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콘서트 2 - 우리 동네 집값의 비밀에서 사무실 정치학의 논리까지, 불확실한 현실에 대처하는 경제학의 힘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2
팀 하포드 지음, 이진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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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경제학자들은 합리성과 단순화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곡선만 보아도 단순화된 이론과 합리적인 사람들이 나온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단순한 이 논리는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실생활에서도 그럴까? 아니다. 그래서 독과점 이론이 나오고, 다른 변수들이 등장하면서 이론은 더 복잡해지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마지막 장에 나오는 맬서스의 인구론을 보면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럼 경제학자들은 필요가 없는가? 아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이론과 주장이 비록 미래를 완전히 예측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삶의 한 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가 급속하게 성장하게 된 데도 이런 경제학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고성장의 결과로 수많은 문제점을 양산하고 암울한 미래의 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빈곤에 시달리는 많은 나라에게 역할 모델을 한다는 것은 분명 성공한 측면이 있다.

 

저자는 서두 부분에 이 책에서 다룰 두 가지를 말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합리적인 행동과 분석의 틀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자극적인 첫 장에서 섹스를 이야기하면서 시선을 끄는데 10대들의 구강성교가 늘어난 것을 통계수치로부터 단순화하여 성병이나 에이즈 등을 피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라고 말한다. 하지만 매춘부들이 성병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남자들로부터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는 예를 보면서 합리성 뒤에 숨겨진 다른 요인들에 너무 많은 요소들이 단순화되었음을 감지하게 된다. 이것은 뒤로 가면 부시와 고어의 대선 결과 해석 부분에서 더욱 수량화된다. 경제학자들이 경제적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면서 생기는 한계이기도 하다.

 

도박과 관련하여 풀어내는 게임이론이나 멋진 여자가 평범한 남자들과 결혼하는 이유나 CEO연봉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 속에 담긴 합리적인 선택들은 단순화된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많이 보이는 대목이라 더욱 그렇다. 특히 결혼부분에서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 향상이 이혼이나 결혼 연령 상승과 연관된 해석에선 불과 십 수 년 전 우리사회의 한 측면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우리와 닮아있다. 미국 거대기업 CEO연봉이 어마어마한 것에 놀랐는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고, 주주들의 무관심과 정보부족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확인하게 되었다.

 

집값이나 인종차별 등에 이르면 저자가 몇 번이나 말하는 합리적이란 단어가 훌륭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말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그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도 절대적이지 못하고 단순히 통계수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물의 높이가 한 층 높아질 때마다 거리에서 강도나 자동차 절도 당할 확률이 2.5% 올라간다는 수치는 가슴에 와 닿는다. 이 때문에 보안경비가 강화되고 무인카메라 등이 설치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새로운 사업과 비용이라는 또 다른 생각으로 이어진다.

 

차별에 대한 부분에서‘백인 행세하기’는 많은 논란을 품고 있다. 저자는 현실에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차별이 사라지고 있는 곳으로 도시화가 진전된 몇 도시를 말한다. 그리고 이어서 도시에서 살아가기란 주제로 대도시를 찬양한다. 나 자신도 대도시에 살면서 수많은 편의를 누리기에 소도시나 농촌에서 사는 경우 얻게 되는 수많은 혜택을 버리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대도시란 곳이 분명 효율적인 기능을 많은 부분 수행하지만 역시 단순화된 경제 논리에서 바라보면서 아쉬움을 준다.

