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 가든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6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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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시리즈 유일한 단편집이다. 모두 네 편이 실려있다. 표제작 <로즈 가든>을 제외하면 1993년~5년 사이에 발표한 작품들이다. 미로 시리즈는 번외 편인 <물의 잠 재의 꿈>을 포함하여 모두 다섯 권이다. 현재까지 그 중 네 권을 읽었다. 마지막 작품인 <다크>를 남겨두고 있는데 다 읽고 나면 아쉬울 것 같다. <다크>에서 무라젠의 죽음이 나온다는 것을 듣고 가슴 아파했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더. 하지만 미로와 무라젠의 매력을 맛본 사람이라면 끝을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리즈 중 가장 먼저 번역 출간된 것이 <다크>임을 생각하면 말이다.(실제 다른 출판사에서 먼저 번역된 것은 <얼굴에 흩날리는 비>지만 시리즈 완간한 비채에서 가장 먼저 출간한 작품은 <다크>다.)

해설을 보면 가장 나중에 출간된 단편이 표제작 <로즈 가든>이다.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미로의 자살한 남편 히로오가 주인공이다. 그를 통해 본 미로의 과거는 낯설고 위태롭고 굉장히 자극적이다. 작가는 두 개의 시간을 다룬다. 현재는 인도네시아에서 서비스를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고, 과거는 미로의 첫 만남과 이별이다. 특히 미로의 과거사는 굉장한 충격을 주는데 과연 이것이 사실인지 아니면 지어낸 이야기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읽으면서 허구라는 생각이 더 들었지만 히로오에 감정 이입되는 동시에 떨어져 나오면서 약간 혼란이 생겼다. 이 간결한 이야기가 머릿속 기억을 헤집게 만들고 다음 이야기에 호기심을 품게 만든다. 이 단편에서 미스터리는 아마 이 이야기의 진실 여부가 아닐까?

<표류하는 영혼>은 자살한 여자의 약령을 다룬다. 이 시리즈의 성격 상 악령은 당연히 가짜다. 그녀가 살고 있는 맨션에 등장한 이 악령은 한 여자의 자살에서 비롯했다. 조그만 맨션 안에 뒤엮인 관계가 풀려나오는데 소소한 재미가 있다. 소품으로 미로의 성격 등이 잘 드러나 있다. 과연 악령의 정체는 무얼까? 왜 그런 악령이 등장했을까? <혼자 두지 말아요>는 사랑 이야기다. 중국 접대부를 사랑한 한 남자가 사랑을 확인하고자 하면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다. 너무나도 예쁜 중국 접대부 애인의 마음을 확인해달라는 황당한 의뢰를 한 남자가 한다. 당연히 의뢰 거절이다. 그리고 곧 그가 살해당한다. 이 의뢰 거절에 미안함을 느끼고 가슴 아파한 미로가 사건을 수사한다. 이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는 신주쿠의 풍경은 낯설다. 꼬인 관계는 감정의 혼란과 믿음 부족 등으로 더욱 복잡해진다. 결국 드러나는 사실은 아이러니한 현실을 담고 있다.

자신들이 몰랐던 딸의 숨겨진 과거를 아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사랑의 터널>의 첫 장면이 딸의 죽음으로 숨겨진 과거를 안 부모에게서 시작한다. 딸 메구미는 타고난 재능으로 SM클럽의 여왕으로 불렸었다. 부모는 딸이 살았던 집에 가서 그 흔적을 모두 없애달라고 미로에게 요청한다. 그런데 이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한 미로의 행동이 한 발 늦었다. 다음날 간 그 집은 이미 누군가가 온통 헤집어 놓은 상태다. 쉽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의뢰가 이제는 단순 사고로 알려졌던 사건을 재조사하는 수순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짐작했던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설명은 현실이 지닌 무거움을 그대로 반영한다. 미스터리적인 재미가 가장 강한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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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조명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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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사람의 인생을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각자의 시각에서 볼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한 사람의 인생이 누구 한 명에 의해 완전히 밝혀질 수 없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밖으로 드러난 행동과 말로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있지만 그 속내나 의도까지 완전히 알 수는 없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를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느낌과 생각 등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그를 그려낼 뿐이다. 이 그림이 개인의 느낌이나 철학 등과 어울리고 어느 정도 객관성을 확보할 때 잘 된 전기나 평전이라고 말한다. 밖으로 드러난 사실조차 왜곡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요즘 객관성은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왜곡되기 쉽다. 그런 점에서 모든 사람이 거짓말쟁이라는 이 제목은 함축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30 여년 전 에스파냐의 한 아파트 발코니에서 한 남자가 투신자살한다. 그의 이름은 알레한드로 베빌라쿠아다. 그는 아르헨티나 망명 작가다. 이 작가가 스페인에서 출간한 작품은 단 한 편이다. <거짓말 예찬>이다.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도 특이하다. 그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애인이 청소하다가 이 원고를 발견하고 읽은 후 한 출판업자에게 출간을 의뢰한 것이다. 이 작품을 읽은 출판업자는 책을 출간하게 되고, 출판기념행사에 그를 초대한다. 하지만 그는 왠지 모를 이유로 그 장소를 떠나고 얼마 후 투신자살한다. 왜 최고의 순간이 될 수 있는데 그렇게 했을까? 이 소설은 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쫓는 동시에 각각 화자들의 개인사를 같이 삽입한다. 이 작업을 통해 베빌라쿠아의 삶과 화자들의 삶이 겹쳐지고 각자의 시각에 따라 입체적인 삶의 모습이 그려진다.

