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힘 P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11가지 비밀
전우영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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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뒤에 나오는 P의 의미가 무얼까 생각했다. 표지에 나오는 것을 보면 PERSON, PEOPLE, PSYCHOLOGY 이다. 간단하게 번역하면 개인과 사람들과 심리학이 될 것이다. 저자는 P라는 문자 하나로 세 가지를 함축적으로 담아내었고, 이 책이 다루고자 하는 내용을 알려준다. 저자가 알려주는 비밀은 모두 11가지고, 그 속에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낯익다. 거기다가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기에 진도마저 술술 넘어간다. 사례 중심으로 설명하다보니 절로 고개를 끄덕이는 횟수가 늘어난다. 

11개의 단어로 심리학을 설명한다. 성공, 욕망, 가치관, 범죄, 연합, 미신행동, 사랑, 발달, 해석, 휴식, 고백이 바로 그것들이다. 성공은 베컴의 그 유명한 페널티킥으로 이야기의 문을 연다. 그의 불안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 불안을 잠재운 사람들의 사례가 이어지는데 대부분 알고 있던 일화들이라 반가웠다. 이후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 동일시하려는 욕망을 다루고, 부모의 가치관을 닮으려는 문근영의 기부활동을 지난 후 무차별 살인사건으로 알려진 벨트웨이 스나이퍼 사건을 다룬다. 이 사건은 한 편의 스릴러 단편을 읽는 재미를 준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무차별살인은 그 당시 공포가 그대로 전해준다. 이 사건은 동일시의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보여준다.

그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 연구를 통해 다시 만난 신경숙의 <깊은 슬픔> 속 한 장면은 처참하고 잔혹하면서도 깊은 슬픔이 느껴진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고전적 조건형성의 원리인데 매 맞는 아내가 왜 그런 반복을 계속하는지 알려준다. 자극일반화 현상에서 동안의 장단점을 설명한다. 미신과 징크스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불안을 없애기 위해 한 행동들이 떠오르고, 스포츠 스타들의 반복적인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영화 <아름다운 비행>을 통해 각인과 애착을 설명하고, 왜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는 것이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차가운 것과 따뜻한 것을 통한 심리실험은 사람들의 일반적 성향을 알게 한다. 발달의 장으로 넘어가면 아동의 인지발달이 단계별로 진행된다는 이론을 알려주고, 사람들이 흔히 다른 사람의 행동 원인을 그 사람의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찾고자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하나의 예로 보여준다. 이 사례를 읽으면서 순간 뜨끔했다. 역지사지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여행과 독서란 말에선 고개를 끄덕인다. 

스트레스와 휴식을 다룬 장을 보면서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궁금해졌다. 스트레스가 흔히 만병의 근원이란 말도 하는데 적당한 스트레스가 삶의 긴장과 활력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하지만 사람과 상황에 따라 그 강도가 다르다는 것도 새겨두어야 한다. 김득구와 홍수환의 사례는 극단적일 수 있지만 너무 팽팽한 줄은 끊어진다는 사실처럼 휴식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이 휴식은 다음에 올 스트레스 등을 견뎌내는 힘을 만든다. 마지막 장에서 다루는 억압은 참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욕먹으면 오래산다는 말에선 누구는 영생불사할 것이란 농담이 생각나 빙그레 웃었다. 그러나 화병에 가서는 우리의 부모 등이 얼마나 참으면서 병을 만들었는지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나쁘고 부정적인 것들을 털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기존에 읽었던 심리학 책이나 이야기들이 중복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쉽고 빠르게 읽히고 재미있다. 사례 중심이다 보니 재미있다. 그렇지만 개론적인 접근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다른 책들에서 다룬 것들을 우리에게 익숙한 사람들을 등장시켜 풀어내어 처음 심리학을 만나는 독자들이 거부감이 없게 만든 것은 큰 장점이다. 대중 심리학 서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책이 나왔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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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유 광장
레온 드 빈터 지음, 지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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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책이 어렵다기보다 사유를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역사의 의미를 묻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의문을 품게 한다. 처음으로 읽은 작가지만 <호프만의 허기>란 작품을 들은 적이 있기에 낯설지는 않다. 단지 이 책을 읽기 전 예상한 것 이상으로 생각이 많아지면서 혼란을 가져왔다. 그것은 소설 중 하나의 이야기를 둘러싸고 벌어진 의문의 목소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마지막 문단에서 이 의문은 더욱 커진다.

