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어떻게 생각을 시작하는가 - 이응준 작가수첩
이응준 지음 / 파람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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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의 작가수첩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솔직히 말해 이 부제를 보지 못했다. 작가 이름과 제목에 먼저 눈길이 갔다. 이 책을 펼쳐 가장 첫 문장을 읽고 <영혼의 무기>가 떠올랐다. 800쪽이 넘는 책은 그 책이 유일하다. 어떤 문장은 얼마 전에 읽었던 소설에서 그대로 인용되었다. 이 책의 구성은 <영혼의 무기>와 유사하다. 작가수첩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의 단상들을 나열해놓았다. 크게 다섯 꼭지로 나누었는데 마지막 토토 관련 이야기를 빼면 그렇게 강하게 공감할 수 있는 분류가 아니다. 어쩌면 이것은 나의 책읽기가 너무 급했고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인지도 모른다.

 

이응준의 소설도 두세 권 읽었지만 개인적으로 산문집이 더 좋다. 그의 생각을 직접 적은 글들은 그의 냉소적인 감성과 이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변함없이 함성호 이야기가 나오지만 다른 책에 비하면 그의 출연 지중이 상당히 낮다. 사실 이응준의 글이 아니었다면 내가 함성호 시인의 시나 산문집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책읽기의 재미이기도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부작용이 된다. 나처럼 책 욕심이 과한 사람에게는 언제 읽을지 모르는 작가 한 명이 늘어났고, 그 책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취향에 맞다면 즐거운 시간을 가지겠지만 소유하고 싶은 책은 더 늘어난다. 그렇게 늘어난 책이 얼마인가. 작가가 말했듯이 내 것들도 아닌 것들인데.

 

그의 글을 읽다보면 회의주의와 냉소가 절로 느껴진다. 좌파와 우파의 양극단에 대한 그의 주장에는 동의한다. 선동에 약한 대중의 약점을 그가 말할 때 그들 중 한 명인 내가 보인다. 파시즘에 대한 경계는 당연하다. 역사가 그것을 이미 보여주었으니까. 이런 글들이 어떤 논리를 가지고 꾸준히 나오지는 않는다. 부제 그대로 작가의 단상들을 적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글은 한 쪽을 넘는 경우도 있다. 같은 날에 여러 개를 적은 경우도 있다. 이 역시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다. 사실 이런 단상을 누구나 적을 수 있다. 하지만 꾸준히 적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끔 SNS에서 이런 일에 성공한 사람들이 책을 내기도 한다.

 

한국이 망한다면 한국 정치인 때문이 아니라 한국인들 때문이란 글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투표로 정치인을 뽑고, 그 정치인이 잘못되었거나 정당이 잘못되었으면 바로 잡아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로 넘어가면 이것이 더 심해진다. 작가의 글 중에 부모님을 간호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객관적 지표와 상관없이 그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 놀랐다. 납골묘나 산소를 찾아가지 않고 자신 속에 모시고 있다는 말에 불멸을 느끼다가 그에게 자손이 없다는 사실에 단절을 느낀다. 뭐 이것이 중요한가. 갑자기 불명이란 단어가 떠올라 적은 단상이다.

 

이 작가수첩에 나온 이야기가 소설 등으로 이어진 경우가 있다. 최근에 읽은 <해피 붓다> 속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문, 무, 불, 성을 화두 삼아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화두는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본다. 그는 읽기보다 쓰기에 더 중점을 둔다. 읽기는 쓰기 위한 하나의 도구다. 산 자들의 책보다 죽은 자들의 책을 더 읽는다. 이유는 생략. 한국 문학비평가에 대한 신랄한 비평은 왠지 모르지만 신경숙의 남편에게로 생각이 이어진다. 이 둘의 연관성은 없는데도 말이다. 책 속 글들을 읽으면서 <장정일의 독서일기>가 계속 떠오른 것은 일상의 기록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김수영의 시와 산문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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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한국추리문학선 7
한수옥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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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품이다. <박쥐>란 제목으로 네이버 웹소설 미스터리로 연재되었고,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된 적이 있다. 종이책으로 출간되면서 제목이 바뀌었는데 책을 읽다보면 이 제목에 공감하게 된다. 이야기는 아주 거칠고 투박하다. 전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구성이나 캐릭터 등을 냉정하게 평가하면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작가가 풀어낸 이야기를 읽으면 이 거친 투박함 속에 담겨 있는 분노와 절망이 가슴속에서 용솟음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피해자 가족의 위치에 나를 놓아두면 어쩔 수 없이 제목에 동의하게 된다. 이성 이전에 감정의 문제다.

