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오프 밀리언셀러 클럽 139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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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이전에 흥행했던 영화가 먼저 떠오른다. 오우삼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다. 당시 홍콩에서 성공한 그가 과연 할리우드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당대의 두 남자 주인공을 캐스팅한 후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다. 어떻게 보면 말도 되지 않는 설정인데 오우삼 특유의 액션이 잘 먹힌 것이다. 이렇게 영화감독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것처럼 소설가들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단 한두 편에만 등장한 인물이 있는 반면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몇 십 년을 계속한 인물도 있다. 우린 그들의 활약을 보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출간된 후는 열광하며 읽는다. 그런데 이 인물들을 하나의 작품 속에서 만나게 하면 어떨까? 영화 <어벤져스>처럼.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 두 명 정도 짝을 이룬다면 어떨까? 그 결실을 맺는 것이 바로 이 작품집이다.

 

이 놀라운 기획은 국제 스릴러 작가 협회에서 시작했다. 이미 이 협회에서 작가들의 단편을 모아 낸 적이 있다. 그때는 한 작가의 단편이었다. 이번처럼 두 작가가 자신들의 캐릭터를 한 이야기 속에서 펼쳐낸 것이 아니다. 실제 이렇게 같은 이야기 속에 두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지역도 시간도 다른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다른 성격이나 직업도 무시할 수 없다. 협업의 특성 상 자신의 개성을 어느 정도까지 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 협업을 작가들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없다. 다만 이 22명의 작가들의 작품 중 한 번도 읽지 않은 작가도 있고, 이름마저 낯설어 조금 부끄럽고 아쉬울 뿐이다. 더불어 찾아 읽어야 할 작가들의 목록이 더 늘었다.

 

이 단편집의 문을 여는 작품은 대단한 두 작가의 합작품이다. 마이클 코넬리와 데니스 루헤인의 <야간 비행>이다. 코넬리의 보슈 시리즈가 최근에 잘 나오고 있지만 한때는 꼭 내어주었으면 하는 작가 일순위였다. 반면에 데니스 루헤인은 황금가지의 스타다. 이 출판사를 통해 그를 만났고 빠져들었다. 이 단편집 작가 중 유일하게 모든 출간작을 읽은 작가다. 그리고 이 두 작가의 주인공들은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고, 직업도 다르다. 보슈는 L.A 형사고, 켄지는 보스톤의 탐정이다. 이 작품의 무대는 보슈가 보스톤으로 온다는 설정이고, 우연히 한 장소에서 만나 사건을 해결한다. 솔직히 말해 두 주인공이 만나 반가웠지만 둘만의 매력이 충분히 발현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마 장편을 기대한 것 때문이 아닐까?

 

<야간 비행>을 제외하면 솔직히 두 작가를 모두 읽은 조합이 없다. 한쪽을 알면 다른 작가가 낯설다.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작품을 읽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물론 둘 다 낯선 경우도 없지 않다. 이때는 순수하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지옥의 밤>과 <악마의 뼈>가 대표적이다. 특히 <지옥의 밤>에서 보여준 반전과 섬뜩함은 취향에 잘 맞았다. 어쩌면 공포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설정이지만 물고 물리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수리공 잭의 활약을 더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 나만의 것일까? <악마의 뼈>에서 오래된 액션의 한 흔적을 보았고 노인네라는 말에 발끈하는 말론의 모습이 정겨웠다.

 

<가스등>은 읽으면서 <트윈 픽스>의 향기를 느꼈다. <인 더 닉 오브 타임>에서는 현실적인 형사들의 모습이 보였고, <웃는 부처>는 이 시간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등장인물들의 활약보다 이야기에 더 집중한 것이다. 법정물인 <팬더를 찾아>는 왜 북한을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갔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반전에서 솔직히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마 내가 한국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임과 프레이>는 낯익은 링컨 라임에 더 집중했지만 중편에 가까운 분량과 반전들이 이어지면서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두 주인공이 협력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아주 부드럽게 이어졌다.

