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구독해줘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7
김하율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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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족>의 작가가 쓴 소설이다. 이전 소설을 재밌게 읽었는데 제목은 기억해도 작가는 잊고 있었다. 나의 저질 기억력 탓이다. 보통 관심 있는 소설을 발견하면 작가 이력을 보는데 이번에는 놓쳤다. 어쩌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받을 때 예상한 쪽수보다 조금 더 많았지만 가독성이 좋아 아주 잘 읽혔다. 재미있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요즘이 아니라는 생각을 바로 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 19 때문에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지 못하는 상황이니까. 그리고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많던 중국 판매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다. 오래 전 명동을 가게 되면 호객을 하는 사람들과 길 양옆에 가득한 화장품 가게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다니기 힘들 정도로 노점들과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일본 엔화의 가치가 낮아지고, 중국 관광객들이 늘어나던 시기의 이야기다. 주인공 소민은 서른 살이고, 공시생 생활을 접고 친구 유화의 부모님 도움으로 명동 코스메로드 화장품 매장 페이스페이스 직원으로 취직한다. 이 매장에서 소민은 유일한 한국인 직원이다. 다른 직원들은 조선족이거나 한족이다. 가장 중요한 고객이 중국인이다 보니 이렇게 구성되었다. 한때 면세점 직원들이 대부분 중국어 가능자들도 채워진 것도 생각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그녀가 화장품 매장에서 바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이론을 먼저 공부한 후 실행으로 옮기는 성격도 현장 적응에 더디게 만들었다. 이 이론을 작가는 이야기 사이 사이에 넣어서 재밌는 상식들을 알려준다. 주요 고객들이 중국인이니 중국어를 해야 매상을 올리고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는데 그녀는 중국어를 못한다. 다른 직원들 과도 거리감이 조금 있다. 고시원을 나와 갈 곳 없는 그를 구해준 것은 부랄 친구라 부르는 강하오다. 그는 날씬한 몸매, 큰 키, 작은 머리를 가진 한마디로 모델 같은 외모를 가진 남자다. 그를 보고 한족인 빙빙이 소개시켜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뭐 이 때문에 나중에 오해를 받는다.


소민은 직원의 인스타를 통해 드래그퀸 버거에 대해 알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버거가 자신과 같은 옥탑방에 사는 부랄 친구 강하오다. 왜 하오가 자신의 방을 꼭꼭 닫고 다닌 것도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소민은 하오에게 자신의 맨 얼굴을 화장해 인스타에 올리자고 말한다. 이 시도는 좋은 반응을 얻지만 소민의 정체가 밝혀지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된다. 하지만 좋은 점 하나는 소민의 매출 실적이 올라간 것이다. 하오가 사용한 화장품이 페이스페이스 것이다 보니 회사 회장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소민의 본사 정직원 채용을 미끼로 인스타에 많이 알려진 버거를 광고에 활용하려고 한다. 이 일은 이후 이런 저런 사건을 마주하면서 새로운 길을 열게 한다.


소설은 가볍고 경쾌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청춘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조선족 아줌마와 그 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그냥 무심코 본 사람들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소민의 절친 유화는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부모님 식당에서 불판을 뒤집고 있고, 하오는 미대생이지만 호텔에서 일한다. 이들에게 대학 전공은 그냥 하나의 시도였을 뿐이다. 전공한 무관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간결하게 녹아 있다. 다행이라면 이들은 절망하면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유화에게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이 있고, 하오는 옥탑방이, 소민의 경우는 일단은 하오가, 정 안 되면 이혼한 부모 둘 중 한 명을 찾아간다는 계획이 있다. 이런 현실 때문인지 아주 힘든 현실에서 무거운 어둠을 안고 살지 않는다. 물론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잘 읽히고 어떻게 보면 뻔한 전개이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와 톡톡 튀는 문장들이 시선을 계속 끈다. 감상적인 부분은 최대한 절제하고 상황을 밝게 그려내고, 다양한 캐릭터를 잘 배치해 이야기를 재밌게 만든다. 현실에 대한 묘사도 잊지 않는다. 사실대로 보여준다. 소민의 해고가 왜 문제없는지 말할 때, 해고 통지가 문자로 올 때 낯익은 과거의 한 장면을 만난다. 버거에 대한 소문의 원천을 찾았을 때 그 상황은 또 어떤가.  읽으면서, 모두 읽은 후 나의 머릿속은 이 소설을 영상으로 옮기면 재밌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들이 선택한 길은 이 소설의 제목과 이어진다. ‘구독과 좋아요’를 이 작가의 다음 작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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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바다의 라라니 미래주니어노블 9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김난령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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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베리상을 3년 동안 2번이나 수상한 작가다. 사실 이 문학상에 관심은 있지만 꾸준히 읽는 편이 아니라 그 정보를 띄엄띄엄 알고 있다. 이 소설을 선택할 때도 뉴베리상을 수상한 작가란 부분과 판타지 세계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읽고 난 다음에 알게 된 몇 가지 정보는 읽으면서 느낀 의문을 풀어주는데 도움을 많이 주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필리핀의 수많은 섬들의 신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는 부분이다. 내가 가장 먼저 생각한 지역은 폴리네시아 섬들이었다. 작가 이력을 꼼꼼하게 확인하니 작가의 어머니가 필리핀 사람이다.


