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숙녀 에놀라 홈즈 시리즈 2
낸시 스프링어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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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놀라 홈즈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첫 권은 아직 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끌린 이유는 간단하다. 지구상 가장 위대한 탐정을 넘었다는 도발적인 광고 문구 때문이다. 책 소개를 자세하게 읽었다면 이 소녀가 셜록 홈즈의 여동생이란 설정을 알았을 텐데 이 부분을 놓쳤다. 아마 책 선택 당시 읽었다고 해도 책을 받고는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자주 있는 일이다. 많은 책 정보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기억에 혼란이 생긴다. 약간 비겁한 변명인가. 이런 변명을 쓰는 이유는 소설의 앞부분에 셜록 형제가 나와서 에놀라를 걱정하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열네 살 소녀인 에놀라가 전편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모르지만 나이와 신분을 속인 책 런던에서 살아간다. 라고스틴 박사의 사무소에서 비서 역할을 하면서 방문객을 만난다. 그런데 이번에 찾아온 의뢰자는 그 유명한 왓슨 박사다. 홈즈의 동료인 그가 맞다. 그는 홈즈의 여동생을 찾아달라고 말한다. 홈즈 형제가 걱정하고 있다고. 이 에피소드는 셜록 홈즈와 주인공을 연결시키는 동시에 그녀가 어디에서 변장술 등을 배웠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 열네 살 소녀가 성인들 사이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이런 변장이 필수다. 물론 자신의 나이가 드러나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는 경우도 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과 그 당시 복장과 문화를 기반으로 쓴 소설이다. 이 당시 대기 오염과 빈민 문제와 여성들의 낮은 지위 등이 아주 잘 나온다. 실제로 에놀라가 집을 떠난 것도 이런 문화 때문이다. 자립심 강하게 엄마에게 키워진 그녀를 기숙학교에 보내 보기만 좋은 상류 사회 여성들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시도가 원인이다. 실제 이 당시 여성들은 경제권이 없어 남편 등에 귀속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는 당연히 가정 폭력과 여성 하대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에놀라의 엄마가 집을 떠난 것도 바로 여성 참정권 등을 주장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다. 다만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잘 모를 뿐이다.

 

에놀라가 엄마와 연락을 주고받는 방법은 고전적인 암호 통신이다. 같은 책을 가지고 있으면서 암호문을 신문에 광고하는 방식이다. 이 암호 방식은 암호 책자가 없으면 풀 수 없다. 많은 스파이 소설에서 이런 방식을 이용한 암호 교환이 실제 이루어졌다. 에놀라가 잃은 책을 통해 셜록이 에놀라를 찾기 위한 전문을 보낼 때 중요한 실수 하나가 있었는데 이것은 모녀 사이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작은 에피소드와 장면들이 비교적 간결할 수 있는 왼손잡이 숙녀 실종 사건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든다. 동시에 다음 사건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큰 사건은 레이디 세실리 실종이다. 그녀는 방에서 자다가 사라졌다. 납치된 것이면 돈 등을 요구할 텐데 그 어떤 사후 행동이 없다. 한 남자와의 만남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함께 도망쳤을 텐데 그 남자 주변 어디에도 없다. 장문에 놓인 사다리를 통해 내려갔을 텐데 조력자가 누군지도 모른다. 에놀라는 세실리의 엄마를 만나서 세실리의 방을 조사하고 예상하지 못한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작가는 이것을 그 당시 문학과 심리학 등과 연결해서 이야기를 만든다. 현대에도 자주 사용하는 설정이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고, 트릭이 엄청나지도 않다. 가볍게 읽으면서 19세기 영국 자본주의와 사회문제 등을 훑어볼 수 있다. 카메오로 등장하는 셜록 홈즈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은 반갑고,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떤 역할들을 맡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혹시 다음 이야기에서 왓슨 박사처럼 좋은 조력자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로 제작될 것이란 소식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연 현대판 셜록이 카메오로 등장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재밌는 상상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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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살라에서 보낸 한 철 도시산책 2
임 바유다스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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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한 번 이상 들은 적이 있는 땅 이름이다. 여행 관련 방송이나 에세이, 혹은 달라이 라마와 관련해서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인도라는 거대한 땅 덩어리를 생각하면 불쑥 튀어나오는 땅 이름들은 언제나 낯설게 들린다. 너무 유명한 몇 곳을 제외하면 특히 그렇다. 그 중 한 곳이 다람살라다. 티베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달라이 라마가 머물고, 티베트 임시 정부가 있는 곳이니. 이런 부가적인 정보들은 이 지역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각양각색이다. 달라이 라마가 머물면서 서양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인도인들도 적지 않게 찾아오는 여행지다. 이로인한 문제가 이 책 속에서 다루어진다.