 

<정차>에서 다시 만난 <사고>의 주인공 글렌 가버 이야기는 조금 잔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딸이 죽음의 위기를 겪어야했다는 사실에서 말이다. 물론 멋진 활약을 딸 켈리가 다시 보여주었지만. <침묵의 사냥>에서 두 주인공이 협력하여 악당을 물리치는데 사실 조금 작위적으로 다가왔다. 세부 묘사가 생략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 작품 <대단한 배려>는 작은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재밌게 마무리한다. 보스톤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의 대결을 그 바탕에 깔고 풀어내는 박력있는 이야기는 대단히 남성적이다. 이 경기의 승자를 정하기 어려웠다는 말에 두 팀의 팬심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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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피
강희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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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키스방에서 일하는 탈북 대학원생의 이야기로만 표현하기에는 그 내용과 역사와 현실이 무겁다. 우리, 혹은 내가 몰랐던 북한의 모습은 얼마 전 다른 책에서 읽고 놀랐지만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 더 놀랐다. 이 소설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 바로 이들의 삶이 어떻게 뒤틀리고 파괴되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탈북자에 대한 시선도 가슴 한 곳에 와 박힌다. 탈북자보다 오히려 중국 조선족들이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차별을 보여준다. 방송에 나온 탈북자들의 모습 뒤에 가려져 있던 실제 그들의 삶이 나의 무지를 일깨운다.

 

포피. 양귀비란 뜻이다. 이 의미 외에도 아편, 돈, 위로, 심지어 아버지란 뜻도 있다고 한다. 화자이자 주인공의 삶처럼 복합적인 단어다. 처음 이 설명을 읽었을 때 잘 이해를 못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 의미들이 하나씩 밝혀졌고, 끝 무렵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그것도 이제 겨우 20대의 삶이 이렇게 힘들고 참혹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가 하고 경악했다. 평온한 일상에 물든 우리는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겨우 만날 수 있는 삶이다. 영화니까, 소설이니까 하고 말하던 인생이다. 과연 이 포피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과장된 것일까? 현실이 소설을 압도한지 이미 오래된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일부만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구성은 포피란 키스방매니저의 이야기로만 이루어져 있다. 일방적으로 그녀의 입을 통해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잠시 다른 사람의 의견이 끼어드는 것도 포피의 반응 속이다. 키스방이란 공간과 입을 통해 이야기가 나온다는 설정이 묘하게 자극적이다. 실제 키스에 대한 섬세하고 자극적인 묘사는 에로틱하다. 그런데 이 에로틱한 키스가 그녀의 삶을 하나씩 풀어내자 안타까움으로 변한다. 아픔으로 다가온다. 좋은 대학의 대학원생이지만 결코 남한 사회에 편입되어 그 자유와 풍요로움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탈북자들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벽은 삼팔선이란 물리적 공간적 벽보다 심리적인 장벽을 더 높게 쌓아두고 있다. 몇몇 탈북자들 중의 성공한 사람과 방송 출연자들로 그 벽을 살짝 가리고 있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그 가림막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가림막을 치우기 위한 조그만 관심이 나를 비롯한 수많은 우리들에게는 아직 없었다.

 

북한의 기아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이전에는 몰랐다. 북한의 독재자 집단은 이 정보를 숨겼고, 우리는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대기근 당시 30십만에서 3백만 정도가 굶어죽었다고 한다. 바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남한은 음식물 쓰레기로 전국토가 신음하고 있을 때다. 한국도 상대적 빈곤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굶어죽을 정도는 아니다. 물론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지금과 그 당시의 복지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말 살기 위해 그들은 북한을 떠나야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기 두려운 독재자는 그들을 잡아들여야만 했을 것이다. 정보가 통제되었고 이 아사자의 숫자는 10배나 차이난다. 정확한 숫자가 없고 추정치만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변함없는 사실은 30만이라고 해도 엄청난 숫자란 것이다.

