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더 리퍼 밀리언셀러 클럽 115
조시 베이젤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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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허름한 맨해튼 카톨릭 병원의 응급실 담당 의사 이야기다. 병원 이야기냐고? 맞다. 정확하게는 반만 맞다. 실제 이 소설을 쓴 작가도 레지던트이고, 소설 속 주인공도 레지던트다. 물론 단순한 의사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닥터 하우스> 같은 드라마보다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이 의사에게 숨겨진 과거가 있는데 전직 킬러였다는 것이다. 그것도 마피아의 킬러였다. 그런 킬러가 왜 레지던트로 고생을 하냐고? 그것은 내부고발자가 되어 FBI증인 보호 프로그램 아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마피아 킬러가 의사가 되었다는 것이 의아하지만 작가의 이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정인지 모르겠다. 병원의 현실을 배경으로 상상력을 새롭게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로빈 쿡의 의학 스릴러와는 완전히 다른 전개다. 쿡이 병원을 둘러싼 스릴러를 펼친다면 이 작가는 단순히 병원을 배경으로 사용할 뿐 실제 일어나는 일은 킬러의 과거사와 새로운 신분이 발견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는 우리가 잘 몰랐거나 그냥 무시하고 지나간 일들에 대한 소소한 혹은 당사자에게 끔찍한 이야기 거리다. 

첫 장면부터 시선을 끈다. 그는 노상강도의 권총을 가볍게 빼앗는다. 이런 능력에 감탄할 새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위트 있고 냉소적인 문장과 표현들은 단박에 시선을 끈다. 이어지는 병원 이야기는 작가의 이력을 자연스레 떠올려주고, 그 사이사이에 나오는 회상은 그가 어떻게 자랐는지, 왜 킬러가 되었는지, 왜 FBI의 편이 되었는지 알려준다. 이런 이야기가 실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 속에서 시간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 과거사는 동시에 어떻게 마피아가 부를 축적하고 유지하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던 마피아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킬러였던 과거가 알려지기를 그는 바라지 않지만 현실은 다르다. 사실 이 소설에서 가장 긴장감을 실어주는 것은 바로 그의 이력이 다른 조직원에게 들키고 난 후부터다. 다른 조직원에게 이 소식이 알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병원 전화 등을 정리하지만 요즘은 누구나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 그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얼마나 무서운 인물인지 아는 환자가 다른 조직원에게 보험성으로 그의 존재를 알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가 바라는 것은 유능한 의사에게 수술을 받아 암을 완치한 후 병원을 걸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무시무시한 킬러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실제 더 무서운 것은 그 유명한 의사가 상당히 문제가 많은 의사라는 것이다. 그래서 전직 킬러였던 의사는 이 환자를 죽게 만들 수 없게 되었다. 

결코 죽게 만들어서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기를 바라지 않는 전직 킬러이자 현직 의사는 본의 아니게 바빠진다. 이렇게 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병원이라는 공간이기에 가능한 수많은 일들로 인해 때로는 헛웃음을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황당함을 보여준다. 이미 <닥터 하우스>나 다른 책들을 통해 병원이 얼마나 많은 병균을 환자에게 전염시키는지 알고 있었지만 코믹한 진행과 냉소적인 의학 정보는 읽는 재미를 준다. 이런 정보들이 킬러라는 직업을 가진 의사 이야기를 조금은 가볍게 덜어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긴장감을 완화시켜준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상당히 재미있다.

현재의 에피소드가 조금 가볍다면 그의 과거는 직업처럼 무겁고 날렵하다. 킬러에게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복수를 통해 킬러가 되었는데 그 사이에 펼쳐지는 활약이 경쾌하면서도 섬뜩하다. 그의 성장과 더불어 펼쳐지는 살인 행각은 정말 악당을 처단한다는 의도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국 살인이다. 물론 그들이 펼친 악행을 생각하면 그의 활약에 박수를 치고 마음도 생긴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시선에서 본 것이고 그가 속한 조직이 저지르는 일을 생각하면 그들과 별 차이가 없게 느껴진다. 이런 생각은 사실 읽는 동안에 잘 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활약에 자신도 모르게 동조하고 몰입하기 때문이다. 

