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소설가의 일본과 서양 고전 소설 독서 에세이다. 목록을 보면 읽은 책도 보이지만 읽지 않은 책이 더 많다. 서양 고전들은 모두 번역되어 나왔다. 일본 고전으로 넘어가면 실제 한국에 번역되어 나온 책이 오히려 드물다. 잘 찾아보면 인터넷 검색에 걸리지 않은 작품도 있을 테지만 이런 작품을 찾아서 읽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한 에세이가 끝날 때 번역된 작품의 역자와 출판사 이름이 같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때 나오는 기록들 대부분은 2000년대 번역 출간된 작품이다. 하나의 원작이 다양한 번역자에 의해 번역된 것은 좋은데 어떤 출판사를 선택해야 하는가는 개인의 선호에 따라 나뉠 것이다.

 

작품들은 네 나라로 나누어져 있다. 프랑스, 일본, 영국, 미국 소설들이다. 프랑스 소설들 중에 읽은 작품은 그렇게 많지 않다. 아니 어렸을 때 읽은 작품이 대부분이라 그 재미를 몰랐다. 에밀 졸라의 작품을 몇 년 전에 읽고 감탄한 것을 생각하면 다시 읽고 싶은 작품들이다.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은 읽은 듯한데 수많은 사람들이 감탄한 재미보다 지루했다는 기억이 더 강하다. 몇 년 전 영화로 나와 관심을 둔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는 편지 소설이란 점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영화는 한국과 미국 버전 둘 다 봤지만 소설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고전의 힘을 가끔 느끼기에 이 목록의 몇 권은 언젠가 도전할 예정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일본 고전은 잘 모른다. 최근에 번역된 <악녀에 대하여>는 관심만 두고 있었는데 작가의 엄청난 평을 보고 꼭 봐야할 작품으로 바뀌었다. 네 나라 중 가장 많은 작품을 다루는데 아쉽게도 가장 본 책이 없고, 낯선 작가들 이름이다. 어쩌면 예전에 나온 책들 중 한두 권 정도는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지만 가능성은 낮다. 그 유명한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은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관심이 생겼다. 각 에세이의 제목을 보면 여자란 단어들이 유난히 많이 들어가 있다. 작가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대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엔치 후미코의 <온나자카>의 내용을 보면서 남편보다 하루 더 오래 살려는 마음을 오해했음을 깨닫는다.

 

영국 문학은 생각보다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고 읽은 책을 세었는데 4권 밖에 되지 않는다. 너무 낯익은 제목과 영화로 본 것 때문에 일어난 착각이다. 읽으면서 영화의 이미지와 조금 다르게 풀어낸 작품이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이었다. 영화를 예상보다 너무 재밌게 봤기에 그 이미지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기억과 설명이 조금 엇나가는 부분이 있다. 원작을 읽어야 할 모양이다.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은 큰 관심을 둔 작품이 아닌데 이 글을 보고 읽고 싶어졌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두툼해서 쉽게 손이 나가지 않지만 이 작가처럼 언젠가 도전할 예정이다. 그러고 보면 디킨스의 소설 중 읽은 것이 거의 없다.

 

미국 문학도 영국 문학처럼 모두 낯익은데 실제 읽은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두툼하지만 학창시절 재밌게 읽은 허먼 멜빌의 <모비 딕>과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다시 보니 반갑다. <모비 딕>을 지금 읽으라고 하면 그 두께 때문에 많이 주저할 것 같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들은 언제나 나의 취향을 저격하고 비교적 한 권 분량의 책들을 읽으면 된다. 실제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유명해서 한 번 읽고, 하루키 때문에 또 한 번 더 읽었지만 그 매력을 잘 모르겠다.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얼마 전 읽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캐롤>은 좀 지루하게 읽었는데 내가 잘못 읽은 듯한 느낌이다. 언젠가 도전하려고 한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번역된 마지막 문장을 원문과 비교하고 감탄한 기억이 난다. 물론 너무 두툼해 언제 도전할지 모르겠다. 작가의 친구들처럼 왜 빨리 읽지 않았는가 하고 후회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이런 책이 책장에 너무 많다.