첫 번째 화자는 저자인 알베르토 망구엘이다. 그가 말하는 알레한드로 베빌라쿠아는 순탄한 삶을 산 인물이 아니다. 망명 작가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적 압박과 고문도 당했다. 어릴 때는 할머니 손에서 엄격하게 자랐고, 사랑하는 아내는 독재와 싸우다 사라졌다. 망명 후의 삶도 그렇게 풍족하지 않다. 화자가 말하는 그의 삶은 불안과 우울함으로 가득하다. 소제목이 <변명>인 것은 그가 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분량인데 그의 유년기, 청소년기 등도 같이 다루면서 삶의 행적을 보여준다.

두 번째 화자는 그의 애인이자 <거짓말 예찬>을 발견하고 출간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던 안드레아다. 그녀를 통해 드러나는 그는 처음과 다르다. 많은 여자와 자유롭게 만나고 활기차 있다. 그녀를 통해 어떻게 그 걸작이 출간되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가 감옥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세부적으로 다룬다. 이것은 다음 화자의 등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세 번째 화자는 바로 그 감옥에 함께 수감된 인물이다. 편지를 통해 그는 자신의 삶과 베빌라쿠아의 접점을 말하고, 그 걸작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출판기념행사장에서 왜 그가 도망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하나의 가정이 되기도 한다. 여기부터 베빌라쿠아를 다루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그는 다른 사람에게 하나의 조그만 추억이 된다.

다음 화자는 그의 삶보다 화자의 삶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역사의 어두운 한 면을 보여주는데 그 시대의 공포가 느껴진다. 소제목이 <두려움에 대한 참작>이란 것도 의미심장하다. 화자는 소위 말하는 밀정 역할을 한 인물이다. 화자와 그의 접점은 한 여자에서 시작하여 감옥으로 이어진 후 마드리에에서 다시 연결된다. 이 일련의 과정은 화자의 집착과 다름없다. 그의 시각은 객관성이 떨어지는 적의 입장을 대변한다. 당연히 그의 작품은 별 볼일 없는 소설이고, 그의 죽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의 투신자살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제공해주면서 또 다른 베빌라쿠아의 삶을 만나게 된다.

마지막은 이 모든 인터뷰를 진행했던 기자 테라디요스다.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 사연을 말한다. 사실과 다르게 알려져 왔던 과거사를. 사람들이 말하거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실이 어느 한 순간 완전히 뒤집히는 경험을 한 것이다. 여기서 책 제목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이 새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의 초상을 그려내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에 대한 많은 것들을 단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에 대한 글쓰기를 단념하는 순간 그가 명확하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자신의 베빌라쿠아를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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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식여행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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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경쾌하고 재미있다.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이다. 먼저 출간된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가 상당히 흥행하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가졌다. 요즘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일본 미스터리를 생각할 때 선택이 쉽지 않다. 사놓고 보지 않은 책이 적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더욱더.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대박이라는 느낌도 물론 없다. 하지만 다른 작품과 이 시리즈를 계속 읽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만든다. 그 힘은 바로 유머스럽고 개성 있는 캐릭터와 간결하고 빠르면서 잘 짜인 전개다. 특히 사건의 중심에 있는 류헤이와 자형이었던 탐정 우카이 콤비와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 콤비가 큰 몫을 했다. 

