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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3기 서평단은 오랫만에 신청했고 선정되었습니다.

어느 순간은 원하는 책을 받아서 기뻤고 어떤 책은 읽기가 쉽지 않아 약간 곤혹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순간들을 지나오면서 느낀 것은 즐겁고 신나고 흥미로웠다는 것입니다.

 

이 책들 중에서 다섯 권을 뽑는다면 가장 먼저 <결괴>가 눈에 들어옵니다.

 

1. 결괴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이번에야 제대로 재밌게 읽었습니다. 물론 중요한 것들 중 놓친 것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단권으로 나온 책을 아주 힘겹게 읽었던 기억을 생각하면 약간 의외라고 할까요.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에 자신감을 심어줬다면 과도한 반응일까요?

 

 

 

2. 제7일

위화를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언제나 삶의 현장을 풍자적으로 들려주기 때문이죠. 저승에서 보내는 7일이지만 이 보다 더 현실적인 7일은 없겠죠. 요즘 <허삼관매혈기>을 한국 버전의 영화로 만든다고 하니 다시 한 번 위화 열풍이 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3. 천국에서

  김사과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한 모습을 제대로 들여다본 느낌을 받았습니다. 후일담처럼 흘러나온 과거의 유물이 허세와 거짓임이 드러날 때 발가벗은 듯한 느낌을 받았고, 새로운 삶의 희망이 싹틀 때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4. 블랙스완그린

성장에 대한 강박없이 그 나이를 산 아이들의 진솔한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읽을 때보다 다 읽은 지금 더 많은 것들이 연상되면서 생각의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두툼한 것도 또 하나의 장점입니다.

 

 

 

 

5. 천국보다 낯선

낯설지만 낯익은 장면들은 영화에 대한 예전의 열정을 떠올려줍니다. 요즘은 그 열정이 사그라들었지만 그 당시의 열정과 추억은 지금도 생생하게 몸에 새겨져 있습니다. 이장욱이란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 것도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이 다섯 권 중 최고로 꼽으라면 힘들지만 새롭게 작가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해준 <결괴>를 선택하겠습니다. 앞에서도 썼지만 <장송>이나 다른 책에 대한 용기를 주었다고 해야 하나. 독서의 단계가 조금 더 올라간 허영심을 살짝 집어넣어준 것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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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 오늘의 젊은 작가 4
이장욱 지음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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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짐 자무쉬의 영화다. 처음에는 단순히 제목만 같다고 생각했는데 목차를 펼치니 각 장의 제목들이 상당히 낯익다. 이 목차의 제목도 모두 영화 제목이기 때문이다. ‘전부’가 아니라 ‘상당히’란 표현을 쓴 것은 몇몇은 내가 모르거나 알쏭달쏭했기 때문이다. 한때 누구나처럼 미친 듯이 영화를 보고, 감독 이름을 외우고, 그들의 작품을 찾아서 보던 시절이 지나간 탓에 더 그렇다. 만약 요즘 누군가가 나에게 짐 자무쉬의 영화를 보라고 하면 거의 보지도 않을 것이지만 본다고 해도 졸고 있을 것 같다.

 

제목과 함께 옆에 사람 성이 같이 표기되어 있다. 정, 김, 최. 이들이 바로 각 장의 화자다. 이들은 번갈아가면서 등장한다. 같은 순서로 진행되다가 중간에 순서가 한 번 바뀐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잘 모르겠다. 찾게 된다면 이 세 남녀의 시작과 끝을 ‘정’이 맡고, 이들이 숨겨놓은 감정과 사실을 정리하는 역할이라고 할까. 개인의 심리 묘사가 주를 이루는 소설에서 서로 겹치는 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이때 이 바뀐 순서가 그들의 심리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전모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각자의 기억 속에 스스로 왜곡하고 편집했던 기억들이 겹쳐지고 제3자의 시선으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낯설고 건조하고 황량한 분위기다. 세 명이 한 차를 타고 움직이지만 그들 사이에 대화는 거의 없다. 친구 A가 죽어 문상을 가는 길이다. 이 세 명에게 A는 각각 다른 모습으로 기억되어 있다. 에피소드 중 하나가 응원단에 대한 것이다. 그들의 기억이 모두 불명확하다. 이런 분명하지 않음이 이 소설 전체에 가득하다. 물론 나중에 가면 그들은 자신들이 숨겨둔 속내와 감정들을 솔직하게 토해낸다. 이때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가 영화의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이다. 영화 제목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보지 않은 영화가 더 많아 잘 모르겠다. 봤다고 더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평범한 로드 무비 같았던 이야기가 중간에 바뀐다. 시간의 순서가 뒤섞이고, 낯선 장소가 나오고, 이상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장면들을 볼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스티븐 킹이다. 일상에서 낯설고 공포스러운 세계로의 전환을 다룬 그의 소설이다. 반복되는 단어와 익숙한 듯 낯선 공간은 앞에 정이 느낀 이질감을 돌아보게 만든다. 깊고 길고 어두운 터널이 반복적으로 나온 뉴스와 결합해서 나중에 새로운 이미지와 정보를 전달한다.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과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안팎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갈라질 수 있다.

