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의 역사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역사 읽기
장수한 지음 / 동녘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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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늘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다. 체계적인 공부를 하지 않아 조금 중구난방이다. 많지 않은 책들과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생각하곤 했다. 각자가 자란 환경과 기타 여건에 따라 역사를 보고 해석하는 방법이 모두 달랐다. 단순히 과거의 기록을 축적한 것이라면 외우면 그만이다. 한때 역사의 기록은 정확하고 공정하다고 믿었던 순진한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 눈을 뜨고 얼마나 쉽게 왜곡이 벌어지는가 알게 되면서 역사를 보는 시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 

부제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역사 읽기로 되어 있다. 단순히 역사를 읽는다고 나와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역사를 어떻게 읽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고, 그에 따라 나의 생각과 행동이 변하게 된다. 한 개인의 변화가 세상 전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변화의 시작이 하나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중요하다. 이것은 나에서 시작하여 민족, 국가, 자연 등과의 관계로 이어진다. 저자는 바로 인간과 사회 그리고 세계를 바로 보기 위한 두 가지로 관계와 변화에 주목하고,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모두 여덟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에서 바흐의 ‘커피 칸타타’로 시작한다. 역사에 왠 음악인가 하는 순간 이 음악이 왜 역사인지 설명한다. 이 음악 속에 그 시대의 현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인간을 둘러싼 수많은 관계를 말하고, 역사의 창조자로서 인간을 설명한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역사의 두 시선인 관계와 장기 지속을 동서양의 두 제국이었던 로마와 당 나라를 통해 설명한다. 이후 자국의 역사를 남기지 못한 인도 이야기로 나를 놀라게 하고, 늘 역사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우연과 필연을 통해 역사의 변화 법칙을 알아본다. 흔히 말하는 역사는 진보하는가를 둘러본 후 역사의 주체가 누군지 생각해본다. 이후 자본주의 제도들인 개인, 국민국가, 시장을 살핀 후 마지막 장에서 미국 자본주의는 세계의 모델인가를 역사 속에서 검토해본다. 

저자가 다루고 있는 주제들 중 많은 것들이 알고 있던 내용이다. 인도가 역사를 기록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라기는 했지만 부분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알았던지 몰랐던지 상관없이 이런 사례들은 저자가 역사를 보는 시각을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 사례들 속에 담긴 의미와 해석이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 하나로 그 시대의 삶을 파헤치고, 로마와 당의 몰락을 다양한 해석을 통해 살피고, 과연 1차 대전이 한 청년의 알살에서 시작된 것인지 돌아본다. 이런 사례들은 사실 이미 많은 역사가들의 글로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처럼 다양한 시각에서 간략하면서 요약된 경우는 처음이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가 분명하다.

어린 시절 역사를 만드는 주체가 민중인데 너무 영웅들만 부각되는 기록에 불만을 가졌다. 나폴레옹과 링컨의 사례를 통해 그 시대 상황을 설명하는 동시에 왜 그들이 중요한지도 말한다. 단순히 그들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시대와 인물이 정확하게 맞은 것이다. 흔히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한때 절대적인 믿음의 대상이었던 민중에 대한 환상이 깨어지는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시민, 다중, 대중의 단어가 지닌 의미를 다시 생각한 것도 새롭게 다가왔다. 

역사의 진보와 희망을 노래한 때문인지 저자는 기본적으로 진보적인 시각에서 글을 썼다. 이 시각은 조용히 드러난다. 하나의 사례를 다양한 시각을 통해 분석하고 해석한 후 자신의 의견을 넣는다. 특히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 장은 저자의 정치 견해와 역사관을 잘 보여준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개혁과 발전과 의지와 소통 등의 단어를 사용하여 희망을 펼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몇몇 사례나 해석을 제외하면 대체로 그의 시각에 동의하고 많은 것을 배웠다. 역사에 관심이 있거나 다양한 해석을 통해 자신의 시각을 세우려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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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기행 - 배낭여행 고수가 말하다
김도안 지음 / 지상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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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사실적인 책이다. 일반 여행서적과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 제목에서 알려주듯이 배낭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폭력에 대한 글로 가득하다. 배낭여행 9.5단에게 듣는 해외 안전여행 TIP 59가지란 말처럼 안전에 많은 비중을 둔다. 그렇다고 여행지에 대한 감상이나 이동방법 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일반 여행서적과 같은 친절한 설명이 부족하고 예쁘고 화려한 사진이 없을 뿐이다. 이미 이런 종류의 책들은 많이 나와 있으니 가이드 책을 들고 공부하면 된다.

