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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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때문인지 헨리가 강에 뛰어 들어가는 장면이 처음에는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해 물 밖으로 나온 그를 지나가던 차가 치었다. 운전자는 역광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들을 만나러 가다가 아이를 구한 영웅이 우연한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 사고로 헨리는 코마에 빠지고, 그가 만나고 싶었던 아들 샘은 그를 보러오기 위해 엄마의 사인을 위조하고, 수업을 빼먹는다. 이런 그보다 늘 먼저 오는 사람이 있는데 에디다. 에디는 헨리가 사고를 당했을 때 최종 결정을 할 수 있는 대리인으로 지정된 옛 연인이다. 이렇게 소설은 세 인물이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코마 상태의 헨리는 과거와 꿈속에서만 살아 있다. 현실은 병원에서 온갖 검사 기계를 몸에 부착하고 머문다. 프랑스 태생이지만 어릴 때 아버지와 바다에 나갔다가 혼자 살아온 적이 있다. 성인된 후 그는 종군기자로 활약했다. 아들 샘도 종군 사진가였던 마리프랑스와 참혹한 일을 겪은 후 불안의 욕망으로 생겼다. 마리프랑스가 안정을 바라면서 그에게 위험한 종군기자를 그만두게 한다. 마리프랑스의 불륜과 그의 떠남이 겹쳐지고 아들과 멀어진다. 그가 그날 그 현장을 지나갔던 이유도 샘이 그에게 보낸 메일에 답하기 위해서다. 아들이 보고 싶었다.

 

샘은 조금 특별한 아이다. 숫자 등을 색으로 인식한다. 가끔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의 능력은 조금 더 많은 것을 본다. 엄마가 아빠를 보러 가는 것을 막았기에 친구의 도움을 받아 매일 병문안 온다. 엄마가 아빠에 대해 말했던 거짓말을 알게 되고, 아빠가 어떤 사건을 겪었는지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다. 친구와 함께 멘사 출신으로 지력은 뛰어나지만 몇 가지 일반적인 상황 파악은 더딘 편이다. 그리고 병원에서 그 또래의 여자아이 매디를 만난다. 그녀 또한 사고를 당해 가족은 모두 죽었고, 그녀 자신은 코마 상태에 있다. 샘은 매디에게 반한다.

 

에디는 헨리를 사랑했다.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그는 떠났다. 사변소설을 전문적으로 내는 출판사를 운영 중이다. 사변소설(Speculative fiction)은 비현실적인 것을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소설을 일컫는데 이 소설도 여기에 해당된다. 현재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지만 이 사건을 통해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는다. 그녀는 헨리의 생명 유지 장치를 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왜 자신에게 이런 문서를 남겼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헨리의 사고 속에 그 답이 들어있다. 샘을 만난 후 헨리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샘과 함께 그의 회복을 바란다.

 

이 세 명은 현실 속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꿈속에서 다시 비현실적 경험을 한다. 헨리의 기억은 샘이 태어나고 그 아이가 특별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으로 시작하여 다른 가능성의 세계로 넘어간다. 선택에 따라 미래가 갈라져 나간다. 평행우주의 모습이다. 그가 코마 상태에서 만나는 중간계는 무한하게 열린 세계다. 이 세계 속에서 그는 과거를 다시 만나고, 미래에 대한 꿈을 꾼다. 이 꿈이 에디와 이어지는 부분은 비현실적이지만 그 느낌과 감정은 진짜다.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이 부분에서 생긴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고, 자신의 진짜 감정을 깨닫고, 과거의 아픈 기억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의식불명 상태의 헨리가 꿈속에서 펼치는 이야기는 기억과 선택과 의지의 문제다. 에디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그녀와의 미래를 꿈꿀 때 그 경험은 에디에게도 전이된다. 그가 샘이 좋아하는 매디의 존재를 깨닫고 그녀를 도와주려고 하는 것도 꿈 속 이야기다. 하지만 이 꿈은 현실 의학에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샘이 아빠 영혼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의 귀환을 바란 것도 그가 본 비현실적 존재 때문이다. 이런 비현실적 세계에서 가장 의학적 분석을 하는 인물은 닥터 사울이다. 그의 경험과 지식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너무 가슴 아픈 현실이다. 이런 충돌과 현실 인식과 꿈이 교차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아주 매력적이고 재밌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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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손을 보다
구보 미스미 지음, 김현희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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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소개에 끌렸다. 정유정 작가의 추천평도 한몫했다. ‘평범한 이들의 관계에 대한 비범한 해부도’란 말에 눈길이 갔다. 책을 다 읽은 후 오래오래 가슴이 아리다고 했는데 나 역시 다 읽은 후 그 감정의 조각들에 흔들리고 있다. 네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과 그 일상이 어떤 특별함도 없는데 그 흐린 분위기에 조용히 휩쓸린다. 결코 밝고 경쾌한 분위기가 아니다. 사랑의 감정이 나오지만 전체 분위기는 가볍지 않다. 냉정한 시선과 가독성 좋은 문장은 그들의 심리 묘사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둔다.