 

임 바유다스. 낯설다. 본 이름은 임헌갑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역시 낯설다. 이 책이 나오게 된 데는 출판사의 도시산책 시리즈의 연장선 때문이다. 단순히 경유한 여행지이거나 한 달 살기 같은 잠시 머문 여행자의 글이었다면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텐데 작가는 꽤 오랜 세월 동안 다람살라를 방문하고 머물고 친구를 사귀었다. 낯익은 현지인과 여행객들과 만남을 다루는 장면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부러웠다. 갈 때마다 누군가를 만나고, 그들에게 반가운 환대를 받고, 그들의 삶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여행인가.

 

현지인들에게 작가는 임지로 불린다. (Ji)라는 단어에 선생이란 의미가 있어 성과 합쳐진 것이다. 매년 오다시피 하는 도시이고, 머물면 상당한 시간 동안 있다보니 친구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중 한 명이 밀랍이다. 4형제 중 한 명인데 임지는 이 네 명 모두와 친하다. 이들이 친구를 대하는 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도입부에 나오는 비싼 호텔방을 공짜로 내주겠다는 것이다. 한가한 산중 마을이라도 쉽지 않은데. 작가가 이들 형제들과 만나 술을 마시고, 트레킹을 하고, 축제에 참가하여 보여주는 장면들은 끈끈한 친구 관계를 아주 잘 보여준다. 잊고 있던 외국에 있는 친구가 생각난다.

 

기본적으로 힌두교가 이들의 삶에 박혀 있다. 아니 힌두교와 삻의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다. 이 글들을 보면서 대도시를 여행한 수많은 여행객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원래 이 지역 사람들의 성향이 그런 것인지, 대도시란 공간이 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것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뉴델리나 뭄바이에서 택시를 탄 여행객들의 황당한 경험들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물론 작가가 친숙한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현지인들만 더 부각시킨 부분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현지와 많이 동화되어 거의 차이를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다.

 

요기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면 괜히 부럽다. 버리고 수행을 위해 떠날 수 있다는 부분 때문이다. 현재 내가 가진 것과 인연의 사슬로 묶인 것들을 생각하면 이런 행동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국유지에 요기들이 머무는 것을 인정해준다고 할 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요기가 아니라면 쫓겨난다. 새롭게 낯익은 곳을 찾아오면 낯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 만남은 또 다른 시각에서 그 도시를 보게 하고, 인식의 폭을 넓혀준다. 작가들과 요기들의 만남에서 이것이 잘 드러난다. 불합리한 현실에 도전한 사람, 그 도전을 통해 더 성장한 사람들 이야기는 사회가 어떤 식으로 조금씩 변화하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읽으면서 긴 여운을 가지게 되는 것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혹시 내가 다람살라를 찾아간다면 이 책을 꼭 손에 들고 가고 싶다. 임지의 친구들을 만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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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 젊은 괴짜 곤충학자의 유쾌한 자력갱생 인생 구출 대작전
마에노 울드 고타로 지음, 김소연 옮김 / 해나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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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과잉의 시대에 메뚜기를 연구하기 위해 한 일본 박사가 아프리카의 모리타니로 떠났다. 이 책은 그가 왜 낯선 그곳에 가게 되었는지, 그곳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 연구 성과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아니 전문 연구자라면 겪어야 할 당연한 수순 같지만 현실은 이런 연구보다 다른 쪽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저자도 말했듯이 박사가 된다고 돈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연구 자금을 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거나 든든한 배경이 있어야 한다. 노력을 기울여 단기 연구직을 가진다고 해도 그 기간은 길지 않다. 이 책의 저자도 2년 한정이다.

