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 -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민음사 모던 클래식 36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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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은 처음이다. 하지만 그의 대표작 중 한 권인 <남아 있는 나날>을 이야기하면 다르다. 이 소설은 직접 읽지 않고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보았다. 정확히는 비디오다. 한참 영화에 빠져 있을 당시 집에 쌓여 있던 비디오 중 하나를 꺼내어 보았다. 화려한 재미는 주지 않지만 은근한 재미로 나를 유혹했던 감독이라 최소한 실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끝까지 본 후 느낌은 요즘말로 대박이었다. 정적인 화면 속에 은근히 드러나는 감정의 깊이와 절제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감동을 준 것이다. 아마 그해에 본 수많은 영화 중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참고로 그때 본 영화가 최소 하루에 한 편 이상이었다.

영화로 먼저 만났는데 사실 원작이 있는 것을 몰랐다. 아마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여도 영화의 감동 때문에 읽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에 원작을 읽을 기회가 있었지만 포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녹턴>을 읽은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고, 영화에서 받은 감동이 문장으로 어떻게 펼쳐지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뭐 이것은 나중에 이루어질 일이니 그냥 넘어가자. 이렇게 길게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번 소설이 준 느낌이 좋았고, 읽으면서 옛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란 부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제목대로 다섯 단편이 실려 있다. 모두 음악과 관련이 있다. 각각 독립된 이야기라 따로 읽어도 상관없다. 물론 두세 편은 같은 인물이 등장하여 앞 이야기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것 또한 독립된 이야기라 그냥 읽어도 상관없다. 읽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부제의 의미고, 다음으로는 약간 의외로 풀리는 결말이다. 크게 긴장감을 불러오는 상황이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약간은 밋밋한 전개와 상황들이 가슴 한 곳에 등장인물들의 삶을 점점 쌓아올리고 울리게 만든다. 그것도 각각 다른 느낌과 분위기로 말이다.

<크루너>는 ‘낮게 노래하다, 작은 소리로 속삭이다’라는 뜻인 croon에서 비롯된 말로서, 그렇게 부르는 가수를 말한다. 이 단편 속에선 유명 가수 토니 가드너를 말한다. 화자는 폴란드 출신의 기타리스트다. 그가 토니 가드너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머니가 좋아했기 때문이다. 베네치아 카페에서 연주하던 그에게 토니의 존재는 추억의 대상이기도 하다. 엄마를 생각해 말을 건다. 이때부터 이 둘의 대화가 오고가고 토니가 연출하고자 하는 이벤트에 동참하게 된다. 이 뒤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예상을 넘어선 것으로 사랑과 삶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비가 오나 해가 뜨나>는 연극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상황이 조그마한 소품 상황극으로 만들어진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권태기에 빠진 부부 사이에 끼워든 옛 친구 레이의 좌충우돌하는 모습과 상황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읽을 당시는 쉽게 이야기에 빠지지 못했는데 지금 이 순간 무대 장치와 배우들의 움직임과 효과음 등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자신의 실수를 숨기기 위한 레이의 노력은 잘 표현하면 큰 웃음을 줄 것 같다. 단편 영화로 만들어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중 한 편이 <말번힐스>이다. 음악가로 성공하고 싶지만 누구도 그를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한 음악가 이야기다. 자신이 직접 작곡했다는 이유만으로 의문을 드러내고, 기회마저 차단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누나의 카페에서 일을 도와주는 것이다. 어쩌면 단순한 일상인데 이런 그에게 한 부부가 나타난다. 오해를 하고, 살짝 그들을 놀린다. 하지만 그가 연주를 하는 것을 들은 두 부부의 찬사와 그들의 삶을 듣게 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그렇다고 삶에 큰 변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런 일상의 지속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이 단편집에서 영화로 만들어서 흥행에 성공할 작품으로 꼽는다면 당연히 <녹턴>이다. 실력은 있지만 외모가 부족한 테너 색스폰 연주가 스티브와 토니 가드너의 아내이자 유명 가수인 린디 가드너의 만남과 활극이 가벼운 흥분과 긴장감을 준다. 전혀 만날 일이 없는 두 사람이 만나 곳이 성형수술을 위한 호텔이란 것과 옆방이란 점부터 그렇다. 음악, 질투, 부러움, 사랑 등에 대한 그들의 반응과 행동은 린디가 재즈 트로피를 가져오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확 바뀐다. 약간 무겁게 만들 수도 있지만 트로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좀더 규모를 키우고 흥미롭게 만든다면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다. 물론 할리우드에서 만든다면 마지막 그들의 성공도 다루어야할 것이다.