 

이 네 남녀의 관계는 두 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히나와 가이토다. 히나는 가이토와 미야자와와 사귄다. 가이토는 히나와 하타나카와 사귄다. 이야기의 문을 여는 사람은 히나다. 그녀가 가이토와 사귄 이유는 사랑이 아니다. 그녀가 사랑의 감정을 느낀 것은 미야자와가 처음이다. 그를 안고 싶고, 그와 처음 섹스를 한 후 자신 속에 감추어져 있던 욕망을 깨닫는다. 이 소설은 성교 장면을 묘사하는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그렇다고 야하게만 표현하지 않는다. 성인들을 위한 문학상 수상자다운이라면 너무 뻔한 평가일까?

 

미야자와가 히나의 집에 와서 처음 한 일은 높게 자란 잡초를 제거한 것이다. 2주에 한 번 와서 풀을 벤다. 그러다 둘은 몸을 섞는다. 히나는 그가 결혼은 했는지, 여자 친구는 있는지 알고 싶지만 다른 한 편으로 두렵다. 그를 처음 만난 날 함께 온 여자가 그의 아내란 사실도 가이토가 알려줘서 알게 된다. 미야자와의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녀를 떠난 후에도 페이스북으로 그의 위치를 알고, 그를 찾아간다. 이때 풀어낸 감정들과 생활은 자신의 사랑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작가가 이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가이토는 히나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결혼하고 싶어한다. 미야자와의 손길에 바뀐 그녀를 품고 있지만 둘의 감정은 하나가 되지 않는다. 어떤 장면은 강간을 하는 것 같다. 이런 관계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히나가 미야자와를 만나러 가면서 그는 혼자가 된다. 이런 그에게 다가오는 여자가 하타나카다. 그녀는 아이가 있는 이혼녀다. 히나와 가이토처럼 요양보호사다. 연상이지만 신입이다 보니 가이토를 선배라고 부른다. 그녀는 속된 말로 헤픈 여자다. 자신에게 모성이 없다고 말한다.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줄 때 작가는 그 어떤 판단도 섣부르게 내리지 않는다. 이 책의 매력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부분이다.

 

미야자와와 하타나카를 화자로 내세운 이야기는 어떤 열정도 감정의 깊이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이 선택한 직업과 삶은 우리의 삶과 닮아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흘러간다. 다른 환경과 조건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까? 미야자와가 수해를 보고 생각한 것과 하타나카가 사바랭을 말하는 장면은 아주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들의 감정이, 추억이 그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둘은 히나와 가이토의 감정을 진하게 태우는 역할을 한다. 미야자와가 떠나면서 그 감정을 털어낸 히나의 현재 모습과 하타나카가 결혼하기로 하고 떠나면서 가슴 한 켠에서 안도를 느끼는 장면은 나중에 둘이 만났을 때 조용히 손을 잡는 장면과 이어진다.

