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법칙의 특성 - 파인만의, 일반인을 위한 최초이자 마지막 물리학 강의
리처드 파인만 지음, 안동완 옮김 / 해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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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도 물리는 잘 못했다. 과학 과목은 늘 어려웠다. 아마도 이해보다 암기에 더 집중했던 특성 때문에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 후 몇 권의 과학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조금씩 했다. 몰라도 읽었다. 어떤 책은 이해는 못했지만 재밌게 읽었지만 대부분은 재미도 이해도 못했다. 그러다 들은 이름 하나가 있다. 리처드 파인만이다.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게 쉽게 잘 쓴다는 말이 들렸다. 그가 쓴 책 <파인만 씨 농담도 잘 하시네>도 사놓았다. 몇 년이 지났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괜히 그 책을 펼치기 두렵다. 이 책도 상당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반인을 위한 물리학 강의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나는 그 일반인에 속하지 못하는 것 같다. 1965년에 출간된 책인데도 이해를 못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게 어려운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용어나 수식이 그렇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 분야에 기초 지식이 더 있다면 아마 즐겁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여기저기에서 들은 물리학이 각 장을 통해 흘러나온다. 쉽고 경쾌하다는 출판사의 홍보문구는 아마도 전문가의 입장에서 쓴 글일 것이다. 최소한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영화가 있다. <인터스텔라>다. 이 책의 첫 장에서 다루는 중력법칙을 영화 내내 다루었기 때문이다. 다 읽은 지금은 머릿속에 공식 하나만 남아 있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탓에 중력과 시간의 관계는 아직도 모호하게 남아 있다. 오히려 다른 영화나 애니에서 자주 본 중력 단위 G가 더 친숙하다. 물리학과 수학의 관계는 이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파인만도 지적했듯이 물리학자의 상상력을 공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이제 수학자들의 일이 되었다. 이 일과 관련한 파인만의 지적은 재미있다. 위대한 창조자는 수학자라는 표현은 우리를 둘러싼 자연이 얼마나 수학과 관계 있는지 알려준다.

 

위대한 보존원리와 물리법칙의 대칭성은 지금까지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것을 바로 잡아준다. 물리학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물리법칙이 하나씩 깨어질 때 인식의 폭도 넓어진다. 그런데 이 법칙들이 깨어졌다고 해도 일부에서는 정석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과학법칙으로 알고 있는 것도 언제 깨어질지 모른다. “물리법칙들을 발견하는 것은 조각 그림 맞추기와 비슷하다.”란 표현이 현재 물리학의 위치다. 현재 좌우대칭성이 성립하지 않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이런 발견은 인류학 분야에서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인간만이 한다고 한 행동이 다른 동물에게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미래 부분은 시간 여행을 생각하면 엄청 매력적이다. 실제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들을 생각하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사차원의 세계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다. 현재는 차원 우주를 내세우는데 여기서는 다루지 않고 있다. 확률과 불확실성은 이 당시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양자역학과 연관 있다. 요즘 많이 다루어지는 있는 물리학 분야 중 하나가 양자역학인데 아직도 모호하기만 하다. 언젠가 이 분야도 조금 더 읽어봐야겠다. 마지막에 새로운 법칙에 대한 그의 의견이 나온다. 우리에게 앎이 더욱 필요하다고. 솔직히 지금은 이 책의 십분의 일도 채 이해하지 못했다. 더 공부한 후 다시 읽는다면 ‘일반인’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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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로키언
그레이엄 무어 지음, 이재경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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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셜로키언이 아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끝까지 다 읽은 기억도 없다. 이전에 헌책으로 셜록 홈즈 책을 샀었다. 그러다 최근에 새책으로 홈즈 시리즈 전권을 샀다. 이런 과정 속에 홈즈는 늘 나의 곁에 있었다. 드라마로 영화로 책으로. 학교에 처음 들어가서 읽었던 몇 권의 책 중에 홈즈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어린이용 요약본이었을 것이다. 이 기억이 나로 하여금 홈즈를 제대로 읽지 못하게 만들었다. 뭐 이것도 변명이다. 한때 홈즈 시리즈가 여러 출판사에서 전집으로 나왔을 때 완독하지 않은 것을 보면 말이다.

 

파편적으로 만난 홈즈지만 그의 매력은 늘 나를 끌어당겼다. 솔직히 말해 셜로키언이란 단어도 알게 된 것이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이 단어를 보고 그냥 홈즈 덕후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덕후 중의 덕후들이 등장한다. 최근에 덕후들이 출연한 ‘능력자들’이란 방송이 있는데 셜로키언에 비하면 아직 내공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셜로키언들이 홈즈 시리즈를 ‘정전’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 셜록 홈즈는 하나의 신화이자 성인이자 종교다. 문장을 하나를 말하고 이것을 가지고 출처를 말할 때 성경을 외우고 있던 신자들의 모습이 그대로 겹쳐졌다.