 

모리타니, 낯선 지명이다. 지도를 보면 아프리카 서북부에 위치해 있다. 일본과 좋은 교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슬람 국가고, 국민소득은 낮다. 마에노가 연구소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연구와 조사를 위해 연구소 차를 타고 나갈 때 현지 운전수를 고용한다. 월급으로 치면 200불 정도다. 그런데 이 운전수가 연구소와 마에노에게서 모두 월급을 받는다. 솔직히 한 달에 200불은 큰 부담이 아니다. 고정적으로 월급이 들어오고, 다른 특별한 지출이 없을 때라면. 마에노는 이 낯선 경제 감각 때문에 조금씩 돈이 세어나간다. 물론 이 때문에 얻게 되는 반사 이익도 상당하다. 운전수 티자니는 그의 전용 운전수로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준다.

 

모리타니는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책에 계속해서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저자가 프랑스어를 공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간단한 몇 개의 단어와 몸짓으로 티자니와 이야기를 한다. 오랜 고용관계는 자신들만의 언어를 만들어낸다. 큰 불편함이 없으니 새로운 언어를 배울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이것은 새로운 관계와 연구에 작은 장애가 된다. 티자니나 통역을 해줄 사람이 없을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그가 외국인이란 사실이 그를 불리한 환경으로 몰고 간다. 우체국에서 소포를 받기 위해 겪었던 일들이 대표적이다. 많은 여행자들 이야기에서 너무 자주 본 것이라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았다.

 

메뚜기 박사의 꿈은 메뚜기가 자신을 먹는 것이다. 이때 먹는다는 것은 식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입은 녹색 옷을 먹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메뚜기 떼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메뚜기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영화나 이야기 속에서 본 것 같은 하늘을 뒤덮는 메뚜기 떼는 없다. 나중에 하늘을 뒤덮는 메뚜기 떼가 나타나지만 영화 정도는 아니다. 이렇게 메뚜기를 연구해서 메뚜기로 인한 피해를 없애고 싶은 한 박사의 노력과 열정은 수많은 장애물을 만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그는 울드라는 이름을 얻고, 현장 연구자로 성장한다. 저자는 이 과정을 결코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내었다.

 

가독성이 좋아 잘 읽힌다. 현지인들과의 조화와 관계, 문화 등이 곳곳에 녹아 있어 새로운 사실도 많이 배운다. 자연이란 환경은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세운 가설을 실험으로 입증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많은 연구자들이 제한된 환경 속에서 연구를 계속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연구를 해서는 차별화도, 특별한 성과도 얻을 수 없다. 바바 소장이 던지는 몇 가지 정보들은 이 자연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마에다의 문제는 메뚜기 떼를 제때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메뚜기를 봐야 연구든 뭐든 할 텐데 말이다.

 

어쩌면 이 에세이는 모리타니 체류기에 취업 경험담일지도 모른다. 그가 모리타니에서 경험한 것은 일반 여행객들이 잘 경험하기 힘든 것이다. 연구 실적을 쌓아 논문을 쓰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메뚜기를 더 잘 아는 것도 있지만 지속적인 연구 생활을 위한 취업 문제도 걸려 있다. 2년 기간이 지난 후 그가 더 연구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보면 이것이 잘 드러난다. 표지의 이상한 의상과 동작은 부제처럼 자력갱생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파브르를 동경해서 선택한 일이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 결과가 현재는 어떤 것인지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모르게 그를 상당히 많이 응원했는데 현재 모습은 어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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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네 가족 이야기
손승휘 지음, 이재현 그림 / 책이있는마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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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먹먹한 7마리 유기견들 이야기다.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과 내용인데 요즘 바쁜 일 때문에 조금 늦게 읽었다. 바우네 가족이란 제목만 보면 사람이 먼저 연상되지만 실제 바우는 맹도견이다. 바우네 가족들은 모두 유기견들의 모임이다. 아니 바우와 아라 사이에 태어난 퐁당은 예외다. 바우는 맹도견의 임무를 마친 후 북한산 자락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할머니가 하신 말씀을 잘 기억하고 그 말씀에 따라 살아간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자식들이 데리고 간다고 말만하고 그냥 갔다. 하지만 씩씩하고 현명한 바우는 그곳에 머물면서 유기견들로 가족을 이룬다.

