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간인가? - 인류가 밝혀낸 인간에 대한 모든 착각과 진실
마이클 S. 가자니가 지음, 박인균 옮김, 정재승 감수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힘겹게 읽었다. 이 힘겨움은 나의 과학에 대한 무지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미 알고 있는 몇 가지 사실이 나오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기초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그러니 글자를 따라가는데 급급했던 순간도 상당히 많다. 이 책에 대한 수많은 호평을 너무 만만하게 다가간 것이다. 나의 수준을 생각하지 않고 말이다. 학창 시절 과학에 약했던 지나간 과거가 갑자기 생각난 것도 이런 힘겨움 때문이다. 책 분량만 생각할 때보다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다시 깊은 생각에 잠긴다.

4부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제가 HUMAN이다. 각 부의 제목에 인간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다. 바로 인간에 대한 연구와 그 결과물에 대한 저작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인간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에서 시작하여 더불어 살기를 거쳐 인간의 한계를 넘어 사이보그까지 이르는 장대한 여정이다.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인용들은 뒤에 나온 참고문헌 목록만으로 기가 질릴 정도다. 무려 60쪽에 가깝다. 이것은 이 저작이 어느 정도의 노력과 공을 들였으며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알려준다.

인간. 우리는 학창 시절 배운 몇 가지 정보로 인간을 정의한다. 직립보행, 도구 사용, 사회적 동물, 이성 등이 먼저 떠오른다. 이중에서 몇몇은 다른 동물들의 연구를 통해 인간만의 유일한 특징이 아님이 밝혀졌다. 계속되는 연구 속에서 또 다른 사실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런 지엽적인 사실이 인간을 규정하는데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가진 수많은 고유성이나 다른 동물과 다른 특성들 때문이다. 

책의 기본 전제는 진화론이다. 침팬지와 인류가 같은 조상에서 갈라졌다고 생각한다. 이 둘이 나누어진 이유에 대해서 현재는 정확한 답을 제출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둘의 비교 연구를 통해 인간이 지닌 특성을 발견한다. 수많은 사실 중 엄지손가락 이야기는 새롭고 놀랍다. 그리고 저자가 인간의 뇌가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다시 말해 더 많은 자손을 생산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자연선택을 통해 안착한 기묘한 장치”(48쪽)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인간이 어떻게 발전했고 발전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뇌란 기묘한 장치 연구를 통해 사회적 관계로 이야기는 나아간다. 사회집단과 뇌와 윤리에 대한 연구는 기존에 알고 있던 일화와 다른 심리학 서적에서 이미 만난 부분이 있어 비교적 가볍게 읽었다. 하지만 다시 세부적인 사항으로 들어가면서 깊이 있는 분석이 이루어진다. 과거의 학설이 뒤집어지고, 새롭게 등장한 이론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만든다. 특히 모방에 대한 설명은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한다. 인류가 언어와 상상을 통해 감정을 모방하고, 관점을 이용해 모방을 바꾸는 등의 능력으로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고 하는 순간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이란 없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제 저자는 예술이란 형이상학적 현상으로 넘어간다. 동물에게 예술이 없다고 말하며 이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 우리가 다른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게 만들고 발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 덕분에 끊임없이 새롭게 등장하는 불확실한 가능성을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전문분야인 분리 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의식이란 단계로 나아간다. 이 부분은 놀라운 예시가 나오면서 흥미를 불러온다. 

4부이자 마지막 장에서 사이보그를 다룬다. 이것은 현재 인류를 기능적 사이보그란 의미에서 파이보그로 규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파이보그란 기술 연장을 통해 기능적인 면을 보충한 생물학적 유기체란 의미다. 예로 들면 신발을 신거나 옷을 입는 등의 몸을 보호하는 기능적인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현재 과학자들이 다루는 인공지능이니 인간의 새로운 장기를 대체할 연구들을 짚으면서 넘어간다. 물론 윤리적인 문제나 미래에 발생할 논쟁이나 한계도 같이 다룬다. 이 속에 만나게 되는 정보들 중 몇몇은 이미 다른 매체나 영화 등에서 만난 부분이다. 