 

아편과 탈북자란 설정은 상징적이다. 굶주림에 지친 국민을 위해 먹을 것을 심어야 정상인데 양귀비를 심었다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잔혹한지, 미국을 비롯한 수많은 경제적 봉쇄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알려준다. 독재자들에게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달러가 필요하고, 이것을 쉽게 조달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아편이기 때문이다. 독재자들에게는 국민이 굶어죽는다는 사실보다 이것이 알려지는 것이 더 두려운 일이고, 자신에게 필요한 물품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더 불편한 일이다. 단지 하나의 사건만 볼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관계를 봐야한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포피 같은 탈북자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개인은 늘 자신이 살 방법을 찾아야 했다.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또 하나의 장벽을 만난다. 중국 공안이다. 그들은 탈북자를 잡아 북한으로 돌려보낸다. 운 좋게 이들을 피한다고 해도 그들을 받아줄 나라가 많지 않다. 남한으로 와서 새터민이 된다고 해도 그들은 이방인일 뿐이다. 정말 일부만 좋은 회사에 취직이 된다. 정부의 지원이 이들의 취업을 돕는다고 해도 극히 일부일 뿐이다. 이 상황에서 여성의 삶은 더 가혹해진다. 얼굴이 반반하면 할수록 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사람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매춘으로 그들의 삶이 흘러간다. 북한에서 억압되었던 성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열린다. 포피의 엄마가 보여준 이중적인 모습은 이것을 가장 잘 보여준다. 그녀가 북한에 살아남은 남편에게 집착하는 것이 단순히 사랑 때문만은 아니다. 생존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애절한 것은 역시 포피의 사랑이다. 그녀가 사랑했던 의붓삼촌 이야기다. 그녀는 꽃미남 삼촌을 사랑했고, 그는 포피의 엄마를 사랑했다. 이들 사이에 성교가 있었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감정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일방적으로 흘러갈 뿐이다. 포피는 삼촌에게로, 삼촌은 포피의 엄마에게로. 이 흐름 속에 포피를 잠시 흔드는 남자가 등장한다. 같은 탈북자인 체육학과 선배다. 하지만 그의 역할은 대체품일 뿐이다. 한국 사회에 뿌리 내려 살고자 하던 그에게 탈북자란 낙인은 너무나도 깊고 강렬하다. 자신의 외모에 혹한 사람들이 나타나도 잠시일 뿐이다. 그가 선택한 것은 미국으로의 이민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키스방매니저였던 포피의 다음 삶을 암시한다. 그들에게 우리사회가 제대로 된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갈 수밖에 없는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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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
강레오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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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강레오에 대한 나의 인상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를 세상에 알린 <마스터 셰프 코리아>의 심사위원일 때 받은 선입견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 속 그의 행동이 고든 램지를 따라했다고 생각했고, 과연 그가 그들을 그렇게 가혹하게 평가할만큼 내공이 있는지 의문이었다. 어쩌면 그 당시 방송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유명 요리사 중 한 명 정도로, 혹은 과대평가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다. 이것은 그를 TV라는 매체로 짧게 보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물론 이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추구하는 삶과 요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예상한 것보다 깊은 이야기가 많아 그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지우게 되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많은 말을 만들고 있다. 최현석 셰프를 비판한 부분이 문제가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최현석의 예능감과 요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좋아하는데 이것이 강레오의 눈에는 좋게 보이지 않은 모양이다. 혹자가 말한 것처럼 영국 유학파의 자존심이 발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의 오독이라면 사과를 먼저 하고 싶다. 하지만 이런 비판과 논쟁이 나쁘게만 다가오지 않는다. 오해가 있으면 풀면 되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고, 입장 차이가 있다면 그것을 인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언론에서 이것을 부풀려 자신들의 클릭수 올리는데 자극적으로 활용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둘의 관계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왈가왈부할 것은 아닌 듯하다.

 