 

꽃뱀이 남자를 협박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곧바로 여자는 누군가에게 살해된다. 잔혹하게 가슴이 도려진 채 죽는다. 절단된 가슴 위에는 박쥐 모양의 목각 인형이 놓여 있다. 엽기적인 살인이다. 이 살인이 한 노파에게 또 발생한다. 1차 사건의 경우 정액 등으로 용의자를 잡을 수 있지만 노파의 경우는 노랫소리를 제외하면 단서가 없다. 이 사건의 담당 부서는 강력2팀이고, 팀장은 재용이다. 용의자를 검찰에 넘기면 끝났다고 할 수 있는데 또 하나의 사건이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다. 연쇄살인이란 점 때문에 그쪽 관할 형사의 협조 요청이 들어온다. 재용은 그 박쥐 목각 인형을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한다.

 

재용의 아내 은옥은 극도로 남자를 두려워한다. 남편의 손길조차 두렵다. 재용은 이 행동의 의미를 알지만 결혼 첫날의 흔적 때문에 이것을 무시한다. 자신의 무의식 속에 아내의 순결을 강하게 바란 것이다. 은옥은 어느 날 신문을 보다 한 국회의원 기사에 분노와 공포를 느낀다. 이 장면을 본 남편은 박쥐 사건 때문에 그런 것이란 착각을 한다. 이 착각이 또 다른 착각으로 이어지면서 이성보다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 번째 살인에서 재용은 아내가 범인이란 착각을 한 것이다. 현장에 그녀가 보였고, 박쥐 목각 인형은 확신을 심어주었다. 아내를 구하기 위한 그는 모든 것을 던진 채 잠적한다.

 

현 국회의원이자 전 보육원 원장 최철민은 최악의 인물이다. 그의 성적 취향은 어린 소녀들이다. 그가 보육원 원장 시절 얼마나 많은 소녀들을 성폭행했는지 모른다.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그 충동을 참지 못하고 보육원의 수민을 성폭행한다. 문제는 이것이 혼자만의 행동이 아니라 그의 욕망을 알면서도 도와주는 인물들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한때 원장에게 당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는 비겁한 변명은 공모자가 되는 순간 용서할 수 없는 일이 된다. 그들의 공모에 의해 수많은 아이들이 큰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최 원장에게 전달된 택배는 바로 연쇄살인 피해자들의 젖가슴이다.

 