 

독서 에세이들은 작가의 일상과 결합해서 풀려나온다. 살짝 그 일상을 엿보는 재미가 있지만 다른 문화와 환경이다 보니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 많은 에피소드들 중 가족과 미국 여행을 가서 먹은 음식 이야기는 작가와 가족의 반응이 쉽게 공감되었다. <위대한 개츠비>를 패러디한 퍼펙트 휴먼 뮤직 비디오는 관심이 생긴다. 작가의 글빨과 나의 정보나 지식이 묘하게 공감하는 부분들이 생기는 대목 중 하나가 이런 일상이다. 늘 그렇듯이 이런 책을 읽으면 읽어야할 도서 목록만 늘어난다. 물론 언제나처럼 언제 읽을지는 기약 없다. 하나 덧붙이자면 서양 고전 소설에 대한 작가의 취향이 등장인물의 ‘지나침’이라고 하는데 나의 경우는 이 때문에 멈춘 경우도 많다. 이것은 한국 문학에서도 이전에 작용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경 3미터의 카오스
가마타미와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을 다룬 만화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은 작가의 블로그에 연재한 것들이다. 상당히 유명한 블로그라고 한다. 자기 주변에 재밌는 사람을 유난히 많이 만난 사연이 있어 이것을 간단한 이야기로 엮은 것이다. 실제 작가는 18년 동안 일기를 꾸준히 썼다. 이 기록들이 바탕이 되었으니 현장감은 충분하다. 읽다보면 ‘뭐 이런 사람들이 있나?’ 하는 놀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나도 이런 비슷한 사람 만난 적이 있지’ 하고 느낀 적도 꽤 많다. 다만 나의 기억은 부정확하고, 휘발성이라 금방 사라진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11개 장으로 나누었는데 시간 순서와는 상관이 없다. 자신이 경험한 부분 별로 편집했다. 그 중에서 여행 편은 그곳에 가서 만나고 경험한 일을 주로 다루었다. 어린아이 편을 보면서 작가는 재밌다고 했지만 실제 아이들의 시각은 상당히 창조적이다. 현실을 보이는 그대로 표현하는데 실제 현실은 아이의 인식 너머에 있다. 대표적인 것인 펭귄이 생선을 먹는 장면이다. 일상에서 아이들을 자주 만나다 보면 이런 표현법에 상당히 놀란다. 어쩌면 굉장히 사소한 것 같은 것들을 작가는 일기에 기록했고, 이 기록들이 독자에게 즐거움을 준다.

 

솔직히 여행 편은 관심이 많이 갔지만 재미는 조금 떨어졌다. 타이완 여행 편에서 한자를 안다고 생각하고 갔다가 무슨 음식인지 몰랐다고 한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자를 안다고 음식을 아는 것은 아니니까. 지우펀을 사진으로 보면서 최근에 바뀐 풍경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떠밀려 다니는 장면이다. 예전에 대만 갔을 때 이곳을 갔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이곳을 보면 늘 따라다닌다. <테르마이 로마이>를 보다가 중단했는데 이 책을 읽고 검색하니 완결되었다고 한다. 반갑다. 사실 이 만화를 보면서 온천에 대한 환상이 조금 생겼었다. 결국 가까운 온천도 가지 못했지만.