 

아름다운 배경으로 후지산이 나오지만 일상 속에서 그 풍경은 그냥 늘 보는 풍경일 뿐이다. 자살 명소 수해 이야기는 가이토 아버지와 미야자와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그 존재를 한 번 떠올린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은 요양보호사란 직업이다. 30대의 남성조차 몸에 병이 생길 정도의 고강도 노동에 저임금이 겹쳐져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란 사실에 알기에 더 공감한다. 이 직업을 벗어나기 위해 가이토가 기울인 노력은 보통의 요양보호사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더 낮은 임금을 받을 인력이 해외에서 들어올 수 있다는 걱정은 아주 현실적이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서 이 직업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교수의 말은 저임금과 몸의 상태를 떠올리면 공허한 주장이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을 뒤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현실들은 또 다른 이야기와 무게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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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詩作 - 테드 휴즈의 시작법
테드 휴즈 지음, 김승일 옮김 / 비아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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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영국의 저명한 문학상인 휘트브레드상을 두 차례 연속 수상한 이력이 있는 시인이다. 영국 BBC의 프로그램 <듣기와 쓰기>에서 진행한 그의 강의 내용을 모아 책을 낸 책이다. ‘시와 글쓰기 전반에 관한 안내서이자 시인의 마음으로 즐기며 감상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라고 하지만 역시 시를 잘 모르는 나에게 쉽지는 않았다. 시집을 일 년에 몇 권 정도 읽고 있지만 번역시는 거의 읽지 않다보니 이 책 속 시들이 왠지 더 어렵게 다가온다. 물론 한국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으니 번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잊고 있던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모두 아홉 꼭지로 나누어져 있다. 각각의 꼭지는 동물, 날씨, 사람, 생각, 풍경, 가족, 소설 쓰기, 상상 속 동물 등을 주제로 한다. 이 소재들은 시인의 삶과 경험과 생각들로 이어져 있다. 사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스치듯이 생각한 것을 집중해서 단어를 모으고 정리하고 연결한 것들이 시로 발전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관찰은 빼놓을 수 없는 행동이다. 비유와 은유는 상상을 통해 더 발전하고, 그 상상력은 세상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만든다. 이런 일들이 쉽게, 그냥 되지 않는다.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한 기초적인 책으로 솔직히 이 책은 쉽지 않다.

 

목차를 읽으면서 소설 쓰기 꼭지가 두 개나 있어 놀랐다. 소설 쓰기라고 했지만 간단한 글쓰기 연습으로 소설은 아주 좋다. 물론 이것은 시인이 시를 쓰기 위해 말한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나 소설을 한 번쯤 써보려고 했을 것이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때 자신이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들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된다. 이것을 아주 오랫동안 해야 한 편의 시나 소설이 탄생한다. 예전에 수업용으로 시나 산문을 쓰면서 얼마나 힘들어했던가. 자신을 짜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냥 바라보고, 만지고, 냄새 맡거나 귀 기울이며, 여러분이 직접 되어보세요. 여러분이 이렇게만 하면, 단어들이 마치 마법처럼 스스로를 돌볼 것입니다.” 이 문장은 시가 쉬운 것처럼 말한다. 만약 이처럼 시가 쉬웠다면 시인들이 시를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 좋은, 훌륭한 시인이란 단서는 빠져있다. 사실 시는 누구나 쓸 수 있다. 시를 쓰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들도 많다. 시집을 읽으면서 공부하는 방법도 있다. 이 책도 소재들을 통해 시를 쓰는 법을 가르치면서 훌륭한 시인들의 작품을 보여주지 않는가. 다만 내가 이 시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

 