<첼리스트>는 반전이 숨겨져 있다. 그 반전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란 것과 후일담이 또 다른 해석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긴 여운을 남긴다. 첼리스트 티보르가 엘로이즈 매코믹을 만나고, 그녀에게 새로운 음악 해석을 듣고 연주하는 것까지는 분명한 결말을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녀의 정체가 드러나고, 음악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묻기 시작하면서 바뀐다. 제대로 된 연주가 무엇인지, 자신의 연주에서 만족을 느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잠재력이란 것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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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해요 2010-12-20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운명
발레리 통 쿠옹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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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로 만들어진 표지가 인상적이다. 한 사람의 삶이 완전히 독립적일 수 없음을 생각할 때 도미노는 어쩌면 우리의 삶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조그마한 행동이나 말 때문에 다른 사람이 상처를 입거나 행복해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혹은 그 반대에서 알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은 나에서 시작하여 나로 끝난다. 하지만 좀더 이것을 확장해 나간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연결을 몇 사람에게로 한정시킨다면 어떨까? 이 소설은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결코 두툼하지 않은 이 소설에서 네 명의 주인공은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은 하나의 사고, 하나의 양보에서 비롯한 것이다. 미혼모인 마릴루는 정체가 의심스러운 컨설팅 회사 비서로 일한다.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주어진 일은 두툼한 복사물을 제때 사무실로 가져오는 것이다. 그런데 차는 막히고, 지하철은 자살 소동으로 운행이 중단된다. 약속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해고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선을 다해 달려 시간에 맞추려고 그녀는 노력한다. 

알베르는 암을 선고받은 노인이다. 그의 삶은 외롭다. 그가 평생 노력한 것은 자신의 삶이 어머니에게 인정받는 것이다. 운 좋게 탄 택시로 원하는 찻집으로 가서 먹고 싶었던 마카롱을 잡는다. 그때 한 여자가 그의 마카롱을 탐낸다. 양보한다. 기분 좋게 다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온다. 한 건물의 폭발로 길이 막힌다. 이 사고로 인해 조금 늦게 집에 도착하고 그는 자라면서 그가 받았던 모든 불합리하고 의문투성이의 원인을 듣게 된다.

프뤼당스는 흑인 변호사다. 그녀는 실력이 있지만 흑인이란 이유만으로 의뢰인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변호사 사무실의 공동대표란 명함을 가지고 있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다. 화려하고 멋져야 할 그녀의 과거는 어둠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한 남자와 관련된 일이다. 이때부터 그녀는 위축되어 있다. 그런 그녀에게 기회가 온다. 공동대표 클라라가 마카롱을 먹고 두드러기가 생긴 것이다. 그날 클라라가 참석해야 할 회의에 대신 참석해야 한다. 기회다. 

성공한 영화 제작자이자 교수인 톰은 리비에게 청혼하려고 한다. 매력적인 리비에게 푹 빠진 그가 큰 보석이 박힌 반지를 산다. 막힌 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힘껏 페달을 밟는다. 갑자기 사고가 발생한다. 적지 않은 부상을 입는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던 한 여자 때문에 생긴 일이다. 부상을 입은 상태로 리비의 집으로 가는데 그곳에서 발견하는 것은 뒤엉킨 두 여자다. 리비와 알린.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환상이 산산조각난다. 이제 리비의 실체를 본다.

이렇게 각각 다른 네 명의 남녀가 사고와 우연으로 하나로 이어진다. 마릴루는 지하철 투신자살 때문에, 알베르는 한 건물의 폭발 때문에 생긴 길 막힘으로, 프뤼당스는 알베르의 호의에서 비롯한 마카롱 때문에, 톰은 마카롱은 먹은 클라라 대신 산책한 빅투아르 때문에 생긴 사로로 연결된다. 아마 책 속에서 이 사건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한 개인의 우연들일 뿐인 사건들이다. 하지만 이 우연들이 하나의 고리로 묶이는 순간 그들의 운명은 바뀐다. 그리고 왜 표지가 도미노인지 분명히 알게 된다. 삶이 지닌 힘이 어떻게 발휘되는지 보게 된다.

