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의 지혜>를 리뷰해주세요.
당나귀의 지혜 - 혼돈의 세상에서 평온함을 찾기
앤디 메리필드 지음, 정아은 옮김 / 멜론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나에게 당나귀는 어떤 동물일까? 그냥 말과 비슷하게 생긴 동물 정도 일뿐이다. 당나귀를 제대로 본 적도 없고, 특별히 관심도 가진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당나귀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산산조각 낸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면 놀라운 지혜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당나귀의 매력이 쉼 새 없이 품어져 나온다. 한 마리 키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살짝 살짝 생긴다.  

 

 저자는 도시의 번잡함을 벗어나 시골의 느림과 여유를 누리고자 한다. 이곳에서 한 마리의 당나귀를 만난다. 그리부예다. 그는 따뜻하고 현명하다. 성난 말을 만난 장면에서 저자가 공포에 질려 있을 때 차분하게 그를 지켜준 이가 그리부예다. 물론 그가 사람처럼 말을 하거나 행동하지는 않는다. 동물의 특성을 버린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저자와 함께 한 여행에서 동반자이자 친구이자 거울과 같은 활약을 보여준다. 저자의 표현을 따라가다 보면 평소 만나던 친구보다 그리부예가 긴 여행에 더 적합할 것 같다.  

 

 저자가 처음부터 당나귀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먼저 관심을 보여준 것은 당나귀들이다. 몇 주 동안 매일 나타난 그에게 관심과 시선을 보냈다. 이런 시선과 헤아릴 길 없이 깊은 검은 눈 너머에서 둘 사이에 형제애가 싹 튼다. 그리고 당나귀와 함께 있으면 시간이 천천히 간다. 이 느림은 자기 자신에 귀 기울이고, 다른 사람과 세상에 귀 기울이고, 자기 자신과 대면하고 싶을 때 딱 맞다. 현대의 속도를 생각하면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것이 너무 많다.   

 

 당나귀의 특징과 좋은 점을 나열하면서 다른 작가들이나 글들에서 이야기를 끌어낸다. 수 천 년 전부터 불과 몇 년 전까지 당나귀를 좋아했거나 비유했던 작가들을 인용하면서 당나귀 예찬을 한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을 때 그렇구나! 하고 단순히 생각하던 것이 뒤로 가면서 대단하다, 멋지다 등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부예와 길을 가면서 대화를 나누는 저자를 보면서 예전 같으면 왜 혼자서 중얼거리지 라고 생각했을 것을 이젠 친밀하고 따뜻하면서 우정 넘치는 대화를 나누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단순히 이 책이 당나귀 예찬으로 가득했다면 조금 지루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문장과 당나귀와 관련된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과 추억을 뒤섞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엮어낸다. 물론 같은 이야기가 중복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 등이 자주 나와 조금 정리가 덜 된 느낌도 있다. 그렇지만 이 중복과 반복 등장이 당나귀의 가치를 더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동시에 예전에 읽었거나 아직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한 관심을 북돋아준다.  

 

 

 당나귀와 관련된 이야기 중 멋진 것도 많지만 이집트에서 만난 당나귀들의 사연은 가슴 아프다. 묵묵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당나귀와 잘 알지 못하는 주인을 만나 고생하고, 상처입고, 다른 지역 당나귀보다 단명하는 그들을 보면 인간의 삶과 유사한 면을 또 하나 발견하게 된다. 도시의 혼잡함과 소음을 싫어하면서도 그리워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저자가 경험하고 느끼고 깨달은 시골의 고요함과 소리와 평온함은 대단히 부럽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당나귀 그리부예와의 여행이다. 결코 편안한 여행이 아니었을 텐데 그들의 감정 교류와 경험은 그 무엇보다 값져 보인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당나귀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사라지고, 그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알게 된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동물을 좋아하거나 당나귀에 관심이 있는 사람 그리고 느림이 주는 삶의 평온함과 여유를 누리고 싶은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당나귀와 동행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조바심과 좌절감, 싸우고 싶은 충동, 앞차를 추월하고 싶은 마음, 경적을 울리고 싶은 마음, 돌아버릴 것 같은 마음, 앞길을 가로막는 느림보들에게 저주를 퍼붓고 시은 마음을 억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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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의 그물 Nobless Club 12
문형진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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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의 그물은 불가에서 세상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의 비유로 흔히 쓰인다. 이것은 관계이자 인과율의 세계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나의 변화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나 또한 다른 사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깊이 들어가면 얕은 나의 지식이 탄로 나니 여기서 멈추자.   