모두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꿈결, 감사, 재미, 더 좋다로 이루어져 있다. 앞의 세 단어는 삶은 꿈결처럼 좋기 때문에 살아 있는 지금에 감사하면서 재미있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 좋다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 말을 외치며 현실의 긍정하고 내일 더 좋은 결과를 얻자는 의도가 담긴 말이다. 이렇게 나눈 단어들은 그가 여행을 준비하고 아프리카와 남미 대륙을 여행하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린다.

첫 장 꿈결은 말 그대로 여행준비의 즐거움이다. 간략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배낭여행을 다닐 사람이라면 한 번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마일리지나 유머나 신용카드 혜택이나 조그마한 선물 등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항목인데 자신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최근 스톱오버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짧은 여행 일정이라도 이것을 이용하면 두세 나라 정도는 즐겁게 여행할 수 있을 것 같다. 배낭에 꼭 넣어야 할 것들은 배낭여행객들에게 실제적인 배낭싸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사의 장으로 가면 가장 먼저 쉐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용의 분담은 여행객의 부담을 들어주고,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만든다. 욕심과 클래스에 대한 부분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시간을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 평가할 때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끔 낯선 곳에서 헤매다가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과 기쁨을 얻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때 위험과 다른 기회의 상실도 역시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안전하다면 낯선 곳의 방황도 즐거움이 가득하고, 여행을 풍족하게 한다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동의한다. 

재미 편에서는 자유가 중심에 있다. 자유가 커질수록 위험이 커진다는 말로 시작하여 낯선 아프리카에서 만나게 되는 위험과 분노는 즐겁고 아름다운 여행의 환상을 산산조각 낸다. 분노를 폭발시키고,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올바른 대처방안인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자신에게 이로운 사람을 찾고, 경찰에게 길을 묻고, 경비를 줄일 방법을 찾는 그의 행동은 상당히 적극적이고 실용적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여행할 때 돈과 시간과 싸우게 되는데 돈을 선택한 결과 어떻게 시간과 돈이 흘러갔는지 볼 때 나도 그런 적이 있지, 라고 마음속으로 읊조린다.

그에게 아프리카에서의 경험은 결코 즐겁지도 기쁨으로 가득하지도 않다. 하지만 떠날 때 그가 깨달은 것은 더 좋다란 말이다. 이 말은 그 후 많은 도움을 준다. 남미에서 만나게 되는 풍경은 역사와 관련된 곳이 많다. 그것과 더불어 그의 사유가 글 전면에 나오기 시작한다. 점과 선, 도와 분노 등은 마지막에 맞이한 강도와 함께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간다. 가끔 상대에 대해 폭력으로 거절하고 했던 그가 이제 총을 던 강도 앞에 너무나도 무력하게 무너진 것이다. 이때도 더 좋다는 말로 자신을 추스르고 나아간다. 

