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변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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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이 작품의 원 제목을 보고 다른 영화가 떠올랐다. 히로스에 료코가 주인공으로 나온 <비밀>이다. 창해에서 먼저 나온 <변신>과 <비밀>을 착각한 것이다. 나의 머릿속은 영화를 본 지 오래되었으니 기억이 희미해졌을 것이란 자기 위안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검색해서 찾아보니 다른 작품이다. 최근 이런 기억의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 집에 대할인시대에 사놓은 <변신>이 있을 텐데 생각하면서 번역자를 찾아보니 다르다. 다른 번역이라면 두 개의 작품을 비교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시간 나면 몇 부분 비교해보고 싶은 장면들이 있다.

 

1991년 작품이다. 이 당시 유행했던 것들 중 하나가 신체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다룬 소설과 영화들이었다. 나의 부정확한 기억에 의하면 대부분 심장이나 눈이다. 어제 일부 책 정리한 것에서 눈 이식으로 인한 스릴러 작품을 보았다. 심장의 경우는 감정으로 풀어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 뇌라면 어떨까? 이것을 풀어낸 작품이 바로 이 소설이다. 뇌 일부를 이식 수술한 후 그 당사자에게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빠르고 재밌게 그려낸 것이다. 인간의 몸 전체에 비교하면 그가 이식한 부분은 사소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은 부분이 한 인간을 삼키려고 한다.

 

나루세. 소박하고 순진한 청년이었다. 셋방을 알아보러 부동산에 갔다가 무장 강도의 총에 맞는다. 세계 최초의 뇌 이식 수술을 받고 깨어난다. 성공적인 외과 수술 결과다. 이 수술을 집도한 도겐 박사는 정밀하게 환자를 관찰한다. 혹시 있을 수도 있는 부작용을 걱정해서다. 외견상 다른 부작용은 없다. 퇴원해도 될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변화는 조금씩 일어난다. 사랑했던 연인의 주근깨가 거슬리고, 좋아했던 음식도 맛있지 않고, 즐겁게 몇 번이나 본 영화도 재미없다. 이런 정도라면 생활에 큰 문제가 없는데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 한다. 실제 누군가에게 살의를 품고, 행동으로 옮기려고 한 적도 있다. 나루세는 이 성격의 변화를 인식하고, 자신의 본성을 잠식하는 뇌 이식 수술의 도너를 찾는다. 혹시 그 사람의 성격 때문이 아닌가 하고.

 

이후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자신의 도너가 누군지 찾아가고, 그 도너의 과거를 알게 된다. 자신과 비슷한 성격이었다. 그의 성격 변화는 주변 사람들과 불화를 만든다. 직장 동료들과 사랑했던 여자 친구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알고 있는 도너가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 그의 파괴적인 행동은 더 심해진다. 그러다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 가능성은 하나의 가설로 이어지고, 가설은 조사로 통해 확신으로 바뀐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신하고 있다. 그의 자아는 도너의 것으로 점점 바뀌어간다. 판타지 소설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뇌 이식이 가능해진다면, 이 이식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어떤 사람들이 이익을 얻을까? 뇌도 다른 장기처럼 일부를 잘라내어 이식이 가능할까? 이 소설의 후반부는 바로 이들과 연결되면서 분위기가 급격하게 변한다. 첫 출간연도를 감안하면 이 설정이 제대로 검증되었는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자신의 인격을 잠식하는 것에 반발하고 이것을 저지하려는 나루세의 의지와 노력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 노력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소재와 특유의 가독성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얻게 몇 가지 지식은 아쉬움이 먼저 생긴다. 인격의 변하면서 생기는 말투 등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는데 이 부분도 비교하면 작은 재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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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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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자가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 처음 발표한 소설이다. 미국 남부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연안의 조용한 마을 바클리 코브의 해안 습지를 배경으로 한 소녀의 성장을 담고 있다. 이 소녀의 성장기를 보면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아버지의 음주와 폭력 때문에 엄마와 언니들과 오빠들이 모두 집에서 달아났는데 누구도 가장 어린 소녀 카야를 데리고 떠나지 않은 것이다. 마지막에 떠난 오빠 조디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우선 자신이 먼저 살아야만 했다. 홀로 남겨진 소녀는 아버지 폭력의 위험성과 가장 기본적인 생존에 신경을 써야 했다. 이 홀로서기는 강제적이었고, 주변의 도움의 손길 때문에 가능했다.