 

 소설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천인과 인간, 인간과 보살, 보살과 여래의 장이다. 각 장마다 하나의 단계가 나와 있고, 각 장의 끝에 이르면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 각 장의 제목을 그냥 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세계는 앞에 화엄경을 인용한 내용과 맞닿아 있다. 전체적인 내용은 책 뒷장에 요약되어 있다.  

 

 

 천인 교와 그녀의 화신인 여의는 인드라망을 통한 강림으로 신수에 목이 꾀 뚫린 아이를 만난다. 교는 파괴인법으로 신수를 죽이고, 아이를 치유인법으로 생명을 살려낸다. 그런데 재미난 점은 이 아이가 교 등이 머무는 정각당으로 오는 도중에 젊은 남자로 자란 것이다. 이 남자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칼키다.   

 

 칼키는 갑자기 자랐지만 어느 정도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다. 몸만 자란 것이 아니라 전생의 기억도 조금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특별한 세계를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칼키가 살아가는 세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세계와 완전히 다르다. 불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세계엔 인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수라나 야차 등 불가의 존재들도 함께 살아간다. 이들의 존재가 소설 속에서 특출 나게 돌출하지 않고 그런대로 잘 묻어가는 것은 작가의 필력 때문인 것 같다.  

 

 정각당에서 살아가는 교의 임무는 반야경이란 경전을 지키는 것이다. 뭐 지금 우리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경전이지만 소설 속에선 금기시 되는 경전이다. 작가는 이 경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을 한 편의 소설로 묶었다. 평화롭게 살아가던 칼키가 어느 날 갑자기 공격한 전륜성왕의 기사들에게 자신의 보호자이자 반야경의 수호자인 교를 빼앗기면서 본격적으로 일이 벌어진다. 변화 없이 한 세계를 세밀하게 묘사하던 작업에 조그마한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교를 찾고자 하는 마음은 많지만 칼키의 능력은 많이 부족하다. 이런 중에 모뎀을 다루는 아수라 무찰린다를 만나 도움을 받고,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알려진 여자에게 팔려간다. 힘이 부족한 그가 겪게 되는 고통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조금씩 힘을 키우고, 그 세계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작가는 이런 전개를 빠르게 펼치기보다 세밀하게 그려낸다. 빠르고 강력한 활약상이나 기대한 독자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독성은 뛰어나다. 쉽지 않은 불교 용어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나름 잘 녹여낸 것이다.  

 

 불교의 세계로 인간의 사랑을 표현하고자 작가의 노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사실 이 부분은 뛰어나지 않다. 장치와 배경에 공을 많이 들여 인간의 심리 묘사에 조금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책 중간에 나왔지만 삼각관계들이 유기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약간 돌출된 느낌을 준다. 또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마지막 반전 같은 장면들은 사실 사람에 따라서는 반감도 많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지적했지만 에필로그는 정말 필요 없는 사족이다. 윤회를 거듭 보여주면서 여운이 사라졌다. 가독성은 나쁘지 않으나 장르문학이 가져야할 재미는 좀 부족하다. 시원하고 단숨에 읽길 바랐기 때문에 더욱 그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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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 채플린
염승숙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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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소설이다. 여덟 편의 단편들이 낯설다. 기존 작가들이 보여준 환상이 이 소설에선 다른 모습을 띈다. 소설 속에 벌어지는 사건과 환상들에 대한 설명도 없고, 끝도 없다. 처음 그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럴수록 그 환상의 세계는 모호해졌다.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환상들이 이 소설 속에선 힘을 잃는다. 물론 가끔은 옛 소설의 향수가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느낌도 읽는 순간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읽고 난 후 한참 후에 깨닫게 된다.  