가볍게 읽기 시작하여 의학과 킬러의 결합이란 신선한 조합을 만났고 예상 이상의 재미를 누렸다. 후반부로 가면서 펼쳐지는 로맨스는 부러움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고, 마지막 장면은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생긴다. 어떻게 보면 피에트로 브라우나의 액션 장면은 스티븐 시걸과 닮아 있다. 주저 없고 파괴적이고 속도감 있는 액션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나만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는 어떻게 펼쳐졌을지 궁금하다. 몇몇 잔인한 장면들도 마찬가지다. 속편이 나온다고 하니 그가 어떻게 되었을지, 이번에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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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서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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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데뷔작 <고백>을 쓴 미나토 가나에의 2010년 작품이다. 편지를 소재로 한 조금 특이한 소설이다. 편지만으로 구성한 소설이 없지 않지만 미스터리 장르에서 이런 작품은 상당히 드물다. 찾아보면 좀 더 많을지 모르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이 소설을 펼쳐 읽기 전에는 장편인줄 알았다. 그런데 세 편으로 구성된 작품집이다. 이 세 편은 공통점이 있는데 요즘은 보기 힘든 편지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이다. 그것도 미스터리를 말이다. 모두 읽은 지금 <고백>의 충격을 넘어서지는 못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구성과 재미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첫 단편은 <십 년 뒤의 졸업문집>이다. 십 년 만에 친구 시즈카의 결혼식에서 그들은 만난다. 이때 빠진 한 명 지아키에 대한 소문을 친구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월희 전설을 바탕으로 지아키에게 일어난 사고를 각각 자신의 입장과 심리를 통해 풀어낸다. 이것은 전작 <고백>과 마찬가지다. 하나의 사건을 자기 입장과 추측을 통해 이야기하는데 이 과정이 묘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과거를 통해 추측만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비약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벌어지는 다양한 해석은 삶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이 단편들이 어떤 식으로 풀릴지 알려준다.

병에 걸린 선생이 현직 선생인 제자 오바 아쓰시에게 이십 년 전에 헤어진 여섯 제자의 근황을 알려달라는 편지를 보낸다. <이십 년 뒤의 숙제>의 시작 부분이다. 이 여섯 제자는 다케자와 선생과 함께한 소풍에서 좋지 못한 기억을 가진 아이들이다. 그중 요시타카가 강물에 빠졌고 이를 구하려던 선생의 남편이 죽은 사건이다. 이 사건을 아이들 각자의 입장과 시각으로 풀어내는데 처음에는 숨겨져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줄 알았다. 물론 밖으로 드러난 것 외 다른 진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범죄와 관계없다. 이 모든 부탁과 행동의 실제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 감탄한다. 반전에 반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런 반전보다 더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은 역시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각자의 이해와 살아온 길이다.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은 이 단편집에서 가장 적은 인물이 등장한다. 단 두 사람이다. <십 년 뒤의 졸업문집>이 여럿 명과 편지를 주고받는 반면 <이십 년 뒤의 숙제>는 실제 편지 왕래는 거의 두 사람에 집중된다. 하지만 이 편지 속에 그 당시 학생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단지 두 사람이다. 그것도 연인 사이다. 처음에는 국제 자원봉사대로 나간 남자 친구와의 연애편지 정도였다. 갑자기 떠난 남친 준이치에게 마리코가 현재 자신의 마음을 담아 보냈는데 이 편지가 왕래하는 도중에 과거의 사건이 둘의 주제가 된다. 그리고 밝혀지는 충격적인 사실은 예상된 반전이라 해도 놀랍다. 