 

초코는 작은 치와와다. 힘이 약해 먹을 것을 찾아다니기 힘들다. 같이 다니는 누렁이와 달마가 치와와의 먹이를 구하기 위해 농장으로 갔다. 이곳에는 경비견 두 마리가 있다. 나중에 바우와 협상을 하면서 이 둘의 이름이 밀과 쌀임이 드러난다. 농장 주인의 말을 지켜야 하는 밀과 쌀, 초코를 먹이고 싶은 달마 등은 서로 으르릉거린다. 서로의 입장 차이 때문이다. 농장 사람들이 달마 등을 보면 문제가 되기에 바우는 일단 이들을 달래고, 초코의 먹는 양이 적고 자신들이 밀과 쌀을 도와줄 수 있다는 이유로 협상을 한다. 협상은 성공하고, 이들은 친구가 된다.

 

달마와 누렁이도 개도둑과 도살장이란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 기억은 미워하는 마음으로 변했고, 바우와의 만남은 이 기억은 잠시 잊혀져 있었다. 할머니가 살았던 집은 있지만 집을 따뜻하게 만들 불이 없고, 식량도 부족하다. 등산객들이 흘린 음식으로 겨울을 나기는 힘들다. 산장에 가서 먹을 것을 구하기는 하지만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산장지기도 문제가 되고, 들개로 몰려 잡혀갈 수 있다. 조심 조심하는 생활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때 또 한 마리의 유기견이 가족으로 합류한다. 하양이다. 순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버려진 아이다.

 

조심하고 서로 규칙을 지킬 때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어느 날 사람들이 산에서 몰래 음식을 해먹는다. 이 냄새에 끌려간 달마가 나쁜 기억에 휩싸이고, 사람을 문다. 더 나쁜 상황까지 갈 수 있었지만 바우 덕분에 정신을 차린다. 이 사건은 이 가족에 큰 문제를 안겨준다. 다른 사람들에게 한 번도 피해를 주지 않은 이들을 유기견 혹은 들개라는 이유로 보호소 등으로 데리고 가려고 한다. 어쩌면 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문제를 더 키웠을 수 있다. 친구들은 이들에게 정보를 주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바우네 가족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궁금해하면서 읽고 다시 인간의 잔인함에 눈길을 돌리게 된다.

 