너무 솔직한 여행서라 놀랐다. 희망이나 낭만이나 화려함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이것은 그가 이번에 경험한 대륙이 아프리카와 남미인 탓도 있을 것이다. 한정된 시간과 비용으로 돌다보니 볼 것에 집중하는데 나름 충실한 여행이다. 예전에 친구와 짧은 일정으로 정말 빡세게 돈 경험이 있어 안다. 휴양이 목적이 아니라면 최대한 많은 곳을 돌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해야 한다. 그렇기에 그가 여행과 관광은 다르다고 한 것이다. 각 장마다 다른 주제를 다루었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이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는 점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폭력으로 위기 상황을 넘어간 그를 보면서 과연 보통 사람들이 적절한 순간에 이것을 이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섣부르게 시도했다가 더 큰 폭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배낭여행의 환상을 살짝 지우는 점도 있지만 다시 가벼운 가방 하나 들고 떠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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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맨스 랜드 - 청춘이 머무는 곳
에이단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 생각과느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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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제목은 POSTCARDS FROM NO MAN'S LAND다. 번역본의 제목이 괜히 영화 제목 때문에 혼란을 가져온다. 책 소개를 보면 카네기 메달과 마이클 프린츠 상을 수상했다. 이것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나에겐 낯선 작가다. 번역된 책이 한 권 더 있을 뿐이다. 그 책이 상당한 호평을 받았고, 카네기 메달을 받았다는 것 때문에 관심이 갔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한참 읽으면서 느낀 것은 과연 이것이 청소년 문학인가? 하는 의문이다. 분명히 제이콥의 나이가 열일곱 살이고, 헤르트라위가 열아홉 살이지만 그 속에 담긴 것은 그 나이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이런 생각을 내가 하는 것 자체가 청소년의 수준을 낮춰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암스테르담과 아른헴에서 벌어진 사건과 경험들을 나의 현재 시선에서 본 탓이다. 나의 학창시절과 너무나도 다른 환경과 경험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한 것 같다.(이 문장을 적으면서 떠오른 것이 있다. 이전에도 비슷한 글을 쓴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야기는 제이콥과 헤르트라위가 한다. 제이콥이란 이름은 현재와 과거를 연결한다. 현재의 제이콥은 할아버지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할아버지 제이콥은 2차 대전 당시 아른헴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독일군과 싸운 전력이 있다. 이때 제이콥이 헤르트라위와 만난 것이다. 이 인연이 제이콥 가족과 헤르트라위 가족을 이어줬고, 현재의 제이콥이 암스테르담까지 오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속엔 읽는 도중에 쉽게 눈치챌 수 있는 과거의 비밀이 하나 있다. 

열일곱 제이콥은 가족과 쉽게 살아가지 못한다. 할머니와 산다. 그러다 헤르트라위 가족의 초대를 받아 엉덩이 부상당한 할머니 대신 암스테르담에 왔다. 그의 여행이 처음부터 즐겁지는 않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안네의 집은 아쉬움을 남기고, 길에서 본 여자의 매력에 끌렸는데 알고 보니 남자다. 거기에 잠시 놓아둔 옷을 도둑맞는다. 열심히 쫓아가지만 잡는데 실패한다. 이제 돈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한 노부인의 도움을 받는다. 덕분에 헤르트라위 할머니의 외손자 단의 집에 오게 된다. 이 하루의 일정으로 그의 여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거의 모두 만난다.

1944년 9월 17일. 이 날 하늘에서 영국군이 아른헴으로 강하한다. 네덜란드 시민들은 환호하고 열정적으로 환영한다. 이 사람들 중에 헤르트라위 가족도 있다. 그 집에 가장 먼저 도착한 세 사람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제이콥이다. 독일군에서 해방되었다는 즐거움은 곧 독일군의 역습으로 사라진다. 시내는 부상병들이 늘어나고, 영국군은 퇴각한다. 이때 다리를 부상당한 제이콥은 남겨진다. 그는 그녀의 보호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과거의 시간 속에서 전쟁이 얼마나 참혹하고 비정한 지 잘 드러난다. 죽음이 주변에 늘려있고, 누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 잔혹한 묘사는 없지만 실명으로 나오는 사람들의 죽음은 간결함을 넘어 가슴으로 파고든다.