나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왜 그런 생각들로 이어졌는지 알 수 있다. 그것은 그 개인의 역사가 뿌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가 만약이란 가정에 의미를 두고, 집착하는 것도 그 뿌리를 찾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는 유태인이다. 그의 부모는 2차 대전 그 참혹한 홀로코스트로 죽었다. 그에겐 부모와 가족의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민족과 개인사의 비극 때문에 그가 자란 곳에서 약간의 특별 대우를 받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뿌리와 유대감이다. 이런 상실감은 결혼을 한 후 가족이 생긴 뒤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가 프랑스 대혁명 시기의 루이 16세의 도망에 만약이란 가정을 하고 집착하는 것은 바로 이런 개인사 때문이다. 만약의 연속으로 가정을 만들어내면서 자신이 결코 가지지 못한 부모의 기억을 상상으로 채운다. 근거 없는 이런 상상은 부실하기 그지없다. 역사학자로 남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자신의 논리나 사유가 아니라 언론이나 다른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학생들의 존재는 환멸감만 키울 뿐이다. 이런 그에게 일탈이 생기는데 하나는 폴린과의 불륜이고, 하나는 비디오 보기다.

폴린은 유대인이다. 그녀와는 같은 민족의 유대감이 생기지만 역사를 보는 시각에선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녀를 찍은 사진 속에 한 남자를 본 직장 동료가 한 마디를 던진다. 그가 아니냐고. 이 말은 그에게 새로운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가 뒤늦게 알게 된 쌍둥이 형 필립에 대한 것이다. 이 일은 그가 결코 쌓을 수 없었던 가족의 역사를 만들 기회가 된다. 하지만 이런 집착은 그의 공허감을 더욱 부채질할 뿐이다. 그가 파리로 떠나 역사를 연구하겠다는 생각은 현실 도피로 변질되고, 수많은 논문의 주제는 공상에 그칠 뿐이다. 그러니 그의 역사에 대한 사유가 단절과 가정과 왜곡으로 이어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바스티유 광장은 그가 쓰고자 하는 논문의 제목이자 역사적 명소다. 그가 집착하는 루이 16세의 탈출을 가정 속에서 돌이키면서 성공시키고자 하는 것은 바로 수용소에서 죽은 부모의 과거를 돌이키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폴린이 지적한 것이지만 그의 심리를 정확하게 나타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과거의 결핍과 현재의 불만족이 그를 과거에 집착하게 만들고, 현재 가족 속에서 현재와 미래를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 두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드물고, 불륜에 빠진 그가 두 딸에게 자신과 같은 경험을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비록 엄마와 외가 쪽이 있다고 하여도 아버지 부재의 아픔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속 짧은 에피소드가 그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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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사바이트 밀리언셀러 클럽 102
하토리 마스미 지음, 김미란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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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뭔 말인지 전혀 짐작을 못했다. 책 내용 중에 나오는데 10억 기가바이트 용량을 엑사바이트라고 한다. 사실 이 정도 단위가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할 수 없다. 인간의 인식 한계를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단위는 미래의 한 기업 이름이기도 하다. 그 기업이 표방하는 사업은 바로 이 소설의 기발한 설정인 비저블 유닛과 관계있다. 이 기계는 오백 원 동전 크기지만 사람의 시선을 따라 영상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장치다. 이 장치를 둘러싸는 벌어지는 일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가까운 미래에서 시작하여 현재로 온 이후 다시 먼 미래에서 마무리하는 구성이다. 프롤로그와 마지막 장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장치다. 사실 이 부분은 없다고 하여도 전체 구성에서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 친절한 설명 덕분에 하나의 의문이 풀리고,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약간 급하게 진행된 마무리의 미숙함이 살짝 가려진다. 