소설은 두 개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류헤이와 스나가와 경부 형사 콤비의 시점이다. 류헤이가 사건의 중심에서 혼란과 공포를 겪는다면 형사 팀은 우연과 탐문조사로 사건의 핵심에 한 발 다가간다. 분명하게 류헤이가 범인이 아니고 형사들도 범인이 아니라고 작가는 사전에 공지를 한다. 뭐 가끔 이런 공지 자체가 트릭인 경우도 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절대 아니다. 이렇게 두 개의 시점 전환을 통해 작가는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주게 되는데 이것이 캐릭터의 힘과 합해져서 몰입도를 높여준다. 거기에 류헤이가 처한 밀실 트릭은 고전 미스터리 밀실 트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지방 별 볼일 없는 이카가와 대학 영화학과 재학생 류헤이는 취직 걱정을 하다가 선배 모로 고사쿠의 회사에 취직 내정된다. 이 때문에 여자 친구 곤노 유키가 그를 차버린다. 야망이 없다는 이유로. 그냥 무시하고 살려고 하지만 쌓였던 감정이 폭발한다. 이때 선배 모로가 구원의 손길을 뻗친다. 보고 싶은 비디오를 들고 와서 함께 보자고. 류헤이는 <살육의 저택>을 말한다. 그리고 사건 당일 이 비디오를 빌려서 선배 집으로 간다. 그가 선배와 비디오를 보고 있는 사이 전 여자 친구 곤노 유키가 칼에 찔린 후 집에서 떨어져 죽는다. 얼마 후 선배는 목욕하러 갔다가 시체로 발견된다. 시체를 발견한 그는 실신하고 무려 10시간 후에 깨어난다. 집을 둘러보니 밀실 상태다. 친구를 통해 전 여친의 죽음을 들은 그는 당황하고 현장을 훼손한 후 도망간다. 유력한 용의자가 도망을 다니고 형사들은 그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 둘의 엇갈림과 만남 속에 사건의 단서들이 하나씩 풀려나온다.

도망간 용의자가 도움을 요청한 인물이 탐정인 우카이다. 그는 류헤이의 말을 듣고 밀실 트릭에 대한 해답으로 내출혈 밀실설을 주장한다. 그런데 이 트릭은 사건 당일 밤 그 집 앞에서 오토바이를 고치고 있던 증인에 의해 깨어진다. 시간이 맞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다른 가설을 말한다. 그런데 이 두 주장은 모두 증인의 존재로 인해 깨어진다. 단순히 생각하면 그 증인이 범인이면 된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번역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바로 여기서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가 등장한다. 그가 바로 스나가와 경부다. 그의 사건 설명은 이 소설이 얼마나 정교하게 짜인 소설인지를 알려준다. 그냥 무심코 지나갔던 문장과 단어와 장면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물론 그가 두 사건을 모두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콤비 대결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형사 콤비다. 모든 사건의 화살이 류헤이로 향해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를 범인으로 몰고 가면 되지만 스나가와 경부는 류헤이에게 사건 진행 상황을 반복해서 듣는다. 바로 그 속에 답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실제 그 이야기 속에서 답을 찾아낸다. 그의 멋진 추리는 이 소설의 백미다. 능력 있는 형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물론 완전히 능력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 부족한 부분이 이 형사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괴팍한 취미생활과 더불어. 