 

공감대를 가장 형성하는 장은 역시 체육관 편이다. 어딘가 노인들이 많은 곳에 가면 괜히 친한 척을 하면서 말을 붙이는 노인들이 있다. 그들의 선의는 어느 순간 반복되고, 그들이 던지는 소소한 정보는 생각보다 솔솔하다. 그들의 시선이 나에게 머물 때 약간 불편하지만 떠났을 때 아쉬움을 표현한 장면은 절로 고개를 끄덕인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상한 사람들이 나온 것은 역시 쇼핑 편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인지 아니면 그 당시만 일반적이지 않은 것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지만 놀랍고 신기하고 재밌다. 패밀리 세일에서 일어난 반전은 예상을 뛰어넘고, 그 후일담에 대한 상상은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상 편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심야 케이크가게가 열린 이유를 보면서 왠지 씁쓸했지만 왠지 이해가 되는 것을 왜일까? 주정을 부리는 아저씨가 보여주는 반전 매력은 또 어떤가? 말실수를 다루는 장면들이 몇 있는데 나 자신도 이런 경우가 많다. 성희롱하는 아저씨를 볼 때 따끔하게 혼내지 못한 작가에게 작은 위로를. 핀셋으로 귀파기라니 혼자 이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먼저 생긴다. 뭐 병원에 가면 실제 핀셋으로 귀지를 파주지만. 가끔 어떤 지역을 가면 왠지 알 수 없는 일이 우연히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길가 편은 그런 일들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유카타를 입을 때 팬티를 입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일까? 노인의 자전거 뒤편에 숙녀 포즈를 양복을 입고 탄 이들의 정체는 또 뭘까? 이렇게 이 짧은 만화는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 만화의 그림체는 사실 나의 취향과 조금 멀다. 어릴 때는 이런 그림체가 좋았는데 이제는 너무 예쁘게 그린 것이라 왠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떨어진다. 실제 이 만화 속 젊은이들은 모두 예쁘고 잘 생긴 반면 아저씨 아줌마 이후는 일사에 더 가까워진다. 최대한 비슷하게 그렸다고 하지만 그런 절세 미남 미녀가 주변에 많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의 질투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림체가 취향에 맞지 않다고 내용마저 그런 것은 아니다. 이전에는 그림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조금 자세히 보면서 반한 작품들이 얼마나 많은가. 처음 책 제목과 간단한 내용을 보고 가족과 친구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는 그녀가 일상에서, 여행에서 잠시 만난 사람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묘한 꽃다발 에놀라 홈즈 시리즈 3
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놀라 홈즈 시리즈 3번째 이야기다. 전편에서 오빠 셜록 홈즈의 손에서 아슬아슬에서 벗어난 에놀라가 셜록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셜록을 돕는다는 의미는 옆에서 조수나 동료가 되는 것이 아니다. 홈즈를 세계적인 탐정으로 끌어올린 친구 왓슨 박사의 실종을 해결한다는 의미다. 그녀의 가장 큰 강점은 실종된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녀가 연 연구소도 그것이 아니던가. 외모도 셜록을 닮았지만 가장 비슷한 것은 통찰력이다. 관찰하고 조사하고 단서를 쫓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홈즈 시리즈가 조금씩 떠오른다. 다른 점이라면 홈즈 같은 자신만만함이 없는 것이라고나 할까.

 

한 정신병원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셜록 홈즈의 친구인 왓슨 박사라고 말한다. 정신병원에서 이 말은 너무 흔한 말이다. 이 말을 듣고 풀어줄 정신병원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간호사는 그를 키퍼솔트라고 부르면서 그를 풀어줄 마음이 전혀 없다. 그런데 다음 장에서 자신의 가명이 들켰다고 생각한 에놀라가 새로운 이름을 짓는 고민을 하면서 신문에서 놀라운 소식을 접한다. 바로 홈즈 박사의 실종 사건이다. 이 신문을 보고 정신병원에서 자신이 왓슨 박사라고 말한 사람이 바로 그임을 알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첫 장면에서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실종자가 어디 있는지 독자들에게 먼저 알려준다. 그럼 누가와 왜라는 의문을 추가로 달 수밖에 없다. 누가 그를 정신병원에 왜 넣었는지? 어떻게 정상인 그를 병원에 넣었는지는 나중에 나오는데 이것은 현실에서도 비교적 쉽게 일어났던 일들이다. 가족의 동의라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갇힌 사람들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그를 정신병원에 가두었는가 하는 것이다. 현대 경찰처럼 셜록은 환자 기록을 들고 가서 용의자를 찾는다. 반면에 에놀라는 왓슨 박사의 아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녀에게 전달된 꽃다발을 통해 용의자를 찾는다.