 

단순화된 합리적인 선택은 문제를 풀고 해석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화되고 있다. 합리적인 선택이란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인 취향이나 순간의 기분에 휩싸여 발생한 후 자기합리화의 한 방편인 경우도 많다. 종종 보이는 오타와 저자의 단어선택인지 역자의 오류인지 모를 몇 곳은 세계를 보는 시선이 나와 많은 부분 다르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결코 이 책이 경제학을 전공한 나에게도 쉽고 단숨에 읽히는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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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마음 - 썩어빠진 교육 현실을 유쾌하고 신랄하게 풀어낸 성장소설
호우원용 지음, 한정은 옮김 / 바우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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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선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늘 나오는 이야기가 요즘 아이들이다. 우리 때와는 다르다느니 인내하는 마음이 없다느니 다루기가 어렵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럴 때면 말한다. 우리 때도 선생들이나 어른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그렇다. 이 소설 속에서 주인공 정지에나 자살한 소년이 외치는 순수한 마음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나이 듦과 더불어 사라지고 있다. 안타깝고 가슴 아프고 두려운 일이지만 너무 둔감하게 받아들이는 나 자신에 놀란다.

 

시작은 어쩌면 우리가 학창시절 자주 본 장면과도 같다. 정지에는 수업 중 만화를 보고, 선생은 이를 보고 벌을 준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학생을 복도에 책걸상을 들고 나가게 한 일이다. 그것도 일주일이나. 여기엔 단순히 한 학생의 잘못만 있지는 않다. 바로 선생의 욕심과 분노가 뒤섞여 있는 것이다. 이 진 선생은 방과 후 학생을 모아놓고 과외를 한다. 그런데 이 모임에 정지에가 참석하지 않고 있다. 누가 생각해도 과한 이 벌은 많은 문제를 품고 있다.

 

 

학교 내에서 간단히 처리될 문제가 사회문제로 발전하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 측 대응이 아닌가 생각한다. 벌을 선 학생이 교장에게 사실을 이야기하지만 담임인 진 선생은 이것을 이유로 아이를 구타한다. 아이의 어머니를 불러놓고 열심히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꾸짖는다. 이 상황을 참지 못한 아이가 선생을 밀친다. 여기서 교사가 주장하는 교권과 아이의 인권이 충돌한다. 엄마가 아이가 맞은 것을 알고, 교장에게 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하지만 역시 그도 선생 편이다. 이에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이전에 다녔던 언론사와 교육 전문가를 통해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 모든 중심에 중3인 정지에가 있다.

 

넓게는 교육과 이데올로기 문제고, 좁게 본다면 한 학생과 선생의 대립과 갈등이다. 주변에서 늘 보이는 사건이 교육 문제로까지 커진 것은 분명 작가의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내는 탁월한 능력 때문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담론은 결코 현실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흔히 가장 즐겁고 행복해야 할 십대가 가장 힘겹고 어두운 시기로 기억되는 현실에서 이 소설이 보여주는 장면들과 담론은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는다. 내가 학교 다니든 그 시절보다 더 가혹하고 심해진 지금을 생각하면 우리가 모여 요즘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표현이 결코 헛되게 들을 이야기는 아니다.

 

책을 읽다 참 많은 장을 접었다. 학창시절 내가 생각한 것과 동일한 이야기가 나와서 접고, 교육현실이 너무나도 우리와 닮아서 접고, 정지에 등이 주장하는 이론과 주장이 가슴에 와 닿아서 접었다. 이렇게 접은 장을 다시 보면 읽을 당시의 감흥이 조금은 사라지고 없다. 왜일까? 그것은 읽을 당시 느낌보다 읽고 난 지금 그 큰 흐름과 그림에 더 큰 흥분과 그 속에 담고 있는 현실과 주장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건 속에 드러나는 집단 이기주의와 교육의 본 모습을 찾고자하는 사람들의 처절하고 용기 있는 외침이 가슴으로 파고들기 때문이다.

 

가끔 언론에 선생을 때린 학생이나 학생을 폭행하거나 성추행을 한 교사에 대한 기사가 나온다. 이때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맞을 짓을 해서 학생이 맞았다고 주장하고 어떻게 학생이 선생을 때리느냐는 부류와 얼마나 선생이 학생을 괴롭히거나 때렸으면 학생이 선생을 때렸을까 하는 부류로 나뉜다. 이럴 때면 나오는 말이 있다. 선생 측에서 나오는 말인데 선생도 사람이니 실수를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분노하게 된다. 선생은 한 사람으로 실수를 할 수 있지만 학생은 실수를 하면 안된다는 말인가 하고. 성인인 선생의 실수는 용서 받을 수 있고, 어린 학생의 실수는 학생이니까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수많은 학생들이 한두 번의 잘못으로 학교에서 나와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 범죄의 수위가 상당한 성추행 교사마저 감싸고도는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교사집단에 대한 신뢰가 약해진다. 이 책 속의 정지에 학교 선생들처럼.