너무 방대한 영역을 다루면서 넘어가기 때문에 앞에서도 말한 나의 한계를 절감한다. 과학뿐만 아니라 비교학, 사회학, 심리학, 의학, 예술 등을 같이 다루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뇌가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이나 호평을 한 사람들이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고 하는데 왜 나는 어렵고 힘들게 읽었는지 모르겠다. 어찌하든 이 분야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저 2만리 아셰트클래식 1
쥘 베른 지음, 쥘베르 모렐 그림,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어린 시절 어린이 축약본으로 나온 책을 읽었다. 읽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강한 인상을 받은 모양이다. 점점 자라면서 다른 책으로 넘어갔고, 읽었다는 기억 때문에 원전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 쥘 베른 전집이 나온 것을 계기로 한두 권 사고, 다시 읽게 되었다. 몇몇 부분에선 황당했지만 박물학적 지식은 대단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최근 SF소설이나 모험소설에 적응한 나에게 조금은 강한 인상을 주는데 부족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나의 부정확한 기억이다. 화자인 박물학 박사 아로낙스가 어떻게 네모 선장을 만나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하여 마지막까지 틀린 기억들이 가득하다. 이 기억들 덕분에 물론 새로운 느낌으로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읽기 전에는 전혀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두 동반자를 만나서 반가웠다. 한 명은 하인 콩세유고, 다른 한 명은 작살잡이 네드다. 이 둘은 한정된 공간과 바다를 탐험하는 속에서 박사에게 인간적인 면을 부여하고, 웃음을 던져주는 역할을 한다.

노틸러스 호에 그들이 타게 된 것은 이 잠수함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 때문이다. 떠다니는 암초니 거대한 고래니 괴물이니 하는 소문 등으로 그 정확한 정체가 숨겨져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잠수함이란 것이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잠수정 같이 조그마한 것은 있었다. 하지만 대양을 운행하는 기선에 구멍을 낼 정도의 거대한 잠수함은 없었다. 그러니 현재처럼 정확한 측정 도구나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잘못 알게 된 것도 당연하다. 이 잘못된 정보와 우연이 겹치면서 박사 등이 노틸러스 호에 탑승하게 된다.

박물학자에게 현장에서 직접 연구하고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아로낙스 박사가 노틸러스 호에 타고 바다 속을 탐험하면서 겪게 되는 모험과 연구 등은 자신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유익한 일이다. 나 같이 무식한 인간이 바다 속을 열심히 들여다봐야 물고기와 오징어 와 조개 등으로 두루뭉술하게 구분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화자가 박물학 박사 아닌가! 그는 놀랍고 신난 모험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생물체들을 우리에게 하나하나 소개해준다. 이런 박물학적 지식은 읽는 내내 놀라움과 새로움을 준다. 

