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도둑 - 김주영 상상우화집
김주영 지음, 박상훈 그림 / 비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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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상상우화소설집이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꿈과 상상력의 자서전’이다. 그런 덕분인지 한 편씩 읽다보면 이 이야기는 작가의 이야기겠구나! 하는 느낌이 오는 우화가 있다. 하지만 나에게 김주영은 <객주>와 <홍어>의 작가다. 예전에 읽은 장편 <객주>는 너무 유명했기에 읽었고 새롭게 만나게 된 역사의 한 자락이 재미있었다. <홍어>는 문장 깊숙이 살아있는 언어들의 향연이 즐겁기에 기억에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최근에 그가 예전과 다른 글쓰기를 하고 있다. <똥친 막대기>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많은 작가들에게 이런 우화 소설은 꼭 한 번 쓰고 싶은 글인 모양이다.  

 

 62가지 이야기를 다섯 꼭지로 묶었다. 길, 소년과 소녀, 이야기, 인생, 꿈이다. 모두 읽고 나서 각 꼭지의 제목을 들여다보니 왠지 모르게 그가 살아온 인생을 요약한 단어처럼 보인다. 길에서 사람은 태어나고 떠나며 소년시절의 추억과 기억은 좋은 경험이자 자산이 되고, 이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어내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꿈을 돌아본다는 구성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만의 착각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가 말한 꿈과 상상력의 자서전을 나만의 상상력으로 다시 변화를 주었으니 상상 우화집의 조그마한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적지 않은 편수다. 각 이야기마다 품고 있는 의미가 있는데 그 모든 것이 나의 가슴으로 파고 든 것은 아니다. 나보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겪은 삶의 깊이가 다르고, 살아온 방식도 다르고, 생각하는 바도 다르니 조금씩 엇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그의 이야기는 풍자적으로, 우화로 다가와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삶의 지혜와 경험은 나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일부러 마음으로 다가온 문장을 표시하지 않았다. 처음엔 귀찮아서 하지 않았고, 조금 지나자 너무 많아서 할 수가 없었다. 나의 경험과 맞닿아 있는 곳에선 ‘나도!’를 외치고, 풍자적인 글에선 ‘그렇지!’라고 말하고, 그의 상상력이 빚어내는 즐거운 이야기에선 노익장을 생각하게 된다. 모든 이야기가 즐겁고 행복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 우습고, 가슴 아리고, 비극적이고, 황당한 이야기들이 그 동안 잊고 있던 나를 생각하게 만들고 행복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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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달을 쫓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4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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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주 가끔 온다 리쿠의 소설을 읽을 때면 낯설고 집중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그냥 그런 모양이다 하고 생각하면 되는데 왠지 모르게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취향 탓으로 돌리면 쉽게 해결될 텐데 말이다. 이 소설이 바로 낯설고 집중이 되지 소설 중 하나다. 여행 미스터리란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도 문제겠지만 표지에서 받은 이미지가 약간의 판타지 느낌을 계속 머릿속에 담아두게 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뒤표지에 나오는 ‘다섯 날 다섯 밤 동안의 진실게임!’에 집중했다면 다르게 읽혔을지 모르겠다.  

 

 여행 미스터리란 표현이 있지만 미스터리의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표지에서 풍기는 판타지를 머릿속에 담고, 일반적인 미스터리 구성을 계속 생각하면서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이란 단어는 이 소설 속 공간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나라와 아스카를 돌아다니면서 그 지역을 이야기하고, 역사를 되돌아보고, 그것을 배경으로 미스터리를 잔잔하게 깔아간다. 그런데 이 미스터리란 것이 살인사건이나 소소한 일상의 가벼운 미스터리가 아니다. 역사적인 장소와 결합하여 한 가족과 친구들의 역사를 나란히 보여주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과정이 조금 밋밋하여 약간의 선입견으로 다가간 나에겐 독이 되었다.  