왜 이런 잔혹한 범죄를 벌일까?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위한다는 변명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겪었던 상황에 대한 반발이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공통점이 드러난다. 바로 희망보육원에 아이를 맡긴 엄마들이란 사실이다. 작가는 여기서 피해 엄마들의 모성애를 바로 드러내지 않는다. 현실적인 상황을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범인은 원장이 보관하고 있던 엄마들의 목록을 훔쳤다. 이것이 대상을 선택하는 하나의 기준이다. 경찰은 이 연쇄살인에 무력하다. 범인을 잘못 추리한다. 실수가 있지만 그들의 수사 노력은 결코 중단되지 않는다. 우리가 경찰을 믿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30년 전 은옥에게 일어난 일이 현재 수민에게 다시 벌어졌다. 이 반복의 고리를 한 번 끊을 수 있었지만 사회의 인식과 현실적 문제가 지속적인 피해자를 만들게 했다. 놀라운 것은 수민이 당한 것을 보육원 아이들이나 동네 아이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수민이 겪게 되는 또 다른 성폭행은 미성년자에 의한 것이다. 이 사건만 보면 최 원장보다 더 악독한 행위다. 이 사건을 가볍고 빠르게 다루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부조리와 문제점 등은 이미 한국에서 수없이 반복된 것이다. 미성년자의 잔혹함과 그들의 미처벌이 불러온 최악을 보여준다. 성폭력 피해자보다 가해자가 보호되는 이상한 사회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이 소설도 그 한계를 보여준다. 성폭행에 친고죄가 사라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잔혹한 연쇄살인범과 최 원장과 수민을 강간한 학생들 중 누가 가장 최악일까? 무의미한 질문일 수 있지만 최 원장과 학생들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피해로 연쇄살인범이 태어났지만 우리는 분노만 할 뿐이다. 가끔 이런 소설을 읽을 때면 내 가슴 속에서 강한 살의가 치솟는다. 진정한 반성과 용서란 이론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재용의 말처럼 이런 피해자들은 정신과 치료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나를 비롯한 우린 자극적인 소문에 더 눈길이 오래 머문다. 가해자 부모들이 아이들의 실수와 앞날을 말하는 것을 볼 때는, 그들의 속내가 살짝 드러날 때는 제목 그대로 죽이고 싶은마음이 강하게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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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3부 : 사신의 영생 (반양장) - 완결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단숨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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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비밀 하나부터 말하고 시작하자. 처음 <삼체>가 나왔을 때 중국 SF라고 무시했다. 책을 살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2015년 휴고상을 수상했다. 먼저 놀랐고, 외국 평론가들이 중국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 편견을 잠시 가졌다. <삼체>를 샀지만 크게 읽으려는 마음은 없었다. 그러다 <삼체 2부>를 먼저 읽었다. 충격이었다. 중국에서 이런 하드SF를 쓸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분량이 거의 700쪽인데도 큰 지루함이 없었고, 인류가 삼체의 감시에서 벗어날 방법이 궁금했다. 그리고 뤄지가 그 방법을 찾아내었을 때 그 법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2부를 읽을 때만 해도 1부를 바로 시작하고 싶었다. 늘 그렇듯이 지나간 책들에게는 왠지 쉽게 손이 나가지 않는다. 3부를 먼저 읽었다. 800쪽이 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의 물리학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작가가 끝없이 펼쳐내는 물리학은 이해의 한계를 넘었다. 그런 것이 있구나 하고 대부분 넘어갔다. 작가가 그려낸 우주와 지구의 모습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나의 행성이나 작은 우주가 아니라 우주의 끝까지 나아간다. 그 과정을 보면서 영화 <인터스텔라>가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시간과 중력이란 문제보다 훨씬 큰 주제를 다루면서 상상력의 한계를 돌아보게 한다.

 

이야기는 전편처럼 삼체가 지구를 지배하는 환경에서 시작한다. 인류는 이 위기를 벗어날 방법 중 하나로 UN가 새로운 과학을 연구한다. 이런 일보다 먼저 윈톈밍이란 인물의 연애사를 간략하게 다룬다. 그의 아이디어로 돈을 번 친구가 로얄티 형식으로 돈을 주고, 이 돈으로 UN이 자금 마련을 위해 판매하는 별(DX3906)을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청신에게 선물한다. 이 시기는 안락사법이 있어 누구나 불치병에 걸리면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 그가 죽으려는 마지막 순간 청신이 나타난다. 이 법이 만들어진 이유가 나온다. 아주 잔혹한 이유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광속의 10분의 1 속도를 내는 우주선에 실을 수 있는 무게가 겨우 뇌 정도이기 때문이다. 몇 명과 경쟁을 거친 후 그의 뇌는 우주 속으로 날아간다. 그의 뇌를 발견한 다른 우주인이 그를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 시대의 특징 중 하나는 동면이다. 윈톈밍이 별을 선물했다는 사실과 그를 잔혹한 환경 속으로 밀어넣었다는 자각이 그녀를 동면하게 한다. 그 사이 뤄지가 암흑의 숲 전략으로 삼체의 진격을 막았다. 인류는 삼체와 교류하면서 과학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동면에서 깬 청신은 윈톈밍이 준 별 덕분에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면벽자 뤄지는 언제나 암흑의 숲에 삼체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자세를 한 채 수십 년을 산다. 검잡이라고 하는데 새로운 검잡이 선출이 예정되어 있다. 동면에서 깨어난 청신은 바뀐 환경을 보고, 갑자기 자신이 검잡이가 되기로 한다. 그녀는 뤄지와 간결하게 지위를 바꾼다. 그리고 삼체의 공격이 시작된다. 그녀가 단추를 누르면 삼체의 위치가 드러난다. 하지만 그녀는 누르지 않는다. 그녀의 첫 번째 실수다.