풍부한 박물학적 지식과 많은 삽화들은 원전이 지닌 가치를 더 높여준다. 수많은 생명체에 대한 정확한 묘사는 눈앞에 보이는 것 같고, 책 중간중간에 들어있는 삽화는 실제로 눈앞에 그것을 보여준다. 내가 알고 있던 바다 속 풍경과 과학적 지식이 얕아 그 엄청난 정보들을 제대로 판별할 수 없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어디가 정확한 정보고 상상력이 만들어낸 것인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부족한 과학 지식과 더불어 또 하나 아쉬웠던 것은 노틸러스 호에 탄 선원들이다. 네모 선장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박사 일행과 대화를 나누거나 개인적인 접촉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10개월이 넘는 시간과 그들이 지구의 바다 속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것을 생각하면 의외다. 물론 이들이 함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하거나 죽은 이를 추모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이는 순간은 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박사 무리와 선원들 사이는 알 수 없는 벽으로 갈라져 있는 것 같다. 인간적인 접촉이 거의 없다는 사실 속에서도 바다 속 풍경의 신비함과 놀라운 정보들이 주는 재미가 강하다. 이것이 단순히 이야기의 속도와 박물학적 지식과 상상력의 산물만으로 충분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요즘 소설에 영향을 받은 나의 착각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19세기 소설이다 보니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될 장면들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놀라운 것은 시대를 앞선 상상력의 산물들이다. 잠수함부터 시작하여 기발하고 놀라운 상상력은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다. 어떤 부분에선 이 책을 읽었던 것 때문에 기억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상상한 것이 그대로 나타난 것인지 헛갈리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 하나는 쥘 베른의 독실한 마니아가 혹시 잠수함을 타고 노틸러스 호의 경로를 따라간 적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현실과 소설의 비교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마지막까지 밝혀지지 않은 네모 선장의 비밀이 궁금했는데 역자 후기를 보니 작가의 다른 책 <신비의 섬>에서 밝혀진다니 한 번 찾아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훈민정음 암살사건
김재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한국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고마운 것은 역시 한글이다. 주변에 영어가 난립하고 일상 언어에서 영어 단어 한두 개가 빠지면 대화가 되지 않는 현실이지만 상당히 고마운 문자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내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익숙한 덕을 본 것도 있지만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을 생각해도 문자 측면에서 많은 이익을 본 것은 사실이다. 중국에서 태어났다면 그 수많은 한자들이나 약자들을 외워 사용해야 했을 것이고, 일본이라면 이상한 발음으로 지금도 좋지 않은 영어 발음을 더욱 망쳤을 것이다. 이런 고마운 글자 한글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나왔으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된 또 다른 소설인 ‘뿌리 깊은 나무’를 먼저 읽은 상태에서 사전 정보를 어느 정도 가지고 보았지만 역시 다루는 시간이나 공간뿐만 아니라 핵심이 되는 주제도 다르다. ‘뿌리 깊은 나무’가 훈민정음 창제를 방해하는 세력과의 다툼을 다루었다면 이 소설은 훈민정음 창제의 뿌리에 대한 논쟁을 다루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집현전 학자들과 세종대왕의 노력으로 탄생했다는 훈민정음이 동북아 삼국의 시점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중국학자들은 자신들의 언어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주장하고, 일본학자들은 자신들의 신대문자에서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한국에선 일부 학자들이 고조선의 가림토 문자에서 그 기원을 찾고 있다. 

각기 자신들의 의도에 의해 바뀌는 논쟁이지만 작가는 처음부터 이 소설의 시작을 음모론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정설로 전해지는 훈민정음 창제에 대한 이야기를 <훈민정음 원류본>이라는 문서를 둘러싼 비밀을 내세워 훈민정음뿐만 아니라 한일 간의 역사까지 그 경계를 넓혀놓았다. 그리고 음모의 중심엔 일본 우익단체가 있다. 역사와 살인이라는 두 소재를 위해 주인공도 형사와 역사학자를 내세워 살인사건과 비밀을 쫓는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답게 빠른 장면 전환과 간략한 상황 설정으로 속도감을 내세우고, 한글을 이용한 수수께끼를 내세워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에 등장인물이지만 재미를 주는 것은 역시 <훈민정음 원류본>을 둘러싼 두 집단 사이의 대립과 경쟁이다. 누가 먼저 찾는가와 숨겨진 비밀은 뭔가 하는 긴장감이 유지되면서 빠르게 빠져들게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그냥 무시하고 지나간 것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고 민족감정을 고취시키며 몇 가지 새로운 정보도 제공한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겐 특별한 것이 많지 않을지 모르지만 잘 알지 못한 이들에겐 좋은 지식이 될 것이 가득하다. 역사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얻게 되는 부수적인 수입이다. 하지만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지는 못한다. 속도감이나 빠져들게 하는 재미는 있지만 이야기 구조와 풀어가는 방식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지 못했고,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이 너무 전형적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기 때문인지 마무리까지 할리우드적인 것은 개인적 취향에 맞지 않다. 왠지 모르게 영화를 염두에 두고 소설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 역사의 한 논쟁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둑맞은 인류의 비밀을 찾아라 - 소설로 만나는 과학의 모든 것 에듀 픽션 시리즈 2
모이세스 데 파블로 외 지음, 고인경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사와 스릴러의 환상적인 결합이란 광고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좋아하는 장르인 스릴러와 늘 부족함을 느끼는 과학사가 만났다니 그냥 지나갈 수 없다. 그런데 표지 위에 에듀픽션 시리즈란 단어가 보인다. 교육과 소설이 만나 하나의 장르로 발전한 것이다. 이 책의 공동 저자 두 사람이 작가와 수학 교수인 것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쉽지 않은 두 분야의 결합이 개인적으로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대체로 만족스럽다.