요리사 강레오. 사실 그의 몇몇 런던 고생담은 이미 방송을 통해 몇 번이나 나왔다. 솔직히 신선하지 않았고, 가슴 깊이 와 닿지도 않았다. 몰라서 그런데 그가 배웠다는 요리사들이 얼마나 대단하지 모르다보니 살짝 의심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의 고생에 약간의 과장이 있다고 해도 몇몇 방송에서 그가 보여준 행동과 지식은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같다. 최근에 본 방송 하나에서 그 이전에 다른 요리사가 보여준 행동이나 표현과 완전히 달랐다. 이것은 단순히 방송을 좀더 많이 한 것 차이가 아닌 요리와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의 차이로 나에게 다가왔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가 얼마나 한식과 재료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지 몰랐을 것이다. 이것은 다른 요리 프로그램에서 셰프들이 보여주는 지식들에서도 잘 드러난다. 폭과 깊이는 단숨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빠르고 가볍게 읽으려고 생각하고 펼쳤다. 그런데 가슴에 와 닿는 문장이나 생각들이 많았다. 그가 힘들게 고생한 것과 이런 저런 경험이 나의 시선을 끈 것이 아니라 그가 추구하는 삶과 요리를 대하는 태도와 생각들이 시선을 끌었다. 우리가 흔히 무심코 하는 말이나 행동 속에서 그 잘못을 끄집어낼 때는 더 했다.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역시 ‘집밥’이다. 언제부터인지 ‘집밥’의 환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식당에서 집밥을 찾고, 엄마의 손맛과 비교하는 것이다. 외지에 나와 오래 산 나에게 솔직히 집밥의 기억은 희미하다. 가끔 가서 먹는 밥이 맛있지만 다른 식당에 가서 이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적이 거의 없다. 강레오의 지적처럼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였던 것이다.

 

이 책 속에는 강레오의 요리와 식당 운영 등에 대한 철학이 잘 나온다. “요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식재료들을 각각의 특성에 맞게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조리해야 궁극의 맛을 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흐트러지지 않는 기본을 갖추는 일이다. 기교나 개성은 그 다음에 스스로 쌓으면 된다.” 그런데 이 기본이 결코 쉽지 않다. 요리 방송을 볼 때 요리관련 전문가나 요리사가 이 부분을 설명해줄 때 깜짝 놀랐는데 이것이 기본이었으니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닌 모양이다. 식당과 화장실의 청결문제나 요리사가 자신이 요리한 것을 먹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은 약간의 논쟁이 생길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긍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요리사란 직업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한 학생이 그에게 스타 셰프가 되는 방법을 물었을 때 해준 대답은 정확했다.

 

강레오는 요리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평생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이 요리사가 아니라 좋아하기 때문에 평생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사람들은 반대로 생각한다. 이 차이가 삶에서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든다. 그가 1만 시간의 법칙을 믿지 않는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1만 시간이 충분조건이 아닌 작은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그의 삶도 하나씩 흘러나온다. 방송 중 에피소드가 아닌 살면서 수술을 해야 했던 일이나 자기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것을 두려워했던 치열한 경쟁 등 말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좋았던 것은 역시 그의 열정과 노력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곳곳에 드러나는 것이다. 제목처럼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바로 세우는 것은 끊임없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강레오의 삶과 철학뿐만 아니라 요리사란 직업 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요리사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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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5-06-26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네요.
 
바르셀로나 섀도우
마르크 파스토르 지음, 유혜경 옮김 / 니케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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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특이한 이력을 가진 소설이다. 먼저 작가가 바르셀로나 과학 형사 수사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것만 가지고 특이하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여기에 20세기 초에 실존했던 여자 연쇄 살인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실적인 내용이라면 어떨까. 한 가지 더. 이 이야기 전체를 끌고 나가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있다. 이 존재는 어떤 때는 사신의 모습이고, 어느 순간에는 이야기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거나 한 인물과 대화를 나눈다. 이 변화무쌍한 존재가 솔직히 읽으면서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소설 속에서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몰입이 흐트러진 것도 이 화자의 등장 때문인 경우도 많다.

 

소설을 끌고 나가는 두 인물이 있다. 한 명은 형사고, 다른 한 명은 연쇄살인마다. 이 시대 형사 이야기에는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청렴한 경찰들이 드물던 시기다. 모이세스 코르보도 뇌물을 받고, 사소한 동료의 협잡을 눈감아준다. 아내가 있지만 창녀와 잠을 잔다. 예전 같으면 거부감을 엄청나게 느낄 주인공이다. 괜히 감정이입이 과도하게 되어서 말이다. 그는 한 창녀와 섹스를 한 후 괴물 이야기를 듣는다. 이 괴물은 창녀의 아이들만 납치한다. 창녀들은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 허점을 노린 유괴 납치다. 그의 아내는 두 번의 유산을 경험한 후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이 괴물 이야기는 그의 신경 한 쪽을 강하게 자극한다.