재밌는 사실 중 하나는 이 책이 해적판으로 여러 번 나왔고, 이 책의 역자이자 시인인 김승일이 이 책에 아주 많은 애정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다. 역자의 말에 의하면 여러 번 사고,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이번에 번역까지 했다니 대단하다. 그리고 이 책 속에 테드 휴즈의 시가 상당히 많이 들어 있다. 쉽게 다가온 시도 있지만 어떤 시는 난해했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은 시들은 가족들에 대한 시였다. 실재 인물에서 시작해 상상력이 동원된 시는 다른 시들보다 훨씬 이해가 쉬웠다. 내가 시를 쓴다고 하면 가장 먼저 가족들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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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미사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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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로맨스 소설이란 말보다 청춘 미스터리란 단어에 혹했다. 하지만 이 미스터리는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혹시’하는 생각과 함께 아니길 바라면서 결국 ‘역시’로 끝났다. 내가 바란 미스터리는 솔직히 금방 파악할 수 있었지만 전체적인 가독성이 좋아 상당히 몰입해서 읽었다. 이 미스터리가 오히려 집중력을 방해했다고 해야 하나. 작가가 너무 많은 단서들을 중간 중간 흘려서 읽으면서 아니길, 정말 아니길 바랐다.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아쉬웠지만 재미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모나와 모디는 쌍둥이 자매다. 둘은 똑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 성격은 서로 다른데 언니 모다는 활달하고 적극적이고, 모니는 소심하고 내성적이다. 모디는 명문고 뤼인에 입학한다. 이 고등학교는 상당히 특이한데 집이 부자이거나 유력 가문 출신이거나 공부를 잘 해야 입학할 수 있다. 모디는 공부를 잘해 입학했다. 첫 등교에서 모디가 본 반 풍경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한 학생은 수업에 제대로 참석하지도 않고, 한 여학생은 다른 여학생이 자기 남친을 꼬셨다고 괜히 시비를 건다. 소심한 모디에게 이 학교는 불안해보인다. 그녀처럼 평범하고 소심한 여학생이 그녀에게 다가온다. 우린 그들과 다르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말자고 하면서 단짝처럼 행동한다.

 

첫 등교 후 모디가 피곤해 쉬고 있을 때 모나는 야식을 먹으로 간다. 한 구이집에 들어가는데 어린 점원이 나가라고 한다. 아직 늦은 시간도 아닌데 말이다. 생각보다 훌륭한 음식을 먹고, 한 커플과 대화를 나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불친절한 어린 점원은 모디의 반 친구인 지웨이칭이다. 그는 조폭 집안의 아들이다. 몸이 좋지 않은 모니 대신 모나가 뤼인에 등교한다. 쾌활하고 자유로운 모나는 여럿 사람과 잘 어울린다. 이 일을 계기로 가끔 모나가 뤼인에 와서 모니 행세를 한다. 이 때문에 벌어지는 몇 가지 소동은 이 소설의 소소한 재미 중 하나다.

 

둘은 똑같이 생겨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이 둘은 잘 구별하는 인물이 초등학교 때 리춘안이 있었다. 그런데 뤼인에서도 한 명 나온다. 바로 담임 란관웨이다. 그는 모나가 대신 등교한 그날 바로 다른 사람임을 안다. 이 리춘안을 모디는 짝사랑했다. 리춘안은 모나를 좋아했고. 이 둘의 갈등이 빚어진 것도 이때부터다. 서로 다른 중학교로,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리고 3년 전 사건에 대한 작은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날의 사건은 둘이 싸우고, 모나가 바다에 빠진 것이다. 이 둘은 언제나 리춘안이 어떻게 똑같이 닮은 그들을 그렇게 잘 구분하는지 의문이었다. 란관웨이처럼 행동과 분위기로 구별하기에는 너무 어린데 말이다.

 

지웨이칭이 갑자기 모나에게 키스를 한 사건은 로맨스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다. 이것을 모니에게 숨겼고, 모니는 지웨이칭을 겁낸다. 이 둘의 상반된 반응과 행동은 지웨이칭을 어지럽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니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만 어릴 때 리춘안을 두고 있었던 일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모나는 자주 구이집에 가면서 지웨이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둘의 사이가 가까워지고, 모니도 이것을 안다. 학교 축제는 이 학교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하나씩 드러나는 계기가 된다. 숨겨져 있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때 고위층과 이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이 가진 문제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뒷표지에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어려운 이유로 때때로 본인 스스로 구원받길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사건이 축제일에 일어나지만 진짜 이야기는 숨겨져 있다. 가족, 연애, 치유, 미스터리를 모두 담고 있다고 하지만 나를 끝까지 사로잡은 것은 연애와 미스터리다, 청춘들의 달콤한 연애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교정을 걷고 싶었다는 커플의 이야기는 현대의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연애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쉽게 알 수 있는 미스터리의 단서를 좀더 많이 숨기고, 청춘들의 매력을 더 부각시킨다면 더 재밌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의 내용이 궁금한데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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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분 생활자 - 혼자서 잘 먹고 잘 사는 중입니다
김혜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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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의 일인 라이프. 솔직히 처음에는 큰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 요즘 세대들의 삶을 한 번 보자는 생각이 먼저였다. 목차에 나오는 조금 자극적인 제목인 ‘자위하세요?’란 제목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하나씩 사라졌다. 어떤 글에서는 동생과 자취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어떤 글은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남자였기에, 다른 시대를 살았기에 알 수 없는 경험들도 많이 나왔다. 간결한 문장과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글은 가독성도 좋고 재미있었다.

