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생존
김주영 지음 / 인디페이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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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인 1999년 오두막 사건이라고 불리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은 사람의 잘린 목으로 벽을 쌓은 사건이다. 사건 현장은 해운대 인근, 인적이 드문 산속이다. 피해자는 열두 명이다. 범인은 목을 매 불타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취재를 나왔던 기자 미희는 공범과 어린 생존자의 존재를 주장한다. 이 도입부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왜 이런 살인이 일어났을까 하는 것과 공범과 어린 생존자의 존재 여부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소설의 방향은 왜 이런 살인이 일어났는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공범과 어린 생존자의 존재에 초점을 맞춘다.

 

흔히 이런 연쇄살인이 일어났을 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관심이 많이 쏠린다. 하지만 작가는 이 부분은 놓아두고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후 삶을 다룬다. 직접적인 피해 대상자의 가족도 나오지만 간접 피해자 가족도 같이 나오면서 이런 사건의 경우 그 영향력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기자 미희의 경우 지속적인 공범 주장 덕분에 남편이 죽고, 딸 채은은 아빠 없는 삶을 살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열심히 운동한다. 이런 가족의 옆에 윤석이란 아이가 함께 한다. 끔찍한 사건을 겪은 후 말과 선택적 기억을 잃은 아이다. 이들의 삶은 사건들 이후 비교적 평온하게 흘러갔지만 20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미희에게 계속적으로 오는 오두막 사건 제보 메일 때문에 깨어진다.

 

오후 3. 게스트하우스 이름이다. 이곳에는 두 명이 근무한다. 관리인 병훈과 유정이다. 병훈에게는 하영이란 고등학생 딸이 있다. 유정은 삼촌이라 부르는 명준과 함께 산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인 태형은 서울 부동산에서 얻는 임대수익만으로 충분한 여유가 있어 게스트하우스의 운영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 숙소에 놀러 온 젊고 예쁜 손님에게만 관심이 있다. 물론 소녀 같은 외모의 유정에게도 관심을 표현했다. 그런데 유정은 삼촌 명존의 심한 관리를 받고 있다.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온 메일 때문에 윤석은 이곳을 방문해 누가 보냈는지 알고 싶어 한다. 당연히 미희 모르게 온다.

 

미희는 이 사건을 잊고 싶지만 현실은 계속 공범과 어린 생존자에게 관심이 가 있다. 다시 이 사건을 조사한다. 평범한 외모의 삼촌과 아이의 존재는 명준과 유정을 가장 먼저 떠올려주지만 명준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새로운 단서를 얻은 후 그녀는 계속 조사를 하면서 사라진 아이의 흔적을 따라간다. 이 과정은 의문으로 가득하다. 여기에 윤석의 아버지가 전화를 해서 공범을 찾았다는 말을 한다. 이야기의 흐름 상 그 어린 생존자가 누군지 금방 알 수 있다. 하나의 엇갈림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마지막 반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사실 중 하나는 학교 폭력이다. 피해자가 가해 학생들의 죽음으로 안도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우리의 씁쓸한 현실이자 그 당시 그의 생존이었다.

 

게스트하우스 오후3시는 평범한 게스트하우스의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나쁜 소문도 꽤 있다. 그 대부분은 주인인 태형 때문에 생긴 문제다. 윤석이 이곳을 예약한 날 채은도 내려온다. 인터넷으로 이 게스트하우스를 많이 검색한 윤석은 태형의 집까지 간다. 묘한 분위기의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다음 날 태형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누가 그를 죽였을까 하는 의문이다. 하영을 집쩍거린 것을 안 병훈일까? 아니면 유정에게 추근거리는 것을 본 명준일까? 아니면 또 다른 3자일까? 이런 수사 와중에 유정은 윤석에게 관심을 보인다. 삼촌 명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하영의 도움이 필요하다. 단순히 한 남자에 대한 관심이라고 하기에는 의심스러운 대목이 많다.