소설로 만나는 과학의 모든 것이란 광오한 문구가 보인다. 이 얇은(?) 책 한 권에 과학의 모든 것을 담는 것이 가능할까? 그 답은 불가능이다. 하지만 저자들이 다루고 있는 과학자들과 그들의 이론들은 현재 우리의 한계 속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다.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과 이론이 있는가 하면 조금은 낯설지만 그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덕분에 현대 과학의 흐름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소설의 구성은 간단하다. 세계 각국의 박물관이나 기념관 등에서 과학자와 관련된 물건에 이상이 생긴다. 한두 번이면 우연일 수 있지만 그것이 자꾸 반복되면 필연이다.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한쌍의 남녀가 팀을 이룬다. 미모의 비밀요원 홀리아와 땅콩 매니아자 천재 과학자인 보스코가 그들이다. 그들은 이상이 생긴 곳들을 방문한다.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거나 귀중한 원본의 복사본이 또 하나 더 있다거나 현대 과학으로 불가능한 일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 천재인 A의 도움을 받아 그 물건들과 관련된 과학자에 대한 간략하지만 함축적인 설명을 듣는다. 사건이 발생하고, 그 현장을 방문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과학자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 흐름 속에 누가? 왜? 어떻게? 라는 의문이 생긴다.

과학사에서 유명한 인물들의 유물이 사라지는 순서가 단순히 하나의 시간 순이 아니다. 처음엔 힘과 운동의 개념과 관련되어 있고, 다음은 에너지와 관련된 물건이다. 이렇게 과학의 분야별로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과 관련된 과학자들 설명이 나온다. 이 반복 속에서 과학의 흐름을 배우게 된다. 더불어 과학자에 대한 요약된 지식과 간략한 인물평과 몇 가지 소문 등도 같이 얻게 된다. 그리고 A가 만들어내는 간단한 수수께끼는 단순히 흐름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그 모험의 참여자로 만드는 매력을 지닌다. 주인공들처럼 몇 초만에 그 문제의 답을 발견하지는 못하지만 차분히 생각하면 그 답이 보일 정도다. 하지만 이 간단한 문제가 나중에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된다. 

과학자와 과학이론을 배우면서 미스터리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도달하게 된다. 그 결말은 사실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과학의 미래를 알려주려는 것인지 모르지만 너무 비약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또 보스코가 보여준 마지막 반응은 왠지 모르게 예전에 본 허영만의 만화 속 주인공을 떠올려준다. 모든 것을 알기보다 알아내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에서 시작하여 SF로 흘러가는 순간 다시 지적 호기심이란 과학 본연의 자세로 돌아온 것이다. 