 

여성 혼자 집을 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심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여동생과 살 때 동생이 이사할 집을 구하러 몇 번 다녔기에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20대 여성이 살면서 느끼는 공포는 잘 안다. 주변에서 늦은 시간 혼자 다니다가 당한 사건이나 혼자 사는 여성이 남성이 있는 것처럼 꾸민 설정 등은 예전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성인 나는 이것을 연결시켜 생각해보지 않았다. 늦은 밤 귀가하는데 내 앞에 여성이 홀로 갈 때 그녀가 느낀 무서움보다 왜 나를 두려워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였으니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집을 구하러 다니면 늘 마주하게 되는 것이 예산이다. 이 예산이 넉넉하면 쉽게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중개인이 보여주는 집들은 언제나 뭔가가 부족하다. 예산을 생각하면 위치와 집 상태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가 선유도 근처 원룸을 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옛 생각들이 교차했다. 현대인에게 출근 시간은 가격에 반비례한다. 교통이 편하고, 거리가 가까운 직장이 도시 외곽이라면 비용이 낮겠지만 대부분 도심에 사무실에 있다보니 비용은 올라간다.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피로도는 올라간다. 하지만 가깝고 비싸다고 환경이 모두 좋지는 않다. 옆방에서 뀐 방귀소리가 들리고, 옆집 출근 시간이 모닝콜이라면 말 다하지 않았는가.

 

혼자 살기 이야기에 가장 많이 담겨 있는 것은 여성 문제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선택을 반대할 수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그녀 친구의 결혼식은 놀랍고 신선했다. 최근 아내에게 내가 듣는 말들은 집안에서 여성과 남성이 얼마나 차별적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나의 말과 행동에서 그것이 나도 모르게 드러나는 모양이다. 저자는 이런 부분이 아주 불편하다. 남동생이 대학 때문에 올라왔을 때 엄마가 기대한 바를 따르지 않는 이유를 보면 혼자 사는 삶의 편리함과 동생 뒤치다꺼리를 할 마음이 없음이 잘 드러난다. 그래도 동생이 살 집은 같이 찾아주는데 이때도 여성이 느끼는 불편함이 많이 보인다.

 

법적 보호자에 대해 쓴 글에서 강한 문제를 느꼈다. 아무나 법적 보호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친구나 동거자라면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주장에 공감했다. 이런 공감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할머니, 엄마, 딸의 몫이었던 일들에서 각각 다른 느낌으로 공감했다. 요가 예찬에 나의 뒤틀린 몸 상태가 떠올라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가을 백패킹을 떠난 모습에 괜히 부러웠다. 장기간 배낭여행을 해보지 않은 나이고, 차의 편리함에 빠져 사는 나이기에 쉽지 않을 것이란 핑계를 댄다.

 

나를 지켜보는 것이 공포일 것이란 생각을 못했다. 불편하다는 것은 여러 번 느꼈고 들었지만 말이다. 소개팅남 이야기는 그가 보통의 대한민국 남성이란 부분이 눈길을 끈다. 남성 사회에서 남자들의 행동은 남자들이 잘 느끼지 못한다. 혹은 과한 반응이란 말로 덮는다. 자위 이야기는 자극적인 물음과 달리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자는 내용이다. 생각보다 이것을 잘 모르는 여성들이 많은 모양이다. 그리고 마지막 생리컵은 아주 낯설다. 혼자살기에 덜 부담스럽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행동도 많다. 자위도 그 중 하나다. 이 에세이 나온 수많은 이야기들은 내가 만난 수많은 여성들의 삶과 생각이 뒤섞여 있다. 살아온, 살고 있는 환경이 다르니 당연한 일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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