 

화자로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네 명이지만 ‘염’은 마지막 장만 맡았다. 이 때문에 앞에 나온 모든 이야기가 현실과 분리된다. 시간과 공간이 일반적 물리법칙을 벗어나고 이야기 속에서 변주를 불러온다. 마지막 장면을 또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A의 영화와의 연관성을 다양하게 고민할 수 있다. 만약 두 시간과 공간이 차원을 다르게 표현된 것이라면 겹치는 이미지로 나타날 것이고, 현실과 비현실로 인식한다면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뉠 것이다. 개인적으로 후자 쪽이다. 염이 본 뉴스가 이런 생각을 더 강하게 만든다. 그 뉴스가 비현실이라면 다른 문제가 되겠지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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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으며 제자백가를 만나다
채한수 지음 / 김영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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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백가와 춘추전국시대에 대한 호기심은 이전부터 있었다. 지금까지 읽은 수많은 책 속에서 제자백가 이야기를 만났다. 하지만 제대로 제자백가의 저서를 읽은 적은 없다. 가장 많이 읽은 것으로 꼽는다면 <장자>가 될 것이다. 많은 철학자들이 장자에 매혹되어 자기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놓았다. 원문을 번역하고 주석을 붙이거나 아니면 장자의 전체 흐름을 새롭게 풀어내었다. 읽을 때마다 감탄하고 알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냥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수박 겉핥기식 독서의 결과다. 이것은 <논어>도 마찬가지다. 사놓은 해석 책이 몇 권 되지만 한 번도 읽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른 책은 어떻겠는가.

 