과학을 다루고 있지만 사건의 발생과 해결되는 과정이 전혀 과학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수많은 과학 정보를 얻는 즐거움이 가득하지만 강한 긴장감을 불러오지 않는 것도 약간 아쉽다. ‘누가, 왜, 어떻게’에 대한 답을 얻지만 현재의 나로서는 충분히 이해되거나 논리적이지가 않다. 수천 년 인류의 위대한 비밀과 발견과 모험에 어쩌면 만족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 실체를 완전히 받아들일 때까지는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베스트셀러 <완득이> 작가의 작품이다. 사실 <완득이>를 읽지 않았다. 그 유명도를 생각하면 약간 의외다. 예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놓쳤다. 언젠가 읽자고 생각만 했는데 이번 소설을 먼저 읽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의 다른 작품과 비교할 것이 없다. 약간 선입견을 가지고 달려들었는데 몇 쪽을 넘기지 않아 놀라운 이야기에 부딪혔다. 평범할 것 같은 가족들의 일상에서 한 소녀의 자살이 튀어 올라온 것이다. 

여중 1학년 천지가 자살했다. 아침에 엄마에게 3개월 뒤에 있을 생일선물로 MP3를 사 달라고 한 그녀가 말이다. 제목과 상관없이 약간 밝고 경쾌한 이야기를 기대한 나에게 충격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유를 모른다는 것이다. 유서도 없고, 사전에 어떤 낌새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녀와 혈연관계이거나 친구관계였던 사람들의 충격과 당혹함과 의문과 두려움이 곳곳에 드러난다. 이제 작가는 천지의 과거 속으로 파고들어 그들이 제대로 알지 못했던 천지의 삶을 보여준다.

가족. 참 좋은 단어다. 따스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우린 흔히 자기 자식이나 가족들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신한다. 이 자신감이 맞는 것은 그들의 품 안에 있을 때뿐이다. 밖에서 그들이 받는 고통과 스트레스와 힘겨움이 안에서 표출되지 않을 때 혹은 자신들이 더 힘들다고 생각할 때 이 자신감은 거짓이 된다. 자신들이 안다고 생각하는 그곳에 멈춰 있을 뿐이다. 천지의 엄마와 언니 만지가 바로 그런 곳에 멈춰 있으면서 천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천지의 자살은 의문이자 고통이고 아픔이다. 엄마가 말했듯이 결코 뭍을 수 없는 고통과 아픔으로 말이다.

만지가 천지의 흔적을 좇고, 친구를 만나고, 정보를 수집해서 하나의 진실에 다가간다면 친구였던 연화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알게 모르게 천지를 괴롭히고 학대한 그녀가 천지의 의연함과 냉정한 모습과 삶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천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생일 초대 시간을 잘못 알려줘 망신을 주는 등 앞과 뒤가 다른 행동으로 가장 큰 피해를 준 인물로 부각되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다른 친구인 민지도 그에 못지않다. 알고 있던 사실에 한 번 더 확인시켜줘 충격을 주고, 가해자들을 방관하면서 은연중에 동조한 것이다. 아니 더 심한 말을 하기도 했다.

사고로 죽은 아빠 때문에 홀로 두 딸을 키우던 엄마에게 천지의 부지런함과 의연함은 좋은 딸을 가진 부모의 자랑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덜렁거리는 것 같은 큰딸 만지는 오히려 불안하게 보였다. 그런데 죽은 것은 작은딸이다. 단순히 판단착오일까? 아니면 현실의 힘겨움 때문에 천지가 보낸 무수한 메시지를 읽지 못한 것일까? 사랑하는 딸을 잃은 후 일상 속에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숨기는 그녀를 보면서 밖으로 드러난 밝음과 가벼운 듯한 행동들이 더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 자장면을 먹고 토한 후 그녀가 내뱉는 말에서 그 아픔은 더욱 커진다.

아주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내용인데 작가는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다. 가끔은 일상의 삶을 재현하여 어둠을 살짝 걷어낸다. 하지만 이 과장된 행동이 앞으로 드러날 사실 하나하나에 무게를 더한다. 현실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단어와 문장들은 가슴 층층이 아픔을 쌓아둔다.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자신의 죽음을 말하는 천지의 독백과 마지막 순간에도 간절하게 바랐던 도움의 손길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겁나고 무섭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녀를 생각하면 그녀의 꿈이 현실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