 

교육은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축적된 지식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배이데올로기 아래에 사람들을 두고자 하는 의도다. 한 학생의 죽음에 대한 글에서 왜 그 소년이 죽을 수밖에 없는지, 사회와 교육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알려고 하는 노력보다 그 소년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더 중심을 두고 있다는 말에선 거대한 조직 속에서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을 비방하고 욕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사실과 진실을 외면하고, 일신의 안락을 추구하는 마음이 더 강함을 알 수 있다. 그 자신이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기 전에는.

 

너무나도 닮은 대만의 교육현실은 놀랍고 점점 심해지는 경쟁 사회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한다. 이 경쟁은 삶을 더욱 힘겹게 만들고 있다. 무한 경쟁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젠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고 편히 쉴 수 없게 되었다. <마음의 문을 열면>이란 노래처럼 마음의 문을 열고 살아가는 날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르겠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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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뒤흔든 16가지 발견
구드룬 슈리 지음, 김미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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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보는 주체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 해석에는 개인이나 단체 혹은 국가 등의 시각이 담겨있다. 그래서 가끔 그런 시각들이 주는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에 담겨 있는 16가지 이야기도 그런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것은 어쩌면 책 제목 탓이지 저자의 잘못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든다. 하지만 가끔 보이는 유럽 중심의 인식은 역시 어쩔 수 없다.

 

책 제목 밑에 조그마하게 사소한 것에서 위대한 비밀을 발견한 천재들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이야기 속 몇몇은 천재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지만 대부분은 우연과 순간의 번뜩이는 직관에 의해 이름을 얻었다. 이렇게 뭉퉁거리는 제목을 보면 반감이 생기는데 약간은 나 자신이 과민반응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제목들에 호감을 가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역사나 사물을 보는 주체에 따라 그 역사나 사물의 중요도가 많은 부분 차이가 난다. 한국 사람이라면 훈민정음이나 다른 문화유산이나 유적을 높이 치켜세울 것이지만 이 저자는 첫머리부터 독일 고딕 건축물인 쾰른 대성당 이야기로 시작한다. 약간 의외지만 저자가 독일 사람임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만난다. 하지만 대부분 다른 책들에서 만난 이야기로 이 책만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6가지 이야기에서 공통으로 들어맞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우연’이다. 이 우연이 그냥 지나가는 일회성이 아니라 우연적인 일로 인해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진 대단한 ‘우연’인 것이다. 그래서 이 ‘우연’은 탁월한 연구가나 과학자들의 도움으로 하나의 이론으로, 놀라운 건축물로,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런 발견들은 한 사람만의 공이 아닌 다양한 여러 사람들의 협력에 의해 이루어진 작업임을 생각하면 시간은 가장 무서운 파괴자이자 가장 놀라운 협력자라는 그 단어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대부분 알고 있거나 최근에 읽은 책의 한 단락을 다룬 이야기들이다. 이런 종류로 기획된 책들이 가지는 재미와 한계가 분명하다. 가볍고 즐겁게 읽으면서 지식을 쌓기엔 부족함이 없지만 깊이 있는 내용으로 이어지지 않음으로써 그냥 한순간 그런 이야기도 있었지 하는 기억으로 빠지게 한다. 그리고 이런 발견들이 좀더 분야별로 나누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과학적 발견과 고대 유물이나 종교에 관련된 이야기를 각각의 장으로 나누어서 읽는 독자로 하여금 더 편하게 만들어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더 쉽게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책에 담긴 16가지 이야기가 과연 세계사를 뒤흔들 정도의 일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겨두고 싶다. 몇 가지는 누구도 부인 못할 대단한 발견이지만 몇몇은 그렇게 인정하기엔 논쟁의 소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 제목 속이나 부제에 ‘우연’이란 단어가 들어갔다면 좀더 이 책을 이해하는데 쉬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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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잡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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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란 무엇일까? 이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는 모두 영혼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영혼을 수거해서 모아두었다가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죽음의 사자가 등장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찰리는 바로 죽음의 사자다. 그가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은 아내가 죽은 현장에서 죽음의 사자를 보면서부터다. 이 괴상한 능력을 거부하고 두려워하지만 어느 순간 적응하고 열심히 그 일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얼마나 선량한지 알게 된다.