 

이야기는 두 갈래로 진행된다. 하나는 1952년 카야의 과거에서 시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시점에서 체이스 앤드루스의 시체가 발견되는 1969년 10월부터다. 다른 두 시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의 시간으로 합쳐지고, 이 합쳐진 시간은 그들의 현재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카야의 삶과 성장은 경이로울 정도고, 그녀의 시간들은 읽는 즐거움을 준다. 놀라운 생태학적 자료들은 이 책의 저자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체이스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은 미스터리 소설로 변신한다. 나중에 이 사건은 법정 스릴러로 바뀐다.

 

카야는 외롭게 산다. 먹을 것도 자신이 찾아야 한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돈을 조금 남겨주었지만 그녀는 셀 줄을 모른다. 글자도 모른다. 습지의 생물들에 관심이 있고,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하루살이처럼 겨우 먹고 산다. 처음 학교에 갔을 때 처음 먹어본 음식들이 있었지만 친구들의 놀림으로 학교생활은 그날로 끝났다. 나중에 그녀를 학교로, 보육시설로 데리고 가기 위해 사람들이 왔을 때 그녀는 습지 속에 숨는다. 이런 그녀에게 큰 도움을 준 사람이 둘 있다. 한 명은 흑인 점핑이고, 다른 한 명은 오빠 조디의 친구인 테이트다.

 

점핑은 카야가 캐어온 홍합을 사주고, 필요한 의복 등을 전달해준다. 그와 아내는 실제 부모가 없어진 카야에게 부모나 마찬가지다. 만약 점핑 부부가 없었다면 카야의 삶은 아주 빠르게 무너지고, 살기 위해 보육시설로 가야했을지도 모른다. 점핑 부부가 그녀에게 베푼 일들은 인종을 떠나 순수한 호의로 가득하다. 처음 카야가 생리를 했을 때 이 사실을 알려준 것도 점핑의 아내다. 점핑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가게를 열고 보트에 기름을 넣어주면서 그녀의 삶에 등대처럼 자리잡는다. 체이스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이 있을 때 그는 나에게 한 명의 용의자가 되기도 했다.

 

테이트. 그녀에게 문자를 가르쳐주고, 사랑과 아픔을 동시에 준 인물이다. 그의 도움으로 그녀는 삶의 의미를 찾는다. 글자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나중에 그녀가 생태학자로 자라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가 학위를 위해 대학으로 떠나면서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준다. 그의 작은 주저함이 생각조차 하지 못한 상황을 만든다. 그녀가 체이스에게 끌린 것은 체이스가 지닌 외모의 힘도 있지만 테이트의 부재와 그로 인한 외로움이 가장 큰 이유다. 나중에 다시 나타나 그녀의 작업물을 보고 이것을 출판사와 연결시켜준 것은 그녀에게 한 발 다가가기 위한 속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의 작업물이 워낙 훌륭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외로움, 열정, 사랑, 편견, 죽음, 습지, 바다 등으로 연결되는 이야기는 아주 함축적이다. 순수한 열망과 거짓된 약속에 속은 카야와 카야의 야성에 끌린 남자들의 속내는 서로 다르다. 외로움이 가족을 이루길 바라고, 이 작은 열망은 수컷의 거짓말에 알면서도 넘어간다. 우리 삶에서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 암컷의 거짓말에 넘어간 경우도 많을 것이다. 법정물로 변한 후반부의 대결 장면은 그녀를 둘러싼 의혹과 편견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진짜 반전은 그 뒤에 펼쳐진다. 한 편의 생태 스릴러로도 부족함이 없다. 카야와 테이트의 사랑 이야기는 연애소설로 읽어도 무리가 없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카야의 야성적 매력과 반전은 많은 것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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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 윤자영 연작소설 한국추리문학선 5
윤자영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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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의 평이 상당히 좋았다. 그리고 책과나무 출판사에서 내는 한국추리문학선 중 두 권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런 기억이 결합해서 이번 작품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재밌는 한국추리문학을 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외국의 엄선된 추리문학을 읽다가 한국추리문학에 실망한 적이 적지 않게 있는데 최근에는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아니 어떤 작품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 작품에 한정한다면 전자에 가깝다. 아마 이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면 계속 관심을 둘 것 같다.