편지라는 수단을 통해 속고 속이는 과정이 펼쳐지고 이를 통해 드러나는 진실은 자연스레 반전으로 이어진다. 작위적이란 느낌보다 잘 짜인 구성과 다양한 시선을 통해 드러나는 사건의 단면들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현재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의 사건을 다룬다. 단순히 과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그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하나의 사건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도 같이 보여준다. 이런 과정들이 있기에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올 소설도 같은 구성이 될지 모르겠지만 점점 원숙해지는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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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와 선배의 이야기 세트 - 전2권 나와 그녀와 시리즈
토지츠키 하지메 지음,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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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와 선생의 이야기>와 <나와 그녀와 선배의 이야기> 두 권으로 된 시리즈다. 첫 번째 이야기가 선생에 대한 것이고 선배가 두 번째 권인데 실제 시간 순서는 반대다. 첫 번째 이야기 속에 일어나는 핵심 이야기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 등을 알려주는 작품이 <나와 그녀와 선배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 권을 따로 읽어도 무리가 없다. 각 권이 독립된 이야기처럼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 읽은 후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첫 번째 <나와 그녀와 선생의 이야기>는 두 번째 이야기보다 조금 가볍다. 돌아가신 할머니 부탁으로 대신 스즈키 선생 집 다도 모임에 간다. 그런데 이 모임 조금 괴이하다. 모임이 진행되는 동안 말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 집도 괴이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르바이트로 일상을 보내던 그에게 갑자기 나타나 일찍 죽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소녀 코마치가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조금 바뀐다. 그렇다고 무겁지는 않다. 이렇게 나와 그녀와 선생이 모두 등장한다. 나 켄신. 그녀 코마치. 선생 스즈키.

이 세 명은 연결되어 있다. 직접 혈연으로 이어진 것은 코마치와 스즈키다. 스즈키가 코마치의 외삼촌인데 그가 펼치는 주술이 문제의 대상이다. 어떤 주술이냐고? 그것은 다음 이야기와도 연결되는 것으로 바로 죽은 누나를 환생시키는 것이다. 죽은 자가 건너야 하는 황천으로의 길을 막은 스즈키의 집념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것은 다음 이야기 속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죽은 누나를 되살리려는 선생의 집념과 노력에 대비되는 조카 코마치와 약간 어리바리한 켄신의 행동은 묘한 균형감을 이룬다. 

<나와 그녀와 선배의 이야기>는 시간 순서로만 보면 그 이전 이야기다. 여기서 나는 스즈키고, 그녀는 무녀 코바야시 메이사, 선배 나카무라 칸이다. 시리즈라는 이름 때문에 나와 선배가 동일한 인물일 것이라고 미리 짐작했는데 여지없이 깨졌다. 이 이야기에서도 핵심 주제는 주술이다. 스즈키가 바라는 것은 시집간 누나가 무녀로서 남편 대신 죽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것은 앞 권에서 그녀를 되살리려는 노력과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는 선배 나카무라가 옛날 고승의 찢겨진 시체 일부분을 얻게 되면서 가지는 주술과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괴이한 힘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 이 소설 속 선배 나카무라가 그렇다. 그는 사지가 찢긴 채 봉인 당한 스님의 신체 일부분을 가지면서 신비한 주술력을 얻게 된다. 이 힘에 이끌린 그가 갈 길은 분명하다. 죽은 뒤에도 그 주술력이 전해진다면 다른 신체를 찾게 되면 어떨까? 이 신체를 찾게 되는 과정에 벌어지는 괴이한 이야기와 스즈키 누나와 관련된 이야기는 전편과 달리 조금 무겁게 진행된다.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섬뜩하다. 공포영화로 만들어도 될 정도의 구성과 전개다.