 

소설은 속도감 있고 재미있고 유쾌하다. 한편의 도시 판타지 소설이다. 죽음의 사자가 나오고, 괴물이 나오고, 영혼을 수집하고 판매한다. 일상의 삶에서 상상만으로 존재할 듯한 괴물이 나와 강할 것 같은 죽음의 사자를 공격한다. 죽음의 사자는 생각보다 평범한 존재로 일반 사람과 동일하게 강한 충격으로 죽을 수 있다. 특별한 능력이라고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곧 죽을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과 영혼이 담긴 물건을 알 수 있다는 정도다. 서양의 큰 낫을 든 사자의 모습이나 우리나라의 검은 도포에 하얀 얼굴을 한 저승사자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그 인간적인 모습은 책 읽는 동안 즐거움을 준다.

 

더티잡. 더러운 직업이 뜻하는 바는 바로 영혼을 수거하는 죽음의 사자 일이다. 자신의 수첩에 이름과 기한이 나타나면 그는 그곳으로 가서 영혼이 담긴 물건을 가져와야 한다. 만약 그가 그 물건을 가져오지 않고 지하세계에 사는 괴물들이 차지하게 되면 그들은 영혼의 힘으로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게 된다. 이 영혼은 그들이 상처 입었을 때 강력한 치료제이기도 하다. 그러니 곡으로 대변되는 이 괴물들과 찰리의 대립과 다툼은 당연하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두 단어가 있다. 알파 남성과 베타 남성이다. 알파 걸에서 알 수 있듯이 알파 남성은 소위 말하는 엄마 친구 아들이다. 뛰어난 외모와 육체적 능력에 지적 능력까지 갖춘 인물이다. 역사 이래 수없이 많은 여자를 울리고 거느린 이들이다. 이에 비해 베타 남성은 평범하거나 그보다 못한 남자들이다. 능력이 조금 떨어지다 보니 다른 방면으로 그 능력이 발전했다. 전쟁의 승리자들 옆에 기생해서 전리품을 챙기고, 패배한 경우 남은 과부들을 차지하는 등 그들은 역사의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나 그림자 같은 인물이다.

 

이런 베타 남성의 전형이 찰리다. 그가 죽음의 사자를 보게 된 것도 태어난 딸에 대한 걱정과 아내를 위해 CD를 가져다주려고 하면서 시작한다. 그렇다고 그가 인생의 패배자란 의미는 아니다. 다만 평범하거나 약간 걱정이 많은 남자란 뜻이다. 그의 주변에 역시 특이한 인물들로 가득하다. 경찰출신으로 자신의 가게에서 함께 일하는 레이나 학교를 멀리하고 음침한 문화를 즐기는 릴리나 레즈비언인 누나와 그 누구보다 특이한 딸 아이 소피가 있다. 아! 아이를 돌보아 주는 러시아와 중국 아줌마 두 분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소피를 지키기 위해 나타난 지옥의 개들.

 

판타지 소설 같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는 결코 허무맹랑하지 않다. 영혼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고, 곳곳에 담겨 있는 블랙유머는 순간순간 웃음을 터지게 한다. 책 광고에 팀 버튼의 상상력이라고 했는데 읽다보면 영화로 만든다면 역시 팀 버튼이란 생각일 절로 든다. 가장 의미심장한 웃음을 주는 장면은 지난 번 선거 결과와 모든 사람들의 영혼을 연결하여 서술한 장면이다. 작가도 어지간히 부시가 싫은 모양이다.