많지 않은 분량이다. 단숨에 읽을 수 있다. 재미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이런 것보다 더 가슴에 와 닿은 것은 그들의 삶과 그들을 이어지는 운명의 힘이다. 아니 단순히 운명의 힘이라고 말하기엔 그들이 삶에 들인 노력이 너무 저평가되었다. 후반으로 가면서 하나의 우연과 사고가 어떻게 연결되고, 어두웠던 과거와 현재가 어떤 미래로 이어지는지 알게 된다. 어떻게 이들이 연결될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 것이 하나씩 그 실체를 드러낼 때 가슴 한 곳에 따스한 기운이 조용히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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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와인
엘리자베스 녹스 지음, 이예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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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천사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생긴 책이다. 다음으로 천사 새스와 인간 소브랑의 55년에 걸친 비밀스러운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란 책소개가 눈에 들어왔다. 영원히 사는 천사와 불과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과의 우정이라니 왠지 천사가 불쌍해 보인다. 이런 불쌍한 생각을 하게 된 되는 영원히 사는 벌을 받아서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을 보아야 했던 한 인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짧은 순간 몇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후 그들의 만남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야기는 1808년부터 년도 순으로 진행된다. 소브랑은 사랑하는 여자와의 결혼을 부모가 반대하기 때문에 괴로워한다. 셀레스트의 아버지가 정신병으로 죽은 것 때문이다. 하지가 지난 지 일주일이 된 그날 와인 두 병을 지니고 산으로 올라간다. 괴로움을 이겨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가 만난 것은 천사 새스다. 이때부터 이 둘의 만남은 매년 이 날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새스의 조언을 새겨듣고 사랑하는 셀레스트와 결혼한다. 

천사와의 만남이 경건해야 할 텐데 인간인 소브랑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 일상의 일을 말하고, 그에게 조언은 구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언제나 자기위주다. 처음 셀레스트와의 결혼을 보면서 앞으로 이 둘의 행복한 삶과 천사의 도움으로 거대한 와인 생산자로 변신할 그를 기대했다. 그런데 그는 곧바로 나폴레옹을 쫓아 러시아로 간다. 이미 알다시피 그곳은 프랑스 군대의 처참한 죽음이 기다리는 곳이다. 그곳에서 그가 가장 사랑했던 친구이자 유혹자였던 밥티스타를 잃게 된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돌아가신 아버지와 친구 밥티스타가 남긴 포도밭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그는 마을 유지로서 자리를 잡고, 한 가족의 가장으로 삶을 이어간다.

이런 삶의 일상 속에 천사 새스와의 만남이 이어진다. 이 만남은 그가 일 년 동안 기다려온 중요한 행사다. 이 만남을 통해 판타지와 종교와 신화 등을 경험한다. 천사란 존재가 이미 그것 모두를 담고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새스를 통해 천국과 지옥의 모습, 하느님과 루시퍼와 창조주의 존재, 수많은 다른 나라의 삶 등을 듣는다. 이런 이야기는 현실에 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브랑의 이야기에 멋진 배경을 더해준다. 그리고 소브랑과 새스의 사랑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연도 순으로 이어지는 형식 속에 담긴 몇 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소브랑의 가족들 이야기고, 다음으로 그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다. 이 모든 것보다 강하게 흐르는 것은 소브랑과 새스의 우정과 사랑이다. 천사의 존재를 알릴 수 없기에 가족에게 오해도 받고, 그가 타락천사임을 들으며 공포와 불안에 휩싸여 종교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그들의 사랑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 뿐이다. 비록 그것이 육체적인 사랑으로 변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처음에 그렇게 중요했던 셀레스트는 뒤로 가면서 그 존재가 점점 약해진다. 물론 완전히 무시할 정도는 아니다. 이미 짐작했던 사실을 마지막에 알려주면서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가족의 다른 사람에 비해서, 중반 이후 백작 부인인 오로라에 비해 너무나도 비중이 줄어든다. 이 부분을 보면서 부부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비밀을 공유하지 못하면 남보다 못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런 소통의 부재는 마지막에 큰 사건의 비밀 하나를 폭로하면서 마무리된다. 