TV 프로듀스 나카지는 비저블 유닛을 활용해 성공가도를 달린다. 처음 그가 업계에 발을 내딛었을 때만 해도 별 볼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학창시절부터 모아온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는 그가 성공하게 만드는 발판이 되어준다. 이런 설정이 가능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인터넷이나 졸업 앨범 등에 남기는 연락처가 사라진 시대를 가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락처는 좋은 섭외력을 의미하고, 노력하고 재능이 뛰어난 그는 곧 성공하게 된다. 이런 그에게 한 여자가 다가와서 새로운 사업을 제의한다. 바로 엑사바이트의 실시간 세계사 프로젝트다. 이런 사업이 가능한 것은 바로 비저블 유닛이란 기계 때문이다. 이 놀라운 발상은 성공으로 이어지고, 이 성공을 두려워하는 미 정부조직이 고개를 들이민다.

비저블 유닛은 엄청난 기술을 상징한다. 자신이 본 모든 것을 기억한다. 일상생활에서 본 모든 것 말이다. 그런데 이런 장치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기밀문서를 본다거나 비밀 회담이나 저작권 등이 걸린 경우다. 이런 경우를 위해 이 장치가 기록하지 못하게 방해 전파를 발생하는 장소가 생긴다. 이것만으로 부족한지 다른 사람이 찍힌 경우 그 당사자의 동의가 없다면 재생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동의만 있다면 이 기록을 편집해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을 사업에 활용해서 나카지가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미래의 묵시론적 삶이 담겨있다.

흔히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검색 엔진이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매일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양은 엄청나다. 블로그나 미니홈피나 트위터 등에 쌓이는 정보는 점점 많아진다. 이 속엔 사실도 담겨 있지만 자신의 주장을 위한 왜곡된 정보도 담겨있다. 이것을 정확하게 판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에 비저블 유닛에 담긴 영상들이 변형될 수 있다면 어떨까? 유족에게만 이 정보가 상속되고, 100년이 지나야 공개된다고 하지만 말이다. 이 문제를 소재로 소설을 썼지만 작가는 100년이란 시간을 너무 맹신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상업적 가치가 있다면 법이 바뀌어 기간이 단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묵시론적 세계관과 최첨단 IT 기술을 결합한 이 소설은 절반 이상의 성공을 보여준다. 기발한 설정이 주는 재미와 미래의 삶이 어떤 식으로 변할까 상상하게 만든다. 가독성이 좋아 빠르게 읽히고, 이야기가 거의 직선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복잡하지 않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너무 단순화되어 아쉬움이 생긴다. 대결구도가 너무 간단하고 쉬워 뒤로 가면서 힘이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을 포착하고 덧씌워진 이미지를 경계하는 모습에선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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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The Gorgon's Look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0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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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라는 것인지 궁금하다. sf, 환타지 같다면 잘린 머리가 직접 답을 줬을지도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제목이 어떤 것을 의미할까? 하나의 사건과 한 명의 실종이 엮여 만들어지는 이 미스터리 소설이 제목 속에 답을 넣었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탐정 노리즈키 린타로를 등장시켜 시간의 흐름 속에 독자를 던져놓는다. 탐정과 함께 독자들은 실패를 경험하고, 단서를 모아 누가?, 왜? 라는 고전적인 물음의 답을 찾는다.  

 

 작가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한국에 첫 출간된 장편이고, 엘러리 퀸의 팬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퀸처럼 작가와 탐정 이름이 같고, 경찰 아버지가 등장한다. 이런 설정은 그에 대한 오마주일 수도 있지만 사건을 푸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 소설 속에서도 린타로는 경시청 경시인 아버지와 함께 직접 현장에 가고, 용의자를 심문하고, 증거를 들여다본다. 과거 천재적인 명탐정이 경찰과 함께 혹은 경찰의 요청으로 사건을 해결하던 시절이라면 가능한 일이지만 탐정이란 직업 자체가 없는 현실에서 그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이런 가능성을 머릿속에 담고 있는지는 단지 나의 추측일 뿐이다.  