 

연쇄살인의 폭발적인 도입부를 보면서 기대한 것과 다른 전개와 완벽한 생존이란 제목은 좀더 액션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들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고, 감정을 살짝 드러내고, 숨겨진 의식 안으로 파고들 뿐이다. 사람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의 이면에 어떤 폭력과 살의가 담겨져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은 사실 이 소설의 백미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인물을 뛰어넘는 표현 하나가 섬뜩함을 준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시선과 기억을 따라가고, 사실에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모습은 기대와 다른 전개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을 높여준다. 너무 많은 예측과 기대가 이 소설에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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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시 - 한사오궁 장편소설
한사오궁 지음, 문현선 옮김 / 책과이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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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 사전>의 작가다. 그렇게 알고 한사오궁으로 검색했는데 나오는 책은 <암시> 한 권이다. 책 제목으로 검색하니 한소공이란 한자 표음 이름이 보인다. 이 이름으로 다시 검색하니 낯익은 책 한 권이 또 보인다. <산남수북>이다. 물론 낯선 책 한 권도 있다. 괜히 이 책에게도 관심이 간다. 가끔 조금 낯선 작가의 경우 이런 검색을 한다. 표기된 이름이 달라 한 작가의 작품이 모두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아주 유명한 작가라고 해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있다. 문자와 발음과 표기법이 달라 생기는 작은 오류다. 이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이나 소득을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문자와 기억과 이미지에 대한 소설이다. 총 4부 112개의 꼭지로 나누어져 있는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와중에 자신의 생각을 아주 자주 녹여낸다. 어떻게 보면 소설보다 인문학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더 많다. 덕분에 뭔가 유익한 것을 읽은 듯한 뿌듯함을 주지만 이해력이 딸려서인지 머릿속에 남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오히려 모두 읽은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작가가 풀어낸 많은 이야기들이다. 문자와 이미지에 대한 해석보다 기억과 그 이야기가 하나의 이미지로 머릿속에 남았다. 아마 평소 내가 책을 읽는 방식과도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소개에 나온 위화나 모옌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난해하다. 실험적 장편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형식과 주제가 색다르다. 거기에 왜인지 모르지만 책의 편집도 특이하다. 의도적인지 모르겠지만 책의 각 문단 끝이 들쑥날쑥한다. 문단의 시작은 같은데 말이다. 한 쪽의 분량도 적지 않고, 쪽수도 500쪽이 넘는다. 읽고 난 후 뿌듯함을 느낀 것은 이런 이유도 있다. 역자의 글에 의하면 작가의 글은 다비론(多非論)이라고 하는데 읽을 때 느낀 아리송함에 대한 작은 단서가 된다. 어쩌면 나의 핑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읽으면서 머릿속을 계속 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그냥 놓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문화대혁명에서 현대까지 오는 과정이 시간 순이 아니다. 정확하게 시간대를 표기해주지 않아 대충 맞춰야 한다. 이야기의 흐름으로 순서를 대충 파악할 수 있지만 세부적인 것까지 맞출 수는 없다. 뭐 이런 순서가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기억이 늘 순서대로 나는 것도 아니고 정확한 것도 아니지 않는가. 기억은 이미지로 남아 있고, 이것을 언어로 표현하게 되면 정확성에 문제가 생긴다. 언어 밖 이미지에 대한 소설이란 부분에 공감한다. 실제 4부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범위의 확장으로 읽히기도 한다. 이 부분은 작가가 후반부에 그린 공간과 시간에 대한 것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읽다보면 머릿속을 울리는 좋은 글들이 가득 나온다. 피상적인 글들도 있지만 나의 고민을 담고 있는 글도 상당히 많다. 나의 이해력이 좀더 좋다면, 알고 있는 지식이 조금 더 많다면 비교해야 할 부분도 많다. 작가가 4부에서 현대 중국 청년들의 삶을 간결하게 표현한 부분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고, 이 부분이 다시 우리의 삶에서 본 장면들과 연결되었다. 역사를 둘러싼 왜곡된 시선들은 언제나 불편하다. 작가 자신이 홍위병으로 문화 대혁명을 경험한 것이나 지식청년들이 농촌으로 내려간 일들은 이전에 읽었던 중국 소설들의 기억을 되살려주었다.