 

책 소개를 보면 전작에서 사건을 해결한 두 사람이 모여 탐정사무소를 열었다. 이름은 전직경찰 나승만과 추리작가 출신 탐정 당승표의 성을 따서 나당탐정사무소다. 작가는 아직 한국에서 탐정이란 역할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한다. 당연히 사람들은 흥신소로 오해하고 일을 의뢰하기도 한다. 전편에서 사건을 해결하고 받은 돈으로 강남대로변에 사무실을 열어놓았지만 당승표의 관심을 끄는 사건은 아직 없다. 그렇게 보내다 도르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연쇄살인사건이다. 인간을 고치처럼 만들어 놓고 도르래를 이용해 죽이는 살인사건이다. 본격적인 나당탐정사무소가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이 사건이다.

 

모두 여섯 건의 사건들이 있는데 세 건만 살인사건이 있다. <도르래 살인사건>과 <황 영감 살인사건>의 경우는 결말에 이르기 전에 범인이 누군지 대충 추리할 수 있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도중에 단서를 생각보다 많이 흘러주었기 때문이다. 이 두 사건 모두 도박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데 이것은 <의문의 도박판 사건>은 아예 사기 도박을 다룬다.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이것을 이용해 돈을 갈취하는 무리가 있고,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도박중독자의 삶이 간결하지만 현실적으로 다루어진다. 특히 <황 영감 살인사건>의 경우에는 김민영이란 과학교사를 등장시키고, 나중에 그녀를 나당탐정사무소 직원으로 영입할 정도다. 그녀의 과학지식과 다른 시각이 당승표에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트릭은 그렇게 신선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승표와 나승만 콤비의 활약은 대단히 재미있었다. 특히 돈에 엄청 민감한 나승만의 모습은 아주 현실적이다. 평소 추리소설을 읽고 흥미로운 사건만 해결하려는 당승표에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당승표가 사건 해결하고 수수료를 받으러 가서 한 행동과 이유를 보면 어떤 순간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아주 인간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줘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나승만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결국 둘의 업무 영역은 나누어진다. 추리는 당승표, 수금과 몸 쓰는 일은 나승만이란 식이다. 나승만이 경찰이었다는 전력은 실제 일을 하는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 현실에서 탐정업이 인정되지 않아 경찰 내부 자료를 얻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김민영이 탐정으로 데뷔한 사건은 쉽게 추리가 가능했지만 뒤에 밝혀진 사건은 아주 끔찍한 사건이다. 작가는 두 이야기를 번갈아가면서 풀어내면서 하나의 무시무시한 가능성을 풀어놓았다. <의문의 도박판 사건>으로 당승표를 시험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암시했는데 <왕 게임 사건>과 <최후의 대결>에서 그 배후가 누군지 보여준다. 고도의 심리 대결처럼 보였던 게임이 트릭을 이용한 것이란 설정이나 사람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펼치는 추리대결은 왠지 모르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에서 긴장감이 고조되지 않았다. 사건을 해결한 후 그 시간을 돌아보는 장면과 나승만의 납치가 더 흥미로웠다. 각 단편에 나왔던 인물들 중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몇 있는데 그 중 도박장 사장이 된 아리는 다음 이야기에서도 보고 싶다. 혹시 영화로 만들면 누가 좋을지 상상하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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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나가카와 나루키 지음, 문승준 옮김, 신카이 마코토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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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가 혼자 만든 애니메이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가 원작이다. 일본과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때문에 첫 작품이 뒤늦게 사람들의 관심을 끈 모양이다. 이것이 4부작 TV판 애니메이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EF>로 만들어졌고, 이것이 다시 소설로 탄생했다. 그 소설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이 소설의 작가가 바로 나가카와 나루키인데 원작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평가인지 모르지만 아주 감성적으로 잘 쓴 것 같다. 이 소설을 읽고 신카이 마코토의 원작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간 것도 사실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을 초기작만 보았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별의 목소리>와 <초속 5센티미터> 정도일 것이다. 감각적인 영상과 전개로 강한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살짝 남아 있다. 2016년 작품인 <너의 이름은>을 보고 싶었지만 계속 기회를 놓쳤다. 소설만 구해놓았다. 읽어야지 생각하다가 원작 애니메이션이 우선이란 생각에 주춤한다. 보통은 반대인데 말이다. 솔직히 말해 뭐가 먼저일지는 지금도 모른다. 시간과 환경에 따라 바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짧은 애니메이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는 이번 주에 보려고 한다. 유튜버에 올라와 있는 것을 찾았기 때문이다.