섬을 무대로 할 경우 그 섬의 크기를 언제나 머릿속에 그려본다. 그려진 지도를 보면 라라니가 사는 산라기타는 그렇게 큰 섬이 아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이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멘요로라는 지도자 투표를 봐도 그 숫자는 많지 않다. 많지 않다고 해서 그 섬 사람들의 삶이 다르지는 않다.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고, 땅에서는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른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자신의 능력에 따라 앞으로 할 일이 정해진다. 뱃사람, 배목수, 낚시꾼, 길쌈꾼, 빨래꾼, 농사일 등으로 나누어진다. 태어나면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란 점이 조금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산라기타에 극심한 가뭄이 든다. 농사를 지을 수 없어 먹을 것이 귀해진다. 배급제가 실시되고, 이 가뭄이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이 섬에는 한 가지 전설이 있다. 가려진 바다 너머에 있는 아이사산에 만복이 있다는 것이다. 섬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배를 타고 가려진 바다를 건너 아이사산으로 가려고 한다. 이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 읽으면서 왜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인류의 개척 정신과 관계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전설과 관습에 의한 반복일까? 멘요로 투표에서 다른 의견을 내놓은 후보가 나오면서 다른 시각에서 이 일을 돌아보게 된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설정 중 하나는 이야기로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라라니가 들은 이야기도 나오고, 그녀가 들은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한다. 그리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괴물 같은 존재들의 이야기가 같이 나온다. 이렇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하나의 시선만이 아닌 다른 시선으로 그 존재를 생각하게 한다. 이렇게 하면서 그 존재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단순히 라라니만 내세우지 않고, 사회의 필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아이까지 등장시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덕분에 앞부분을 읽으면서 잠시 헤맸다. 익숙하지 않는 이름과 상황 덕분이다.