 

 그녀의 처녀작이자 첫 작품인 <뱀꼬리왕쥐>부터 난해하다. 꼬리뼈를 둘러싼 대화와 현실과 환상의 교차는 모호함을 더 강하게 만든다. 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상의 변화는 현실의 경계를 너무 쉽게 무너트린다. 그 변화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처럼 다가온다. 꼬리뼈를 내어준 사람들의 부재가 그를 공포에 물들게 하기보다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어쩌면 그것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도전인지도 모르겠다.  

 

 <수의 세계>는 숫자를 몸에 지닌 한 사람의 일대기다. 이름은 공영, 몸의 각 부위에 1부터 9까지 숫자가 새겨져있다. 아버지는 수학교사다. 영(零)이란 이름을 지은 것은 그 숫자가 몸에 없기 때문이다. 이 아이의 성장기는 전혀 특별하지 않다. 작가는 이 아이의 성장기와 모험기를 녹여내면서 환상의 세계를 수의 세계로 변환시킨다. 앞의 소설 때문인지 조금 더 쉽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의 모험은 재미있다.   

 

 <거인이 온다>도 비현실적인 설정이다. 사랑니가 아파 치과에 갔는데 괴상한 공룡의 이빨이라면서 학계에 보고 할 생각만 한다. 공무원인 주인공은 민원 때문에 고생이 많다. 그런 중에 그의 아내는 거인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 눈이 오지만 눈은 쌓이지는 않는 이변이 발생한다. 이런 일련의 괴변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비일상적인 환상이 현실에 자리잡아간다.   

 

 

 <춤추는 핀업걸>은 읽을 당시는 떠올리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외수의 소설이나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 가끔 본 설정이다. 물론 그들의 작품에선 한 번 들어간 후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이 소설에서 들락거린다. 그리고 주인공의 몸 상태도 이상하다. 반쪽은 조로증으로 30년이나 먼저 늙고 있다. 이런 비대칭은 포스트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한 몸에 구현한 것이다.   

 

 <채플린, 채플린> 연작 두 편은 여봇씨요 사나이를 둘러싼 해프닝과 사건을 다룬다. 첫 편이 모철수란 하객 아르바이트를 통해 현실에서 발생한 채플린 증후군을 설명한다. 여봇씨요 사나이의 이 말에 반응하여 돌아보면 채플린 같은 자세를 하고 동작이 멈춘다. 이 증후군을 나열하면서 작가는 유머스러운 문장과 진행으로 재미를 만들어낸다. 두 번째 이야기에선 전편에서 모철수 사건 이후 사라진 채플린 증후군을 다룬다. 왜? 라는 의문과 그는 누군가? 하는 의문이 대두되고, 그의 정체를 밝힌다. 하지만 그것을 믿고 안 믿고는 개인의 문제다. 이번 소설에선 언어유희가 극에 달하고, 재미난 상황을 연출하면서 농담을 멋지게 만들어낸다.  

 

 <지도에 없는>은 지도에 존재하지 않는 지번인 1-173번지에 살았던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이야기다. 중개경력 29년의 베테랑인 자신이 기억하고, 기록한 지번이지만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이 실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여행은 오디세이의 방랑과도 같다. 결국 집으로 현실로 돌아오기 위한 과정이다. 오년 동안 살았던 다섯 남자의 일상은 현대인의 삶을 희극적으로 풀어내었고, 웃음을 자아낸다.  

 

 <피에로 행진곡>에서 비일상적인 사건은 우산을 들고 하늘로 사라진 사람들이다. 이 괴상한 사건이 공포를 자아내기보다 사람들은 그냥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채플린, 채플린>에서 채플린 증후군을 두려워하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특이한 반응이다. 공무원 조사맨은 주민등록말소 신청자를 조사한다. 하늘로 우산을 들고 사라진 사람들과 주민등록말소를 신청한 화자에 조사맨의 조화는 그 설정 자체가 현실의 경계를 넘었다. 조사맨이 반복해서 말하는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까?”는 어쩌면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기 위한 바람과 읽는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말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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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크리파이스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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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레이스란 스포츠를 배경으로 쓴 소설이다. 신사의 스포츠라고 불리는 로드레이스는 사실 우리에게 인기 없는 스포츠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색다른 재미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제목이 의미하는 희생이란 단어의 참뜻을 깨닫게 된다. 팀원들의 단결과 희생 위에서 이루어지는 승리는 한 사람 게 아니다.   