제목에서 착각을 하게 만들지만 읽게 되면 금방 이어진다는 것과 나와 그녀가 다른 사람임을 알게 된다. 현대의 그녀가 과거의 그녀보다 비중이 더 있고. 직접 연관성을 가진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다르다. 코믹하고 가볍지만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것이 선생 이야기라면 선배 이야기는 시종일관 무겁고 괴이하다. 그리고 두 권을 다 읽은 지금도 혹시 다음 이야기를 통해 각 권에서 미스터리로 남겨 놓은 인물들의 현재를 설명해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간단하게 보면 <백귀야행>의 한 단편처럼도 다가오지만 담고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소소한 재미는 다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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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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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공항의 품격> 이후 다시 아포양이 돌아왔다. 전편보다 더 성장한 아포양 엔도 게이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변함없이 좌충우돌하는 그의 모습은 점점 변해가는 공항의 풍경과 더불어 새로운 삶의 공간인 공항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만든다. 물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긴장감과 재밌는 에피소드를 만든다. 모두 여섯 편의 연작으로 이어지는데 전작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이야기와 새로운 이야기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 편씩 읽어도 무리가 없지만 역시 같이 읽을 때 전편에서 이어져 오는 조그만 에피소드들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이번 공항 이야기 중에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은 첫 번째 작품인 <테러리스트와 아일랜드>에 등장하는 두 인물에 관한 것이다. 테러리스트는 이름이 닮았다는 이유로 테러리스트 오해를 받은 하마 코고, 아일랜드는 엔도의 OJT를 받는 에다모토다. 물론 가장 중요한 엔도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주인공으로 전체를 이끌어 가는 인물이고, 이 둘은 엔도와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에피소드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특히 에다모토는 전편에 이어서 엔도로 하여금 인사 문제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하다. 

하마 코. 약간의 스포이겠지만 그는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죽는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펼치고자 했던 꿈 때문에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일들이다. 약간 사기꾼 기질이 있는 다큐멘터리 작가 반다나 하마 코의 연인이었던 나카진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 둘은 첫 단편 이후 계속 나오면서 하마 코의 꿈과 자신들의 의지를 같이 풀어내는데 이 때문에 알게 모르게 엔도가 고통을 당한다. 물론 이 때문에 생기는 에피소드와 오해와 갈등은 또 다른 재미다. 여기에 엔도를 공항으로 보낸 팀장이 공항 소장으로 발령난 것은 전편에 이어지는 조그만 흥밋거리다. 

직장인의 애환이 담긴 이번 연작에서 점심시간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런치 전쟁>은 무신경한 혹은 제대로 직원들을 파악하지 못한 관리직의 어려움과 애환이 그대로 묻어난다. 당연히 점심시간의 중요함을 대변하는 직원들의 모습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태풍이 불어오면 항공기 결항 등으로 한가할 것이란 예측을 뒤집은 것이 <태풍의 공항>이다. 연착과 지연 출발 등으로 인한 수많은 문의와 빠르게 진행해야 할 일들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항을 찾은 고객과 직원 간의 대립과 화해 등은 긴장감을 불어넣어준다.

<공항 베이비>는 제목에서 예상한 그대로고, <연애하는 공항>은 한류의 새로운 물결을 만나 반가웠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어색한 기분이 드는 것은 이전에 배용준을 패러디해서 드라마 속에 녹여내었던 일드가 생각났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실제 엔도의 연애담이 펼쳐지는 것은 마지막 편인 <나의 스위트 홈>이다. 승객에게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엔도에게 반한 고객이 등장하고, 전편에 이어서 공항 사무실의 위기를 결합한 이 에피소드는 이 소설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가장 잘 보여준다. 엔도와 공항이란 공간이 어떻게 상승효과를 내는지, 그에게 공항은 어떤 곳인지, 점점 성장하는 엔도의 모습 등이 가장 잘 드러난 단편이다. 