 

셜록에게 잡힐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에놀라는 이것을 피할 방법을 셜록의 방에서 찾는다. 그것은 또 다른 사람으로 변장하는 것이다. 셜록의 수많은 변장을 도와준 듯한 가게에 가서 변장 도구를 산다. 몇 가지 도구의 힘을 빌린 그녀는 미녀로 변신한다. 이 미녀의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몇몇 장면들이 있다.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성형과 화장의 힘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단서를 찾아 선택한 방법은 고전적이고 지루한 기다리기다. 수상한 꽃다발이 다시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은 단서를 따라가면서 새로운 단서를 만나고, 문제의 핵심에 도달한다. 조금 밋밋할 수 있는 이야기에 작고 긴장감 넘치는 액션을 넣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책소개에 워낙 스포가 많다. 책을 읽으면서 단서에 점점 따라가야 하는데 범인을 노출해놓았다. 만약 이 소설이 범인이 초반에 나온다면 나쁘지 않지만 이 소설의 경우 후반부에 연결고리가 나오고,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있다. 안타깝다. 이것과 달리 에놀라가 내놓는 초보적인 암호 풀이는 옛 기억을 떠올린다.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가장 감탄하게 되는 것은 역시 19세기 후반 영국 런던을 묘사한 장면들이다. 현대적인 상하수도 설비가 갖추어지기 전 도로의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하다. 하층민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에놀라의 모습에서 가난한 동남아 지역의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대화는 홈즈가 던진 에놀라에 대한 평가다. 그를 믿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장면은 시리즈 다음 이야기들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벨탑 공화국 -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에서 가장 열정적이면서 꾸준하게 책을 내놓은 저자가 강준만이다. 한때 그가 제기한 문제에 공감하면서 사회를 보는 시각을 바꾼 적도 있다. 지금도 꽤 많은 부분에서 그가 제기한 문제들에 공감한다. 다만 너무 자주 나와 그의 글들을 모두 읽을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 책을 읽고 검색을 하니 3월에 도 한 권의 책이 나온다. 대단하다. 사실 데이터를 이용해 이렇게 글 쓰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짧은 글이라면 간단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분량이라면 어떨까? 서평을 쓰기도 전에 갑자기 든 단상이다.

 

바벨탑. 처음 이 탑을 만난 것은 일본 만화였다. 해적판으로 나온 것을 띄엄띄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정식 발간본이 나온 후 봐야지 했지만 다른 이야기에 더 눈길이 가면서 멈춘 상태다. 그런데 이 바벨탑이 수많은 소설 속에서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신에 대한 도전, 인간의 욕망, 언어의 분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바벨탑은 한국 사회의 욕망을 표현한다. 수도권의 초과밀화가 만들어낸 현상과 초양극화 문제들을 10장으로 풀어낸다. 이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미로 속을 해매는 느낌이다. 정보의 나열이 하나의 이론이나 문제의 해결로 바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 제기가 나의 의식을 깨워준다. 덕분에 공부할 거리가 늘어났다.

 

한국 사화 전반의 문제 중 서울과 수도권 집중화는 아주 심각하다. 몇 년 전 누군가 부산대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잘 갔다고 했는데 현실은 인서울 실패가 더 맞다. 내가 대학 다닐 때와 비교해서 인서울의 힘은 더욱 강해졌다. 주변을 둘러봐도 취업을 위해 서울로 향하는 사람들이 쉽게 보인다. 한국 인국의 절판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인식 속에 서울에 대한 열망이 자리잡고 있다. 저자가 조선 후기 외국인의 글을 인용하지 않아도 권력과 금력은 서울을 향했다. 예전에 서울 개발사와 발전사를 다룬 책을 읽으면서 왜 이런 모양이 되었는지 조금 알게 되었는데 이 흐름이 바뀌려면 최소한 한 세대 이상의 시간이 흘러가야 한다. 그런데 과연 이것을 바꿀 의사가 우리에게 있을까?