 

 시라이시, 그는 육상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린 유망주였다. 하지만 승리를 위해 달리는 육상이 주는 부담감이 싫었다. 그러다 우연히 본 로드레이스의 한 장면은 탁월한 성적을 거두고, 올림픽을 노릴 정도의 그가 진로를 바꾸게 만들었다. 그것은 로드레이스에서 두 선수가 앞뒤로 달리면서 최종 골인을 남겨두고 악수를 하면서 그냥 통과한 것이다. 분명 앞 선수 뒤에서 달린 선수가 바람의 영향으로 힘을 내어 골인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이를 보고 모두 그 레이스를 칭찬한다. 초보자가 보기엔 너무나도 이상하다. 그러나 로드레이스를 알게 되는 순간 모든 것이 이해되고, 새로운 스포츠 세계로 입문하게 된다.  

 

 시라이시가 있는 로드레이스 팀은 팀 오지다. 이 팀의 에이스는 산악에 강한 이시오다. 신참으로 에이스의 능력을 보여주는 이바가 있다. 그러나 그는 상당히 개인적이다. 자신을 위해 달린다. 로드레이스에 필요한 희생이 부족한 선수다. 어쩌면 에이스 스타일인지도 모르겠다. 팀원의 희생을 딛고 최종 승리를 위해 달려 나가는 것이 에이스다. 어떻게 보면 잔인한 스포츠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위험하기도 하다.   

 

 3년 전 유망주였던 한 명이 내리막에서 사고를 당한다.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시점이 묘하다. 어시스트로 늘 에이스를 보조하던 시라이시가 구간 우승을 한 후 한 선배로부터 나왔다. 늘 에이스였던 이시오가 고의적으로 사고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찜찜하다. 작가는 여기에 미스터리 요소를 풀어놓는다. 과연 이시오는 고의적으로 사고를 일으켰는가와 또 다른 사고를 일으킬 것인가? 하고 말이다. 로드레이스를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면서 이런 호기심을 자극하는 연출로 몰입도를 높이고, 읽는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한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로드레이스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냥 빨리 달려 골인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무식한 것이 죄다. 단순하게 그냥 빨리 달리는 것 같은데 그 속에 수많은 노력과 열정과 희생과 전략이 필요하다. 체력 비축에서 에이스의 우승까지 그 하나하나가 새롭고 놀랍다. 인간의 본능이 이기고자 하는 마음일 텐데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없으면 이기기 힘든 상황을 만드는 스포츠란 점도 흥미롭다. 마라톤 같은 레이스지만 먼저 들어간다고 우승하지 않는다. 한 구간에서 이겼다고 최종 승리가 아닌 것이다. 시라이시가 자신의 미래를 바꾸게 만든 장면이 바로 로드레이스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어준다.   

 

 

 스포츠는 승리와 기록의 경기다. 로드레이스라고 승리를 바라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팀을 생각하지 않고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경기에서 혼자 독불장군처럼 튀어나가서는 며칠이나 이어지는 경기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혼자 바람을 맞으면서 달리면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상대편 에이스나 어시스트를 끌어내어 체력을 소모시켜야 한다. 순간의 판단력 착오로 이변이 발생하기도 한다. 달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속도를 높이고, 오버를 한다. 이것은 자제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순간적 감정과 상대편 대응과 자신과의 싸움이 경기 도중에 펼쳐진다. 한 장면 장면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텔레비전으로 본다면 결코 느끼지 못할 재미다.   