 

 린타로가 고등학교 후배인 사진작가 다시로의 초청을 받고 전시회에 오면서 시작한다. 전시회 사진들은 모두 눈을 감은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뭔가 이질적이다.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사람들의 정면을 다룬 것이 아니라 거울에 비친 상을 표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 사진을 보며 놀라고 있는데 한 미모의 여자가 갑자기 다가와 말을 건다. 그녀가 바로 가와시마 에치카다. 그녀는 다시로의 팬이자 유명한 조각가 가와시마 이사쿠의 딸이자 앞으로 펼쳐질 사건의 주요 단서인 조각상의 실제 모델이다. 그리고 유명한 미스터리 평론가 가와시마 아쓰시의 조카다. 그도 이 곳에 온다. 전시회 속의 짧은 만남은 린타로가 사건 속으로 뛰어 들어가게 되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를 알려준다.  

 

 조각가 이사쿠는 시걸의 기법을 바탕으로 한다. 실제 사람 형태의 본을 뜬 다음 틀 속에 석고를 부어 조각상을 만드는 것이다. 시걸이 석고의 바깥에 본을 바른 다음에 떼어내 재구성하는 것과 다른 방식이다. 이 때문에 아시걸이란 좋지 않은 소문도 있지만 그의 전 아내와 함께 한 모녀상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법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눈이다. 눈을 뜬 조각상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눈에 석고가 들어가면 모델이 실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부에 루돌프 비트코어의 이론을 통해 조각상에 눈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식으로 표현되고 발전했는지 설명한다.  

 

 아내와 헤어지고 암으로 고생하던 그가 마지막 작품으로 딸을 소재로 하여 조각상을 하나 더 만든다. 그러다 그가 쓰러진다. 전시회장에서의 만남이 갑자기 끝나게 된 원인이다. 결국 조각가는 죽는다. 그 후 아쓰시의 요청으로 작업실에서 벌어진 이상한 사건에 대해 설명 듣는다. 이사쿠의 유작에 머리가 사라진 것이다. 경찰에 알려 조사를 해야 하지만 미술평론가이자 이사쿠의 전시회 기획자인 우사미 쇼진이 신고를 말린다. 그리고 가와시마 집안에서 일어난 수많은 소문과 의혹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사쿠의 연인인 레이카나 에치카의 모델 경력과 과거가 드러난다. 그 속에서 자신이 찍은 사진으로 사람들을 협박하고 에치카의 스토커였던 사진작가 도모토 ?이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장례식장에 고개를 내밀었고 이 집안과 이상하게 엮인 가가미 준이치가 소개된다. 이로써 소설 속 주요 인물들은 모두 나왔다. 정당한 승부를 원하는 작가는 이들 속에 범인을 숨겨놓았고, 탐정과 우린 이 속에서 범인과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찾게 된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 탐정과 독자가 함께 나아가게 만들고, 탐정의 추리를 몇 번이나 실패하게 만든다. 그의 추리가 우사미 쇼진의 이론에 흔들리고, 너무 쉽게 남의 말에 속는다. 이런 모습은 초인적인 탐정들에 익숙한 나에게 약간은 의외이자 재미다. 뒤에 그의 아버지에게 그의 추리가 강하게 일축 당하는 모습에선 현장의 박력이 느껴지기도 했다. 정당한 승부라고 하지만 교묘하게 트릭을 사용했기에 단서들을 제대로 깨닫기는 쉽지 않다. 기시 유스케의 말처럼 5부 마지막 문장에서 크게 당한 느낌과 사건을 이해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중후한 느낌의 문장과 진행이다. 조각에 대한 이론을 들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배우고, 잘 만들어진 구성과 트릭에 빠져든다. 아직 한 번 읽은 상태라 깔아놓은 단서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다시 읽는다면 아마 그렇구나! 몇 번 외칠지 모르지만 말이다. 과감하게 단서를 흘린다면 이름과 잘린 머리와 이론에 그 답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발생은 인간의 탐욕과 섣부른 판단과 오해 때문에 일어났다. 사실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쉽게 저지르는 실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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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즌 파이어 1 - 눈과 불의 소년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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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울러의 작품을 읽을 때면 늘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모습에 매혹된다. 환상이 환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연결되기에 전혀 거부감이 없다. 세계적인 성장소설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그의 작품에 환상이 끼워져 있다는 사실이 처음엔 약간 어색했다. 하지만 읽으면서 이 환상들이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독자들에겐 쉽고 편하게 읽히고, 한 번 잡으면 끝까지 달려가게 만들고,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한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는 제목만으로 전혀 내용을 짐작할 수 없다. 눈과 불의 소년이란 부제에서 풍기는 환타지의 느낌은 어떤 모험이 펼쳐질까 기대하게 만든다. 마법이 충돌하고, 그 과정에 소년이나 소녀가 성장하는 그런 종류를 연상한다. 하지만 아니다. 그냥 ‘소년’이라고 불리는 알 수 없는 존재가 현실을 벗어난 존재임을 알려주지만 이런 장치는 더스티가 성장하게 만들 뿐이다. 그 성장은 2년 전 갑자기 사라진 오빠와 그 오빠 때문에 집을 나간 엄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등이다.