 

5분도 채 되지 않는 애니메이션이 네 개의 에피소드를 가진 소설 한 권이 되었다. 이 과정에 신카이 마코토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녀들과 그녀들의 고양이들은 인연을 맺고, 작은 이야기의 탑을 쌓아간다. 어딘가에서 짤린 듯한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에 이어지고,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좋은 마무리를 한다. 이 이야기들은 현실에 뿌리를 두고, 일상과 연결되어 있고, 외로움을 느끼는 여성들을 다룬다. 이 여성들의 옆에 나타난 고양이들은 의인화되어 있다. 물론 사람과 직접 대화를 하는 것은 아니다. 깊은 교감을 나눈다고 할까.

 

어느 봄날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사계절 동안 이어지고, 각 계절마다 하나의 사연이 나온다. 첫 봄날에 아기 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가는 그녀의 이야기가 첫 번째다. 그녀의 문제는 말에 서툴다는 것이다. 언어로 된 것에는 익숙하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에게 작은 위안이 바로 그 고양이다. 이름은 초비, 수컷이다. 문자가 아닌 말로 해야 관계도 있지만 이것에 서툰 그녀는 남자 친구와도 엇나간다. 이 엇갈림과 잘못된 감정 등은 아주 큰 상처가 된다. 이때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양이를 구해졌다는 표현은 바뀌게 된다. 그녀의 고양이에게서 그녀가 큰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인간의 시선과 감정을 한 쪽에 담고, 다른 한 쪽은 고양이와 개 등의 시각을 담고 있다, 이 두 주체가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한다. 인간들처럼 이 고양이도 자신만의 관계를 맺는다. 물론 영역을 표시하고 위세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초비, 미미, 쿠키, 구로 등으로 이어지는 그녀들의 고양이들은 그들의 집사 혹은 주인들에게 아주 큰 위로를 전달해준다. 자신의 재능과 현실 문제, 친구의 죽음, 홀로 남은 노부인 등의 삶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외롭고 현실과 자신의 삶을 잘 분리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서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아주 멋진 고양이들이 있다. 다시 애니메이션들에 눈길이 간다. 찾아서 한 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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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 박찬일 셰프의 이 계절 식재료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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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음식에 다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제철 음식 중에서 과일 같은 경우는 하우스 재배가 많아지면서 언제가 제철인지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제철이란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졌다. 수많은 지방 도시들이 농축수산물 축제를 기획하고, 방송이 이것을 홍보하면서 하나의 공식처럼 되었다. 실제 이 축제 기간에 가면 그 농축수산물이 더 비싼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책 속에도 나오지만 축제를 위해 다른 지역의 음식을 사오는 경우도 있다. 나 자신도 이 제철 음식을 먹으려고 한 적이 많다. 물론 그 지역에 가서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복잡하고 비싸고 멀기 때문이다.

 

십 수 년 전 신토불이가 유행한 적이 있다. 먹거리에서 거리는 아주 중요하다. 다행히 한국은 땅이 작아 운송에 큰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이 작은 땅도 한때는 냉장기술이나 운송 문제로 먹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다. 고등어나 갈치 같은 경우 서울에서 회로 먹기 시작한 것이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 이제 제철 음식도 꼭 그곳에 가서 먹을 필요가 없다. 얼마든지 서울이나 큰 도시에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곳의 풍경과 함께 맛보고 싶다면, 그 음식의 전문집을 방문하고 싶다면 그곳에 가야 한다. 실제 그곳에 가야 더 싸고 더 지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한국처럼 4계절이 뚜렷한 곳은 그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 물론 최근에는 수입산이 들어오면서 이 경계가 무너지기도 한다. 조류의 변화나 남획 등으로 가치가 바뀌거나 거의 사라진 어종도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오징어, 병어, 명태 등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동해 횟집에서 오징어는 서비스로 나왔다. 오징어 물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실 병어는 생선을 잘 몰라 그랬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명태는 정말 흔했는데 이제는 귀하신 몸이다. 명란젓은 비싸 잘 사먹지 못하는데 가끔 명란아보카도덧밥을 아내가 해줘서 가끔 먹는다. 갑자기 입안에 군침이 돈다.