 

삼체의 지자는 말한다. 우주는 잔혹한 곳이라고. 그들은 청신이 검잡이가 되면 단추를 누르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위장된 평화가 깨어지고, 삼체는 인류를 호주로 모두 이주시키려고 한다. 당연히 청신은 최고의 죄인이다. 그녀가 내세운 사랑은 비정한 우주의 법칙에 맞지 않다. 그런데 이 삼체의 공격이 우주를 항해하던 우주선들에 영향을 미친다. 우주선이 중력파를 발사한다. 이것은 바로 삼체 행성의 멸망을 가져온다. 지구로 향하던 삼체 선단은 방향을 돌렸다. 왜 그랬을까 하는 이유는 그 다음에 나온다. 그 이유 때문에 일어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청신의 다음 동면 이후에 펼쳐진다.

 

하나의 별을 없앤 무기는 광립이라고 한다. 삼체인들이 떠난 이유는 지구의 위치도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윈톈밍이 언제 나올까 하는 것이다. 지자가 지구를 떠날 때 윈톈밍이 삼체인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청신과 만나게 한다. 물론 직접 만나는 것은 아니다. 이 만남에서 만약 어떤 정보라도 흘리면 청신은 죽는다. 윈톈밍은 동화란 형식을 통해 인류에게 과학 정보를 전달한다. 그런데 이 동화가 아주 재밌다. 인류에게는 그 숨겨진 의미를 해석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지만 말이다. 은유는 언제나 해석의 문제를 낳고, 이 해석은 오류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이 오류는 인류의 한계이기도 하다.

 

중반 이후 단위가 너무 거대해져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런 SF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나의 한계다. 광속과 곡률추진을 연결한 것은 이해 불가능한 영역이다. 광속으로 날아가면서 생기는 문제 등을 이야기할 때 비행기가 날면서 남기는 흔적이 우주에도 남는다는 것 정도 이해할 뿐이다. 광립 공격보다 더 대단한 것은 차원 공격인데 이 상상력이 정말 기발하다. 선진 과학기술을 가진 우주인들이 다른 적들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우주법칙을 이용한다고 했을 때 과학의 무서움을 다시 느낀다. 3부작으로 이어지면서 너무 거대해진 규모는 나의 상상력을 초월해서 조금 아쉽다. 머릿속은 작가가 보여준 더 넓은 우주의 짧은 공간과 이론으로 복잡하게 뒤섞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긴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아직 내가 <삼체> 첫 이야기를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쁘다. 소우주와 5킬로그램이 머릿속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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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황세연 지음 / 마카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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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없는 마을 중천리, 그 중에서 달랑 여섯 가구가 모여 사는 장자울에서 아주 이상한 사건이 일어난다. 그 첫 시작은 집에서 키우던 소를 팔고 돌아온 소팔희가 그 돈을 훔치려는 도둑인줄 알고 그 사람을 아주 강하게 여러 번 때린 일이다. 신고하고 넘어가면 되지만 조카 황은조가 눈에 밟힌다. 그녀가 잡혀가면 은조는 고아원으로 가야 한다. 이것을 옮기기 위해 리어카에 시체를 놓아두는데 이것이 사라진다. 나중에 다시 리어카만 돌아온다. 얼마 후 이장의 차가 누군가를 치었다. 아니 혼자 굴러가 사람을 치었다. 시체는 나무와 차 사이에 끼었다. 그런데 이 시체는 팔희가 죽였던 신한국이다. 뭐지? 어떻게 시체가 옮겨졌지? 누가 옮긴 것이지?