 

소설을 두 개의 시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하나는 실제 코난 도일이 활약한 1900년이고, 다른 하나는 셜로키언의 모임이 있던 2010년이다. 이 두 시간대는 모두 살인사건을 다룬다. 과거의 살인사건은 홈즈의 사라진 일기에 대한 상상과 추론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고, 현재의 살인사건은 이 사라진 일기로 인해 일어난 죽음이다. 다른 두 시간이 겹쳐지지는 않지만 홈즈의 사라진 일기에 대한 진실이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피어날 때 이 진실은 현실의 셜로키언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는 차분하고 끈질기고 재밌는 독서를 해야만 한다.

 

과거는 실제 코난 도일에게 있었던 사건을 기본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곁들여지면서 한 편의 멋진 추리소설로 탄생했다. 재미난 점은 코난 도일이 홈즈를 질투했고,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홈즈의 팬들은 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소설 속 인물이 현실로 변해 코난 도일을 욕하고 공격하는 사람이 등장할 정도다.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를 죽였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그리고 다시 홈즈 시리즈를 쓴다면 엄청난 금액을 안겨주겠다는 유혹이 끊어지지 않는다. 작가는 이 과정들을 모두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선거에 나가 떨어진 것, 여성참정권에 반대한 것 등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한다. 이때 약간은 낯설었다. 나의 우상이 이런 실수를 저지르다니 하고.

 

현재 최고의 셜로키언 모임인 베이커 스트리트 이레귤러스 회합에 알렉스가 사라졌던 셜록의 일기장을 발표하려고 한다. 이 일기는 셜로키언이라면 누구나 보기를 바라는 아주 중요한 자료다. 수많은 코난 도일의 책이나 자료 중 유일하게 사라진 것이다. 실제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사라진 일기에 적혀 있었던 사건이다. 그리고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를 라이헨바흐 폭포로 떨어트린 후 새로운 작품을 쓰고 있다. 이 작품 중에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세 권만 데라고 해도 아마 대부분 제목조차 모를 것이다. 이런 갑갑한 현실이 코난 도일의 목을 죄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에게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편지를 보낸다. 물론 이 편지는 모두 셜록 홈즈에게 온 것이다.

 

홈즈의 사라진 일기를 발표하겠다고 한 알렉스가 죽은 채 호텔방에서 발견된다. 이 사건을 두고 셜로키언들은 자신만의 추리를 뽐낸다. 시체를 발견한 사람 중에는 현재 이야기를 이끌고 있는 해럴드가 있다. 그는 이 시체를 보고 홈즈처럼 움직인다. 그리고 이 사라진 일기를 찾기 바라는 코난 도일의 손자가 등장한다. 그는 해럴드에게 홈즈의 일기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해럴드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영국으로 간다. 자신을 기자라고 소개한 세라와 함께. 그 첫 목적지는 당연히 알렉스의 집이다. 집은 일기를 찾는 사람에 의해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이들을 뒤좇는다. 이제 해럴드는 자신이 가진 논리적 추리와 앞에 놓은 단서들을 가지고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셜로키언이 아닌 사람들은 브램 스토커가 등장한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그와 짝을 이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달린다는 설정도 낯설 것이다. 작가가 상상력으로 사라진 일기에 대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데 솔직히 그렇게 현실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다른 수많은 팩션처럼 읽힌다. 하지만 그 사이를 채워주는 코난 도일의 사실들은 이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큰 틀보다 세부적인 이야기가 더 매력적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작위적으로 다가온다. 가장 크게 와 닿는 것은 해럴드가 보여준 몸부림과 반응이다. 그의 삶을 뒤흔든 인물이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임을 생각하면 더욱 공감한다. 그리고 이 책은 셜록 홈즈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최고의 선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셜로키언들에게는 별다른 것이 없을지 모르지만 홈즈를 좋아하는 일반 독자라면 작가가 풀어내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질 것이다. 갑자기 든 아쉬움 중 하나가 <셜록키언을 위한 주석 달린 셜록 홈즈>를 반값일 때 사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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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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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매혹적인 제목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바가 아닐까 생각한다. 회사를 그만 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직장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 회사가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을 해도 회사다. 아니 좋은 말로 포장하는 회사일수록 노동의 강도는 더 강하고, 직원은 하나의 부속품이 된다. 주변에 명예퇴직이란 고상한 표현으로 쫓겨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을 보면 회사에 붙어만 있는 것이 승리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더 노예가 될 뿐이다. 자신의 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분노와 짜증과 무력감 등을 쏟아낼 수 있는 누군가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다르겠지만 그가 사장이 아닌 한 한계는 분명하다. 거기에다 이 소설의 주인공 아오야마는 신입사원이다.