 

힘들게 읽었지만 재미난 부분이 상당히 있다. 이 때문에 작가의 다른 책에 관심이 늘었다. 인용하려고 한 수많은 문장들이 있지만 그냥 지나갔는데 결론적으로 잘 한 것 같다. 왜냐고? 수많은 이미지의 편린을 그 문장으로 고정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사유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문장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언어와 이미지를 양비론으로 풀어낸 부분은 더 내공을 쌓은 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불가의 불립문자(不立文字)에 더 강하게 공감한다. 점점 더 내가 알고 있었던 사실들이 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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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무레 요코 지음, 장인주 옮김 / 경향BP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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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란 작가의 에세이를 읽었다. 처음 읽은 무레 요코의 에세이였는데 상당히 재밌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작가의 다른 에세이에 시선이 갔다. 사실 <카모메 식당>의 영향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는 단점이 있지만 무레 요코는 에세이스트로 더 유명한 모양이다. 검색을 하면 에세이가 더 많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표지와 제목에 고양이가 나온다. 전작 에세이에서 고양이와 함께 오래 살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고양이 글이 많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이번 에세이에 등장하는 고양이 C는 무려 열아홉 살이다. 이 노령의 고양이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낸다.

 

여왕님과 집사 관계가 가장 먼저 나온다. 우리는 흔히 고양이 키우는 사람을 집사라고 말한다. 물론 속내는 작가처럼 엄마 같은 것이다. 여왕님이 행동으로 짜증 등을 내비치면 집사는 거기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외출할 때도 사전에 미리 알려주고 비위를 맞춰주고, 돌아올 때는 선물을 사온다. 19년 동안 C와 함께 하면서 한 번도 여행을 가지 않았다고 말할 때 정말 놀랐다. 다른 고양이처럼 케이지에 넣어서 함께 가도 될 텐데 C가 얌전한 순간은 동물병원 진찰대 위에 있을 때 뿐이다. 이 병원으로 택시 타고 이동할 때 보여주는 괴성 등과 진찰대의 모습은 너무 대조적이라 같은 고양이가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20년 전 아파트 한 구석에서 발견한 고양이 C는 한때 그 동네의 여왕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왕의 위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른 고양이와의 에피소드는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에 나오니 참고하면 될 것 같다. 아직 읽지 않은 다른 에세이에 어쩌면 더 나올지도 모르겠다. 추락한 위치는 밖으로의 외출을 삼가게 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몸에 변화도 적응이 필요하다. 진찰실 고양이 모습을 잘 보여주는 발톱 문제도 이것을 잘 보여준다. 젊을 때라면 자신이 내성 발톱이 생기기 전에 관리했을 텐데 이제는 집사가 보고 깍아줘야 한다. 뭐 이것이 싫어 열심히 도망 다니지만 말이다.

 

C는 입이 정말 짧은 것 같다. 사료와 통조림 문제가 초반에 나오는데 입맛에 맞는 사료 등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입맞에 맞는 것은 아직 수입되지 않거나 한 번에 많이 먹지 않는다. 뷔페처럼 차려놓은 통조림 이야기를 읽으면서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연어와 장어를 좋아하는 것은 다른 고양이들과 닮았는데 장어의 뼈를 발라주는 장면에서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여왕님을 수발할 때는 집사이지만 C를 돌볼 때는 엄마의 역할을 한다. 이 전환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녀가 얼마나 이 고양이 C를 사랑하는지 알게 된다.

 

고양이가 아침, 아니 새벽 일찍 깨우는 고통을 여러 번 이야기 한다. 직접 대화를 할 수 없으니 추측할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수면 부족이 짜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짜증을 내고 나면 잠시 주춤하지만 여왕님으로 변신해서 집사 역할을 강요한다. 어쩔 수 없다. 애완묘를 키우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다. 온도와 습도 등의 문제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조금 변하는 것 같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제습기도 온도에 따라 작동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보통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비싼 것을 사줘도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사용하지 않아 벼룩시장에 내놓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새벽에 깨우는 일이나 춤추고 운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 등은 일상적이다. 어지간하면 버릇을 잘못 드렸다고 말하고 자신을 세계에서 고양이한테 가장 많이 혼나는 주인이란 표현을 사용하겠는가. 그래도 자가의 나이 등을 고려하면 함께 사는 마지막 고양이일 수도 있다. 이 마음이 이 에세이 속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C는 작가가 자리에 있으면 만족해하고, 외출 전에는 미리 말하고, 빗질, 마사지, 쓰담쓰담을 해줘야 한다. 당연히 당일에도 신경을 써 줘야 한다. 어떻게 보면 번거롭게 보이지만 작가는 “지금 C가 스무 살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란 마지막 문장에 진심을 담고 있다. 힘들고 귀찮고 짜증나는 순간들이 있지만 감사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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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존재가 공기
나카타 에이이치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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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카타 에이이치와 오츠 이치가 같은 사람이란 것을 얼마 전에 알았다. <메리 수를 죽이고>를 읽고 안 것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아마 이 책도 <기치조지의 아사히나 군>이 목록에 올라와 있지 않았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저질 기억력이라니. 솔직히 <메리 수를 죽이고>를 읽기 전에는 오츠 이치에 대해 감탄을 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 소설집을 읽은 후 바뀌었다. 그가 다양한 필명으로 여러 작품을 내었고, 그 중 몇 작품은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사놓고 방치한 오츠 이치의 소설들이 그날 이후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역시 읽는 것은 언제일지 모른다.