 

서울 인구 1천만 명이 붕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왜 사람들이 서울을 떠날까? 실제로 이들이 서울을 떠난 것은 아니다. 일은 서울에서 한다. 다만 주거지를 수도권 신도시 등으로 할 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결혼한 회사 직원들 중에 서울에 집을 산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어느 정도 부모의 뒷받침이 없다면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나 집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울 주변 도시들에 사람들이 몰려 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이 현상과 일본의 주변 도시 붕괴 현상과 연결해서 풀어낸 부분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방 도시의 구도심이 무너지고 새로운 도심이 생기는 현상도 지적했는데 몇 년 전에 실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고, 내가 살았던 도시도 그런 현상이 있는지라 금방 이해되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교육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변별력이다. 이 단어가 만들어내는 힘은 생각보다 거대하다. 하향편준화를 두려워한다고 하는데 실제 검증되지 않은 하나의 이미지다. 상상력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현재의 중고생들을 보면 단순히 좀더 암기 잘 하고, 문제를 더 빨리 푼다는 것이 변별력과 상향화를 증명할 수 있을까? 교육이 학원 등의 사교육에 완전히 점령당한 현실에서, 인서울이 서울대라는 환상이 자리잡고 있는 현실에서, 사람들의 무력감은 학습되고 당연하게 여겨진다. 수십 년 전 서울대를 혜화동에서 관악으로 옮긴 것처럼 지방으로 옮긴다면 어떨까? 작은 하나의 방법은 되지 않을까?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점점 심해진다. 위에서 말한 인서울과 지방 국립대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초집중은 지방 소멸론으로 이어진다. 지방분권 문제를 다루는데 아쉽게도 이 부분은 좀 더 이해하기가 어렵다. 예전에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보내는 일들을 칭찬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 수정되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미친 듯이 올랐을 때 욕을 하지만 내 집도 그처럼 오르길 바란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성과 욕망의 불일치는 우리를 휘어잡고 뒤흔든다. 같은 위치가 아니면 차별하고, 자신이 차별받으면 분노한다. 몇 년 전 강남의 아파트 대단지를 보고 나는 답답하다고 말했고, 다른 직원은 그 많은 집 중에 내 집이 없다고 말했다. 아직 내가 집을 사지 못한 것도 이런 시각 차이 때문인가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트기 힘든 긴 밤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을 쓰기 전 인터넷 서점에서 쯔진천 이름으로 검색을 했다. 불행하게도 다른 번역 소설이 없다. 중국 3대 추리소설가란 이름을 생각하면 조금 의외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읽은 몇 권의 사회파 추리소설은 나의 취향을 저격했다. 그 중에서도 이번 소설은 중국 추리소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 몇몇 중국 작가의 추리소설에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것을 봤기에 이 소설에 대한 엄청난 호평들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모두 읽은 지금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독자들의 평가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되었다.

 