판타지 소설에서 항상 만나는 것이 모험이다. 자신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들은 떠날 수밖에 없다. 집에서 키우던 가축을 찾아가다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카나산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아이사산 출신의 사람을 만난다. 그를 통해 비가 내리게 되지만 홍수가 날 정도로 내린다. 마법이 살짝 이야기 속에 끼어들고, 그와의 작은 다툼이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낸다. 사건은 변화를 요구하고, 이 변화 중 하나가 라라니가 배를 타고 떠나는 것이다.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항해를 떠난다. 그녀의 모험을 보다 보면 기존의 판타지 모험과 많이 다르다. 다르지만 그 모험은 위험이 있고, 친구가 함께 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의외의 장면으로 꼽고 싶은 것은 새롭게 뽑힌 멘요르를 몰아내는 장면이다. 섬 아이 중에서 가장 겁 많고 의지가 약한 것 같은 헤츠비가 낸 아이디어가 섬 사람들의 의지와 결합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든다. 자신들의 투표로 독재와 철권 정치를 불러왔지만 그들의 의지와 협력이 독재자를 물리친다. 그 방법도 그가 내세운 가치를 이용한 것이다.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들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소설 곳곳에 구전 전설의 재미와 우리의 현실에 대비할 이야기 거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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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고도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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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작가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다 작품 목록을 보고 아! 하고 감탄사를 터트리는 경우가 있다. 그들 중 한 명이 모리사와 아키오다. 몇 편은 분명하게 기억하는데 목록을 보다 보면 이 책도 그의 소설이었어! 하고 놀란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소설을 읽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물론 아직 읽지 않은 소설이 더 많은 것 같지만. 최근에 읽은 소설의 영향 탓인지 모르겠지만 이 작가의 소설은 가독성이 아주 좋고,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이번 소설도 그렇다. 재미까지 가지고 있으니 몇 권 사놓고 책에 대한 권태기가 오면 꺼내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제목과 표지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띠지에 나오는 BTS란 이름이다. <매직 숍>이란 노래의 가사에 위로를 받았다는 문구는 아주 강하게 다가온다. 실제 소설 속에서 이 매직 숍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순히 한 번 말하고 지나가는 설정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문구보다 더 강하게 끌어당긴 것은 역시 작가 이름이다.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 7년 차 직장인 다스쿠의 좌천과 새로운 결심이 먼저 만나지만 진짜 시선을 끌어당기는 것은 금발의 미녀인 루이루이 씨다. 뱃멀미로 고생하는 그를 도와주는 미녀, 그가 준 게임에 빠진 절세미녀. 둘은 같은 섬에 가게 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오니가시마란 섬은 본토에서 아주 먼 오지이자 섬이다. 인구는 200명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작은 섬이지만 섬 사람들은 동과 서로 나눠 대립한다. 다스쿠가 이 섬에 온 이유는 이 섬의 활성화를 위해서다. 이벤트 회사에서 근무하는 그는 다른 업무가 있지만 누구도 가길 원하지 않는 곳에 좌천되어 왔다. 우울하고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생각을 살짝 바꿔 유급 휴가처럼 이 섬에서 쉬고 가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작은 섬이 그를 편하게 쉬게 놓아두지 않는다. 아름다운 풍광과 기묘한 관습을 가진 이 섬과 사람들이 그를 뒤흔든다. 여기에 섬의 무녀가 예언하는 야릇한 말도 나중에는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좋은 풍광을 가진 섬들은 많지만 거리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정부에서 예산이 내려왔는데 이 섬 활성화 계획에 참여한 업체는 다스쿠의 회사가 유일했다. 먼 섬 활성화 계획에 처음부터 사장은 관심이 없었다. 예산만 따먹으면 그만이다. 다스쿠는 휴가가 목적이지만. 사람을 만나고, 관계가 맺어지고, 마음이 움직이면서 상황은 바뀐다. 처음에 섬 활성화를 위해 온 그를 구세주라고 불렀다. 마트도 하나, 주유소도 하나 밖에 없고, 인구도 200명이 되지 않는 작은 섬이니 이 단어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사장이 회사의 에이스라고 큰 소리까지 친 상태이니 더욱 그렇다. 서로 다른 생각이 빚어낸 오류는 시간이 지나면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 섬의 가장 큰 문제는 당연히 동과 서로 나누어진 관계다. 술집도 두 곳으로 나누어져 있다. 다스쿠는 촌장이 속한 서쪽에 강제 편입된다. 이 섬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목을 조르는 교수라는 관습이 있다. 겨자 가득한 초밥을 먹고 그들의 편이 된다. 그의 바람은 상관없다. 다스쿠를 데리고 섬을 돌면서 설명하는 역할을 촌장의 아들 쇼가 한다. 그런데 촌장과 쇼의 성이 다르다. 호기심이 일지만 묻기 어렵다. 섬 사람들의 갈등과 모두가 믿는 무녀를 만나고, 아름 풍경을 열심히 구경한다. 다스쿠가 만들 섬 활성화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섬 일주 관광이 끝난 다음은 혼자서 다녀야 한다.


절세미녀 루이루이 씨는 다스쿠가 머무는 방의 건너편에 산다. 루이루이 씨는 동쪽 사람들이 다니는 술집에서 알바를 하는데 섬 남자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BTS의 <매직 숍> 가사를 알려준 인물도 루이루이 씨다. 미모만으로도 충분히 존재감을 풍기는 그녀가 진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후반부에 동서 갈등을 해결하려는 계획을 세울 때다. 그리고 나의 머릿속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누가 루이루이의 역할을 하면 좋을까 하는 것이다. 털털하고 뛰어난 미모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그녀는 평범하지만 진솔한 다스쿠와 대비되면서 좋은 콤비를 이룬다. 후반부에 예상한대로 진행되지 않는 계획을 보면서 재밌게 웃었다.