 

책은 처음부터 윤회를 배경으로 썼다. 하지만 그 실체를 완전히 확인하는 것은 책의 끝부분으로 오면서다. 티베트 불교와 티베트 사자의 서를 인용하면서 영혼의 불멸성과 윤회를 풀어낸다. 재미난 점은 마지막 장면이 지극히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것이다. 코믹하고 엽기적인 장면이지만 어쩌면 가장 이 소설다운 장면인지도 모른다. 책 전반에 흐르고 있는 블랙유머와 현실 풍자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상당히 두텁지만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한없이 가볍고 유쾌하고 즐겁고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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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러블리
강서재 지음 / 예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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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대만 작가 왕원화의 소설 느낌이 나기는 하였지만 방송작가 경력에서 우러나오는 재미있는 문장과 전개가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곳곳에 화를 돋우는 문장들이 나온다. 아마 내가 남자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나의 주변에 책에서 묘사한 여자들이 거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주기에 편하게 읽을 수 있었지만 지극히 뉴욕과 명품을 외치는 그녀에게 많이 질린 것도 사실이다.

 

남자들 거의 대부분이 쭉쭉빵빵한 여자들을 좋아한다. 나도 좋아한다. 하지만 약간 마른 여자를 더 좋아한다. 가슴이 빵빵한 여자들이 시선을 잡아끌지만 사귀고 싶은 마음은 많지 않다. 음! 조금은 거짓말이 섞여있는 글인지도 모른다. 취향이 변한 탓도 있지만 요즘은 가슴 큰 여자에게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작가가 말한 정신을 놓고 헤롱거릴 정도는 아니다. 지극히 피해망상에 가까운 표현들이 아닌가 한다. 뭐 나도 가끔 콤플렉스를 느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가? 장동건을 보다보면 뻑이 가는 여자들이 이해가 되고 나 자신도 그넘의 미모를 부러워하니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모른다. 길을 가다보면 잘생기고 이쁜 애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나의 곁에 왜......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이 소설도 과하기에 충분한 재미를 살리지 못했다. 여자들이 열광하는 명품이라는 고가품에 환장을 하거나 영화 속의 돈질에 푹 빠져드는 것을 무작정 나무랄 생각은 없다. 남자들도 누구나 정신을 잃는 판타지가 있으니 이해한다. 하지만 이것을 작가가 대부분의 여자들의 생각인 것처럼 표현한 것에 거부감이 생긴다. 카드연체나 명품에 환장하여 생활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까지 몰리는 것을 당연한 직장 여성들의 생활처럼 묘사한 것에는 나의 주변에 건실하게 돈을 모으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모독처럼 느껴진다. 아마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방송계이고 자신의 주변인들이 그렇게 살기 때문에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세 5백에 월20만원의 도시빈민이라는 표현에서 다시 한 번 열을 받았다. 옷장 가득 명품으로 채워놓고 혼자서 살아가는 그녀가 진정한 도시빈민을 겪어보기나 했을까?

 

끊임없이 나오는 ‘섹스 앤 시티’에 대한 열망과 추종은 현대 한국 여성들이 지향하는 바를 잘 나타내어준다. 브런치와 아점이 다른 것이라고 하는데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여기에 나의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돈 많은 여자의 게으른 일상을 묘사한 광고나 선망은 역시 짜증나는 대목이다. 아마 이런 나의 감정이 얼마 전에 읽은 왕원화의 소설 탓도 있을 것이다. 그의 책에서 보여준 여자에 대한 구분이나 연애 등이 이 소설에서 본 것과 유사한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현실의 일부분을 날카롭게 비틀어 풍자하면서 현실의 실체를 보여주지만 그 속에 가득 담겨있는 열망과 바람이 기분 좋은 마무리를 주지 못한다. 한 번 가볍게 읽고 치워버려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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