 

회사에 입사하기 전 나도 아오야마처럼 세상물정을 몰랐다. 부모에게 돈을 받아서 편안하게 대학 4년을 다닌 놈이 무엇을 알겠는가. 물론 그때도 다른 고민으로 암울한 시간을 보냈지만 그것은 단지 나의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과 현실에 대한 불만 등이 엮어 만들어냈을 뿐이다. 어쩌면 그 기분과 기운에 취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오야마가 세상을 모른다는 예로 나온 에피소드는 현실의 가혹함과 무자비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괜히 피곤해지는 현상은 누구에게나 있는 모양이다. 주말을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고 할까. 아오야마는 이 주말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다. 거래처 불만을 처리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월화수목금금금이란 말이 있다. 아오야마가 그렇다. 신입 영업사원인데 회사는 홀로 일을 하길 바란다. 보통 선배들에게 일을 배우는데 최소 1년은 걸려야 한다. 그때 겨우 알 수 있는데 이 회사는 다른 모양이다. 세상을 몰랐던 아오야마에게 이 급격한 변화는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다 지하철 역에서 선로로 떨어질 뻔한다. 이때 그를 구해주는 한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야마모토다. 일과 스트레스에 짓눌린 그의 생명을 구했다. 야마모토에 이끌려 작은 술집에 간다. 야마모토는 자신을 아오야마의 초등학교 동기였다고 말한다. 이 만남이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한 사람이 영업맨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준다.

 

야마모토를 자주 만나면서 자신에게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내고, 그가 조언한대로 영업을 하면서 실적도 좋아진다. 이대로 해피엔딩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공을 들인 거래처에서 클레임이 들어온다. 발주가 잘못 나갔다. 단순한 실수처럼 보이지만 다른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미스터리처럼 다가온 사실 하나. 야마모토의 정체다. 그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이다. 성이 같고, 당시 분위기 때문에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미리 짐작하면서 생긴 착각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미스터리를 집어넣는다. 뭐 이것 또한 추측하기가 너무 쉽다. 하지만 당사자는 다를 것이다.

 

한 번 추락에서 일어났을 때 다시 추락하면 그 추락은 더 아프다. 아오야마에게 공들인 거래처의 클레임이 바로 그것이다. 선배의 도움으로 해결이 되지만 부장의 질타와 자책감은 그를 더 나락으로 떨어트린다.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옥상 문이 열리면 자살하려는 의지만 강해진다. 무력함과 자책감 등은 몸과 마음을 갉아 먹는다. 옆에서 보면 그냥 회사를 그만 두면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 당사자에게는 그것이 삶의 패배처럼 보인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가족을 생각할 여유도 없다. 늘 극단적인 생각은 여기서 일어난다. 이때도 그의 곁에는 야마모토가 있다. 비록 야마모토에게 알 수 없는 비밀이 있다고 해도.

 

많지 않은 분량에 그렇게 깊은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금방 읽을 수 있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한다. 이 이야기를 한국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비정규직이 벌 수 있는 돈이 일본과 비교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니트 족으로 살기에는 한국의 시급이 너무 적다. 이런 점은 솔직히 부럽다. 그리고 나의 착각인지 모르지만 아오야마의 주말 근무는 조금 의외다. 한국보다 주5일 근무가 먼저 시행된 나라가 일본이기 때문이다. 노동 착취라는 말이 나오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런 것보다 더 와 닿는 이야기는 ‘달아나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자신의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면 그 무게에 짓눌리는 것보다 달아나는 것이 자신에게 더 좋은 일이다. 가족들에게 더 좋은 일이다. 극단의 선택보다. 때로는 극복이란 단어보다 ‘줄행랑’이란 단어가 더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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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메이 페일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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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매튜 퀵이란 이름이 보이면 절로 눈길이 간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재밌게 보고, 소설 <용서해줘, 레너드 피콕>을 즐겁게 읽은 후 생긴 일이다. 처음 이 책에 대한 정보를 간단하게 보았을 때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고 착각했다. 그래서 제목에 나오는 러브, 메이, 페일이 등장인물의 이름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이 제목은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 첫 문장에서 따온 것이다. 이런 사실은 소설을 읽으면서 알았고, 세 명이 아닌 네 명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것도 네 번째 등장인물이 나올 때 알았다. 작가 이름만 보고 책을 선택할 때 생기는 작은 부작용이다.