 

보통 이런 일이 일어나면 신고하고 끝내면 된다.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은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 범죄 없는 마을이란 타이틀과 가슴 한 곳에 숨겨둔 각자의 비밀들이다. 마을 사람들은 신한국의 시체 처리를 둘러싸고 고민을 한다. 시체를 어떻게 버릴까 고민한다. 자살바위 자살로 처리하기에는 가슴의 타이어 자국이 문제다. 과학수사의 공포가 끼어들면서 사람들은 더욱 고민한다. 나중에 결론난 것은 시체를 집과 함께 태우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공모는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고, 오랫동안 머물면서 수사하지 않으면 쉽게 알 수 없다.

 

이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인물은 악연으로 이어진 최순석 형사와 조은비 기자다. 최 형사는 관할서를 바꾸려다가 시체 위치를 옮기는 한 장의 사진 때문에 한 계급 강등된 적이 있고, 조은비 기자는 이 사진한 장으로 정식 기자가 되었지만 최 형사가 보낸 가짜 기사를 편집장이 특종처럼 내보내면서 짤렸다. 이런 인물들이 장자울에 온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장자울은 비가 많이 오면 수문 개봉으로 마을이 고립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 둘은 이 마을에 머물게 된다. 그리고 둘은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단서를 모으고, 진실에 한 발자국씩 다가간다.

 

소팔희나 이장의 차 사고만 놓고 봐도 이상한데 이번에는 특별한 정보가 조은비에게 전해진다. 그것은 자살한 시체의 정체가 신한국이란 점이다. 그럼 그 집에서 타버린 시체는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신한국은 어떻게 그 자살 바위 밑에 있게 된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고립된 상황에서 불편한 두 인연은 함께 수사를 한다. 그 첫 번째는 화재 현장에서 발견한 지포 라이터다. 싸구려가 아닌 비싼 정품이다. 이 물건의 주인이 누군가 조사하면서 이 사건의 연결 고리 중 하나를 발견한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다른 용의자들이 또 드러난다. 이렇게 시작한 수사는 굴비처럼 많은 용의자를 엮어낸다.

 

순진한 마을 사람들을 겁주는 역할을 최 형사가 아주 잘 해낸다. 과학수사의 공포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백하게 만든다. 최 형사가 이 마을에 온 이유는 바로 사채업자의 요청 때문이다. 신한국이 빌린 원금과 이자 5천만 원을 받아내기 위해서다. 원금은 천만 원인데 이자가 4천만 원이다. 이자제한법이 사라지고, IMF이후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고리사채는 최악의 악몽이 된다. 이것을 벗어나는 방법은 한탕 밖에 없다. 복권 등이 유일한 탈출구다. 그러나 당첨자는 일주일에 한 명뿐이다. 하루에도 그 몇 십배의 사람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는데 말이다.

 

작가는 이 한정된 마을과 괴상한 시체 이동을 재밌게 엮어 아주 흥미롭게 풀어낸다. 각자의 사연을 풀어놓고,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들려주면서 이기심과 공동체의식을 같이 보여준다. 시체를 다른 곳으로 옮긴 것은 자신의 이기심 때문이고, 그 표면에는 범죄 없는 마을이란 타이틀 때문이다. 여기에 최 형사와 조 기자가 서로 꿍짝이 맞아 현장을 수사하고, 사진 찍고, 어르고 하는 행동들이 마을 사람들의 입을 열게 한다. 최 형사의 비밀도 나중에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좌충우돌하는 듯한 이야기는 한국형 마을 밀실 미스터리를 재밌게 만들었다. 그리고 신한국이란 이름이 그냥 지은 게 아닌 것 같다. 각 개인의 캐릭터를 살리면서 곳곳에 이벤트를 펼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을 재밌게 만들었다. 관심을 가져야 할 작가 한 명이 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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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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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고 몇 쪽을 읽자마자 어딘가에서 본 듯한 심리 묘사들이 나왔다. 첫 아이를 낳은 엄마들의 걱정과 불안과 욕망 등이 너무 낯익었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면 조금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들이 이 심리 묘사를 읽으면서 산산조각났다. 그 동안 수없이 읽었던 미국 소설에서 이렇게까지 초보 엄마들의 사실적인 심리 묘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적인 묘사들을 보면서 내 속에 자리잡은 선입견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방송이나 영화 등에서 보여준 착한 엄마들의 이미지다. 현실은 몇몇 특별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아등바등 힘들게 버티고 있을 뿐이다.