 

소개 글 중에 초능력이란 단어가 먼저 눈길을 끌었다. sf, 판타지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에 맞는 단어다. 거기에 재밌게 읽은 작품의 작가라니 어찌 그냥 가겠는가. 여기에 오츠 이치까지 더해진다면 당연한 선택이다. 그렇게 선택한 이 단편집은 여섯 편의 각각 다른 분량을 가지고 멋진 이야기를 펼쳐주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초능력은 내가 읽었던 수많은 판타지 소설들과 엮이면서 이 능력이라면 어디에 사용할지 끊임없이 상상했다. 물론 작가는 내가 상상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뭐 어떤 단편 속 이야기는 더 끔찍한 것도 있지만.

 

<소년 점퍼>는 영화 <점퍼>의 패러디물에 가깝다. 너무 못생겨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고 히키코모리 초기 단계가 된 가케루의 초능력 이야기다. 어느 날 자신의 점퍼 능력을 알게 된 가케루는 철로에 떨어진 세나 선배를 구해준다. 이 능력을 알게 된 선배는 그를 운송 수단으로 이용한다. 여동생에게조차 혐오의 대상인 그를 만나주는 존재가 세나 선배다. 기꺼이 그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이 능력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집밖으로 나가는데 이 과정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재밌는 포인트 중 하나는 가케루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처음 안았을 때 외계인으로 생각했다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설정 중 하나는 미국에서 사람들은 그를 퍼니 페이스라고 부르면서 친해지려고 한 점이다.

 

<나는 존재가 공기>는 읽으면서 최고의 자객이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자신의 존재를 지운 소녀가 자신의 존재를 발견한 친구를 위해 능력을 다르게 활용한다. 처음에는 스토커인가 생각했는데 이야기가 더 진행되면서 이것이 바뀐다. 능력에 제한을 걸어둔 것은 어쩌면 나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요즘은 어디에나 CCTV가 있으니까. 차분하게 풀어나가면서 이야기를 쌓아가는 과정들이 재밌다. <사랑의 교차점>은 아주 짧다. 사람 많은 교차로를 연인과 손잡고 지나가면 늘 다른 사람의 손을 잡게 된다는 알 수 없는 현상을 보여준다. 결혼을 위해 실험한 장소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현상 속에서 발견하는 진심은 그들의 행동과 마음속에서 드러난다.

 

<스몰 라이트 어드벤처>는 잘못 배달된 물건에서 시작한다. 이 라이트 비추면 작아진다. 작아진 소년이 꿈꾸는 것은 예쁜 반 친구의 치마 속 팬티 색깔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녀의 납치 사건 때문이다. 작아진 소년의 모험이 펼쳐지는데 작은 소품으로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재밌게 읽었다. <파이어 스타터 유카와 씨>는 불 조절이 가능한 초능력자 유카와 씨 이야기다. 이 초능력자를 관찰하는 건물 관리인의 시선으로 풀어내는데 SF액션 영화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 육화장 속에 작은 연애를 집어넣고 화려한 초능력을 발휘한다면 멋질 것 같다. 장편으로 만들어도 될 이야기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이후 이야기를 더 읽고 싶다.