 

 줄거리는 배다른 오빠 겐고의 여자 친구 유카리가 시즈카와 실종된 오빠를 찾는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진 일들이다. 놀라운 것은 시즈카와 겐고는 만난 적이 손에 꼽을 정도란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유카리를 만난 것도 두 번이 전부다. 이 낯선 두 여성이 사라진 겐고를 찾아 나라와 아스카를 돌아다닌다. 어떻게 보면 실종된 사람을 찾는 것이고, 다르게 보면 단순한 동반 여행이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유카리로 알고 만나 같이 여행을 한 여자가 유카리의 친구인 다에코란 점이다. 하나의 미스터리가 살짝 풀리는 순간 다른 미스터리가 생긴다. 그것은 왜 다에코가 유카리의 역할을 맡아 시즈카와 여행을 하고 싶어 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실종자 찾기라는 과제가 겐고의 생각보다 빠른 등장으로 사라져 버린다. 이 순간 또 다른 의문이 생기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렇지만 작가는 이 의문을 강하게 부각시키고, 사건을 만들기보다 여행 장소를 이야기 속에 녹여내면서 의문에 대해 답하고, 다시 새로운 의문을 만들어낸다. 이런 의문의 고개들은 반복되는데 정통적인 미스터리를 생각하면 아쉬운 대목이 많다. 또 각 이야기의 마지막에 들어가 있는 동화들이 어떻게 전체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현재 굳은 나의 머리론 조금 힘들다.  

 

 의문이 풀리고 새로운 의문이 생기는 과정에서 자신의 현재와 과거를 돌아보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이 작업은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가 된다. 여행이 이야기가 되는 구성에서 이 미스터리는 사실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조차 여행과 미스터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이 소설을 읽게 된다면 읽으면서 놓친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 아마 또 다른 의문이 생기게 될지도 모른다. 현재는 낯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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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밀리언셀러 클럽 9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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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길을 가는 나에게 누군가 다가와 “여섯 시간 뒤, 당신 죽어.”라고 말한다면 나의 반응은 어떨까? 아마도 뭐 이런 황당하고 미친 놈이 있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도를 아십니까?”의 새로운 버전인가? 하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기분은 상당히 나쁠 것이다.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들은 한 여자 미오의 사건으로 이 단편집은 시작한다. 그리고 펼쳐지는 이야기는 미래를 보는 예지 능력을 가진 케이시와 직접 간접으로 이어진다.   

 

 다카노 가즈아키를 처음 만난 것은 <유령인명구조대>였다. 작가에 대한 정보도 없이 읽은 책이다. 자살이란 주제를 상당히 재미있고, 의미심장하게 풀어내었는데 작가에 대한 관심이 이때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13계단>, <그레이브 디거> 두 편부터다. 이 두 편으로 이전에 읽은 책 제목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사회성 강한 작품을 쓰는 작가로 인식하게 되었다. 처음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약간 낯선 느낌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곧 <유령인명구조대>를 생각하게 되었고, 장르나 소재에 구속되는 작가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모두 다섯 편의 단편이 있다. 이중에서 예지 능력자 케이시가 직접 나와 활약을 펼치는 것은 제목에 시간이 들어가는 두 편이다. 나머지 작품들은 간접적으로 출연하여 이야기에 개입한다. 그의 등장이 줄어든 만큼 아쉬움도 커지지만 이야기의 완성도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그가 등장하여 시간 제약을 주면서 만들어내는 긴장과 미스터리가 조금 약할 뿐이다. 판타지 성향이 좀더 강해졌다고 해야 하나?  

 

 표제작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마지막 단편 <3시간 후 나는 죽는다>와 연결되어 있다. 사건이 연결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내는 두 인물과 시간 제한이란 점이 그렇다는 의미다. 그리고 두 편 모두 화자는 미오다. 첫 작품에서 죽는 대상이 미오라면 두 번째는 케이시다. 6시간도 결코 길지 않는데 3시간으로 줄어들었다. <6시간 후>가 케이시란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의 능력을 부각시키기에 딱이라면 <3시간 후>는 그 후 5년 후로 상황을 더욱 긴박하게 만들어간다. 약간 뻔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6시간 후>에 비해 <3시간 후>는 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동시에 미래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시간의 마법사>는 극작가를 꿈꾸는 미쿠 이야기다. 그녀에겐 어린 시절 사라진 하루가 있다. 그 사라진 하루와 힘겨운 현재와 그녀의 이름처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연결하여 이야기를 만든다.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은 진심으로 남자를 사랑하지 못하는 미아를 등장시켜 사랑을 말한다. 그 사랑이 기담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결코 어둡지 않다. <돌 하우스 댄서>는 전문 댄서를 바라는 미호 이야기다. 처음엔 두 갈래의 이야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를 나누었다. 하지만 현재의 두 이야기다. 돌 하우스가 만들어진 단 하나의 이유가 한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란 것과 그 현재가 만나는 장면에서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앞의 두 작품이 케이시가 조연으로 잠시 등장한다면 이 작품은 돌 하우스를 만든 할머니의 손자로 살짝 말해진다.  