제자백가를 제목에 넣었지만 여기서 다루는 책은 모두 열 권이다. 장자, 열자, 한비자, 전국책, 여씨춘추, 논어, 묵자, 맹자, 회남자, 안자춘추 등이다. 분량으로 따지면 <장자>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한비자>다. <열자>까지는 어느 정도 분량이 되지만 나머지는 다루고 있는 내용이 그렇게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 <묵자>와 <회남자> 내용이 많이 궁금했는데 너무 적은 분량이라 아쉬웠다. 현재 남아 있는 내용도 실제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을 알지만 특별히 찾아서 읽지 않으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책들이 아니라 더 그런지 모르겠다.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먼저 앞에 말한 열 권의 고전을 선택한다. 각 고전 속에서 이야기를 뽑아 저자가 편집한 내용을 나열한다. 그리고 이 내용에 대한 각각의 해설을 단다. 이 작업의 연속인데 저자의 의도에 따라 편집된 부분이 많다. 원문을 그대로 해석하지 않고 이야기 식으로 풀어내었다. 그래서 처음 접하는 사람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었다. 해석에서 본문에 생략된 부분을 말해주는데 어떤 부분은 과도한 편집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이해되지 않던 부분을 잘 알려줘서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준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 중 90% 이상은 한두 번 본 것들이다. 원전의 해설서를 읽으면서 혹은 다른 책들 속에 인용된 것에서나 고사성어에 대한 해설 등에서. 하지만 몇 가지 이야기를 제외하면 전혀 원전을 몰랐다. 한 번도 <열자>나 <전국책>이나 <회남자> 등에 실린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이야기를 기억하는 것만으로 친다면 출처를 알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출처가 중요하다. 그것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맹자>의 ‘닭 도둑의 변명’이야기는 현재에 그대로 적용된다. 이전 정권의 부자 감세 정책은 신속하고 대대적으로 벌어졌지만 현 정권의 부자 증세 정책은 아주 더디다. 대신 사람들의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 간접세의 증세는 신속하다. 가진 자들을 위한 변명은 언론을 통해, 정부 관료의 입을 통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경제 위기, 혼란, 성장 우선 등의 변명들 말이다. 하지만 이 변명의 이면에는 현재를 고착화시켜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저자가 해석에서 정치인들을 질타한 것도 이런 현실에 대한 반작용이다.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불만인 것이 몇 개 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춘추전국시대 각 나라의 수도로 서울이라고 호칭한 것이다. 서울과 수도를 같은 것으로 놓고 무심코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서울이 곧 수도라는 철학을 가지고 쓴 것인지 궁금하다. 무심코 사용한 것이면 수정해야 할 것이고, 자신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면 헌재의 관습헌법처럼, 혹은 <한비자>의 ‘입던 바지가 편하다’이야기의 해설처럼 의식 개혁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오랑캐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사용하고 있는데 조금 더 연구한다면 그 시대 북방민족의 이름을 제대로 적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제목처럼 천천히 제자백가를 만났다. 특별히 신선한 것은 없지만 잘 정리된 이야기는 이전 기억들을 환기시키고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각 유파의 입장을 알 수 있어 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것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더 느낀 것은 유학자들이 권력을 쥐게 된 데는 권력자들의 입맛에 가장 맞는 통치철학이었기 때문이란 것이다. 현재 묵자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놀랐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더 공감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제자백가에 대한 입문서로 권하고 싶다. 단지 입문서로만. 지금 괜히 예전에 읽은 장자에 대한 책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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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3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시원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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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쓰나지마라는 섬을 배경으로 쓴 여섯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책 제목인 <망향>은 단편의 제목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고백> 이후 최고다. <고백>의 영향이 너무 커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을 때면 늘 비교하게 되었다. 사실 이 작품도 앞의 단편을 읽을 때까지는 그랬다. <고백>이 단편에서 장편으로 발전한 것임을 생각할 때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 책을 빌려준 몇 사람들에게 들은 극찬은 지금도 생생하다. 어쩌면 이것은 단순히 나의 취향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의 2기를 열었다는 평은 머릿속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첫 작품 <귤꽃>은 이 책이 단편집이란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읽었다. 조금 긴 호흡으로 읽었는데 갑자기 살인 이야기가 나왔다. 중반까지 한 여자의 섬과 자기 집안 이야기라 방심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아버지의 외도와 죽음으로 섬사람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언니는 왕따까지 당하고 있었다. 귤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하던 어느 날 언니가 남자와 달아났다. 그 후 긴 시간이 흘렀고 언니는 작가로 성공했다. 섬은 인구 감소로 인해 다른 시에 합병되게 되었다. 합병 행사에 초청 인사 온 언니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인사건 이야기는 비약처럼 다가왔고, 이어지는 진실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바다별>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이야기를 추억으로 풀어낸다. 실종을 죽음으로 보지 않고 밤마다 아버지를 찾아다니는 엄마와 함께 성장한 한 소년의 기억을 다룬다. 이 추억 속에 한 어른이 끼어든다. 그의 등장은 머릿속에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저런 상상 속에 밝혀지는 마지막 사실은 역시 반전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진한 여운도 남긴다. <꿈나라>는 할머니의 위압적인 권위에 짓눌렸던 소녀의 과거가 현재의 놀이동산 속에서 떠오른다. 너무나도 가고 싶었던 드림랜드를 결혼 후에야 가게 된 사연을 보여주는데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은 섬뜩하다. 절망 속에서 손녀가 선택한 것은 살인에 버금간다. 화려한 놀이기구보다 추억 속 놀이기구에 감동하는 그녀의 모습은 가슴이 아련해진다.

 

<구름 줄>은 한 가수의 추락으로 시작한다. 그는 길거리 가수에서 시작하여 인기 가수가 된 인물이다. 그의 어머니는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다. 이 사실은 섬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엄마는 섬을 떠나지 않고 모두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면서 살아간다. 성공한 가수인 그는 살인자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두렵다. 이 두려움이 학창 시절 그를 괴롭혔던 지방 유지의 아들 마토바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게 한다. 창립 50주년 행사와 섬사람들이 보여준 반응은 의도적이고 위악적이다. 가수의 약점을 파고든다. 결국 무기력한 그가 선택한 것이 자살이다. 그 후 밝혀지는 살인의 진실은 가슴이 먹먹하게 만든다.