 

5월맘. 엄마들의 커뮤니티다. 실제 한국도 지역맘 카페 같은 것들이 상당히 잘 되어 있다. 5월맘의 몇 명이 출산 후 아기들을 데리고 나와 모임에 참석한다. 출산 전부터 자신들의 경험과 정보를 교류하다가 오프라인 만남을 가진 것이다. 정기적으로 나오는 엄마들도 있고, 가끔 참석하는 엄마도 있다, 재밌는 것은 토큰이라고 불리는 아빠의 참석이다. 엄마들은 그가 게이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 엄마들이 무더운 7월 어느 날 힘겨운 육아를 잠시 벗어나기 위해 동네 술집에서 한 잔 하기로 한다. 즐겁게 즐기는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엄마의 아기가 사라진다.

 

위니. 아기를 잃은 엄마다. 그녀는 20년 전 유명 TV 드라마의 주연 배우이자 하이틴 스타였다. 5월맘 엄마들은 이 사실을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신상이 알려지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들이 모였던 그날 밤 엄마들은 그녀의 참석을 강하게 원했다. 거절을 거절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이 이전만 해도 그녀가 얼마나 예쁜지 표현이 없었다. 이 사건 후 인물 묘사가 나온다. 엄마들의 출산 후 늘어난 살들에 대한 묘사가 주로 나와 현실적으로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사실 5월맘들에게 위니는 엄마라는 연대를 제외하면 아주 정보가 부족하다. 실제 이들은 개인 정보를 은밀하게 나누지는 않는다.

 

술집에서 잠시 엄마라는 현실을 내려놓은 장면이 나온다. 아기 없이 즐기는 시간이다. 아이 없이 나가서 친구를 만나길 얼마나 바라는지 잘 알기에 이 장면을 보면서 공감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장면이다. 위니는 앱으로 아이를 계속 들여다보지만 넬이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앱을 지운다. 나중에 이 사건이 커지면서 넬이 술집에서 노래하고 춤춘 장면이 사진으로 퍼진다. 보수적인 엄마 단체와 논란적인 가십을 다루는 방송인과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것을 물고 늘어진다. 엄마의 자격이란 부분이다. 이 소설의 제목처럼 완전한 엄마는 상상 속의 존재일 뿐이다. 엄마의 자격을 묻는 그들조차 실제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5월맘 중 이 사건에 집착하는 세 명이 있다. 대필작가인 콜레트, 다른 도시에서 온 프랜시, 영국 억양을 가지고 있고 출산 때문에 쉬고 있는 넬 등이다. 작가는 이 세 명의 엄마를 통해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초보 엄마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출산과 육아에 지친 이들이 위니의 아기가 사라진 사건 때문에 더 혼란을 겪는다. 아기가 살아있길 바라고, 방송과 인터넷으로 정보를 모은다. 현실의 삶은 또 그들을 오늘을 짓누른다. 할 일은 그대로 있고, 걱정과 불안은 늘어난다. 이들은 모여 정보를 주고받는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과거가 폭로된다. 사건은 더욱 진흙탕 속으로 빠진다.

 

초보 엄마들에 대한 탁월한 심리 묘사와 더불어 육아 휴직 문제도 같이 다루어진다. 유명 정치인의 자서전 대필이나 대권주자의 권력을 이용한 성추행, 어린 시절 일어난 성폭력과 낙태 등 수많은 이야기를 작품 속에 풀어놓았다. 그리고 정체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은 한 엄마의 수기까지 나오면서 풍성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당연히 가독성이 좋다. 독자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풀어내는 이야기와 반전은 또 다른 재미다. 아이가 사라진 순간 엄마들의 공포가 시작되지만 독자들이 서늘함을 느끼는 부분은 이 엄마들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추측하고, 흔들리는 순간들이다. 아이에 대한 걱정은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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