 

 이번 작품집이 그에게 빠지게 만든 작품들의 매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것은 선입견이나 기대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단편이란 것도 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꾼으로서 재능을 볼 수 있다. 사회파 작가로서의 재능은 살짝 숨겨져 있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과 낙관은 넘쳐난다. 특히 마지막 작품에서 보여준 긴박감과 속도감은 일품이다. 긴 호흡에서 그 속도감이 살아나는 것을 보면 나와의 궁합은 장편이 더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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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크래커스
한나 틴티 지음, 권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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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쟁한 작가들을 내세우는 판매 전략은 언제나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애드거 앨런 포,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뒤를 잇는다는 그 문구 하나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히 자극적이다. 책을 모두 읽은 지금 과연 그런가? 하고 자신에게 묻지만 그 답은 모르겠다. 어쩌면 당연하다. 내가 언제 이 작가들의 작품을 제대로 다 읽은 적이 있었던가?     

 

  자! 이제 유명한 다른 작가들은 뒤로 하고 이 소설집의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먼저 요즘 나오는 소설집엔 작품집이니 단편집이니 하는 표시가 거의 없다. 제목이나 책 소개나 표지만을 본 사람들은 장편이겠거니 하고 구입하고, 그 호흡에 맞추어 책을 읽는다. 그러나 보니 충분히 그 묘미를 누리지 못하는 몇 편이 생긴다. 어쩌면 비겁한 변명(?)일 수도 있지만 나처럼 약간 둔한 사람은 그 사람의 문장과 구성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더욱 어렵다. 넋두리는 여기서 끝.  

 

 표제작에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두 번째 작품인 ‘홈 스위트 홈’부터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하나의 살인사건을 재미나게 풀어내는데 예상하지 못한 반전과 유머가 섞여있었다. 이후 나오는 단편들도 조금씩 작가에 적응하면서 재미를 발견하게 된다. 특히 ‘타당한 조건들’이나 ‘그해의 히트맨’이나 ‘갈루스, 갈루스’나 ‘폭력의 집’은 다른 느낌과 분위기로 재미를 준 작품들이다.  

 

 ‘타당한 조건들’은 기린들이 동물원장에게 자신들의 삶에 대한 개선사항을 보내면서 시작한다. 이 요구가 이루어지지 않자 자살 흉내를 내면서 어린이에게는 공포를 매스컴엔 기사거리를 주게 된다. 간략하고 암축된 구성으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단편의 묘미를 느끼게 만든다. ‘그해의 히트맨’은 마피아 히트맨의 삶을 다룬 것이다. 아비 없이 태어나자마자 어머니가 죽지만 할머니 노나의 억센 삶에 의해 살아가다 마피아에 의해 암살자로 훈련 받고 그 업무를 매끈하게 집행한다. 재미있는 것은 살인이 아닌 약간은 평범한 전개와 암살자가 보여주는 귀여운(?) 행동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결말.    

 