 

내가 자란 곳은 어촌 도시였다. 어시장에서 비린내를 맡으면서 자랐지만 생선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산나물은 초봄 쑥국을 좋아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먹지 못하고 있다. 방송에서 도다리쑥국을 외치기 전에 알고 있었지만 통영의 그 집에 결국 가보지 못했다. 여름 가지 스테이크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국 전통 품종이 작아 맛있는 요리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 기억난다. 포도의 하연 분이 어떤 의미인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메일 이야기를 보면서 다음에 냉면에 식초를 친 후 먹어보고 싶어졌다. 어떤 맛일까? 개인적 이효석 생가 메밀집은 별로였다. 박찬일의 광화문국밥 냉면을 한 번 먹고 싶다.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내 취향과 비교해보고 싶다.

 

미더덕을 먹었다고 생각하면 오만둥이인 경우가 많다. 미더덕 회가 있었던가? 어릴 때 해삼, 멍게를 초장에 찍어먹으면 아주 맛있었다. 아마 초장 맛일 것이다. 붕장어와 뱀장어는 지금도 헷갈린다. 외갓집 앞 뱀장어집에서 얼마나 많은 뱀장어 껍질 벗기는 모습을 봤던가. 예전에는 갈치가 쌌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국산의 경우 크기가 커지면 엄청나게 비싸진다. 아프리카산 갈치를 일반 식당에서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먼저 양식이 된 광어의 경우 이전에 엄청나게 비쌌다고 한다. 유순해서 양식하기 좋았다는 것도 있지만 비쌌던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멸치하면 요즘 기장을 많이 말하지만 내가 멸치 터는 것을 직접 본 곳은 거제도다. 백화점에서 죽방멸치의 가격을 보고 놀랐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복달임 민어도 몇 년 전에 팟캐스트로 알고 있었는데 그 이후 tv방송에서 너무 말해 평범한 것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민어전을 먹어보고 싶다. 전복의 경우 아직 그 맛을 모르겠다. 낙지의 경우 산낙지와 냉동낙지의 맛 차이를 최근에 알았다. 부드러움의 정도가 너무 차이난다. 참치도 몇 점 먹을 때 그 부드러움에 반하지만 계속 먹으면 어떻게 될까? 통조림 꽁치로 김치지개를 먹던 순간들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식량 자주권의 감자와 연결한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감자는 주식이 아니다. 간식이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얼마 전 기사를 통해 딸기 품종 설명을 들었는데 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위치에 따라 당도 차이가 있다니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어릴 때 꼬막을 삶아주면 하나씩 빼먹던 기억이 있다. 1박2일 덕분에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고, 최근에 생긴 식당 프렌차이즈 때문에 쉽게 먹을 수 있다. 굴도 마찬가지다. 왜 생굴에 레몬을 뿌려서 먹는 그 맛을 아직 나는 모를까? 냉면과 더불어 미식의 기준 중 하나인 홍어는 가끔 먹지만 그 진정한 맛은 아직이다. 돼지 김장은 한국보다 이탈리아 이야기인데 저장식품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식탁 풍경을 자주 떠올려봤다. 그런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몇 가지 음식은 뚜렷하지만 대부분의 음식은 텅 빈 채다. 그래서인지 박찬일의 추억들이 부럽다. 비록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라 싼 거에 더 집착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식재료들이 귀한 몸이시다. 일반적으로 잔잔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욕설을 내뱉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지간히도 그 당시 기분이 상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추억보다 나의 뇌리에 강하게 꽃힌 것은 작가의 문장이다. 간결하고 분명한 문장은 읽기 좋고 재밌다. 왜 이전에는 이 사실을 잘 몰랐을까? 집에 있는 그의 다른 책을 빨리 읽어봐야겠다. 물론 그 책을 읽으면 먹고 싶은 것과 가고 싶은 곳이 더 늘어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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