 

화자로 등장하는 인물은 세 명이고, 한 명은 편지만 남겼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이어서 등장하면서 이야기를 만든다. 부유한 포르노 제작자의 아내인 포사 케인부터 시작한다. 남편이 어린 여자와 섹스를 하는 자극적인 장면으로 문을 연다. 옷장 속에서 손에는 총을 들고 이것을 본다. 처음에는 이 둘을 총으로 쏠 생각이었다. 술에 취했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겁을 준 후 집을 나와 엄마의 집으로 간다. 이 비행기 속에서 한 수녀를 만나 주정을 부리다 잠든다. 집에 도착한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그녀를 사랑하는 엄마다. 엄마는 정상이 아니다. 집안 가득 쓰레기를 가득 채웠고, 언제 올지 모르는 딸을 위해 냉장고에 항상 콜라를 가득 넣어두고 있다.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평온한 집의 모습은 아니다.

 

집에 왔다고 그녀의 삶에 안정이 깃들지는 않는다. 함께 간 식당에서 자신을 투명인간으로 취급하고 외부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 레스토랑에서 고등학교 동창인 다니엘을 만난다. 그녀와 몇 가지 잡담을 나눈다. 그 속에 그녀 인생에 희망을 심어줬던 문학 선생 네이트 버논이 있다. 그는 학생이 휘두른 야구 배트에 맞아 큰 부상을 입었고, 교단을 떠났다. 다니엘과의 만남은 그녀를 새로운 만남으로 이끈다. 그 중에는 다니엘의 오빠인 척 베이스도 있다. 이 둘을 이어주는 것은 버논 선생님이 한때 학생들에게 주었던 공식 인류 회원증이다. 잊고 있던 십대의 감정이 그녀를 흔든다.

 

버논은 학생에게 맞은 후 다리를 절면서 외롭게 홀로 살고 있다. 그의 곁에는 외눈이고 알베르 카뮈란 이름의 개가 있다. 학생에게 맞은 고통을 극복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카뮈의 글을 되뇌면서 하루를 살아간다. 이런 그에게도 환상의 여인이 있다. 뭉특한 코를 가진 미망인인데 그녀의 결혼 소식을 듣고 절망한다. 술에 취한다. 그러다 2층 창문을 열었는데 카뮈가 뛰어나간다. 추락한다. 즉사다. 카뮈를 살리기 위해 차를 몰고 나가지만 금방 나무를 들이박는다. 힘들게 집에 돌아와 술과 담배로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 취한 채 잠든다. 이때 한 여성이 나타나 토사물에 질식할 수 있던 그를 구한다. 포사다.

 

포사가 그를 구한 것이 불만이다. 자살을 외친다. 죽여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포사가 휘두르는 폭력에는 그만! 하고 외친다. 순간적으로 그를 불구로 만들었던 폭력이 겹쳐보인다. 죽음과 고통은 다른 문제다. 포사는 그를 되살리려고 노력한다. 이 노력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보여주는 몇 가지 장면은 사람의 감정과 감각에 대한 솔직한 표현이다. 버논의 어머니는 환상을 보고 수녀가 되었다. 포사가 비행기에서 만난 수녀가 바로 버논의 엄마인 매브 수녀다. 그녀는 암으로 죽었다. 아들과 연락하고 싶었지만 그 어떤 답도 듣지 못했다. 세 번째 등장인물이 매브 수녀인데 그녀가 버논에게 쓴 편지가 나온다. 환상적인 일과 유쾌한 내용으로 가득한 편지다. 그리고 사랑도.

 

마지막은 생각하지 못한 척 베이스다. 그는 마약 중독자였다. 그것도 상당히 심한. 하지만 이것을 이겨내고 대학까지 졸업했다. 초등학교 교사를 꿈꾼다. 그를 되살리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버논 선생님의 공식 인류 회원증이다. 그의 후원자인 커크다. 여동생 다니엘과 조카 토미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포사와 연인 사이가 되면서 다니엘이 불안해한다. 오빠가 포사에게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이 외톨이가 되는 것이 두렵다. 아들 토미도 척과 포사와 함께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닌다. 여기에 척의 불안감과 열등감이 조금씩 나온다. 그것은 포사가 남편의 재산으로 화려하게 사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비현실적일 수 있는 이야기에 현실성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바로 이런 대목들이다.