이 가상의 도시 이카가와를 무대로 소설들이 나왔다고 한다. 이 재미있는 인물들이 다시 어떻게 등장할지 모르지만 기대된다. 처녀 장편이라고 하는데 트릭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어떻게 보면 약간 억지스럽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 있지만. 그러나 이 부분도 완벽한 탐정이나 형사가 아니라 뭔가 부족한 인물을 등장시켜 반감을 상쇄시킨다. 그리고 이 책 앞표지는 읽는 동안 등장인물 한 명씩 연결하는 재미를 준다. 더불어 중요한 단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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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
최성일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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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주의자 고 최성일 씨의 서평 모음집이다. 그냥 보통의 서평 모음집이라면 눈길이 가지 않았을 것이다. 책을 선택하고 인터넷서점에서 검색하면 수없이 많이 올라온 서평들이 있고, 따로 서평만 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서평들을 통해 새롭게 가치를 발견하고 사야할 책을 고르는 재미가 있다. 어찌 보면 이런 책을 읽는다는 것은 모든 책을 읽지 못하니 다른 이를 통해 그 책의 가치를 깨우치고 읽은 듯한 느낌을 가지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그 중에 내가 읽은 책이나 가지고 있는 책이 있다면 더욱 좋다. 이 책의 선택은 바로 읽은 책 몇 권과 가지고 있는 책들이 여러 권 겹치고, 짧게 맛보기로 나온 서평이 잘 정돈된 문장으로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나 자신도 서평을 꾸준히 쓰고 있다. 처음엔 무지 힘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너무 술술 쓰여 오히려 걱정이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평을 쓴다는 것 자체가 힘겹다. 왠지 모르게 책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기교적으로 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뭐 사실 그런 부분도 적지 않다. 그리고 다른 이의 서평을 읽으면서 참 잘 썼다고 생각한 글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화려한 수식과 분석을 동원해 서평을 쓰지만 핵심이 빠진 듯한 글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짧게 말해 현학적이다. 물론 나의 이해도와 인식이 부족해 그 재미나 가치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인터넷 서점의 서평 속에는 그 속에 내가 쓴 것도 적지 않다. 부끄럽지만 그냥 둔다. 나의 책읽기 흔적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도 고 최성일 씨의 아내가 남편의 서평들을 모아서 내놓은 것이다. 결코 많은 권수는 아니다. 예전에 장정일의 독서일기에 비하면 부족한 숫자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방식을 지향한다. 단순히 읽었다는 기록이 아니라 책을 비판적으로 읽고 그 핵심 내용을 풀어낸다. 그 깊이와 넓이가 대단하다. 겹쳐 읽은 몇 권의 서평을 보고 나의 내공이 한참 부족함을 느낀다. 그리고 당연히 사야할 책 목록이 만들어진다. 물론 집에 읽는 책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더 늘어났기도 했지만.

적지 않은 서평들을 하나씩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 서평은 그가 책에서 뽑아낸 감상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조하는 비판적 책읽기는 최근 잊고 있던 본래의 독서 목적을 일깨워준다. 각 서평들에 담긴 저자의 시선은 책에 따라 다양한 감성과 이성을 품어낸다. 따스함과 무거움과 안타까움과 분노 등이다. 그의 다른 책을 생각하면 마지막 파트의 서평들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평으로 요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난해한 경우가 있다. 그가 쉽다고 말한 책이 너무 어렵게 읽혀 머리를 싸맨 적도 있기 때문이다. 뭐 나도 가끔 남들은 어렵다고 하는데 재미있게 단숨에 읽은 적이 있기는 하지만.

책읽기는 사실 개인의 취향과 전문분야 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인문학 서적을 자주 읽는 사람에게는 그런 서적들이 주는 난해함이 덜 할 것이고, 나처럼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또 다를 것이다. 고 최성일 씨가 인문주의자라고 하지만 소설을 멀리 하지 않은 것처럼 나도 인문학 서적을 전혀 읽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처럼 책에 대한 책 읽기도 좋아한다. “읽기 위해 쓰고, 쓰기 위해 읽는다.”는 그의 말은 요즘 절실하게 다가온다. 아마 글 쓸 생각이 없다면 책 읽기도 상당히 많이 줄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한 권의 책이 저자의 삶의 일면을 녹여내었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책의 핵심을 드러내고 우리의 현실을 말하는 글들이 가슴으로 다가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서평을 타협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고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잘 정리된 문장과 내용은 서평 쓰기의모범으로 삼아야할 것 같다. 그리고 풍부한 지식과 서지에 대한 정보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였을지 알려준다. 한 권의 책이지만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책들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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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바보를 기다리며 - 2012년, 그날이 오기 전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대한민국 이야기
손석춘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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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 씨를 처음 접한 것이 2000년대 초반이다. 인터넷 한겨레신문을 통해 그의 글을 만났고, 메일 형식으로 보내온 글을 통해 그를 인식하게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삐딱한 나에게 그의 글은 통쾌했다. 아니 사회를 새롭게 보는데 도움을 주었다. 기자 손석춘을 소설가 손석춘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 <아름다운 집>이었는데 이 소설을 읽고 감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기자가 소설을 쓴다는 것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한 편으로 완전히 깨졌었다. 이후 흐지부지된 메일 주소와 다른 관심사로 자주 그의 글을 읽지 못했는데(그 사이 단행본 두세 권을 더 샀으나 읽지 않았다) 최근에 즐겨듣는 ‘나는 꼼수다’ 덕분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꼼수다’와 이 책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하지만 최근 이 팟캐스트로 정치에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아니 디테일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책에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나꼼수’도 오고가는 차 안에서만 듣는다. 점점 이 분야에서 게을러지고 있다. 일 년에 몇 권 읽지 않는 사회, 경제, 정치 분야 책을 생각하면 이 책의 선택은 분명 잘한 선택이다. 예전 추억도 떠올리고 논설위원이었던 그의 날카로운 분석을 다시 접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의 글 속에서 새로운 정보 몇 개와 잊고 있던 역사의 단면들을 만나게 된다. 반갑고, 부끄럽고, 안타깝고, 속 타는 그 순간들을 다시 만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새롭게 쓴 것이 아니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그가 쓴 글들을 모은 것이다. 정치, 경제, 언론, 미래 등 네 파트로 엮어 놓았다. 부제에 ‘2012년, 그날이 오기 전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대한민국 이야기’라고 써놓았다. 제목도 바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그렇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공과 실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평가하자고 주장한다. 이것은 이명박 정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누구의 표현을 빌리면 공이 거의 없어 실만 말해야 하지만.