 

<돌십자가>는 추억을 위기와 함께 엮어 풀어내었다. 낯선 섬에 오게 된 사연과 악의적인 소문은 한 여학생의 학교 생활을 힘들게 만든다. 이때 존재감이 없던 메구미와 친구가 된다. 이 둘이 함께 하면서 찾아내는 십자가의 희망은 현재에도 이어진다. 메구미의 전화가 좋은 친구란 이런 것이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빛의 항로>는 이 소설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왕따를 정면에서 다룬다. 작가의 의지인 듯한 “왕따, 나는 이 말을 사용하는데 거부감이 든다. 비방, 중상, 절도, 폭력, 이런 도를 넘은 행위를 성인이 저지르면 범죄가 되는데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면 그저 두 글자의 무게감 없는 단어로 의미가 희석된다.”(252~253쪽)는 문장에 눈길이 간다. 점점 소년 범죄가 잔혹해지고 대범해지는 요즘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왕따를 둘러싸고 과거 선생이었던 아버지의 사연을 통해 한 명의 선생으로 좀더 성장하게 되는 모습은 강한 인상과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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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자 - 히말라야 도서관에서 유럽 헌책방까지
김미라 지음 / 호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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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저자에게 두 가지 부러움을 느꼈다. 하나는 영어를 원서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고, 이 능력을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어릴 때 인도 북부의 히말라야 산속에서 학교를 다녔다는 것이다. 물론 이 시기가 저자에게 결코 평탄하고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히말라야 산속을 뛰어다니고 학교 도서관 속에서 비밀의 도서관을 만난 장면을 읽을 때면 가슴 한 곳이 쿵쾅거린다. 하지만 가장 멋진 것은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비행기 표를 끊고 나아간 것이다.

 

모두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멸의 책, 책읽기, 헌책방, 서점 등이다. 개인적으로 앞의 세 장은 재미있었고, 얼마 전에 읽은 책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은 감상이 곁들어 있는 책방 정보라 생각보다 밋밋했다.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는 책방은 흥미로웠지만 단순한 정보로 이어진 듯한 서점 이야기는 백과사전처럼 다가왔다. 이중에서 가본 곳이라고는 딱 한 곳뿐이라 더 그런지 모르겠다. 물론 예전처럼 서점과 헌책방을 찾아다니던 시절의 나였다면 조금 다를 것이다. 뭐 그때는 전혀 외국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아 단순히 상상만으로 즐겼을 테지만.

 

불멸의 책 장에서 건저올린 “그래서 행동은 문자가 아니라 문자로부터 해방된 사람들의 것이었다.”(30쪽)란 문장은 언제나처럼 나의 말뿐인 삶을 뒤흔든다. 그렇다고 갑자기 삶이 변하지는 않는다. 예전에 절판된 책이나 금서를 구한 후 흥분했던 기억은 지금도 가슴 한쪽에 남아 있다. 금서와 애서가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읽은 책과 겹치는 부분은 새롭게 머릿속에서 정리되었고, 다른 부분은 저자가 무심코 사용한 듯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수용미학적 입장으로 풀어낸 이야기에 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커피와 책, 여행과 책, 책 냄새 등은 읽으면서 가장 많이 공감한 부분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집에는 사놓은 책으로 가득하고 언제 읽을지 모를 책 때문에 추가로 책 사는 것이 살짝 두려워졌다. 그렇다고 책사기가 중단되지는 않는다. 단지 속도가 느려질 뿐이다. 사는 것보다 읽기를 더 하고 싶지만 현실 여건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생각보다 느린 진도와 일상이 한껏 끌어올린 속도를 늦춘다. 그렇지만 뿌듯해지는 감정은 책장을 볼 때마다 샘솟는다. 정리하지 못한 책들이 방바닥에 뒹굴거릴 때는 조금 다르지만.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내가 읽은 책들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물론 읽지 못한 책들이 훨씬 많다. 다른 취향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읽은 책들은 나보다 더 깊게 읽는 느낌을 받았다. 그 깊이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이것을 밖으로 드러낼 때 단순한 정보도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그것은 책 여행자라 자칭하는 저자가 세계를 돌면서 경험한 수많은 서점과 책들과의 만남에서 자연스레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녀가 경험한 수많은 서점과 읽은 책들은 어느 순간 조금씩 잊혀 가겠지만 그 경험과 느낌은 살아가는 동안 계속 이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음 책에서는 서점보다 자신이 읽은 책들을 자기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표현한 것이었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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