소설은 크게 두 줄기로 진행된다. 하나는 ‘소년’을 둘러싼 스릴러적 요소고, 다른 하나는 더스티 오빠의 실종을 둘러싼 미스터리다. 시작은 더스티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오면서부터다. 늘 오빠를 그리워하던 그녀에게 우연히 건 것 같은 말로 대화가 시작된다.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이다. 이름을 묻자 그는 조쉬라고 한다. 사라진 오빠의 이름이다. 그녀는 놀라 그에게 질문을 계속 던진다. 그가 있는 곳을 묻고, 그곳으로 달려간다. 발자국도 있고, 약통도 있지만 소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들이 그녀를 향해 달려온다. 달아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잡힌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소년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단지 그의 발자국이 있는 곳에 그녀가 있었다는 것으로 말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들과 더스티는 계속 충돌하고, 그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된다.

이 소년과의 만남은 늘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소년에 대한 나쁜 소문은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통화하고 말한 기록은 그녀를 궁지로 몰아간다. 이런 만남이 계속된다. 소녀가 소년에게 관심을 가지게 것은 바로 사라진 오빠 때문이다. 소년이 무심코 내뱉는 말 속엔 오빠가 그녀에게 늘 하던 말들이 섞여 있다. 불안과 호기심이 자라난다. 동시에 이 혼란스러운 상황과 전개가 더스티의 가족을 뒤흔든다. 사실을 알고 싶고, 사라진 오빠의 현재가 궁금하고, 자신은 더 알 수 없다. 작가는 이런 상황들을 빠르게 읽히는 이야기 속에 풀어놓았다. 빨리 읽히는 재미 속에 이 감정들이 뒤섞여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수도 생긴다.

소년의 정체와 오빠 실종 미스터리도 궁금하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소문이다. 바로 소년에 대한 것인데 한 소녀를 성폭행했다거나 감옥에 갇혀 있다가 사라졌다거나 하는 것 등이다. 이 소문 때문에 자경단이 조직되어 소년을 쫓고, 소년과 친하다는 이유 하나로 더스티가 친구와 마을 사람들에게 왕따를 당한다. 결백을 주장한다고 믿어주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도 마음도 없기 때문이다.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는 그녀만이 사실을 그대로 본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녀도 그런 것은 아니다. 의심을 거듭하고, 사람들과 충동하고, 자신을 깊숙하게 들여다보면서 얻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작가는 하나의 사실을 암시한다. 교묘하게 장치하여 끝까지 읽기 전엔 알 수 없다. 높은 가독성은 진도가 쑥쑥 나가게 만든다. 소녀의 심리와 행동은 가끔 이해되지 않지만 그보다 어른들의 갇힌 마음이 더 답답하다. 소년으로 대변되는 마주보기는 겉만이 아니라 속도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눈을 가리고 거울을 아무리 봐야 자신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열린 마음과 보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소년이 소녀 곁에서 알려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움만으로 불행한 마음과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소년의 등장은 바로 정체되어 있던 가족과 소녀에게 변화를 일으키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마주보게 한다. 마주보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고 마술이니 어쩌니 하는 것은 바로 두려움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유로워야 진리를 볼 수 있다’는 말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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