정치 파트에서는 이명박 씨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하여 우리 정치판의 어두운 부분을 날카롭게 꼬집고 비판한다. 짧은 글들이다 보니 자세한 정보가 많이 나오지 않지만 핵심을 짚어가는 통찰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잊고 있었고 의미를 잘 몰랐던 현실들을 되짚어보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현실 정치가 주는 어둠을 완전히 거둬내지는 못한다. 단지 희망의 싹을 보고 변화의 가능성에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는 정도에 머문다. 물론 그의 말처럼 나의 공부와 실천이 변화의 밑거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제 파트로 가면 역시 삼성과 만나게 된다. 개인적으로 삼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조.중.동 등의 언론을 통해 보게 되는 삼성의 이미지보다 뒤에 숨겨진 사실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이명박 가카 위에 있는 이건희라는 글에 고개를 끄덕인다. 엄청난 경제 사범인데 너무 쉽게 사면을 받고 다시 언론의 환대와 칭송 속에 무대 앞으로 나온다. 그들이 어떻게 언론플레이를 하는지 선배와의 대화로 알고 놀랐었다. 이 일련의 과정과 포탈사이트 삼성관련 기사 등을 보면서 이 엄청난 기업의 좋은 점보다 나쁜 점에 더 눈길이 간다. 나의 네거티브한 이성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언론. 한국에 제대로 된 언론이 있느냐 묻는다면 바로 답하기 쉽지 않다. 특히 조,중,동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전에 아무것도 모르고 언론의 기사를 그대로 믿은 적이 있다. 교묘한 논조와 주장은 뒤에 감춰진 의도에 따라 나를 뒤흔들었다. 그러다 그들이 어떻게 여론을 반영하지 않고 여론을 조작하는지 보면서 왜 조,중,동이 문제인지 알게 되었다. 최근 신재민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재계와 언론의 부패 밀월관계는 깊고도 넓다. 언론 장악을 위해 그들이 지금까지 해온 행동들이 얼마나 무섭고 악착스럽고 반민주적인지 알게 되면서 또 다시 희망의 불씨에 대한 회의가 생긴다. 그런 신문을 읽고 신봉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미래는 나를 비롯한 기성세대와 청춘들의 몫이다.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나부터 바뀌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실천해야 한다. 공부해야 한다. 힘들다고 포기하는 순간 미래는 점점 사라진다. 불과 몇 년 전 촛불에서 미래의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하고 좋아했는데 그 기운과 열정이 점점 사그라지는 것 같다. 이 기운과 열정과 바람을 기성 정치인들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익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에게 기득권을 버리라고 했지만 그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있다. 저자가 진보대통합을 외치고 가능성에 더 많은 눈길을 주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하지만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 나라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없지 않는가.

저자의 글 한 편 한 편을 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운다. 정치와 사회뿐만이 아니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순우리말은 오랜만에 나로 하여금 사전을 찾아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그 단어의 쓰임새가 너무 자주 나와 낯설게 느껴지는데 그것은 그만큼 나의 순우리말 실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언제부터인가 영어와 외래어를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게 되는데 반성하고 줄일 필요성을 느낀다. 그런데 저자의 순우리말 쓰임새와 달리 목차를 ‘파트’로 나눈 것은 조금 아쉽다. 조금 더 세심하게 편집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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