과거가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이야기라면 현재는 제이콥의 성장을 다룬다. 물론 과거 속에서 헤르트라위도 성장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다. 평화가 이어지고, 세월이 흐르면서 바뀐 가치관들이 두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전해진다. 순결, 미혼모, 동성애, 죽음 등이 수십 년 사이에 너무 급격하게 바뀐 것이다. 오히려 유럽 중에서 가장 자유롭다는 네덜란드에 그런 과거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리고 현재의 제이콥이 빠진 <안네의 일기> 속 안네와 과거의 헤르트라위의 삶이 묘하게 겹쳐진다. 물론 현재 둘의 삶은 다르다. 하지만 그들이 겪었던 전쟁과 죽음의 경험과 두려움과 슬픔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작가는 암스테르담이란 도시를 배경으로 다른 두 문화가 충돌하게 만들고, 한 소년을 성장시킨다. 과거의 기록을 통해 당연하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네덜란드 해방이 결코 단숨에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방황하고 고뇌하고 갈등하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현실적으로 상황을 이끌어간다. 제이콥을 둘러싸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개성 있고 암스테르담의 현재를 보여준다. 안락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보다 그 이후 남은 사람들의 삶을 더 부각시킨 것은 한 발 더 나아간 시각이다. 모든 이야기 중에서도 마지막에 알마가 한 말이 가장 와 닿는다. “왜 젊은 사람들은 그렇게 자주 노인들이 자신들만큼 인생을 감당할 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까? 어쩌면 자신들이 진실을 감당할 수 없어서가 아닐까?”(479쪽) 결국 진실을 감당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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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천사 1 -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1-1 추락천사 1
로렌 케이트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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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아픔과 괴로움이 느껴지는 표지가 인상적이다.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트와일라잇>을 아직 읽지도 보지 않았는데 그 팬을 유혹하는 소설이 한 편이 나왔다고 한다. 장르는 판타지 로맨스다. 개인적으로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 나에게 판타지는 선 굵고 남성적이면서 전투적인 것이다. 그런데 로맨스란 단어가 들어있다. 나의 취향과 맞지 않다. 하지만 고딕 스타일이란 설명과 표지는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잉글랜드 헬스턴 1854년 9월에 한쌍의 남녀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랑과 두려움이 교차하는데 뭔가 펼쳐질 것 같다. 충분한 설명 없이 끝난다. 그리고 현재로 시간이 바뀐다. 여주인공 루스가 소드 앤 크로스 학교로 강제 전학을 온다. 교문을 들어와서 본 건물부터 특이하다. 그녀는 이곳에 오길 원치 않았다. 비행 청소년을 감화시킬 목적을 가진 학교고, 학생들 중 일부는 위치추적 장치와 전기충격 팔찌를 차고 다닌다. 학교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알아낸 정보다. 그녀에게 일어난 일에 비해 너무나도 가혹한 처분 같다. 

첫날 그녀에게 접근한 한 소녀가 있다. 아리앤느다. 그녀를 통해 학교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 과정에 두 남자에게 끌린다. 다니엘과 캠이다. 특히 다니엘을 보면 그녀는 안기고 싶어할 정도다. 뛰어난 미모와 매력을 가진 두 남자와 역시 뛰어난 매력을 가진 루스는 이제 서서히 엮이기 시작한다. 그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두 남자의 대결과 루스의 방황이 펼쳐진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분위기가 학교를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변함없이 그것들은 그녀의 눈에 보인다. 더 많은 숫자가 그녀 곁에 맴돈다. 

그것은 그림자로 나타난다. 그것들은 그녀의 눈에만 보인다. 어린 시절 그림자 이야기를 했다가 정신병원에 갔고, 약을 먹었다. 그녀가 이 학교에 오게 된 것도 그녀는 알지 못하는 한 소년의 죽음과 관계있다. 키스를 하려다 불에 타 죽은 것이다. 이 사건은 의문이 많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욕과 매도가 멈추지 않고, 불안은 점점 심해진다. 과연 이 그림자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녀의 학교생활은 평온하게 이어질 수 있을까? 이 두 남자의 정체는 무엇이고,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저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이야기는 나아간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로맨스란 단어가 들어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선 굵은 소설이 아니다. 쉽게 남자의 매력에 빠지는 루스와 그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킹카 두 명의 대결은 낯익은 구도다. 단순히 이런 전개만 이어졌다면 중간에 책을 덮었을 것이다. 그런데 두 남자와 학교에 있는 다른 학생들이 평범하지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뭔가 있는 것 같다. 거기에 덧붙여 매혹적인 장면들이 나온다. 디즈니사에서 판권을 산 후 영화로 만든다고 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읽으면서 영상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괜히 영화 한 편을 머릿속에서 찍는다.