 

<사이킥 인생>은 초능력을 가진 집안의 한 여자 학생 이야기다. 이 집안의 초능력이 알려지면 그 대상은 죽어야 한다. 한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인 적이 있다고 하니 섬뜩하다. 학창 시절 관계의 표면성을 잘 보여주면서 천천히 진행되는 감정의 변화가 재밌다. 그런데 이 집안의 초능력은 거리의 한계가 있지만 물리적 접촉은 신체를 통과할 수 있다. 일정 거리에만 접근 가능하다면 역시 최고의 자객이 될 수 있다. 뭐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은 집안이란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지금은 오츠 이치란 필명으로 나온 소설보다 나카타 에이이치 풍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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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변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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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이 작품의 원 제목을 보고 다른 영화가 떠올랐다. 히로스에 료코가 주인공으로 나온 <비밀>이다. 창해에서 먼저 나온 <변신>과 <비밀>을 착각한 것이다. 나의 머릿속은 영화를 본 지 오래되었으니 기억이 희미해졌을 것이란 자기 위안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검색해서 찾아보니 다른 작품이다. 최근 이런 기억의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 집에 대할인시대에 사놓은 <변신>이 있을 텐데 생각하면서 번역자를 찾아보니 다르다. 다른 번역이라면 두 개의 작품을 비교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시간 나면 몇 부분 비교해보고 싶은 장면들이 있다.

 

1991년 작품이다. 이 당시 유행했던 것들 중 하나가 신체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다룬 소설과 영화들이었다. 나의 부정확한 기억에 의하면 대부분 심장이나 눈이다. 어제 일부 책 정리한 것에서 눈 이식으로 인한 스릴러 작품을 보았다. 심장의 경우는 감정으로 풀어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 뇌라면 어떨까? 이것을 풀어낸 작품이 바로 이 소설이다. 뇌 일부를 이식 수술한 후 그 당사자에게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빠르고 재밌게 그려낸 것이다. 인간의 몸 전체에 비교하면 그가 이식한 부분은 사소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은 부분이 한 인간을 삼키려고 한다.

 

나루세. 소박하고 순진한 청년이었다. 셋방을 알아보러 부동산에 갔다가 무장 강도의 총에 맞는다. 세계 최초의 뇌 이식 수술을 받고 깨어난다. 성공적인 외과 수술 결과다. 이 수술을 집도한 도겐 박사는 정밀하게 환자를 관찰한다. 혹시 있을 수도 있는 부작용을 걱정해서다. 외견상 다른 부작용은 없다. 퇴원해도 될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변화는 조금씩 일어난다. 사랑했던 연인의 주근깨가 거슬리고, 좋아했던 음식도 맛있지 않고, 즐겁게 몇 번이나 본 영화도 재미없다. 이런 정도라면 생활에 큰 문제가 없는데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 한다. 실제 누군가에게 살의를 품고, 행동으로 옮기려고 한 적도 있다. 나루세는 이 성격의 변화를 인식하고, 자신의 본성을 잠식하는 뇌 이식 수술의 도너를 찾는다. 혹시 그 사람의 성격 때문이 아닌가 하고.

 

이후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자신의 도너가 누군지 찾아가고, 그 도너의 과거를 알게 된다. 자신과 비슷한 성격이었다. 그의 성격 변화는 주변 사람들과 불화를 만든다. 직장 동료들과 사랑했던 여자 친구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알고 있는 도너가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 그의 파괴적인 행동은 더 심해진다. 그러다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 가능성은 하나의 가설로 이어지고, 가설은 조사로 통해 확신으로 바뀐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신하고 있다. 그의 자아는 도너의 것으로 점점 바뀌어간다. 판타지 소설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뇌 이식이 가능해진다면, 이 이식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어떤 사람들이 이익을 얻을까? 뇌도 다른 장기처럼 일부를 잘라내어 이식이 가능할까? 이 소설의 후반부는 바로 이들과 연결되면서 분위기가 급격하게 변한다. 첫 출간연도를 감안하면 이 설정이 제대로 검증되었는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자신의 인격을 잠식하는 것에 반발하고 이것을 저지하려는 나루세의 의지와 노력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 노력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소재와 특유의 가독성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얻게 몇 가지 지식은 아쉬움이 먼저 생긴다. 인격의 변하면서 생기는 말투 등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는데 이 부분도 비교하면 작은 재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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