한 인물이 지하철역에서 시체를 끌고 가다 도망친다. 잡힌 인물은 유명 형사 변호사 장차오다. 그는 순순히 혐의를 인정한다. 시체는 전직 검찰관 출신의 장양이다. 그의 기록만 보면 결코 착한 검찰관이 아니다. 감옥도 다녀오고, 도박도 하고, 뇌물까지 받은 나쁜 검찰관이다. 장차오와 장양이 싸운 것을 본 경찰의 기록도 있고, 장양의 손톱에는 장차오의 피부가 묻어 있다. 누가 봐도 이 사건은 장차오가 살인을 했다. 현장에서 잡혔고, 살인을 자백까지 했으니 이보다 더 분명한 사건은 없다. 그런데 재판이 벌어지면서 그는 이 모든 것을 부인한다. 알리바이도 완벽하다. 장양이 죽은 시점에 그는 북경에서 고객을 만나고 있었다. 이 시간 차이는 경찰을 미로 속으로 빠트린다.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끈 사건이고, 공개 재판으로 벌어졌기에 장차오를 고문할 수도 없다. 완벽한 알리바이와 시체 유기는 의혹투성이다. 이때 사건을 재수사하게 된 형사 자오톄민과 탐정 역의 옌량이 장차오의 동기를 조사한다. 너무 뻔한 사건이라 놓친 부분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옌량의 주장으로 다시 기본 수사를 시작하고, 한 사람의 이름이 드러난다. 그의 이름은 허우구이핑이다. 대학 졸업 전 시골로 와서 임시 교사를 했던 그의 이야기가 이때부터 흘러나온다. 과거 이야기와 현재가 교차하면서 진행되고, 진실의 흔적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허우구이핑. 그는 평범한 대학 졸업생에 정의감 불타는 청년 선생이다. 그가 머문 마을의 학생이 임신으로 학업을 그만 두고, 다른 학생이 집으로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삼촌의 등장으로 보냈다. 이 학생은 돌아와서 자살한다. 그때 보낸 것을 자책하는 그는 이 일을 파헤친다. 동네 깡패가 소녀를 성폭행했는지 조사했지만 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다른 사람이 있다. 그는 이것을 계속해서 파고든다. 더 많은 아이들을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한다. 검찰원에 이 사건을 고발하지만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마을 과부의 유혹에 넘어가고, 얼마 후 시체로 발견된다. 마을 과부와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수사 결과도 나온다.

 

장양은 허우구이핑의 동기다. 검찰원이 되었을 때 허우구이핑의 여자 친구였던 리장이 찾아온다. 허우구이핑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조사해달고 하면서. 1년차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여자 친구의 독촉과 함께 협의지심이 움직여 허우구이핑의 죽음을 재수사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검시관 천밍장과 정의로운 형사 주웨이를 만난다. 특히 주웨이와 그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의 모든 것을 던진다. 이 과정 속에서 그들이 느끼는 절망감과 결코 굴복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은 보는 내내 감동하게 만든다. 부패한 조직과 권력은 이들이 발견한 단서들을 조금씩 묵살하거나 없애면서 이들의 수사를 무력화시킨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 협박과 신분 추락 등이 발생했지만 그들의 굳센 의지는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처음 조직원으로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장양은 시간이 지나면서 강철처럼 단련된다. 그의 의지가 어떤 식으로 표출되었는지 보여줄 때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 장양과 주웨이가 공무원이었을 때 왜 이들을 직접 죽이지 못하는지 보여줄 때 침묵하는 다수의 숨겨진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권력과 권위에 굴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의기는 결코 완전히 사그라든 것이 아니다. 비겁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어둠속에서 장양 등의 힘이 되어준다. 마지막 반격의 단서를 제공한 것도 바로 이들 중 한 명이다.

 

흔히 생각하는 수준에서 범인이, 배후가 나오지 않는다. 반전처럼 이어지는 몇 가지 이야기는 마지막 한 문장에서 방점을 찍는다. 그것을 작가는 현실의 사건과 연결시킨 것 같다. 하지만 그 수사의 신호탄은 바로 장양 같은 굳세고 정의로운 검찰관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그들의 희생정신과 의지 등에 가슴이 먹먹했다. 아니 울컥했다. 그리고 장차오가 만든 이벤트를 재빠르게 눈치 챈 두 명이 나오는데 그 중 한 명이 옌량이다. 전면에 등장해서 이야기를 이끌고 가지 않지만 수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작품은 옌량이 등장하는 시리즈 마지막이라고 하는데 이전 작품에 관심을 그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예상하지 못한 사회파 추리소설의 구성과 전개인데 다른 작품은 어떨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