개인적으로 루스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불만이다. 뒤로 가면서 어느 정도 이해되었지만 순간적으로 짜증이 난 경우도 있다. 그녀의 끌림과 매혹이 영원의 굴레를 뒤집어 쓴 운명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 이것은 해소되었다. 시리즈의 첫 작품이고, 앞으로 세 편이 더 나와야 전체적인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권은 혹시 영원히 열일곱 살이었던 과거가 나오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그리고 왜 그런 운명의 굴레에 갇히게 되었는지도 알 수 있지 않을까? 불만이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추락천사들의 싸움이다.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이 두 세력이 균형을 잡고 있다는 것에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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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기사단의 검
폴 크리스토퍼 지음, 전행선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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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부터 사람의 시선을 끈다. <다빈치 코드>에서 시작하여 영화 <내셔널 트레저>까지 인용하면서 템플기사단을 씹는다. 대단한 독설이다. 보거나 읽은 것들이라 순간적으로 눈이 번쩍 떠였다. 그리고 템플기사단에 대한 강의는 계속된다. 이 강의 속에 나오는 그들은 요즘 말하는 마피아와 다를 바 없다. 긴 세월을 지나면서 환상과 전설이 덧붙여져 미화되거나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끄덕인다. 그럼 이 소설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의문이 생긴다.

그의 전작처럼 이번에도 남녀 주인공이 나온다. 전작이 연인으로 발전한다면 이번엔 육촌 삼촌과 조카 사이다. 삼촌은 미 사관학교 교수인 홀리데이 중령이고, 조카는 퓰리처상을 받은 적이 있는 사진작가다. 이 둘이 모인 것은 홀리데이의 삼촌 그레인저가 죽었기 때문이다. 상속인으로 이 둘을 지목했고, 이 때문에 모였다. 변호사를 만나 유산에 대한 설명을 듣고, 템플기사단의 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냥 듣고 넘어갔는데 그레고리의 책상을 뒤지다 비밀공간에서 검을 발견한다. 이때만 해도 그냥 날카로운 검일뿐이고, 큰 호기심도 관심도 없었다. 그 집이 불타고, 도적이 검을 들고 달아나기 전까지 말이다.

검을 훔쳐 달아난 사람 때문에 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그 내역을 조사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들이 흔적을 쫓아가는 곳에서 살인이 벌어진다. 총을 든 악당들이 나타나 그들을 겨냥하고, 겨우 달아난다. 이들이 도착한 곳에는 언제나 적들이 나타나는데 재수가 좋은 것인지 아니면 능력이 탁월한 것인지 탈출에 성공하여 목숨을 건진다. 그러면서 비밀에 조금 더 다가가게 된다. 이 과정을 작가는 홀리데이 일행의 움직임만 쫓아다니면서 보여준다. 그리고 과거 속으로 우릴 데리고 가서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현실 속에 있었던 부조리한 상황을 설명한다. 이런 부분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

이 작가의 작품을 거의 모두 읽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구성에서 힘이 딸린다. 캐릭터도 작품 속에서 강한 개성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런데도 잘 읽힌다. 이야기를 설정하고 풀어나가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조사한 자료들이 이야기 속에 드러날 때는 새로운 정보와 가설 때문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인다. 긴장감이나 빠른 템포로 이야기를 이끌고 가지는 않지만 비교적 쉬운 문장으로 속도감을 높인다. 이런 장점이 이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게 만든다.

역시 이번에도 마무리가 불만이다. 처음 만난 <렘브란트의 유령>이 전형적인 할리우드 식 마무리로 아쉬움을 주었다면 그 다음 작품 <아즈텍의 비밀>은 갑작스런 마무리로 차라리 할리우드 식 마무리가 그리웠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그 결말이 너무 무책임하다. 다음 이야기를 위한 포석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자신이 풀어낸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꼴이다. 자신이 한 정확한 자료의 나열 속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어쩌면 독자에게 결말의 다양성을 열어놓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쉽고 무책임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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