화려함은 없지만 소소한 재미로 가득하다. 멋진 반전은 없지만 작은 반전은 곳곳에 있다. 앞에 풀어놓은 작은 설정이 뒤로 가면서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만든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고오니가시마의 멋진 풍경을 내가 본 이미지로 대체하고, 이 마을 사람들의 대립을 어떻게 해결할까 하고 생각한다. 이 작가의 소설들을 읽다 보면 악당이 등장해 갈등을 고조시키기 보다 일반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잘 만드는데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다. 진실한 마음과 사람들의 관계를 다루면서 재미를 멋지게 뽑아낸다. 편안하면서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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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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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시바타렌자부로상을 수상작이다. 이사카 고타로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이런 수상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 그의 이력을 검색하면 상당히 많은 상을 수상한 이력이 나온다. 일본 서점대상의 경우는 받은 적이 있지만 최종후보작에만 엄청 올라가 있다. 아직 나오키상을 받지 못한 것은 약간 의외다. 사실 이 정도 작가의 경우 어떤 상을 받았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인터넷 서점에 한 번에 정리된 것을 보고 몇 자 적었다. 그리고 작가 데뷔 20년 작품이란 설명을 작가의 말에 그대로 적었다. 그의 성장과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글이다. 개인적으로 공감할 부분이 많았다.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 내용을 몰랐을 때는 특정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연작 단편으로 생각했다. 각 단편의 주인공이 모두 다르다. 읽다 보면 이소켄 선생이 여러 번 나오는데 동명이인인지, 아니면 진짜 같은 선생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같은 인물이 다른 이야기에 잠깐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후일담 같은 등장을 좋아하는데 작가는 아주 멋지게, 또는 감성적으로 등장시킨다. 눈시울을 붉게 만들기도 한다. 나보다 좀 더 꼼꼼하고 세밀하게 읽은 독자라면 시간의 흐름도 같이 찾아서 풀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대화나 말투에서 눈높이를 맞추어야 한다. 많은 청소년 문학을 읽을 때 느끼는 괴리감이 이 부분들인데 작가는 상당히 잘 풀어내었다. 표제작 <거꾸로 소크라테스>부터 시작해 마지막 <거꾸로 워싱턴>까지 모두 한 가지 공통된 부분을 다룬다. 바로 선입견이다. 사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실수를 저지르는 부분 중 하나가 선입견이다. 그 사람의 단편적인 일상이나 말이나 행동 등을 보고 쉽게 단정짓는다. <거꾸로 소트라테스>의 경우는 담임이 가진 선입견을, <슬로하지 않다>는 전학생의 모습에 대해, <비옵티머스>는 반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한다고 생각한 초보 교사에게, <거꾸로 워싱턴>은 역시 한 전학생과 새아빠에 대한 선입견이다. <언스포츠맨라이크>는 살짝 다른 이야기와 전개도 상황도 조금 다르다.


개인적으로 첫 단편인 <거꾸로 소크라테스>를 읽고 이 모든 계획을 짠 소년 안자이가 계속 나오길 바랐다. 그런데 다음 이야기에서 다른 소년이 나왔다.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이 아쉬움은 금방 사라졌다. 소년들이 마주하는 세계, 즉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그것을 풀어가는 소년 등의 활약이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다. 이 상황들을 풀어가는 방식은 이전에 읽었던 것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독자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고, 마지막에 반전처럼 상황을 풀어낸다. 그리고 작은 것들을 이야기 속에 심어 놓고, 이것을 간접적으로 가볍게 다루는 듯하면서 여운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문구는 농구에서 1분은 영원이라고 한 대목이다. 시간이 정해진 경기를 볼 때면 이 1분이 가끔 진짜 영원처럼 다가온다. 이기고 있을 때는 1초가 길고, 질 때는 이 1분이 순식간이다. 그리고 이 단편에 나온 인물이 다른 이야기 속 서로 다른 공간에서 등장할 때 진한 울림을 준다. 아직 젊어서 그렇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가끔 우리는 현재와 미래를 너무 가볍게 다룬다. 그것은 좋은 점과 나쁜 점 모두에 해당된다. 미래에 대한 공포 마케팅은 현재에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삶에서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각각의 단편들을 읽다 보면 아이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재밌는 상황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각각의 이야기 속에 개성 강한 아이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재밌고 풍성하게 만든다. 현실에서 보기 드문 아이들이지만 없다고 말할 수도 없는 아이들이다. 대표적으로 안자이나 교수 같은 아이들이다. 그리고 이 단편에서 시간의 흐름을 알게 하는 몇 가지 설정들이 있다. 하나는 영화고, 다른 하나는 같은 인물이 다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것이다. 물론 작가는 이것을 아주 재밌게 잘 사용한다.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나를 많이 떠올렸다. 그런데 생각나는 것이 별로 없다. 저질 기억력 탓일지, 이런 친구가 없었던 것일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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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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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시자와 요의 소설은 자주 본다. 자주 본다고 쓰고 난 후 검색하니 올해 겨우 3권째 일뿐이다. 그런데 올해 출간된 책이 총 네 권이다. 다른 다작의 작가에 비하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편집자들의 눈에 작가의 소설이 눈에 들어온 모양이다. 가끔 이런 작가들을 만난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소설들을 재밌게 읽었기에 앞으로 더 나오길 바라지만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바랄 뿐이다. 이 단편집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들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직관적인 트릭이나 공포가 아닌 한 템포 돌아가는 방식으로 풀어가는 서술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예정된 상황이 그대로 일어나는 서늘함도 담고 있다.