 

아이들을 납치 살해하는 괴물은 엔리케타 마르티다. 처음에는 단순한 납치 살해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 납치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여줄 때 공포가 가슴 한 곳으로 파고든다. 어떻게 이렇게 잔혹할 수 있을까 하고. 또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이 시대의 부패한 정치 경제 권력자들은 어떻게든 그녀와 연결되어 있다. 그녀의 존재가 그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녀가 쉽게 활동한다.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지만 그녀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두려워한다. 공포의 씨앗이 사람들 마음속에 강하게 자리잡고 심리와 행동이 오그라들게 만든다. 소설 속 한 아이를 죽이는 과정을 짧게 보여주는데 아주 참혹하고 섬뜩했다.

 

언제나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다스리는 사회가 안정적이고 풍요롭게 보이길 바란다. 현실에서 창녀들의 아이들이 사라져도 그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창녀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납치 유괴를 믿지도 않는다. 아니 믿으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고생하는 것은 모이세스다. 결코 좋은 경찰이 아니지만 이런 사건에는 아주 정의로운 인물이다. 경찰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양심이나 의무는 지킨다. 그가 단서를 쫓아갔을 때 높은 곳에 계신 분들은 불편한 마음을 드러낸다. 자신들이 어떤 위협에 노출될지, 혹은 어떤 불편을 겪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 소설은 이 시대의 사회 경제 정치적 모습을 있던 그대로 그려내었다. 실제 이 시대의 역사를 알고 있다면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이나 심리가 더 잘 이해되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알기는 쉽지 않다. 지역이 바르셀로나란 것도 유념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 소설 속에 강하게 분리주의가 자리잡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냥 스쳐지나가듯 등장하는 인물들 한 명 한 명이 사연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설정 속에 아직 과학수사가 제대로 태동조차 하지 않는 경찰들이 연쇄살인범을 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발로 더 뛰고, 범인이 실수하기만 바라야 한다. 실제 이 사건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도 일반 가정의 아이가 납치되면서부터다. 목숨의 값이 다르다. 씁쓸하지만 이것은 현재도 유효하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소문의 괴물을 쫓는 모이세스 쪽과 필요한 아이를 납치하려는 엔리케타 쪽이 서로 교차하면서 출연한다. 이 두 진영을 다 알고 있는 독자보다 더 많은 것을 아는 존재가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끈다. 전지전능한 존재가 바로 그것이다. 이 소설의 최대 반전이라면 바로 이 존재가 들려주는 마지막 장면들이다. 너무 친절하다. 그런데 이 존재의 개입이 불편하다. 솔직히 지금은 이 방식이 나의 취향과는 맞지 않다. 아니면 나의 독법에 문제가 있거나. 하지만 20세기 초 바르셀로나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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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힙합 세트 - 전2권 - 닥터드레에서 드레이크까지 아메리칸 힙합
힙합엘이 지음 / 휴먼카인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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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1년으로 기억한다. 이때 내가 처음으로 힙합 앨범을 샀다. 닥터 드레의 앨범이었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후배에게 누구 것으로 시작하며 좋으냐고 물었고, 몇 장의 앨범을 소개받았다. 이 방식은 한때 헤비메탈을 알고 싶어 후배에게 묻고 사고 들었던 방식과 똑같다. 솔직히 그때 앨범을 몇 번 들었지만 잘 모르겠고 취향과도 맞지 않았다. 한국 가요에 한참 빠져 그 음악들 듣기도 시간이 빠듯한 시기였다. 이것은 그 후도 마찬가지다. 미국 음악보다 한국 가요를 더 열심히 들었다. 물론 너무 유명한 곳이야 제목을 몰라도 귀에 익숙하기는 했지만 딱 그 정도였다.