인간세계로 내려온 천사의 존재를 인정하는 순간 이 소설은 판타지이자 종교소설이 되었다. 기독교의 하느님이 창조주가 아니라는 부분에서 조금 놀라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소브랑과 새스의 사랑이다. 비밀스러운 이 둘의 사랑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숨겨지고, 오해받고, 밝혀지고, 연속적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긴 세월 속에 이어지는 이 사랑은 결코 육체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가독성 좋은 문장과 이야기는 충분히 숙성되어 있지만 취향을 많이 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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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창고 살인사건
알프레드 코마렉 지음, 진일상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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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발효 가스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이런 사고가 아주 특이한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대부분은 사고사로 처리할 것이다. 소설의 첫 부분도 그런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단순한 사고가 아닐 수 있다는 분위기가 풍기기 시작했다. 그의 추악하고 비열하고 더러운 과거 행적은 그런 분위기를 확신으로 조금씩 바꾼다. 바로 거기서 누가 죽였는가보다 왜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오스트리아의 조그마한 와인 생산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다. 시체가 발견된 곳은 와인 창고 지하실이다. 이전에 몇 명이나 죽은 와인 발효 가스 사고사와 비슷하다. 이 사건을 조사하는 인물은 시몬 폴트 경위다. 처음에 그도 보통의 사고처럼 생각한다. 그런데 그의 아내를 만난 후나 죽은 사람의 주변 사람을 만나면서 의심을 품게 된다. 누구 한 명도 그의 죽음을 애석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한다. 알베르트 하안은 바로 그런 인물이다. 이런 분위기가 단순히 살인사건으로 생각하게 그를 인도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하안과 그 주변사람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조그마한 마을에서 한 사람의 죽음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누구나 서로를 알고 인사를 하는 관계라면 더욱 그렇다. 물론 관계가 틀어지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하안처럼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산다면 이 관계는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선다. 그가 부린 술수 때문에 한 노인이 자살을 하고, 그가 지하실에서 소년에게 한 알 수 없는 행동은 소년을 겁에 질리게 만든다. 아내로 향한 가정 폭력은 대상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조차 등을 돌릴 정도다. 그의 비열함과 폭력성은 이렇게 주변을 파고들수록 끝없이 드러난다.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 누가 그를 죽였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다. 누가 왜 죽였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지만 어느 순간 나쁜 인간 하안과 그 주변사람들의 삶으로 이야기가 옮겨가기 때문이다. 피살자의 과거를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것은 악취 나는 과거뿐이다. 이 과정을 통해 왜 그가 죽을 수밖에 없는지 점점 동의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조금은 느슨하다. 긴장감을 불러와야 할 사건이 약간 늘어진 느낌이다. 좀더 깊이 파고들어야 할 사건이나 심리가 주변에 머물고 있는 듯하다. 아니면 처음부터 이 소설을 접근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약간 기대와 다른 부분이 있다. 조그마한 마을의 특징을 감안하고, 사람들의 관계를 고려할 때 나의 기대는 꽉 짜인 긴장감이었다. 하나의 사실에 접근할수록 경찰을 압박하는 사람들과 위협 등을 기대했다. 물론 이것은 기존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늘 보아온 것들이다. 하지만 현실이라면 어떨까? 아마도 이 소설처럼 풀려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대한 음모가 아닌 분노와 위협에 의한 공포가 원인이 되는 사건 말이다. 정밀하게 계산되고(발효 가스만 생각하면 계산된 것이다),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거대한 음모 같은 것은 분명 없다. 그곳에는 내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와인과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과 그들의 과거와 현재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제목에 너무 빠지면 이 소설은 그 재미를 충분히 누리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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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늘 관심을 두는 한 작가의 작품이 실린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 있다. 그리고 아직 그 재미를 온전히 누린 적이 없는 듀나의 단편을 이번 기회에 누리고 싶다. 아직은 낯선 몇 작가의 작품은 또 어떤 재미를 줄지 기대하게 된다. 한국 환상문학의 미래도 살짝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sf소설이 엔더의 게임이다. 이 작가의 작품이 한때 외국 판타지,sf 장르 순위에서 <반지의 제왕>과 항상 1,2위를 다투었던 것을 기억한다. 엔더가 자신이 한 일을 깨닫고 우주로 나간 이야기들이 너무 무거웠는데 이번 소설은 어떨지 모르겠다. 엔더의 다른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교고쿠 나쓰히코의 소설이라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그의 장광설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에겐 재미있기만 하다. 이 책의 분류가 사랑, 연애와 함께 호러, 공포가 들어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일본에서 유명한 괴담을 재해석했다는데 그가 이해한 요쓰야 괴담은 어떤 것일까? 그러고 보니 요쓰야 괴담이 무엇인지 모르는구나! 그래도 읽고 싶다. 

  

해리 보슈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예전에 나온 앞의 두 권을 생각하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주 재미있게 읽은 것은 기억한다. 늘 이 시리즈가 이어져서 나오길 바랐는데 앞으로 계속 나올 예정이란다. 이 작가에 대한 외국 평가는 늘 대단한데 이번에도 변함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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