 

 이 소설에 스포츠 소설이 보여주는 일반적인 재미는 사실 없다. 자신의 승리를 위해 열정적으로 훈련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없다. 하지만 팀 승리를 위해 펼치는 전략과 심리묘사는 탁월하다. 3년 전 사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는 뒤에 벌어질 사건을 기대하고 예측하게 만든다. 반전에 반전을 보여주는 연출과 마지막 장면은 깔끔한 여운을 남긴다. 이기기 위해 달리는 에이스에게도 팀을 위하는 마음이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에선 강한 감동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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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토르소맨>을 리뷰해주세요.
꿈꾸는 토르소맨 - 팔다리 없는 운명에 맞서 승리한 소년 레슬러 이야기
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최석순 감수 / 글담출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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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팔다리가 없는 한 소년이 레슬링 옷을 입고 앉아 있다. 상처투성이 팔다리에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다. 그가 바로 유투브를 통해 세계에 알려지고, 세상을 놀라게 한 더스틴이다. 그의 모습과 레슬링을 생각하면 쉽게 연결이 되지 않는다. 팔다리 없이 어떻게 경기를 하지? 하는 의문이 먼저 생긴다. 이런 의문과 고정관념을 그는 산산이 부셔버렸다. 우리가 장애라고 생각하고, 포기한 그 순간 그는 새로운 도전과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KBS 스페셜>을 통해 나온 것을 엮은 것이다.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아 그 내용은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더스틴의 삶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수막구균혈증’이란 병에 걸렸고, 살기 위해 사지를 절단해야 했다. 어린 그에 대한 이야기 중 가슴 아팠던 것은 잘린 팔다리를 잊고 평소처럼 움직였다는 대목이다. 아픔은 알지만 이 상실을 알지 못했다는 설명에서 과연 그랬을까? 하는 의문이 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모두 네 꼭지로 나누어져 있다. 사건으로부터 현재까지의 요약 부분과 현재의 그가 있게 한 레슬링 이야기와 그와 함께 가는 사람들과 고교 마지막 학창시절에서 벌어진 대회와 그의 열정을 다룬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가 팔다리를 잃고 현재까지 살아온 것은 저자의 말처럼 팔다리 없이도 생활하는 방법이 아니라 잔인한 운명에 하나씩 도전하는 방법이었다. 팔이 없어, 손가락이 없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 것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해내는 그를 보면 모두 있으면서도 너무나도 서툰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또 이런 장애에 굴복하지 않고 실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은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생각하게 만든다.  

 

 한 소년의 길지 않은 삶이지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으니 당연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가 보통의 장애인처럼 살았다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는 레슬링 선수다. 그것도 이름만 레슬링 선수가 아니라 주 대회 결승까지 올라간 실력 있는 선수다. 신체적 장애를 딛고 마지막 대회까지 나간 그를 보면 그 과정에서 흘린 땀과 피와 노력이 저절로 보인다. 물론 이 과정이 혼자만의 노력은 아니다. 그를 도와주고, 격려하고, 독려하고, 함께 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도움도 그의 노력과 열정과 땀이 없었다면 불가능하다.  

 

 많은 사진들이 실려 있다. 사진 하나 하나에 그의 삶이 잘 묻어난다. 그의 노력과 친구와 땀과 기쁨과 슬픔과 아픔 등이 있다. 한때 사춘기를 겪으면서 힘든 시기를 보낸 것이나 첫 경기에서 너무나도 쉽게 진 것이나 다른 보통 사람들에 비해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채우기 위해 힘든 노력을 기우렸던 순간들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물론 한 편의 감동 이야기로 묶기 위한 장치도 살짝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런 장치들이 그의 위대함을 덮을 정도는 아니다.  

 

 편견과 선입견으로 그를 바라보는 나에게 먼저 장애인 이전에 한 명의 청소년임을 알려준다. 그 다음에 그가 겪었고, 앞으로 겪어야 할 수많은 어려움에 대한 도전을 생각하게 한다. 그는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같고, 남들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 것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쉽게 해내는 노력가다. 영웅으로 보이기보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 봐주길 원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그는 평범한 한 학생이다. 단지 우리가 그를 영웅으로 보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길 원한다. 하지만 그는 이것을 결코 잊지 않는다. 그의 곁에는 좋은 코치와 친구와 여자친구와 그 무엇보다 많은 힘이 되어준 가족이 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장애라는 운명에 굴복하기보다 그것과 싸워나가는 그가 대단하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헬렌 켈러 자서전>, <스티븐 호킹 천재와 보낸 25년>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일이 잘 되지 않아서 늘 핑계를 대거나 열정과 용기를 잃고 있는 모든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세상을 구성하는 다수 또는 소수 모두 서로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일반인이나 장애인이나 삶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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