 

에미넘의 <8마일>을 봤을 때도 영화와 음악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샘플링과 피처링이 좋으면 귀에 감기지만 랩만으로 구성된 음악은 도저히 뭔 소리인지 몰라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한국의 힙합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가사보다 멜로디를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그것만 집중적으로 듣지 않고 다른 일을 하면서 듣다보니 이런 경향이 더 심해졌다.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를 때도 가사를 음미한 적도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게 많은 노래를 불렀는데도. 이런 음악 듣기 방식의 반대편 끝에 있는 장르가 힙합이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 전 팟캐스트로 음악을 조금씩 듣기 시작했다. 물론 아주 조금이다. 가요보다 외국 음악 중심으로 선곡하는 곳이다. 나의 나쁜 음악 듣기 습관 중 하나는 가사에 집중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제목도 그렇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지간하게 히트한 곡이 아니면 제목조차 기억 못한다. 앨범이나 히트곡 모음을 MP3로 듣다보니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진다. 이런 나에게 이 팟캐스트의 음악 제목들은 낯설었다. 그런데 듣다보면 아는 곳이 많다. 여기저기에서 들은 음악인데 제목이나 가수를 몰랐던 것이다. 이런 것을 조금이나마 고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선택했다. 솔직히 말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그렇게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앨범 몇 개를 구해 듣고 싶고, 유튜브로 검색해서 듣기는 했지만 말이다.

 

부제에서 ‘닥터 드레에서 드레이크까지’라고 말한다. 닥터 드레는 알아도 솔직히 드레이크는 잘 모른다. 이 책 속에 나오는 음악가 중 대부분의 앨범을 듣지 않았다. 이름이 익숙한 음악가도 음악으로 알기보다 다른 매체에 가십 등을 통해 안 사람도 적지 않다. 어쩌면 나의 힙합 듣기는 에미넴, 50센트, 넬리까지인지 모른다. 웨스트니 이스트니 하는 것은 그 당시 전혀 몰랐고, 방송을 통해 듣던 가수를 기억하는 정도였을 뿐이다. 그 후에 가끔 궁금해서 혹은 유명한 힙합 가수가 나오면 찾아보고 듣는 정도다. 뭐 지금도 이것은 변함이 없지만.

 

이 책은 나같은 사람에게 굉장히 불친절하다. 시대 순으로 잘 정리된 것도 아니고, 가수의 관계를 중심으로 치밀하게 설명해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가수의 이름을 들은 적 있지만 얼굴과 연결되지 않고, 앨범 목록도 가수도 색인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아 책을 읽다가 어딘가에서 본 듯한데 하고 찾으려면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편집은 굉장히 아쉽다. 힙합을 좋아하고 오랫동안 이 분야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지만 이 책에서 설명하고 묘사하는 것들을 나같은 문외한이 음악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려면 이런 작업이 조금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검색의 일상화를 외치면서 ‘니들이 알아서 찾아 들어’라고 외치면 할 말이 없지만.

 

한 번 휙 읽고 지나간 탓인지 아직 아메리칸 힙합의 모습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 동부니 서부니 남부니 하는 구분이 될 리도 없고, 읽을 때마다 극찬한 앨범을 들으면서 그 느낌을 공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뒤늦게 들은 후 다시 그 글을 읽어야 하는데 이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좋은 앨범의 소개가 많다는 부분에서는 한동안 즐거움을 줄 것 같다. 이전에 사놓은 앨범을 찾아서 듣기는 쉽지 않겠지만 아직 듣지 못한 앨범은 구글링을 통해 듣는다면 힙합에 대한 작은 감이나마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한다.

 

주로 2000년 이후 힙합을 다룬다고 하지만 수많은 음악가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렇게 많은 분량은 아닌 것 같다. 아니면 그 음악가들이 한국에 끼친 영향이 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미국 힙합에 대한 글을 읽다가 한국 힙합에 대해 정리하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의 홍보를 위해 나온 타블로나 최자 등의 글이 가슴 깊이 와 닿지는 않지만 선택할 때는 도움을 줄 것 같다. 나도 솔깃한 사람이다. 온라인에 쓴 글을 오프라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충분히 공을 들이지 않은 아쉬움은 있지만 힙합에 관심이 있거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명작이라고 불리는 몇 개의 앨범을 듣고 난 후 나의 힙합 이해가 얼마나 깊어질지 알 수 없지만 관심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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