구에 내려와 경험하는 일들이 조금 혼란스럽게 펼쳐진다. 설정 자체가 어렵다가 보다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와 행위들이 나의 머릿속에 바로 입력되지 않는다. 이 작가의 장편이 먼저 나와 있던데 아직은 단편보다 장편에 더 익숙한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많은 작가란 의미다.


이산화의 <재시작 버튼>은 타임루프 속에 갇힌 우주선 조정사들 이야기다. 자신들의 추락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시작해 이것을 벗어날 방법과 이유를 찾아간다. 이런 상황은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서 이미 본 것이다. 이 리셋을 깨트리기 위한 노력은 실패의 반복으로 연결된다. 이 반복 속에 드러나는 하나의 사실과 그것을 막으려는 어떤 의지의 작용이란 설정도 재밌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런 타임 리셋 소설을 읽을 때면 오래 전 딘 쿤츠의 소설을 읽을 때 느낀 반감이 많이 사라진 것에 놀란다. 최근 이런 종류의 소설에 익숙해진 덕분일 것이다.


박애진의 <4퍼센트>는 읽으면서 애잔했다. 우주도약항법사였던 엄마가 우주선 결함으로 죽은 후 오보로 인해 그 가족들이 피해를 입는다. 화자인 딸은 우주 식물을 키우는 연구를 하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느 날 자신이 중단한 연구를 인공지능 자매 아랑이 계속 연구해 가능성을 인정받는다. 이 소설은 성공하지 못한 과학자의 삶을 아주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성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 연구와 그 연구의 일부를 가지고 기업에 취업한 후 연구를 강탈하는 선배, 가능성 있는 연구를 특허 신청하자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연구를 폐기하기 위해 특허를 사려는 기업 등 말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주로 나아가는 화자와 아랑의 모습과 마지막 장면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해도연의 <천장 우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달에 가서 소금을 채취해 돈을 벌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는데 예산 문제로 우주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한다. 이 우주 엘리베이터를 처음 본 것이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로켓을 타고 우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읽다 보면 이상한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온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와 다르다.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천장이 있다. 읽다가 미터의 개념이 다른가? 하는 의심을 했다. 비슷한 이름(나에겐 그랬다)과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뒤섞여 앞부분은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작가가 설정한 우주를 보고 연작이나 장편으로 개작을 바랐다.


전혜진의 <잘 가요, 은숙 씨>는 가슴 먹먹한 이야기다. 은숙 씨는 정말 나쁜 남편을 만나 고생하다 이혼당했다. 다행히 혼자 사는 고모가 있어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남편은 한 마디로 개새끼다. 양심도 없다. 그가 바라는 것은 돈이다. 이혼한 전처의 장례식장에서도 부조함을 노리고 나타난다. 아들 앞으로 갈 유산을 노린다. 이런 은숙 씨가 바라던 것이 하나 있다. 지구를 떠나 우주로 가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했고 사업 감각이 있던 그녀는 생각보다 많은 돈을 유산으로 남겼다.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은숙 씨를 우주로 보내고 싶다. 아폴로 13호가 우주로 나간 1969년 태어난 은숙 씨의 바람대로. 이 프로젝트를 위해 고모와 은숙 씨 딸과 친구들이 나섰다. 읽는 내내 먹먹했고, 로켓이 발사되었을 때 살짝 눈시울이 붉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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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은밀한 감정 - Les émotions cachées des plantes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백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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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공쿠르 수상 작가가 쓴 책이라 선택했다. 가끔 이런 선택이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주는 경우가 있다. 지금 이 책이 그렇다. 솔직히 말해 재미는 바라지 않았다. 내가 잘 몰랐던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좀 읽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상당한 재미를 누렸다. 새로운 정보와 지식들이 쏟아져 나왔고, 어떤 대목에서는 판타지 소설 속 장면들과 결합했다. 이 책에서 반복해서 말하는 주장 중 하나가 있다. 식물은 인간 없이 살 수 있지만 인간은 식물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이다. 인간이 사라진 공간을 다시 채우는 것은 식물이다. 인간보다 먼저 이 지구에서 살아온 것도 식물이다.


열다섯 장에 나누어 식물의 삶과 감정에 대해 말한다. 과학자들의 끈질긴 연구 결과에 의해 밝혀진 수많은 식물 관련 정보는 대단히 방대하다. 이미 알고 있는 몇 가지 정보도 있지만 저자가 풀어낸 이야기 속 식물의 삶은 나의 상상력을 초월한다.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믿기 어려운 것들도 상당히 나온다. 특히 멕시코 농부 호세 카르멘의 놀라운 업적은 내가 알고 있던 농업 지식을 완전히 뒤흔든다. 특별한 비료를 사용하거나 지질이 특별한 곳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데도 그의 농산물은 다른 농산물을 압도한다. 어떻게 보면 마법사처럼 보인다.


식물의 수확량이나 건강을 위해 클래식 음악이 좋다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 번 들었다. 뉴스에도 여러 번 나왔다. 그런데 음악을 이용해 병충해 등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한다. 유전자변형 작물이 처음에는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지만 점점 내성이 생긴 병충해에 의해 더 강하고 많은 농약 등을 뿌려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 책 전에 읽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행성> 속 쥐들이 떠올랐다. 인간의 유전자 조작을 쥐들의 개조를 통해 이겨내는 장면이다. 원래 그 식물 자체가 병충해를 이겨내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개를 끄덕이지만 다른 곳에서 낯선 병충해 등이 왔을 때 너무 쉽게 무너진 인류의 역사를 보면 전적으로 여기에 의존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과학을 뛰어넘는 듯한 이야기는 개인적 체험으로 채워져 있으니 잠시 유보하고 싶다. 하지만 식물이 종의 번식과 안정을 위해 하는 행위들은 충분히 과학적이다. 모습을 바꾸고, 동맹을 만들고, 음모를 꾸미고, 그들의 공포와 고통과 기쁨 등을 전달한다. 또 한곳에 머물지만 다른 매개체를 통해 자신들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번식을 위해 꽃들이 색이나 향기 등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려주는 대목은 낯익지만 여전히 재밌다. 식물이 느끼는 공포나 슬픔 등의 감정을 보면 판타지 속 외계생물체가 보여준 모습이 전혀 황당하게만 다가오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회사에 있는 화분들이다. 사 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씩 죽는다. 예전에는 이상한 곰팡이 같은 것이 피었는데 이제는 그냥 마른다. 처음 올 때의 싱싱함이 사무실의 탁한 공기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죽어간다. 쉽지 않다. 읽다 보면 식물의 감정을 풀어내지만 그 시각은 인간의 시각이다. 감정도 인간의 감정으로 해석한다. 인간이 제대로 알 수 없으니 자신의 입장에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 해석이 식물을 이해하고, 우리와의 공생을 위한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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