전편의 단순 후일담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로 새롭게 포장한 작품이다. 전편의 후일담도 조금 있지만 변화하는 환경과 성장하는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사랑으로 가득하다. 전편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나의 공항 출국 과정을 떠올렸고, 우리와 다른 풍경과 혹시 엔도 같은 열정과 성실함으로 고객을 대하는 직원이 있었는지 생각해봤다. 결과는 너무 편안하게 출국해서인지 없었다. 전작을 재밌게 읽은 사람에게는 조금 아쉬움이 있을지 모르지만 반갑고, 만약 읽지 않았다면 전편을 찾아보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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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되었습니다 - 모든 미해결 사건이 풀리는 세상,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작
박하익 지음 / 노블마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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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모든 미해결 사건이 풀리는 세상이다. 당연히 어떻게 풀릴까 의문이 생긴다. 작가는 이 미해결 사건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죽은 사람이 살아나서 직접 그 살인자를 처단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놀라운 설정이다. 의문이 또 생긴다. 죽임을 당한 사람들이 살아와서 복수한다면 사법 제도나 세상의 살인은 모두 사라지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몇 가지 의문을 품고 읽었는데 몇 가지 제약과 한계를 두면서 교묘하게 이런 문제들을 피해간다. 도입부부터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내놓고 기존의 정보와 다른 현실을 보여주면서 이 바뀐 세계와 범인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든다.

진홍은 성공한 사업가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어머니가 소매치기에게 죽임을 당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 기억은 그 이후 하나의 트라우마가 된다. 이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가 취한 것은 일중독이다. 덕분에 크게 성공했지만 가슴 한 곳이 허전하다. 이런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누나한테 전화가 온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거실에서 콩나물을 다듬고 있다는 것이다. 집에 가서 확인하니 분명 어머니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자신에게도 생긴 것이다. 살아 돌아온 어머니를 보기 위해 교회 목사와 신도들도 찾아온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머니가 진홍을 죽이기 위해 칼을 들고 달려든다. 다행히 목사의 재빠른 반응과 성경 덕분에 살인을 막게 된다.

죽은 사람들이 살아와서 그들을 죽인 살인자를 심판하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이 괴이한 현상을 언론에서는 RVP(Resurrected Victims Phenomenon), 살인 피해자 환세현상이라고 부른다. 진홍의 사건은 한국에서 벌어진 일곱 번째 RVP다.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의 경우를 보게 되면 살아 돌아온 사람의 공격 대상은 미해결 사건의 진범이다. 그렇다면 진홍이 실제 이 사건의 막후라는 의미인데 이상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그의 행적을 보면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단순히 RVP만 감안하면 분명하게 진범인데 미묘한 현실이 의문을 더욱 짙게 만든다. 이 의문은 이 소설을 끌고 가는 중요한 하나의 줄기가 된다.

진홍이 진범이냐가 하나의 줄기라면 왜 이런 괴이한 현상이 생겼을까 하는 의문이 또 다른 줄기다. 초자연적 현상인데 판타지의 그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자마자 한 천재 과학자의 연구결과물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연속해서 이어지는데 작가는 이것을 마지막 장면에서 한방에 날려버린다. 사실 처음에 이 장면을 읽으면서 불만이 많았다. 억지스럽고 다른 영화나 소설에서 본 장면과 겹쳐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작가가 설정한 세계와 진행이 진한 여운으로 다가왔다. 중반 이후 빠지기 시작한 힘이 단숨에 불타오른 것이다.

죽은 사람이 살아와서 복수한다는 것은 고전 괴담에서 자주 본 것이다. 소설 속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과연 이 죽은 사람들이 되살아나 살인하는 것을 반갑게 받아들일까와 이 살인은 정당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 미묘하고 중요한 논쟁을 작가는 더 진행하지 않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 사실 이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좀더 깊고 다양하게 살인과 복수의 상관관계를 다룰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더 나간다면 사형제도와 살인과의 관계도 다룰 수 있다. 물론 이 부분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깊은 사고와 다양한 논쟁과 통찰을 통해 풀어내었다면 현재보다 월등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많지 않은 분량에 가독성이 좋다. 단숨에 읽히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의문을 계속 가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중반 이후 약간의 진부한 혹은 비슷한 진행으로 집중도가 떨어진다. 누가 범인인가 하는 의문을 계속 품게 만들지만 새로운 사실과 진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괴이한 현상들이 약간의 무리수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이 이 진부한 진행 속에 반전을 만들고 이어질 이야기를 생각하면 이 진부한 듯한 설정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이 부분이 이 소설이 담고 있는 거대한 담론과 더불어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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