 ‘갈루스, 갈루스’는 이 단편집에서 가장 블랙코미디에 적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일상적이지 않고, 묘한 집착을 가진 사람들이다. 평생 구두끈을 매어본 적이 없다거나 닭에게 빠져 정신이 없다거나 동물 소리를 남에게 들려주려고 연습한 것을 끝없이 보여준다거나 아버지의 예상하지 못한 죽음으로 불안정한 것을 두려워한다는 등의 인물이 나온다. 이 인물들이 마지막 한 장면을 위해 움직이고 그 장면이 웃음을 자아낸다. ‘폭력의 집’은 가정내 폭력과 가족간의 갈등이 다루어진다. 여기서 가장 눈에 들어온 인물은 가족 내 구성원이 아닌 심리학자다. 하나의 행동을 부모가 알려주면 그에 맞추어 새 처방을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말을 할 수가 없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늘어나는 사고나 사건들을 생각하면 좀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다른 분위기를 풍기면서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그 낯선 모습이 이 소설의 재미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보통의 사람들이 생활하는 것과 다르거나 현실의 경계를 뛰어넘거나 일상에서 보는 잔혹함이 극으로 달려간다거나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 틈이 점점 더 커진다거나 하는 모습이 유쾌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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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를 리뷰해주세요.
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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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언제부터인가 이 상을 수상한 작품에 눈길이 저절로 간다. 상금이 많은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지금까지 읽은 작품들이 모두 재미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또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란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예전에 본 영화나 읽은 책 속에서 정신병자들은 어느 정도 미화된 부분이 있겠지만 실제 사회의 사람들보다 훨씬 인간적이었다. 의도적으로 대립 관계를 만든 것인지 아니면 세상사의 때를 덜 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을 보고 있으면 점점 각박해지는 세태와 나 자산을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예전에 본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실제 정신병이 있지 않은데 병원으로 끌려간 사람들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제도적으로 보호자 등이 그를 정신병이 있다고 말하고, 그에 협조하는 정신병원이 있으면 그냥 끌려간다. 사람이 환경에 쉽게 변하는 속성이 있는데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도 정신병원에 갇혀 매일 약을 먹고, 그들과 생활하다보면 어느 순간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한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 이 소설 속 주인공 중 한 명이 바로 이런 상황에서 갇힌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바로 병원에서 변화와 혼란을 일으키고, 활기를 가져오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화자인 미스 리 이수명은 실제 공황장애가 있다. 가족력에 어머니가 환자고, 본인도 그런 증세가 있다. 그가 어머니의 죽음 후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 한 후 심하게 더듬는 말투와 느린 행동 때문에 성추행자로 오인 받고, 그 후 아버지에 의해 수리 희망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가 병원으로 끌려오면서 한 싸움을 보게 되는데 그 싸움꾼이 승민이다. 이 둘의 만남과 조합이 처음부터 쿵짝이 맞은 것은 아니다. 병원에 어느 정도 적응한 수명에 비해 승민은 끊임없이 탈출을 꿈꾸고 도전한다. 이 과정을 미스 리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소설은 정신보건심판위원회에서 이수명이 수리 희망병원에 들어가고, 그 속에서 살고, 탈출하기까지를 위원회에서 말하는 형식이다. 이 과정에서 개성 강한 환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어울리고, 살아간다. 정신병원이란 공간은 특별한 인물들을 만나기 쉬운 곳이다. 좀도둑인 김용이나 말을 탔던 전력으로 또별이란 말을 사람으로 대체하고 움직이는 노인 만식 씨, 신통한 능력을 보여주는 십운산 선생, 사회복지사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는 우울한 세탁부 등이 바로 그들이다. 그 외 효선이를 찾으면 거구를 움직이는 효선 엄마나 병원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경보나 공주처럼 왕관을 쓰고 다니는 버킹엄 공주나 약간 부족한 지성을 지닌 한이와 지은이 커플 등이 있다. 이들 한 명 한 명이 강한 개성과 함께 진한 인간의 향기를 풍긴다. 우울하고 무서울 수 있는 공간에 다양한 이야기와 인간에 대한 깊은 관찰을 보여주는 것도 바로 이들이다.  

 

 책 앞부분은 사실 집중력이 떨어진다. 아직 인물들이 자기 자리도 찾지 못하고, 많은 인물들이 나오고, 대립관계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반을 살짝 지나고부터 속도가 붙는다. 수명과 승민의 과거가 드러나고, 그들의 사연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립과 갈등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이런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나면 다음 번 소동과 탈출이 기다려진다. 정체된 듯 고여 있던 병원이 수명의 발작과 승민의 활약 덕분에 분위기가 바뀐다. 이런 상황에서 수명은 전혀 적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수동적이다. 그런데 상황은 그와 승민을 중심으로 빠르게 돌아간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병원에 입원했던 것과 같이 말이다.  

 

 개성 강하고 매력적인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중에 아쉬운 두 사람이 있다. 수명을 괴롭히던 점박이와 최기훈 간호사다. 생각보다 빨리 무대에서 점박이가 사라지면서 수명이 또 어떤 괴롭힘을 당할까 하는 조마조마한 감정이 사라졌고, 최기훈의 경우는 그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단한 싸움꾼에 환자들에게 애정이 있는 듯하지만 승민의 공격에 대한 반응은 또 다른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역시 마지막까지 그는 알 수 없는 존재로 남는다. 이 둘은 사실 소설에 환자의 반대편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존재다. 이런 사람들이 비중이 약해지니 뒷부분에 아쉬움이 많다.  

 

 소설을 읽다 보면 많은 생각이 왔다 간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무엇인지, 인간의 욕심에 의해 감금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보는 사람보다 더 인간적인 그들이 왜 병원에서 고생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실제 병으로 고통 받는 그들의 아픔이 어느 정돈지, 과연 정신병원은 환자로 하여금 병을 낫게 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지 등이다. 이런 많은 생각들의 왕래 속에 수명의 존재는 그 경계에 걸쳐서 그들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서 그의 새로운 도약과 도전을 만난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정신병원이란 비정상적인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인간적이 사람들의 모습과 삶이 잘 표현되어 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나 정신병자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재미있게 보거나 읽은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나야. 내 인생을 상대하러 나선 놈, 바로 나.”(3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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