 

사랑에는 실패했지만 희망은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다. 물론 사랑에 성공한 사람도 있다. 표지에 나오는 말처럼 인생마저 실패한 것은 아니다. 의지가 있고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을 보여주지만 그 곁에는 실패한 인생도 같이 나온다. 현실의 무거움과 무서움까지 덮어놓지는 않는다. 사랑과 삶도 힘든 순간이 많다. 자신의 선택이 잘못 될 수 있다. 하지만 선택은 다시 할 수 있다. 죽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직업과 현실 등을 고려해서 글의 분위기를 조정하고, 현학적인 부분을 집어넣었다. 이것이 각각 다른 느낌을 받게 만든다. 그리고 삶의 다양한 갈래 중 하나로 보여주면서 희망의 씨앗을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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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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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이 장강명이다.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이다. 최근에 자주 이름을 봐서 많은 작품을 내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섯 번째 장편이다. <댓글부대>란 제목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과 관련한 댓글부대다. <나꼼수>에서 ‘십알단’이란 여론조작 조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지 몇 년 되지 않아 인터넷 포탈 사이트들은 이들에게 점령되기 시작했다. 실제 포탈 사이트 댓글에서 제대로 된 글을 이제는 보기가 힘들어졌다. 핫한 작가답게 아주 핫한 소재를 가지고 정말 있을 법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작가는 국정원 이후 댓글부대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그려낸다. 이 상상력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실제 사건과 인명 등을 사용하여 상상력이 만들어낸 사건 등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작가가 창조한 가상의 인터넷 댓글부대 팀-알렙을 동원해 인터넷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만들고, 확대하고, 날카롭게 그 허점을 지적한다. 바이럴 마케팅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정치나 대기업 등에 의해 어떻게 정보가 조작되고 왜곡되면서 사이버 세상에 퍼져나가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들이 내가 자주 가는 사이트 등에서 본 것과 별 차이가 없어 어느 순간은 섬뜩해졌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인터넷 사이트들을 파괴하는 것이다. 진보성향의 사이트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주는데 그 속에 담긴 것은 진보냐 보수냐가 아닌 인간의 욕망이다. 숨겨져 있던 허위의식이 밖으로 표출될 때, 이성이 감성에 의해 무너질 때 그 위력은 배가된다. 치밀한 취재와 현실성 있는 이야기로 그 가능성에 빠져들게 만든다. 재미난 것은 이 작업의 바탕이 되는 게 상상력이란 것이다. 단순히 댓글을 반복적으로 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게시판 글들을 유심히 보면서 그 허점을 깊숙이 찌른다. 그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이 나타나고, 그 중 몇 개를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이끌면서 그 사이트를 산산조각내게 된다.

 

구성은 간단하다. 팀-알렙의 팀원인 찻탓캇과 임상진이란 기자가 인터뷰하는 장면이 하나 있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또 하나 흘러간다. 얼핏 보면 찻탓캇이 양심 고백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속에는 또 다른 반전과 놀라운 현실이 담겨 있다. 그리고 팀-알렙의 팀장인 삼궁과 01査10 등이 등장하여 이들과 이들을 고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 장면들은 다시 인터뷰에서 나타나는데 그 속에는 다른 의도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작가가 현실을 보여줄 때는 돈과 섹스와 권력이 아주 현실적으로 엮여 풀려나온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 그림자만 드러나고, 그 하수인들은 익명으로 활약하면서 댓글부대를 부린다. 이 댓글부대도 필명으로 나와 익명의 인터넷 공간을 대변해준다.

 

인터넷에 떠도는 괴벨스의 선전 문구를 각장의 제목으로 사용했는데 섬뜩하다. 실제 유무와 상관없이 가슴에 콕 와 닿는다. 권력의 상층부가 툭 던진 한 마디가 아랫사람에게는 거대한 무게로 다가온다. 이 무게는 다양한 하청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여기서 팀-알렙의 세 청년들은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권력의 손발로 전락한다. 그들에게는 재미이자 도전일 뿐이기에 어떤 죄책감도 없다. 막대한 금액이 수수료로 들어올 때 그들이 선택한 여자와 섹스 등은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 그들이 선택한 업소 여자들에게 꼬여 자산을 탕진할 때 이 먹이사슬이 너무 빤하지만 공감하게 된다. 현실의 비정함과 부조리가 엮이고 섞여 만들어내는 시대의 한 모습은 그래서 더 무섭고 잔인하다. 가볍게 보기에는 나의 민낯이 부끄럽다. 작가가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인물들 중에 나도 있기 때문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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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1-1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멋진 제목에 확 끌렸네요!그렇죠..그 소설에 우리모두가 참가인이란 점에서 아마도 손이 절로 오그라드는 체험...하셨을줄로...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