표제작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는 한 폐쇄적인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다룬다. 살인자는 화자의 할머니이고, 피해자는 고조할아버지다. 할머니 유골을 정리하기 위해 왔다. 과거 이야기가 하나씩 흘러나오는데 화가 날 정도다. 이 폐쇄적인 마을이 할머니를 왕따시켰는데 가장 큰 이유가 외지인이란 것이다. 시아버지가 치매가 있어 마을에 피해를 입혔는데 이것을 할머니 탓으로 돌리고 괴롭힌다. 무라하치부란 용어가 있을 정도로 과거에는 흔한 일이었던 모양이다. 여기에 경창까지 가세했다니 현대 사회가 무색하다. 화자가 하나씩 풀어낸 이야기를 듣다 보면 화가 나는데 이 이야기를 다 들은 그의 여자 친구가 이 살인 사건의 다른 면을 말한다. 여기에 살짝 착각 혹은 초자연적 상황까지 엮으면서 할머니의 강렬한 바람이 서늘하게 다가온다.


<목격자는 없었다>는 하나의 실수를 바로잡기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다 상황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을 다룬다. 초보적인 실수로 숫자를 잘못 쳐 좋은 실적을 쌓지만 이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 실제 발주와 입력된 숫자의 차이는 자신의 돈으로 메운다. 문제는 이 사실을 누구도 몰라야 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변장해 배송까지 잘 했는데 교통 사고 현장을 목격한다. 정체가 들키지 않기 위해 바쁘게 달아난다. 그런데 이 사건이 제대로 된 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이 왜곡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이 소설의 제목대로 서늘하게 흘러간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더불어. 인간의 뒤틀린 집념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고마워, 할머니>는 첫 장면을 읽으면서 상황이 바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과거 속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미국에서 마음껏 먹다 살이 찐 손녀가 일본에 돌아온 후 뮤지컬 속 소녀를 보고 다이어트에 성공한다. 살이 빠진 후 예쁜 얼굴이 드러나고, 광고 등에도 나온다. 할머니는 손녀를 밀착 관리한다. 학교 생활도 막고, 먹고 싶은 것도 먹지 못하게 한다. 프렌차이즈 통닭집에서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쿠폰까지 버릴 때는 어찌나 아깝든지. 그리고 첫 장면으로 돌아온다. 그 과거 이야기 속에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어떤 상황을 만들어냈는지 알게 될 때 “고마워, 할머니”란 표현이 무서워진다.


<언니처럼>은 육아에 지친 언니가 아이를 죽였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화자에게 언니가 어떤 존재였는지 알려준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건으로 그녀를 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를 위축시킨다. 아이가 짜증을 내고, 힘들게 달래지만 다음에는 더 심해진다. 그러다 손찌검을 한다. 오해가 겹치고, 피로도가 높아지고, 남편은 같이 아이를 돌볼 마음이 전혀 없다. 너무 흔하게 자주 본 모습이다. 이렇다고 모든 엄마들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상황이 되면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발전할 수 있다. 읽으면서 답답하고 불편하고 불안했다.


<그림 속의 남자>는 읽으면서 일본 고전 미스터리 한 편을 읽는 느낌이었다. 소재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등이 그렇게 느껴졌다. 상실의 고통을 겪은 화가가 그린 그림과 그 화가를 옆에서 지켜본 수집가가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는 방식이다. 단순하게 화가의 광기를 다루지 않고 화가의 불행했던 과거를 같이 보여주면서 한 사건의 이면을 새롭게 해석해낸다. 이 해석까지 오는 과정을 보면서, 화가가 그렸다는 그림을 떠올리면서 인간의 복잡한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걸작을 그리고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세간이 평가를 뒤집는 해석은 앞의 소설과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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