현명하고 씩씩한 바우지만 사람과 함께 살았던 기억이 그의 행동을 많이 제약한다. 바우네 가족을 응원하고, 이들의 밝은 미래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할머니집의 이불 등으로 겨울 추위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이들은 사람들과 함께 산 개들이다. 또 먹을 것은 어떤가. 도시라면 넘쳐날 음식 쓰레기가 여기에는 귀하다. 산장지기들의 무심한 듯한 관심이 없었다면 마을로 내려왔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들의 앞날은 너무나도 뻔하다. 야생에서 살기에는 경험이 부족하고, 모두의 체력도 딸린다. 가슴 아픈 현실을 잘 담고 있다. 그리고 읽으면서 함께 보는 그림들도 바우네 가족의 모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마지막 그림은 강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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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타협 미식가 - 맛의 달인 로산진의 깐깐한 미식론
기타오지 로산진 지음, 김유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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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즐겨봤던 요리 만화가 있다. <맛의 달인>이다. 몇 권까지 봤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현재 111권까지 번역 출간되었다. 이 만화에서 주인공 지로의 아버지로 나오는 우미하라를 이 책의 저자인 기타오지 로산진을 모델로 했다는 글을 어딘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실제 만화 속에서 우미하라는 엄청난 미식가이자 도예공이고 요릿집을 운영한다. 성격도 얼마나 모났는지, 친아들 지로와 문제가 많다. 로산진도 실제 딸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유사성은 이 책을 읽으면서 안 것이고, 로산진이란 이름은 여기저기에서 이미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미식가는 아니지만 맛있는 음식에 관심이 많으니 미식가란 이름을 보고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미식가들을 소재로 한 많은 작품들이 있다. 미식을 위해 그들은 엽기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언제나 맛있는 재료와 요리사를 갈구하는 그들을 보면 심한 경우 광기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런 부분이 소설의 좋은 소재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음식 에세이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에세이를 좋아한다. 음식에 대한 기억과 추억, 좋은 식재료를 찾아가는 여정과 그것을 요리하는 모습, 새로운 경험을 섬세하게 풀어낸 문장들, 내가 몰랐던 음식의 맛과 알고 있던 맛의 정보들, 이런 글들이 나에게 재밌게 다가왔고, 나의 삶과 비교하면서 잠시 아련한 감정에 잠긴다. 그런데 이 에세이는 아련한 감정보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을 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역자가 다섯 장으로 구분했다. 원래 이런 제목의 일본 원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역자가 로산진의 글을 모아 편집하고 번역한 모양이다. 다른 로산진의 글을 읽지 않아 비교할 수 없는데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맛과 재료와 미식 등을 아주 잘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맛을 알기 위해서 많이 먹어봐야한다는 표현을 볼 때 미식의 시작은 역시 많이 먹어보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로산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식기다. 자신이 도예가이기도 한데 좋은 음식을 좋은 식기에 담아내어야 한다고 할 때 처음에는 약간 반감이 생겼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이것은 하나의 즐거운 식도락이다. 아내가 좋은 그릇 등을 탐내는 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좋은 식기와 좋은 식재료를 늘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형편에 맞는다면’이란 전제가 붙어 있다. 요리가 비싼 데는 비싼 재료를 사용하고 그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란 논리에 쉽게 수긍한다. 실제 좋은 재료가 있으면 다른 조미료 등이 필요없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쪽으로 가면 아주 맛있다. 어릴 때는 대구 매운탕을 즐겼지만 지금은 대구 지리를 더 좋아한다. 다른 재료의 맛이 너무 부각되어 대구의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없다. 로산진이 좋은 재료와 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한 것에 크게 공감하는 이유도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재료를 제대로 손질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가 많으면 다른 특별한 양념이 필요하지 않다. 실제 많은 양념들이 음식이 상해가거나 맛이 떨어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존재한다. 어떤 조미료의 경우 재료 본연을 맛을 더 강화시켜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신선하지 않거나 맛이 떨어지는 재료를 사용했을 때다. 책을 읽다 보면 지역과 그 지방 특산물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을 자주 본다. 도쿄와 교토를 비교해서 이 두 곳의 차이를 말할 때 자신의 출생지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미식가가 되기 위해 그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말할 때도 마찬가지다. 미식을 했기에 별다른 병 없이 잘 살았다는 말에 ‘음식이 약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저자가 최고로 치는 맛은 복어다. 사실 나는 복어국의 시원함은 알지만 복어회의 맛은 모른다. 바다에는 복어, 산에는 고사리라고 말하면서 무미라고 했는데 이때 떠오른 한국 음식이 냉면이다. 슴슴한 그 맛. 하지만 조금만 들어가면 강한 육수의 맛을 느끼는 냉면. 더불어 제비집도 같이 떠올랐다. 실제 이런 무미를 지닌 식재료를 다루면서 제비집을 말한다. 궁극의 진미를 찾아 다양한 식재료를 다룰 때 생각하지도 못한 재료를 보게 된다. 그리고 생선 초밥의 명인을 이야기할 때 초밥에서 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게 되고, 지금 같은 스시집이 이때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놀란다. 다양한 오차즈케 요리법을 보면서 머릿속을 스쳐간 것은 한 여름 보리차에 식은 밥을 말고 총각김치와 먹던 기억이다. 이 투박한 음식과 로산진의 화려한 오차즈케가 묘하게 대비된다.

 

한 끼를 때운다는 말을 자주한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침은 대부분 건너뛰고, 점심은 무리지어 대충 먹는다. 저녁도 제대로 먹기는 쉽지 않다. 로산진이 오늘 먹은 세끼를 말할 때 이미 이 말을 계속 주창한 사람이 떠올랐고, 그의 음식 방송을 들으면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고 배웠는지 알게 되었다. 좋은 식재료를 바로 사용하지 않아 망치거나 손질을 제대로 못해 망쳤던 기억이 떠오른다. 로산진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과 정성을 기우렸는지 말할 때 내가 얼마나 안이하게 음식을 대하고 먹었는지 알게 된다. 나 자신이 결코 미식가는 아니지만 이런 지식들을 머릿속에 품고, 조금씩 실천에 옮긴다면 내 삶에 또 다른 재미와 열정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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